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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퇴치하는 법(가제)
글쓴이: Бпкко
작성일: 12-10-31 23:59 조회: 6,445 추천: 0 비추천: 0

핵의 화염이 하늘을 불태우고 빛나는 모든 것이 잿더미 아래에서 잊혀진, 우주에서 가장 자비로운 신마저 포기하고 떠난 어떤 행성에서.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요괴를 퇴치하는 법



황야에 어떤 요괴에 대한 신비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행성에서 대전쟁이 발발했던 것은 아마 천 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 방사능 불벼락에 모든 문명이 쓸려나가고 모든 공권력이 붕괴하고 모든 기년법이 뒤죽박죽이 된 이후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여하튼 대강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고 알려져 있다. 대전쟁 당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 땅이었던 황야는 대전쟁 이후에도 그러한 땅이었고 - 황야에서 석유가 나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누군가가 파묻어 둔 것이 아닌 한 그동안 없던 석유가 자연발생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그것은 대전쟁의 참혹한 재앙으로부터 부활하는 데 지나치게 긴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사람으로서 절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끔찍하고 참혹한 시기를 지나 부랑민들의 군락이 점점이 들어서고 무전기를 통한 전파 통신이 날아다니고 무너진 옛 도시를 발굴하여 자원의 노천광으로 바꾸고 미답지를 개척하고 개간하고 파종하고 논밭을 일구고 학교를 세우고 상점을 짓고 공장을 건설하고 마침내는 국가와 법률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 곳곳에서 부활할 때까지, 대강 천 년이 걸렸다.

그런데 그 요괴는 그 천 년 동안 주욱 황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이었던 것이다.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 황야는 사진기에 필요한 감광제와 감광판도 만족스럽게 만들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요괴는 사진조차 찍힐 수 없었다. 역사 기록이 재개된 이후에도 그 요괴는 주목받기 어려웠다. 기록에는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요괴는 무수하게 엇갈리는 기록 사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귀여운, 깨물어 주고 싶은, 눈길을 끄는, 달콤한, 매력 있는, 매혹적인, 사랑스러운,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요사스러운, 요염한, 풋풋한, 활기찬, 향기로운, 기타 등등. 부연하자면, 요괴에게 사용된 수식어의 경향성만으로도 모든 이가 그 특징을 대강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모든 요괴는 열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그 어떠한 병색도 없는 건강한 소녀였다.

만약 그러한 공통점마저 존재하지 않았다면 황야의 누구도 요괴의 기록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공신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증언들이 장거리 무전기를 통한 전파 통신망에서 나돌기 시작하고 어렵사리 입수된 몇 장의 그림이 복사되자 - 요괴 소녀를 그린 그림은 그것이 오래된 것일수록 더욱더 아름답게 그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대전쟁 멸망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려진 어떤 그림에서 방사성 낙진에 고통받는 부랑민들 사이에 서 있는 그 요괴 소녀는 거의 선녀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 이제 황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 소문을 알게 되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황야에, 무병으로 불로장생하는 요괴가 활보하고 있다는 그 불가사의한 소문을.


"…나는 그 소문을 믿지 않아. 세상은 결국 인간 아니면 짐승이야. 요괴 같은 건 없어. 이상."


한여름, 깊은 밤중이었다.

초를 타고 내려온 촛농이 받침대에 고였다. 받침대에서 잠시 머물던 촛농은 마침내 세상의 싸늘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 투명함을 잃었다. 굳은 촛농이 식어감과 함께 초를 세로로 가르는 긴 줄이 하나 새로 생겨났다.

말을 마친 지수는 거치형 송화기의 단추에서 손을 뗐다.

지수의 주위로 숨 막히는 어둠이 장막처럼 펼쳐져 있고 그 어두운 결은 촛불의 움직임을 따라 일렁거리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채 흔들리는 그 조그만 불빛 속에서 책상 앞에 홀로 앉은 지수는 금방이라도 시들어 버릴 꽃처럼 보였다.

