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테르의 한 줄 평은 어디까지나 유테르 주관의 집합체입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 이 헤살은 한 야매블로거의 되도않는 후기를 간결하게 압축한 것입니다.
* 일코질하는 숨덕의 헤살(=리뷰, 스포일러)라 덕요소가 소소하게는 개뿔이고 왕창 들어가 있습니다.
자, 일단 잠시 여기서 유테르가 소드걸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썰을 풀어보자면...
시즌 1 네 명의 주인공. 시즌 2 주인공 아무도 모름.
SALT님의 시타, COCOON님의 시니아... 국내의 유수한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대량으로 참가하는 게임.
레반님이라던가 민트초코님이라던가도 이쪽에 참가한 일러스트를 보고 알게 되었다.
끝이네요.
없습니다. 정말 이게 끝이에요.
플레이어가 아닌 입장에서 읽어 본 소설이다보니,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현실은 400페이지 가까이 읽는 동안 2번의 수면침공 위기를 맞았었습니다.
여튼 소드걸스는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선, '남성 덕들을 위한 TCG 게임'이라는 점인데, 이번 다크 스토리에서는 무려 남자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세릴님의 일러스트는 처음 보지만, 표지 일러스트의 미려함에 반하고, '뭐, 남자 주인공이라고?!'라는 점에서 제가 소드걸스 유저가 아님에도 이 책을 사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 여기서 잠시 상기시켜드리자면, 전 여자입니다. 기존의 남자 플레이어, 독자분들이 거부감을 느끼시는 저 '남자 주인공'에 있어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좋아합니다! 남자 좋잖아요 왜들 이래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남자 주인공 하나 때뭉네 정줄놓을 뻔한 건 다시 제대로 잡고. 흠흠. 이번 권은 표지대로 남자 주인공인 네베스 에넨과 루티카 프리벤터의 이야기입니다. 루티카의 성격에 대해서 아주 약간은 알고 있지만, 작가님의 묘사로 인해서 "어? 얘가 이런 정도로 제이나한테 달라붙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간 찾아본 루티카의 이미지는 혼자서도 굳건한 느낌이 많았던지라(....)
(출처 : 소드걸스 홈페이지)
왼쪽 / 크룩스 기사단 루티카 _ 오른쪽 / 푸른사신 루티카
제가 아는 루티카는 이런 강렬한 이미지인데 이정도로 제이나 빠순이일 줄은 진짜 예상도 못했습니다(...) 아니,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본다던가 이런건 저도 알겠는데 이 소설에 묘사된 정도가 실제 게임에서의 루티카와 같다면.... 어.... 음? 내가 사람 잘못봤나봐요 죄송합니다 고갱님.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일단 루티카 얘기는 여기서 마치고. 이제 남자 주인공 얘기를 해보자면. 소설 오리지널 캐릭터입니다만 그야말로 엄청나게 굴림&굴림&굴림의 연속의 과거를 가진 참 비운의 주인공입니다. 네베스 에넨이란 이름도 실은 기억을 잃은 후 자신의 실험체명이었던 세븐 나인(79번)을 뒤집은 일종의 아나그램이며(Neves Enen > Seven Nine), 그의 초인간적 능력과 그 능력을 견디는 몇 개의 비생물적인 것에 대한 묘사가 치밀해, 정말 이 다크 스토리는 여자 주인공이었으면 큰일날 뻔했겠다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특이하게도 스토리 내에서 다크 스토리의 두 주인공인 루티카와 네베스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은 딱 한 번 밖에 없습니다. 남자 주인공이라 반감을 가지셨던 분들께는 기쁜 소식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네베스 에넨에게 초점이 잡혀있기 때문에 네베스 시점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걸 보고 있자면 이 작가님이 양판소를 썼던 분이라는 인상이 안 들 수가 없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굳이 한문과 영어를 병기해서 글자 수를 늘려야 했나, 하는 부분과, 생각보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전개에 너무 많은 걸 집어넣으시려고 한 건 아닌가 하는 점이 제 눈엔 보이더라구요. 솔직히 후자는 작가로써 저를 봐도 제가 자주 하는 짓이라 이걸 제가 리뷰에 언급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만(먼산)
이 둘은 마탄의 사수 vs 교국 기사단이라는 대립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애초에 스토리 자체가 그런 구도로 흘러가고 있고, 두 사람이 원래대로라면 적대시해야 하는 입장인게 당연합니다. 네베스 입장에서 보면 그를 실험개체로 만들어 자신의 형제들 및 자신을 망가트린 것에 교국이 관여되어 있고, 루티카 입장에선 제이나를 가로막는 적이라는 점인데, 이 둘은 처음 만나는 그 순간, 정확히 소설이 후반부를 지날 시에 서로를 막지도, 피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 좋은 루티카가 그에게 동질감을 느껴 구해주며, 네베스는 의도치 않게 자신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루티카를 구해줍니다(!) 아니 이게 뭐야 도대체!
