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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마이돌!
글쓴이: 유우
작성일: 12-07-31 21:08 조회: 1,975 추천: 0 비추천: 0
악은, 혼돈과 무질서를 조장하며
선은, 균형과 질서를 조장한다.
혼돈이 있는 곳에, 균형을, 무질서한 곳에, 질서를.
우리는 창조주의 이름 아래, 누구의 눈에도 들지 않는 그늘 안에서
영원히 이 우주의 질서를 지켜나가겠습니다.
- 신성마법소녀단 제 1서약 -

디트:....창조주님. 이게 대체 뭐에요? 저 오글거려서 손가락 잘려나갈 것 같아요.
창조주(마법소녀☆): 요새는 마법소녀물이 끌려서.
디트: 마법소녀요?
창조주(마법소녀☆): 응. 얘네들 되게 재밌어. 딱히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면서 세상을 구한답시고 발악하거든. 기특한 녀석들이지. 너희들처럼 말이야.
디트: 그래서요?
창조주(마법소녀☆): 그래서 너희도 마법소녀라고 부르기로 했어. 생각해보니 너희한테 이름도 따로 준 적 없잖아. 인간들이 멋대로 만들었을 뿐이지.
디트: 좋다 쳐요. 근데 이 손가락 절단용지 같은 오글거리는 서약은 뭐에요?
창조주(마법소녀☆): 멋있잖아!
디트: 차단해도 되요?
창조주(마법소녀☆): 아잉
디트: 때려도 되요?
- 창초주(마법소녀☆)님의 상태가 자리 비움으로 변환되었습니다. -
디트:야 이 망할.



0. 글은 인간이 쓰지만 편집은 신이 합니다, 프로그래밍은 인간이 하지만 디버깅은 신이 합니다.


원형으로 된 콜로세움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지구는 제 담당이에요!"
라고 말한 사람은 헐렁한 천을 걸친 키 작은 금발 소녀였다.
"흥. 지구 구경 못 해본지 300년인 주제에 큰 소리는. 엄마 젖이나 더 물다 오렴."
라고 말한 사람은 헐렁한 천을 걸친 키 큰 흑발 아줌
"뭐라고?"
숙녀였다. 미안하다.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지구에는 몇 번이고 가셨잖아요. 이제는 지겨우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갈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있어. 아, 넌 안 가봐서 모르겠지? 저번에 다녀온 디 미드라 행성은 재미있었나?"
"네, 거기 외계인들이 딱 그거처럼 생겼어요. 당신이 달고 있는 그 풍선덩어리 같은 거. 덕분에 아주 기분 좋게 신나게 부수다 왔네요."
"흥, 목걸이가 떨어지면 옷 틈새를 지나 바닥으로 수직 자유낙하할 계집애의 도발따위는 너무 시시한걸? 풍선덩어리란 말은 칭찬으로 듣지."
"좋기도 하겠네요. 거대 고무 덩어리를 두 개나 주렁주렁 달고 다녀서 말이에요."
"없는 것 보다 낫지."
"뭐 이 젖소야!"
"말 다했냐 초딩아!"
싸움의 수준이 인터넷 사이트 댓글에 열린 콜로세움 이하의 수준으로 낮아질 때 즈음,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담당당구역 - 지구 - 마법소녀 선출 대회.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두 여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람을 찢어버릴 듯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격돌음이 이어졌다.
"실력이 좀 늘었네?"
어느 샌가 아까와 전혀 다른 복장으로 갈아입, 아니 변신한 두 사람이 있었다. 젖
"죽을래 자꾸?"
소 아줌마의 모습은 순식간에 콜로세움에서 사라졌다. 어디갔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ㅈ
"무슨 일이죠? 한 눈을 팔 여유가 있으신가요?"
"아니, 잠깐 충동적인 살의를 억누르지 못했어."
"그럼, 계속 갑니다!"
"덤벼 봐!"
"니 차례다!"
"어딜!"
"거기!"
"으잇차!"
"어랏차!"
"어기엿차!"
"너 따위한테 2단계를 쓰게 될 줄이야. 으랴앗!"
"그 대사, 매 번 하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하아앗!"
