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4gamer.net/games/115/G011514/20120511075/index_4.html
※인터뷰에는 본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신 분은 본편을 끝내신 뒤에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나스 키노코 시나리오 담당
코야마 히로카즈 원화, 그래픽 담당
츠쿠리 모노지 스크립트, 연출 담당
마법사의 밤이 지향한 세계와 분위기
4gamer:
발매되고 마지않은 마법사의 밤, 곧바로 플레이 해봤습니다. 오늘은 그 매력에 대해 풀어가고 싶군요. 세삼 본작이 어떠한 타이틀인지 하는 부분부터 여쭙고 싶은데, 우선… 원작 소설이 있지요.
나스 키노코씨(이하 나스씨):
예. 꽤 오래 전에 쓴 소설이 원형입니다. 그래 봐야 소량의 동인지인지라 책의 형태를 빌어선 세상에 세 권뿐이 없지만요.
4gamer:
소설판은 월희, 공의 경계, Fate/stay night 같은 차후의 나스 키노코 월드의 원점이 된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월희의 주인공인 토오노 시키에게 있어서 선생님이자 최강의 마법사 중 하나이기도 한 아오자키 아오코의 활약을 그린 물건이란 점 때문에 팬에게 있어선 뜨거운 감자고요.
나스씨:
아오코와는 오래된 사이죠. 예전부터 흔들림이 없는 애에요. 리메이크라고는 해도 제 안에선 쭉 그대로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걸 끄집어 낼 뿐입니다.
4gamer:
그럼 이번에 비주얼 노벨로 리메이크 하는 데 있어 시나리오 면에서 별달리 힘들었던 점은 없었던 겁니까?
나스씨:
우선 원본 소설대로 1980년대를 무대로 삼을지, 아니면 2010년의 이야기로서 바꿔 쓸지를 고민했습니다. 제작을 개시하고 코야마 히로카즈의 그림과 후카사와 히데유키씨의 음악, 그리고 츠쿠리 모노지의 연출이란 소재가 모인 단계에서야 비로소 이건 시대에 좌우되지 않을 물건이다, 하고 확신할 수 있었지요.
4gamer:
플레이한 감상으론 좌우간 몹시나 아름다운 작품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전승동요인 마더 구스의 인용이나, BGM 리스트의 사랑의 꿈,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같은 클래식 악곡이 채용된 덕택에 월희의 토오노가 루트나 공의 경계의 일상에 가까운, 너무나 서정적인 분위기죠. 페이트 같은 작품과는 착지점이 다른 느낌입니다.
나스씨:
말씀대로 온화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단 마음이 컸죠. 월희를 보던 페이트를 보던 지금까지의 타입문 작품은 요즘엔 이거지! 싶은 요소를 잔뜩 넣었습니다. 공의 경계 같은 소설 작품이라면 또 몰라도 타입문이란 팀으로써 만드는 텍스트 어드벤쳐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이먼트로서 먹힐 물건을 만들잔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마법사의 밤은 요즘 스타일에 대한 고려는 일단 접어두고 한결같이 공들여서 만들려 했습니다. 지금까지 타입문은 오락적인면이 강했지만, 이 시점에서 공예품과 같은, 혹은 영화를 찍는 듯한 테이스트의 게임을 만들어보자. 텍스트만이 아닌, CG만이 아닌, 사운드만이 아닌, 그 전부를 한데 그러모은 한 수 위의 것. 텍스트 어드벤쳐나 어드벤쳐 게임이란 장르 그 자체의 질적 향상을 해보고 싶다, 란 의도가 있었지요.
4gamer:
공예품이란 단어가 아주 딱 들어맞네요. 소위 말하는 왕도 엔터테이먼트와는 다른 장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할까. 월희나 페이트에선 굉장히 빠른 단계에서 「흡혈귀를 쓰러뜨리러 간다」라던가 「성배전쟁을 끝낸다」와 같은 명확한 골인지점이 보였습니다만, 마법사의 밤에선 이야기의 착지점이 바로는 밝혀지지 않는 구조였죠.
나스씨:
마법사의 밤은 1980년대 쥬브나일을 강력히 의식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요즘 플레이어에게 있어선 새롭든지 따분하든지 이지선다에요. 헐리우드를 예로 들면 알기 쉽습니다. 헐리우드는 5분마다 한번씩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장면을 집어넣는 방정식을 통해 제작되죠. 단순히 엔터테이먼트로 우수한 쪽을 만든다면야 그렇게 돌리고 돌리는 식을 취해야겠지만, 이번은 1980년대란 느긋한 시간대를 베이스로 삼은 세계를 만드는 데에 열을 쏟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온화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코야마 히로카즈(이하 코야마씨):
소소하지만 비가 내리는 장면 같은 것도 신경을 썼습니다. 전투신도 물론 기합을 넣어서 그리지만 그걸 보다 살려내기 위해서도 일상신을 소중히 하고 싶었죠. 타입문의 그래픽은 과장된 그림과 사실적인 그림이 뚜렷하게 갈리거든요. 마법사의 밤은 전투신의 과장된 박력만이 아니라 일상신의 서정성에도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4gamer:
오프닝에서 우산을 쓰고 마을을 걷는 아오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대가 된 1980년대 후반이라면 일본의 버블 경제 말기에 해당하는 시대지요. 나스씨 본인에게 있어서 1980년대는 어떤 인상인지요.
나스씨:
80년대 후반은 누구나가 「이제부터 점점 근대화가 진행돼서 세상이 한층 살기 좋아질 거다」 하는 꿈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던가요. 그건 결국 5년 뒤에 붕괴해버릴 환상입니다만 그래도 당시 제가 보았던 반짝반짝 빛을 내던 분위기는 지금도 보석처럼 느끼는 면이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런 점을 2010년 시점에서 돌아보며 쓸 수 있단 건 행복하군요.
4gamer:
정확한 연수를 정하지 않고 1980년대 후반이란 형태를 취해 여유를 준 것엔 이유가 있나요.
나스씨:
처음은 확실하게 1987년으로 설정할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1989년엔 베를린 장벽 붕괴가 있죠. 그렇게 되면, 작중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그러한 세계적 사건을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다루게 되면 쥬브나일 전기에서 평상시의 전기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래서 1980년대 후반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번에 18금 요소를 피한 것도, 그런 부분을 소중히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소년소녀가 사랑을 알기 이전, 인생을 결정짓기 이전에 교차하는 일순간을 그린 이야기이기에 거기에 18금 요소는 필요 없겠지, 하고요.
4gamer:
아하, 과연. 아니, 그래도 굉장히 야하긴 합니다만.
나스씨:
그거야 뭐 전부 원화를 담당한 이 사람 탓이죠.
코야마씨:
어어, 그거 내 탓이야?
4gamer:
소쥬로는 용케 저러고 정신줄을 붙들어 매고 있구나 하고…… 아니, 이야기를 되돌려서 그런 목석 같은 청년인 시즈키 소쥬로와 마녀인 아오코, 쿠온지 아리스 세 사람이 쿠온지 저택에서 공동생활을 보낸다는 것이 본작인 메인 플롯에 해당합니다만, 이 세 사람의 거리감이란 게 또 절묘하지요. 단순한 러브 로맨스로 끝내는 게 아니기에 이러이러한 관계입니다 하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미묘한 관계성이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앞서 쥬브나일이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말 그대로 그러한 청춘의 빛깔이 그려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나스씨:
그게 동거물의 맛이지요. 본래 서로 어울릴 리 없을 세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룰을 바꾸지 않은 채로 공동생활을 계속한다는. 그러나 그 속에서는 물론 잃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쥬로는 산에서 내려온 직후, 제1장 시점에선 지금까지의 타입문 작품에 등장한 어떠한 주인공보다 대단하죠. 그러던 게 문명에 익숙해져 개인으로서 확립해 감에 따라 점점 약해져 가고요. 마법사의 밤의 테마는 기본적으로 「도시와 숲」이라던가 「나아가는 문명」이거든요. 자연밖에 모르는 채로 살아온 인간이 행복에 다가감으로써 생물로서는 타락하고 만다. 그렇게 서서히 변화해가는 소쥬로와 평생 변화하지 않을 아리스, 그리고 점점 새로운 것에 빠져가는 아오코라는 세 사람이 저 서양저택에선 교류하고 있지요. 그리고 언젠가 이들 중 누군가가 뒤돌아보았을 적에 「그런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 있었지」하고 떠올릴 이야기가 되어 준다면, 그건 틀림없는 청춘이잖아요?
