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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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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1챕터 피드백 일자는 편집부 사정상 이번주 목요일(11월 14일)까지 작성됩니다.
늦어지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드리며, 수정을 위해 3주차 마감을 다음주 월요일(11월 18일)로 연장합니다.
피드백을 받은 뒤 이미 작성된 글을 수정하셔도 무방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검토는 최종 수정 원고가 기준이 됩니다.

 
야수들의 유희글 리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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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섭식의 명령
13-11-18 23:57
 
 
5. 온갖 이들의 피가 강처럼 흐르고 그들이 쥔 철이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전쟁터에서 지금까지 수없이 봐왔지만 세드란스는 이 아르도 타킷이라는 남자의 죽음에 난처하면서도 또 당혹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또 앞으로 잘 해나갈 자신이 붙던 와중에... 세드란스는 개처럼 구르다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형언할 수 없는 괴로운 표정으로 쓰러져 방치된 타킷을 잠시 쳐다보다가 말없이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반드시 필요한, 분명히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페이먼의 해명을 조용히 기다렸다. 적막이 계속되자 게걸스럽게 스테이크를 입안에 넣던 페이먼이 그제야 긴장을 풀라는 듯이 밝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세드란스 동지, 우선 미리 얘기하지 않은 점은 내 정중히 사과하겠네, 다름이 아니라 캔버라에서 예정을 좀 앞당기자는 말에 언질을 할 타이밍이 없었소이다.”
 
페이먼의 능글맞은 미소에도 세드란스는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정면에 차려진 테이블의 음식만 멍하니 주시하고 있었다.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페이먼을 돌아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하하, 이거 우리 동지가 단단히 토라진 모양이군. 내 다시한번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그만 좀 풀어지게나. 나도 어쩔 수가 없었네. 원래 예정에는 일주일 후에 처리하자고 했는데 파텍 의장이 오늘 바로 없애라고 새로 지시를 내려서 말이야. 뭐가 그리 급한지... 참나... 아무튼 자네도 알지 않나? 전략사무국은 단순한 사무원이라는 거? 나도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네...”
 
페이먼이 사정하듯이 말하자 세드란스는 화가 조금은 누그러졌는지 여전히 좋은 표정은 아니지만 페이먼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따져 물었다.
 
“최고공화회의에서 꾸민 일입니까? 파텍 의장이 직접이요? 저에겐 언질이 있기로 했던 겁니까?”
 
“최고공화회의 쪽은 잘 모르겠지만 파텍 의장이 직접 지시했으니 그쪽에서도 뭔가 맞춰지고 진행됬겠지. 그리고 당연히 자네에게도 이 계획을 알리려고 했어. 다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도착 당일로 앞당겨져서 말이야... 그... 숙청이 말이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페이먼은 공사관 정원 쪽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하는 듯이 있다가 손짓으로 주변에서 대기하던 검은 정장의 경호원을 부르더니 귓속말을 하며 치우라는 듯이 타킷의 시체가 쓰러진 쪽을 가리키며 손을 연신 흔들었다. 이내 그 경호원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속의 무전기를 꺼내 무어라 말하자 공사관 쪽에서 비슷한 차림을 한 경호원 두 명이 달려오더니 아직 살아있는 온기가 남아있는 타킷의 양손과 발을 잡아 공사관 입구에 서있던 차에 실어 어딘가로 빠져나갔다. 그 광경을 세드란스와 페이먼은 무심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러다 세드란스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저 친구가 이 외지까지 와서 저렇게 비참하게 죽어버린 건지, 이제야 대략 감이 오는 군요.”
 
“음, 이제야 좀 알겠나?”
 
페이먼이 진중한 얼굴로 물을 한잔 따라 마시면서 말했다. 세드란스는 허리를 걸치는 의자의 등받이에 턱을 괸 채로 악취를 맡은 듯 살짝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으로 아케안 정부가, 혹은 파텍 의장이 타킷 그룹에 진 모든 빚과 채무는 사라지겠군요. 아니, 곧 사라지게 되겠죠. 아무리 그래도 국가 정부 차원에서 약속한 보증이 이렇게 되돌아가서야...”
 
