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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교생활(校生活部)
글쓴이: 영원한세월
작성일: 12-07-31 21:53 조회: 2,639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한밤중의 인적 없는 공원. 그곳에는 두 부자(父子)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한 벤치에 앉아있었다.

“아버지.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굳이 여기까지 나오라고 한 이유가 뭐죠?”

아직 성인지 되지 않은 소년이 먼저 입을 열어 중년의 남성에게 물었다.

소년의 질문에 아버지는 근엄한 목소리로 아버지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대답해주었다.

“네가 지금까지 옮겨 다닌 학교만 해도 다섯 곳이 넘는다. 그렇지?”

“네.”

“이 아버지도 네 나이 때 너와 같이 따분함을 느끼는 게 무지하게 싫었지. 그래서 따분함을 날리기 위해 이런저런 짓은 다해봤어. 주변에서는 싸이코니 미쳤다느니 별소리가 다 나왔어도 절대로 멈추는 일은 없었다. 따분함이 싫었으니까. 따분함을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그 덕에 네 할아버지가 꽤나 골머리 썩었다. 나도 네 나이 때는 학교를 얼마나 옮겨 다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전학을 다녔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구나. 그러던 도중 아버지는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로 나를 전학보내기로 결심하셨어. 아버지에게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심한반발을 보였으나, 아버지의 뜻에 거스를 수 없었고, 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아버지가 단독으로 정한일이라 실망감과 분노를 느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전학가게 된 당일 아침.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작별인가를 건네셨다.”

아버지가 별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고 대답을 들려주지 않자,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왜 고동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을 내버려두고 자기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할아버지가 어떤 말씀을 하셨는데요?”

아버지는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그 학교에 간다면 따분함 따위는 느끼지 못할 거다. 그러니 네가 전학 갈 학교에서 생활하며 너무나도 즐거운 나머지 이 애비나 잊지 말면서 살아라.”

말을 마친 아버지는 그 한순간 눈동자에 옛 추억이 스쳐지나간 듯 했으나 다시 원래의 눈동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며 그 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막상 전학을 가고 나니까 아버지의 말씀에는 단 한 치의 거짓말도 없었어. 너무나도 시끌벅적하고, 너무나도 즐겁고, 따분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지. 수많은 일들이 있어서 과거이야기를 말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너에게 말해두어야겠다.”

소년의 아버지는 하늘에 보내던 시선을 거두어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강력하게 말했다.

“네가 내 핏줄이라는 것을 속이지 못하듯이 너 또한 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 때 같은 일을 격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방법도 당연히 단 한 가지뿐…. 이미 전학 수속은 어제 다 마쳐놨다. 이제 너는 내일부터 유창고등학교의 학생으로서 3년을 보내게 될 거다. 아들. 아버지가 한 치의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내린 결정에 실망했나? 배신감을 느껴서 분노로 들끓고 있나?”

아버지의 말에 소년은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고 아버지의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 말을 하기위해 저를 여기까지 불러낸 거군요. 뭐, 유령이가 안다면 길이길이 날뛸 테니 현명한 선택이네요. 저야 어느 고등학교로 언제 전학을 가든 상관없어요. 지금까지 많은 학교를 전학 다녔으니까. 단지 마음에 걸리는 건?, 유령이가 저를 놔 주냐 마냐. 그리고 저와 누나가 없어도 아버지가 유령이를 제대로 잘 돌볼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에요.”

그러자 소년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거칠게 쓰다듬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았는지 소년은 그저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

“그렇게 이 아버지가 못미덥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너와 남자대 남자로써의 약속을 하마. 자, 뭐해. 어서 새끼손가락을 걸어라. 남자대 남자로서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대 아들로서의 약속이기도 하니까.”

소년은 피식 웃으며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밤하늘 아래 아버지와 아들로서, 남자대 남자로서의 약속을 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까지 다 찍은 다음 서로 눈빛교환을 끝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란히 걸어가던 도중 아버지는 갑자기 제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마치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핵심부분이라고 당부를 하는 선생님처럼,

“맞다. 너에게 까먹고 전하지 못할 뻔 했네.”

