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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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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파멸의 무기(가제)
글쓴이: 스컬48
작성일: 12-07-31 22:51 조회: 2,127 추천: 0 비추천: 0

Pr. 케르베로스


나, 로엔 D 마키나는 전력으로 달리고 있다.

“이게, 뭐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정말 부조리하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이미 과부하 상태인 다리를 이를 억지로 기동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다간 심장이 터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뛰면서 나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있는 것은 악마의 형상을 한 커다란 짐승이었다.

최상급 마물, 케르베로스가 바로 내 뒤를 쫓고 있었다.

불행하다. 딱히 어느 학원도시의 누군가의 대사를 따라할 생각은 없다. 정말로 불행하다. 곰곰이 떠올려보면, 아니 그럴 필요도 없이 오늘은 아침부터 재수가 좋지 못하였다.

아침. 오랜만에 소꿉친구인 월화와 함께 등교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땅에 균열이 생기더니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이미 충분히 불행한 상황이었으나 하필 또 구덩이의 깊이가 월화의 치마속이 딱 보일 정도의 깊이였다. 불가항력이긴 하였으나 팬티를 훔쳐본 것을 눈치 챈 월화가 얼굴을 붉히며 구덩이 속에 마법을 마구 투하하는 바람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것은 마법에 의한 폭발의 충격으로 힘 안들이고 구덩이 속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오후. 내가 다니는 학교는 마법 학교이기 때문에 체육같이 체력단련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여 일주일에 2번 밖에 들지 않았다. 나도 일단은 남학생이라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없는 체육시간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자에 나가자마자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이 엄청난 기세로 떨어져버려 덕분에 체육시간은 중단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굣길. 갑자기 골목길에서 나온 케르베로스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찢어발길 기세로 쫓아왔다. 그렇게 되서 현재 상황이 된 것이다.

골목길이라 그런지 케르베로스의 발소리가 매우 크게 울렸다.

……이상하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 소란이면 누구 한명 눈치 챌 만하다. 그런데 누군가 눈치 채고 도와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까 전부터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인적 없는 길이라도 사람 한두 명 정도는 보이는 것이 정상인데 이 만큼 도망치면서 눈에 들어온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꼭 이 상황을 위해 결계를 쳐놓은 거처럼.

또 이미 족히 10분 이상은 뛰었을 텐데 복잡한 골목길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실은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나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를 목표로 해서 달렸다. 그러나 번화가는커녕 사람조차 보이지 않으니 점점 절망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누가 좀 살려줘!!!”

이미 몇 번이고 외친 비명을 계속해서 외친다. 이제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소를 낭비해가며 난 본능에 따라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앞만 보고 달렸다. 모든 것에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나는 골목길의 끝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끝이 찾아왔다.

골목길의 끝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데드 엔드. 이것이 게임이었다면 화면이 검게 물들면서 붉은 색으로 저런 글귀가 떴겠지.

골목길의 끝에서 결국 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주저앉아버렸다.

“제발, 누가 좀 살려줘…….”

목이 메는 소리를 내며 나는 외쳤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나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갑자기 한 줄기의 빛이 뚫고 나왔다. 그것은 그대로 내 등 뒤에 있는 벽에 박혔다. 고개를 틀어보니 그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한 자루의 창이었다. 은빛의 창이 그대로 케르베로스를 뚫어버린 것이다.

조금의 공백이 있은 후 ‘푸슉’하는 약간 김빠진 소리와 함께 케르베로스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커다란 덩치를 그대로 중력에 맡기고 쓰러졌다.

“엥?”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목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이, 괜찮아?”

검과 검이 부딪치는 듯한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 목소리는 하늘 위에서, 정확히는 지붕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곧바로 고개를 들어 올려 시선을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돌렸다.

어느 세 하늘은 석양의 주황빛에서 검지만 밝은 달밤으로 바뀌어있었다.