세드란스가 안쓰럽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페이먼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호기롭게 말했다.
 
“흐흐, 그래. 아마 공화국 내부에서도 이미 작업이 시작되었거나 진행되고 있겠지. 솔직히 지금 타킷 그룹에게 갚아야할 채무는 현 아케안 정부의 재정 상태나 여러 가지 향후 계획 등을 비춰볼 때 말이 안 되는 금액이야.”
 
그렇다. 페이먼의 말대로 아케안 정부는 타킷 그룹을 상대로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많은 빚을 내고 있었다. 그것도 높은 이자를 약속해가면서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혁명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타킷 그룹은 아케안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투자했는데 정부 수립 이후, 그러니까 아르도 타킷이 아버지 고르도의 뒤를 이은 후계자가 된 때부터는 아예 타킷 그룹의 자산이나 계열사를 통째로 가져가 새로운 수익 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타킷 그룹에 빚을 만들었는데 사실 이때부터 아케안 재계에서는 은밀하게 정부가 타킷 그룹으로부터 빌리거나 가져간 빛과 채무를 조금도 갚지 않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그때마다 타킷 그룹과의 계약이나 채무 작업을 총괄한 파텍은 우리는 문제를 합리적이고 원칙적으로 해결할 것이며 빚과 채무 문제도 그러하다고 공언해 왔다. 아르도도 그런 약속을 믿었고 또 그룹 이사회에서도 동의하고 승인했기에 파텍 그룹은 계속해서 자산을 매각하거나 양도해왔다. 모든 건 제국에 맞서는 강한 정부와 군대를 보유하기 위한 선험적인 조치로 양해되었다. 그렇게 타킷 그룹은 반 토막이 난 상태로 막대한 채권만을 쥐고 있던 불안한 상태였다.
 
“아르도 저 친구는 좀 순진했다고 쳐도... 고르도 타킷의 사후 그룹 운영을 책임지던 이사회는 뭘 믿고 빚을 계속 늘리던 건지...”
 
“몰랐나? 고르도 사후 아르도라는 후계자에게 회의적이고 불안해하던 이사회에 접근한 게 파텍 의장이라네. 아마도 어쩌면 파텍 의장은 그때부터 이럴 계획이었겠지. 미래가 불투명한 타킷 그룹을 분해해서 그 자리에 이사회 인원들을 앉혀주겠다고 설득한 뒤에 안에서부터 갉아먹었던 거지. 안전을 보장한다고, 후하게 챙겨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말이야.”
 
“쓸개 빠진 몇 놈들이 배신의 대가를 누리겠군요. 고생은 저와 페이먼 동지가 다 하면서 말이죠.”
 
“그렇지, 아마 이 숙청으로 인한 이익은 파텍 녀석과 그 수하들에게 돌아가겠지. 뭐 갚아야할 막대한 채무가 없어진 셈이니 돌고 돌아서 우리 아케안 전체에 이익이 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파텍의 위치를 공고히 만들겠지.”
 
“하, 뜻하지 않게 그를 도운 셈이군요. 덕분에 이제 캔버라에 돌아가서도 할 말이 있겠군요. 아무래도 장군님을 다시 직접 만나 이 건에 대해 말씀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세드란스가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하자 페이먼은 헛기침을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목소리로 세드란스를 불렀다.
 
“세드란스 동지, 이제부터 중요한 얘기를 하겠네. 동지와 우리 아케안 연방, 또 바르카 장군님에 대한 것이지.”
 
페이먼의 진중한 목소리에 세드란스는 이제야 자신에 대한 얘기인가 싶어 페이먼을 향해 돌아앉으면서 자세를 고쳤다.
 
“자네는 자네의 진짜 임무가 타킷을 여기로 데려와 숙청하는 걸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변한 건 없네. 자네는 부공사로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르도 타킷의 뒤를 이어 공사로 부임하게 될 걸세.”
 
“으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당연히 그건...”
 
세드란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따져 말했지만 페이먼은 단호하게 말을 끊으며 계속 말하였다.
 
