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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비평

드래곤 카르타 1권 평

작성인 : 청아비 조회 : 7,813

이 평은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이 평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평부터 이후의 평에 언제나 들어갈 말.

스스로 느낀 생각과 문제를 그대로 말했을 뿐이기에 떳떳합니다. 누가 썼더라도 이 글을 보고 이 평을 했을 거고. 다른 이유도 아니고 책이 재밌을 것 같아서 샀습니다. 누가 뭐라고 말해도 제가 한 생각이고 제 의견을 정돈한 거니 내용적으로 오류나 반론이 있다면 모를까. 제 생각이나 느낌.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읽는 이. 쓰는 이. 모두에게 말하는 거지만 모든 평과 의견은 걸러들으셔야 합니다. 이 평에서 한 말을 남이 뭐라뭐라 한다고 취소하거나 물릴 생각은 없지만 다른 이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죠. 평가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있다면 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의견이 틀렸다는 걸 두고 말했으면 좋겠군요. 제가 언제나 글에 대해서만 언급하듯이.

혹평을 할 때만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라서 언제나 올바르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실수가 잦습니다. 이전에는 확실하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발언을 많이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혹평을 할 때든 호평을 할 때든 확실히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평을 쓰고 있고, 그 와중에서 온갖 생각과 말이 튀어나옵니다.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뱉은 말과 실수는 돌이킬 수 없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온 거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이 이후든, 혹은 지금이든 발견된다면 지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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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솔직히 이 소설은 광고를 봤을 때부터 지뢰의 기운이 풍겼습니다. 이거 살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이야기가 되기도 했고, 최근 시드노벨 신간들이 상당한 수준이었거든요. 취향은 아니었지만 은둔마왕이나 스프린티나는 그럭저럭 중간 이상은 가는 물건들이었죠. 안경전쟁은 도저히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애초에 안 샀지만....... 드래곤물은 이미 시드노벨에 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가 있는데 어떠려나. 해서 사봤습니다.

어쨌든 이 소설에 대한 기대치는 최저였습니다. 좋은 징조죠. 뭔 내용이 나와도 기대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초반부를 펼치고 난 뒤의 인상은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제 안에서 무언가 차오르는 게 느껴지더군요. 이런 감정을 느낀지 얼마나 됐을까요. 그래요. 이건 증오에요. 지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증오와 분노가 솟구칩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게 이런 거예요. 뭐 이런 글이 다 있어?

2. 개괄적인 평가

한마디로 요약할게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집니다. 너무 조악한 설명이죠? 그래서 도대체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후진지 하나하나 느낀 모든 문제점을 말해볼게요.

일단, 근래 혹평한 작품이 여러 개 있긴 합니다. 마검마탄의 사이드 스토리, 앨리스 드라이브. 하지만요. 그 때의 평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왜냐면 이 작품에 비하면 그 둘은 정말 훌륭한 책들이거든요. 제가 그 두 작품에서 느낀 건 실망이었고, 후속권을 계속 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계속 기대할 수 있었던 둘과 다르게 후속권도 안 사고 대놓고 재미없다고 한 작품도 있었어요. 절대성역의 뱀파이어라는 작품이 생각납니다.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일단 한 번 제가 그 당시 썼던 평을 보고 와주시죠. http://seednovel.com/pb/module/board/view.php?didx=557295

보셨어요? 아무튼. 실제로 절대성역을 보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럼 이렇게 비교해볼게요.

절대성역의 뱀파이어: 강대한 이능력을 가진 흡혈귀가 인간에게 지배받는 세상.
드래곤 카르타: 강대한 이능력을 가진 드래곤이 인간에게 지배받는 세상

뱀파이어: 인간은 흡혈귀를 천대하고 노예로 삼고 있다.
드래곤: 인간은 용을 천대하고 가축으로 삼고 있다.

뱀파이어: 흡혈귀는 인간의 피로 이능력을 쓴다.
드래곤: 드래곤은 인간의 피로 이능력을 쓴다.

뱀파이어: 학교에서 자신이 가진 흡혈귀를 가지고 배틀. 배틀에서 계속 이겨서 도달하는 정점의 자리에서 자신의 흡혈귀들에게 인권을 줄 수 있다.
드래곤: 학교에서 자신이 가진 용을 가지고 배틀. 주인공의 목적은 배틀에서 계속 이겨서 도달하는 정점의 자리에서 용의 권리를 신장시켜 인권을 부여할 생각.

뱀파이어: 뭐라고? 내가 우연히 구한 흡혈귀를 빼앗아가겠다고? 어쩔 수 없지. 내 흡혈귀를 걸고 배틀이다!(기억이 모호함)
드래곤: 뭐라고? 내 친구의 용을 빼앗아가겠다고? 어쩔 수 없지. 내 용을 걸고 배틀이다!

뱀파이어: 사실 주인공은 흡혈귀와 인간의 하프였던 것이다! 지는가 했으나 그 특별한 능력으로 배틀에서 이겼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마무리.
드래곤: 사실 주인공은 드래곤과 인간의 하프였던 것이다! 지는가 했으나 그 특별한 능력으로 배틀에서 이겼다! 그리고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마무리.

똑같잖아 젠자아아아아앙! 어거지로 끼워맞춘 것도 아닌데 반전을 포함한 주요 요소들이 똑같잖아요! 아니, 둘 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어요. 그러면 둘 중 하나는 출판사 선에서 컷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절대성역은 지금도 연재중인 작품이라고요.

이게 막을 수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절대성역은 기존 시드노벨의 작가가 필명을 변경하고 2015년 7월에 낸 작품. 드래곤 카르타는 2014년 공모전 입선작. 시간대가 달라서 절대성역 작가가 공모전 이전에 준비한 게 아닌 이상 절대성역 작가의 글을 컷트할 수 있었죠. 만약 그 이전에 준비했다면 드래곤 카르타를 커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두 작품을 동 시기에 공존하게 만든 겁니까?

그리고 당시의 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 절대성역의 뱀파이어를 보고 '와 이건 정말 재미없는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래곤 카르타에 비하면 절대성역은 진짜 좋은 소설입니다. 왜냐면 드래곤 카르타는 재미가 없다못해 내용적인 모순과 불합리한 스토리 등등에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절대성역은 그냥 '아....... 이거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었는데 못썼네.' 거든요. 못 쓴 거지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분노하는 것과 아쉬운 정도의 차이. 드래곤 카르타는 제 인생 최악의 라이트 노벨에 당당히 끼워넣을 수 있을 정도로 후집니다! 이 작품의 문제는 진짜 심각해요. 정상적인 부분이 도대체 뭐가 있나 싶을 정도로.

원래 평할 때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데.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짚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일러스트라도 괜찮게 붙여주는데 이 소설은 일러스트도 정말 후져요. 그림에 대해서 완전 문외한인 제 눈으로도 이 작품 일러는 못 그렸다는 걸 알겠어요. 매력을 느껴야 할 부분에서 위화감과 불쾌감이 느껴지니 말 다했죠. 하지만 그 일러스트도 이 소설의 내용이 가져다주는 불쾌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작품 본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 길게도 했습니다. 다른 유사한 작품이 있어도 시기상 표절일 수가 없으니 무슨 상관일까요? 아니면 일러스트가 별로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소설 보는데 그 둘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이제 작품 본 내용과 상관있는 내용만 말해보죠.

3. 형편없는 글솜씨

요즘 한국 라이트 노벨은 교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을를이가의에를 헷갈리고 있어요. 거기에 한글에서는 맞춤법이 틀렸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맞는 부분과, 실제로는 맞지만 한글 프로그램에서는 틀렸다고 하는 부분을 상당히 자주 실수합니다. 문체와 서술의 가독성은 그냥저냥 하위. 이건 뭐. 모두가 글을 잘 쓸 수도 없고 맞춤법을 완벽히 맞출 수도 없으니 넘어간다고 쳐요.

그런데 문장 자체는 그렇다고 쳐도 이 작품은 모자란 문장으로나마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실패했어요. 완전 에러입니다. 상황 전달이 너무 미숙해서 설명을 듣고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본문을 캡쳐해서 올려보죠.

(노엔은 중간에 이미지 삽입이 불가능해 상단에 삽입함)

자. 보세요. 무슨 상황으로 보이시나요? 제가 볼 때는요. 차를 타고 기룡모함 안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것도 수업 도중에 난입한 것 같죠? 전학생인 선우(주인공)이 나타났다는 언급도 있고. 장소를 옮겼다. 옮긴 장소는 수업 중의 강의실 내부. 라고 확실하게 명시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주인공을 끌고 온 리비아는 강의실 바닥을 내리찍고 다음 페이지에서 말합니다.

