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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시에 살고 있는 어느 마법소녀는 조금 특별합니다.
글쓴이: 세이카
작성일: 12-07-31 23:03 조회: 2,555 추천: 0 비추천: 0


서장.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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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시 (海上都市) 엘라이스.


과학과 마법과 문명이 상호간에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구 내의 또 다른 소행성이라고 불리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와는 전혀 다른 생태환경을 지니고 있다.

마법이 존재하고 그 것을 과학에 접목한 오버 테크놀로지가 파생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음이 우거진 풍광명미한 생태환경만큼은 그대로 유지되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영구지속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 역시 마찬가지다.

녹차를 따르다가 그만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려 산산조각 나 버린 찻잔. 실수인 것을 알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이, 한번 부서져 버린 평화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평화를 산산조각 내 버린 주범(主犯)은 바로 퀘이사라는 이계의 생명체였다.


순수마법의 공격은 퀘이사에게 간신히 닿을 수 있었으나 그 충격은 너무나도 미약했으며 반면 화력이 뛰어난 순수과학은 형태가 존재할 리 없을 그림자와도 같은 그들에게 그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무투파는 퀘이사가 눈에 보이기만 하면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인간은 절대로 유약한 존재가 아니다. 필사의 노력 끝에 퀘이사에게 대적하기 위해 탄생된 마도 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 순식간에 급부상하였고 차후에는 퀘이사에게 대항할 유일무이한 존재라고까지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도과학 이외의 학문들은 전부 사회에서 배척받게 되어 버렸다.


결국 현재 엘라이스에 존재하는 학문은 마도과학과 섬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소수의 순수과학 파 뿐. 그 이외는 배척받고 있는 신세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녀는 너무나 바보 같게도 자신의 꿈을 위해.

시대에 대항하는 길을 선택하고 만다.



나는 그 사람에게 구원을 받았어. 그러니까 이 번에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뻗을 차례야.

지금은 아직 부족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훌륭한 마녀가 돼서,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고 말 테니까.


1.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1)

날씨는 매우 맑음. 섬의 위치는 현재춥긴 한데, 어디 쯤 일까.


‘(,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으려나)’


민트는 전신에 모포를 둘둘 감고서는 방 한구석에 틀어 박혔다. 뭔가 아까 전부터 방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으나 분명 환청일 것이리라.


분명 환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환청인 것이다.

환청인 것이 틀림 없…….

딸각. 딸각. 콰앙.

민트!”

삼십 분 정도 지났을까. 보통 사람들 이었다면 슬슬 포기하고 등을 돌렸을 시간일터인데.

눈앞에 서있는 이 멍청한 녀석만큼은 언제나 이렇다. 강경하게 나올수록 더욱 꺾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 고집 강한 성격이다.


민트는 손목시계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하아. 찾아 온 이유가 뭐야? , 말하지 않아도 딱히 예상되긴 하지마안.”

잠깐, 혹시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안 열어줬던 거야?!”

아냐, 아냐. 알고 있으니까 안 열어준 거야.”

………!”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세인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분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세인의 기분을 알고는 있는지 민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랍을 번갈아 열어가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민트가 서랍을 열고 닫을 때마다 서랍에서 짙은 회색을 띄는 매캐한 먼지가 풍겨 나온다. 매캐한 먼지 탓에 코끝이 아려온다. 하지만 민트는 개의치 않는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찾는 데에만 열중이다.


. 여기에 숨어 있었네.”

민트는 서랍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들고서 맑은 미소를 지었다. 유리병 안에는 노란색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과 유리병이 맞부딪치며 선율을 자아내자 노란색 액체가 황금빛으로 변하는 마법이 연주되기 시작한다.

오오. 그 게 이번에 새로 조제한 물약이야?”


두 눈을 반짝이며 민트의 손아니 민트가 들고 있는 유리병을 빤히 응시하는 세인.

세인의 물음에 민트는 밝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 참고로 이 포션의 이름은 바스타드, 아니 머스타드 포션이얌

난 머스타드가 아니야! 세인(貰?) 바스타드라는 엄연한 이름이 있다고! 그리고 말끝에 붙인 그 상큼한 애교는 또 뭐야!?”

쿡쿡.”