달빛은 무대 위의 주인공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지붕 위의 실루엣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검의 도신처럼 아름답게 뻗어 나온 은빛의 머리카락, 어두운 밤에도 눈에 띄는 붉은 눈동자, 신이 손수 조각한 거 같은 조화로운 이목구비. 단언컨대 이때까지 보아왔던 여자들 중에서 가장 미소녀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소녀는 언제 뽑아갔는지 어깨에 아까의 은빛 창을 들쳐 매고 늠름하게 서있었다. 로엔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소녀가 단 한 번의 투창으로 케르베로스를 저승으로 돌려보낸 장본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소녀는 쿡쿡 웃으며 말하였다.

“로엔, 너를 지키러 왔어.”

대사만은 공주를 지키러온 기사 그 자체였다. 내가 남자가 아닌 여자였어도 분명 반했을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직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소녀를 쳐다보았다.


Remind. 메두사


메두사에게는 청동으로 뒤덮인 피부와 뱀으로 된 머리카락, 그리고 보기만 해도 사람이 굳어버리는 마안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최고로 강한 괴물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 향하는 것은 경외와 공포가 아닌 멸시와 구타였다.

아이들의 아침은 먼저 나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나는 괴물이라는 이유로 메두사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당한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어린아이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고통이 육체를 정신을 지배한다.

10분 쯤 그렇게 맞았을까. 고통이 점점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때리는 것을 그만둔 모양이다.

나는 너무나도 아파 울었다. 하지만 눈물을 뺨을 카고 흘러내리지 못 하였다. 마안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내게 안대를 씌워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행위는 나에게 세상을 앗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느낄 수 있는 것은 고통과 멸시와 입에서 나는 피 맛뿐. 그래서 나는 고통과 멸시로 가득한 세상밖에 인식하지 못 한다.

저주스럽다.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저주스럽다.

원망스럽다.

나에게 세상을 빼앗아간 어른들이 원망스럽다.

강해지고 싶다. 이 안대를 부셔버릴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모두를 굳혀 부셔죽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인식하는 세계를 파멸로 이끌어낼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

나는 언젠가 이 안대를 벗고야 말겠다. 그리고 그리스의 제왕이 될 것이다.


1. 루인 G 웨폰스


신이란 존재와 영웅이란 존재는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그리스 신화는 자연재해를 형상화 시킨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의 인물 한 사람을 신성시하여 신으로 추앙한 것뿐이다. 영웅도 그렇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마물을 마법 등의 힘을 빌려 잡은 사람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며 혹은 신의 아들이라 칭해지는 영웅들은 자신을 신성시 하기위해 신을 거들먹거린 것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신과 영웅은 실제로 존재하며 현실 곳곳에서 활동한다.

과거의 신과 영웅은 태초의 마법사들을 뜻한다. 세계를 바꿀 정도의 경이적인 경지에 올라간 마법사들이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으며 신으로 칭해진 것이며 영웅들은 그런 태초의 마법사이면서 신들과 다르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마법사들은 자식들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쓰게 하여 대를 이어가도 신화를 계속 유지하게 하였고 역사의 이름을 남겨버린 영웅들은 죽은 뒤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그들의 자식들 또한 역시 신들처럼 선대와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갔다.

그리고 현재. 신들은 잊히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영향력은 막대하였다. 신과 영웅은 경제, 정치, 사회에서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기업이 되었다. 예를 들자면 그리스 신화라 하면 기업 이름은 올림포스, 사장은 제우스, 비서는 헤라, 부사장은 포세이돈, 회계는 헤르메스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현재 모든 신들과 영웅의 바람은 신들이 숭배 받고 영웅들이 활약하는 신대의 재래. 언젠가 힘이 강대해지면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고 과거처럼 신들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그들은 현재 사회 속에 섞여 들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신대의 재래.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각각의 신화들은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게 전쟁을 하고 세력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그 세력 강화에 있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힘.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태초의 신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전지전능한 신이며 모든 인과를 담당하는 신이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며 인과율을 조정하는 만능의 신은 결국 그의 능력을 시기하고 두려워하던 다른 신들에 의해서 추방되고 사라졌다.

