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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 1챕터 피드백 일자는 편집부 사정상 이번주 목요일(11월 14일)까지 작성됩니다.
늦어지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드리며, 수정을 위해 3주차 마감을 다음주 월요일(11월 18일)로 연장합니다.
피드백을 받은 뒤 이미 작성된 글을 수정하셔도 무방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검토는 최종 수정 원고가 기준이 됩니다.

 
휴가 끝의 이그나이트글 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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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벨 하운드-3-
13-11-09 23:30
 
 

  그날은 축제기간이었던 걸로 기억났다. 빛을 가로막는 천장 때문에 컴컴했던 도시가 온갖 조명으로 반짝였다. 쇼핑이나 외식,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이 그 빛을 받으며 불타고 있었다.
  조명이 내뿜는 광량을 아득히 넘어선 화염이 아케이드를 채웠다. 염마의 수확제는 멈추지 않았다. 사람에게 옮겨 붙은 저주는 절대 꺼지지 않았다. 멀쩡한 도시 가운데 인간만이 타 죽어가고 있었다.
  노인이었던 남자가 이쪽으로 손을 뻗어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점점 짧아져서 닿지 않았다. 노인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아기로, 아기에서 무로 돌아갔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몸속에서 폭주하는 힘을 느꼈다. 절규와 비명 속에서 하얀 불꽃이 점화했다.
  “이그나이트.”
 
