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학교라는 소재로 쓰여진 라노베중에서 가장 잘 쓰여졌다고 생각하는 것중 하나는 바로 <학교의 계단 1권>이다. (굳이 1권이라 쓴 이유는, 2권 이후로는 같은 흐름의 연속이라..;;;)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다는 학교에서의 생각들을, 계단부라는 독특한 소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잘 버무려낸 이 작품은.. 단권의 완결성이나 내용면에서 상당한 수작이다.

이 야간자유학습도, <학교의 계단>과 마찬가지로 '야자'라는, 대한민국 고딩들만이 경험하는 유일무이한 시간을 소재로 하고있다. 어떻게 보면, 계단보다도 더욱 더 한정적이지만.. 대한민국의 학생시절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야자에서 도망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학창시절, 야자에 붙잡혔던 이들의 로망 아니겠는가!!

얼마전 출간되었던 '야자를 째자'가, 마찬가지로 야자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소재의 구현은 이능계에 가까웠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현실적인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야간자유학습'을 꽤 기대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자유하교경주 - 자하경. 여기서 성공하면, 한달간 합법적으로 야자를 빠지게 해준다!!

정해진 코스를 밟아야 하고.. 각 관문은 5개.

모든 관문을 통과하여, 야자로부터 자유를 누려랴!!!!

이 얼마나 기대되는 상황이 아닌가.

야자라는 소재를 이용한 자유하교경주. 이 소재와 이야기는, 잘만 사용하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교의 계단>처럼, 학창시절의 청춘을 되새기게 하면서... 동시에,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상황과 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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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부터 독자들의 기대를 배신한다.

작가는 스스로 말한다.

이 작품은 개그소설이라고...

자유하교경주? 야자를 도망치는 것?

이 소설에서 그런 설정들은 아무 의미 없다.

애초에, 작가가 하고싶었던 것은.. 개그남발을 통한 작가의 로리콘 인증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

물론, 소설 자체의 주제는.. '자유'라는 테마에 맞추어져 있고..

이 테마를 초반의 복선부터 마지막의 클라이막스까지 잘 이끌어낸 작가의 역량은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주인공을 통한 '자유'라는 테마의 발산과..

개그 남발을 통한 작가의 로리콘 인증을 동시에 쓰려 하면서..

이 '야간자유학습'은, 이도 저도 아닌 맹탕이 되어버렸다..;;

이하는, 주제별 리뷰 및 평점. (10점 만점 기준)

1. 플롯. (9점)

이 소설에서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

대부분 기본이 안된 국내의 양산형 소설들이, 단순한 사건전개 + 클라이막스의 구조를 가진다면..

이 '야간자유학습'은, 적어도 그런 플롯면에서는 상당히 깔끔하다.

초반의 '븅신'이라는 단어의 사용에서부터, 서술트릭을 이용한 주인공의 반전요소.

그리고 여러 떡밥들과, 마지막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 ~ 클라이막스까지..

첫 작품치고, 굉장히 잘 짜여져있고.. 그 구성이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이 작가분이 앞으로가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

2. 문체 (1점)

플롯이 안정적이라면, 반면에 문체의 측면에서는 최악이다.

일단, 1인칭 시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하게 유지시키는 점은 합격이다. (많은 작품들이, 1인칭을 사용하면서도 편의에 따라서 시점이 왔다갔다하는 기본이 안된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1인칭 시점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나타나는 묘사는..

니시오 이신의 <모노가타리 시리즈> 에서나 보여지던 독백 대사 난무이다.

작가가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것처럼 보이는데..

특히, 주인공이 로리콘 인증을 하면서 윤노리 선배에게 들이대는 장면은..

<니세모노가타리>에서, 아라라기 코요미가 하치쿠지에게 달려드는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킬 정도이다.

그리고 이 점은, 말 그대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여기서, 잠시 <니세모노가타리>의 애니 장면을 생각해보자.

애니 제작사는, 원작의 극도로 과장되면서 막나가는 문체를 표현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연출역시 극대화하는 방법을 취했다.