“계속 듣게, 이 숙청에는 바르카 장군님도 관여했네. 뭐 정확히는 파텍의 형식적인 제안을 장군님께서 동의하신 것이지만 군부는 그 대가로 독자적인 행동권을 보장받았네. 당장 전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범위에서 장군님 이름만으로 뭔가 벌일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그것을... 자네가 수행하게 될 것이야.”
 
세드란스는 그게 뭐냐는 듯이 말없이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페이먼이 그 손바닥을 쳐다본 뒤 눈을 치켜세우며 대단하다는 듯이 말했다.
 
“필리핀 전복.”
 
“필리핀 전복이요?”
 
“그래, 필리핀 전복!”
 
“...”
 
잠시 말문이 막힌 세드란스를 바라보며 페이먼은 계속 얘기를 해나갔다.
 
“자네라면 알고 있겠지. 우리 아케안은 필연적으로 저 세계체제와의 전쟁이 예견된 상태지. 휴전이지 종전이 아니지 않나? 우리 아케안이 해방의 대양기를 휘날리며 쳐들어가야할 우선 대상이 어디라고 생각하나? 그건 대륙이야. 저 광활한 아시아 대륙으로 말일세. 이미 중국과 인도에서는 우리의 지원을 받는 파르티잔과 반군들이 활동하고 있지. 또 내 동료들이나 부하들도 이미 상당수가 파견되었고. 지금 캔버라에서는 대규모 침공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네. 우리 아케안 공화군이 제국의 아시아 사령부를 공격해서 그곳의 수많은 인민들과 국가들을 해방시킨다는 대의 아래 말이야. 조국해방전쟁과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전투가 되겠지... 그런데 문제는 이 필리핀이야. 우리 아케안이 오스트레일리아 자치 정부를 전복시키고 뉴질랜드, 파퓨아뉴기니, 인도네시아, 오세아니아의 여러 제도 국가들과 섬에다가 보르네오섬의 동말레이시아까지 장악하며 대승을 거두었지만 이 필리핀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휴전협정이 체결되었지.”
 
“개인적으로나 우리 아케안에 있어서나 매우 아쉬운 일이었죠.”
 
“역시 잘 아는 군. 그래, 원통한 일이지... 우리 위치에서 이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중심이자 아시아 대륙으로 나아가는 교두보지. 그런데 이 교두보를, 그러니까 그 대륙 작전과 동시에 필리핀을 공략을 진행하는 것을 상층부에선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네.”
 
“음, 당연히 그렇죠. 바로 대륙을 공격하는 것과, 섬을 거쳐서 공격하는 건 엄청난 속도 차이가 있겠죠. 동시에 하는 건 부담이 될 것이고...”
 
페이먼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계속 말했다.
 
“그런 군사적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자치 정부는 몇 년째 내전을 해결하지 못하고 제국 주둔군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야. 제국 주둔군은 자치 정부의 사정 따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이익만을 쫓고 있을 뿐이고. 근데 그게 좀 달라졌어. 우리 아케안이 오세아니아를 장악했으니까. 이곳 필리핀 제국 주둔군은 아시아 사령부의 지원 아래 급속도로 규모와 힘을 불리고 있어. 우릴 견제하겠다는 거지.”
 
“그래서... 그 전에 필리핀을 우리 아케안으로 끌어들어야 한다는 얘깁니까?”
 
세드란스가 골몰히 생각하며 말하자 페이먼이 맞장구치며 웃었다.
 
“흐흐, 바로 그거야. 이미 우리 공화군도 필리핀 내 반군과 공화주의 파르티잔들을 지원하고 있다네. 하지만 필리핀 자치 정부군과 제국 주둔군이 재편되고 그 힘으로 내전을 끝낸 다음 우리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우리의 대륙 작전은 순조롭게 시작할 수 없겠지. 그러니까 그 전에 승부를 보아야 하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저에게 왜 한숨 돌리고만 오라고 하신 겁니까? 구체적인 상황을 미리 알려주셨다면 저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세드란스 동지, 그게 장군님의 방식이야. 장군님께서는 지금 자네를 반은 믿고 반은 시험하고 계신 거지. 숙청과 별개로 이 전복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나를 통해 내려주셨다는 건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지고 한번 해보라는 거야. 확실하게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시련이라고나 할까? 사자가 강한 새끼를 골라내기 위해 절벽으로 자식들을 몰아넣듯이 말이야.”
 