그는 사라지면서 자신의 마지막 힘을 축적하여 그 힘이 담긴 마안을 만들어내었다. 언젠가 개안의 때를 기다리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그렇게 잠들었다.

그리고 지금 개안의 때가 도래하였고 모든 신들은 이 마안을 쟁탈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하고 있다.


“……이렇다는 거야?”

방금 사건의 사정 설명을 듣기 위해 소녀를 집까지 대리고 와서 소녀의 정체와 이것저것에 대해 물어본 답변이 저것이었다.

“그래,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확실히 믿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케르베로스한테 쫓겼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다. 그것보다 대체 저, 스케일은 뭐냔 말인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내 능력을 두고 신들의 버린 전쟁에 휘말려 버렸다는 것인가? 너무 엄청난 상황에 속이 울렁거리려고 한다.

“어, 어이. 로엔 괜찮아?”

기분이 안 좋아져서 이마에 손을 얹자 소녀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잠깐 저 스케일에 좀 질린 것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야.”

소녀는 진심으로 안도하는 표정을 지은 뒤 미소를 지었다. 아까 어두운 곳에서 보았을 때도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얘의 미모는 반칙수준이다. 이 자리에 월화가 있었다면 아마 엄청난 기세로 선망과 질투를 표출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걸로 내가 노림을 받는 이유는 알았어. 그렇다면 넌 대체 정체가 뭐야?”

케르베로스를 투창 한 번에 뚫어버리는 존재라면 보통이 아니다.

“내 정체라……이미 눈치 챘겠지만 일단 인간은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무기’이려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기고’가 되겠네. 나는 데우스가 만든 무기고야.”

“무기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뜬금없이 무기고라고 답해버린들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 로엔, 너는 아카식 레코드라고 알아?”

“과거, 현재, 미래의 삼라만상이 기록되어 있는 근원을 말하는 거지?”

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이 이후의 설명은 너무 어려워서 그냥 자버렸지만 그래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맞아.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것들 중 하나가 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무기의 기록이 저장되어있는 무기고야. 신들 사이에서는 라그나로크, 판도라의 검처럼 지들 좋을 대로 부르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명은 파멸의 무기이려나?”

“너 상당히 악의 근원처럼 불리는데?”

이명들이 죄다 불길한 이름들뿐이다.

“그나저나 넌 왜 나를 지키러 온 거야?”

“이상한 걸 묻는 구나? 아니면 로엔은 은근 이해력이 낮은 편인건가? 내 창조주는 데우스. 그 창조주를 지키는 것이 창조물로서의 당연한 도리 아니겠어? 그래서 나는 2대째 데우스인 로엔, 너를 지키러 온 거야.”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그만 창피해져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러나 이내 소녀의 말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소녀를 쳐다보았다.

“잠깐, 기다려봐. 2대째 데우스? 내가?”

“그래, 너의 그 마안이 바로 그 증거야.”

어라? 잠깐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데우스의 능력이 봉인 되어 있는 건 이 눈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내가 2대째 데우스라는 거지?

“표정이 왜 그래? 아, 알겠다. 로엔 너 설마 눈에 모든 것이 다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지?”

“그럼, 그게 아니야?”

“응, 그게 아니야. 그 마안이 발현되는 건 데우스의 환생. 2대째 데우스만이 그 눈을 가질 수 있어. 그냥 아무나 랜덤하게 선택 되는 게 아니라.”

“맙소사…….”

아니,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럼 그냥 이 눈의 능력을 빼서 이 아이한테 맞기면 그만, 이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 사건에 연관이 돼있다고?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난 여길 빠져나가겠어.”

“어디로 가게?”

“우주, 우주라면 안전하겠지.”

그렇다. 신들도 일단은 원래 인간, 그렇다면 우주로 나가면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갈 방법은……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짐부터 꾸리는 거다.

“우주에는 지금 널 노리고 있는 그리스 녀석들 보다 더 사이코 같은 집단이 있는데 괜찮겠어?”

“우주에도 있어?!”

