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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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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앞과 뒤의 전쟁글 김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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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
14-06-06 19:32
 
 

카페 마일드는 그리 넓지 않은 가게였다. 두 명이 마주보고 앉을 만한 사이즈의 목조 탁자가 둘, 벽 쪽에 붙어서 네 명까지 앉을 수 있는 탁자가 둘. 총 네 개의 테이블과 안쪽의 카운터가 전부였다. 거리와 맞닿은 쪽의 벽은 전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의 햇살이 그대로 들어왔다. 크림색을 기반으로 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가게 이름처럼 마일드한 인상을 주었다.

“음침한 선술집 같은게 있으면 거기로 갔을 텐데. ‘호그스 헤드’ 처럼 말이에요.”

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빨대로 캬라멜 마끼아또를 빨아 마셨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술집이에요.”

건준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찬은이 슬쩍 설명했다. 그러자 유미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응 응. 덤블도어의 동생인 애버포스가, 아, 물론 애버포스도 덤블도어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덤블도어는 호그와트 교장 쪽이니까요. 아무튼 애버포스가 운영하는 술집인데 이런 밀담을 나누기 딱 좋은 분위기죠. 실제로 원작에서도 해리 일행이….”

“바보 흉내는 그쯤하지.”

건준은 손등으로 턱을 괸 채 말했다. 유미는 샐쭉 미소를 흘렸다.

“성질도 급하셔라.”

“이래봬도 공무원이라서.”

건준은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유미는 건준이 잔을 내려놓는 것을 기다려 말했다.

“뭐, 좋아요. 저로선 우선 신뢰관계를 쌓아 두고 싶지만 제 사정만 앞세울 순 없죠. 바로 용건을 말할게요.”

“다 아는 얘긴 됐고, 정보 파는 대가로 우리한테 뭘 원하는지나 말해.”

건준은 유미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유미는 질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와, 기껏 사장님 피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여기도 엄청 삐뚤어진 사람이 있네. 뭐 됐어요. 착한 내가 참아야지. 어쨌든 거래를 하려는 건 사실이니까요. 전 그쪽에서 원하는 정보 전부, 어쩌면 그 이상을 알고 있다고 자부해요. 그리고 이게 안보위와 관련된 일이라는 그쪽 말과, 제가 어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건 엄청나게 큰 건이 될 거예요. 전 기자로서 이걸 놓칠 생각이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유미는 즐거운 듯 열을 올리며 말했다. 건준은 무표정하게 얘기를 들으면서 머리를 굴렸다. 이 기자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적어도 자신보다는 많을 것 같았다. 그리고 건준도 찬은도 방금 전에 만난 것에 불과하니 무력으로 판단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부탁할 것은 하나. 미끼. 유사시에 자르고 도망칠 수 있는 가짜 꼬리를 달아두려는 거겠지. 감수할 수 밖에 없나. 한순간의 작은 실수가 건준을 점점 수렁에 빠뜨리고 있었다. 마치 발버둥치면 칠수록 깊이 엉겨드는 늪처럼. 건준은 눈을 감았다.

“알았으니까 말해봐. 터무니없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지 따르지.”

사실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건준은 일단 허세를 부렸다. 유미는 낮게 웃더니 빨대를 뽑아 들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선언했다.

“좋아요! 그럼 두 분은 지금부터 취재가 끝날 때까지 저의 조수가 되는 거예요!”

“아앙?”

“왜, 왜요?”

“아, 아니. 아냐. 조수? 조수란 말이지. 그래. 알았어. 그게 조건이라면…”

“진짜 그걸로 돼요?”

“야 이 멍청아!”

건준은 찬은의 정수리를 때렸다. 찬은은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씩씩거렸다.

“아 진짜! 왜 자꾸 때려요! 이거 확 신고할까보다!”

“신고는 개뿔. 내가 니 선생이냐? 지금 천운이 내려서 쉽게 가는데 왜 초를 쳐?”

건준도 한치의 물러섬 없이 언성을 높였다. 유미는 난감한 듯 두 손을 들어 가라앉히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자, 자, 두 분 싸우지 마시고…”

“조용히 해! 애초에 넌 왜 그런 시덥지도 않은 걸 조건으로 내미는 거야? 기자 맞아? 무슨 신문 동아리 같은거 아냐?”

건준은 유미를 향해서도 버럭 화를 냈다. 이런 말을 해버리면 자신이 찬은에게 화를 냈던 것의 당위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흥분한 건준은 그런 것을 판단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아니, 기자가 있으면 당연히 조수가 따라와야죠. 무슨 책을 봐도 그런데.”