아라라기가 하치쿠지에게 장난을 걸면, 하치쿠지는 마치 장난감처럼 허공에 들어올려진다.

그리고 한순간에 전봇대 위로 올라가서 으르렁거리고, 마치 들개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애니의 장면이, 과장된 연출없이.. 케이온처럼 매우 일상적인 색채로 그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라라기가 하치쿠지에게 장난치는 장면. 성희롱하는 장면 같은 많은 부분들은..

말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전해 줄 것이다. 그것은, 농담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성희롱에 성폭행 수준이니까...

'야간자유학습'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모노가타리 시리즈>처럼, 극단적인 묘사도, 극단적인 캐릭터도, 극단적인 사건도 없다.

하지만, 사용되는 문체는 <모노가타리 시리즈>처럼 극단적인 독백조의 문체를 사용한다.

니시오 이신은, 자신의 경험과 필력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 야간자유학습은, 감당되지 않는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문체를, 그저 '개그스럽다'는 이유로 가져와서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작가가 작중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와 따로 놀게 되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내놓아버린다.

3. 캐릭터 (3점)

솔직히, 이 소설에서 캐릭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 윤노리, 경이 선배. + 쌍둥이.

이 중에서,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살아나는 것은 주인공 혼자뿐이다.

(단, 중간에 설득당해서 로리콘으로 교화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최악.

그저 여러 궤변들에 의해서 설득당하는건 그렇다 치는데.. 한번 설득당한 뒤로는 그 '로리콘'이라는 사실이 주인공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단순한 설득으로 거기까지 변한다는 것은, 좀 많이 무리수지 않았을까 한다)

윤노리는, 그저 '로리'라는 하나의 이상점을 구현한 아바타에 지나지 않으며,.

(어려보이는 외모, 작은 키, 어린애같은 행동, 고집쟁이 등등.. 흔한 로리요소의 집합체이다)

경이 선배는, 작중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서술적 장치로서, 경이 선배의 위치는 좀 더 여러 인물들에게 다양하게 분배되었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경이 선배 하나에게 모든 역할을 집중시켜 버렸고..

이는,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작가의 역량부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그나마 개성이 살아나는게 '쌍둥이' 들인데..

결국은 이들도, 그저 주인공이 못하는 역할들을 대신해주는 '캐릭터'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캐릭터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4. 자유하교경기 (0점)

이 소설 최악의 장치.

이 설정은, 잘만 사용하면 정말 매력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작가는 그저 단순한 개그 연출 + 주인공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 이 소재를 전부 소모해버린다.

매번 같은 방법에 뚫리는 1관문이라던가...

남자들만 걸릴것같은, 말도 안되는 2관문...

그나마 수라장같고 그나마 현실적인 3관문..

그리고, 주인공을 위해서 희생된 4,5관문...

5가지 관문을 통과해서 자유를 쟁취하라는 학교의 이념.. 소설적 장치는..

결구 주인공 하나만을 위해 사용되면서 그 빛을 잃어버린다.

특히, 마지막의 자유하교경주에서는..

주인공 파티를 제외하고는, 다른 등장인물들이 서술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버리는 말도 안되는 요소마저 나타나게 된다.

(거의 고유결계수준)

차라리, 좀 더 짜임새있게 5가지 관문이 구성되고.

그 과정을 주인공의 비밀 극복과 잘 연결시킬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 부분은 작가의 역량부족이라고 본다.

어쨌든 소재 활용적인 측면에서, 0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

5. 종합점수 (4점)

어쨌든.. 기대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소설이다.

초보작가인것을 감안하면 나쁘지는 않은 글이지만.. 동시에, 출간작품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작품인것도 사실..

아예 개그막장소설로 가던가.. (학생회 시리즈처럼), 그게 아니면 주인공과 주제에 집중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이끌어가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도, 이 야간자유학습보다는.. 이 후에 작가에 의해서 쓰여질 다른 작품은 조금 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풀롯구성이라는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작가들보다도 능숙한 표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문체를 다듬고, 조금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의 작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괜찮은 소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