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느끼고 있었습니다. 청아비 요즘 평 너무 대충대충으로 하지 않아? 예전에 비해서 평이 재미가 없는데? 등등. 제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순해지고 게을러져서 저의 거의 유일한 존재가치인 평을 제대로 못 했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요즘 나오는 글들이 저의 의욕을 떨어트리는데 말이죠. 좋은 작품이 나오면 전 재밌는 작품에 대해서 재밌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평이 대충대충. 재미없는 작품이어야 할 말이 많은데 시리즈가 거듭되면 그 재미없음도 여러번 반복되고, 매 번 지적하기도 지칩니다. 매번 똑같은 노잼. 보기만 해도 질리는 노잼에 지쳤어요. 노잼이라도 좀 참신하고 화끈하게 노잼이어야 진정한 노잼이라고 할 수 있죠.
절대성역의 뱀파이어는 그런 저의 갈증을 해결해줄 것 같군요. 무지 재밌던가. 아니면 노잼이겠죠.
2. 개괄적인 평가
지뢰다! 지뢰가 나타났다! 어서 어린아이와 여자를 숨겨!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어째서지? 화력이 약합니다!
이런 책으로 무슨 재밌는 평을 쓸 수 있을까요. 이건 작품의 근간부터 문제가 있는 심각한 작품이 아니라, 지극히 전형적인 부류의 노잼입니다. 진부하고 지루한 계열이요. 클락워크 플래닛 2권을 보고 바로 이걸 읽으니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위기감도 적고~ 설정설명 많고~ 반전은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고~ 액션은 안 멋있고~ 설정이 재밌지도 않고~ 주제는 안 와닿고~ 떡밥은 많고~ 음. 굳이 말하자면 장점이 없는 부류의 책? 앞에서 언급한 것들은 그냥 확실한 장점이 있다면 다 없어지는 단점이거든요. 일단 처음부터 살펴볼까요.
3. 소재
사실, 전 이 작품 소재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져서 노예가 된 흡혈귀들]. 흠. 흡혈귀물이 많지만 이런 종류의 흡혈귀물은 처음 봤어요.
그 소재를 이렇게 말아먹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디가 노예? 노예가 아니라 포켓몬이겠죠. 또는 그냥 이능쓰는 딥따 멋진 친구들. 정도? 아니면 드래곤 라자에서 드래곤과 라자의 관계? 인간이 어떻게 흡혈귀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는가(흡혈귀들은 강한 이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노예 취급을 받는다면 어떻게 받고 대우는 어떠한가. 등등의 묘사가 너무 적었어요. 주제 비스무리한 건 뭔가...... 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이나 족쇄에 반역하는 그런 내용 같은데 그걸 표현하는 시도로는 너무 안이한 것 같네요.
4. 배틀물로서
배틀물인데 배틀이 가장 재미없어요. 전투의 방식은 게임, 어쩌면 운동시합 같은 느낌이라서 위기감이 제로(설마 죽이지는 않겠지)고. 규칙이 재밌는 것도 아니고, 규칙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깨는 지략가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가장 큰 문제는, 파워 밸런스를 스스로 무너트렸다는 겁니다.
이 작품의 배틀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는 주인공은 F랭크라는 거예요. 그리고 상대방은 S+랭크라는 아주 높은 랭크라는 점이고요. 즉, 격차가 나는 상황이라는 거죠. 상대와의 기본스펙에서. 그렇다면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뭔가 새로운 해답을 보여줘야 해요. 요컨대. 사실 나는 SSS랭크인데 측정기가 나를 측정하지 못해서 F랭크로 보이고 있다! 라던가. 아니면 나는 F랭크가 맞지만, 머리가 엄청 좋아서 지략으로 그 격차를 이길 수 있다! 같은 것.
근데. 그냥 파워싸움으로 가서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 격차가 뭐가 됩니까.
아니 뭐. 주인공에게 숨겨진 힘이 있긴 했는데. 사실, 그렇게 잘 와닿지 않았어요. 전 아직도 로드-흡혈귀-스카토-홍옥 등의 이능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그 랭크가 차이나면 흡혈귀들이 어떻게 전투력 차이가 나는지조차도 작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뭔가 비교해서 보여준 것도 아니니까.
4. 러브코미디로서
실격. 그냥 실격. 애초에 러브코미디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5. 구성
언제나 그렇지만 초반이 삐걱거린다는 점은 독자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독자는 언제나 초반부터 글을 보고, 초반의 인상으로 책의 인상을 확인하거든요. 이 작품은 최대한 빨리 설정을 풀어놓고 이야기를 진행시킬 생각에 급급합니다. 그리고 싸움싸움싸움싸움싸움. 그 과정이 재밌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쉬어가는 타이밍에 독자를 힐링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싸움이 재밌는 것도 아니고 싸움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문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연출이 좋은 것도 아니고 도대체 좋은점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