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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신의 가호가 있길글 12월3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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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3주차)
13-06-16 23:08
 
 
 
 
  “그래서 말인데.”
  아직도 뭐가 남았어?
  “왜 그렇게 쳐다보나? 내가 자네 하소연만 들어주려고 아침부터 기다렸을 리 없잖나?”
  조금만 여유를 갖고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다만, 이미 망가진 내 정신 상태를 고려할 때 이 이상의 충격적인 말은 섭씨 100℃를 돌파한 CPU처럼 언제 폭발할 지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사장이 또 다시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사진 말고도 뭐가 더 있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지레 겁을 집어 먹고 있는데.
  “이걸 받게.”
  이사장이 열쇠와 메모지, 그리고 카드를 내밀었다.
  “이것들은 다 뭐죠?”
  열쇠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열쇠 중 하나일 뿐이었고, 메모지는 무언가 약도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 카드는 신용 카드였다.
  “앞으로 둘이서 함께 지낼 오피스텔의 열쇠와 그곳으로 가는 약도네. 카드는 린의 생활비고.”
  “앞으로… 뭐라고요?”
  “다 들어놓고 왜 모르는 척을 하나?”
  “…….”
  듣기야 들었다. 그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이미 한계점을 돌파하고 있는 뇌 상태에서 그 말을 쉽게 해석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자네, 어디 안 좋나? 얼굴이 파래졌네만.”
  “괘, 괜찮을 겁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으니까,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이사장의 말에 차라리 쉽게 망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이삿짐은 오늘 수업 중에 사람을 시켜 다 빼두도록 하겠네.”
  “…….”
  “문제 있나? ……없는 것 같아 보이는군.”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시치미를 떼다니요.
  그 일방적인 통보에 항변할 의욕은 눈곱만큼도 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지.”
  이사장이 돌아섰고.
  “자, 잠깐만요!”
  급하게 불러 세웠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음? 할 말이 남았나?”
  아무리 전황이 불리하더라도 지켜야 할 마지노선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혹시, 그 오피스텔인지 뭔지… 원룸은 아니겠죠?”
 문제는 이거다. 하다못해 방이 두 개라면 별 문제는 없을 테다.
  이사장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쯧쯧 혀를 찼다.
  “날 뭘로 보는 건가?”
  도촬 변태에 사디스트 계열의 협박범 정도? 그래도 일단은 여기선 침묵하는 게 맞겠지.
  아무튼 정색하는 모습을 보아하건데, 다행이도 내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당연히 원룸이네.”
  것 같지 않다.
  “왜, 왜왜왜왜왜왜왜요!”
  눈앞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게 분명한 침방울이 보였나 싶더니, 적지 않은 양이 이사장의 얼굴을 사정없이 폭격했고.
  “조심하게. 침이 튀잖나?”
  이사장이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내며 툴툴거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원룸이라니! 그래서야 남자 기숙사에서 둘이 살라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
  “사실 어쩔 수 없었네.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다보니 매물이 없는 게 내 탓은 아니잖나? 그래도 평수가 꽤 크니 지내기엔 부족하지 않을 거라네.”
  쿠웅.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이런 합리적인 변명이라니!
  “호, 혹시 저는 그냥 계속 기숙사에서 지내면 안 될까요?”
  말 그대로 혹시나 하고 던져본 질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사장이 흔쾌히 승낙했다.
   “어쩔 수 없지. 정 원한다면 그러게.”
  ‘설마?’
  기적이 일어났―!
  “홈페이지에 사진 게재할 때 사이즈는 어떤 게 좋겠나? 1920x1200이 무난하겠지? 요즘 쓰이는 웰페이퍼 크기일 텐데. 아니면 좀 작게 1280x960도? 둘 다 쓰는 건 어떻겠나? 그냥 해상도 별로 올리는 게 나을 듯도 한데, 자네 의견은 어떤가?”
  을 리가 없지. 암, 그렇고말고.
  설마는 설마다.
  “……조용히 린과 지내겠습니다.”
  무조건 항복.
  원자폭탄이라도 맞은 기분이다. 타협과 조건 따위는 그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었다.
  이사장이 봄날 정취에 어울리는 미소를 지었다.
  “더 물어볼 거 있나?”
  “……저승사자가 이사장님 잡으러 언제 잡으러 온다는 말은 없습니까?”
  어깨를 으쓱.
  “미안하네만, 저승사자가 날 피한다네.”
  “…….”
  왠지 진짜로 그럴 거 같아서 더 싫다.
  “아무튼, 난 슬슬 가보겠네. 자네도 교실로 돌아가 보게나.”
  쓸데없는데서 정론적인 말을 남기고 이사장이 휘적휘적 멀어져갔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건, 이런 거겠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쾌청할 뿐이었다.
  현기증이 밀려왔다. 저 하늘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높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어쩐다.”
 