헉헉, 죽을 뻔했다. 모종의 살의를 피하느라 묘사를 못 했던 위에 장면들을 잠깐 묘사하겠다. 그러니까 우선 창을 든 꼬맹이가 인정사정없이 젖ㅅ..아니, 아닙니다. 원할한 묘사를 위해서 나는 거짓말을 하겠습니다. 어쨌든 숙녀에게 창을 휘둘렀는데 저기 저 숙녀분이 그걸 피하고 붕대를 감은 주먹을 내질렀다. 그 주먹은 명치에 꼽힐 듯한 거리까지 들어갔지만, 소녀가 뒤로 점프하며 하늘을 날아서 피했다. 그리고 한 바퀴 돌더니 뒷발차기와 창이 시간차로 들어가는 2단 쾀보를 쓸려고 했는데 발이 짧아서 창만 거리가 닿았다. 숙녀는 그 창을 너클로 쳐내더니, 인정사정없이 허벅지의 근육에 힘을 줘서 뻥 걷어 차려고 한 순간 원심력으로 계속 돈 소녀가 창대로 막아냈다. 그런 식으로 일진일퇴를 하더니, 2단계 어쩌고 저쩌고 했다. 그러더니 둘 다 옷이 한 번 더 변했다. 아, 아까 옷을 설명 안 해줬구나. 숙녀의 경우, 아까 옷은 마치 전신갑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옷은 좀 벗었다. 그렇다고 선정적인 노출이 있는 것은 아니고 팔 다리만 좀 드러난 느낌이다. 여성부라도 의식했나. 저래서는 팔리기 힘들텐데. 소녀는 무늬없는 하얀 원피스엿는데, 옷은 안 바뀌었고, 마치 모자이크 같은 나비 날개가 달렸다.
"젖소는 잡아서 고이 육회로 만들어드리죠!"
휴 겨우 live시점으로 돌아왔다. 이제 실시간으로 대화랑 묘사의 싱크가 맞을 거다. 소녀가 창의 가운데를 잡더니, 창이 두 개로 나뉘었다. 하나는 뭔가 어색하게 짧은 창, 하나는 검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넌 어디 살점이라도 있나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며 숙녀는 두 개의 창과 칼을 몸을 비틀어서 피했다. 간간히 찔러 들어오는 창은 손바닥으로 밀어내는 동작이 마치 차력쇼, 아니,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지루할 틈이 없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30분 이상 이어졌지만, 어느 쪽도 유효타를 먹이지 못 한 체 시간만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싸우기 전처럼, 콜로세움 한 가운데서 다시 마주 보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숨이 차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고, 다만, 상대의 빈틈을 찾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그 때, 입을 연 것은 소녀였다.
"뭐, 당신과 싸우는 데 이 형태로 끝날 것이라 생각 안 했어요. 이 상태로 계속 싸워봐야 길어지기만 할 테니 한 번에 끝을 내죠."
소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창 부분을 세로로 쪼갰다. 접이식 막대기가 펴지듯이 두 번 펴진 창은 신기하게도 화살 대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칼 문양에서는 빛이 나더니, 화살로 변했다.
"갑니다. 에피루스의 활!"
시위가 당겨진 활의 끝에 걸린 화살촉이 황금 빛으로 빛났다. 소녀의 팔로 저 활이 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활이 끼긱끼긱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덤벼!"
숙녀는 소녀와 같은 화려한 연출은 없었지만, 숙녀가 허리를 조금 웅크리고 주먹에 기를 모으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내 손가락도 오그라져 일그러질 것 같지만,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 때, 소녀의 팔에서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그러자 숙녀는 마치 그 화살을 노리듯이-
"흐압!"
기술 이름이고 뭐고 없이, 주먹, 정권을 내질렀다. 화살과 주먹이 만나면 당연히 화살이 궤뚫고 가는 것이 이치라 생각되겠지만,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다. 마치, 태고의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한 격렬한 소리와 빛의 파동이 콜로세움 전체를 뒤엎었다. 빛은 한참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설마, 이대로 이 소설이 끝나버리나 라는 작가의 고민을 날려주기라도 하듯, 두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교양 없는 숙녀분 같으니. 에피루스의 화살을 주먹으로 받아치는 게 어딨어요! 이론적으로 불가능해요! 창조주의 기적을 얕보는 거에요?"
소녀는 질린 표정으로 숙녀를 쳐다봤다. 그러자 숙녀는 머리를 한 번 훑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흥, 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자라고."
그렇게 말하며 숙녀는 거리를 점점 좁혀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숙녀의 위세에 밀려 소녀는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소녀는 콜로세움 구석으로 몰렸다.
