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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제10기 1챕터의 승부 원고 접수가 모두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업로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가 행해집니다.
 
거짓말쟁이의 진리 탐구글 연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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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면 삐약이
14-12-22 00:00
 
 
 집에 가는 길은 여럿이 뭉쳐 다니는 게 제일이다. 자신의 커뮤니티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것만큼 굉장한 것도 없지.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소속된 사람을 알 수 있다. 수박 겉핥기 정도. 그런 나는 몇 명이나 같이 하교하느냐고? 난 동아리가 일찍 끝나서 예외다. 유감스럽게도 같이 갈 사람은 아직도 활동 중이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가는 복도 계단을 내려갔다.
 학교 정문을 나설 때까지 마주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무리도 아니다. 그만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끝났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진리탐구회 최고잖아. 도서부? 독서토론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엔 관심 없다. 이것이 바로 자유.
 집으로 가는 길도 한산했다. 정문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길을 우회전 해서 죽 걸으면 집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기에 딱 좋은 코스다. 길을 걸으면 학교 담을 넘어선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보이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가련한 중생들도 보였다. 잘 봐라 이게 바로 도보통학이라는 거다. 뭐,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라고 꼭 도보통학을 부러워하란 법은 없지만. 버스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 보고 있는 것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가끔 버스를 타고 싶어졌다.
 바지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네 시였다. 아마 다른 동아리 활동은 늦어도 여섯 시에나 끝나지 않을까. 이거 거의 활동 안 한 거나 다름 없잖아. 정말이지 진리탐구회 최고. 집으로 가는 길에 삼각김밥을 사서 들어가도 되겠지만 지금은 당장 집에서 쉬고 싶은 기분이다. 여러모로 지쳤으니 말이다. 길을 죽 따라가면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한 번 나온다. 10m 정도 떨어져서 확인하니 신호등 안에서 검은 남자가 빨간 배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나 말고도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 학교 여학생 교복. 병아리색 머리. 아마 삐약이겠지. 삐약이는 좁은 보폭으로 총총 걸었다. 
 진짜 병아리인가 너는.
 별로 상관 안 하는 게 좋겠지. 나는 간격을 유지할 요량으로 걸음을 늦췄다. 삐약이는 횡단보도의 하얀 건반을 밟고 있었다. 잠깐 지금 빨간 불이잖아.
 엔진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응 차도 오는 것 같고.
 미쳤냐!
 나는 뜀박질로 삐약이와의 걸음을 좁혔다. 삐약이를 도와주는 히어로 역할을 떠넘기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이런 걸 떠넘기고 싶다고 내버려 두면 꿈자리가 사납겠지! 신발 밑창이 보도블럭을 때릴 때마다 발이 아파왔다.
 제길 난 운동회에서도 전력을 내지 않는 타입인데!
 삐약이가 손에 닿을 거리 만큼 가까워지자 나는 삐약이의 어깨를 잡고 횡단보도 건반 뒤로 채갔다.
 "앗!"
 삐약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성공했다. 삐약이 걸음이 느려서 망정이지... 이런 성취감 필요 없으니까 내 앞에서 위급한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
 "아, 빨간 불이었네. 도와준 건가? 고마워."
 이제 상황 파악이 됐는지. 삐약이는 걸음을 멈췄다.
 "잠이 부족해서 그만 넋놓고 걸어버렸어. 날 도와줬으니 이건 2새콤달콤 감이군."
 2새콤달콤?
 삐약이는 치마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은박지에 포장된 캐러멜을 건넸다.
 "특별히 사과 맛 두 개야. 아껴먹어."
 "고, 고마워..."
 나는 사과 맛 캐러멜 두 개를 받아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차는 천천히 오고 있었던 모양인데 조금 과민반응이 아니었을까."
 삐약이는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려 도로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경차 한 대가 저 멀리서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미칠 듯이 쪽팔리다.
 "그리고 고맙지만 이 어깨도 슬슬 놔줬으면 좋겠어."
 "아, 아. 그래!"
 나는 잡았던 삐약이의 어깨를 놓았다.
 "새콤달콤 하나 더 먹을래?"

 입 안에 사과 맛이 퍼졌다. 나는 바지주머니에 양 손을 넣고 천천히 걸었다. 삐약이가 3m 정도 앞서서 걷는 모양새였다. 삐약이는 새콤달콤을 하나 더 내 손에 쥐어준 뒤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앞장 섰다. 앞장 섰다기 보다 삐약이의 걸음이 느려서 사실 내가 더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앞서서 삐약이가 나를 보면서 걷게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같이 나란히 걷는 건 더 싫었다.
 ...내 선행 한 점의 후회도 없다!
 삐약이도 이 도로를 따라 걷는 모양이다. 빨리 방향을 틀어줬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느리게 걷고 있어야 하는 걸까. 한 걸음 걷고 1초를 센다. 다시 한 걸음 걷고 1초를 센다. 이게 삐약이의 보폭과 3m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동작이었다. 그냥 삼각 김밥을 사서 들어갈까 고민도 해봤지만 편의점은 이미 지나버렸다. 다시 돌아가서 기운을 빼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그냥 묵묵히 보도블럭 위를 걸었다.