  내가 뭘 떠올리고 있었더라? 그건 언제였지? 거긴 어디였어? 누가 있었어?
  “일어났군. 내가 누구로 보이지?”
  소독약 냄새에 질려 눈을 뜨니, 일우 형의 얼굴부터 보였다. 안경을 쓴, 무기질적인 눈이 진찰하듯 나를 응시했다.
  “그야 일우 형이죠. 그런데 갑자기 웬 병원이에요?”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통증을 느껴 들어본 왼팔이 붕대로 감겨있었다. 일우 형이 내 오른팔을 들어 링거바늘을 빼더니 침대 테이블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 위로 서류를 얹었다.
  “너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을 넘었어. 그건 기억나?”
  “네? 그랬던 것 같긴 해요.”
  일우 형 말대로 나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을 초과해 무언가를 상실했다. 그리고 이 종이는 그걸 점검하기 위해 파이어 윌에서 마련한 대처법이었다. 이그나이트를 감시하며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이걸로 업무에 필요한 부분이나 최근 몇 년 전의 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린이랑 수영시합도 했었나? 이건 모르겠고. 수학여행 가기 전에 일우 형 차에 치인 건 맞고. 축제 때 아미한테 준 선물? 맙소사, 내가 걔한테 목걸이를 사줬다고?”
  종이를 넘겨가며 하나 둘씩 체크한 결과, 내가 잃어버린 기억은 대부분 휴가 중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일상생활에는 아무 문제없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나는 사치스럽게 넓은 개인병실에 우뚝 선 세모꼴을 주시했다. 포노로 잊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휴가 중 기억이 일부 사라졌음에도 저건 잘 알고 있었다. 매일같이 본, 예의 터널에서 숙소로 삼아온 텐트였다. 로이드가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했다. 나는 방 한 구석을 차지한 그것에 손가락을 향했다.
  “쟨 뭐해요?”
  “아미라면 어제부터 이 방에 있었어. 저래도 네 얘길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왔으니까 너도 이해해라. 저래 뵈도 너 일어날 때까지 있겠다고 저런 거니까.”
  “저도 뭐라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신기해서 그래요.”
  그래도 그렇지. 간이침대가 따로 있는데, 굳이 텐트를 치고 잘 이유가 있었나 싶었다. 나는 비틀거리면서도 걸음을 옮겨 텐트를 열었다.
  “아주 잔치를 벌여라…….”
  병실 침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급 에어매트릭스 위에 과자봉지가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텐트 구석에는 어떻게 구입한 건지는 몰라도 술병이 가지런히 놓였고, 그 옆에는 게임기, 옷도 갈아입을 생각이었는지 텐트 벽에 옷도 걸어놓았다. 검은 매트 위에 달빛처럼 돋보이는 것은 아미, 가 아니라 그 주변에 어지럽게 펼쳐놓은 액세서리들이었다. 과연 아미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난장판이 눈앞에 실재했다.
  나는 텐트를 다시 닫고, 침대에 털썩 앉았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피로감이 몰려왔다. 몸에도 변화가 일어난 건지 움직이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대신 감각의 범위가 조금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버릇이었던 것처럼,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로 보폭을 재거나 신발의 종류를 파악하면서 대강 누가 지나갔는지 구분하고 있었다. 이 능력이 없었다면, 나는 사장이 오고 있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었다.
  “흠, 일어났군. 몸은 괜찮은가? 토마토는 아직 좋아하겠지?”
  “별 문제는 없는데요. 물론 식성도 문제없습니다. 대신 날이 좀 선 것 같아요.”
  사장은 테이블에 비닐봉투를 올려놓았다. 안 그래도 목이 바짝 마르던 터라 꽤 반가운 선물이었다.
  “휴가 중에 둔해진 감각이 돌아온 건가? 그건 득일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일이야. 레기온이 기록해둔 영상은 잘 봤지만, 나도 설마 그 애가 이그나이트일 줄은 몰랐어. 이것도 안타까운 일이겠지?”
  “아아, 시끄러워. 사장님 왔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아미가 텐트에서 기어 나왔다. 일어나고 시간이 좀 지난 건지 옷걸이에 걸어둔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수고했다, 아미. 의사한테 검사결과는 들었나?”
  “응, 화인이 몸에는 큰 변화가 없대. 레기온이 박살난 것 치고는 다행이지?”
  “아, 그래. 그거 어떻게 됐어? 도중에 목이 떨어지긴 했는데…….”
  적어도 병실에 레기온은 없었다. 레기온을 파손시켜놓았으니 빨리 수리해야 했다. 무리해서 이너플레임을 사용해버리면, 어떤 대가를 치를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 물건도 아니었다.
  “레기온은 예비파츠를 써서 보강했지. 이프리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걸 고칠 자가 부상이여선 어쩔 수 없잖나. 아까워도 어쩔 수 없었어. 아, 그러고 보니 예비파츠 몇 개를 사용했던데.”
  “죄송합니다. 그거 혹시 망가졌나요?”
  “복구했네.”
  그렇다는 건……. 일우 형과 아미에게 빚을 져버린 건가.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플레이트 피어스가 그렇게 터무니없는 위력을 가졌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사장님, 플레이트 피어스는 대체 뭐에요? 뭐가 번쩍하는 순간 이상한 게 날아오고, 맞으면 칼 같은 건 비교도 안 되는 파괴력에,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알려줬어야죠!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
  “진정 좀 해. 플레이트 피어스는 원거리 무기, 다시 말해 플랜트의 규칙에 어긋나는 물건이다. 무슨 원리로 만들어진 건지도 몰라. 장비 리스트에서 삭제도 안 돼서 못쓰게 해둔 건데. 설마 그걸 쓸 수 있을 거라고는 나도…….”
  비행물체가 금지된 플랜트에서 전투는 근접전 위주로 이루어진다. 이프리트의 장비도 거기에 맞춰 제작된 것이었지만, 원거리 무기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데시벨 하운드가 어떻게 플레이트 피어스를 사용할 수 있었는지, 고스트를 칭한 그놈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 둘을 해결해야만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화인이를 공격한 녀석, 대체 누구야? 설마 그 계집애야? 다음에 만나면 확…….”
  “아미는 좀 조용히 해봐. 미린이가 이그나이트면 플랜트 네 개에 세 명씩 있었으니까, 이제 열세 명인가? 아니면 고스트 놈을 포함해서 열넷?”
  그 고스트가 미린이를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놈은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낸 말로 보아, 미린이와 놈은 별개의 존재라고 추측됐다. 미린이는 녀석에게 말려든 건가, 아니면 둘이 공범인건가. 데시벨 하운드를 박살내면 그 둘은 어떻게 되는 거지?
  끝없이 팽창하던 고민은 사장의 한마디로 지워졌다.
  “열세명이다.”
  “그럼 역시 인공지능자식은 수에 포함 안 하는 거죠?”
  “안타까운 일이지. 유능하고 정든 부하를 떠나보내는 건.”
  “사장님?”
  사장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복잡한 느낌이 드는 게, 평소의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화인, 지금도 이프리트를 가동시킬 수 있겠나?”
  “물론이죠. 그걸로 먹고 살았는데.”
  “그렇다면 이것도 사용할 수도 있겠지. 언더그라운드에서 발견된 새 이프리트다. 모델명은 프리즘 드레이크. 시험해보게.”
  일우 형이 침대 밑에서 간이침대를 잡아당겼다. 아미가 텐트에서 자야 했던 이유, 그건 내가 아니라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새하얀 매트릭스 위에 지팡이가 놓여있었다. 침대길이에 맞먹을 정도로 긴 지팡이는 수정으로 된 듯 투명했다. 지팡이에 손을 댄 순간, 손이 뜨거워지는 감각을 느꼈다. 경험과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진짜 이프리트였다. 그렇다면.
  “이그나이트.”
  내가 이너플레임을 피우기만 하면, 이 녀석이 알아서 봉인해줄 터였다.
  “그런데 왜…….”
  수정 이프리트는 침묵했다. 그것을 깨울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그게 자네가 치른 대가다. 아깝지만 자네를 해고하겠다.”
  “뭔 소리야, 이 할아버지!”
  아미가 내게서 지팡이를 빼앗아 내던졌다. 로이드가 인아의 앞에서 폭주했다. 모터 타는 냄새와 함께 터지는 플래시가 위협적이었다.
  “화인이가 발화할 수 없다면 다시 가르쳐주면 되잖아!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어떻게 화인이가 해준 건 싹 잊을 수 있어?”
  “그만둬라, 아미. 사장님에게 그러면 나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흥이다. 오빠가 어쩔 건데? 오빠는 화인이가 없어도 좋다 이거야?”
  아미는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처럼 소리쳤다. 일우 형은 아미를 조용히 내려 봤다.
  “네가 여기서 난동을 부린다면, 나는 이놈을 써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겠지.”
  일우 형이 버려진 지팡이를 주웠다. 미등록 이프리트를 아무 정보 없이 쓰는 건 위험했지만, 일우 형이라면 그걸 감수하고도 남았다. 나는 두 사람 가운데 서서 아미를 막았다.
  “아미야, 너는 네가 어떻게 이너플레임을 점화하는지는 알고 하는 말이야?”
  “그거야……. 펑 하는 느낌? 아니면 활활 하면 되는 거 아냐?”
  아미는 로이드를 무르고 관자놀이를 짚었다. 자기가 말해놓고도 어처구니다 없다는 표정이었다.
  “팔을 움직이는 데 복잡한 생각이나 과정을 떠올리지는 않아. 이그나이트에게 점화능력은 그런 거니까, 잊어버리면 그걸로 끝이지.”
  나는 사원증과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사장을 포함해 세 명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시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뺨이 양초처럼 굳어서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이 경직을 녹일 불꽃은 잃어버렸다.
  “나는 파이어 윌을 그만두겠어. 이그나이트도, 이프리트도 전부.”