두 사람의 마녀, 아오코와 아리스
4gamer:
그럼 캐릭터 쪽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이번 작에선 코야마씨가 원화를 담당하고 계시죠. 종래의 타입문 스타일의 표정을 남기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지닌 캐릭터가 완성됐구나 싶었습니다. 우선 히로인부터, 아오코와 아리스 두 사람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지.
나스씨:
아오코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흔들림이 없는 애니까요. 대신 소쥬로의 디자인이 변경됨에 따라 아오코의 설정도 수정한 부분이 있다보니 일종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 재미있었습니다.
코야마씨:
저는 정반대였죠. 슬금슬금 내놓은 캐릭터 디자인을 생부인 나스씨가 잘 다뤄주셔서 한숨 돌렸습니다만,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함이 쭉 있었거든요.
4gamer:
팬들은 발매 이전부터 애착이 많던 캐릭터니까요.
코야마씨:
그밖에 특별히 의식한 부분은 어떻게 해서든 나이에 걸맞은 빈틈을 표정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단 점이었죠. 마법사의 밤의 아오코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선생님으로서의 아오코나 멜티블러드의 아오코가 아닌 소녀로서의 캐릭터성을 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4gamer:
표정이 휙휙 바뀌는 아오코를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죠. 「아, 이 애가 몇 년 뒤엔 훨씬 멋진 여성이 돼서 토오노 시키를 도와주는 거구나」하고, 신비한 기분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아리스에 대해선?
나스씨:
디자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아리스는 굉장히 알기 쉬운 캐릭터죠.
코야마씨:
그렇죠. 아리스는 다케우치 타카시 디자인의 원안이 있습니다만 뭐 그 사람 취미란 게 금발 히로인이나 쇼트보브, 보브컷 여자니까요.
나스&츠쿠리 모노지씨(이하 츠쿠리씨)
맞아맞아!
코야마씨:
그러니까 거기만 신경 쓰면 괜찮겠다 싶었죠. 그랬어도 견적을 잘 못 잡은 덕에 나중가서 길이를 미묘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웃음)
4gamer:
아리스는 척 보기엔 무표정한 캐릭터입니다만 유원지 전투 이후부터 점점 미묘한 표정을 보여주게 되죠. 처음엔 소쥬로를 경계하던 아리스가 마음을 염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엔 살짝 감동했습니다.
코야마씨:
그런 갭을 플레이어분들이 알아채 주시고 호평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무표정 계열 캐릭터는 일러스트 한 장으로 때우는 노선으로 가면 작업하기 편합니다만 표정의 차분을 일일이 만드는 쪽으로 가게 되면 급격하게 난이도가 올라가거든요.
4gamer:
아, 알 것도 같네요.
코야마씨:
그런 것 때문에 막혀서 끙끙대던 차에 나스 씨가 「아리스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 틀어박히기 쉽다. 정신적으론 나이보다 어린 부분이 있다」란 말을 해서 거기서 감을 잡았죠. 실제로도 그녀는 연륜있고 교활한 마녀의 모습이 있으면서도 타인과 접할 땐 가끔 아주 앳된 일면을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을 이해하니까 이후로는 쓱쓱 그릴 수 있었습니다.
4gamer:
실은 오늘 2회차를 플레이하고 왔습니다만, 2회차를 하게 되면 초반 표정으로도 「아,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하는 발견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코야마씨:
마법사의 밤은 2회차가 더 재밌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의 표정만이 아니라 텍스트의 표현이나 세세한 연출도 포함해서 1회차에서는 큰 숙고가 없었더라도 2회차부터는 신경 쓴 부분들도 눈치채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컨셉으로 만든 면도 있거든요. 대신, 그러기 위해서는 2회차 이상의 플레이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컨텐츠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단 프레셔도 있었지만요.
나스씨:
마법사의 밤은 정말이지 시나리오, 그래픽, 연출, 음악, 같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아름다운 도형을 그리고 있는 타이틀이에요. 그러니 2주차를 플레이하면서 그런 요소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다회차만의 재미란 게 있잖아요. 다크소울도 봐, 3회차 4회차를 뛰는데도 뭐가 이렇게 재밌는건지!
코야마씨: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웃음)
4gamer:
아리스는 지금까지 타입문 작품에 없었던 분위기의 캐릭터라 표정이나 말투뿐 아니라 설정까지도 매력적인 히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리스는 마술을 구사할 때 영창에 마더 구즈를 쓰죠. 그런 점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나스씨:
타입문 전기물에 있어 마술과 마법에 관한 규칙 덕에 메르헨 계열이나 동화틱한 마술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만 그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하나 예외를 남겨두자, 해서 생긴 포지션이 아리스입니다. 아리스는 그림책의 마술을 구사해 원더랜드를 체현하면서도 세상이 근대화함에 따라 사라져가는 덧없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애초부터가 타입문의 마술 법칙에서 한 걸음 벗어난 특수한 포지션의 캐릭터죠.
4gamer:
과연. 나스 키노코 월드의 원점이 된 작품이기 때문에야말로 성립하는 캐릭터란 말씀이군요.
나스씨:
저 자신의 감상도 표현해서 말씀드리자면 아리스는 마법사의 밤의 세계에서밖에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자기 자신 이외의 작품에서 비슷한 타입의 인물이 나올 일도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적절할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만 스타 시스템이라는 게 있잖아요.
4gamer:
테즈카 오사무 작품에 나오는 오챠노미즈 박사와 같은, 캐릭터는 하나더라도 작품을 뛰어넘어 여러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나스씨:
그렇죠. 알기 쉽게 말하자면 예를 들어 아오코라면 그녀에게 스타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엔 별 저항감이 없습니다. 실제로도 타입문 작품엔 그녀를 원점으로 삼은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니까요.
4gamer:
월희의 토오노 아키하나 공의 경계의 코쿠토 아자카, 페이트의 토오사카 린 말씀이군요.
나스씨:
「드센 아가씨 포지션」이란 거죠 (웃음) 반면 아리스의 포지션에는 다른 어떤 캐릭터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결코 더럽히고 싶지 않은 온리 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죠. …뭐 아리스란 캐릭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마법사의 밤에서 모조리 해버릴 심산인 것도 있습니다만.
4gamer:
마더 구즈에 관해선 이전부터 애착이 있으셨는지?
나스씨:
아뇨, 원전 소설을 도서관에서 두세 번 뒤적여 본 게 전부라 그 정도까지 메르헨틱한 감각이 아니었습니다. 마더 구즈는 조사해가면 갈 수록 여러모로 재미있어서 말이죠. 예를 들어 디들디들의 가사가 나오잖아요? 그 가사가 틀렸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맞답니다.
4gamer:
라고 하시면?
나스씨:
흔히 High가 아니라 Hey잖아 하고 소박을 맞습니다만 그래도 오래된 디들에선 High이기도 합니다. 마더구즈는 말장난이 많은 넌센스한 내용이라 영어권의 PTA 같은 크리스트교의 한 일파에서의 계시로 시가 검열되었습니다. 넌센스는 상관없지만 맞춤법 오류는 허용할 수 없다, 하고 말이죠. 하지만 아리스가 영창에 쓸 거니까 오리지널 쪽이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요?
4gamer:
확실히 그렇죠. 그 외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관한 오마쥬도 들어 있습니다만, 그쪽에 대해선 어떻죠?
