집안 사정이 그다지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앨범도, 고등학교 앨범도 안 샀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은 부모님한테 말씀도 안 드리고 안 갔습니다.

중국에 간다고 60만원 내라더군요.

돈이 없으면 없는 데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가서는 모든 등록금을 제 이름으로 대출받아놓았고,

생활비는 알바해서 충당했습니다.

그 뒤에는 바로 군대를 갔다왔고,

현재 제 생활비 정도는 알바비로 벌고 있습니다.

허나, 군대를 갔다오고 보니 동생들이 고3이 되어있더군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인강을 들어야 한답니다.

해주었습니다.

교재를 사야 한답니다.

사주었습니다.

머리에 좋은 견과류와 칼슘 제품을 사달랍니다.

사주었습니다.

담배연기가 머리에 안 좋다고 했습니다.

비오는 날에도 밖에 나가서 폈습니다.

절대 김치에 밥만 먹인 적 없습니다.

항상 제대로 된 반찬을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서 회사를 그만두셨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나가시기 시작했고,

저는 조만간 공장에 들어가 일하려 합니다.

저희 집안 사정이 누구말마따다 죽을 만한 것도, 최악인 것도 아닙니다.

나름대로 살만합니다.

하지만 동생들 덕분에 조금씩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놓고 언제나 요구를 하기만 합니다.

뭐 해달라, 뭐 하지마라, 건들지 마라.

그래서 뭐라고 하면 그렇게 말합니다.

"밖에서는 안 그런다. 집이니까 그런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집이니까 이해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는 그럴 수 있어도, 집에서는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니까, 소중한 가족이니까.




...............갑자기 기분이 꿀꿀해져서 우울한 글을 쓰네요.

여기에는 아직 학생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알아주세요.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가족의 선의도, 사랑도, 모두 소중한 것입니다.

아직 저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 몇 번 밖에 못 해본 사람이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