책상 한편에서 큼지막한 유리병을 끌어 온 지수는 그 안에 들어 있던 별사탕을 하나 꺼내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달달한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눈을 감았다.


『별하나눈하나가 외다리나무에게. 요괴가 꼭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여만 한다는 식의 편견을 버려. 그건 그냥 인간과 매우 비슷한 어떤 생물종일지도 몰라. 이상.


외다리나무는 지수의 호출부호다. 장거리 무전기와 연결된 거치형 송화기의 단추를 다시금 누른 지수는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면 그건 요괴가 아니잖아. 외다리나무가 사랑하는 별하나눈하나에게 말했음. 이상."


『별하나눈하나가 외다리나무에게. 이건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내 사견인데, 요괴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된 이후에도 법률적인 해석이 뒤따르지 않으면 여전히 요괴야. 그리고 무전기에 대고 그런 낯 간지러운 소리 좀 하지 마. 이건 우리 둘만 듣는 유선 통신이 아니라고. 이상.


"제발 부탁인데,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좀 말해줄래? 너는 뭔가를 주장할 때 그걸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근거를 다 미뤄 놓고 결론만 축약해서 제시하는 버릇이 있어. 그래서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궁금증조차 안 생겨. 외다리나무가 별하나눈하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를 천오백 가지만 대 보세요. 이상."


무전기는 그대로 침묵해 버렸다. 어쩌면 고지식한 상대가 정말로 천오백 가지의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 떠올린 지수는 그만 키득거리고 말았다. 유리병에서 재차 별사탕을,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한 움큼을 꺼낸 지수는 느긋한 자세로 무전기를 바라보았다.

침묵을 깨뜨린 것은 무전기가 아니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예상치 못한 소리에 화들짝 놀란 지수는 책상에 놓여 있던 회중시계를 살폈다. 누군가 방문하기에 적절치 않은 시간대였다. 지수는 거치형 송화기의 단추를 누르고 말했다.


"외다리나무가 별하나눈하나에게. 누가 왔나 봐. 혹시 내가 금방 돌아오지 않으면 먼저 자. 내 꿈 꾸고. 이상."


장거리 무전기의 전원을 내린 지수는 책상 옆에 기대어져 있던 목발을 짚었다. 천천히 일어나 현관문으로 다가간 지수는 조금 겁을 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세요?"


"미안한데, 하루만 묵어가도 될까 해서."


상대의 목소리가 앳된 소녀의 것이라는 것을 안 지수는 큰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간편한 복장에 큰 칼을 차고 있는, 처음 보는 소녀가 어색한 얼굴로 서 있었다.



바구니에서는 찐 감자와 옥수수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물은 그냥 우물물이 아니라 찻잎을 끓인 것이었고 작은 종지 그릇에는 놀랍게도 설탕까지 담겨 있었다. 소녀는 그것이 이런 조그만 개척 마을에서 준비되기 어려운 것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조금 주눅이 들어 버렸다.


"마을에서 하루 묵어갈 곳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여기로 가라더라고?"


지수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아마 그럴 거에요. 찾아오는 사람이 워낙에 드무니까."


소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찐 감자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막 쪄 내어 뜨거운 감자의 껍질을 야단스럽게 벗겨 낸 소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문 다음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그냥 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데? , 내 이름은 수아라고 해."


"학교에 다니신 적이 없나 보지요?"


수아는 조금 전까지 자신이 식탁이라고 생각한 그것이 책상 여러 개를 붙이고 그 위에 보를 깔아 마련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살펴보는 일에 원체 무성의했던 - 사실, 성의가 있어도 잘 알기 어려웠다. 촛등 몇 개만으로 밝히기에는 교실이 다소 넓었던 탓이다. - 수아는 어두워서 내용물이 잘 안 보이는 액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칠판이고 거실에 어지럽게 널린 집기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모두 책걸상이라는 사실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수아는 뾰로통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 읽고 쓸 줄 알고 사칙연산 할 줄 알면 다 되는 거 아니야?"