나스씨:
루이스 캐롤은 중2병 업계의 대선배잖아요. 원작을 쓰던 단계에서부터 한 번쯤은 앨리스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 무렵엔 설마 이 정도까지 앨리스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 범람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4gamer:
앨리스나 마더 구즈를 사용한 작품은 명작이 많죠. 포의 일족이나 버터리로라던가. 본작에서도 아리스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가 주변의 캐릭터와 융화된 점이 아주 멋졌습니다. 그리고 마더 구즈라고 쓰고 암흑 동화라고 읽는단 점이 나스 키노코스러워서 좋았고요 (웃음)
"산문이계" 소쥬로. 그 환경, 부러워해야 하는가
4gamer:
아오코와 아리스가 나스 키노코 월드를 형성하는 마술 사이드의 캐릭터인 한편으로 본작에선 그곳에 말려든 이방인으로서 남성 주인공인 소쥬로가 등장합니다. 앞서도 언급이 되었듯 원작과는 인상이 크게 달라진 캐릭터라고 합니다만 구체적으로는 어떤가요?
코야마씨:
저는 원본 소설을 읽은 시점부터 그에게 그다지 와일드하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갖진 못했지요. 어느 쪽인가 하면 공의 경계의 코쿠토 미키야에 가까운 인상이었습니다. 거기서 타케우치 씨의 원안 일러스트와 차이가 생겼고요. 해서 결정되기까지 애를 먹은 캐릭터입니다.
단 저 자신은 제가 맨 처음 받았던 소쥬로의 이미지가 좋다 하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제 인상을 살릴 수 있도록 설득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4gamer:
캐릭터 일러스트 변경은 나스씨의 텍스트에도 영향이 있었나요?
코야마씨:
캐릭터 그림이 변화함에 따라 나스씨가 지닌 소쥬로의 인상도 좀 변화한 듯싶어요. 하지만 제게 있어선 처음 읽었던 원작의 이미지가 지금의 소쥬로이기 때문에 오히려 바꾸지 않았으면 했죠. 해서 나스씨가 좀 말랑한 묘사로 바꾼 부분은 원래대로 냅두자고 제가 말하거나 역으로 제가 말랑한 표정을 그릴 땐 나스씨가 여기선 좀 더 와일드한 느낌으로, 그런 식으로 의견을 교환했었습니다.
4gamer:
소쥬로가 입을 (x) 모양으로 한 귀여운 표정을 한 장면이 있죠. 그럼 그건 코야마판 소쥬로가 된 덕에 만들어진 표현인가요
나스씨:
저는 (x) 모양보다 (^) 모양으로 삐지는 얼굴이 마음에 듭니다. 어느 쪽도 초기안에는 없었던 표정이죠. 애초에 소쥬로는 벽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의 남성이라 감정을 바깓으로 내보내지 않고 단순히 「그래」하고 마는 인물이었습니다. 코야마판에선 상대방이 뭔가 말을 하면 분명하게 대답을 하는 느낌이고.
4gamer:
좀 핀트가 어긋한 대답이긴 합니다만.
나스씨:
그렇죠. 본인은 아주 성실하게 답하고 있단 점이 오히려 성질을 돋구는 겁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말 좋은 녀석이기 때문에 이상한 대답을 듣고 뭔가 불평을 늘어놓더라도 결국은 불평을 한 쪽이 겸언쩍고 말아요. 그런 캐릭터 상을 지향했죠.
코야마씨:
최종적으로는 신구 소쥬로가 융합했었지요.
나스씨:
그 부분은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량에 달린 거니까요. 실력발휘 좀 했죠.
4gamer:
소쥬로가 아오코에게 말한 「있는 건 있다」란 대사가 굉장히 인상이 남았거든요. 논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일단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상당히 특수한 정신구조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나스씨:
기본적으로 소쥬로는 직접 본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자기자신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론 인간인 이상 본 것엔 모조리 주관이 들어가 보고 싶은 것과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선별하죠. 하지만 소쥬로는 그런 세상 일의 가치나 선악 판단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못합니다.
4gamer:
애초에 판단 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 없다는?
나스씨: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산에서 막 내려온 참이었던 소쥬로는 아직 인간이 되질 못한 거에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도 점점 인간사회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갑니다만 동거인들은 그에 대해 각각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그의 사상만은 영원히 바뀌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리스. 바뀌어 가겠지만, 거기에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오코란 느낌입니다.
4gamer:
클라이맥스 신에서 소쥬로가 굉장히 차가운 눈을 하는 장면이 있죠. 그 부분에서 지금까지 말랑하기만 했던 소쥬로의 이미지가 뒤바뀐 느낌이 들거든요.
코야마씨:
그렇죠. 거기서 「어? 뭔가 이상한데」, 하고 플레이어가 느껴줬음 했어요. 저는 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착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는 소쥬로의 캐릭터를 모두가 좋아해줬음 싶거든요.
나스씨:
하하하. 무력하게만 느껴진 주인공이 사실은 강하다, 란 건 이미 라이트노벨 업계가 15년간 키워온 진부한 클리셰 아닌가요. 원작이 쓰여진 당시라면 또 몰라도…
4gamer:
뭐 그렇죠 (웃음)
나스씨:
2012년인 지금 그걸 하는 건 좀 불안하기도 했죠. 그래서 그 부분은 가능한 한 자연스런 형태로 강인함을 표현하고 촌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어요. 예를 들어 소쥬로의 눈이 난데없이 번쩍하고 빛나거나 하면 좀 분위기가 처지잖아요? 그게 아니라 여태껏 쌓아올린 마법사의 밤의 분위기를 죽이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소쥬로의 기이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그 부분의 소쥬로의 그래픽은 멋졌죠.
4gamer:
츠쿠리씨는 어떠신가요, 소쥬로에 대해서.
츠쿠리씨:
걘…불쌍한 놈이죠.
(일동폭소)
츠쿠리씨:
그도 그럴 게 여태껏 평화롭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저런 마녀가 사는 집에 처박히는거잖아요? 걘 빠릿빠릿하니까 그나마 낫다 싶지만 「내가 저딴데 처박히면 2시간도 못버텨……」하는. 그런 지경인데도 참 씩씩하죠. 아마 마법사의 밤에 있어서 실질적인 히로인은 그 녀석이 아닐까요.
나스씨:
그, 그런가? 그 환경을 불쌍하다고 여기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우린 글러 먹은 건가…
츠쿠리씨:
더러운 어른이죠. 못써요 아주.
4gamer: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그 상황을 부러워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되는 대목입니다. 미녀 두 사람과 생활하는 걸 부럽게 여기는 반면으로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랄 지경이니.
나스씨:
아오코랑 사귀는 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습니다. 걔랑 그런 사이가 되면 사는 게 피곤해요. 게으르게 살다 보면 욕먹으니까요. 반대로 아리스는 인간적으로 보면 무서운 면도 있지만 데레 모드로 들어가면 상냥할 테니 추천. 이게 타입문 스태프 사이에서 의논한 결론이죠 (웃음)
코야마씨:
하지만 아오코의 지지율도 최근 들어 올라간 것 같던데. 끌고 가 주는 타입이니까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나? 하는. 그치만 저는 인간이 글러먹은지라 그래도 아리스쪽이 좋다고 생각을……
4gamer:
페이트에서도 린이 「빨랑 한 사람 몫을 하는 마술사가 되란 말야!」하고 시로를 갈구고 있었습니다만 타입문 작품의 여성 캐릭터는 남자 사이드도 레벨을 올려가지 않으면 버림받을 듯한 무시무시함이 있죠.
나스씨:
그건 괴롭죠…… 다만 아오코는 그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을 억지로 시키지는 않아요. 어디까지나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죽을 힘을 다하라는 스탠스죠. 그러니까 잉여인간이 아오코랑 같이 살면 일류인간이 될 겁니다.
4gamer:
그럼 메인 3인방을 제외한 조연들에 대해선 어떤지요. 특히 세 분께 있어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라던가.
