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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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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지구의 종말은 시간문제
글쓴이: Riko407
작성일: 12-07-31 21:47 조회: 2,531 추천: 0 비추천: 0

“벌써 7월 이구만, 그래.”

“네, 여름이군요.”

불이 모두 꺼진 커다란 사무실에 딱 하나,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빛 아래 한명의 여성과 또 한명의 남자가 난간에 기대어 한 곳을 바라본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푸른빛을 내는 디지털 숫자들의 나열. 숫자들은 조금씩 줄다가 다시 늘어나기도, 갑자기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도 하며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아직은 블루 존 입니다만, 곧 레드 존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오늘, 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늦나 빠르나 레드 존은 올 걸세. 그걸 늦추는 게… 종말을 늦추는 게 우리 ECMS의 사명일뿐이지.”

국장은 손에 쥔 커피를 홀짝 입에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꽤 거대한 움직임이 있어. 이 녀석들이 훔친 것만 해도… 17년 이구만.”

“그렇다면, 저희 2부서가 움직입니까?”

“아니…”

국장은 마시던 커피를 내려두고 품속에서 반듯이 접힌 종이를 꺼냈다.

“이번엔 3부서에게 맡길 예정일세.”

“3부서라면… 하지만 아직 한 명밖엔 없지 않습니까? 적어도 파트너가 붙지 않는 한…”

“그래, 파트너.”

국장은 종이를 펼쳐 보이며 말을 이었다.

“마침, 새로운 인재가 눈에 띄었거든. 계획대로라면 오늘 안에 이쪽으로 오겠지.”

“네에? 신참에게 이런 큰일을…”

“그는, ‘조종자’ 일세.”

“......”

“그것도 수 년 이상 스스로 그걸 써왔던, 어떻게 보면 자네보다 고참인 셈이지.”

내용물이 다 떨어진 알루미늄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국장은 그렇게 이야기 했다.

“…들어가지, 오늘은 중요한 날이 될 걸세.”

“…예.”

“재민, 이라…”

국장은 다시 한 번 종이에 적힌 이름을 중얼거리며, 문 속으로 사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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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은 시간문제

By Riko407

“- 이상했던 적 없어?

왜, 있잖아. 가끔 시계를 쳐다보면 시계가 평소보다 늦게 간다던가, 분명히 30분 동안 있었던 일 같은데 이미 2시간은 지나 있는 거.”

“있기야 하지만… 그게 뭐?”

“지금까지는 기분 탓 이라고 생각해 왔겠지만… 사실 그건, 초능력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하?”

“초, 능, 력. 이라고.”

“…이 녀석이 시험을 말아먹더니 머리가 이상해졌구만. 다음시간 국사니까 잠이나 자둬.”

또다시 똑같은 대답이다.

뭐, 당연히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는 것도 어렵겠지만.

손사래를 치며 다른 쪽으로 떠나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말은 어제 망친 시험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진 것도 심심풀이로 지어낸 이야기도 아닌,

현실 그 자체다.

그것도 손수 내가 겪은- 아니,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

“윽…”

교실 뒤쪽에서 여자애들 몇 명이 노려보는 눈길이 따갑다.

분명 입이 가벼운 정환이 녀석이 떠들고 다닌 거겠지. 이야기 상대를 잘못 고른 것에 후회를 해도 너무 늦었다. 아마 교실 안 여자애들에 대한 나의 평가는 바닥을 뚫을 기세일 테니. 아니, 벌써 다른 교실로 입소문이 퍼졌을지도…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기 위해 의자를 밀어냈다. 끼이익-하는 철을 긁는 소리가 가뜩이나 우울한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어디보자… 국사, 국사…”

응?

가방을 꺼내들어 다시 한 번 자세히 뒤졌지만,

“어, 없다…”

젠장! 수행평가까지 거기 꽂혀있는데!

머리를 감싸고 크으윽- 하고 신음을 내봐도 내 앞에 국사 책은 나타나지 않을 터.

별 수 없나…

집에 다녀와야겠다.

“10분을 또 이런 어이없는데 써야하는 건가…”

『따르릉-』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지만 뭐, 상관없나.

“재민? 뭐해, 종쳤다고! 국사 성질 모르냐?”

모를 리 없잖아.

옆자리 녀석의 말을 못 들은 체 하며 의자를 밀어 넣고-

“퍼즈.”

익숙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

키잉- 하는 SF틱한 효과음이 일어나며 주변이 회색빛으로 변해갔다.

귀 따갑게 울리던 바깥 공사장의 시멘트 바닥을 뚫는 드릴소리도, 방금까지 떠들던 뒷자리 녀석들의 소리도 전부 멈췄다.