페이먼은 비싸 보이는 술병의 마개를 뜯어 한잔 따랐다. 그러면서 뭔가 흥미롭고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세드란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군부에서 자네는 유명인이고... 또 분명한 유망주지. 그러니까 사실 이건 기회 이상이야. 장군님께서 자네를 우선 반은 믿고 계신다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해내야만 해. 적어도 내년 신년사설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뭔가 성과가 있어야해. 이미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났어. 전략사무국 부국장으로서 장담컨대 내년 안으로는 대륙 작전이 시작될 거야. 전쟁이지. 전쟁.”
 
세드란스는 지금까지 들은 얘기를 정리하며 생각에 들어갔다. 지금이 2월인데 내년 신년사설이 준비될 11월이나 12월까지 필리핀 전복에 대한 뭔가 성과를 내라니? 지금 이 나라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걸 감안해도 제국 주둔군과 그 뒤에 있는 아시아 사령부를 생각하면 상황이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말이다.
“장군님께서 묘한 도박을 하신 것 같군요. 아무리 독단적인 행동권이 보장되었어도 이 임무는 보나마나 군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실패할 경우 저는 물론이고 장군님과 군부의 입장도 꽤나 난처해질지 모르는 데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군부가 잡은 권력을 잃을지도 모르고... 도대체 장군님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반은 아직 못 믿고 있는 젊은 군관에게 이런 국가적인 과업을 주신 건지... 솔직히 좀 기쁘면서도 무지하게 부담되는군요.”
 
페이먼은 자신이 가득 따른 술잔을 원샷한 뒤 잔을 이러지리 돌리며 세드란스를 쳐다보지 않고 독백하듯이 말했다.
“솔직히 나도 조금 무리가 아닌 가도 싶지만...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네. 나는 혁명이 있기 전에는 사진사을 했지. 카메라로 이런저런 사람이나 장소를 찍을 때면 눈에 들어오더군. 아, 이 사람은 어떤지, 이 장소가 좋은지 나쁜지. 찰칵할 때 뭔가 강렬한 느낌이 가슴 속을 확 지나면서 온몸에 퍼질 때가 있었어. 근데 자네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어떤 때보다도 그 어떤 사람이나 장소를 보았을 때보다 강한 느낌, 그건 엄청난 규모의 기대감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흥분과 고양이었어. 자네는 워낙 잘 생기기도 했지만... 단순히 얼굴이 잘 생긴 것들과는 다른 어떤 힘이 느껴져.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확신할 수 있네. 자네가 뭔가 보여주리라고, 해내리라고 말이야. 이 눈이 지금 자네를 확신하고 있다네.”
 
페이먼은 자신의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는데 그의 얼굴은 믿음으로 가득한 어떤 선의로 가득해 있었다. 마치 성모상에 세계평화를 기도하는 순수한 수녀처럼 그의 눈망울은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분명히 어떤 이상을 생각하는 듯 했다. 세드란스는 그런 페이먼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아주 예전부터 저에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쭉 친절하셨던 겁니까? 확실히 국방위원회 전략사무국은 그렇게 친절한 놈들이 아니라고 얘기를 들어왔지만... 페이먼 동지께서는 좀 유별나셔서 저는 항상 궁금했었죠. 이 인간은 왜 이리도 나에게 친절하고 사려 깊은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후후, 그래. 맞아. 전략사무국은 어디까지나 명령만 간결하게 전달하고 처리하는 놈들뿐이지. 우린 사실 사무원들이야. 장군님이나 최고공화회의 의장이나 다른 위원들의 명령이나 지시를 다룰 뿐인. 하지만 그렇기에 보이는 것들이 있어. 사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면 뭐랄까... 객관적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무감각하다고나 할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분석하고 도출해서 정리할 수 있는, 그런 평가나 보고 같은 거 말이야. 내가 전략사무국 부국장까지 빠르게 승진한 것도 원래의 내 재능이 이 일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참으로 대단하신 분과 제가 함께하고 있었군요. 하하, 그럼 제가 페이먼 라인이 된 겁니까?”
 