민트는 입 꼬리를 삐쭉 올렸다. 역시 이 장난은 그만둘 수 없다. 매번 신선한 반응을 보이는 세인을 보다보면 장난을 그만 치고 싶어도 결국은 하게 되어 버린다.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세상의 모든 머스타드 소스를 없애겠다면서 난리를 치질 않나. 어떤 날은 민트의 이름을 가지고 무언가의 별명을 붙이겠다고 선포를 했다가 이내 몇 분도 안 돼서 포기를 한 적도 있다. 지난 일을 상상하자 그만 웃음이 터져 버렸다.


그 때 세인이 머스타드 포션(민트 특제)을 홀짝이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넌 마법보다 연금술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그냥 이 쪽으로 나가보지 그래?”

연금술은 그냥 밥벌이 수단일 뿐이야. 그리고 난 마법이 더 좋은 걸.”

책을 펼치면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답하는 민트.

하지만.”


책을 들고 있는 민트의 손이 살짝 떨린다. 민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어째서일까. 이 나이가 되도록 마법을 하나밖에 쓸 수 없다는 건.”

역시 재능이 없어서일까. 말하는 민트는 크게 낙심한 표정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매일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아무런 성과 하나조차 나오지 않는데 불안함이 들지 않을 리가 없다. 민트 역시 그랬다. 하지만 애써 강한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쓸 뿐. 결국 속마음은 한낱 십대 여자아이이기에.


하지만 난 마법이 좋은 걸. 훌륭한 마녀가 되고 싶은 걸. 미련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민트의 옆모습을 보면서 세인은 차마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 넌 제조 학의 천재잖아? 그러니까 마법도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무슨 소리야? 마법은 지식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고.”

분명 자신을 위한 격려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딱 잘라 말하는 민트.


잘 들어. 마법은 지식이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물론 기초 상식 역시 필요하겠지. 그러니까 10세부터 13세까지는 기초상식을 배우는 거고. 하지만 정식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13살의 해 부터는 달라. 어떤 아이는 일주 일만에 마법을 세 개나 배웠는가 하면 나같이 이 나이가 되도록 쌓이는 것은 지식 뿐, 마법은 아직도 일 단계에 불과한 아이들도 수두룩해.”

이러니까 세상은 불공평한 거라고. 하느님은 죽었어. 이제 존재하지 않아. 민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맞아. 민트. 혹시 이거 알아?”

싸해진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하는 마음에 세인은 다른 화젯거리를 입에 올렸다.

최근 마을에 잦은 이상 현상이 일어났던 거, 알고 있지?”

. 듣기로는 이번 지진이 꽤 큰 탓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세인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민트. 세인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서 민트의 귓가에 살며시 속삭였다.


“(기사단 내부에서만 도는 이야기인데 퀘이사들의 잦은 습격이 그 원인이래. 그 탓에 얼마 전에는 시내 근처의 용맥(龍脈)도 무너졌다고 하나봐.)”

혹시 계절 이동의 시기 탓일 수도 있지 않아? 그 탓에 흔들릴 지도 모르는 일이고.”

바보구나. 계절 이동은 벌써 일 개월 전에 끝났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세인에게 바보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 민트였지만 사실 세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 첫 번째로 지금 민트와 세인이 서 있는 곳인 해상도시(海上都市) 엘라이스는 거대한 섬이기도 하지만, 반면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 개월에 한 번씩 좌표의 이동을 하는데 그 때마다 얕은 지진이 일어나고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처럼 큰 지진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일리 있는 말을 하는구나. ‘물약용사.”

이를 빠득 갈면서 일침을 가하는 민트. 물론 표면적인 미소 역시 잊지 않는다.

젠장! 지금은 네 물약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 강해질 거라고!”

아아. 그래. 그러니까 항상 바보같이 선봉에 서서 퀘이사들한테 격추당하고 이렇게 찾아와선 상처를 치료하기에 급급하지.”

크윽.”

민트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분해 죽겠다는 듯 세인은 입술을 꽉 깨물 뿐 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 둘까.)’

민트는 옷장을 열었다. 안에는 수많은 흰색 가운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보통의 가운과는 다르게 무수하게 박혀있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더불어 그 것은 마법소녀를 상징하는 표시이기도 하다. 아무튼 옷이 전부 이런 식이기 때문에 민트에게 있어 매번 옷을 고르는 고민 따위는 필요 없었다. 민트는 옷장에서 아무런 가운이나 집어 꺼낸 후 대충 몸에 걸쳤다.

. 꽝 인건가.”

민트는 아쉬운 신음을 흘렸다. 오늘 고른 가운은 소매에 상당히 여유가 남았다. 아마도 그녀의 몸에 맞춰 하여금 수선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첫 시작부터가 불안하다. 오늘의 운세는 아무래도 꽝인 것 같다.