무심코 내려다본 손목시계에는, 이미 시간을 표시하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LIMIT 10:00』

“여전히 10분인가…”

10분 안에 집에 갔다가 돌아올 수 있을지 생각하며, 모두가 멈춰있는 교실을 뒤로 하고, 미닫이문을 젖혔다.

내 이름은 한재민.

나는 시간을 조종할 수 있다.

-

『따르릉-』

끝났다…

“하암~ 국사는 언제 들어도 졸리단 말이야…”

“너는 무슨 수를 쓰길래 국사의 감시망에 안 걸리는 거냐…”

“이 형은 태생이 스텔스라서 보이지가 않는단다~ 킥킥.”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이 녀석의 이름은 곽정환.

잘 빗어진 머리카락에 훤칠한 키, 거기다 근육까지 갖춰진 녀석이라 누가보아도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 만한 녀석이다. 덕분에 여자아이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만큼 잘난 녀석이긴 하지만 역시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후암~ 그럼 이따가 종치면 깨워줘~ ”

“바보 녀석, 다음교시는 방학식이잖아.”

“아~ 그랬나?”

이상하리만큼 잠을 많이 잔다. 이 녀석과 친구가 된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쉬는 시간에 깨어있는 적을 못 봤다. 덕분에, 인기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만화 같은 상황이 리얼타임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점은-

“아, 동식아~ 아까 칠판지우개 떨어진 거 재민이가 그런 거다~”

“곽정화아아아아안!?!?!?”

…이 바보 녀석은 입이 가볍다. 그걸 알면서도 이 녀석한테 말한 나도 바보다.

“한재민. 잠깐 나 좀 보자?”

문제는 한 교시 전에 내가 만들어뒀던 도어 트랩 -만화책에서 많이 봤던 칠판지우개가 떨어지는 실로 간단한 함정-에서 시작 되었다. 만든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동식이 녀석이 걸릴 줄 이야.

“아하하…동식아, 우리 잠깐 매점이라도?”

“그래…일단 맞고서.”

진정시킬 새도 없이, 동식이의 팔이 굶주린 늑대처럼 나를 향해 내달렸다.

“마, 말로하자니까…”

어쩔 수 없다…

“에, 엑셀레이션.”

『LIMIT 00:40』

초고속 카메라의 화면처럼 느릿느릿 다가오는 동식이의 주먹을 피해, 동식이의 등 뒤에 섰다.

“스톱.”

“으왓?!”

느릿했던 팔의 궤적이 순간 빨라졌고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아무래도 주먹에 전신에 힘을 실은 모양인지, 그대로 고꾸라지는 동식이의 모습이 곧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니까, 말로 하자니까…”

“큭… 개소리 집어치워!”

스프링이 튕기듯이 일어난 근육덩어리의 몸에서 발이 솟아 올라왔다. 어떤 무술을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련이 된 듯한 날카로운 발끝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엑셀레이션!”

아까보다는 더 자신 있게, 키워드를 입에 담았다.

“스톱!”

“헉…!”

쿠당탕- 하는 요란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교실 내에 울려 퍼졌고, 방금까지 호기에 차있던 근육덩어리-동식-의 모습은 쓰레기장에 처박힌 마네킹처럼 책상에 엉키듯 내던져졌다.

“무, 뭐야…”

눈을 동그랗게 뜬 동식이의 얼굴은 진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이 아닌 순수한 의문을 띄고 조금씩 떨리고 있다.

이거, 사과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아, 미안-”

“잠까아안-!!”

동식이를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복도에서부터 웬 여자아이가 달려들어 왔다.

“교칙 A-5에 의해서 감점 처벌하겠습니다! 이의 있습니까?”

말꼬리 같이 묶은 칠흑 같은 머리카락과 그에 대비되는 흰색의 헤어밴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교복 사이의 윗 리본을 살짝 푼 단정치 못해 보이는 교복 차림에 노란색 완장을 왼쪽 어깨에…

엑, 선도위 잖아?!

“자, 잠깐!”

“?”

“A-5라니, 그건 폭력에 대한 처벌이잖아?”

“물론, 그렇지요.”

“자, 잠깐 장난 친 걸로 그렇게 감점한다니, 말도 안 된 다고!”

“그, 그래. 맞는 말이다!”

멀뚱히 우리 둘을 번갈아보던 동식이가 감이 왔는지 몸을 일으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동식이 녀석도 감점은 무서운 모양이다.

“…당신들은 서로 날려가며 기물을 파손 하는 게 놀이입니까?”

으윽, 이상한 거라도 보는 눈…

“뭐, 좋아요. 하지만 기물파손에 대해서는 경고처분 하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세요!”

“네, 네에…”

‘경고’ 라고 쓰인 딱지가 나와 동식이의 어깨에 나붙었다.

“그런데, 저 교복, 중학교거 아니야?”