“?”

“유창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네가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이 뭐냐면…….”






1장. 입부할까, 말까?




“이름은 이성령이라고 해. 취미는 딱히 없고. 싫어하는 건 따분함 정도야. 모두들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보자.”

자기소개를 끝내고 활짝 미소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학생으로서는 반 애들에게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교실로 들어온 시점부터 저 짧은 자기소개가 끝나는 지금까지 30쌍의 눈들이 일제히 흥미롭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니?”

자기소개를 마치자 교탁한 가운데의 원래주인인 담임선생님이 바로 옆에서 물어보았고, 그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키는 작지고 크지도 않은 평균키. 호리호리한 체형에 뿔테안경을 쓰고, 머리는 깔끔하고 시원하게 적당히 짧은 길이로 잘라 앞머리만 살짝 정리되어있다. 아직 봄이라고는 하지만 벌써부터 하얀 바탕에 하늘색 체크무늬가 새겨진 반팔 Y셔츠를 입고, 넥타이는 답답해서인지 목 부분과 가슴 정 가운데부분이 허전했다. 나이는 교실에 들어오기 전. 교무실에서 30대 초반의 미혼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아버지의 후배인 담임선생님의 첫 인상은 심플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다가오며 왼쪽 팔을 내 어깨에 걸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반 애들에게 선언하였다.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데로 오늘부터 우리 반과 함께 지낼 새로운 친구다. 비록 너희들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령이 보다는 많은 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성령이가 곤란해 하고 있다면 도와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 1년간 서로 같이 지내야할 친구니 서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도록. 알았냐?”

“네?.”

좀 군대 스타일처럼 보이는 담임선생님의 말투에 일심동체로 대답한 반 애들에게 피식 웃어준 선생님은 내 어깨에 올려놓고 있던 팔을 내렸다. 그러더니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지금 네 눈에 보이듯이 빈자리는 총 두 자리야. 네가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아도 좋아. 정하기 힘들다면 내가 정해줄 수도 있고.”

“제가 정할게요.”

“그래. 한번 골라봐.”

담임선생님은 팔짱을 끼며 내 선택이 끝나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교실의 자리는 창가부터 1열로 시작해 복도 쪽까지 총 6열로 2열씩 한 분단으로 붙어있다. 1열에 총 5명씩. 1분단과 2분단은 각각 10명씩 20명. 3분단만 12명으로 1분단을 구성하고 있다. 빈자리는 2열 세 번째 자리와 6열 맨 뒷자리가 남아있다. 자리를 파악한 후에는 내가 앉게 되면 될 짝을 파악했다. 2열에 남아있는 자리를 선택한다면 아까부터 계속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내 짝이 된다. 6열에 남아있는 자리를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담임선생님에게 지적받지 않고 재주 것 책상위에 엎어져 자고 있는 남학생이 내 짝이 된다. 음?. 둘 다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분단 전체를 겉으로 파악했을 때는 1분단이 제일 따분함이 적을 것 같아 보인다. 그래 2열 세 번째 자리로 정했다!

“2열의 비어있는 자리에 앉을게요.”

“그래. 네가 정했으니 빨리 가서 앉아라. 아침조회시간 끝날 때까지 얼마 안 남았다. 아, 그리고 1교시 끝나면 교무실에 와.”

“네.”

2열 세 번째 자리로 이동하는 도중에 인사하는 1분단 애들에게 손을 들어 대충 인사를 해주고 자리에 앉아 가방을 책상 옆 고리에 걸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소녀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였다.

“잘 부탁해.”

“어.”

돌아온 건 짧은 대답뿐. 이름이라 던지 얼굴생김새조차 보지 못했다. 항상 저렇게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걸까? 왜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걸까? 계속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옆 짝의 행동에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주변의 소음이나 선생님이 조회하는 목소리는 귓가에서 앵앵대는 모기소리와도 같이 들려왔다.

