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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1챕터 피드백 일자는 편집부 사정상 이번주 목요일(11월 14일)까지 작성됩니다.
늦어지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드리며, 수정을 위해 3주차 마감을 다음주 월요일(11월 18일)로 연장합니다.
피드백을 받은 뒤 이미 작성된 글을 수정하셔도 무방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검토는 최종 수정 원고가 기준이 됩니다.

 
모노크롬 러버글 아크세라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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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13-11-17 23:51
 
 
 
 
 
 
 
아영의 작은 목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나래는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깊은 산중에서 호랑이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오금이 저려 움직일 수 없다고 표현한다지만, 지금 느껴지는 압박감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아하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것 같고, 당당히 눈을 마주치려 해도 몸이 그걸 거부한다. 전신의 세포가, 그 이전에 그녀가 타고 태어난 직감이 지금 당장 도망쳐. 저걸 절대로 이길 수 없어’, 라며 절규하고 있었다.
어머, 어째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하아하아.”
이쯤 되니, 나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영은 처음부터 자신들과의 정면대결 정도는 그저 놀이로 치부하고 있었다는 것을. 있는 힘껏 노력했지만, 아영은 그조차 장난치듯 상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허나,
……그래도……아무리 그래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압박감에 나래는 남은 힘을 쥐어짜며 저항했다. 이 싸움이 시작되기 전, 자신과 경환 두 사람은 저승차사로서의 이름을 걸고 선언했었다. 여기서 꼬리를 말고 도망친다면 그 이름에 먹칠을 하고 만다.
그건 이 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진 나래에게 있어선 지금의 이 절망적인 차이를 억누를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하아후우.”
…….”
압박감을 이겨내고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는 나래를 본 아영의 시선에서 슬그머니 독기가 빠져나간다. 대신, 그 자리에는 흥미의 빛의 차오르기 시작했다.
펼치고 있던 부채를 탁, 소리 나게 접은 아영은 즐거운지 미소를 지었다.
나래, 라고 했던가요? 당신 강하네요. 방금 쓰러진 이 사람보다는.”
아영이 기운을 거두자 사방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거칠어진 호흡을 달래고 있는 동안, 아영은 가슴 앞에서 팔짱을 끼더니 나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덤벼요. 앞으로 딱 한 번, 당신의 공격을 피하지 않겠어요. 어때요? 당신에게 있어서 얄미운 저에게 한 방 날릴 수 있는 기회인데.”
무슨 속셈이죠? 적에게 선공 기회를 양보하다니무시하는 겁니까?”
아니, 아니. 무시, 라기보다는 승부를 내고 싶다, 라고 해야겠죠. 나도 뭔가를 요구할 생각인데너무 일방적으로 이겨버리면 불공평하잖아요? 명색이 결투인데.”
크으…….”
누가 들어도 오만한 발언, 누가 봐도 거만한 태도. 하지만 나래는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었다. 아영의 말대로 정면싸움을 계속한다면, 자신의 필패는 확정적이었으니까.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면, 그것만큼 꼴사나운 일도 없었다.
그거 정말이지믿을 수 없는 조건이네요.”
걱정 마세요~. 만에 하나라도 제가 진다면, 얌전히 저승이던 지옥이던 가 드리겠다고 약속하죠.”
……후회할 겁니다.”
아영이 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단 한 번의 공격 뿐. 그렇다면,
이번 공격에 남은 힘을 전부 때려 넣는다!’
아영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전신의 근육을 긴장시킨다. 평소 같았으면 공격 직후의 일까지 계산하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그런 사소한 부분에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남은 힘 전부를 이번 일격에 담는 것.
갑니다.”
풀이 흔들릴 정도의 가벼운 파문을 남긴 채, 나래의 신형이 사라진다. 이번에는 놀랐는지 아영의 눈초리가 가늘어지는 순간, 이미 나래는 아영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
……?”
뒤로 젖혀진 주먹이 향하는 곳은팔짱 밑으로 드러나 있는 명치. 한순간이지만 아영이 인식하지 못할 속도를 낸 나래는 그 속도에 힘입어 아영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
트럭이 벽에 부딪히는 폭음이 울려 퍼지고 아영의 몸이 뒤로 훌쩍 날아간다. 도무지 인간이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 일격을 날린 나래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하악! 끄으으.”
전신의 근육이 한 올 한 올 뒤틀리는 감각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까부터 쌓이던 피로가 지금의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단번에 온 몸에 퍼져나간다. 난생 처음 시도한, 전력을 다한 일격이 가져온 후유증에 나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흐으으으으아파. , 그래도 이 정도라면.”
강철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한 방에 골로 갈 정도의 위력으로 명치를 때렸다. 아무리 죽음을 초월한 선인이라고는 해도 그 본질은 인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야할 터였다.
 