'수업을 재개한다'

어? 너 방금 왔잖아. 어이 교수양반. 방금 전에 강의하던 사람은 무시하고 왜 당신이 강의해? 왜 이전에 강의하던 사람은 언급이 없는 거야? 명백하게 이상하죠? 그런데 사실 [그 내부를 일부 개조한 강의실] 과 [-더 정확히는 수업 중인 강의실] 사이는 시간이 몇 분 정도 떨어져 있는 겁니다! 독자는 모릅니다. 왜냐면 서술로 봐서 아무리 봐도 지금 나타난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이 학생들은 전학생이 들어올 때부터 강의가 시작하고 한참 뒤까지 계속 전학생에 대해 떠들고 있던가, 아니면 그 시간 사이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야 뭐라뭐라 하는 겁니다!

뭐 좋아요. 이건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저 페이지 보세요. 맨 위에 '차 세워뒀다'라는 말 있죠? 그리고 장면이 넘어가고, 그 아래에 차를 운전하면서 그 차가 무슨 기종인지 알려주는 대목이 있어요. 그런데 이 차를 운전하는 장면이 필요한 건가요? 그냥 차 세워뒀다. 말하고 바로 강의실 장면으로 넘어가도 내용상 별 문제는 없잖아요. 왜 제가 교수의 차 기종과 주행법을 알아야 합니까? 아니, 차 세워뒀다는 말도 사실 필요 없어요. 저 이전에 10페이지 정도 차 태워주려고 기숙사로 찾아와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빼고 그냥 강의실 장면으로 넘어가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기숙사 장면에서 말하는 건 주인공과 히로인이 얼마나 끈끈한 사이인지 알려주는 것 정도인데, 이건 글 전체와 프롤로그 1페이지부터 계속 언급하고 있었거든요.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이거예요! 의미 없는 분량이 끔찍할 정도로 많습니다. 작가 후기를 보면 500페이지 소설을 이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하는데(현재 400페이지 조금 안 됨)제가 편집하면 200페이지 안으로, 혹은 300 페이지 정도로 줄이고 더 많은 내용을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10페이지 상당의 만담과 대화를 넣어요. 라이트 노벨로도 10페이지입니다. 5~6천자에 가까워요. 이걸 장면이 바뀔 때마다 한다고요. 저 위의 강의실 장면도 이미 10페이지 만담하고 넘어간 거면서 강의(설정설명)조금 하고 다시 10페이지 만담합니다. 그리고 그 거의 대부분이 무의미해보입니다. 재미도 솔직히 없어요. 설령 재밌는 내용이라도 이렇게 잦은 간격으로 많은 분량으로 쑤셔 넣으면 재밌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 만담 와중 은근히 중요한 정보를 중간중간 쑤셔 넣는데. 저는 푸아그라를 생산해야하는 거위의 심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독자를 꽁꽁 묶은 뒤 모에를 입에 처넣고 '여기 하나 내용을 넣었어! 중요한 부분이야!'하는데 이게 혀가 아니라 목구멍에 쑤셔 넣고 있으니 내용이라는 맛을 알 수가 있나!

그런 주제에 말하고 싶은 설정이나 복선은 더럽게 많아가지고 고작 1권인데, 본편에 나오진 않았으나 암시되는 히로인만 셋입니다! 모호한 것까지 합하면 넷! 그 중 몇몇은 설정집을 보고서야 겨우 존재를 제대로 인식했어요! 작중에서 뭔가 중간중간에 내용이나 설정 설명하는데 이게 무조건 중요하게 작용할 것처럼 강조하고, '난 너희들에게 미리 말했으니까 두근두근 반전을 예측해봐!' 라고 말하는 작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짜증납니다. 본편 내용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면서 왜 이렇게 대책 없이 세계관을 키우는 걸까요?

그리고 하나 더. 이 작품의 설정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저 위쪽의 페이지만 보고도 뭐라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이 학교는 얼마나 넓은 거예요? 저기 차를 탄 곳은 기숙사입니다. 그리고 시속 170km면 단순 계산으로 분당 2833.333...m를 간다고요. 10분만 가도 30km란 말입니다. 서울 시내의 가로세로 길이가 대략 그 정도에요. 그리고 저 위를 보면 빠르게 몰았다는 건지 아니면 조심스럽게 몰았다는 건지 이해도 잘 안 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커 보이는 수치를 나열할 뿐 그게 얼마나 큰 수치인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지금부턴 할 말이 진짜 많은데요. 솔직히 정돈되게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 보시는 분들도 헷갈리실 거예요. 왜냐면 구성 스토리 설정 주제 인물 등등이 완전히 얽혀서 하나를 설명하지 않으면 다른 하나를 설명할 수가 없는 상태거든요. 이상한 인물들이 이상한 설정에서 비롯된 이상한 구성의 이상한 스토리로 이상한 주제를 말하는데 표현도 이상합니다. 제가 진짜 어디서부터 말해야하는지 감이 안 잡혀요. 이 작품은 그냥 근본부터 글러먹었고, 이 작품의 문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긴 아주 힘듭니다. 전부 문제거든요. 그래도. 일단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의 설정 자체입니다.

4. 문과와 이과, 예체능과 신비학, 그리고 개연성과 합리성까지 모든 것을 능욕하는 설정.

단언하는데 이 작품 설정 고증은 개판입니다. 작가가 세계정세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수준은 제가 볼 때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사상의 위험함이 아니라,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대충 썼다는 의미에서요. 그리고 이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생물과 진화에 대한 지식수준은 포켓몬입니다. 마침 배틀 방식도 포켓몬 같죠. 진화와 생물학에 대해서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진화랑 진보와 성장과 발전의 차이를 모르고 [진화:무지 발전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데, 어차피 이런 별 볼 일 없는 작품에 확실한 고증을 제가 바라는 것도 아니니 넘어가요.

아니, 못 넘어가겠다. 대체역사는 개뿔 편의적인 역사겠죠. 국뽕을 한껏 들이켰으면서 그게 사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건지. 역사야 제가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냥 위화감만을 느끼는 정도지만, 과학 고증은 제 비루한 지식으로도 완벽히 반박할 수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됩니다. 용과 그 설정을 아예 판타지로 가거나 설명 불가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면 아무 말도 안 해요. 아니면 이세계에서 왔다고 하거나 적당히 초현실적인 설명을 붙였으면 역시 아무 말도 안 했을 겁니다.

그런데 뭐요? 공룡에서 진화한 게 드래곤이라고요? K-T 멸종을 견뎌낸 공룡의 후예다? 용의 모습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제 생각에는 현대에 아직 남아있는 공룡의 후예들을 볼 때 아닌 것 같습니다. 깃털이 나 있지도 않고, 뿔의 형상은 뿔 달린 공룡들과 비슷한 것도 아니고, 등짝에 있는 것 같은 날개는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진화됩니까? 등에 팔이 나는 발생학적 원리와 진화의 이유와 방향을 보여주는 화석증거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나요? 그걸 못 말하면 이딴 설정들은 왜 굳이 설정집에 끄적끄적해서 문과와 이과를 둘 다 돌아버리게 만드는 겁니까? 심지어 얘네들은 파충류에 속하는 생물이면서 인간하고 교배할 수도 있고 마법도 쓸 수 있고 [질량]과 부피를 조절할 수도 있고 인간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고. 장난쳐요? 이게 정말 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소설이죠. 이건 그러면 소설의 방법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소설적인 설정을 쓰는 거죠. 소설이라는 건 모든 허황된 설정을 납득시키는 면죄부가 아닙니다. 소설이라서 용서할 수 있으면 나쁜 소설. 재미없는 소설. 개연성 없는 소설 전부 지적할 수가 없겠군요. 왜냐면 소설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개연성의 부족과 오류가 무시될 테니.

고증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거나 아예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현실과의 어정쩡한 괴리는 작품성을 명백하게 해쳐요. 소설 재미의 기본인 몰입이 몇 배는 힘들어지거든요.