“나만 쳐다보는 건 상관없는데. 선생님의 조회는 잘 들어두는 게 좋아.”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얼굴을 살짝 돌려 나에게 충고한마디를 던져주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옆 짝. 그러나 옆 짝의 충고에도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다랗고 진한 속눈썹과 무감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깊어 보이는 갈색눈동자. 햇빛을 받아 빛나며 찰랑이는 부드러운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 한순간 열렸다가 다시 닫힌 빨간 촉촉한 입술. 단 몇 초 사이에 머리에 생겨졌다고 하나. 이건 완전 미소녀 그 자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다른 평범한 애들과는 다르게 뿜어져 나오는 저 비정상적인 비범한 기운이다. 나에게도 직감이라는 것이 있기에 알 수 있다. 정확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듣고 뭐 별거 있겠어, 라는 생각을 싹 날려버리게 하는 내 옆 짝의 존재. 시작부터 예감이 좋다. 왠지 이 유창고등학교에서는 꽤나 커다란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안겨준 이 학교 때문에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피우는 동안 아침조회시간을 끝내는 종이 울렸다. 드디어 이 시간이 온 것이다.

역시나 다를까 종이 치는 순간 여자애들은 나에게 우르르 몰려와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성령아, 너 어느 지역에서 왔어?”

“이름은 누가 지어줬니? 성령이라는 이름 너무 예쁘다.”

“우리학교로 전학 온 이유가 뭐야?”

“특기가 뭐니?”

“여자친구는 있어?”

“좋아하는 여자 타입이 뭐야?”

“진짜 남자야?”

질문을 하려면 한 명당 하나씩 천천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자리에 많은 사람이 몰려와 당황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많은 질문들이 날아오면 머리가 복잡해저 더 대답해주기 어렵다. 그래도 이번 1교시 쉬는 시간은 따분하지 않겠다. 우리분단 여자애들의 기세로 봐서는 종이 치기 전까지는 나를 놔주지 않을 것 같다. 각각 다 개성 넘치며 재미있어 보이거든.

“저기…, 미안한데. 한명씩 차근차근 하나씩만 질문해줄래?”

내 부탁이 먹혀들었는지 많은 여자애들은 서로 빠르게 눈빛교환을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 여자애가 대표로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내가 먼저 질문할게. 해도 되지?”

“당연하지. 이제 친구사이인데 못 물어볼 게 어디에 있겠어. 사양하지 말고 질문해.”

“성령이, 너는 어는 부에 들어갈 거야?”

다른 애들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있는 질문이 날아왔다. 그리고 질문이 날아옴과 동시에 주변에 몰려있는 여자애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다른 학교에도 각 학교마다 다른 교칙이 있듯이 우리 유창고등학교에도 하나의 교칙이 존재한다.

개학 일을 기준으로 1개월간 신입생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부 활동을 들어갈 것이냐 들어가지 않을 것이냐. 단. 전학생의 경우 전학 온 날로부터 1개월 내로 선택해야한다.

2학년생에게는 신입생 시절에 선택했던 부 활동을 계속 이어서 할 것인지 바꿀 것인지.

3학년생에게는 지금까지 해왔던 부 활동을 은퇴를 할 것인지 졸업할 때까지 부에 남아 활동을 할 것인지.

아침에 교실로 들어오기 전, 담임선생님과 부 활동 이야기를 나눌 때 부 활동을 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했다. 지금까지 옮겨 다녔던 수많은 학교에서도 흥미로운 부 활동들은 많았다. 그러나 단지 흥미만 끌뿐이었다. 막상 체험활동을 하고나면 따분하게 그지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따분함을 날려버리기 위한 비책이 이 학교에 있는 많은 부서 중 단 하나의 부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가 날 이학교로 전학시켰다.

내 대답은 딱 하나뿐이다.

“락교생활(樂校生活) 부.”