"자, 그럼 오늘도 즐거운 육탄전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신기를 쓰느라 힘을 실컷 썼으니 약해졌겠지. 난 힘으로 때웠고 말이야."
"크윽."
소녀는 활을 칼과 창으로 나눈 뒤, 거리를 재서 도약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숙녀는 그 때마다 소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점점 다가왔다. 소녀는 등 뒤에 느껴지는 콜로세움 벽의 차가운 기운에 몸서리쳤다.
"저리가요. 이 변태! 젖소!"
"어머~ 칭찬 고마워요. 마치 무언가를 닮아서 빈약한 어휘력이네요.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숙녀에게서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소녀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이 거리에서 저 무식한 여자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방법은 없었다. 숙녀는 주저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그 순간, 소녀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3입니다."
"?"
숙녀는 의문의 표정을 떠올리면서도 성실히 주먹을 내질렀고, 소녀는 그것을 창과 칼을 X자 모양으로 만들어 막아냈다. 칼날로 막았지만 주먹에는 생채기 하나 없는 것이 공포스러웠다. 소녀는 힘겹게 주먹을 받아내고는, 숙녀의 다리 사이로 기어 들어가더니, 벽을 벗어났다.
"2"
"무슨 카운트야. 내 승리를 축하해주기라도 하게? 헤라, 7승! 디트, 7연패!"
"1"
"흥, 도망갈 수 있을 것 같나" 숙녀는 니킥을 차기 위해 무릎을 들어 올렸다.
"0"

그 카운트와 함께, 콜로세움의 한 쪽 벽이 광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한 줄기 빛이 소녀가 방금 피한 자리로 날아들었고, 숙녀의 배때지에 꼽혔다.



"악!"
"흥, 에피루스의 화살을 무시하면 아주 주옥되는 거에요."
소녀는 양 주먹을 쥐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아까 상쇄 시킨 게 아니었나?"
"작은 화살은,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행성을 한 바퀴 돌아서는~"
생기 발랄한 소녀의 말, 아니 노래에 의하면 어째서 인지 소닉붐도 일으키지 않고 행성을 한 바퀴 돌고 온 또 하나의 화살이 숙녀의 배때지에 박힌 듯 하다. 다만, 화살촉은 숙녀의 단단한 식스팩을 완전히 뚫지는 못하고, 생채기를 내는 수준이었다.
"흥 뭐 이 정도 생채기 가지고 좋아하기는, 하긴, 모처럼 결승에서 만났지만 이게 첫 유효타구나? 지금까지 길가메쉬한테 빌려 온 어느 신기도 제대로 된 효과를 낸 적도 없었으니 말이야. 그래. 너의 성장을 축하해주며 오늘은 좀 더 즐거운 몸의 대화를....어 어라,"
한참을 떠들던 숙녀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독화살이 꼽혔으니 오래 가지 못하지요."
"이런, 젠장! 이거 무슨 독이야!"
"무슨 독이긴요. 히드라한테서 조달 좀 해 왔죠."
"야이 무식한 년아, 죽일 셈이지 너?"
"운이 좋다면 성녀님이 독을 빨아줄 수도 있겠죠. 뭐. 당신이 매 번 나한테 해 온 일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 그러면 즐거운 백병전을 시작해보실까요?"
그렇게 말하며 칼을 들어올리는 소녀. 입가에 환하게 걸친 미소에서는 마치 빛이 나는 듯 했다.
"잠깐, 스톱, 타임. 항복. 내가 졌어. 제발. 아, 힘 주지마.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있는 마력 없는 마력 다 넣어서 찌르면 아무리 나라도 훅 가. 3달은 현신 못 한단 말이야. 야. 제발. 응? 난 항상 주먹으로 해결했는데 이렇게 치사하게 무기 쓰기야? 응?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하자 대화로. 제발. 아. 안 돼, 지구에는 내가 꼭 가야 하는데. 지구는 위험한 곳이야. 나는 디트, 너를 사랑하니까 보낼 수 없어. 아. 젭라. 그만. 으악. 누나. 언니. 동생. 사랑해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ㅡ랃니른미런밍"
소녀의 칼은 주저없이 숙녀, 아니 망할 젖소 아줌마 히히 약오르지 멍청아! 너 이 자식 작은 작가를 건들이면 아주 주옥되는 거에요. 아까 화살이 꼽혔던 자리에 다시 한 번 칼이 꼽혔다. 하하하 쌤통이다!
"당신의 무식한 주먹 덕분에 3년 동안 현신 못 한 제 앞에서 말도 많군요."