그래도 이것 역시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어쨌든 말마따나 소설이니까요. 작중 배경이 현실이 아님을 명확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람이 모르는 걸 가지고 타박하면 되게 나쁜 놈입니다. 작가가 모든 걸 알 수도 없을 뿐더러 모르는 게 죄는 아니니까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왜 기술명을 외치면서 싸우냐. 왜 용들은 여자밖에 안 나오냐. 등등의 이야기를 해야죠.

그러면 이 작품에서만 존재하는 모순되고 개연성 없는 설정만 가지고 따질게요. 그건 아무 문제 없겠죠. 생물학적인 문제와 현실과 어긋나는 모든 모순을 그냥 넘어가더라도 이 작품의 드래곤 설정은 그 자체로 완전 억지입니다. 도대체 드래곤은 뭐하는 애들인가요?

4-1. 이해할 수 없는 드래곤

이 작품의 용은요. 일단 애완동물~전략병기~자연재해 사이 중 어느 것 하나입니다. 뭐 좋아요. 그럴 수도 있죠. 작가가 품종과 종의 차이도 모르고, 그냥 생물학과 생태학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건 둘째치더라도 이럴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개만 해도 품종만 다르고 같은 종인데 어떤 개는 정말 작고, 어떤 개는 사람에 맞먹을 정도로 큰 애들도 있거든요. 드래곤이 그 차이가 유난히 심할 수도 있죠.

그리고 드래곤은 인간의 피를 사용하면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야생의 용들은 인간을 잡아먹어서 피를 얻고, 인간에게 사육당하는 용들은 인간이 피를 통제함으로써 길들였습니다. 뭐 이것 역시 뭐라 할 설정은 안 됩니다. 판타지니까. 일일이 코멘트 달기도 그러니 그 외에 묘사되는 특징들을 쭉 나열해보겠습니다.

분명 강력한 육체를 가지고 있어서 두뇌를 그닥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다. 인간보다 지능이 낮다.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문명적인 도구를 본래의 쓰임새대로 쓰며 문화적, 환경적 차이에 적응할 수 있음.

가축이자 소유물. 물건 취급. 권리가 없음. 그러나 인종의 하나로 취급할 수도 있을 정도로 볼 수도 있음. 그래도 인종으로 인정 안 함.

좋은 품종의 전투력은 어지간한 전략병기에 맞먹으며 임페리얼급의 최강급 품종은 전함 세 척에 맞먹는 가격. 싸서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있는 것으로 보임.

노예차별의 경우 인간이 정한 거라서 없앨 수 있었지만 인간과 용의 차이는 아무도 정하지 않아서 바꿀 수 없다.

그 외에도 되게 특징이 많지만 이것만 일단 보자고요....... 지능이 낮아서 두뇌를 발달시킬 필요성이 없다. 뭔 개소립니까. 작중 내에서 묘사되는 힘으로 보면 드래곤은 지렁이나 식물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고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인간보다 살짝 낮은 수준으로 묘사되고, 사실, 정말 낮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인간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면 지구 2위에요. 그걸 낮다고 하면 안 되죠. 지금 지능 2위로 추정되고 있는 동물들. 유인원, 코끼리, 돌고래 등등은 그들의 독자적인 언어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집단마다 다른 문화와 관습 등도 가지고 있죠. 교육하면 인간과 소통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고릴라는 컴퓨터를 배워서 그 본연의 방법대로 쓸 수 있었다고 하고 침팬지의 경우 수화를 배워서 인간과 단어일지언정 의미 있는 소통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단어와 동사를 조합해서 단답하는 정도가 한계에요. 그래서 3~4세 지능. 6~7세 지능이라고 하는 거죠.  이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간과 가장 비슷한 지능을 가진 생물들의 한계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드래곤들은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냥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사는 인간정도로 보입니다. 지적 장애인, 혹은 더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얘네들보다 확실하게 더 멍청하게 보일 거고 실제로 멍청할 겁니다. 그럼 드래곤들은 지능이 낮다고 하면 안 됩니다. 작품 내의 묘사를 볼 때 낮다고 확실하게 말할 정도로 유의미하게 낮지 않아요.

그리고 광고나 위에 캡쳐한 걸 보시면 알겠지만, 리비아라고 하는 용이 있거든요? 국가에서 훈장도 받았고 작중 배경의 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 장난합니까? 이건 광고만 본 사람들도 좀 이상하다고 지적했고 실제로 글을 본 저는 더 이상하게 느낍니다. 그 설정에 지적할 거야 많지만 이걸 지능이 모자란다고 표현해요? 용의 지위 향상을 위해 애쓰는 이 작품의 주인공조차도 지능이 낮다는 건 오해다. 라고 말하지 않아요. 지능이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다. 라고 말하지.

웃긴 건 용을 설명할 때 과거의 흑인노예 언급을 하면서 흑인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해서 지배하고 가축처럼 부려도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그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한다. 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장난치냐고요. 이건 아예 언급하면 안 됐습니다. 이 작품에서 흑인 노예는 해방하면 안 됐어요.

하지만 그래버렸습니다. 그러면 뭐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미 용을 차별하지 않아야 되는 논리가 세계 내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잖아요. '지성체니까 차별하면 안 된다.' 잘 들어봐요. 엄밀히 말해서 그 당시 세계 모두가 흑인 노예의 존재를 인정했으면 흑인은 해방되지도 않았고 딱히 해방해서 생기는 명확한 이득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지성체나 동일한 인류로 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보여주는 모습에서 지성체이자 인간이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었고, 윤리와 인권의 문제로 같은 인간이자 동등한 지성체인 흑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겁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서 흑인이 해방된 거라고요. 그러면 작중 내에서도 지성체는 존중해야한다. 는 논의가 있었던 거고. 용은 어딜 봐도 지성체입니다. 그런데도 흑인은 해방해도 되지만 용은 안 된답니다. 아무도 정하지 않은 차이 운운해서요. 전 그냥 이것에 대해서 생각을 포기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거든요.

어쨌든 악역의 경우 '노예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예에 가까운 처지의 하층민은 있기 마련이지.' 라고 말하지만 그게 용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하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용도 노예처럼 해방시키고 하층민처럼 봐야겠죠.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건 악역조차도 용이 본질적으로 동등한 인격체라는 걸 반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은 그냥 가축이다. 라는 시선을 견지했어요. 어....... 어? 잠깐. 뭔 소리야. 넌 반박해야지. 물론 말하는 걸로 보아 인종차별주의자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반박하지 않으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요? 물론 반박에 근거는 없을 겁니다. 흑인이 열등하다고 말할 근거가 전혀 없는 것처럼. 하지만 근거가 없더라도 반박해야죠. 그러면 작중의 논리가 얼마나 그릇됐는지, 모순됐는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용을 차별하는 악역이 용을 지성체라고 인정해버림으로써, 혹은 그것을 격하게 반박하지 않았음으로써, 그가 다른 인종도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이 작품은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인간과 용의 차이가 명확하고 용은 동물이고 가축에 가까운 존재다. 그 말을 이 작품은 용의 입으로, 인간의 입으로. 몇 번이고 말합니다. 마치 진리라는 듯이 말이죠. 문제는 근거가 없어요. 작중 내의 모습에서 충분히 반론됩니다. 이 작품의 드래곤은 절대 동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작중 내에서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과 비슷하나 열등한 인종을 인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라도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모순됐잖아요.

만약 인간과 용이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면 그에 대해서 설명하고 명확한 논지를 전개해야하는데 이 작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인간과 용의 차이가 독자의 시선으로 보면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작중에서 나오는 용은 인간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고, 작중 내의 사람들도 그건 마찬가지일 텐데 이게 어디서 어떻게 틀어진 건지 전 모릅니다. 용이 지성이 낮아보여서, 열등해보여서 차별한다. 라는 것이 이 세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라면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에선 흑인 노예를 해방해선 안 됐습니다. 왜냐면 당시 세계에선 흑인이 문화도 없고 문명도 이루지 못하는 인간보다 낮은 종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흑인 노예를 해방하면 도대체 용은 뭐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모르겠습니다. 요컨대 단지 윤리적인 이유만으로 흑인 노예를 해방한 건 아니었습니다. 모든 흑인차별주의자들이 진심으로 흑인이 열등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요. 노예는 나름대로 먹고 재우고 삶 자체를 책임져야하는 등의 불편이 있어서 그냥 말 잘 알아듣고 성실한 일꾼을 고용하는 게 나았던 국가들은 흑인이 열등하다고 생각하건 말건 노예를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흑인 내지 다른 하층민들을 어느 정도 존중하는 척하는 교활한 방법으로 그들을 자기가 노예인지도 모르는 노예로 만들었죠. 거꾸로 노예를 쓸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흑인이 인간이라는 걸 알아도 굳이 인간이 아니라고 무시하면서 노예로 부렸습니다. 도덕과 윤리보다 이득을 중하게 여기는 시기가 분명 세계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덕과 윤리를 넘어서 용을 노예취급하면서 부릴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아닙니다.