지수는 조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 너무나도 간단해 보이는 것들도 가르치는 사람이 없으면 모두 잊어버리고 마니까요."


수아는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수는 계속해서 말했다.


"근처에 노천광이 하나 있어서요. 그곳에서 채굴 일하시는 분들은 혹시라도 그곳에서 책이 나오면 모두 이곳으로 가져온답니다. 저는 그걸 분류해서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일도 하고 있어요."


수아는 지수에게 어떻게 이 개척 마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융숭한 대접이 가능한지를 알게 되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구니에서 두 번째 감자를 꺼낸 수아는 말했다.


"너 좋은 일 하는구나."


지수는 뿌듯한,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행복해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쁜 표정이 되었다.


"평생 할 만한 일이지요."


수아 자신조차도 이유를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수아는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와 버리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지수가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챈 수아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니, 그런 말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은 게 아닌가 싶어서."


수아의 눈에 지수는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스무 살이 될까 말까 한 나이로 보였다. 그러나 스스로의 가슴팍에 손을 얹은 지수는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삼 개월 정도 남았어요."


지수의 말을 들은 수아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전쟁 당시에는 어떠했을지 몰라도, 현재에 이르러 인간의 평균 수명은 삼십 년도 안 된다. 그나마도 채 다 누리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대전쟁 직후 행성을 뒤덮었던 방사성 먼지들은, 비록 지난 천 년의 세월 동안 모두 가라앉기는 했지만, 머나먼 곳 어디론가 아주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사람이 살 만한 곳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그나마 덜 오염된 땅을 찾아 개간하는 농사꾼들은 대장장이들이 만든 간단한 방사선계측기를 소지하고 돌아다니는 의사들의 '덜 오염되었다.'라는 말뜻이 '여기서 기른 작물을 먹으면 당장 죽지는 않을 것이다.'에 불과하다는 개소리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수아는 분위기를 환기하려 애썼다.


"의사들 말은 믿을 게 못 돼. 하나같이 돌팔이인걸."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지수는 비꼬듯이 말했다.


". 아마 그보다는 더 짧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리는 처음부터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이기는 했다. 그러나 수아는 그 조용함의 성격이 완전히 반전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수아는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냥 닥치고 밥이나 먹은 다음 아침에 조용히 떠났으면 될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수가 조용히 말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수아 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 ? 나는 그냥 떠돌이야."


수아는 자신의 발치에 있는 조그만 배낭을 발끝으로 툭 건드리며 말했다.


"내가 어디 한 곳에 붙어서 일하기에는 너무 자유분방한 성격이라서."


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녀들의 어색했던 대화는 완전히 끝이 나 버렸다.



자는 척을 하고 있던 지수는 조용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놓여 있던 목발을 짚고서 일어났다.

지수의 오른쪽 다리는 의족이었다. 그것은 사고나 병으로 잃은 것이 아니었다. 지수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다리가 없었던 것이다. 너무 어렸을 적의 일이라 지수는 그것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지수를 낳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둔 그녀의 어머니 역시 한쪽 다리가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대전쟁의 방사선이 지수의 가계에 남긴 돌연변이의 흔적, 대물림병이다.

한참을 자리에 누워 있던 지수의 눈은 이미 어둠에 꽤 익숙해져 있었다. 늘 생활하던 곳이라 무엇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지수는 쓸데없는 물건을 건드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지수는 나무로 된 바닥을 두드리는 자신의 목발이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신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아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언제 장전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전장식 단발권총이 들어 있었다.

