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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공주님이 납신다!
글쓴이: 이상허내.
작성일: 12-07-31 23:38 조회: 2,149 추천: 0 비추천: 0

하핫~ 무엄하도다! 감히 내 앞길을 가로막다니! 어이 비키지 않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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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내리쬐는 햇빛 그와 동반되는 엄청난 열기.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거리는 마치 아스팔트 거리 위에다 사막을 그대로 옮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뜨거운 더위로 뒤덮여 있었다.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조선의 22대 왕으로 추대 되신 정조대왕의 직계 후손으로서 이런 곳에 있을 인물이 아닌 하루 빨리 궁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다

그래서 인지 환청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니 환청이 아닌 신기루라 해야 할까? 너무나도 뜨거운 열기 탓에 사막처럼 이 아스팔트의 불구덩이 위에서도 신기루가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괴상망측한 말투와 행동을 하는 녀석은 환청도 신기루도 아니었다.

흐음.....하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평소라면 절대 절대 평민한테 부탁하지 않을 테지만 네게 특별한 명을 내려주지.”

알록달록한 저고리.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긴 비단 치마. 한 가닥으로 땋은 긴 검은 댕기 머리. 마지막으로 이 더위에 용케 한복을 입고도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있는 저 새하얗고 단정한 얼굴. 겉모습만 보아도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소녀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깨닫게 해주었다.

이 몸을 조선의 수도 한양으로 데려가도록 하라!”

허나 이 힘껏 허리를 젖히며 자칭 공주라 소리치는 이 녀석은 내면까지도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다.

1. 조선의 공주님이 납신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저녁 반찬거리를 산 검은 비닐 봉투를 기분 좋게 이리저리 흔들며 가벼운 발걸음을 힘차게 앞으로 내딛었다.

-샥샥샥

이런 상승곡선을 보이는 기분의 이유는 저녁노을이 지니 그나마 오후에 펼쳐졌던 그 광기라고 부를 만한 더위가 조금은 가신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산들 산들 들바람까지 불어오니 오후에 비해서는 낙원이라 부를 수 있는 상쾌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샥샥샥

그래 다 좋았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밥을 먹은 뒤 컴퓨터 게임 몇 판을 하다 잠들면 그것만큼 기분 좋게 하루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저 기분 나쁜 소리가 그런 기분 좋은 하루를 좋게 끝내게 놔두지를 않을 것 같았다.

-샥샥샥

“......꺄악!”

비명소리와 함께 발라당 넘어져 버리는 댕기머리 소녀.

....놀랐지 않는냐! 무슨 짓 이로고!”

꺽어 지는 골목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바라본 뒤 스스로가 깜짝 놀라 넘어져버린 이 한복 입은 소녀를 바라보며 나는 무심히 중얼거렸다.

무슨 짓이긴. 스토커 퇴치중이다.”

....스토커? 그게 무슨 말인가?”

그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스토커가 무슨 말이냐고? 지금 너와 같이 남의 뒤를 허락도 없이 밟는 녀석을 말하는 거다.

너 한양 가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빨리 가.”

나는 이 녀석이 나의 앞길을 가로막고 초면인 상태에서 대뜸 외친 말을 생각해내 말 하였다.

한양? 그래! 이 몸은 한양으로 가야한다!”

그러자 곧바로 수긍하는 이 녀석. 그래 나도 알고 있으니깐 어서 빨리 가라고. 지금이라도 서들로 가면 기차는 모르겠지만 버스는 놓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조언을 해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뒤에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번에는 사뿐히 무시. 지금은 저런 거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이였다.

길을 모르겠다!”

그 처절한 외침에 나는 허공 위로 들어올린 발을 멈추고 짧은 침묵을 가졌다. 그리고 밀려오는 귀찮음에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나현욱 17년 인생.

이렇게 황당하고도 기묘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연(機緣)인가? 아니지. 이건 무협소설에 나오는 말이고. 지금의 이 상황은 기묘한 해프닝이라 부르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았다.

제발! 궁으로 좀! 아니! 하다못해 자네가 말한 한양까지만 좀 대려다주게! 이 몸 이렇게 고개 숙여 자네에게 부탁하네!”

정말로 고개를 숙여 부탁을 해오는 이 소녀의 모습에 나는 집으로 가려던 몸을 결국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어 쉬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경찰을 불러주리?”

가지고 나온 돈도 없고 한양 즉 서울까지 가려면 아마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가야될 듯싶은데 그건 또 시간이 어중간 해 안될 것 같았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역시 곤경에 빠진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민중의 지팡이를 불러야 하는데.....