용은 작중 내에서 병기와 재해에 준하는 취급입니다. 용을 키우는 기룡사들은 용을 무기로 쓰고 있는 거죠. 인간과 거의 흡사한 지능을 가진 강한 생물이잖아요? 그러니 길들여서 가축이자 전쟁병기로 키우는 겁니다. 뭐 여기서 말하듯이 노예. 혹은 그 이하.

그런데요. 현실의 역사를 쭉 보죠. 역사에서 노예 계급이 전쟁에 나선 경우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노예 계급이 주력 군인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노예가 전쟁에서 이기면 해방입니다. 당연하죠. 그런 보상이 없으면 싸울 이유가 없으니, 안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반란이 일어납니다. 칼 잡은 놈들을 어떻게 뭐라고 해요? 그래서 하층민, 2등 시민, 노예 등을 군사 계급으로 쓴 나라는 결과적으로 노예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그 계급 자체가 특권층이 되거나, 아니면 반란이 일어나서 망했습니다. 이건 너무나도 자명한 역사적 귀결이에요.

그런데 이 작품의 용은 노예 용병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데 오히려 아주 낮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용을 완벽히 통제하는 방법이 있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용들이 인간한테 심한 대접을 받으며 견딜 이유가 없습니다. 판타지적인 설정을 좀 더 넣어서 용이 인간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없습니다. 설정집을 봐도 본문을 봐도 모든 용이 반란을 일으켰을 시, 혹은 반항했을 시 이걸 막을 수단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있지만 언급을 안 했을 뿐인 것도 묘사로 볼 때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세계의 이상함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게 프롤로그입니다. 배를 해룡이 공격하는 걸로 시작하는데 승객들이 강한 용이 배를 공격해도 별로 불안해하지 않아요. 설령 용을 통제할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습격한 이 용은 야생동물이고 지금 당장 쟤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명백히 이상하지 않아요? 아무리 노예 천민 취급을 해도 걔가 총들고 자길 겨누면 안 두려워합니까? 맹수 조련사도 야생의 맹수를 만나면 그 힘을 알고 있으니 괜히 뭐라 하는 대신 그냥 내뺄 겁니다.

딱히 그 이전에 승객이 심하게 불안했다거나 걱정했다는 묘사도 없습니다. 뭐죠.......? 용이 강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고, 그게 지금 자신들을 잡아먹으러 오는데 왜 걱정도 불안도 없죠? 주인공 없었으면 얘네들은 진짜로 다 죽었을 거면서 왜 늦게 나타난 주인공과 용에게 모멸하는 시선만을 보내죠? 겨우 살은 것에 안도하면서 분풀이하듯이 모멸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작중 설정으로 보면 용이 피가 없으면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설마 이게 통제하는 방법이랍시고 쓴 건 아니겠죠. 그러면 피 한 번 받아먹고 그냥 반란 일으키면 됩니다. 그리고 야생 용처럼 인간을 죽이고 죽여서 계속 피를 받으면 돼요. 당연히 그럽니다. 동물도 그래요. 어떤 생물이든 자신을 학대한 존재를 죽일 기회가 생기면 죽입니다. 설마 그러지 않아서 용을 멍청하다고 부르는 건가요? 아니라고 믿을게요. 이건 생존권과 본능의 문제고. 멍청하다는 건 빈약한 논리와 본능으로 움직인다는 거지 모순된 논리를 그냥 납득하고 믿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본능을 따지는 생물이면 푸대접받을 경우 목숨이고 뭐고 너부터 찢어죽여야겠다. 그러는데 안 그래요. 용의 힘이 생각보다 약하다면, 인간 개인보단 강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닙니다. 작중 내에서 용이 명백하게 인간보다 강하고, 현대병기 대신으로 쓰일 정도로 강합니다. 그러면 이 작품의 구도는 거꾸로 되야 합니다. 용은 특급, 특등 시민이고 인간이 오히려 노예 취급이어야해요. 드래곤X프린세스X블레이드 처럼? 그게 아니면 용을 확실하게 통제할 모종의 방법이 있어야겠죠. 채찍이든 당근이든. 근데 없어요. 합리적인 설명, 설정은 아무리 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이 필요한 모든 부분을 감정론과 과격한 표현. ------ 선을 그으며 문장 하나 쓰고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걸로 때웁니다.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아무리 강하게 강조해도 독자는 용을 차별해야 하는 이유를 공감할 수 없어요. 애초에 훈장받은 드래곤 교수도 있는데 한쪽에선 노예라고 하고, 용의 지위가 되게 혼란스럽잖아요. 차별해야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차별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용이 정말로 지능이 낮은 건지. 아니면 등장인물들이 지능이 낮은 건지. 아니면, 이 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지능이 낮은 걸 수도 있겠죠. 누구 하나는 낮을 겁니다.

용의 지위와 인권은 지능 부분을 제외하고도 혼란스럽습니다. 가축이자 노예. 소유물이자 재산 취급....... 정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에요. 작중에서 용은 가축이나 소유물이 아닙니다. 에? 무슨 소리야. 명백하게 작중에서 그렇다고 말하잖아? 몇 번이나 강조하고 피눈물을 흘려가면서! 아니에요. 이건 가축이나 소유물의 대접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도 아닙니다. 이 작품의 용은 작가의 편의적인 스토리 전개를 위한 제물이고, 그로 인해서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속성을 지니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5. 이해가 안 되는 스토리

절대성역의 뱀파이어는 스토리를 보고 이게 노잼이다. 위기감도 잘 모르겠고 솔직히 안 와 닿는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잘 썼으면 좋을 수도 있었거든요? 근데 이 작품의 스토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잘 써도 근본적인 부분에서 글러먹었어요.

메인 갈등은 이겁니다. 책의 1/5쯤에서 주인공의 목적이 밝혀집니다. 강한 기룡사(포켓몬 트레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창 11개(뱃지)를 모으면 드라큘라(포켓몬 마스터)라는 자리에 도전할 수 있고, 드라큘라가 되면 세계 의회에 국가와 동급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학교에 와서 창을 모아, 드라큘라에 도전해 용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거죠. 하지만 1권의 갈등은 그것과 별 상관없고요.

표지에 보이는 금발 히로인의 가문은 임페리얼급의 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중 최고 등급의 용이죠. 이 가문이 원래 프랑스에 있다가 대혁명으로 인해 영국으로 망명했고, 망명의 대가로 이 용의 교미 계약을 맺어서 용의 종자를 제공하고 영국에서 한 자리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이 중국과 전쟁하느라 이 품종의 용을 많이 잃어버렸고 마지막 하나 남은 금발 히로인의 어린 용을 다시 종마? 종용? 으로 쓰려고 해서 이 모든 사단이 일어나게 된 겁니다. 작중에서는 세련된 표현 대신 씨받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쓰는데, 순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노력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설마 굳이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 독자를 흥분하게 만들 작정으로 썼겠습니까.

그래서 하나 남은 임페리얼급 용을 기존의 계약에 따라서 영국의 귀족 가문은 받아가려고 합니다. 뭐 어쩌겠어요. 이제 영국에 딱 하나 남은 임페리얼 품종인데. 이렇게 좋은 걸 그냥 잃어버릴 수야 없지요. 그렇지만, 이 용을 아끼고 사랑한 금발 히로인은 거부. 저쪽은 계약서를 들이밀고 용을 뜯어갈 수도 있었어요. 그 계약에 따라서 타국의 몰락한 망명귀족에게 부와 명예를 준 거니까. 그렇지만 그들은 굳이 번거롭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벌여서 용을 뜯어갑니다. 순순히 납득하고 양보할 명분을 준 거죠. 그래서 히로인은 용을 뜯기고 자신의 용을 잃어버린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걸 2번이나 훔쳐갑니다.