코야마씨:
저는 뭐가 뭐래도 토우코 씨 표정이 그리면서 즐거웠죠.
4gamer:
토우코 씨는 공의 경계와 비교해서 상당히 액티브하게 움직이는 캐릭터가 됐죠.
코야마씨:
꽤나 감정의 업 다운이 격렬한 사람이 되놔서, 그게 표정에도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그 기복이란 것도 본인이 정신적으로 몰려서 허둥대고 있어서긴 하지만 그리는 쪽에선 재밌었죠.
나스씨:
하여간 이 사람은 불행 모에라니깐 (웃음) 저야 두 말 할 것도 없이 코지카지만요.
4gamer:
현 상황에 있어서 메인스트림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존재감은 큰 캐릭터지요.
나스씨:
코지카는 애초에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제작단계에서 우리는 알아채고 말았습니다. 「이 게임에는 모에 캐릭터가 없다!」고.
4gamer:
과, 과연.
나스씨:
해서 어찌 되었건 간 귀엽단 사실이 고대로 존재의의가 될만한 캐릭터, 해서 코지카가 필요로 해졌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츤츤대는 성격의 드센 여자애가 태어났습니다. 나스 키노코의 한계를 깨닫게 해줬죠……하, 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아이돌이라구요.
코야마씨: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데레가 없는 츤데레 캐릭터 컨셉이 알기 쉬웠죠. 덕택에 그리기도 편했습니다.
4gamer:
이건 어느 캐릭터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만 일단 캐릭터의 표정이 풍부하고 그에 더해 정말 미묘한 차이까지 그려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착각이라면 죄송합니다만 13장에서 아오코와 소쥬로가 외출하는 걸 배웅하던 때의 아리스의 표정은 그 신에서밖에 쓰이지 않았지요.
코야마씨:
오오, 용케 알아차리셨네요.
나스씨:
그 장면에선 꼭 전용 CG가 있었음 했거든요. 「클릭 한 번 하면 빠이빠이지만 그래도 그려줘!」했던 그림이, 마법사의 밤엔 이외에도 잔뜩 있습니다.
4gamer:
월희에서도 원클릭으로 사라지는 호랑이 일러스트가 있었죠.
나스씨:
그래도 월희의 그건 「여태껏 나오지 않은 일러스트다」란 게 딱 감이 오잖아요? 마법사의 밤은, 특히나 아리스의 표정에 와서는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레벨이에요. 그렇지만 일체의 타협 없이 만들기로 한 이상, 이 부분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었죠.
코야마씨:
츠쿠리씨가 스크립트를 짜기 시작하고 나서도 「이 표정은 안 맞으니까 전용 CG 추가하자」하는 요구가 빗발쳤거든요. 나중가서 표정 추가가 꽤 많았어요.
4gamer: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에 관해선 코야마씨와 츠쿠리씨가 연동해서 작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코야마씨:
예. 제작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 자리에서밖엔 쓸 수 없는 딱 들어맞는 이벤트 CG보단 범용적으로 쓰기 편한 캐릭터 전신 CG나 실루엣 소재 리퀘스트가 많아졌어요. 그 부분은 츠쿠리씨랑 자주 의견을 나누며 진행했습니다.
츠쿠리 매직 ―――――― 마법사의 밤 연출의 오묘함
4gamer: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크립트를 담당하신 츠쿠리씨에게 주로 연출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여쭤보려합니다. 이미 말이 나왔듯 본작에선 높은 수준의 스크립트 연출이 작품 세계를 떠받치고 있죠. 츠쿠리씨 자신은 처음 마법사의 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품으셨는지?
츠쿠리씨:
애시당초 이렇게 큰 기획이 아니었거든요. 소설의 삽화 같은 걸 만들어서 CG 장수도 적게 해서 간다는 거였는데, 그게 막상 작업해보니 지금까지의 연출을 가지고선 마법사의 밤의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편안하게 플레이는 할 수 있지만 끝내고 나서 영혼을 울리는 무언가가 없어서, 담백하게 끝나버린다고 해야 하나.
4gamer:
마법사의 밤은 페이트와는 달리 장면 대부분에서 삼인칭을 취하죠. 일단 그 부분이 큰 차이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나스씨:
원작 소설판이 삼인칭이었고, 내용적으로도 심플하고, 메인은 아오코에 아리스에 소쥬로 이 셋의 생활이었기 떄문에 그걸 객관적으로 표현한단 의미에서도 삼인칭으로 하고 싶었거든요. 단 실제로는 텍스트 어드벤쳐를 삼인칭으로 그려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지금까지의 미연시나 텍스트 어드벤쳐의 문맥으로 문장을 삼인칭 화해버리면 그래픽이나 연출이 붕괴해버리죠. 그런 문제를 완벽하게 커버해준 것이 츠쿠리 모노지의 연출입니다.
츠쿠리씨:
지금까지의 텍스트 어드벤쳐 문법이라 하면 배경 위에 캐릭터의 스탠딩 CG가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고, 주고받는 회화를 하는 방식이죠. 그걸 전제로 삼으면서 주요 장면에선 이벤트 CG를 준비하고……하지만 마법사의 밤에선 더는 스탠팅 CG와 이벤트 CG의 구별이 없습니다.
나스씨:
마법사의 밤엔 이벤트 CG가 거의 없거든요. 플레이어가 이벤트 CG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건 대개 스탠딩 CG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gamer:
CG는 다 해서 몇 장 정도 있을까요?
코야마씨:
200장이 안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흔히 말하는 캐릭터 주체의 이벤트 CG로 한정하자면 그리 많지가 않아요. 이쪽에서 차분으로 준비한 것과, 츠쿠리씨가 연출판단을 통해 독자적으로 잘라붙여 만든 소재도 여러 개 있는지라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가 없거든요.
츠쿠리씨:
지금까지의 FPS적인 일인칭 연출이 아닌 나스 씨의 삼인칭 문체에 맞춘 연출을 해보자고 생각했거든요. 배경에 스탠팅 CG를 입히는 지금까지의 방식이면 만약 주인공이 없는 자리에 2명의 캐릭터가 있다고 쳐도 그들은 서로 보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 쪽을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그들은 플레이어를 없는 사람 치면서도 이쪽은 빤히 쳐다보면서 두 사람이서 쭉 이야기하겠죠.
4gamer:
어느 의미로 텍스트 어드벤쳐의 약속 같은 부분이네요.
츠쿠리씨:
그렇지요. 저는 이번 마법사의 밤에서 그런 식의 표현을 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껴서요. 해서 가능한 한 기존의 표현에서 일탈해갔습니다. 그런 약속이 플레이어가 작품 세계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되고 있다고 봐서요.
4gamer:
사실 이번 인터뷰에선 나스씨나 코야마씨는 물론입니다만 츠쿠리씨에게도 그 부분의 이야기를 꼭 좀 듣고 싶었습니다. Fate/hollow ataraxia의 한 장면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서요. 세이버와 아쳐가 후유키 대교에서 대결하는 장면 말입니다만, 그것도 츠쿠리씨의 연출이죠?
「Fate/hollow ataraxia」에서 「결전」. 「Fate/stay night」 본편에선 실현하지 못한 세이버 vs 아쳐전을 그린 타입문 작품 내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츠쿠리씨:
죄송함다. 그렇게 됐습니다.
4gamer:
그걸 봤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서부터 텍스트 어드벤쳐의 상식이 뒤바뀌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제론 그걸 잇는 타이틀은 그 이후로는 나타나지 않았던 듯싶지만요.
나스씨:
그 부분은 츠쿠리씨의 콘티가 선행되고, 거기에 맞춰서 외야에서 작업해나가는 형태로 만들었죠.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 같은 경우는, 연출에 관해선 페이트에서 할 거 다 해버린 감이 있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유일한 도전, 새로운 것을 해보잔 생각이 들어간 장면입니다.