우리 고등학교는 바로 옆 건물에 부속 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이사장이 유난히 강조하는 화합이라는 사상이 반영되어 건물 간에 구름다리도 설치되어 있고, 운동장도 같이 쓰기 때문에 중학생들이랑 자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중학생이 선도위가 된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데…

“다음 학기부터, 본 이사장은 ‘학생들의 화합’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학생 지원자 중에 우수 학생으로 유채하 양을 선정해 선도위로 임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에, 또-”

또 이사장이 제멋대로 정한거로구만.

“이상으로 방학식을 마치겠습니다. 학생여러분 즐거운 방학 보내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의 환호와 함께 TV화면이 꺼졌다. 그래봐야 일주일 뒤면 보충 수업인데 왜 저렇게 기뻐하는 걸까? 의문이다.

“여, 재민. 아까는 미안했다~”

“네 놈 입이 싼걸 알면서도 떠든 내 잘못이지…”

“자, 자. 다 잊고 PC방이나 가자고. 오늘은 내가 쏠게!”

“알았다, 알았어…”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서 가방을 들쳐 매는데, 방송이 끝난 스피커에서 다시 한 번 소리가 흘러나왔다.

『1학년 5반 한재민군, 지금 3층 교무실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뭐야, 너 또 무슨 짓 했냐?”

“내가 너냐… 짚이는 건 없는데?”

아까 동식이 건 때문에 그런가하고 생각했지만 동식이 까지 부른 건 아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아까 선도위가 ‘경고’ 라고 분명히 말을 했고, 딱지도 붙였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상하관계가 상당히 엄격하게 잡혀있어서, 일반 교직원보다 윗 계층인 선도위의 언행은 절대적이기에, 학생부에서도 선도위가 정한 결정은 따로 번복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럼 뭣 때문이지...

“아무튼, 다녀 올 테니까 먼저 가있어.”

“그래, 끝나면 전화하라구.”

다른 아이들 쪽으로 돌아가는 정환이를 뒤로한 채 발걸음을 교무실 쪽으로 옮겼다.

이 작은 한걸음이 내 인생을 바꿔놓을 큰 발걸음이 될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채.

-

“-손들어요!”

“도둑이라니, 뭐, 뭐냐고?!”

“더 이상 말하지 마요! 시간 관리법 제 3항에 의거, 당신을 강제 억류합니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권총을 내게 겨누는 푸른빛의 말총머리 소녀, 잿빛으로 물든 주변 배경. 그리고-

『LIMIT 00:13』

분명히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는 손목시계 위의 시간제한.

“너는 분명…!”

“ECMS 제 3 종합대응부서 CHASER 소속 유채하입니다!”

아까 봤던 선도위가 왜 여기서 총을 겨누고 있는가-

또 나는 어째서 양 손을 치켜들고 바닥에 붙은 껌딱지처럼 벽에 들러 붙어있는가-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선 이 일이 일어나기 약 10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장 변화>

“학교가 텅 비었구만…”

방학식이 끝난 교내는 시간이 멈춘 듯 조용했다. 방금 창문가에 날아와 앉은 참새의 지저귀는 소리만이 아직 시간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 이었다.

텅 빈 교내를 걷다보니 평소에 바쁘게 지나다니다가 놓친 것을 볼 수 있었다. 교실 창가에 매직으로 그려진 낙서, 세월이 찌든 화장실의 나무문, 텅 빈 교무실…

“비었다…?”

이때, 깨달아야 했다.

‘아, 방학기념으로 선생님들끼리 점심모임 하기로 했던가.’

그렇다면 어째서- 아니, 어떻게 교무실에서 나를 불렀는가를 생각했어야 했다.

분명 지금 교내에 경비 담당을 제외하고는 교직원이라고는 없을 텐데.

하지만 여러 가지 짐으로 꽉 찬 짐을 들고 교무실까지 걸어가느라 꽤 지친 나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3층에 올라와 활짝 열린 교무실의 문과 텅 빈 안을 보고서야,

“그러고 보니 어떻게 방송을 한 거지? 지금은 모두 나가 있을 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챙강!』

-우리 학교의 위치 표기 패널(왜 있지 않은가, 각 반마다 문 위에 걸어놓는 반 표시 패널)은 특이하게 합금으로 만들어져있다.

이사장의 ‘세상의 모든 것은 조화되어야만 합니다! 학생도! 자연도! 심지어 패널이라도!’ 같은 말도 안 되는 발언에 그렇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하지만 믿든 말든, 내가 왜 이런 설명을 하는가 하면-

머리위의 패널이 지금 내 머리와 조화를 이루려고 떨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헉-?!”

이건, 피할 수 없다…!

“퍼, 퍼즈!!!”

『LIMIT 00:23』

“사, 살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렴, 죽을 고비를 넘긴 거니까.

그때.

