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났다.

자그마한 방. 어두운 불빛에 이끌려 세상에 나온 태아가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울어댔다.

그 자그마한 몸을 부드러운 포대기로 감싸 안은 한 여인.

잘 다려진 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은 어딘가의 교도관처럼 보였다.

“…아기는……?”

힘없는 목소리가 밑에서부터 들려왔다.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채 거친 숨을 내쉬며 묻는 산모가 있었다.

“걱정마라. 태아는 무사하다. 그리고 사내아이다.”

“아아, 그렇군요…….”

여인의 말에 산모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볍게 몸에서 힘을 뺐다.

그러자 산모의 옆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또 다른 제복차림의 여인이 젖은 천으로 산모의 몸을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다.

“끝났나?”

문 밖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묵직한. 근엄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반응한 것은 태아를 안고 있던 여인이었다.

“네. 태아와 산모 모두 무사합니다.”

“그렇군. 그럼 들어가도 되겠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여인의 눈짓에 산모의 몸을 닦던 여인이 바닥에 놓인 천으로 산모의 주요부위를 가렸다.

“들어오셔도 됩니다.”

그 광경을 본 여인이 허락하자 강철로 된 문이 무거운 소리와 함께 열리고 문 밖의 환한 빛이 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태아가 놀라서 울지 않도록 여인은 몸을 돌려 빛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는 시선을 떨궈 산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분은 어떤가?”

“……매우 좋군요.”

남자의 물음에 산모가 가벼운 미소, 그러나 어딘가 힘이 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뱃속의 태아로 인해 계속 미뤄왔지만 이젠 미룰 수도 없게 되었군.”

“그렇겠지요.”

“미련하군.”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 말을 끝으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으나, 산모의 몸을 다 닦은 여인이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선 입을 여는 것으로 정적은 깨졌다.

“서장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끝을 고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별을 고하는 말이었다.

“준비가 다 되었나보군. ……마지막으로 태아를 안아보겠나?”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산모의 대답에 서장이 손짓했고, 태아를 안은 여인이 산모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태아를 산모의 품에 안겨주었다.

“아아, 내 아기. 어여쁜 내 아기. 불쌍한 내 아기…….”

태아의 모습을 슬픈 눈빛과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산모. 그 모습을 보던 서장은 조용히 물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그 이가 죽기 전에 정해주었습니다. 여자아이라면 레인, 남자아이라면 라킨.”

“그럼 라킨……이로군.”

“네.”

이름이 지어진 태아, 아니 라킨은 마치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아는 듯 울지도 않고 얌전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죄인 세리나는 자국의 주요 기술을 타국에 판 혐의로 사형을 판결. 그리고 오늘 죄인 세리나의 사형을 시작한다.”

무거운 목소리가 실내를 채웠다.

목소리만큼이나 그 내용도 무거웠다.

자국의 주요 기술을 타국에 팔아넘긴 죄로 사형에 처하는 죄인이 팔을 구속당한 채 간수들에게 이끌려 받침대 위로 올라갔다.

거기에 놓인 것은 매듭이 묶인 채 천장에 매달린 밧줄과 자그마한 의자.

죄인은 간수들의 이끌림을 순순히 받아들여 자그마한 의자에 올라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서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제복을 차려입은 서장은 무신경한 표정으로 죄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그의 품 안에는 포대기에 감싸인 자그마한 태아가 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그 아이는, 그 아이 만큼은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는 것입니다.”

“어리석군. 죄를 저지르지만 안았어도 이 아이는 자유롭게 풀밭을 뛰어놀며 지낼 수 있었을 거다.”

“아니요.”

서장의 말에 죄인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만약 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이 나라는 그 아이가 뛰어놀 땅을 처참하게 만들었을거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대가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다. 만일이라는 가능성은 없다. 그대는 죄를 저질렀고, 지금 이 자리에서 처형당한다. 그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아이도 연좌제로 국가반역죄의 아들로써 평생 이 곳에서 살아가게 되겠지.”

“……그렇다면 적어도 이 곳에서라도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죄인의 아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서장의 말은 단호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세리나의 얼굴에는 한줄기의 따스한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역시 그대는……. 고마워요. 헤디.”

“함부로 부르지 마라. 내 이름을 죄인 따위에게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 ……시간이 되었군. 시작하라!”

“네.”

서장의 말에 죄인의 양 옆에서 죄인을 포박하던 간수들이 짧게 대답하고는 매듭으로 묶인 밧줄을 죄인의 목에 씌웠다.

그리고.

죄인이 올라타고 있던 의자가 치워지고.

이내 자그마한 미소와 함께 죄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 날,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는 한 아이가 서장의 아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