  일우 형이 사장을 바래다주러 갔고, 아미는 병실에 남아 나와 단 둘이 있었다. 더 이상 병실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지만, 생각을 정리할 동안 얼마든지 머물라고 사장이 배려해줬다.
  “결국은 엄청 긴 휴가를 얻어버렸나. 아니지, 이제 새 일거리 찾아야 되니까 바쁠지도.”
  “기왕 쉬는 거 나가서 놀아도 될 텐데. 백화점 세일할 텐데 이따가 갈래? 아니면 놀이동산? 레스토랑 커플쿠폰도 있는데.”
  “됐어. 대체 술 같은 건 어디서 챙겨온 거야, 넌.”
  “일우 오빠가 사줬어. 정말이지, 내 신분증이 왜 없는 언니 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야.”
  우리는 텐트 안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대체 술을 마신 게 얼마만인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 속에서 받아주지도 않았고, 나나 아미나 쌓여있는 술병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미는 달아오른 얼굴로 뚜껑을 땄다. 마시고 싶은 게 생기면 따고 보는 아미의 버릇 탓에, 반만 남은 병이 몇 개나 있었다.
  “어차피 병원인데 마시다 쓰러져도 상관없잖아. 빨리 받아.”
  “너 아까부터 나만 먹이려는 거 다 보이거든? 네가 마시자고 해놓고 뭐하는 거야.”
  그러고 보면 놀러 다닐 때마다 술은 나나 일우 형만 마셨던 게 기억났다. 아미는 실컷 판만 벌려놓았지, 본인은 몇 잔 못 마시고 퇴장한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휴가가 끝나고 이렇게 동료와 노는 건 복귀파티 이후 없었다. 아미는 그걸 생각해서 이렇게 날 위로해주는 걸지도 몰랐다.
  “하여간, 나도 때려치울까. 있던 정 다 떨어졌어. 로이드만 반납 안 해도 되면 너랑 같이 나가버리는 게 좋았을 걸.”
  “야야, 그건 아니다. 둘 다 실업자 되면 어쩌자고.”
  “그치? 너도 정 안되면 나한테 말해. 돈 빌려줄 테니까.”
  더 이상 나는 이그나이트가 아니었다. 즉, 내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파이어 윌에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벌어둔 건 있으니까 충분해. 하지만 그 전에.”
  “스톱! 너 지금 일 생각했지? 표정만 봐도 다 알거든?”
  데시벨 하운드 추적은 파이어 윌이 플랜트4 안에서 속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레기온에 기록된 영상은 마지막 부분이 누락되었다. 즉, 놈이 마지막에 내뱉은 메시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플랜트5, 내가 태어난 곳이긴 했지만 그곳을 폐쇄한 것도 나였다. 그곳과 관련된 일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야, 무슨 생각 하냐니까.”
  “아니, 이거 진짜 맛없다 싶어서.”
  “그래? 그러면.”
  슬슬 졸리던 차에 아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이건 맛있으려나?”
  그 순간, 나는 다른 의미에서 몸속에 불이 붙는 것을 느꼈다. 입술에 닿은 무언가, 무심코 만져버린 부드러운 것. 이너플레임이 되었을 때처럼 몰려오는 정보의 파도에, 나는 과부하가 걸려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어땠어? 잊고 싶지 않을 만큼 기분 좋았지?”
  아미는 내게서 조금 떨어져서,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쿡쿡 찔렀다.
  “엄청 값진 거니까 아까울 거야, 그치? 그러니까.”
  아미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아, 이 녀석 술 조금 마시고 이 지경이 된 건가? 나도 꽤 많이 마시긴 한 모양이었다. 아미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녀석의 말대로 잊어버리기엔 정말로 아까운,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절대로 싸우지 마. 일하지 마. 어차피 넌 내가 이렇게 하면 약해지잖아?”