세드란스는 다소 어이없다는 듯이 익살스럽게 두 손바닥을 내보였지만 진정으로 기뻐하는 솔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지... 오히려 내가 세드란스 라인이 된 거지. 뭐 자네가 이 임무를 잘 수행해서 바르카 장군님의 확실한 믿음을 얻고 그 분의 심복이 되었을 때가 되겠지만 말이야!”
 
그 둘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 둘은 스스로에게 혹은 상대에게 속으로 맹세했는데 그건 이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그리고 이 사람의 확실한 조력자가 되어 험난한 캔버라의 권력 세계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망과 다짐이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이 필리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보자고. 일단 앞으로는 내가 부공사관으로서 자잘한 공사관 업무를 맡을 걸세. 자네는 대략적인 공사관 업무만 파악하면서 어떻게 필리핀 정부를 전복시킬 것인가를 구상하면서 실행에 나서라고. 일단 내가 지금까지 연결된 필리핀 내 반군과 파르티잔 지도자들과 빠른 시일 안에 만나볼 수 있도록 도와주지. 그 다음부터는 자네가 알아서 해보라고. 다들 만만한 자들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면들이 있어서 그렇게 어려운 상대들은 아닐 걸세.”
 
“알겠습니다. 일단 저도 필리핀 내부 상황을 제대로 살펴보면서 어떻게 우리 아케안에 이롭게 바꿀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좋았어, 잠잘 곳이라든지 일할 곳이라든지 자네에게 필요한 건 모두 준비시켜놨어. 아! 그리고 깜빡했는데 일단 공사관으로 부임했으니 내일 오후에 필리핀 왕과 섭정 총리를 만나봐야 할거야. 뭐 왕이라고 해봐야 섭정이 필요한 어린 왕자에 불과하고 섭정 총리는 제국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네. 지금 당장은 드러내놓고 서로 적대할 일은 없을 걸세. 우리도 나름 여러 교류단을 파견해놓은 상태이니... 그냥 인사만 올린다고 생각해.”
 
페이먼의 신신당부에 세드란스는 걱정말라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페이먼 동지. 어떤 한심한 인물들일지 기대가 되는 군요. 하핫"
 
“괜히 초장부터 일을 꼬이게 만들진 말게. 나름 내가 비위를 잘 맞춰둔 것도 있으니 말이야.”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말씀처럼 간단히 인사만 하는 정도로 생각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공사관 직원이나 경호원들과는 저녁에 정식으로 인사시켜주겠네. 저녁에도 간단하게 파티를 할 예정이니까 어디 나가지 말고 공사관 안에서 편히 쉬고 있게나.”
 
페이먼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볼 일이 있다며 공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 타킷의 뒤처리일 것이다. 세드란스는 따라갈까 싶다가 지금까지 들은 얘기들을 다시 정리해보고 싶어서 조금 더 먹겠다고 하며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이건 분명히 하나의 기회였다. 만약 여기서 캔버라와 바르카 장군이 흡족할 어떤 성과를 낸다면 앞으로의 출세가도는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과연 어느 수준과 범위에서 이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 이었다. 제국과 휴전 이후 아케안은 빠른 속도로 군비를 확장하고 있었지만 제국군과 정면으로 맞붙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바로 그렇기에 바르카 장군님은 전면전이 아닌 이렇게 돌려가면서 필리핀을 전복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다고 세드란스는 생각했다. 세드란스는 마닐라 공항 앞에서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그의 머리에 이 나라의 평화나 인민의 평온한 일상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어떻게 하면 이 구질구질한 나라를 장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들을 통째로 캔버라의 높으신 분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까만을 생각했다. 아마도 도덕적이거나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피가 흘러야만 하며 누군가가 죽고 죽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국가 전복의 길이자 제국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에게 어울리는 개선의 길이다.
 
“어떻게 하면 이 빌어먹을 나라를 제대로 요리해서 바칠 수 있을까나...”
 
그의 눈빛이 다시 야수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그는 과연 이 나라에 어떤 비극적인 운명을 어떻게 안기게 될 것인가...
 
+ 작가의 말 : 주차가 한주만 더 있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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