4gamer:
그 장면만 몇 번이고 되풀이했을 정도에요. 해서 오늘은 츠쿠리씨가 이 자리에 있어주셔서 굉장히 기쁩니다. 그 후로 텍스트 어드벤쳐에 있어서 스크립터의 존재는 좀 더 평가받아야만 한다! 하고 줄곧 생각했었어요.
츠쿠리씨: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기쁘죠. 다만 마법사의 밤은 일인칭을 전제로 한 소재의 작업이 꽤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그걸 전부 삼인칭용으로 변경하는 건 무리가 있었어요. 해서 결과적으로 일인칭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소재를 가지고 삼인칭의 연출을 한다는 개축 작업에 도전하게 돼서……이것만 아니었으면 마법사의 밤은 1년도 전에 발매했을 예정이라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나스씨:
츠쿠리씨가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가를 보충 설명하자면, 일인칭용 소재란 것은 페이트까지의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에미야 시로라는 주인공이 있고, 그가 본 풍경을 소재로써 만들죠.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주인공 시점의 CG밖엔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코야마씨:
스탠딩도 배경도, 준비한 건 기존의 정석에 따른 수평적 시점뿐이었으니까요. 위에서 보거나 아래에서 보거나 하는 CG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마치 카메라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연출을 만들어간다는 건, 말로 하면 「흠~ 그렇구나」하고 땡이지만 한 장의 그림으로써 완성된 물건을 산산이 분해해서 자유로운 앵글로 재구축한다는 건 실제로는 정말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기술인 겁니다.
나스씨:
그야말로 츠쿠리 매직이죠.
4gamer:
정말 마법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연출은 어떠한 공정을 거쳐서 착상에 이르게 되는 걸까요. 역시 사전에 콘티를 짜는 걸까요. 아니면 실제로 스크립트를 짜면서 퍼즐처럼 작업에 맞춰가는 걸까요.
츠쿠리씨:
대체로 후자입니다. 중요한 장면이라면 사전에 콘티를 짜기도 하지만, 일상의 회화신 같은 건 실제로 작업하면서 「이렇게 하면 매끄럽게 연결되네」 하는 식으로 연출을 하나하나 발견해가는 느낌입니다. 단, 아무래도 스크립트 좌표의 수치를 일일이 쳐가는 건 시간이 너무 걸리다 보니 거기엔 전용 스크립터 에디터를 프로그래머이신 센베이씨가 만들어 주셨습니다. 덕택에 이쪽에선 순수하게 연출작업에 힘을 기울일 수 있었으니 굳이 마법이라 칭한다면야 센베이 매직이 아닐런지.
4gamer:
일상신이라면 모든 화면에 애니메이션 업계 말로 레이아웃이 들어가 있죠. 적어도 본편에 있어선 방금도 이야기에 나왔던 캐릭터 2명이 정면을 바라보며 서 있는 신은 없었지 싶습니다.
※레이아웃――애니메이션 제작 연출 공정 중 하나. 콘티로부터 짜낸 '컷'에서 캐릭터나 배경 등의 요소를 배치하고, 화면의 구도를 결정하는 일.
츠쿠리씨:
그렇죠. 실제로 플레이하신 분은 움직이고 있는 장면에 주목하실 거라 보지만 작업 단계에서 가장 시간을 잡아먹은 건 기존의 소재를 가지고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전투신 같은 것도 중시했습니다만 일상신의 정감이란 것을 가능한 한 전하고 싶었거든요.
4gamer:
텍스트 어드벤쳐의 약속이라는 걸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의식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셨는지?
츠쿠리씨:
음……저도 이전엔 「이건 원래 이런 거니까」 하며 넘어갔습니다만…마법사의 밤에 한해선 제작개시 때부터 쭉 그 점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나스씨:
그 점은 입장의 차이가 아닐까요. 예를 들어 플레이어인 한, 어드벤쳐 게임이라며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죠. 약속에 따르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야기는 전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전제를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제작자 입장에 섰을 때 타협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바로 그런 사람의 대표격이 츠쿠리 모노지인거죠.
츠쿠리씨:
문체가 삼인칭 시점이라는 점과 올라온 배경이나 캐릭터 퀄리티가 기존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단 점도 크다고 생각해요. 페이트 시절이라면 아직 이건 그런 거라고 하며 넘어갈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마법사의 밤의 그래픽에서 받는 입체감이나 공간감은 아주 농도가 짙어서, 이걸 살리지 않으면 바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배경과 스탠딩이 위화감 없이 녹아드는 연출을 생각했습니다만 녹이려고 하면 녹이려고 할수록 위화감이 바로 그 '이건 원래 그런 거'란 부분으로 옮겨가는 거죠. 해서 그럴 바에야 에라 그냥 장면째로 카메라가 전환되는 연출로 만들어버리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 이르렀죠.
4gamer:
츠쿠리씨 개인적으로는 어떠신지. 결과적으로 완성된 마법사의 밤의 연출에 만족하고 계신가요. …솔직히 말해서 특히 일상 파트 쪽은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만.
츠쿠리씨:
아, 죄송합니다. 정말 말씀대로에요. 부분부분 조정부족이지 싶은 곳이 제법 있는지라, 이후로는 그런 쪽을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나스씨:
저는 맛이 가버리기 전에 츠쿠리씨가 어깨 힘을 빼줬으면 하는데요 (웃음)
[칼럼] "츠쿠리 매직"의 진상 「비상하는 울새」
본문에서도 이야기한 츠쿠리 매직 속에서 몇 가지를 픽업해 소개한다.
우선 울새가 아리스의 앞으로 날아와 수줍게 사라지는 장면. 이 장면에서 사용되고 있는 울새의 소재는 왼쪽 두 종류뿐으로, 실제 움직임은 프로그램상에서 걸린 블러 처리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체공하며 한순간 멈추는 부분에선 화상의 투명도변화와 상하운동으로 그럴 싸한 움직임을 재현했다고. 그야말로 츠쿠리씨의 고집이 낳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울새의 움직임이나 여기서 얻어낸 기법은 전투신 등에서도 피드백이 이루어져 활용되어 있다고.
참고로 이야기 전반부에선 삐삐삐 하는 소리밖엔 내지 않는 울새이나 사실 그 모든 것에 어엿한 대사가 마련되어있다. 개발 도중까진 일련의 대사를 표시하는 울새 스위치란 옵션이 있었다고 하나, 울새가 말해버리면 로맨틱한 신이 개그가 되므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강판하였다고.
나스씨 이르길, 울새의 대사의 모델이 된 것은 츠쿠리씨 자신이라고. 츠쿠리씨가 새를 좋아한다는 점도 있어, 두 사람의 애착이 담뿍 담긴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폐원 유원지에서의 전투――――광기와 센스에 찬 연출
4gamer:
츠쿠리 연출을 알아가기 위한 단서로써 츠쿠리씨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다면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어떠신지.
츠쿠리씨:
이번은 이렇다 할 작품은 없네요. 굳이 말하자면 영화나 TV, 아니면 자연 풍경까지 포함해서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모든 것들의 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오코의 걸음걸이나 골렘의 거동 같은 건 어린 시절에 본 선더버드 2회에서 엘레베이터카가 내려오는 장면 같은 게 참고가…되었을지도 몰라요.
나스씨:
처음 듣는 소린데 (웃음)
츠쿠리씨:
의식했다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충격을 받은 거라고 하면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서. 페이트 때와는 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점도 있어서 그걸 보고 보다 현장감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페이트였다면 세이버가 검을 휘두를 때 얼마나 폼나게 검을 휘두르는가만을 생각했을 테지만 마법사의 밤에선 휘두르기 전과 검을 휘두르면 그 주변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걸 생각했습니다. 에반게리온에서도 사격 그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자체의 변전설비의 간지가 또 장난이 아니었고.
4gamer:
아, 야시마 작전이네요. 굉장히 알기 쉬운 예입니다. 그렇군요, 아오코는 라미엘이었던 건가…덧붙여 츠쿠리씨는 아오코나 아리스에게 어떤 인상을 느끼고 계신가요?