여자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어맛, 이것은 사랑의 전조?!"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만약 정말 사랑의 전조라면 루티카를 좋아하시는 남자 독자분들이 벌떼같이 일어나셔서 "루티카 내놔!!"라고 하실테니 이건 아닌거 같기도 하고... 끄응, 작가님 왜 그러셨어요(응?) 아, 농담입니다. 진짜.
뭐 어찌됐든간에. 중간에 잠깐잠깐 나오는 막간은 처음에 이게 뭔소린가 했는데 끝까지 다 읽고 나니 결국 마탄의 사수인 네베스 에넨의 과거로 밝혀집니다. 제가 졸았던 부분이 이 부분이었는데, 이해를 못하니 이게 무슨 소리냐 싶었던 점이었죠. 뒤에 결국 다 풀리면서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 요소였습니다. 특히 이 막간은 기승전결중 전과 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니 꼼꼼히 챙겨 읽어보시기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은, 정말 네베스는 다크 스토리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절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초반에 마치 후반의 암울한 기분을 날리려고 배치한 듯한 가면무도회가 있어도 정말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어둠에서 시작해 어둠에서 끝나는 느낌이 강합니다. 기억을 잃었다는 점에서 KOF 시리즈의 두번째 주인공 K'가 생각나고, 똑같이 기억을 잃은 형제와 싸우는 부분에선 K'와 쿨라 다이아몬드의 관계가 생각났으니까요. 다만 네베스는 K'와 달리 간신히 기억을 찾은 형제를 제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만.
솔직히 이 다크 스토리의 경우 하렘요소, 뭐 이런거 없이 소드걸스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진이 많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스토리만 따져 보면 기존의 라이트노벨이 가지고 있지 못한 진중함과 사실적인 묘사가 강한 편이라 <귀 자르는 네루리 님의 입학 만세 만세 만만세>를 봤을 때와는 종류가 다른 벽이 생기는 느낌이 있습니다. 애초에 풀어야 할 스토리가 1권 내에서 상당히 많고, 주인공 자체가 그야말로 바닥 중 바닥을 기고 세상으로 다시 나온 사람이며, 말 그대로 '다크 스토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죠. 소드걸스 유저분들이 어떻게 보실 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넣자면 괜찮은 양판소에 일러스트가 들어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양판소'라는 말을 되도록 안 쓰려고 했는데(작가님이 이걸로 데뷔하셨다는 점이 여기서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이게... 음, 쓸 수밖에 없게 되네요. 죄송합니다.
일단 이 소설은 비극 하나를 낳고 이렇게 종말을 맞이합니다. 그 사이 네베스의 또 다른 형제는 네베스를 알아보지 못한 채 새로운 복수귀가 되었으며, 루티카는 자신의 우상인 제이나에게 생애 처음으로 거짓말을, 네베스는 어릴 적 본 시타를 상기하면서. 캐릭터 각자의 엔딩을 맞고, 다음 무대를 준비하러 떠납니다.
이 책이 어째서 '다크 스토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처절한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과, 그를 언젠가는 적대해야 하는 루티카의 이야기, 소드걸스 다크 1권 - 마탄의 사수 - 헤살을 마칩니다. 2권에서 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