“응, 데우스보다도 나중에 생긴 신생 신들인데, 얘들이 아주 사이코야. 집단 이름은 르뤼에. 기원이 되는 신화는 크툴루 신화.”

“그건 창작물이잖아?! 어째서 그거로도 신들이 생성되는 거야?!”

“애초에 모든 신화의 대부분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사람들의 창작물이니까. 그러니까 안 될 것도 없어.”

우울하다. 그렇다는 건 전 세계에서 사방에서 날 노리고 있다는 거잖아. 심지어 우주에서까지도, 도망갈 곳이 없다. 도망칠 수 없다. 아, 대체 어쩌라는 거야!

“아아, 난 망했어…….”

불행하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걸까. 모든 일이 적혀있다는 아카식 레코드는 이 일이 예전부터 기록이 되어 있었겠지? 그렇다면 이 일을 기록해버린 아카식 레코드를 원망하면 되는 걸까. 즉, 난 이 녀석을 원망하면 되는 걸까? 아니, 아무래도 그건 아니다. 아 아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이 녀석을 원망한다면 난 최악의 몹쓸 인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굴 원망하면 되냔 말인가. 그렇지 않고는 정신이 버틸 수가 없을 거 같은데…….

“로엔 D 마키나.”

갑자기 뺨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부드럽지만 꼭 철로 된 검처럼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 세인가 소녀가 내 코앞에 있었다. 그런가, 그럼 이 뺨에 닿아있는 것은 소녀의 손인가. 뭔가 진정이 되는 게 느낌이 좋다.

“너는 내가 지켜. 삼라만상의 모든 무기들을 이용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널 지켜줄게. 그러니까 풀 죽지 마. 아니면 나를 못 믿는 거야?”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어째선지 촉촉해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애절해서 눈을 땔 수 없었다. 그런가, 불안하게 만든 건가.

“아니, 믿어. 미안해. 걱정 끼쳐서. 그리고 불안하게 만들어서.”

“아니, 괜찮아. 나야말로 보디가드면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버렸네.

“저기……. 그러고 보니 네 이름 아직 못 들었어.”

“루인.”

“루인?”

“응, 실은 이름이 없거든. 가장 널리 알려진 이명 파멸의 무기(Ruin Of God Weapons)니까. 그러니까 루인 G 웨폰스. 이게 내 이름이야.”

소녀, 루인은 그렇게 말하며 싱긋하고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 그만 넋을 놓아버릴 뻔했다.

“난, 몸도 마음도 전부 로엔의 것이야. 그러니까 로엔 마음대로 날 사용하면 돼.”

루인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그만 코피를 뿜을 뻔했다. 마, 마음대로라고?

“아니, 저, 그게 어…….”

그때였다. 현관 쪽에서 폭발음이 들린 것은, 그 폭발의 충격으로 현관문이 우리를 향해 덮쳐들었다.

“로~엔!!!”

천지가 울리는 고함소리에 나는 루인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펄쩍 뛰어올라버렸다. 내가 이렇게 놀란 것은 큰 소리 때문이 아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 그것도 이런 장면을 들켜버리면 곤란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월, 월화야?”

“너! 보자보자 하니까! 대체 언제 그런 미소녀랑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된 거야!”

분기탱천이란 말은 이때 쓰는 것일까. 노기에 받쳐 있는 월화의 모습은 그야 말로 야차가 따로 없었다.

“로엔, 네 친구야?”

“응, 소꿉친구인 월화, 내가 이것저것 신세지고 있는 애야.”

“내가 이야기하는데 다른 애랑 쑥덕대지 마!”

“네, 넵!”

우와, 무섭다. 화난 월화 무서워! 아까 봤던 케르베로스보다 무서워! 원래부터 박력이 넘치는 애라는 건 알지만 이 정도로 화내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저 분노가 현재진행형으로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표정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 이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소꿉친구가 이렇게 화내고 있는데! 어째서 아직도 그런 애랑 꼭 달라붙어있는 건데! 나도 몰라! 로엔 같은 거 몰라! 날려버릴 거라고!”