경찰? 아까부터 의미모를 말을 쓰는데 자네는 이 나라의 공주가 이렇게 고개 숙여 부탁하는데 농이나 거는 건가! 하하! 정말로 개탄스럽다! 이 나라의 백성이 이 나라의 왕의 자식한테 이런 대우를 보이다니!”

.......허나 꽤나 스스로가 공평하고 좋은 처사라 생각한 나의 이 방법에 자칭 공주님께서는 개탄스럽다는 말과 함께 붉은 노을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던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이 괴상망측한 소녀에 대해 간결한 결론을 내렸다.

이 녀석은 정신에 무슨 이상이 있다..’

현대 사회다. 그런 곳에서 공주이고 백성이고 조선이라니. 정상인이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경우는 2가지. 이 녀석이 의도적으로 이런 말을 내뱉는 경우와 방금 전 내가 생각한 것처럼 이 녀석의 정신에 무슨 이상이 생겨버려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저 울상을 짓고 있는 녀석의 표정을 보아하니 의도적으로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결론은 하나 이 홀로 옛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이 자칭 공주님의 정신에 무슨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연민이 가득한 시선으로 자칭 공주님을 내려다바라보았다. 쯧쯧. 불쌍한 인생이로고. 어쩌다가 그런 최상급의 겉모습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런 최하급의 내면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이래서 신이 불공평하다는 것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딱 하다는 듯이 혀를 몇 번 차준 나는 거기에다 녀석의 어깨까지 토닥여주었다.

너도 힘들게 산다. 하지만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아니야. 살다보면 언젠가는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을 거야.”

무슨 소리인고!!”

병원 생활이 힘들다고 탈출하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니야. 너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과 의사선생님한테 얼마나 이 죄송스러운 짓이니.”

....아니! 그러니깐 지금 이게 무...무슨 소...!”

내가 시간이 없어서 대려다 주지는 못하겠지만 경찰을 불러서 네가 있어야 할 그 새하얀 건물로 보내줄게.”

나는 그 말과 함께 휴대폰으로 경찰에 전화를 넣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이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자칭 공주님이 쓰러진 자리에서 풀쩍 뛰어올라 나를 향해 무서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자네! 방금 이 몸을 병자 취급한 건가?”

아니

그럼 왜 그런 눈빛과 말을 한 게지!”

흐음? 티가 많이 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화가 난 듯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겉모습만 보면 조선의 공주가 따로 없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글쎄......그런데 너 병자 아니야?”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리고 이 소녀 말 그대로 폭발했다.

이 몸은 지극히 제정신이며 그 학식은 다른 왕자들과 비해서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새하얀 얼굴을 홍당무처럼 물들이고 자리에서 방방 뛰는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미안한데 방금 전 이 발언으로 나는 네가 학식이 뛰어나기는커녕 정신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말았어.

“......”

그런데 겨우 글이나 배웠을 법한 자네 같은 평민에게 병자라는 취급이나 받나니!”

이래봬도 국어만 1등급인 국어천재인데?

이건 모욕을 넘어서 수치다! 자네에게 명예로운 죽음도 필요 없어! 내 필이 아버님께 말해 세상에서 제일로 잔혹한 죽음을 선사......”

-털썩

?”

나는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다 갑작스럽게 바닥으로 쓰러진 소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애 이번에는 또 왜 이러는 거지? 말 그대로 바닥으로 얼굴을 박아버려 훤히 들어난 소녀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숙여 쓰러진 녀석을 일으켜보았다.

하아....하아.....하아.”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나는 가까이서 녀석을 살펴보았다. 호흡이 거칠고 땀이 폭포수 흐르듯이 자칭 공주님의 가느다란 얼굴 턱 선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탈수 증세인가?”

그 증상들을 바라본 나는 불타는 듯한 녀석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평균체온보다 뜨거운 몸 거친 호흡 쉼 없이 흘러내리는 땀. 모든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그 병하고 맞아 떨어졌다.

세상에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대 도시에서 탈수증세라니. 다행히 우리 어머니도 툭하면 탈수 증세를 일으켜 이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던 나는 어이없는 감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우리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한 명더 있을 줄이야.”

이거 동지가 생겼는걸? 이라며 시답잖은 생각을 한 순간 나는 녀석이 입고 있던 복장을 바라보고는 생각을 수정하였다. 이 소녀의 복장. 조선시대에서는 여름에도 이런 걸입었는지 모를 비단으로 만들어진 고운 저고리와 발목도 들어나지 않은 긴 치마. 마지막으로 소매에도 뚫린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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