아야야~. 이거 더럽게 아프네. 괜히 한 대 치라고 했나봐으흑.”
 
흙먼지 속에서 걸어 나오는 아영을 본 나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간다.
말도 안 돼!’
부작용을 각오하고 날린 일격이다. 그런데 그걸 맞고도 태연하게 일어날 수 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 힘겹게 고개를 든 나래의 시야에 이질적인 광경이 들어왔다.
쓰읍아파라. ……3겹이나 작살났잖아. 복구하기 귀찮은데. .”
연신 투덜거리는 아영 주위의 허공에 금 간 유리처럼 여러 가닥의 균열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균열의 중심, 아영의 명치 부분의 허공에는주먹 하나 크기의 둥근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
, 이거? 음양오행에 의한 간이 수호결계쉽게 말하자면 방어막 비슷한 거에요. 위험하다 싶으면 날 지켜주는.”
비겁한짓을.”
너무한 소리를 하시네. 딱히 비겁한 짓을 한 기억은 없다고요?”
왜냐하면,
피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막지 않는다고는 한 적 없으니까.”
하아끄으윽.”
너무 그러지 마요. 방어막이 나타났다는 건 방금 공격에 맞았으면 나도 상당히 위험했다는 뜻이니까. 원래는 5겹이었는데, 지금은 2겹으로 줄어버려서 상당히 곤란해졌거든요. 복구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그건 그렇다 치고.”
바닥에서 원망스런 눈빛을 하고 있는 나래에게 다가간 아영은 부채를 접어 나래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이 승부, 내가 이겼다고 봐도 되는 걸까나?”
…….”
분하지만 아영의 말이 맞았다. 전력을 다한 지금, 나래 자신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인 반면 아영의 상태는 누가 봐도 멀쩡하다.
힘없이 이를 가는 나래를 보던 아영은 나래의 턱을 부채로 슬쩍 들어올렸다.
그럼 대답은 Yes, 인걸로 알고 승자로서 하나 물어보겠는데부디 솔직하게 대답해 주길 바라요.”
부채 끝에 턱이 들어올려진 채로 아영과 마주한 나래는 문득 생각했다.
이 여자의 눈, 꼭 뱀처럼 무섭다고.
동요하는 마음에 스며들 듯, 아영의 목소리가 매끄럽게 나래의 귓가에 흘러들어온다.
당신우리 현 오빠랑 무슨 관계인가요?”
……라고요?”
들은 그대로. 당신과 현 오빠의 관계를 묻는 거랍니다. 이상하게도 현 오빠 주위에는 도둑고양이가 자주 붙어있어서 곤란하거든요.”
혹시 놀리고 있는게 아닐까, 했지만 그런 것 치고 아영의 눈빛은 진지했다. 너무 진지해서 살기를 뿌리고 있는 걸로 보일 정도로.
맹수 앞의 초식동물의 감각을 느낀 나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 그저 직장 선후배 사이일 뿐, 딱히 다른 관계는 없어요.”
정말로? 오빠는 정~말 매력적인 남자라고요? 두근거리지 않는 여자는 없을 거라고 보는데?”
, 물론 동경하는 사람이지만그렇다고 남녀 사이의 관계를 맺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진짜로?”
진짜고 자시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
당황해선 입을 막았지만 이미 튀어나온 말에 당황하는 나래를 보는 아영의 눈길에서 독기가 빠져나갔다. 한참 동안 눈을 깜박이던 아영의 입 꼬리가 가늘어진다.
……헤에~?”
!! , 아니 이건 아무것도.”
그렇구나~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럼 어디보자. 혹시 그 짝사랑의 상대가 저기 널브러져 있는 저 사람이라던가?”
, 어떻게가 아니고! , 그럴 리 없잖아요!”
냐하하하하. 같은 여자끼리 숨길 필요 없는데~.”
완전히 독기가 빠져서는 쓰러진 나래를 향해 부채를 팔랑이는 아영. 삽시간에 바뀐 분위기에 당황한 나래가 멀뚱히 있으려니 따스한 바람이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 어라?”
방금 전까지 괴로울 정도로 느껴지던 피로감이 서서히 사라지는 신기한 감각에 나래의 당황스러움은 더 심해졌다. 방금 전까진 죽일 정도로 흉흉한 기세였는데, 지금 와서는 이런 온화한 기세라니.
얼마나 변덕이 심한 거야!’
어느새 통증은 전부 사라졌고, 사흘 정도는 앓아누웠어야 했을 후유증까지 말끔하게 씻겨나갔다.
멀뚱히 몸 상태를 확인하는 나래를 일으켜 세운 아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요~. 오빠에게 꼬여드는 도둑고양이인줄 알았거든요. 이거 면목 없네요.”
, 아뇨.”
사과하는 의미로 당신 짝사랑의 상대가 아니라, 파트너 분에게도 치유의 술을 걸어드렸으니 돌아가서 충분히 쉬게 하면 완전히 회복할 거에요.”
, 감사합니다.”
나래의 인사에 가볍게 손을 흔든 아영은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현에게 다가가 수십 번은 해 본 듯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그를 안아들었다.