두말할 것 없는 소녀의 승리였다.


지구. 우주. 이 세계를 만든 창조주의 목적은, 처음에는 딱히 없었다고 한다. 프로그래밍을 배운 이과 학생의 예제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 문과 학생의 습작 소설같은 느낌이었다. 머리가 큰 자토스가 자길래, 그냥 한 번 만들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생각보다 창조주의 흥미를 끌었다. 자토스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일어나길래, 그냥 한 번 다시 들여다봤더니, 세계가 스스로 커져나가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하드디스크에서 넓히며, 기능이 추가된다고 할까? 그래서 창조주는 '세계'를 내버려 두고 관찰해 보기로 했다. 자토스가 자고 있는 한은 말이다.
세계는 스스로 터지고 지지고 볶고를 반복하며, 별과 행성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와중 창조주의 눈길을 끈 것들이 있었다. 바로 '생명체'였다. 별이나 행성은 정해진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다. 창조주가 만든 법칙 안에서 파괴되고 생성되었다. 하지만 생명체는 달랐다. 자신이 만든 법칙 외에 '사고'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창조주처럼 생각을 해서,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대단히 흥미로웠다.
자신이 만든 무언가가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깨우쳐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한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 폰의 대화 프로그램이 스스로 자신을 발달시켜 나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지성을 부여하지 않은 존재들에게 지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창조주에게는 기쁨 그 자체였다. 그것이 세포와 세포가 전기 신호를 보내서 움직이는 것이건, 호르몬에 의한 전달이건, 화학적 반응인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창조주와 피조물은 격이 너무 달랐다. 어느 정도로 다르냐면 베텔게우스와 태양 정도로 달랐다.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존재를 인지하여 흥미를 가지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했다. 도저히 전할 방법도 없고, 들을 방법도 없으며, 존재의 목적마저 달랐다.
그렇기에, 창조주는 생명체들이 자신과 대화할 만큼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간섭은 하지 않으며 말이다. 창조주 자신이 도와버리면 그것은 자신이 만든 다른 '인형'들과 다를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세계의 창조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창조주와 동급의 존재(이후, 바깥 신이라 칭하겠다.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말이다. )인 그들은 자신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를 두렵다 여기고, 이 세계를 공격해왔다. 컴퓨터로 따지면 해킹이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신성마법소녀단...네이밍 센스 한 번 끔찍하다. 하여튼 우리의 목적은, 그들의 위협으로부터 지적인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창조주가 만든 세계에 간섭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의 법칙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그들의 공격은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었고,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피해를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리의 개체 수에 비하여 수비 할 범위가 너무나 넓었기 때문이다.
우주를 자기가 알아서 팽창하게 만들어 놨더니, 행성이고 별이고 알아서 늘어나고, 덕분에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도 무한히 늘어났다. 하지만 창조주가 자신처럼 세상에 간섭할 수 있는, 백신프로그램 같은 존재인 우리를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버릴 우려 때문에, 권능을 마구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창조주는 고심끝에, 희귀종에 대해서만 보호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중에서도 지구라는 작은 행성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와 최고로 많이 가까워진 존재였다 바깥 신의 타겟이기도 하며, 많은 백신, 즉 마법소녀들이 파견 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쉽게 말하면 우리 우주는 신들의 세계의 어느 신이 발명한 스스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이며, 우리 창조주는 그 인공지는 컴퓨터가 스스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바깥 신은 그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컴퓨터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여 해킹하고 바이러스를 보내고 한다고 생각하면 좀 쉬울 지 모르겠다. 좀 다르기는 하지만 이 설명이 그나마 좀 의미가 가까울 것이다.
우리? 우리는 원래 인간이 말하던 신이었다. 창조주는 처음에는 인간을 보호하고, 또 교류하기 위하여 인간을 본 따서 '신'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신들은 과도하게 주어진 능력 탓에 창조주의 손을 벗어나, 인간들의 위에서 군림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막기 위해서 권능을 써도 됐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알 것이다. 디버깅은 생각보다 오랜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많은 능력을 줘서 만든 만큼, 없애기도 쉽지 않았다. 자잘한 수정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창조주는 교묘하게 신들 중 일부를 포섭하였고, 반항하는 애들과 싸움 붙였다. 창조주의 힘 팍팍 실어준 오버스펙으로 상대 신을 압도한 것이 현재의 우리다. 지금은 마법소녀인지 뭔지 - 이것도 창조주의 변덕에 따라 변할지도 모르겠다 - 라는 존재다.