네. 작중 내에서 6,550,000파운드의 전함 세 척에 맞먹고 확실하게 군사병기인 용을 훔쳐가요. 불쌍하니깐. 원래 내 용이었으니깐....... 그리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유유자적 걔와 함께 놀아요. 그게 초반부에 이 금발머리가 주인공과 만나게 된 이유이자 사건입니다. 그리고 히로인은 그게 문제가 되서 '고작' 퇴학 위기를 격게 됩니다. 아니 뭐. 사실 훔쳐간 이유는 있었습니다. 왜냐면 그 용 주인이 무지 사디스트라 용을 고문하는 게 취미거든요. 그래서 이 용도 망치 채찍 칼 등으로 되게 고문한 흔적이 많이 남았고, 어쨌든 이 어린 용은 이 사디스트한테 잡혀서 이제 몇 십년간 몸 망가질 때까지 계속 알을 낳아야 합니다. 역시 씨받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쓰고 있죠. 어쨌든.

금발 히로인은 2번이나 훔치고도 정신을 못 차려서 세 번째 훔치러 갑니다. 그런데 중대한 국가재산치고 보안이 너무 열악한 거 아닙니까? 금발 히로인이야 이 세 번째 말고는 딱히 악의는 없었다지만 다른 나라들이 이렇게 하면 어쩌려고요? 어쨌든 거기서 기다리던 악역에게 딱 걸렸어요. 여기서 악역은 니가 또 이럴 줄 알았다. 하면서 재판에 넘겨서 공적으로 사형시키는 대신 자체적으로 심판하려 합니다. 가문을 멸문시키고 임자 없는 용을 그냥 뺏어가는 대신 죄 없는 가문에겐 계속 돈과 명예를 남겨주고 끔찍한 배반을 한 당사자의 목숨 하나로 봐주려고 하는 거죠. 영국 신사다운 세련된 처사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정당하고도 합리적이며 논리적이고 명문도 확실한데다가 자기 재산을 도난당한 피해자에 불과하며 세상의 보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악역을 세상 모든 사람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마 용서할 수가 없어서 그에게 공방전을 신청하고, 그의 용을 두들겨 패서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이깁니다.

공방전에서 승리하면 용이나 창. 여기선 용을 받기로 했는데, 악역은 어쩌겠어요. 이 용이 없으면 영국의 전력이 급감할 텐데. 그래서 자신이 하사받은 창을 넘겨줍니다. 그리고 친밀도 낮은 금발 히로인의 용과 부상당한 용밖에 없는 악역에게 주인공은 다시 싸움을 걸어서 금발 히로인의 용을 마저 뜯어갑니다. 차라리 그럴 거면요. 얘가 가진 모든 용을 뜯을 수도 있지 않나요? 얘한테 학대받고 고문당해서 억지로 싸워야 하는 처지의 용은 아무 상관없으니 포켓몬 배틀에서 두들겨 패서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도 되고 자기한테 가랑이를 벌린 예쁜 금발 히로인의 용과 원래 자기 목적이었던 창만 중요하다 이거지? 예 뭐 사람은 이기적이기 마련이죠. 애초에 주인공이 용의 권리를 신장시키려는 목적도 자기 용과 띵가띵가 놀려는 게 목적이고.

악역은 그래서 그 승부 자체의 정당성 부족을 예로 들어서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워서 승부를 무효로 만들고 폭행 행위가 있었다고 고발합니다. 어차피 자기 나라 학교겠다. 국익을 위한 일이겠다. 학교의 치안기관이 자기편인 거죠. 그리고 당시의 입회인이자 분명 증인이 될 터인 금발 히로인을 납치합니다. 정당성 부족으로 협박하려면 좀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요컨대, 이 용이 얼마나 합당한 계약으로 자신에게 주어졌는가. 라던가요. 아니면 그냥 법적이고 외교적인 문제로 넘어갔겠다. 납치하고 숨으면 됐을 텐데. 그렇지만 굳이 좋은 장소에서 기다려 주인공의 용이 하프라는 비밀을 깨달았다고 밝히고 그걸 가지고 협박합니다. 나랑 한 번 더 싸우자! 어. 용이나 창을 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약점 잡아서 그걸 이용하는 것도 아니라 한 번 더 싸우자고? 역시 영국 신사. 승부는 승부라는 건가. 비밀을 가지고 협박은 해도 어디까지나 승부로 잃은 건 승부를 해서 받아가겠다는 건가.

그래서 악역은 이겼습니다! 용 하나는 전투불능 상태까지 주인공한테 두들겨 맞아서 멀쩡한 건 한 마리밖에 없었지만 그 빈사 상태의 용을 다시 꺼내 적이 포켓몬 하나로 싸울 때 두 놈으로 싸운 겁니다. 이것이 작중 묘사로 볼 때 규정상 문제는 없는 걸로 보입니다. 주인공이 용을 그렇게 막 부려도 되냐는 것만 뭐라고 하고 그게 룰 위반이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보면. 그런데 어. 주인공도 용이었네요. 얘도 하프였어요. 그래서 주인공한테 겁나 두들겨 맞습니다. 포켓몬만 트레이닝 하는 줄 알았는데 지 몸도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던 거죠. 듀얼리스트가 아니라 리얼리스트였다는 반전.

이건 공방전도 아니에요. 주인공의 분풀이죠. 악역이 이긴 방법이 좀 비열하긴 해도 어쨌든 규정상 이긴 건 이긴 건데 저쪽이 승부를 불복하고 덤벼드는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한테 맞아 죽기 직전까지 몰립니다. 인간이 용을 어떻게 이겨요? 진짜 죽을 수 있었는데 주인공이 그냥 참아서 그냥 세게 두들겨 맞는 것 정도로 넘어갑니다. 악역은 주인공의 비밀이 하나 더 밝혀졌겠다. 완전 불합리한 폭력도 당했겠다. 타지의 황자가 감히 세계 1위의 대국의 나라에 와서 죄없는 귀족을 폭행하고 정당한 계약으로 획득한 국가 재산을 빼돌린 걸 문제삼아 협박하는 대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순순히 물러나고, 임페리얼급 용을 무력하게 빼앗긴 것과 창을 빼앗긴 것 전부를 스스로 책임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긴 논란과 문제는 아까 말했던 용 교수가 해결하죠. 아까 전의 수사와 고발 등등은 전부 사라지고 해피엔딩.

5-1. 정당성 비판.

딱 보면 알겠죠. 악역이 금발 히로인한테 '넌 정당한 계약으로 받은 용을 3번이나 훔치고 외부로 유출하려고 한 은혜도 모르는 배신자 같은 년이다.' 운운하는데, 전 얘 말에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악역의 명분과 논리는 완전 철벽이에요. 거기에 더해서 악역이 정당하게 용을 받을 방법이 얼핏 생각해봐도 3개는 나오는데 하나도 안 합니다. 왜 안 하죠?

심지어 작중에서 악역은 시종일관 존댓말로 대하고 비꼬고 사악한 발언을 할지언정 최소한의 예의를 잃지 않아요. 승부의 결과도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근데 주인공은 반말 찍찍 싸면서 대화합니다. 그리고 승부에 불복하고 당사자를 두들겨 패죠.

위 스토리를 보세요. 이 스토리에서 만약 악역이 고문을 안 하는 녀석이었으면, 자기 용을 험하게 다루지 않고 그냥 쓸 만한 전투병기로 취급하면서 인간과 나라의 이득만을 좇는 타입의 조금 덜 나쁜 악역이기만해도 주인공이 정말 나쁜 놈이 됩니다. 아니, 지금의 상태여도 마찬가지에요. 악역이 용을 고문하고 사람을 죽이고 강간하려하는 그런 사악한 새끼인 지금의 상태라도 이 녀석이 가진 명분이라는 것이 1회용의 저급한 악역이라곤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해 주인공은 아무 반박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반박하는 대신 그냥 소리 빽빽 지르면서 두들겨 팰 수밖에 없었던 거죠.