“아, 그건 조금 알 것 같네요.”

“알긴 개뿔이….”

건준은 나오던 말을 속으로 삼키고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렸다.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터무니없는 말도 아닌 것 같았다. 말이 조수지, 결국 시다바리 아닌가. 좋게 포장했을 뿐 실상은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본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다니, 꼬리가 아홉 개는 될 게 분명하다. 건준은 역설적이게도 묘한 안심을 느꼈다. 숨을 길게 내빼고 말을 이었다.

“아, 좋아. 받아들이지. 나와 여기 이 녀석 둘이 당신 취재가 끝날 때까지 서포트하면 되는 거지? 원하는 대로 하지. 이제 당신 차례야.”

“먼저 여기 도장부터. 손가락도 좋아요.”

유미는 어느새 핸드백에서 계약서와 인주를 꺼내들었다. 계약서를 받아든 건준은 경악했다.

“이게 어떻게 미리 준비되어 있을 수가 있지?”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요.”

“그게 정확히 무슨 일인데….”

“기자라면 누구나 드라마틱한 사건에 휘말리기를 꿈꾸니까요!”

가슴을 펴고 헛기침을 하는 유미를 시야에서 지운 채, 건준은 계약서를 살펴보았다. 계약서 내용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써 있는 굉장히 조악한 물건이었다. 이게 과연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건준의 입장에서는 계약서가 설령 문장의 구조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마유미라는 기자가 안보위에 쫄래쫄래 달려가기만 하면 끝나니까. 건준은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고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다. 찬은도 따라했다.

“음, 확인했어요. 그럼 이제 제 차례네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유미는 계약서를 핸드백에 넣었다. 건준은 허리를 펴고 질문을 시작했다.

“그 여자가 짜르에 온 건 언제쯤이었지? 동행은 없었나?”

“세시 반 쯤이네요. 그리고 혼자였어요.”

“그 자리에서 떠난게 한시가 넘어서였으니까, 석현이를 어딘가에 데려다 준 뒤 곧바로 온 모양이네요.”

찬은은 손가락으로 시간을 셈해보았다. 건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이어갔다.

“여기에 와서 뭘 했지?”

“사장님에게 뭔가를 준비해달라고 했어요. 자기네들 쪽에 신입이 들어왔다면서. 사장님이 쫓아내긴 했지만요.”

“왜지?”

건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고개도 앞쪽으로 좀 더 숙였다. 그것을 본 유미가 미소를 지었다.

“제 생각대로 여기가 포인트군요. 사실 이건 제 추측이지만, 아마 맞을 거예요. 제 감은 꽤 정확하거든요. 당신들이 말해준 것과 어제의 대화에서 추측해 보건대, 그 여자는….”

유미는 의도적으로 말을 끊었다. 찬은이 침을 삼켰다.

“그 여자는 아마도 SNFL의 끄나풀일 거예요.”

유미가 가 소근거렸다. 건준은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땀을 닦았다. 정적이 감돌았다.

“…그래서?”

“…여기, 놀랄 타이밍인데요.”

잠시 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그 바람에 말을 멈췄던 건준과 유미는 잠시 뒤 또 같은 시점에 입을 열었다.

“끝인데요.”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다시 정적. 세 사람은 서로를 멀뚱히 바라봤다. 먼저 움직인 것은 건준이었다.

“가자. 시간만 낭비했네. 아, 그리고 저 계약서 가져와서 두 번 접어서 찢어.”

“자, 잠깐만요! 아직! 아직 안 끝났어요! 혹할만한 정보를 줄 테니까 가지 마요 왓슨!”

“왓슨은 또 뭔가요.”

“일일이 대답해주지도 마. 어차피 또 시덥잖은 소리나 늘어놓겠지.”

“어머,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건준은 반사적으로 등 뒤로 팔꿈치를 휘둘렀다. 찬은은 기겁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건준은 뒤를 노려보았다.

“넌 또 누구냐.”

"글쎄요?"

염색한지 좀 되어 보이는 황갈색 머리카락에 키가 작고 호리호리한 여자가 카운터에 엉덩이를 살포시 걸치고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감청색 리본이 옆에 달린 빵모자를 쓰고 있었고 단추가 달린 가디건 소매를 한 번 접어 올렸다. 주사위 모양의 귀걸이를 걸고 있었는데, 유리상자처럼 안이 비어 있었다. 여자는 플라스틱 컵에 든 커피를 쪽 빨아 마시고는 카운터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당신들이 이 이상 파고 들어가면 곤란한 사람…이라고만 해둘게요.”