 
*
 
 
  학교 안은 조용했다.
  구두를 신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화임에도 바닥을 내딛는 소리가 공허한 동굴을 통과하는 것처럼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7시 반을 조금 넘어간 시각이었다. 벌써부터 와 있는 녀석들이 이상한 걸 테다.
  예를 들어 나 같은.
  ‘뭔가 조금 슬픈데.’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괜히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다 이사장 때문이다.
  1층을 지나고, 2층을 지나, 2학년 교실이 있는 3층에 도착했다.
  반은 왼쪽 복도의 끝.
  “하아.”
  중앙 복도에 서서 크게 한 번 숨을 몰아쉬었다. 계단을 올라오느냐고 힘든 건 아니었다.
  다만, 주머니가 무거웠다. 들어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열쇠 하나, 약도 하나, 카드 하나뿐인데도.
  린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동거라니.’
  굳이 사전적 의미를 나열하지 않아도 동거란 말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그냥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것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부여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상관없잖아?’
  굳이 내가 이렇고 저렇고, 풍기문란을 넘어 결코 옳지 않을 일들을 벌일 리도 없으니까.
  정말로?
  암. 난 이성적이니까!
  정말로?
  그렇고말고. …난 이성적일 테니.
  정말로?
  …아마도. …이성적이지 않을까?
  장담했던 확신은 점점 불확신이라는 늪에 집어 삼켜져 가라앉았다.
  생각을 바꿔보았다.
  ‘혹시 린이 발 벗고 거부하면 없던 일이 되지 않을까?’
  가능성이 있는 생각이다.
  이사장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린을 태도는 전혀 딴판이었다. 하지만 이사장의 모습을 보았을 때 매사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진행하는 일에 대한 추진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큰 기대는 할 수 없을 듯했다. 아마 어떻게든지 린을 설득해낼 것이다.
  애초에 린이 그 정도로 강한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틀렸다.’
  전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린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릴 것이냐, 라는 것으로.
  ‘도대체 이걸 어떻게 알려줘야 하나.’
  보통의 여자애들이라면 잘 모르는 남자애랑 동거를 하게 된다면.
  “꺄아아아아아아악!”
  아마도 이런 비명을 내지를 테다.
  ‘응? 비명?’
  상상이라고 하기엔 비약일 만큼 생생한 소리였다.
  “살려주세요!”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다급함이 묻어나는 비명소리에 우뚝 걸음을 멈췄다.
  ‘바퀴벌레라도 나왔나?’
  오래된 학교이니 쥐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 가끔 목격도 하긴 하니까. 별로 대수로운 일은 아닐 테다.
  ‘그런데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살려달라고 하진 않잖아?’
  게다가 어째 이 비명소리, 낯익다.
  누구의 것이었나 기억을 더듬는데, 콰앙!  문이 부서져라 열리는 소리가 났고.
  “살려줘요!”
  재차 비명 소리가 이어지며 그 주인공이 나타났다.
  린이었다.
  창틈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햇살에 반짝이는 은발과 놀란 토끼처럼 크게 떠진 붉은 눈동자는 결코 다른 사람과 착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넥타이는 온데간데없고, 셔츠단추는 몇 개나 풀려서 가려져 있어야 할 그곳이 보일랑 말랑 한 아슬아슬한 모양새다. …순간적으로 시선이 특정 부위에 쏠렸던 것은 그냥 우연이다.
  그나저나.
   “왜?”
  저절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저런 몰골로 도망 나올 만한 일이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가? 라는 근원적인 데서부터 부정해야 할 것 같은 의문이 들었다. 이 아침부터 변태라도 난입한 걸까?
  ‘그럴 리가.’
  학교라는 곳은 생각 이상으로 치안이 두터운 장소다. 그럴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린과 시선이 마주쳤고.
  “시운!”
  내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마냥 헐레벌떡 달려왔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에 공포에 질린 눈망울이 사냥꾼을 마주한 사슴 같았다. 나무꾼이라도 되어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도와줘요!”
  그녀는 다시 한 번 절절함까지 묻어나는 다급한 외침과 함께 순식간에 내 몸뚱이를 벽 삼아 숨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볼 시간도 없었다.
  있었냐고 물어볼 시간도 없었다.
  “야! 린!”
  곧장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타났다.