그만 가 보도록 할게요. 제가 결투에서 이겼으니 오늘은 이걸로 물러나 주시길. 정 저를 끌고 가고 싶으시다면 다음에 또 도전하셔도 상관없고요.”
가볍게 목례를 하는 아영의 주위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그녀를 스쳐지나간 순간, 아영과 현의 모습은 공원에서 흔적도 없어 사라져 있었다.
……대체 저 사람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
그것이 나래가 아영을 향해 내린 가장 정당한 평가였다. 동경하던 선배는 저런 사람들과 항상 싸우고 있다는 걸까.
으으.”
문득 상념에 잠기려고 했지만, 옆에서 들려온 신음소리에 나래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결계가 사라진 상황. 사람들이 다시 이쪽으로 오기 전에 빨리 자리를 떠나야 했다.
반쯤 기절해 있는 경환을, 나래는 흔들어 깨웠다.
괜찮아? 정신 차려.”
으으나래야아. 괜찮?”
……하여간에. 너보단 괜찮아.”
다행이다으으.”
띄엄띄엄 돌아오는 대답에 나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돌아가면 단련이라도 다시 시켜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래의 입가에는 어느새 옅게나마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었다.
하늘은 아닌가.”
정정하자. 하늘로 착각할 정도로 리얼한 천장이었다.
그 다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침대의 푹신한 느낌과 날 덮고 있는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 거기다가 어렴풋이 달콤한 향기까지 나고 있어서 가능하다면 이대로 다시 잠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다.
잠깐 정도는 괜찮겠지?’
오전에는 시말서 쓰기, 오후에는 되도 않는 오해로 이리저리 치이다가 막판에는 후배들에게 호되게 한 방 얻어맞기까지. 그런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으니 잠깐 정도의 안락함은 만끽해도 괜찮을 거라고 본다.
자기합리화를 마친 내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방해가 들어왔다.
, 오빠. 일어나셨어요?”
…….”
매정하게도 이불을 걷어버리는 아영을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본다. 제발 조금만 쉬게 해 달란 말이다!
그런 간절한 내 시선을 받은 아영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더니,
그렇게 뜨겁게 바라보시면아이가 생겨버리는데…….”
뭐 그런 말도 안 돼는 원인결과가 있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임신이 가능했다면 인구부족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그치만그런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내 쪽에서 오빠를 덮쳐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
덮치고 나면 이런 저런 짓도 할 거고그럼 자연스럽게 아이도꺄악! 무슨 말을 하게 만드는 거에요! 야해!”
커어억!”
시원한 소리와 함께 등짝에서 흘러들어오는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멋대로 자폭해 놓고서 왜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거냐!
너어진짜!”
~. 화내면 빨리 늙어버린다구요. 우리 집에 왔으니까 좀 더 밝게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오빠.”
니가 멋대로 끌고 온 것뿐이잖아.”
그렇다. 여기는 바로 아영의 집. 몇 번 와 본적도 있고대부분이 결투에서 지고 기절한 다음 끌려온 경우긴 해도나름 익숙한 장소이기도 하다. 저승차사가 담당 영혼의 집에 익숙해졌다는 점이 참 꼴사납긴 했지만.
그래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잖아요. 너무 싫어하지 말아줘요.”
그것도 그렇긴 한데.”
, 그렇지. 저녁밥 해 놨어요. 먹고갈 거죠?”
……먹고갈게.”
그럴 줄 알았어요. 입고 있던 옷은 세탁했으니까 갈아입고 나오세요.”
아영이 방에서 나가자 힘이 쭉 빠져버렸다. 항상 결투에서 깨지고 나면 이런 식으로 먹을 거나 쉴 곳에 낚여버리니가끔씩 정신없을 때 보면 여기가 내 집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난 이 장소에 익숙해져버리고 말았다.
나도 늙었나.”
오랫동안 차사로 일하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철저함은 사라지고 감정에 흔들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외관이야 이미 영체 비스무리한 상황이니 늙지 않는다고 쳐도 정신적인 피로까지는 어쩔 수 없는게 현실.