  병원을 나왔을 땐 한밤중이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레이저 빛이 내 몸을 훑었다. 방금 있었던 일은 절대 잊어버리기 싫었다. 할 수 있다면 그 감상을 뼛속에 새겨 넣고 싶을 정도였다.
  내 기척을 읽은 경비로봇들이 날 포위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라고? 웃기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날 묶어둘 생각이었잖아, 사장님. 그런데 그거 정말 실수한 거라고요. 이그나이트가 아니어도, 이프리트를 쓸 수 없어도, 지금 난 이프리트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불붙은 감정을 몸에 품은 이프리트였다.
  [신원확인, 가화인. 경계모드를 실행합니다.]
  경비로봇이 전기충격봉을 꺼내 진압을 준비했다. 나는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팔의 붕대를 풀었다. 붕대 속에서 검은 나비가 튀어나왔고, 부목대신 접이식 낫, 라이트 시클이 들어있었다. 손잡이의 스위치를 눌러 칼날을 꺼냈다.
  아까 그 기억은 절대 잊고 싶지 않았다. 정말 기분 좋았다. 행복했다. 쓰기 아까울 정도로 소중했다. 그런 만큼.
  “이럴 때 안 쓰면 언제 쓸 수 있겠냐! 응?
  작열하는 감정을 품은 칼날이 경비로봇을 두 동강 냈다.

 
+ 작가의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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