야시마 작전――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에 등장하는 가공의 작전명. 신극장판에서는 제6사도로 등장한 라미엘을 양전자포에 의한 저격으로 요격하기 위해 일본 전체가 정전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빔을 주고 받는 긴박한 전투가 펼쳐지는 동작의 명장면 중 하나.
츠쿠리씨:
만들고 있는 도중에는 이 부품을 어떻게 다뤄볼까 하는 생각밖엔 없었던지라 그 둘을 캐릭터로써 볼 수 있었던 건 마스터업 이후입니다. 유원지신에서 아오코가 소쥬로를 때리는 장면을 되돌려보고 아, 어쩐지 착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오코가 히로인다울지도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나스씨:
쭉 말 했었잖아. 빔 같은 거 관두죠 하고. 히로인이 빔이라니 대체 뭔 생각이야 있을 수 없거든요 하고.
츠쿠리씨:
있을 수 없지요. 그럴 게 원작에선 빔 같은 거 안 쐈잖아요!
나스씨:
원작에선 애초에 유원지 자체가 안 나왔고. 건물 앞 전투는 인형으로 끝이거든요.
4gamer:
예. 정말 그 유원지 장면은 화려함이란 의미에선 마법사의 밤 제일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합니다만……
나스씨:
이 츠쿠리 모노지라는 오리……아니, 남자가 범인입니다. 원작에선 인형전도 한밤의 학교가 무대였었습니다만 그건 페이트에서 했으니 다른 장소로 하게 됐죠. 하지만 복잡한 지형을 고르자니 소재 제작이 어렵지요. 어딘가 싸게 먹히고, 그러면서도 분위기가 나는 스테이지는 없을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츠쿠리씨가 폐원 유원지는 어떤지, 하고 툭 던지더군요. 그게 싸게 먹힐 리가 없지 않나!? 하고 딴죽을 걸면서도 "폐원 유원지……(꿀꺽)"
츠쿠리씨:
저도 그렇지만 폐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폐허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쫓기는 상황은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문제는 그 아이디어를 꺼낸 건 마법사의 밤이 좀 더 소규모일 적 이야기란 거죠. 그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더니 한술 더 떠서 캐릭터며 카메라며 휙휙 움직이질 않나…… 그래서 종반 가서는 「폐허 씨발! 애초에 CG가 없거든! 저 젠장 맞을 시나리오 라이터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4gamer:
그렇다는 건 플랫스나크전은 애초엔 예정에 없었다?
나스씨:
그렇습니다. 다른 부분은 원작의 흐름 그대로지만 폐원 유원지랑 번외편 기타 등등은 2009년 나스 키노코류입니다. …뭐 그렇게 빨리 아리스가 힘낼 예정이 아니었습니다만. 하지만 유원지 전은 구성이 정리돼서 이건 재밌어진다 하는 확신이 생겨버렸으니까 이건 낼 수밖엔 없겠다 싶었죠. 앞서 플레이어의 관심을 끌려는 식의 요소는 억지로 넣지 않겠단 말을 했습니다만, 이 유원지 전에선 그게 필요해지겠다 싶어서. 그리고 나서는 코야마씨가 한술 더 떠 빔을 쏘고 싶다고 말을 꺼내서.
코야마씨:
어? 내가? …그랬었나?
나스씨:
딱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서가 공개됐을 때죠. 말했잖아요. 나도 빔을 쏘고 싶다고. 왕도를 하고 싶다고.
츠쿠리씨:
미묘하게 다르네요. 코야마씨는 확실히 왕도를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었지만 그걸 가지고 빔을 쏘게 한 건 당신이야. 범인은 당신입니다!
나스씨:
지, 진짜냐……그래도 봐, 아오코는 애초부터 빔에 환장했으니까… 그리고 적어도 빔은 고사하고 확산파동포를 쏘게 한 건 틀림없이 댁이거든요! 난 스크립트보고 쫄았거든! 「완전 처음 보는 장면이 돼 있네!」하고.
츠쿠리씨:
그거야 뭐, 그렇지만……하지만 전부 3.5번 발사하라니 뭡니까 그게! 완전히 똑같은 빔을 3번 쏘게 할 순 없잖아요!
4gamer:
즉 여러분의 고집이 상승효과를 일으킨 결과 유원지 장면이 성립된 거군요 (웃음)
나스씨:
실제로도 마법사의 밤의 제작은 누군가가 난이도를 높이면 외야에서도 거기에 맞춰 분발하는 식이었지요. 그게 순환하다 츠쿠리씨한테 와서는 단번에 포텐이 터져버린 느낌이랄까. 결과적으로 「모노지의 HP는 이미 제로야!」 하는 사건으로.
4gamer:
아오코가 빔을 쏘는 장면도 첫 단계는 네 번까지였었죠. 그 증거로 갤러리 속에는 빔이 네 발 나가는 그림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 그림은 산산조각나서 어느 틈엔가 8발이 됐죠.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어요.
나스씨:
어느샌가 마법진의 안테나가 증식했고. 하지만 그 퀄리티를 보고서야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고. 이쪽도 텍스트를 고쳐서 대항할 수밖에 없을 뿐이고.
[칼럼] "츠쿠리 매직"의 진상 「아오코 빔 제 2사의 변천」
어느 틈엔가 8발의 확산파동포가 되었다는 아오코의 빔. 츠쿠리씨 이르길 이는 제1사째의 연출이 예상이상으로 화려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경을 가한 부분이라고 한다,
이미지의 상단 부분이 초기 예정되어있던 연출 플랜. 본문 중에서도 언급한 대로, 네발의 빔이 날아갈 예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대로라면 제1사째와 비교해, 위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으므로 파워업을 꾀한 최종적인 연출이 하단 부분. 빔의 개수가 늘어나 있는 것은 물론, 박력과 현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를 슬로우로 잡은 멀리에서의 정경까지 추가되어 있다. 츠쿠리씨 왈 [조금이라도 아오코씨 쩔어하고 생각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4gamer:
아마도 스크립트 연출적인 의미에선 아오코와 토우코의 라스트 배틀보다 유원지 쪽이 애를 먹지 않았을까 합니다만. 아오코의 마법의 발동과 더불어 사계절이 변화하는 연출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츠쿠리씨:
그걸 만든 건 벌써 2년 가까이 전이네요.
나스씨:
그건 세계의 리라이트가 행해지는 과정을 사계의 변화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배경작화팀을 갈아넣은 귀신같은 코딩을 즐겨주세요. 고작 일분짜리 장면이건만 어쩜 이렇게 사치스러운가, 하고. …다만 그 장면 자체는 꽤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거라 츠쿠리씨적으로는 가장 갈아엎고 싶었던 듯싶어요. 결국은 그것보다 「나제나니프로이」를 우선하게 시켰지만.
4gamer:
그 장면에선 BGM이나 SE의 타이밍, 볼륨까지도 조절되어있죠.
나스씨:
츠쿠리씨는 정말로 기합이 들어간 장면은 음악도 SE도 전부 컨트롤하고 있거든요. 아마도 지금 모노지가 스크립트를 새로 짠다면 토우코전도 꽤나 달라지겠죠. 배틀면의 퀄리티는 유원지 전투를 최고로 하고 싶어서, 유원지를 제작 막바지로 돌려놓게 했거든요. 연출의 기술적 정점은 역시 유원지입니다.
츠쿠리씨:
방금 말한 스크립트 에디터나 그걸 다루는 기술이 숙성된 게 개발 종반 무렵이기 때문이죠.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던가 이 버그를 고쳐줬음한다 같은 피드백을 하며 스크립트 작업과 병행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마법사의 밤은 결국 에디터와 저 자신이 착지점을 찾은 게 유원지 신을 짜고 있던 무렵이라, 그런 점도 있고 해서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나스씨:
초기 단계에선 하고 싶어도 못 했던 게 많았으니까요……좀 놀랄만할 이야기를 하자면 애초에 유원지신은 통상 배경소재를 한 장밖에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거기다 5장 전반의 거울의 집에 가선 애초에 배경 소재가 존재하질 않습니다. 아오코가 달리고 있고, 일면의 벽에 아오코의 다리가 비치고 있는 이벤트 CG를 잘라붙여서 거울의 집을 표현해냈다죠.