  귀여운 단발머리에 살짝 여우상인 미소녀.
  “응? 한지우?”
  머릿속이 패닉상태로 돌입했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거냐.
  “뭐야? 이시운?”
  나를 보고는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던 건 아닌 거 같은데.
  아, 지었었지. 어제 본의 아니게 화를 냈었다.
  “저기, 안녕.”
  미안한 마음이 기포처럼 떠올랐다. 그래서 되도록 좋은 인상이길 바라며 인사를 건넸는데.
  “린, 이리 오련? 우쭈쭈.”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지나가던 개도 이것보단 많은 관심을 받을 거 같은데.
  아무튼 한지우의 관심은 오로지 린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 등 뒤를 향해 우악스럽게 손이 뻗어졌다.
  “히익!”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것 같은 비명이 들렸고, 덩달아 내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용의자가 아니라 범인인가 보다.
  여우가 사슴을 사냥하고 있었나? 이건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저기, 한지우 양?”
  “왜?”
  시큰둥하게 대답했을 뿐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쥐를 몰고 있는 고양이만큼이나 번뜩이고 있는 두 눈은 오로지 내 등 뒤를 좇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린을 등 뒤에 숨긴 채 한지우를 막아섰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비로소 린을 낚아채려는 시도가 멈췄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고친다 싶더니 성큼 다가서 얼굴을 이쪽으로 들이밀었다.
  “내가 묻고 싶은데. 너 뭐야?”
  “……뭐냐니.”
  “둘이 언제 그런 관계가 된 건데?”
  뜨끔.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계약 관계를 알고 있느냐, 라는 생각이었다.
  ‘아니. 그 쪽 관계는 아니겠지.’
  그래도 보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관계로 오해 받았다고 해도 변명은 필요했다. 확실히 남들 눈에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그냥 먼저 보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한 게 아닐까?”
  하하하 웃으며 변명해 보지만 통하지 않은 거 같다.
  한지우의 두 눈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가늘어진다 싶더니, 사정없이 내 넥타이를 낚아챘다.
  “시치미 떼는 거야?”
  “컥! 수, 숨 막히거든!”
  어떻게든지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 거 같다. 안 그러면 살해당할 지도.
  “일단 손 좀 놓고, 상황을 설명해 봐.”
  “내가 듣고 싶네!”
  한지우는 넥타이를 붙잡은 손을 놓는다 싶더니 그대로 등 뒤로 손을 뻗었다. 매의 발톱만큼이나 날카로운 그 손길은 삽시간에 린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리 와!”
  “사, 살려줘요!”
  줄 끊어진 연처럼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린의 얼굴이 울 거 같아 보였다. 아니, 뭐 설마 잡아먹기야 하겠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기엔―
 '제길.'
  어쨌든 신경 쓰인다.
  “싫다고 하잖아. 그만 두는 게 어때?”
  나름대로 기분 나쁘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고 말했는데, 한지우의 두 눈에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하게 떠올랐다.
  “내가 모를 거 같아?”
  툭 내뱉는 말에 송곳 같은 가시가 돋쳐 있었다.
  무슨 말이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멍하니 서 있으려니, 린을 붙잡고 있던 손을 풀어준다.
  자유가 된 린은 쪼르륵 달려 다시 내 등 뒤로 숨으며.
  “조, 조심하세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조심하라니. 뭘?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한지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짝다리를 짚은 채 팔짱을 낀다. 그리고 턱짓으로 이쪽을 가리키며.
  “린 바포우. 악마잖아.”
  성적표를 배분하는 교사만큼이나 담담하게 말했다.
  잠깐만.
  “……어?”
  뭐라고 했더라?
  “귀 먹었니?”
  그러니까 방금.
  악마라고 했지?
  아니…….
  잠깐만…….
  이건…….
  한지우가 린이 악마인 걸 알고 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당혹감 속에 저절로 커진 목소리에 당황할 틈도 없었다.
  한지우는 더 이상 가늘어질 수 없을 만큼 가늘어진 두 눈으로 매섭게 이쪽을 쏘아보았다.
  “멍청이.”
 
 
+ 작가의 말 : 후...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군요. 3주차는 뭔가 미흡미흡 열매를 먹고 쓴 기분(...). 아쉽아쉽. 아무튼 1챕터 끄읕...;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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