나의 대답을 들은 질문한 여학생과 나머지 여학생들은 볼품없게 입을 쩍 벌리며 놀랐다. 락교생활 부가 어떤 부서이기에 저러는 거지? 지금 애들의 반응도 그렇고, 아침에 선생님이 얼굴을 굳히며 나에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던질 때도 그렇고. 다들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버지는 내가 떠나기 전까지도 락교생활 부가 어떤 부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유창고등학교에 가면 제일먼저 락교생활 부를 찾아가 부원으로 활동하라고 지시만 내렸을 뿐이다.

이때 나는 하나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이때 누군가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을 한번 크게 후회하게 된다.

락교생활 부가 어떤 부인지 모른다면 알아내면 그만이다.

“락교생활 부라는 부서가 어떤 부서인데?”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던 여학생이 내 옆 짝을 힐끔 쳐다보더니 파랗게 질린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그 부서가 어떤 부서인지도 모르고 들어가겠다는 말을 했단 말이야…?”

“어.”

“진짜…?”

재확인할 필요도 없다.

“아버지가 그렇게 하라고 했거든.”

여학생은 대답해주기 곤란하다는 듯이 “끄응….”거리고 신음하더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저러지?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부서인가?

그때 내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락교생활(樂校生活). 즐거울 락. 학교 교. 살 생. 살 활. 한자그대로 즐거운 학교생활이라는 뜻을 가진 부서. 부서의 주 활동은 부원들과 함께 만족할만한 즐거운 생활을 즐기는 것. 사실상 의미만 즐거운 학교생활이라고 하지, 따지고 보면 학교 내 뿐만이 아니라 학교 외에서도 주된 활동을 하기도 해. 위치는 본관 5층 왼쪽 끝에 있는 큰 교실. 아마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찾아간다면 부장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옆 짝의 정확한 설명에 눈을 반짝이며,

락교생활 부라는 곳이 나에게 안성맞춤인 의미가 담겨 있는 부서구나. 활동 또한 나와 궁합이 잘 맞을 것만 같다. 이로서 오늘부터 드디어 지루한 생활은 안녕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저기?, 그러니까…. 이름이 뭐야?”

옆 짝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 일단 이름부터 알아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애들에 비해 락교생활 부에 관한 모든 정보를 망설임 없이 말해줄 것 같아 또 다른 것들을 물어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절대로 작업 거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면 고맙겠다.

“유 마이.”

you my? 아…. 혹시 이 개그 썰렁했나? 마이라. 외국인이라면 철썩 같이 믿을만한 이름이다. 외모도 서양인과 조금이나마 닮기도 했고.

“마이야, 락교생활 부에 대해 네가 아는 데로 다 말해줄 수 있어?”

“좋아.”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마이는 설명을 시작하였고 지금부터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기 전까지 설명은 끊어질 줄 몰랐다.



락교생활 부가 이 학교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부서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럴까? 락교생활 부에대한 기대게이지는 점점 올라가기만 하였다.

현재는 마이가 친절하게 내 궁금증을 풀어주기 시작한 시간부터 대략 4교시가 끝난 시각이다.

4교시가 끝나자마자 마이는 어디론가 횅하니 사라졌다. 이왕이면 옆 짝이기도 하니까 친목을 다지기 위할 겸, 락교생활 부와 앞면이 있는 것 같고 찾아가는데 번거롭지 않을 것 같아서 안내 좀 부탁하려고 했는데. 없으니 나 혼자, 스스로 찾아봐야겠지.

아까 1교시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내려가 선생님에게 받은 담임선생님께 주어야할 제출용 부서 가입신청서와 내가 들어갈 부서 부장에게 주어야할 제출용 부서 가입신청서 각각 한 장을 들고 마이가 알려준 데로 3층인 우리교실을 나와 5층을 향해 올라갔다.

4층부터는 3학년의 교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5층으로 올라가자 5층 역시 3층과 4층의 부산스러움과 시끌벅적함을 가지고 있었다. 3학년생들이 지내는 층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관결들도 많이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관경들을 설명하자면, 복도 끝에서 끝까지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중간에 반장으로 보이는 여자선배에게 걸려 훈계를 들으며 머쓱하게 웃고 있는 두 남자선배들이라 던지. 이제 고3인데 복도에서 전력질주는 한물 가야할 질풍노도의 시기 아닌가?