월화의 분노의 외침과 동시에 날아오는 한 줄기 섬광. 월화의 마법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양의사상오행팔괘포(오리엔트 레이저)다. 어떻게 조합 하냐에 따라 그 위력과 타입이 결정되는데 아무래도 조합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뇌격포인 모양인지 엄청난 스파크 때문에 눈을 못 뜰 지경이다.

“바보야! 그런 걸 실내에서 쐈다간 집이 무너진다고 아니, 그 전에 장난이 아니라 빗맞아도 죽는다고!”

이렇게 외친들 이미 발사된 마법을 멈추는 방법은 없지만 일단 태클은 걸어본다. 그나저나 신들의 전쟁에 휘말려 죽기 전에 소꿉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다니, 뭐 이런 엔딩이 다 있나 싶다. 이것이 게임이라면 아마 회사는 지금쯤 항의 전화로 폭발했을 거다.

섬광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섬광 주변에 방전되는 전기 때문에 벌써 몸이 짜릿짜릿 하는 거 같다.

“이렇게 죽는 건 뭔가 아닌 거 같은데?!”

부조리하였으나 섬광은 멈추지 않고 우리를 덮쳐버렸다. 그렇지만 아무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너무 강렬해서 고통도 못 느끼고 죽은 모양이다.

“죽긴 왜 죽어. 넌 내가 지킨다고 했잖아?”

“어, 라?”

눈을 떠보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있었다. 나와 루인이 앉아있는 소파를 경계로 해서 현관 쪽은 그을리다 못해 군데군데 재로 변해있었지만 소파 뒤는 완전 깨끗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광경에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어, 어떻게?”

“말했잖아. 난 무기고, 그 어떤 상황도 타파해낼 수 있는 무기가 들어있어. 그렇다고 무기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야. 방패나 기타 도구들도 있지. 지금 건 아이아스의 방패. 모든 투창을 막아냈다고 전해지는 트로이 전쟁 시대의 전설적인 방패야.”

“너, 정말 말도 안 되는 치트캐구나. 하, 하하하.”

결국 하루 종일 이상한 일만 겪은 탓인지 정신적, 체력적으로 한계가 와버린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로엔?! 정신 차려. 로엔!”

멀어져가는 루인의 목소리가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알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왔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세 아침이 되어있었다. 아직 학교가기까진 여유롭게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것보다 지금은 학교보다 중요한 게 있다.

“루, 루인은?”

집안 곳곳을 찾아보았으나 어째서인지 루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루인은 나를 지켜주겠다고 했다. 어제 일이 사실이라면 아무 말 없이 어딘가로 가버릴 리가 없다. 왜냐면 루인은 그런 아이기 때문이다.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그런 확신이 든다. 즉, 그렇다면 루인이 이렇게 사라져 버린 지금, 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어젯밤 일은 꿈이라는 건가? 그렇게도 생생한데?

하지만 완벽하게 수복되어있는 현관과 그 통로는 내 불안을 가속시키기만 했다.

“아, 머리 아파! 이렇게 된 거 아침이나 먹고 학교나 가야지. 월화랑 이야기하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월화도 어제 일을 기억한다면 그것은 꿈이 아니라는 게 된다. 루인이 안 보이는 지금으로썬 어제 일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다. 사실이라면 월화의 분노에 또 한 번 죽을 위기에 쳐하겠지만 그래도 좋다. 지금은 어제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아침밥을 대충 때운 뒤, 월화가 마중을 오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하여 통학을 위해서라면 꼭 지나야하는 골목길에서 월화를 기다리기로 했다.

10분쯤 지나자 하나, 둘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무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월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월화야!”

“흥!”

어라? 반응이 안 좋다. 엄청나게 화가 난 모양인지 그냥 날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월화의 기분이 나쁘다는 건 어제 일이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된다.

“저기, 월화야. 무시하지 말고, 너 어젯밤 일 기억나?”

어제 일이 화두로 나오자 관심이 생겼나보다. 그때서야 월화는 새침한 얼굴로 뒤돌아보았다.