 내가 사는 얼티메이트 빌라 근처까지 와서도 보폭 1초 세기는 계속되었다. 혹시나 드는 생각이지만... 아니겠지...
 얼티메이트 빌라는 건물 벽이 허물어져 스티로폼이 보이는 빌라였다. 괜찮은 걸까 이 빌라. 그 덕에 세는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할인은 받았다고나 할까. 괜찮겠지. 그 외에 외형적으로 특징이 될 만한 건 없었다. 그냥 성냥갑처럼 네모 반듯했다. 그야 말로 얼티메이트 평범.
 그 얼티메이트 빌라에 삐약이가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역시 혹시나 드는 생각이란 건 적중률이 굉장하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너, 걸음 엄청 느리구나?"
 삐약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뒤에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보다.
 나는 보란듯이 보폭 1초 세기를 관두고 성큼성큼 걸었다. 3m 유지가 깨지고 삐약이와 나란히 섰다.
 "너도 여기 살았어? 몰랐네."
 내 환상적인 워킹을 보고도 태연스럽게 다른 말을 꺼내다니. 굉장하구나.
 "나도 몰랐는데."
 아무래도 같은 빌라에 살고 있었나 보다. 무섭군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뒷 집에 사는 사람, 앞 집에 사는 사람 다 모르니까 근처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겠다."
 삐약이는 그렇게 말하고 빌라 입구의 유리문을 열었다. 내가 들어오도록 고정되게 활짝.
 예의가 바른 아이구나. 이 나라는 이제 젊은 새싹들에게 맡겨도 좋겠어.
 "난 집 여기니까 먼저 들어가 본다."
 난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었다. 1층의 장점이다.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지. 고통 받아라 삐약이.
 삐약이는 말 없이 손을 흔들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집이다.
 나는 가방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패대기 치고 소파 위로 누웠다. 이 편안함. 인조 가죽 소파지만 진짜 가죽 소파 보다 나은 것 같다. 물론 진짜 가죽 소파를 써본 적은 없지만. 이 푹신푹신함만이 나를 위로해줄 수 있지.
 가죽 소파 안으로 가라 앉을 것 같다. 응 여기에 알로에 주스만 있으면 그야말로 천국. 조금 더 쉬다가 편의점에 들려야겠다.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먹을 생각이었었지. 사람 맘이야 언제 바뀔 지 모르는 거니까 꼭 참치마요가 아니어도 좋겠지.
 그렇게 요란한 마음을 비우고 소파와 하나가 됐을 때였다. 나의 명상을 방해하는 소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건 무시하는 게 제일이다. 분명 방문판매원이나 종교 권유겠지. 사람이 없으면 대개 그냥 가기 마련이다. 가끔 끈질긴 녀석들도 있지만 세월 앞에 장사란 없는 법.
 초인종 소리가 한 번 더 귓가를 때렸다. 소용 없단다. 나와 소파의 합일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거든!
 "나야, 문 열어줘."
 많이 듣던 목소리가 현관문 밖에서 들렸다. 누구지 누굴까.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인터폰으로 현관문 밖의 인물을 확인했다. 잠깐 이별이야, 소파...!
 삐약이었다.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
 모르는 척 하고 싶었지만 아까 내가 집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현관문을 열었다. 삐약이가 손을 흔들어줬다.
 "잠깐 신세 좀 질게."
 그렇게 말하고 까망이는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뭐하는 거야, 너..."
 삐약이는 현관과 바로 연결된 거실 중앙에 섰다. 아직 가방도 벗지 않은 채였다.
 "정말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삐약이는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일단 고개 들고 왜 네가 여깄는지 설명해봐."
 "집 열쇠를 잃어버렸습니다!"
 삐약이는 다시 한 번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상황은 대충 파악했다. 집 열쇠를 잃어버려서 가장 가까운 내 집에 왔다 이거지.
 "나가."
 나는 지극히 당당한 요구를 내뱉었다.
 "네?"
 삐약이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 집 부모님한텐 뭐라고 설명할 거야?"
 나는 팔짱을 끼고 눈총을 쏘았다.
 "정말로 이 집에 부모님이 계셔? 이 빌라에 사는 녀석들은 대개 혼자 살잖아."
 삐약이가 소파에 누우면서 반론했다.
 자리 네 개를 다 차지했잖아 저 녀석.
 "벌써 간파당했네."
 삐약이의 말대로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돼.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여자가 있어도 될 것 같냐."
 "나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절대로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소파에 누운 사람한테 이 자세로 사과를 하자니 누가 집 주인인지 알 수가 없군.
 "괜찮아. 오후 10시에는 나갈 거니까."
 오후 10시? 제법 구체적인 시간이다.
 "그때 부모님이라도 들어 오셔?"
 삐약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알바 있어."
 "...무슨 알바?"
 "...너 이상한 생각한 거 아니야? 편의점 야간 알바거든!"
 이상한 생각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네.
 편의점 야간 알바인가. 학교에서 왜 그렇게 졸고 있었는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간다.
 "부활동 시간까지 자야 잠이 좀 깰 것 같은데 일찍 끝나버렸잖아. 그 녀석 또 중간에 억지로 깨웠고. 잠이 부족해 잠이."
 소파 위에 누운 삐약이는 기지개를 폈다.
 동아리 활동 중에 자는 사람은 당연히 깨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래서 10시까지 잘 거야? 참고로 우리 집에 밥 없어."
 "진짜? 남자 혼자 사는 집 티내는 거야?"
 소파에 누웠던 삐약이가 벌떡 일어났다.
 "시비 거냐."
 "반찬 살 돈은 있고?"
 삐약이는 소파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삼각김밥 사올 건데, 넌 돈 있냐. 생각 있으면 네 것까지 사올게. ...아니다 가위바위보 해서 지는 사람이 사오기로 하..."
 "아, 냉장고에도 먹을 게 하나도 없네. 삼각김밥 같은 거 말고 재료나 사와 요리해줄게."
 삐약이는 느린 보폭으로 어느새 쪼르르 달려갔는지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다.
 "...요리?"

 삼각김밥 보다 굉장한 게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요리다. 유감스럽게도 요리를 하지 못한 나는 삼각김밥을 주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런 내게 요리를 만들어준다고 하니 당연히 재료는 얼마든지 사와드리죠!
 
+ 작가의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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