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물시계'는 '행복한 왕자'를 현대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행복한
왕자에서 제비가 왕자의 동상에서 보석을 떼어내 불우한 이들에게 나누어
준 것을, 뇌사자인 하즈키에게 장기를 떼어내 나누어 준다는 식으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사람들이 불행에서 일어서는 과정이 옴니버스 식으로 그려집니다.
현실에 절망해 끝없이 질주하는 남자의 이야기.
엄마의 자기만족을 위해 몰래 이상한 약을 먹고 빛을 잃은 소녀의 이야기.
사기범을 쫓는 기자와 장기기증 사기를 당해 스스로를 불태운 여성의 이야기.
가슴이 망가졌지만 아내를 가슴 속에 묻었기에 이식을 거부한 남성의 이야기.
가족을 위해 장기기증을 하려 했지만 책임소재로 거부당하고, 죽어서야 겨우
기증할 수 있게 된 소녀의 이야기.
현실에 절망해 질주하던 남자가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하는 이야기.
각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의
너는 건강한가?', '너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너는 자신의 몸을 나누어
줄 수 있겠는가?', '돈으로 생명을 살 수 있는가?', '돈으로 신체를 사고 파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제가 생각해 본 건 이 정도지만 다른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그냥 라이트 노벨 생각하고 가볍게 읽을 생각이라면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읽을 때 마다 '어라? 이게 이런 의미였나?'하고 재발견하는
자신이 있을 정도로 보면 볼 수록 새로운 느낌이 드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