“어제 일? 나는 모르겠는데?”

하지만 원했던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전혀 모른다고? 설마 아직도 삐쳐있는 건가?

“월화야, 농담하지 말고 정말 몰라?”

내가 정색하고 말하자 월화는 태도를 바꾸더니 진지하게 말하였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저, 표정, 저 말투 농담이 아니다. 저건 진짜 어제 일을 모른다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어제 일은 정말 꿈이라는 건가?

“아, 아니야. 미안해. 이상한 걸 물어봐서.”

“아니, 뭐 사과할 거까지 없지만.”

그래도 좀 언짢은 기분이 풀렸는지 계속 앞서가던 걸음을 멈춰 세우더니 나란히 걸어가게 되었다. 그나저나 어제 일을 모른다면 왜 월화는 기분이 나쁜 거지?

“그나저나 월화야 너 오늘따라 기분 나빠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 이마에 혈관 마크가 잡히는 소리를 흔히 ‘빠직’이라고 표현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진짜 있는 소리인 모양이다. 빠직 소리와 함께 이성을 잃은 듯 보이는 월화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왜, 왜 그래?”

“로~엔!!! 이 바보 멍충아!!”

월화의 고함과 함께 얼굴에 가해지는 충격. 맞았다. 그것도 주먹으로, 게다가 생각보다 엄청 아프다. 아니, 아플 거라고는 당연히 생각했다. 월화의 주먹은 내 손 보다 매울 거 같으니까. 그런데 그게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흥!”

결국 다시 무시 모드로 들어가 버렸고 이 이후로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건 교실에 들어간 이후로도 이어졌다. 그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었다. 월화는 바로 내 옆자리였기 때문이다.

“어머, 로엔 군, 월화랑 싸웠어?”

자리에 앉자, 반장인 미사가 다가와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하긴, 들어오면서 싸웠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들어왔으니 이미 반 내에서는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어가고 있을 거다.

“아니, 그게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그럼 싸운 건 아니고?”

“글쎄, 그건 어떨지.”

내 말에 반장은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건 장본인들만 알 수 있는 거잖아. 그나저나 로엔 군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전학생 소식. 소문에 따르면 엄청난 미소녀라는 모양이야.”

이 시기에 전학생이라니 이상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나에겐 그런 일은 관심 밖이었기에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그렇구나. 그거 기대되네.”

“뭐야? 별로 안 그래 보이는 걸? 뭐, 아무튼 로엔 군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곳에서부터 편입해 왔다고 해서 텃세부리고 하면 안 된다?”

“예, 예. 알겠습니다.”

건성건성 대답했지만 일단 대답을 들었다는 거에서 만족했는지 반장은 그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윽고 선생님이 들어오고 전학생이 왔다며 모두 환영해 달라는 있던 관심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전형적인 멘트를 날렸다. 정말 아무런 관심조차 생기지 않았다. 문제의 그 전학생이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다.

“루인 G 웨폰스라고 해. 잘 부탁해. 선생님 자리는 로엔의 오른쪽 옆자리로, 괜찮죠?”

루인의 말에 교실이 술렁였다. 그렇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난 저 목소리에, 저 말에 깜짝 놀라지 않고 있을 수 없었다.

[“너! 너!”]

나와 같이 자리를 박차 일어난 사람은 다름 아닌 월화였다. 저 녀석, 왜 연기까지 하면서 어제 일이 기억 안 나는 척한 거야?

“이쪽이 로엔을 지키기 편할 거 같아서 말이지. 급하게 수속을 밟느라 말도 못하고 나가 버렸어. 미안. 하지만 그런 소꿉친구가 있다면 괜찮을 거 같아서 말이야.”

“너…….”

기가차서 말도 안 나왔다. 편입 수속 때문에 그렇게 일찍 나간 거구나…….

“대체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월화라고 했지? 그야 당연하잖아? 로엔을 마의 손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야.”

다시 한 번 술렁이는 교실. 여기저기서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사랑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저건 나랑 상관없겠지.