최근에 바깥 신들의 간섭은 우주 안과 창조주님의 세상 가릴 것 없이 거세졌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창조주님은 우리에게 세계를 지키는 일을 위임했다. 메신저로 따지면 창조주님은 남김 말로 '님들 지적생명체가 나만큼 똑똑해지면 제보 좀 ㅇㅇ'상태로 자리를 비우신 중이고, 우리는 부여 받은 지성으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디트님. 그거 읽지 마세요. 아직 정리 제대로 못 한 거란 말이에요."
"꽤 잘 설명 된 것 같은데요. 컴퓨터 쪽으로 설명이 치우친 게 딱 헤르마님이 쓴 글이네요."
"하하, 익숙한 걸로 쓰게 되더라고요."
마치 남자처럼 짧은 단발 머리의 수도승처럼 생긴 헤르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의 관리관이며, 우리가 파견될 곳으로 인도해주기도 하며, 파견이 완료되면 회수를 담당하기도 한다. 나는 읽고 있던 노트를 덮고 대답했다.
"저 무식한 젖소년이 오래 해 먹었죠. 300년은 가볍게 넘겼잖아요. 게다가 저번 파견은 대회도 없이 무허가로 크툴 녀석들이 단체로 다녀왔고 말이에요."
"그때는 경우가 특수했으니까요. 그 인간을 보호하거나 배제하지 않을 경우, 지구 뿐 아니라 우주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얼버무리려는 헤르마를 보며 나는 도끼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파견된 녀석들이 더 무너뜨렸잖아요. 헤롱헤롱 대면서. 덕분에 세계의 근원인 자토스도 눈을 뜰려고 해서 창조주님이 그냥 평행 우주로 분리해버렸잖아요. 복사본 만들고 다른 이름으로 저장 하신거나 마찬가지에요. 안 그래도 용량이 부족하다고 난리셨는데, 이 사건 때문에 멋대로 팽창하는 우주가 용량 부족으로 초기화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내가 따지듯이 쏘아붙이자, 헤르는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합니다. 크툴 분들은 제 힘 영역도 벗어난 분들이었으니까요. 냐룻."
"저작권에 위배되는 접미어 쓰지마세요. 아 하긴, 원본으로 따지면 문제 없으려나요."
무엇보다도 이 세계 자체가 창조주가 자고 있는 동급생 (창조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다. 그들이 학교 같은 시설에 다니고 있는 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자토스의 뇌를 멋대로 빌려서 만든 공간이라는 점이 오싹하다. 잠시 자신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음을 느낄 즈음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어머, 축하해 디트!"
"비너스! 너 16강에서 떨어지고 48구역 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벌써 돌아왔어?"
48구역. 마치 오징어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잔뜩 존재하는 곳이다. 지성은 인간세계로 따지면 침팬지 정도 되려나.
"응, 거기 애들 너무 거칠더라고. 그래서 우두머리만 홀리고 날 종교로 만들어서 해결했어."
"그, 그건 괜찮은 거야?"
아주 있는 힘껏 영향을 준 것 같은데.
"뭐 어때. 창조 아버지가 뭐라고 안 하시는 걸."
그걸로 싸움이 멈추고 창조주와 대화할 만큼의 지성체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빠돌이들을 양산해놨는데 그들이 과연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생물체로의 진화를 택할까, 라는 고민이 들지만, 디트는 이내 고민을 떨쳐냈다. 내 알 바 아닌 것이다.
지구. 지구에 갈 수 있다. 마법소녀끼리가 아닌 지적인 생명체와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48혹성만 해도 대화는 커녕 오징어 피해서 숨어다니기 바쁜 곳이다. 하지만 지구인은 다르다. 우리와 다른 그들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완전히 그들의 세계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도 우리를 한 명의 인간으로 인지한다. 그 기분은, 오묘하면서도 쾌감이 넘친다. 이게 몇 년 만에 만나보는 인간일까.? 그들이 만들어낸 컴퓨터, 스마트 폰 등은 이미 조달하고 헤르마의 개조를 통해서 잘 사용하고 있고, 끊임없이 책과 영상매체를 접했지만, 실제 '인간'을 만나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332년만이다. 비너스가 48구역의 오징어 소녀가 되었건 오징어 여신이 되었건 말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럼, 헤르메스에게 가지요."
"헤르메스? 왜요?"