단발권총을 조심스레 허리춤에 찬 지수는 교실의 한쪽 귀퉁이를 응시했다.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는 지금 이부자리를 깐 수아가 잠들어 있었다. 그곳까지 걸어서 갈 엄두가 전혀 나지 않았던 수아는 목발을 책상에 조심스레 기댔다. 그리고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수아는 깊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아를 깨우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수는 수아의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조그만 배낭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멍청함을 후회했다.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 있는 그것을 어둠 속에서 살피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불현듯 지수의 시야 한편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잠들어 있는 수아의 허리춤에 채워진 조그만 주머니였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그것이 그렇게나 뚜렷하게 보이는 이유를 알아챈 지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주머니는, 정말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하기는 했지만, 빛을 내고 있었다.

지수는 제발 자신의 행동이 수아를 깨우지 않기를 빌면서 그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주머니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끈을 조심스럽게 끌렀다. 아주 천천히 주머니의 입구를 넓힌 수아는 그것의 끝을 살짝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조그만 구슬이 굴러 나왔다.

지수는 물귀신에 홀린 것처럼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그 구슬을 바라보았다.

현재 황야에 돌고 도는 그 믿기 어려운 그 소문에 따르면, 요괴는 그녀의 힘을 상징하는 물건을 늘 곁에 두고 몸에서 떼지 않는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구슬은 신비한 푸른 빛을 띠며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구슬을 양손으로 감싸쥔 지수는 그것이 단지 빛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온기를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의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은 지수는 구슬을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수아와 눈이 마주쳤다.

지수는 글자 그대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이부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수아는 눈살을 찡그린 채 수아에게 손을 뻗었다.


"그거 돌려줘."


화들짝 놀란 지수는 구슬을 품에 안은 채 요란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양 눈썹을 추켜세운 수아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건 내 거야. 돌려줘."


", 뭘 훔치려던 건, , 아니에요. 저는 그저 너무 이상해서…."


어깨가 덜덜 떨리는 것을 느낀 지수는 마구잡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잖아요. 별다른 용무도 없이 이런 곳에… 떠돌이라는 사람이 짐도 적고… 옷도 얄팍하게 입고… 거기다 방독면 같은 것도 없이…."


자신이 앞뒤도 안 맞는 한심한 변명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지수는 눈물을 찔끔했다. 그것이 궁금했으면 물어봤으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한숨을 푹 내쉰 수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늘 생각하는 건데, 너희 인간들은 어떻게 된 게 다들 하나같이 이런 식이야?"


팔짱을 낀 수아는 책상다리를 하고서 앉았다.


"너 요괴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지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짐작대로, 그건 여의주야. 특별한 물건이지. 내 생명줄 같은 거랄까."


팔짱을 푼 수아는 오른쪽 무릎에 팔꿈치를 올리고 손에 턱을 괴었다. 그리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 죽는 게 무섭지?"


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구슬을 감싸쥔 손을 천천히 펼친 지수는 자신의 손안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는 구슬을 물귀신에 홀린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한테 그럴 용기가 있으면 삼켜도 좋아. , 그럼 나는 내가 모든 힘을 잃고 죽어버리기 전에 너의 배를 갈라서라도 그걸 되찾아야만 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가 그걸 삼키면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게 된다고."


바로 다음 순간 지수는 그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구슬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삼켰다.

수아가 무언가 반응을 할 틈조차 없었다. 극심한 흉통을 느낀 지수가 그녀의 가슴을 부여잡는 것을 보고 나서야 수아는 머리맡에 두었던 칼집에 손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수아가 칼을 꺼내 들기 전에 지수는 이미 허리춤에서 단발권총을 뽑아들고 있었다.

지수는 단발권총을 겨눈 손을 부들부들 떨며 변명하듯 말했다.


"수아 님께서는 이미 천 년을 사셨어요."


지수는 극심한 구토감과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묘한 작열감이 목구멍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듯한, 삼켜서는 안 되는 것을 삼킨 듯한, 그래서 온몸이 거부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지수는 그러나 그런 모든 고통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그렇게 나쁜 짓이 아니에요. , 저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요. 스무 살도 못 채우고 죽을 수는 없어요. 저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요. 폐허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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