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쭈글쭈글하고 자그마한 몸이 포대기에 감싸인 채 한 여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

어딘가의 제복을 입은 여성. 각이 제대로 잡혀있고, 주름하나 없는 것으로 군기가 제대로 들어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여인의 맞은편. 여인과 똑같은 제복 차림의 다른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옆에 있는 세숫대야에 손을 담그고 있었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그 여인은 자신들 사이에 누워있는 산모의 몸을 조심스레 닦기 시작했다.

흐릿한 조명에 비춰진 산모의 전신은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다 됐나?”

닫힌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 어딘가 근엄하고 묵직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 산모의 몸을 닦던 여인이 문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태아는 아무 문제없이 건강합니다.”

“……그녀는?”

“‘죄인’은 현재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인의 말에 남성은 “그렇군.”이라고 말하고는 문을 열었다.

두꺼운 철로 된 문이 묵직한 소음과 함께 열리고 어두운 방 안으로 한 줄기 밝은 빛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와 갑자기 눈이 부시자 조용하게 울고 있던 태아가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태아를 안은 여인이 자신의 몸으로 아이의 얼굴을 가렸다.

“괜찮나?”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본 남자가 누워있는 산모에게 물었다.

“……네.”

힘없는 목소리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대답하는 산모. 가쁜 숨소리가 그녀가 얼마나 지쳤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뱃속의 태아 때문에 계속 미뤄왔지만 이젠 더 미룰 수도 없게 되었군.”

“……그렇군요.”

“……태아를 안아보겠나?”

“……부탁드려요.”

산모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아를 안고 있던 여인이 조심스레 태아를 감싼 포대기를 산모의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부들부들 힘없는 손으로 포대기를 만지는 산모.

“아아, 내 아기……. 우리 아기……. 귀여운 우리 아기…….”
“……그 아기의 이름은 정했나?”

남자의 물음에 가만히 태아를 바라보던 산모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의 이름은 그 이가 죽기 전에 함께 정했어요.”

“…….”

“……남자라면 라킨, 여자라면 레인. 이 아이의 이름은 라킨. 라킨이에요.”

“그렇군.”

그 말을 끝으로 잠깐의 정적이 방 안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정적은 빠르게 사라졌다. 태아를 내려놓았던 여인이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남자에게 말을 건 것이다.

“서장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오차는 없습니다.”

“……그런가. 알았네. 먼저 가서 준비하게.”

“네. 알겠습니다.”

서장의 말에 여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섰다. 그리고 서장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나?”

“……우리 라킨. 불쌍한 우리 라킨은 적어도 자유롭게 키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아이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아마 평생 이 곳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겠지.”

“그렇다면 여기에서라도 자유롭게…….”

“그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아이라 하더라도 이곳에서는 한낱 죄인에 불과하니까. 교도관의 아이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겠지.”

“……아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서장의 말에 산모는 어째서인지 서장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뒤 미소를 지으며 따스한 눈빛으로 라킨을 바라보았다. 지쳤는지 아까보다는 작은 소리로 우는 라킨.

서장은 그 둘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산모의 몸을 다 닦고도 남아있던 나머지 여인이 조심스레 라킨을 안아 서장에게 내밀었다. 서장이 라킨을 받아들자, 이번에는 산모의 몸을 일으킨 뒤 부축하며 방을 빠져나가는 여인.

그 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서장은 품 안의 안긴 라킨을 바라보다가.

“……교도관보다 서장의 아이라면 자유롭게 자랄 수는 있을 거다.”

그리고 그 날. 국가반역죄로 한 여자 죄수가 참수되었다.

그리고 그 날. 서장의 아이가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