내가 아영에게 항상 깨지는 이유는, 그런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이 장소를무의식적으로 잃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근데 걔들은 어떻게 했냐?”
걔들?”
저녁을 얻어먹고 난 후, 아영이 타온 커피를 마시며 물어보았다. 중간에 기절해버렸으니 그 뒤에 어떻게 일이 풀렸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승패야이 녀석이 여기 있는 걸 보면 그 녀석들의 패배는 확실하고.’
혹시 험하게 다루거나 하진 않았지?”
험하게 다루긴. 오히려 이쪽이 한 대 얻어맞아 줬는걸요. 그러고도 이겨버렸지만~헤헤. 그래도 놀라긴 했어요. 실력, 나쁘지 않던걸요. 특히 여자 후배 쪽이.”
아영의 대답에 내심 마음이 놓였다. 이 녀석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앞으로 그 둘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덕분에 방어막이 3개나 깨졌다고요. 언제 다 고친담.”
그 정도였어?”
에에. 이기고 난 뒤에 조금 이야기를 했을 뿐, 딱히 다른 해코지는 안 했어요. 그러니까 미워하지 말아주세요오.”
누가 미워한다고나 했냐. 다행이네, 별 일 없어서.”
만에 하나라도 그 애들한테 일이 생겼다면 나도 꽤나 곤란해 졌겠지. 중간에 있던 일을 설명하면 그럭저럭 변명거리야 되겠지만 납득할 이유가 될 거라곤 보기 힘들고.
뭣보다, 심하게 다치기라도 했으면 그 애들을 볼 면목이 없었을 거다. 그럴 경우, 책임은 인솔자로서 판단을 잘못한 나에게 있었겠지만,
별 일 없었다니 잘 된 일이지.’
안심하고 커피를 홀짝이는데 아영이 옆 자리로 달라붙어왔다. 아니완전히 밀착해왔다.
좀 떨어지지?”
부끄러워 하긴~. 속으론 좋으면서.”
안 좋아!”
넌 수치심이라는 것도 없냐! 그런 식으로 붙으면 가, 가슴이 달라붙는단 말이다! 내 이성을 날려먹을 속셈이냐!
내 마음의 혼란스러움을 까맣게 외면한 채, 아영은 한층 더 밀착도를 높이며 말했다.
그치만, 아까의 두 사람은 선배 대리로 저랑 한 판 붙은 거라고요? 두 사람 전부 저에게 패배했으니까, 이건 즉선배의 패배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름까지 걸고 덤볐다고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말이나 못하면.”
내 팔에 뺨을 부비는 아영을 보며 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결국 올 게 오고야 말았어.
그럼 인정하신 걸로 알고, ‘벌칙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벌칙.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나면 언제나 처럼 들어오는 그녀만의 요구사항이다. 그 시작은 난 지면 저승으로 가야 하는데 내가 오빠를 이기면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거잖아요? 불공평해요!’라는 아영의 생떼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3년이나 지난 지금, 이건 거의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가끔 수위가 심각하게 지나친 걸 빼면 대체적으로 건전한 단발성 부탁이라는 점이라고나 할까.
그래, 그래이번에는 뭘 해주랴? 어깨를 주물러줄까? 아니면 머리라도 쓰다듬게 해 줄까?”
크게 양보해서 목욕탕에서 등까지는 밀어 줄 용의가 있다. 물론, 눈가리개 하고.
으음~. 오빠 쪽에서 먼저 권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이번에는 2명이나 상대했으니까 좀 더 요구하고 싶어요.”
…….”
한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았다. 조금 수위가 있는 요구이려나 보다. 앞서 예상한 것처럼 목욕할 때 등 좀 밀어달라고 하려나. 혹은 목욕 시중을 들어달라고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부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라면어떻게든.’
좀 많~이 요구하고 싶은데헤헤.”
……!!”
이 녀석수위를 더 올릴 셈인가!? 참고로 지금까지의 벌칙 중 가장 심했던 수위는 날 범해주세요.’라며 속옷만 입고 달려든 날이었다. 물론, 건전한 어른인 나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거절했고, 결국 그 날은 잠들 때 까지 자장가를 불러주는 걸로 끝났다.
대체 무슨 요구를 하려고 이런 말까지 꺼내는 거냐. 내가 한껏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변명거리를 찾으려는 순간, 아영의 요구가 먼저 날아들었다.
 
이번 토요일, 저랑 하루 종일 데이트 해 주세요.”
 
 
 
 
 
+ 작가의 말 : 이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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