또, 저기 세 여자선배들은 복도의 창문을 열고 한곳에 서로 옹기종기 모여 밖에 있는 누군가와 소리를 질러대며 이야기를 아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 외에도 많은 모습들이 보인다. 이제 학기 초라고 아직 수능의 압박이 느슨해져서 저러는 것이라 스스로 단념하며 왼쪽 끝의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

락교생활 부의 부실로 걸어가는데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락교생활 부의 부실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조용해지면서 인적이 드물어지는 현상이다. 간혹가다 공포에 서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거리를 두고 도망치는 선배들도 몇몇 있었다. 뭐야? 내 얼굴이 무섭게 생긴 것도 아니고. 왜 나를 보고 도망치는 거야. 기분 상하게.

목적지에 도달하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스티커가 붙은 교실 문이었다. 뭐라고 할까…, 주변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다고 해야 옮은 말이겠지…? 상큼하면서도 저 귀여운 디자인의 스티커는 뭐냔 말이다. 게다가 교실 문짝을 내 눈에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튜닝을 시켜도 선생님들 측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단 말이야? 특히 선도부에서 꽤나 시끄러울 것 같은데.

비록 기대와는 달리 첫인상이 좀 이상하기는 하나 일단 이건 겉면이다. 락교생활 부의 내면을 본다면 분명 대 만족감을 느낄 거다.

심호흡을 한번 길게 하고 부실의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묵직한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

뒤에서 갑작스럽게 건드린다면 누구나 다 놀라는 법. 나 또한 마찬가지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190cm쯤 되어 보이는 장신의 거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냐, 저 무식한 키는.

“놀랐다면 미안하네. 볼일을 다 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자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일단 자네를 구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취한 행동이라네.”

…남의 일을 중간에서 방해해놓고 저렇게 변명한다면, 내가 믿을 것 같아서 저런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내가 “아, 그러세요.”라고 생각할 거라면 오산이다. 내 성격이 포악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거든.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누구세요?”

기분이 나쁘다고 하여 초면에 예의를 집어던지고 무례하게 굴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다. 아버지는 예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무리 나이가 동갑이라고 해도 초면에는 반말을 찍찍 날리지 않는다. 오늘 자기 소개에서 애들에게 반말을 던진 이유는, 너무 딱딱한 건 첫인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는 몰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아 반말로 자기소개를 했다. 애들에게는 반말이 더 친근감 있어 보일 테니까.

“나는 유창고등학교의 전교부회장이라는 직위를 맡고 있다네. 나에게 과분한 직위이기는 하지만 나를 믿고 뽑아준 전교생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부회장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네. 학년은 3학년 3반. 이름은 인 송혁이라고 하네.”

보통 3학년생들은 입시 때문에 엄청나게 바쁘다. 그래서 회장이나 부회장, 선도부 외에도 각 부서에 속해있는 정상적인 3학년생들이라면 후배들에게 뒤를 맡기고 은퇴하고 만다. 그러나 내 앞에 서있는 이 거구의 선배는 자신을 부회장이라고 소개한 후, 바로 자신을 3학년이라고 하였다. 천재라도 되는 건가? 이제 슬슬 수능준비를 하고 있을 이 시기에 부회장 직책을 맡고 있다고 하니 나름 여유가 있거나 뒤에 무언가가 있으니까 부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걸 거다. 그렇지 않고는 인생에 가장 중요한 첫걸음을 이렇게 허비하고 있지 않을 테지.

“3학년인데 입시준비는 안 하시나요?”

“하하하.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창피하지만, 나름 머리가 좋은 편이라서 다른 애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다해도 걱정할 일은 없네.”

아, 그러십니까. 타고난 천재셔서 좋겠습니다.

“그런데 부회장이라는 분이 본관 5층에는 무슨 볼일로 오셨습니까?”

부회장은 별거 아니라며 말했다.