아침 먹었어?”

? 아니.”

그럼 그렇지. 저 바보. 아침연습 하기 바쁜 나머지 스스로 챙겨 먹었을 리가 없어. 그럼 어쩔 수 없지. 챙겨 줘야 하는 걸까.

세인의 거친 손목을 움켜잡고서 민트가 말했다.

그럼 아침 먹으러 내려갈까~. 대신 빵은 네가 사는 거야

…….”

(2)

낡고 오래된 계단을 한 발자국씩 밟아 내려갈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곤 해도 의외로 튼튼하기 때문에 공사 이래 한 번도 주저앉은 적은 없다고 주인아저씨는 늘 주장하곤 하지만 솔직히 민트의 입장으로 봤을 때 그다지 미덥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여어.”

어디선가 계란과 마카로니와 마요네즈를 한 데 모아 버무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게다가 기분 나쁠 정도로 찐득찐득하기까지 하다. 민트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다.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예상대로 주인아저씨가 서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어딘가의 옛 말이 사실이었구나. 민트는 감탄했다.

좋은 밤 되셨어요?”

예를 갖춰 정중하게 인사하는 민트. 새하얀 가운의 끝자락이 양 쪽으로 크게 펄럭거린다.


오오. 좋은 밤 이었어. 특히 어젯밤은 뜨거워서 말이야. 부인님과 잠 못 이루는 밤 이었다고.”

당신 그거 죽부인이잖아.”

세인이 뒤에서 넌지시 태클을 걸어 보지만 신경 하나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가는 주인아저씨. 황당한 나머지 세인은 더 이상 신경 쓰기를 포기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도 제법 시끄러운 것 같던데. 일 좀 과격하게 치르고 왔나 보구만. 머리카락도 상당히 헝클어 져 있다고.”

그런가. 그게 이 녀석이 워낙 바보 같아야 말이에요.”

하긴 물약 찾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정신은 없었지.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드하는 여자인가. 그런 것도 멋져. 과연 민트 양이야.”

이 녀석은 제가 해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 하니까요.”

오오.”

굳게 확신하는 민트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때문 이었을까. 순간 그가 안쓰러워 보였던 이유는. 아니. 그러기 이전에 이 사람들, 전혀 대화의 논점이 맞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에는 문제 하나 없다. 태클을 걸고 싶지만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다 걸다가는 몸이 혹사당하고 말 것이다. 너무나도 답답한 나머지 세인은 머리를 쥐어 쌌다.

계속해서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던 도중, 갑자기 낮 열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퍼진다. 종소리가 울리자 찬장에 걸려있는 큼지막한 청녹색의 마력결정이 동조하여 아름다운 빛의 선율을 그려 나간다.

자신의 네 다섯 배의 높이는 될 찬장을 우러러 보듯 바라보면서 민트는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쓸데없을 정도로 멋있는 장식이네요

그치? 돈 좀 들였거든.”


민트의 칭찬에 주인아저씨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었다. 이봐요. 칭찬이 아니거든요. 혹시 이 아저씨. 뇌부터가 장식품인 거 아니야? 의구심을 품는 민트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시간에 중요한 볼 일이 있는 건 확실하니까 말이야. 그럼 아래층에서 보자고.”

말하고서 손가락 두어 개를 경례하듯 이마에 살짝 얹고는 가볍게 윙크한다.


말로는 차마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나쁜 색을 띈 별이 인위적으로 붙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자치고는 상당히 긴 속눈썹 끝자락에서 불쑥하고 튀어 나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것은 민트의 작고 덜 성숙된 가슴팍을 향해 쏜살과도 같은 속도로 날라 온다. 하지만 민트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그 것들을 한 손으로 모두 낚아 채 버리고서는 그 자세로 손에 힘껏 힘을 주어 세게 으스러트리고 말았다. 콰드득. 무서울 정도로 리얼한 소리가 더욱이 이 곳이 현실임을 강조한다.

잠시 후 양 손을 맞부딪쳐 으스러트린, 이제 형체가 사라져 버린그 것들을 툭툭 털어냄과 동시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 썩은 별들은 대체 뭔가요.”

민트는 곧 도축 될 가축을 바라보는 듯한 안타까운 시선으로 주인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저 시선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상당히 신경 쓰이는 세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짧고도 길었던 이야기가 끝을 맺고 다시금 삐걱거리는 계단을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하나씩 밟아 내려가는 민트와 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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