완전 실수했어요. 이런 스토리에선 이 악역을 좋은 녀석으로 만들수록 가치가 올라갑니다. 악역이 인간도 아닌 용에게도 나름대로 신사적으로 대하는 영국 신사지만 국익을 위해서 대외적으로 차별을 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요? [국익을 위해서 용의 차별은 어쩔 수 없다. 내 능력으론 개인적으로 좋게 대해주는 게 한계다.] 그렇게 말하는 악역에게 주인공은 [그것이 옳지 않다! 그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기위안이자 기만이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신념 대 신념의 대결이죠. 이런 스토리에서 악역은 절대 사악하고 나쁜 녀석이 아니에요. 현 체제를 대변하는 다른 정의이자 정론인 거죠. 주인공은 반기를 든 모반자지만, 결국 이겨나가서 세계를 바꿔나가는 겁니다. 현실의 모든 차별철폐 운동이 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악역의 논리가 완벽한 걸 작가 스스로 뚫을 수가 없어서 악역을 사디스트에 이상성욕자 인종차별주의자 등등으로 만들고 그게 나쁘니까 악역은 좀 맞아야 한다고 맞아야 하는 이유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얘야 뭐 실제로 나쁜 놈이라서 개인적으로 맞았다고 쳐도 영국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하죠? 용 하나 때문에 사이도 안 좋은 타국의 망명귀족 받아들이고 귀한 대접 해준 건데 그 놈이 갑자기 용을 안 내놓겠다고 하고, 가능한 신사적인 수단으로 돌려받으려고 하는데 몇 번이나 도난당하고, 심지어는 먼 나라에서 온 동양 황자에게 갑자기 담당 책임자가 두들겨 맞고 용과 창을 뺏겼데요. 대체가 불가능한 이 시대 최고의 전력을 먼 나라의 황자가 명분도 없이 깽판부린 것 때문에 잃어버렸습니다. 이거 외교적으로 뭐 문제 안 되나요? 진짜로? 그게 진짜 여기의 훈장 받은 노예일 뿐인 드래곤 교수 하나의 말로 어떻게 돼요?

그래도, 악역이 인성적으로 문제 있는 사디스트 새끼니까 상관없지 않아......? 라고 하면 안 됩니다. 왜냐면, 악역이 사디스트에 용을 고문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5-2. 모순 비판

감정론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저 스토리는 완전 에러입니다. 간단하게 말할게요...... 과거에 말이죠. 군마를 고문하는 마굿간지기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군마가 가축이라서 되게 푸대접하고 천대했을까요? 거기에, 만약 그게 천리마였다? 희대의 명마이자 군주가 탈 말. 아니면 정예병의 명마들이었다? 그딴 짓을 하는 새끼는 가문이 멸족당하고 무덤까지 파헤쳐서 본보기로 효시당할 겁니다.

당연하잖아요. 말은 최고의 군수물자고, 군대의 전투력과 가장 관계있는 최고의 동물이었습니다. 말의 유용성은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다만 기술이 발전해서 현대병기가 그것을 대체했기에 말의 지위가 낮아진 거죠. 그래도 말은 되게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엄청나게 좋고 쓸모 있는 동물이거든요.

진짜 가축인 말도 그런데 이 작품의 용은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재산입니다. 말이 과거의 탱크이자 자동차이자 유사시 식량이자....... 그 모든 것이었다면, 이 작품의 용은 현실의 미사일과 공군을 대체합니다. 거기에 육군 해군 전부도 포함.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도태된 말과는 비교도 안 돼요. 그런데 감히 그런 귀중한 용을 고문한다고? 고문? 진짜로? 이 악역이 그걸 하면서도 뭐라 하는 애들이 하나도 없어요? 기존의 용학을 놀랍도록 뛰어난 수준으로 발전시켜 영국을 세계 제일의 강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최고 명가의 분가 자제라는 놈이 생물은 다치면 전투력이 급감한다는 단순한 사실도 모릅니까? 실제로 작중에서 고문당한 용은 전투력이 낮아졌습니다. 용이 만약 재생력이 아주 특출난 생물이라도 그런 짓은 거의 안 할 텐데 심지어 용이 재생력이 뛰어나다는 묘사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어요.

고문할 리가 없어요. 당연하잖아요. 자기 재산이잖아요. 병기이자 국가의 군사력 그 자체잖아요. 역사상 가축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재산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재산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보다 더 좋은 재산이 있다면, 인간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노예! 근데 이 작품은 가축과 노예를 놀랍도록 폄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드래곤은 가축도 노예도 아니라 그보다 못하고 아무 이유 없이 차별받는 무엇입니다. 포르노나, 고문 포르노의 그 무언가.

과거에 흑인 노예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것도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흑인을 일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학대라는 건 되게 힘들고 인부를 성실하게 일하게 하기 힘든 방법입니다. 그리고 학대해서 죽거나 다치면 능률이 더 떨어지니 사실상 노예를 계속 소모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죠. 사실 그냥 성실한 일꾼에게 봉급 주고 일 시켜도 돼요. 그렇지만 굳이 학대하고 고문하면서 노예를 쓰는 사례도 분명히 있었죠. 왜냐면 그게 오히려 싸게 먹히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생판 모르는 남 잡아와서 착취할 정도로 노동력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렇게 노동력이 궁하지 않았던 조선은 노비가 재산을 가지기도 했고 아주 천민 취급은 아니었습니다. 딱히 도덕적인 논란이 없었어도 전 세계에서 노예해방정책은 많이 이뤄진 일이에요. 여러 정치적, 실질적 이유로 말이죠.

근데 이 작품은 드래곤을 왜 이렇게 차별하고 혐오하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이해를 못하겠어요. 여기의 악역을 사디스트에 이상성욕자로 만들고 싶었다면 용을 사랑하는 이상성욕자이자 자신의 귀하고 사랑스러운 용 건드리는 새끼를 무자비하게 고문하는 녀석이어야 타당합니다. 당연하잖아요. 도대체 용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죠? 나 대신 싸워주고, 예쁘고, 말도 통하고 힘도 세고 마법적인 능력도 있고. 이렇게 대단하고 쓸모가 많은데 세계적으로 용을 싫어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노예는커녕 어지간한 인간보다 훨씬 더 좋은 대접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요! 당연히 용을 고문하고 푸대접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됩니다. 설령 그러더라도 일부만 그래야죠. 동양과 한국에선 윤회 사상도 있었고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연의 일부라는 사상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용을 똑같이 차별하고 푸대접합니다. 이건 뭐죠? 국뽕을 빤 줄 알았는데 국까였나요? 왜 거의 접촉할 기회도 없었던 모든 나라의 사상이 똑같습니까?

이 세계관을 가지고 차별을 말하고 싶었으면 오히려 강한 용 때문에 인간이 차별받는 세상으로 만들었어야죠. 용을 지탱하는 인간의 피는 흑인 노예한테서 뽑아내서 용에게 갖다 바치고요. 주인공은 '노예라고 용의 식사로 취급받는 건 말이 안 돼. 열등한 인종이라는 편견으로 같은 인간이 용의 식사가 되는 건 참을 수 없어! 용은 단순히 인간을 잡아먹고 파괴만 하는 살육병기일 뿐이야!' 하는 스토리도 충분히 가능했잖아요. 인종문제로 하기 싫으면 돈이 없어서 용의 먹이로 팔려가는 소녀들을 소재로 써도 되고요. 침략당한 식민지인이라서 용의 먹잇감 취급이라는 설명도 가능했습니다. 강한 용을 차별한다는 억지 설정을 쓰는 대신 말입니다.

거기에 또 말하죠. 어떻게 드래곤을 고문할 수 있습니까? 앞에서 말한 것과는 달라요. 도덕적이고 실질적인 이득 문제가 아니에요. 용은요. 작중 내에서 전함의 포탑 맞고 버티는 애들이라고요. 그런데 망치 채찍 칼 그런 걸로 고문이 가능하다고요? 아....... 피를 안 마시면 그냥 인간 소녀와 똑같다? 그러면 어떤 미친놈이 인간 모습의 용에게 그냥 총알 박고 튀면 어쩝니까? 아니면,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임페리얼 품종의 특급 용! 전함 세 척에 맞먹는 최고급 전투병기! 쾅! 아 미안. 차로 치었네요. 사망.

이런 상황이 되면 어쩔 건데요! 그렇다면 전 아주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 이상 폴리모프를 시키지 않을 겁니다. 피를 계속 먹여서 힘을 유지하고 오로지 강한 용의 모습으로만 데리고 다니고 싶어요.

놀랍지만 아직도 이 부분에서 할 말이 많습니다. 드래곤 관련 설정은 모든 게 말이 안 되거든요. 작중에서 정당하게 용을 받은 것이 되게 비참한 상황이라고 독자가 착각하게 하기 위해서 용의 새로운 주인을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도 곧 배제될 사디스트로 만드는 것을 했을 뿐더러 그 이후의 대접도 아주 절망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유일한 임페리얼 핏줄인 그 용 소녀가 어린 몸으로 다 큰 수컷 용들에게 범해지고 평생동안 알 낳는 씨받이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불쌍하다는 감정론이죠.