“자, 자 설월화랑 웨폰스. 기 싸움은 그만두고 자리에 앉으렴.”

선생님이 중재에 나서자 월화와 루인은 자리에 앉았다. 그렇지만 기 싸움 비슷한 무언가는 계속 되는 거 같았다. 가운데 낀 날 좀 생각해주라고…….


루인이 전학 오고 첫날, 루인은 학교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오늘이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학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포츠면 스포츠, 학업이면 학업 어디 하나 꿀리는 게 없으니 그 누가 트집을 잡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전학생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쉬운 위치. 루인의 소문은 금세 전교로 퍼져 삽시간에 학교의 인기 스타가 되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나와 루인과 월화 셋이서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다.

“으아! 분해! 내가 어째서 저런 애한테 진 거야!”

3교시 체육시간. 여자애들은 배구를 했는데 거기서 루인의 팀한테 진 것이 아직도 분한 모양인지 월화는 앉은 채로 바둥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공부마저 잘 해, 미모는 수려하지, 스타일도 좋지. 완전 사기라고! 그런데 가슴은……내가 이긴 거 같네. 후후

“로엔, 네 소꿉친구 어딘가 이상한 거 같은데 저거 괜찮은 거야?”

“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니까.”

실제로 특이 케이스가 아니다. 설희는 자주 점심시간에 뭘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실실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월화는 실실 웃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이내 책상을 탕하고 치며 일어섰다.

“아니, 괜찮지 않아! 로엔 이제 슬슬 설명해줘! 저 아인 대체 누구야? 로엔을 지킨대 마네 하는데 정체가 뭐냔 말이얏!”

그러고 보니 월화는 아무런 사정도 모른 상태였다.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루인을 향한 손가락질이 폭주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설명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 월화는 내 소꿉친구이자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르지만 숨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 루인은 말이지. (이하생략) 그래서 그렇게 됐어.’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말이지 (이하생략) 그래서 그렇게 됐어.”

“최악의 방법으로 설명해버렸다?!”

아무리 그대로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받아드릴 리가…….

“음, 그런 거구나. 그렇다면 나도 협력할게. 로엔은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받아드렸어?! 게다가 협력까지 하겠다고?!”

너무 쉽게 받아드리잖아! 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걸 사실로 받아드려야 하나 마나로 엄청 고민했는데! 이렇게 되면 쉽게 못 받아드린 내가 의심 많은 사람 같잖아!

“자, 그러면 루인. 뭔가 작전 같은 거 있어? 로엔을 지킬 거면 단번에 본체와 접촉하는 편이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지기 쉽잖아?”

“물론 생각해놨지. 이름 하여 미끼 작전.”

“뭔가 작전 이름이 불길하지 않아?”

마치 내가 미끼가 될 거 같잖아.

“오오, 그거 좋겠다. 그럼 그걸로 채용.”

“잠깐 들어보지도 않고서?!”

“로엔은 잠자코 있어. 여자들 사이에는 통하는 게 있다고. 그래서 실행 일시는?”

갑자기 엄청 친해졌다. 완전 엉망인 상황 설명을 듣고 나서부터 마치 마음이 잘 맞는 오랜 친구라도 되는냥 즐겁게 떠들고 있다. 대체 뭐냐고 이, 태도 변화는!

“실행은 오늘 방과 후. 장소는 통학로의 인적 드문 골목길이다.”

“알았어. 그럼, 로엔 자, 점심 많이 먹어둬. 방과 후에 힘을 내려면 많이 먹어야지.”

“힘을 내? 어디다가?!”

“역시 로엔은 은근히 이해력이 떨어지는 모양이구나. 미끼 작전에서지 어디긴 어디야. 열심히 도망치려면 많이 먹어야지.”

“…….”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와~.

“자, 내가 만든 계란말이. 계란은 완전식품이니까 도움이 될 거야.”

“나도 이 빵을 하나 주지. 탄수화물은 바로바로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하니까, 달리다가 힘들면 먹어.”

“…….”

“로엔?”

“왜 그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방과 후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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