“아예 명함을 주지 그래?”

건준은 자리에 앉은 채로 빈정거렸다. 그는 돈을 세듯이 손가락을 문질렀다.

“이래저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귀찮군. 휴가 중이긴 하지만 특별히 일하도록 하지.”

전조 없이 굉음이 카페 안을 채웠다. 카운터 안쪽에 붙어 있는 메뉴판에 선명한 탄흔이 찍혔다. 건준이 오른손으로 쥔 총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여자가 들고 있던 플라스틱 컵이 땅에 떨어져 경쾌한 소리를 내며 튕겼다. 컵은 그대로 탁자 밑으로 굴러들어갔다. 여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당신이 민간인한테 총을 쏘고 다니는 걸 당신 상사도 알고 계신가요?”

“최소한 니들만큼은.”

여자는 카운터의 맞은 편, 건준 일행이 앉아있는 테이블 반대편에 서 있었다. 건준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찬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 말이 끝나면 셋을 세고 저 여자 손을 잡고 뛰어.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관리국에 신고해. 별 일 아냐. 내 말대로 해. 알았지?”

건준은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았다. 여자의 눈동자는 밤색이었다. 그 밤색 눈은 미동도 하지 않고 이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조각되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입술은 커피를 마신 탓인지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여자는 뭘까, 건준은 생각을 빨리했다. 목적은 아마도 내 입막음. 꼬맹이는 죽이진 않을 테고 여자는 계획에 없었을 테니, 아마 사람 하나를 치우는 데 적합한 능력. 그리고 내가 총을 들고 위협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테니 거기에도 대비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방금 보여준 그 순간이동 비슷한 게 능력이라면, 어떤 식으로 날 공격할 수 있지?

“확인 차 물어보겠는데, 여기 직원들은 어떻게 했지? 전부 네 죄목에다 더해주지.”

“글쎄요? 바쁜 용무라도 있는 거 아닐까요?”

“말 끝마다 글쎄요, 글쎄요…”

건준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총을 한 바퀴 돌리고 그것을 사라지게 한 뒤 허리를 숙였다.

“듣기 거슬린다고!”

건준은 테이블을 발로 차 앞으로 밀어내면서 뛰쳐나갔다. 찬은은 테이블이 사라져 빈 공간으로 팔을 뻗어 유미의 손을 잡았다. 유미는 놀란 눈치였지만 행동에 망설임은 없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입구 쪽으로 달렸다. 여자는 자신 쪽으로 밀쳐진 테이블을 발바닥으로 간신히 막았지만, 뒤이어 달려오는 건준을 신경쓰느라 그 쪽은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충격으로 흐트러진 귀밑머리를 왼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눈을 치켜떴다. 건준의 팔꿈치가 그녀를 향해 휘둘러지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회심의 일격이 성대하게 공중을 갈랐지만, 건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확한 메커니즘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것으로 그녀의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확실하게 파악되었다. 테이블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환각을 보여주는 능력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인식에 영향을 주는 능력도 존재하지만, 두 번 연달아 공격을 피해낸 것으로 보아 그런 계통도 아니다. 고속의 이동, 그게 아니라면 순간적인 회피 기술. 살상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매우 성가신 능력이다.

일대일 승부라면 그랬을 것이다.

살상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상대하는 사람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건준을 죽이고 찬은을 사로잡는 정도라면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혹은 일반인 셋을 처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전문적인 교전 훈련을 받은 능력자 하나를 포함한 셋을 ‘조용히’, '신속하게‘ 처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건준은 조금 전까지 여자가 서 있던 곳에서 두 걸음 정도 더 나아간 곳에 착지했다. 그리고 착지하자마자 무릎을 쪼그려 앉았다. 여자의 부츠 굽이 머리 위의 허공을 찼다. 건준은 앉은 자세 그대로 몸을 돌려 여자의 발목을 노려 발차기를 날렸다. 여자는 뛰어서 그것을 피했다가, 뒤에 있던 테이블에 허리를 부딪쳐 애매한 자세로 착지했다. 여자는 손을 뒤로 뻗어 테이블을 잡아 균형을 맞췄다. 건준은 그걸 놓치지 않고 여자에게 방아쇠를 겨누고 망설임없이 발포했다. 여자의 모습은 다시 한 번 사라졌다.


 
+ 작가의 말 : 배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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