일단 작중에서 명백히 성적으로 성숙해서 임신도 할 수 있다고 표현되는 용 개체를 단순히 어린 소녀라고 보는 이 시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이 작가의 생물학 소양이 몹시 부족하다는 걸로 넘어갑시다. 그리고 작중 묘사상 머리 위에 올릴 정도로 작은 용을 성체로 보는 세계관 역시 무시하자고요.

또한, 참혹한 대접을 설명하면서 그 어미는 40번 임신하고 28번 유산했다는 말을 했는데. 일단 그렇게 귀한 용의 알이자 미래의 군사력인 용이 유산되면 책임자는 모가지당하는 건 너무 당연하죠? 그런데 넘어가죠. 그리고 영아 사망도 아니라 유산이라는 것도 완전 억지고. 임신 기간이 긴 최고포식자의 70%나 되는 유산 비율도 터무니없는 억지고, 그 40번의 임신을 위해 수천 번 범해져야 했다는 것도 성교 후 임신률이 아주 낮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설정을 붙여서야 가능한 거라는 것. 도 너무 당연하게 지적할 수 있지만 그것도 넘어가죠. 그리고 현대에서 경주마조차도 은퇴하면 유유자적 좋은 삶을 보내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살려서 종마로 쓰는데 하나밖에 남지 않은 귀한 핏줄의 용의 대접과 산후조리가 심각하게 문제 있다는 것. 역시 너무 당연하게 지적할 수 있지만 넘어가요.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핏줄의 암컷 용....... 이라면 결국 맺어지는 용들은 전부 다른 품종일테니 결국 그 귀한 임페리얼급 품종이 아니라 잡종이 나오게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사실 잡종이 순혈종보다 몇 배는 강인하지 않나? 이것 역시 넘어가자고요.

는 개뿔. 당연히 다 못 넘어갑니다. 명백히 자극적인 상황전개를 위한 억지이자 모순이죠. 그런데 사실 전 다른 부분에 더 주목하고 싶습니다. [다 큰 용에게 범해질 어린 소녀 용] 이라는 묘사 자체가 얼마나 편파적이고 괴상한지 알겠어요? 자기 손녀뻘보다도 어린 소녀를 상대로 노구를 이끌고 정력을 쏟아가며 교미해야 할 용들은 뭐 안 불쌍합니까? 인간 기준으로는 어린 10살이지만 작중 세계관에서는 성체에 임신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으로 성숙했으며 본능을 주로 따라서 대체로 성욕이 몹시 왕성한 젊은 용이 매일매일 교미하는 것은 너무 불쌍하고, 작중 내에서 나이가 들면 성욕이 줄어들고 발정기도 적게 온다고 명백하게 설정된 용들이 늙은 몸으로 억지로 교미하는 건 하나도 안 불쌍하며 그 용들은 발정난 소아성애자에 불과한 사악한 놈들이다? 걔네들도 억지로 교미하는 건데? 대단한 논리 납셨군요. 설마 늙은 용들은 교미 작업에 안 쓴다고 하진 않겠죠? 어린 용도 막 굴리는 세계관인데.

이렇게 용 관련 설정을 쭉 보면 문제가 어디서 왔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은 작가가 본질적으로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양립시켰죠. 강한 용. 어리고 연약한 소녀. 그리고 천대받는 노예. 군사병기. 이건 같은 개념에 존재할 수가 없어요.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해요. 아니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준비하던가요. 그런데 작가는 억지로 합치려다가 완전히 자기모순에 빠져서 작품을 망가트렸습니다.

물론, 다 큰 용에게 범해질 어린 소녀 용이라는 이게...... 어떻게 보면 정말로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사실 인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도 엄밀히 말해서 임신이 가능하지만 성인과 성교하는 것이 심하게 부담이 될 것은 사실일 겁니다. 좀 더 성장한 다음 해야 해요. 하지만요. 솔직히 다른 종의 다른 생물인데 왜 필요한 때만 인간의 기준을 적용했다가 안 했다가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작중에서 용 히로인의 끝없는 색기어필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중 내에서 용이 본능에 충실하고 성욕이 왕성하다는 표현을 썼고, 용학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가 성체라고 판단하기까지 했는데 겉보기가 10살 소녀고 뭐고 뭐가 문제가 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용이 푸대접받는다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가 없는 세계관. 그런데 그걸 당연하다고 가정해도 작중 내의 설정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해서 그대로 자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씨받이 운운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군 위안부랑 같은 게 아니에요. 위안부는 없어도 되는데 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정말 병신 국가인 거지만, 여기서 용은 재산입니다. 군사력입니다. 병기입니다. 나라의 국력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잔혹한 짓이어도 필연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러면 소녀가 불쌍해. 라는 걸로 반박하기보단 그렇게 잔혹한 방법으로 키운 국력과 파괴병기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논지로 갔어야죠. 물론 이 작품은 애초에 논지라는 것이 없습니다만.

거기에 더해서 용을 뜯기는 우리의 금발 히로인도 유일한 재산이 용밖에 없는 가난뱅이 약자 소녀가 아닙니다. 얘는 용을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 귀족 대접 받으며 사교계에서 호화찬란 생활을 지내다가(작중 내에서 명백히 명시) 자기 용이 뺏기니까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세 번이나 그 비싸고 소중한 용을 도둑질한 개년입니다. 약자가 아니에요. 졸렬하고 비열한 강자입니다.

주인공 역시 모두와 다른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가장 저열한 수단인 폭행을 시도하는 거지같은 놈입니다. 이게 진짜 웃긴 게. 주인공이 악역과의 1차전에서 폭행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역이 폭행 누명을 씌운 건 수사관들이 나와서 수사하는데. 주인공이 악역을 진짜로 폭행한 건 어떻게 넘어갔습니다. 이게 말이 돼요?

이 작품은 논리가 필요한 모든 부분을 억지 감성론과 과장된 강조 등으로 피하고 있고, 그래서 충분히 더 멋지고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망했습니다. 제가 이 평을 쓰면서 작품을 낫게 만들 방법을 2개나 제시했어요. 살육병기인 용 때문에 인간이 차별받는 이야기. 혹은, 차별로 국익을 챙길 수밖에 없는 현대의 정의에 맞서는 이야기. 더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못 쓸 이유도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대체역사나 등장인물 설정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도 이건 충분히 가능한 거거든요.

되게 길게 평도 썼겠다. 슬슬 할 말이 다 끝난 것 같죠? 아뇨. 이제 가장 큰 문제인 스토리를 겨우 다 말했으니까 이제 다른 부분 짚어야죠. 아직도 남았습니다.

6. 참고 넘어가기 힘든 구성

스토리도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개판, 아니 용판?인데 구성도 정말 후집니다. 솔직히 뭘 어떻게 구성했어도 별로였겠지만, 더 별로가 됐죠.

일단 앞에서 언급했듯이 의미 없는 파트가 더럽게 많아요. 초반부부터요. 알겠어요? 아직 등장인물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모에어필. 그것도 일러스트도 후지고 말하는 내용을 봐도 완전 억지 말투 억지 모에라 그렇게 호감가지 않고 상당히 취향을 타는 부분인데 모에 어필을 장면 넘어갈 때마다 10페이지씩 합니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첫인상과 첫부분을 완전히 날려먹은 처사죠. 지금 모르는 여자와 남자가 제 옆에서 염장지르는 꼴을 묵묵히 봐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우리 둘 사랑스럽지 않냐......'하고 이쪽을 의식하는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 손에 총이 있었다면 너희 둘은 이미 죽었어.

독자를 의식하는 듯한 인물들은 좀 뒤에 말하죠. 어쨌든. 이 책은 의미 없는 내용을 지나 겨우 60~80페이지쯤에 가서야 주인공의 목표가 대강 드러납니다. 전체의 15%~20% 정도에서 드러났군요. 가능하면 5%~10% 내에서 드러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라이트 노벨로 40페이지. 10% 정도의 분량이. 아무 의미도 없으니 정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 작품 소개를 보면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한 혁명의 시작이야."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미 반쯤 성공한 것 같아요. 왜냐면 작품의 절반쯤 가서야 악역이 등장하고 용이 어떻게 차별받는지 나오거든요. 절반 이전엔? 주인공에게 옹호하는 사람들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 둘밖에 없습니다. 악역이, 차별이 프롤로그에 딱 몇 줄 언급되고 그 뒤로 한참을 드러내지 않다가 왜 중간쯤 가서야 겨우 드러납니까?