츠쿠리씨:
뭐 정력적으로 했다기보단 가지고 있는 소재를 가지고 어찌저찌 속여 넘겼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만 (웃음)
나스씨:
아니 그게 대단한 거죠! 다들 5장 후반의 유원지가 엄청나다고 하고, 그야 물론 그렇지만요. 하지만 5장 후반이 모노지의 센스로 만들어져 있다고 치면, 5장 전반은 모노지의 광기가 폭발하고 있죠. 마법사의 밤에 있어서 없는 것을 있게 하는 기술의 집대성이 거울의 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gamer:
그 장면은, 텍스트 단계에서부터 그랬던 건가요?
나스씨:
그랬지요. 사실 텍스트 단계에선 「여기 표현은 무리아냐」하는 생각을 했는데……(츠쿠리씨를 흘겨보면서) 아, 무리 아니에요. 라이터가 하지도 못할 일을 시킬 리가 없잖아?
츠쿠리씨:
…….
나스씨:
미안. 사실 거울의 집만은 평범한 텍스트 어드벤쳐처럼 화면을 텅 비우고 문장을 흘려보내는 걸로 얼버무릴 심산이었는데. 하지만 츠쿠리 모노지는 도망지질 않았지. 그래서 거울의 집 장면은 시나리오 담당인 제가 제일 놀란 장면이에요.
[칼럼] "츠쿠리 매직"의 진상 「거울의 집」 전투
배경소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울의 집 장면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스크립트 에디터상의 화면을 보며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미지는 왼쪽이 완성된 게임 화면, 오른쪽이 그 구성요소를 알기 쉽게 분해해 표시한 것이다. 1~4번은 배경의 거울 면을 구성하는 화상이나 이들은 있는 소재를 잘라붙이는 것으로 형성되어있다. 1번은 깨진 거울 화상의 배경 부분을, 2번은 아오코가 달리고 있는 화상의 배경을, 3번은 닥쳐오는 인형의 배경을, 각각 잘라서 사용한 것. 더불어 4번은 1번과 같은 소재를 가공한 것으로, 위에 겹침으로써 색채를 표현하고 있다.
그에 더해 5~7번은 수족관 신의 배경에서 빼낸 정례용 폴. 8~13번은 거울의 이음새를 표현하기 위해 얇은 선의 화상을 프로그램상으로 백색과 흑색으로 착색한 것. 최종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배경에다 지금까지의 소재, 아오코의 스탠딩 cg를 조합한 뒤 모든 명도 대비 투명도 배율 레이어 타입 등을 조정한 결과로써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게임 화면이 탄생하는 것이다.
타입문이 텍스트 어드벤쳐를 고집하는 이유
4gamer:
여기서부터는 마법사의 밤의 전체상에 대해, 특히 텍스트 어드벤쳐에 대한 집념 등을 중점적으로 여쭤보려 합니다. 그도 그럴게, 근래 들어선 타입문의 작품도 소설에서 애니메이션까지 폭넓게 전개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텍스트 어드벤쳐에 집념을 보이고, 본작과 같은 타이틀을 만든 것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스씨:
저는 결국 2004년까지의 어드벤쳐 게임이 좋은 인간인 거죠. 엔터테이먼트의 임금님이던 애니메이션에 맞서려한 사람들이 우리도 재밌는 걸 만들 거야! 하고 분발했던 시기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애니화가 목적이 돼버린 감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문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지요.
4gamer:
확실히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는 애니메이션보다도 텍스트 어드벤쳐나 라이트노벨 쪽이 소위 말하는 오타쿠의 교양으로써 우선순위가 높았던 시기죠.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역시 애니메이션이 강세였고, 지금 상황에서 생각하자면 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만.
나스씨:
그래요. 그래서 현상의 업계 컨텐츠의 형태라는 것이 저에겐 불편합니다. 게임, 소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완성형에 이르기까지의 중도형태란 소릴 듣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게 아니야, 이게 완성형이야」라고 가슴을 펴고서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죠. 저 자신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다른 곳에서도 계속 만들어질 수 있도록. 무언가의 대용품이 아닌 어드벤쳐로 밖엔 할 수 없는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4gamer:
처음에 나스씨가 말씀하신 대로 텍스트 어드벤쳐 전체의 향상을 노리고 있다는 건, 플레이하면서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법사의 밤을 보고 있자면 뚜렷하게, 이것이 완성형이다, 하는 의지를 느낍니다.
나스씨:
물론 결과적으로 미디어 믹스 해주시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마법사의 밤 역시도 그렇게 되어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도 작품으로서 아무튼 완벽한 물건을 만들고 싶단 거죠. 마법사의 밤 발매 이후, 아는 라이터에게 「여기까지 미디어 믹스를 무시한 게임을 한 건 처음이다. 영상화 불가능이란 찬사는 몇 번이고 봤지만 이건 영상화할 필요가 애초부터 없어」 하는 소리를 듣고 정말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설령 시대에 역행하고 있더라도, 그것만으로도 마법사의 밤은 가치가 있는 거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4gamer:
좀 전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의 세이버 대 아쳐 전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 장면을 플레이했을 때 텍스트 어드벤쳐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건 애니메이션으론 할 수 없고, 물론 소설로도 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나스씨:
스크립터는 본래 그걸 할 수 있어야 하는 입장이지요. 영상감독 같은 거니까.
4gamer: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텍스트 어드벤쳐라는 것은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제작에 드는 코스트(인력)으로 얻어갈 수 있는 표현력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표현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은 높지만, 비용도 비싸고, 소설은 표현력이 떨어지지만 비용이 싸다 치면, 텍스트 어드벤쳐는 그 중간에 있으며, 동시에 이 형태가 아니고선 전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스씨:
그 점은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비용뿐만이 아니라 시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게 제법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지금으로선 스크립터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크죠. 애니메이션에선 백 명이 달려들어서 만드는 장면을 혼자서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머릿수를 늘려본들 츠쿠리씨의 센스에는 따라갈 수 없지요. 결국엔 츠쿠리씨가 하나부터 다시 만들게 됩니다. 아, 신카이 마코토씨가 혼자서 하고 있던 무렵이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작가. 개인제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의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로 주목을 모은다. 이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등, 정력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4gamer:
과연. 그 신카이 작품도, 퀄리티를 위해서는 상업화해서 인원을 늘릴 수밖엔 없었죠. 츠쿠리 연출에 의한 텍스트 어드벤쳐 작품을 좀 더 보고 싶습니다만 그리 간단하진 않을 듯싶군요……. 그럼 연출과는 조금 다른 노선으로, 선택지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루트 분기도 보이스도 없다는 건 요즘 유행에서는 좀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듭니다만.
나스씨:
선택지는 역시 조금 불안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이야기와 분위기를 특화시킨 작품이니 그걸 철저하게 맛보아주었으면 해서 분기는 폐지했습니다.
게임적인 요소를 추구한 나머지 마법사의 밤이라는 모형정원의 디자인을 훼손할 바에는 차라리 없애버리는 것이 맞다 하고. 한편으로는 게임답게 종이책으로는 할 수 없는 전자적인 위트를 넣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아카이브에 나오는 책장――――그건 아오코의 책장입니다만 그게 서서히 차 가는 건 종이책으로는 할 수 없는 놀이지요.
아카이브로부터, 아오코의 책장.
4gamer:
루트 분기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나스씨:
아니 처음엔 있었죠. 호감도 비스무레한 시스템은 소쥬로의 대답에, 운명 그 자체를 바꿔버릴 행동적 선택지는 아오코에게 각각 선택, 이란 디자인으로. 어째서 이런 식인지는 플레이를 마친 사람이라면 알 거라고 생각해요.
