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상,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분들, 그리고 작가 지망생 분들은 자부심이 강합니다.

대충대충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어낸 저작물이라면 그 자신감은 더욱 상승하고, 심지어는 '이거야말로 이 바닥을 위진시킬 역작이다!'라는 되도 않는 생각까지 갖기도 합니다.(제가 한때 그랬습니다. 흑역사 ㄷㄷ)

자기 작품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한편, 많은 작가분들은 가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악평이나 좋지 않은 평가가 내려지면 전전긍긍하며 이유를 캐거나, 혹은 논리를 세워 가며 어떻게든 평가에 반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사실 그럴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평가가 내려졌든 평가자는 단 한 사람이니까요. 그 사람의 생각이 잘못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의도가 평가에 있지 않을 수도 있으며, 여하튼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까지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지나친 자신감에 평가를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와, 지나치게 평가에 연연하는 태도.....

.....저는 어느 한쪽을 택하라 하면 차라리 자신감을 가지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자기 작품에 스스로 자뻑하여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태도는 물론 다른 의미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건 타인의 좋은 글을 접하며 나중에라도 충분히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작품에 자신감을 잃으면 그건 그야말로 큰일입니다. 부모에게서 자식이 버림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타인의 의견에 우왕좌왕하다가 글이 안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본인의 개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부디 자잘한 평가에 연연하지 마세요.

제 평가든 다른 누구의 평가든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당연히 틀릴 수도 있고 그게 정상인 겁니다. 작가는 개개의 자잘한 평가를 볼 게 아니라 큰 안목에서 전체적인 평가를 보면 충분합니다. 혹 어떤 개인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면, 혹은 그 사람이 작품을 잘못 이해했다면 쿨하게 '그건 당신 생각이 옳을 수도 있겠군요'하고 넘어가 버리면 되는 겁니다. 100명 중 99명이 소설을 마음에 들어하면 나머지 한 명이 아무리 황소고집을 부리며 날뛴들 그 사람은 성공한 작가입니다.(장르소설계 한정) 고작 몇 사람의 평이 소설의 질을 결정지을 수 있다면, 해리포터는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요즘 단편제에서 지나치게 강한 어조의 평이 오가는 와중에 자기 작품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예비작가님들이 보여서 안타까운 마음에 써 봅니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