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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F』 - I. The tragic freedom.
글쓴이: 나나오
작성일: 12-07-31 23:25 조회: 1,790 추천: 0 비추천: 0

R.S.F- I. The tragic freedom.

로티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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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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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기억하는, 10년 전 이야기.

그것은, 이유모를 소중한 추억이었겠지.

아직 9살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왠지 낯익은 낡은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창고였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정확한지는 모른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가면 퇴색되어 옅어지는 것이며, 세월은 기억을 칠흑 같은 어둠으로 검게 덧칠하니까.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기억에서의 창고는 아주 낡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이 건물 또한 시간의 절대성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렇게 낡아갔던 것이다.

……어린 나조차도, 건물을 따라 똑같이 늙어간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렇게나 무서울 수가 없었다.

언젠가 나도, 저 건물처럼 으스스하게 늙어가는 것일까.

그것이 싫고 두렵고 안타까울 만큼 몸서리쳐져서, 무작정 그곳에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절대로 저렇게 되기 싫다는 것인지, 아니면 저렇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부터, 불야성을 이루는 소란스러운 거리에 서있었다.

거리의 중심에서 멍하니 서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겠지.

그러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걸었다.

처음 보는 거리에 나 혼자 서있었다는 사실이,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무서웠던 것은 아니다.

―――그저, 문든 깨달아버린 아무렇지도 않은 이 시간이.

나에게 있어, 세상에는 나 하나뿐이라는 너무나 고독한 괴로움을 인식해버린 것이다.

그때가 시작이었을까. 나는 희망을 버렸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보다, 다가오지 않는 내 삶을 외면했다.

희망과 연을 끊는다.

자아(自我)가 아득해질 정도의 문장이,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나이프를 왼쪽 가슴에 찔러 넣어, 살아있는 그 채로 심장을 도려내고 있듯이.

어린 아이의 이해력이 이토록 풍부한 것이었나, 하는 감상은, 더는 버틸 수 없는 끔찍한 공포였다.

그리고 주저앉았다.

집으로 돌아갈 체력을 소진한 것은 아니었으나,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수 없었다.

……아니. 없었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말.

걸어야 하는 이유를 몰라, 거리 한복판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직도 새벽녘의 뿌연 안개마냥, 앞을 분간할 수 없게 사람들이 꽉꽉 차있다.

불야성을 이루는 소란스러운 거리가, 나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아채지 못하도록,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면, 둥근 보름달이 가득.

하지만, 곧 비가 내리겠지.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구름이 언제까지나 떠다니며, 갑자기 사라지는 허무한 광경.

변덕이 심한 예의 없는 날씨를 알아보는 행위가, 스스로를 흐릿하게 바꿔놓는다.

―――이것이, 10년 전의 이야기.

나는 어느새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뒤로, 자신(自信)을 잃어버렸다.

보름달이 떠있는 아름다운 밤에 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를 소거시켰다 생각한다.

이때부터 자아가 혼란스러워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상실했다.

그렇게 나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인, 내가 없어지는 것으로.

―――찬란히 빛나는 보름달이 세상을 비춘다.

결국,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린 그것은, 아마도 자기(自己)를 이루고 있는, 마음이라는 대상의 쓸쓸한 죽음이다.

이별(離別)

그것은, 그저 한순간의 치기어린 반항심이었다.

……실수 같지도 않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집안의 큰 어르신을 모시는 사랑채 안에서, 엄하고 다부진 인상의 노인을 앞에 두고, 감정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불경스러운 짓을 저질렀다. 가문의 규율에 입각한다면, 쉬이 용서받지 못할 대죄에 속한다.

요컨대, 감히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다가 머리에 피가 쏠려서, 언제부터인가 몸이 잔뜩 격양되어 있었다.

뭐라 변명할 새도 기회도 없이, 날아든 벼루에 머리를 얻어맞고 내쫓겼다. 다시 들어가려고 해도, 분명 허락하지 않겠지.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청와관(靑瓦館)으로 가라.”

근엄한 목소리에, 대답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 사람은 자그마한 단상 서랍에서 를 꺼내더니, 휙 하고 마룻바닥에 던졌다.

……저것은, 과연, 입학통지서.

당사자의 의견 따위는 구하지도 않고, 항상 멋대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그 잔인한 방식.

언제까지나 당신의 뜻대로 만은 결코 되지 않을 거야 하고, 혼자서 구석진 장소에 들어가 신음을 삼키고 또 삼키며 가슴속에 남모르는 다짐을 새기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룰 수 없는 바람이라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다.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너의 의무이자 역할이거늘, 그런 중대한 사명을 한낱 계집과 비교할 셈이더냐. ―――황수진, 이라고 했던가? 너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지.”

사람의 목숨 또한, 이 사람 앞에서는 산산이 흩어지는 잿더미.

명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미리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것으로 미래를 짐작해서, 가문의 위상에 걸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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