4gamer:
이전 우로부치 겐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적에, 선택지가 없는 편이 쓰기 쉽다. 나는 분기가 있는 이야기에는 맞지 않는다. 고 하셨습니다만 나스씨는 어떠신지?
나스씨:
선택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스탠스인건 물론 아닙니다. 예를 들어 페이트였다면 선택지가 있음으로써 한 걸음 잘못 내딛으면 죽어버리는 세계나, 바꿀 수 있는 운명을 표현할 수 있었죠. 그러니 선택지가 게임 속에서 의의 있는 존재라면야 무조건 ok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 마법사의 밤에서 하고 싶었던 것과 맞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마법사의 밤」, 그리고 이제부터
4gamer:
그럼 마지막으로, 이후의 타입문의 예정에 대해 여쭈어보려 합니다. 특히 마법사의 밤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팬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츠쿠리씨:
아무래도 소문에 의하면 2라던가 3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요.
나스씨:
그, 그런 기획서도 있지요! …아니,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마법사의 밤은 물론 이것만으로도 이야기로서는 마침표가 찍혔습니다만, 그 마을과 세 사람을 메인으로 한 이야기는 아직 있습니다. 십각관의 살인의 속편인 수차관의 살인 같은 거랄까. 아마 다 해서 3부작 정도? 마지막까지 이야기하자면 아오코나 소쥬로, 아리스의 결말까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이상 플레이어 분들을 기다리게 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기 때문에 발표할 때는 2부와 3부의 텀을 짧게 치고 싶네요. 2부가 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어버리니.
4gamer:
오오, 속편이 있는 거군요!
나스씨:
다음은 있습니다. 물론 이번 제1부만으로도 하나의 쥬브나일 작품으로써 완결이 났습니다만 그중에는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부분도 있죠. 최저한의 힌트는 뿌려두었으므로 독자는 감각적으로 「이런 거겠지」 하고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 부분의 해답을 제대로 이야기할 때야말로 최고의 카타르시스가 찾아올 겁니다. …그 부분은 역시, 제3부를 기다려주었으면 한다, 고밖엔 드릴 말이 없습니다.
4gamer:
라고 하시면 언제쯤이 될지 궁금합니다만….
나스씨:
이번에 시간을 잡아먹은 연출 부분은 어떻게 해야 효율이 좋을지 견적이 났기 때문에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감독인 츠쿠리 모노지의 부담이 줄어드는 체제로 임할 수 있겠죠.
코야마씨:
돌아보면 이번 제작에서 쓸데없는 부분도 많았으니까요. 소재의 제작 방식도 시행착오의 투성이였고. 시작부터 방법론이 확립됐고 목표지점도 보이는 지금이라면 훨씬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4gamer:
그렇다는 것은 또다시 몇 년이고 손가락 빨며 기다리게 되는 일은……없다는?
코야마씨:
시나리오만 있다면, 저는 내일부터라도 작업할 텐데 말이에요 (힐끔)
나스씨:
누가 내 복제인간 좀 만들어줘. 마법사의 밤이 발매할 때까지 멈춰 세워놨던 안건이, 눈사태처럼 말야…….
4gamer:
솔직히 말해 이번 이상의 퀄리티를 바랄 수 있다면 다들 앞으로 1년, 아니 2년 정도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을……겁니다.
나스씨:
감사합니다! 이게 사람 사는 정이라는 거군요!
츠쿠리씨:
아니 기다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스씨:
야!!!!! ……아니, 그래도 정말 죄송합니다. 퀄리티를 보다 높이면서도 최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로, 기대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동안이 꽃인지라.
4gamer:
속편이 있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입니다만, 결국 토우코가 아닌 아오코가 아오자키의 후계자로 선택된 이유는 작중에선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지요? 이건 나중을 위한 즐거움, 이란 걸까요?
나스씨:
힌트는 뿌려 놓았으니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차릴 거라 생각합니다만, 아오코의 마술회로 구조가 힌트입니다. 토우코의 마술회로는 업계에서도 손꼽을 정도지만 아오자키의 제5법에는 그런 게 필요 없었죠. 오히려 아오코의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적합하다, 랄까.
4gamer:
제5법 그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비밀이 감춰져 있는 듯싶은데요.
나스씨:
분명 여러분,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실 거라 생각합니다만…죄송합니다, 그걸 알 수 있는 건 좀 더 나중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아가는 문명이란 테마에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4gamer:
숲을 나가 문명을 접하는 것으로 타락해가는 소쥬로와 그것을 지켜보는 아오코, 라는 도식일까요.
나스씨:
작중에서도 추상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아리스는 중세문명의 대표이고 아오코는 소비문명의 대표입니다. 아오코가 어째서 "최신의" 마법사인가, 그 답도 제5의 속에 있습니다.
4gamer:
아……과연. 알겠습니다.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죠 (웃음) 그럼 마법사의 밤 이외에 대해서는 어떠한지.
나스씨:
타입문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획이라 하면 우선 앞서 연기가 발표된 페이트 엑스트라 CCC가 있습니다. 연기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플레이 한 사람이 이런 것도 괜찮네~ 할 수 있을 만큼 농후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므로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아직 세부사항을 누설할 수 없습니다만, 여러분이 기다려주고 계신 월희의 리메이크도 병행해서 진행 중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도 기대해주셨으면 하고.
4gamer:
저, 개인적인 관심사라 죄송합니다만, DDD 쪽은…….
나스씨:
우그으…… (땀) 기다려주고 계신 독자 여러분께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끝은 보이고 있사오니 마법사의 밤이 끝나면…….
4gamer:
알겠습니다 (웃음) 그럼 마무리 코멘트로써 코야마씨와 츠쿠리씨의 이후의 활동에 대한 의욕을 말해주실 수 있을지.
코야마씨:
예. 제가 처음으로 원화를 담당한 게 마법사의 밤이다 보니 역시 작품에 대해서 각별한 애착이 있습니다. 해서 2부와 3부를 빠릿빠릿하게 만들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네요.
츠쿠리씨:
전 세간의 평가도 물론 신경이야 쓰입니다만 그보다도 먼저 자신이 이만하면 됐다 싶은 곳까지 끌고 가고 싶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로 실감했습니다. 마법사의 밤 제1부를 저런 형태로 만들어버린 이상, 속편도 책임을 지고 갈무리하고 싶습니다. 제작 공정도 손을 봐서 가능한 한 빠르게 전달하고 싶네요.
4gamer:
1부를 플레이한 탓에, 시나리오는 물론이거니와 텍스트 어드벤쳐 자체의 다음 번 스테이지까지 본 듯한 기분입니다. 장르 전체의 기반 상승이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본 인터뷰는 마법사의 밤의 발매에 맞추어 기획된 것이나 본작의 매력은 물론, 타입문이라는 팀 그 자체가 지닌 열기를 새로이 실감할 기회였다. 그런 의미에선 타입문의 작품에 오랫동안 심취해온 팬은 물론,(애니메이션 등의 미디어 믹스가 아닌) 본작에서 처음으로 그 원전을 접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타입문이 활동을 개시하고부터 이미 10년 이상. 월희로부터 시작되어 페이트~마법사의 밤에 이르기까지의 텍스트 어드벤쳐 작품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 그 외의 각종 스핀오프등, 갖은 관련 작품이 전개되고 있다. 그 저편은 타입문이란 경계마저 넘어서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
새로이 타입문 작품에 접하려 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에 대한 답은 물론 몇가지고 있겠으나 필자로서는 이 마법사의 밤을 추천하고 싶다. 본작은 월희, 공의 경계, 페이트와 같은 나스 키노코 월드의 저변을 이루는 작품이기도 함과 동시에 최신의 이야기이기에.
갖은 방향으로 전개하며 확장을 계속하는 타입문의 나스 키노코 월드. 그것이 시대의 최첨단을 달려가는 한 이후로도 그 활동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다.
――2012년 4월 20일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