그리고 그 악역도 문제에요. 위에서 문제 한참 말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문제죠. 그 악역과 싸우는 건 좋아요. 어쨌든 작가가 억지 부려서 나쁜 놈으로 만들었으니 싸워야죠. 그런데 그 녀석과 2번 싸우거든요? 1회전에서 악역이 지잖아요. 그런데 그 뒤에 꼭 얘랑 다시 한 번 더 싸워야겠습니까? 그 녀석이 1회전에서 분전한 것도 아니고 좀 발악하다가 밟혔는데 그 녀석과의 2차전이 기대가 되나요? 그 녀석이 뭔가 단단히 준비한 것도 아니고 결국 계책 하나밖에 없었고(웃긴 건 그 빈약한 계책이 성공함) 걔를 쳐 죽여서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많아질 거고, 그 녀석이 뭔가를 일으킨 방식 자체가 더 억지고, 해결한 방법도 억지고. 근데 이 모든 모순을 지위 낮은 드래곤 교수가 노력해서 깔끔하게 해결했다. 너무하잖아요? 이 드래곤 교수는 무능과 전능을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합니까?

그리고 갑자기 금발 히로인(일러스트레이터가 싫어하는지 얘 나올 때만 그림 퀄이 심각하게 낮은)과 별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연애노선이 급진전되는 건 정말 큰 문제입니다. 라노벨의 전형적인 금사빠보정이라고 봐도 심각한데 이전부터 관계가 있었던 용 히로인이 달라붙는 건 그렇다고 쳐도 명백한 인간인 얘는 왜 처녀를 바치니 마니 하는 싼 여자가 됐나요? 왜 그렇게 로맨틱하고 좋은 분위기가 됐나요? 도대체 뭘 했기에?

작품 제목인 드래곤 카르타는 금발 히로인이 만든 부활동인데요. 그런데 이 부활동에서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뭘 해보자! 라는 것 정도. 뭔가 주인공과 금발 히로인을 공동체로 묶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사건이죠. 그게 책 제목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했다면 왜 이번 권에선 아무것도 안 나온 건지 모르겠고. 그냥 지나가듯이 나온 이것에 독자가 무슨 의미를 부여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작중의 등장인물조차도 거기에 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있어보이게 할 수 있었을 텐데.

7. 끔찍한 인물들

이 작품의 인물들이 되게 끔찍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했었죠. 주인공이 결말부에서 '난 정말 추악한 놈이야.'라고 말하며 자조하고 금발 히로인은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고 부정합니다. 지금 추악한 놈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이 정말 역겹습니다. 스토리가 처참해서 인물이 병신이 된 케이스인데 사실 그것보다 더 좋지 않은 건요. 이 작품의 인물들은 전부 용 같아요. 멍청하고 본능밖에 없는 짐승들처럼 보입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이것도 나름대로 아이러니와 주제를 표현한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소설의 질을 볼 때 절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

전체적으로 이 작품의 인물들과 사건은 독자를 계속 의식하고 있어요. 그니까 얘네들은 뭔가를 할 때 그게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가와 독자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있는 거죠. 되게 좋지 않습니다.

나 슬슬 나가도 되냐? 아니야 좀만 기다려. 독자가 반응이 없을 것 같으니 좀더 모에어필 해볼게. 그럼 이젠 나가서 개쌍놈연기 해본다? 그럼 난 그걸 보고 적당하게 분노하면 되는 거지? 레디. 큐.

이런 상태. 근데 이게 합리나 논리를 떠나서 캐릭터의 매력 자체가 형편없는 상태라 그 어떤 노력도 부질없어요. 대본 별로, 연기력 별로, 배우도 별로. 라이트 노벨에서 아주 치명적이죠. 히로인이 으뿌 으뿌 거리는 게 말버릇인데 이게 가끔 하면 몰라도 거의 말마다 하면 지겹고 짜증난다고요. 이게 실제 여자 목소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드라마CD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이상하게 느껴지는지 알아요?

8.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주제의식

결국 남는 건 건전하고 좋은 주제밖에 없는데. 사실 그러면 용이라는 선택 자체부터가 에러죠. 현실에 용은 없고. 얘네들이 현실의 하층민 등과 조금도 대응되지 않으니까요. 얘네들과 현실에서 1:1로 대응되는 존재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할 수도 없죠. 역사를 뒤져봐도 가장 참혹하게 학대당한 흑인 노예들조차도 이 작품의 용들과 비슷하지도 않습니다. 걔네들은 강자도 아니었고, 지위를 누릴 일말의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작품의 차별은 공감하거나 뭔가를 느끼기 상당히 힘든 주제죠.

이 작품은 악역의 등장과 주인공의 목적 등의 발표 자체가 아주 늦습니다. 그래서 실감도 잘 안 되는데 막상 드러난 모습도 정말로 차별하는 건지 의아합니다. 글이라는 건 차별받는다는 묘사를 전혀 넣지 않고도 차별받는다는 걸 전달할 수 있어요. 그런데요. 이 소설은 차별한다는 이야기를 엄청나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차별이 있는지, 이 시대와 세계관의 보편적인 생각이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 1권에서 악역은 그저 사악한 개인입니다. 얘 하나가 사회 전체를 대변하지도 못해요. 이 세계 시선으로 봐도 얜 비정상입니다. 사회를 대표할 수가 없다는 거죠. 다른 인물들? 없어요. 주인공과 그를 옹호하는 세력. 그리고 악역 하나 빼면 이 작품에서 그나마 대사도 있고 생각도 있는 배경인물은 프롤로그에서 주인공 안 오면 뒤졌을 승객들 말고는 없었습니다. 강의실에 다른 학생들도 많은데, 왜 주인공, 히로인, 교수, 금발 히로인 외에는 왜 반응하거나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우리 둘만을 위한 혁명이 정말로 성공한 건가요? 왜 사회를 주적으로 한 소설인데 글에 사회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주인공은 정의를 대변할 만한 논리가 없고, 악역은 사회를 대변할 논리가 있는데 정작 쓰지 않고, 무엇도 대변하지 못하는 용들은 전부 대변에 불과합니다. 완전히 무의미해요.

9. 총평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불합리하게 폄하당하는 용들은 도대체 누구 때문에 고통 받아야 하는 걸까요. 도대체 그들이 이런 불합리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누구 때문이란 말입니까? 적어도 작중 내의 인간과 사회 때문은 아닌 것 같군요.

전 이 글이 싫어요. 대놓고 말해도 되겠죠.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제가 이 글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이 글은 정말 재미없고, 재미가 0도 아니고 음수입니다.

역대 썼던 모든 평들 중에서 분량도 내용도 최고로 혹독한 평이 됐군요. 이제 정말 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처참한 글이 나오면 편집부에 대해서도 많이 말하긴 했지만 요즘은 편집부를 탓하기도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고작 라이트 노벨을 이렇게 열 내면서 보는 사람은 세상에 저 하나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재미없는 글. 재밌는 글. 팔리는 글. 안 팔리는 글. 뭘까요? 직접 글을 쓰면서, 글을 사면서, 평을 하면서 계속 느낍니다. 글과 작가, 그리고 평과 글, 평과 작가. 전부 확실하게 구분되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것 역시 요즘 들어서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미없는 글을 재미없다고 말하는 게 옳은 걸까요. 책이 재미없다고 평한다는 건 결국 사지 말라는 말. 읽지 말라는 말과 동의어인데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논리적으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감정론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한테라도, 누구 앞에서라도, 어떤 상황에서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순수하게 악의 없이, 감정 없이 담담한 사실을 말하듯이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평의 주제나 다름없죠. 제가 느꼈고, 제 생각이니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없었어요.
눈물점 16-06-10 06:56
어...장황하고 살벌하네요 재밌어보여서 볼까 했었는데....흠....
진로신 16-06-10 12:33
하나 정보를 드리자면 원래 드래곤이 아니라 흡혈귀였대요.
즉 흡혈귀가 기본토대였던 세계관에서 드래곤으로 바꾸는
능력도 피를써서 쓰고, 드라큘라 라는 이름의 높은 자리도 있고
5번을 고쳐쓰면서 등장인물이 3번 바뀌고 세계관이 2번바뀌었다고 하는데

평을 들어보니 출판된 게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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