“간단한 볼일이었네. 8반의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해서 잠깐 손 좀 보고 왔다가 겸사겸사 6반에 새로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된 스마트tv도 고장이 나서 그것도 손 좀 보고 왔지. 악의를 품고 자네에게 접촉한 건 아니니 안심하게나.”

이 부회장이라는 인간 정말로 능력 있는 인간이다! 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컴퓨터와 tv수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수리공도 아니고. 이 부회장 뭐하는 사람이지? 이제는 천재라고 해도 밑을 수 있다. 게다가 능력뿐만이 아니다. 말투나 내 앞에 서있기만 해도 귀티가 풀풀 풍긴다. 아마 상당히 잘나가는 집안의 자제라 예절교육을 잘 밭은 것처럼 보인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영국 신사중에 신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부회장이 제 행동을 저지시킨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나의 질문에 부회장은 차분하고 굵직한 목소리의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그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제 생각에는 무언가 타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선배의 입장에서 본다면 좀 건방저보일수도 있으나 어쩔 수 없다. 나에게는 3년간의 생활이 따분하냐 따분하지 않냐가 걸려있는데, 선배고 나발이고 예의를 지키고 뭐고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부회장은 긴 말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네가 락교생활 부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도 그 어떤 부보다 역사가 깊은 부서라는 건 확실하네. 유창고등하교가 설립된 직후에 바로 생겨난 부서가 바로 락교생활 부니까. 아마 요번 년까지 합친다면 설립된 지 40년이 넘는다고 하더군. 현재는 총 여섯 명의 부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비정상적인 애들이라네. 학생들의 사이에서는 ‘민폐장이들’ 혹은 ‘악의 근원’이라고 소문이 났다네. 하긴. 그런 활동만 하고 다니는데 저렇게 낙인찍히지 않는 게 더 신기한 거지만….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락교생활 부를 알기 쉽게 말하자면 ‘사고뭉치들의 모임’이라는 거라네. 락교생황 부의 만행으로 인해 학생부나 선생님들. 심지어 여느 학생들까지 여간 난처한 상황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말이네. 학생회임원과 학생부, 선생님들의 사이에서는 골칫덩이들이라는 생각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해본 적이 없다네. 부회장의 직위을 맡고 있는 나또한 락교생활 부가 싫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내 말을 듣고 락교생활 부가 어떤 부인지 확실히 잘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입학하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3년간 락교생활 부에 들어간 신입부원들이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들 부서를 옮겨버렸네. 어떤 면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부지.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락교생활 부에 들어가려고 하면 지금처럼 입부를 막아왔다네. 근 3년간.”

아버지는 나에게 락교생활 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자세한 설명은커녕 간략한 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그냥 전학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락교생활 부에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를 이 학교로 전학 보내고 락교생활 부에 입부하라고 내린 지시는 내 따분함을 없애주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결코 이상하거나 나쁜 곳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회장이 방금 들려준 이야기는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대체 어느 쪽을 믿어야할까? 아버지? 아니면 부회장?

부회장을 믿으려 해도 부회장이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해 락교생활 부를 싫어할 수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인품이 뛰어나다 해도 그 사람의 속까지 알 수 없으니까 완전히 믿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그다지 도박을 좋아하지 않기에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자네 오늘 새로 전학 온 전학생이지?”

“네.”

“어쩐지 처음 보는 얼굴이다 했어.”

당신은 전교생을 얼굴로 구분할 수 있는 겁니까?! 1000명이 넘는 사람의 얼굴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있는 뇌라니. 당신의 IQ는 대체 몇인 거야?

“전학 온지 하루도 되지 않아, 잘못된 선택 때문에 1년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네. 이건 부회장의 충고이자 배려라네. 그럼.”

부회장은 자기 할 말만 툭 던지고는 바쁜지, 뒤돌아 빠르게 사라졌다.

“…….”

부회장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흔들리지 않던 내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주 고요하게. 점점 흔들리는 강도를 올려가며.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 경우를 격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신비함을 즐길 여유가 없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구나.

복도의 창문을 열고 선들선들한 바람을 쐬어봤으나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입부를 하느냐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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