“역시나, 당신이었군요!”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와 함께 잿빛 배경을 깡그리 무시하는 찬란한 푸른빛의 소녀가 눈에 잡힌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보았던 머리모양.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

어디선가 느꼈던 황당함.

움직일 수 있을 리 없는 시간의 정지 속에서,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소녀는 내게 총구를 겨누고-

“한재민! 당신이 도둑질한 시간을 청구하러 왔습니다! - 손들어요!”

-단호하게 외쳤다.

-

-그런 이유로 지금에 이르렀다.

“자, 잠깐.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ECMS 대한민국 지부요.”

뭐야, 그게.

“아까부터 ECMS라고 하는데 그건 또 뭔데?”

“「세계종말관리협회」의 약자예요. Earth Concl… 콘, 콘…”

“Conclusion 아니야?”

“아! 맞아요! 그거 예요 그…”

그렇게 말하는 채하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순간 얼굴을 붉혔다.

“벼, 별로 몰랐던 건 아니니까요…!”

솔직하지 못 하네.

“다, 다 왔어요.”

“다 왔다니, 여긴…”

폐 창고잖아.

이곳은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7대 괴담 중 하나이자 실제로 확인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장소다.

아무도 없을 때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로 유명한데, 특이한건 절대 문이 열렸던 적이 없다는 것.

학교 사진을 보면 한 30년 전부터 있던 창고 인 듯하지만, 실제로 열거나 쓰인 적은 한 번도 없다.

많은 학생들이 열어보려고 갖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태껏 열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뭐…없었을 만도 하네.

“…자동문 이였나.”

내 눈앞에서 어이없게 풀려버린 학교의 미스터리에 맥이 빠져버렸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듯한 기계소리가 그치자, 큰 공간이 나타났다.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한쪽 구역에서는 사격훈련이라도 하는지 연신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화면.

커다랗게 만들어진 동그란 화면 곳곳에 빨갛고 파란 점들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오, 데려왔는가.”

이리 저리 둘러보고 있자니, 저편에서 군대의 장교같이 제복을 갖춰 입은 사람이 다가왔다.

“반갑소, 국장되는 사람일세. 일단 좀 앉도록 하지.”

반갑?

“국장님! 이 사람은…”

“채하양. 미안하지만 잠시 조용히 있어주지 않겠나.”

“하, 하지만 S3급…”

“채하양!”

“…네.”

무슨 이야기가 오고가는 거야…

“아, 초면에 실례가 많았네. 채하양은 나중에 내가 잘 이야기 하도록 하지.”

“네에…”

생긴 거에 비해 신기한 말투다.

“내 이름은 박재훈. 국장 일세. 잘 부탁 하네.”

잘 부탁이고 뭐고 이게 다 뭔지 부터가 궁금하다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에…”

같은 한심한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 나였다.

“본론부터 말하지. 자네는 지구의 시간을 훔친, S3급 범죄자라네.”

엥?

“엥?”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얼토당토않은 말에, 마음속의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또,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한 「시간 조종자」이기도 하지.”

아까부터 지구의 시간이라느니, S3급 범죄자라느니…

“전혀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없는데요.”

“모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 먼저 설명이 필요할 듯싶군.”

국장은 허리를 틀어 손가락으로 거대한 화면을 가리켰다.

“저쪽을 보게. …마침 타이밍이 딱 맞는군.”

1.365.8760.525600.31536000 라고 표시된 커다란 디지털 숫자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라, 앞자리가 0으로 바뀌었네.

“젠장! 시작 됐다!”

“34번! 예비 시간, 돌릴 수 있겠어?”

“아까 그게 마지막 이었다고요! 2부서! 조금 이르지만 그 지역으로 이동해 줘!”

“말리부, 하와이. 이쪽은 벌써 오렌지 존으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뒤섞여 숫자가 갑작스럽게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동그란 화면에 익숙한 영어 단어가 떠올랐다.

『End Year』

“하… 설마 했는데…”

“이제 1년 인거냐…”

“자, 자! 실망할 때가 아니야! 27번은 해외 시간 받아오고! 빨리 2부서 출동 시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사무원들은 숫자가 변하자마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무서운 일이라도 일어나려는 듯이.

“끝, 해… 뭐죠 저게?”

“말 그대로일세. 끝의 해… 즉, 종말의 해라, 이걸세.”

“종말이라니… 그러고 보니 아까도 무슨 세계종말…”

잠깐만…

어디선가 많이 본 숫자들. 미묘하게 지구본의 모습을 하는 것 같은 화면의 점들. 그리고 End Year. 종말의 해…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눈치 챈 것 같군 그래.”

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숫자… 아니, 시계는 지구 종말의 시계네. 이젠 1년 남았군 그래, 지구의 종말이.”

하.

하하…

“종말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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