"지구에 가는 분들에게는 헤르메스를 통해서 전언을 전해주시거든요. 시작하신지는 약 10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왜요?"
모를 수 밖에. 그 동안 지구에 간 것은 헤라 하나 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백업데이터가 되어버린 크툴루 신들의 세계는 잊어버리도록 하자.
"아무래도 자유 방임적으로 방위를 위임했더니, 사고 일으키시는 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덕분에 헤르메스는 마법소녀 그만뒀어요."
헤라겠지. 사고 일으키고 다닌 녀석은.
"앗, 그건 좀 부러울지도."
그렇게 말하며 비너스는 기지개를 편다. 늘씬하게 드러난 S라인허리... 는 아니고, 풍만하지만 비대해 보이지는 않은 토실한 몸이 출렁였다.
"후아아, 헤르마, 나 잠 좀 자도 되지? 자리 비나?"
"네. 다만 얼마 전에 그 두 명이 같이 돌아와서 좀 시끄러울 수도 있어요."
"엑. 그냥 바로 한탕 더 뛸까. 근데 졸리긴 한데."
"임무를 받으실 거면 저에게 다시 말씀해주세요. 그럼, 디트님은 저를 따라오세요."
"아. 네."
"지구 가면 선물 사와야 해에에. 흐아암."
나는 반 쯤 눈이 감긴 육덕한 마법소녀와 헤어지고, 디트를 따라서 콜로세움의 복도를 걸었다.
"여기에요."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거대한 문 앞에서 헤르마가 멈춰섰다. 헤르마가 무언가 조작을 하자, 거대한 문이 마치 퍼즐이 풀리듯이 다양한 형태로 분리되어가며 열려나갔다.
"오, 그러싸하네요."
그곳에는 거대한 홀이 있었다. 벽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그려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거대한 재단이 있었다. 헤르마는 내 말에 그저 미소지었다.
"앗, 디트님! 어서오세요!"
마치 헤르마가 성장한 듯한 모습의 헤르메스가 그곳에 있었다. 헤르마가 중성적인 소년인지 소녀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이라면, 골격에서 살짝 남자다움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작은 얼굴과 아름다운 머릿결 때문에 뒷모습을 보면 여자로 착각하기 딱 좋았다.
"오랜만이네요. 창조주님과의 연락책이 되셨다면서요?"
사실, 연락책으로서 헤르메스가 꼽힌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도 생각된다. 그는 반항하던 신과 창조주간의 의사도 가운데서 조율하던 인물이었고, 먼 차원에서도 연락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유일한 신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는하지만 말이다. 하여간 그렇기에 창조주와의 긴밀한 연락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항상 그가 함께했었다. 다만 이 남자, 지독한 초식남이다. 옛 연인인 내가 보장한다.
"네. 덕분에 이제 싸움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었다. 초식남이라는 단어는 이 남자, 아니, 이제는 단체명을 생각하면 마법소녀...인 척 해야하는 여장남자? 그럼 초식여장남자인가. 뭔가 기분 나쁜 이름이되 버렸다. 이것이 구울도 아닌데 남자가 마법소녀를 하는 건 비쥬얼 적으로나 서적적으로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을 모르는 헤르메스는 웃으며 말을 건넨다.
"그럼, 디트님. 핸드폰 꺼내주세요."
"네?"
"저 지금, 살아있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아. 온다."
그렇게 말하더니 손을 위로 높게 뻗었다.
"디트님, 핸드폰 잠깐 저 주세요. 네. 됐어요. 예전에는 직접 제 입 빌려서 말하고 그러셨는데, 이제는 이걸로 대체하셨어요. 그러니까 평소에 나누시던 가톡하고 다를 바 없을 거에요. 다만 반응속도가 0에 가까워요. 그리고 저 이제 말 못하게 되니까 직접 연락하세요."
"아, 네."
헤르헤르형제, 아니, 남매? 일단 넘어가자. 에 의해 개조된 핸드폰은 차원간 전화까지는 무리지만 동 우주 내에서는 가톡메세지를 몇 초만에 전해주는 괴악한 물건이다. 어느 정도 마력만 공급된다면, 어디에서 든 사용할 수 있다. 단, 상대의 좌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에르메스가 중요한 사건마다 따라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려면 여전히 헤르메스의 손을 빌려야했다. 헤르메스는 눈을 감고 양 손은 하늘 높이 들었다. 그의 손에서 부터 무수한 기계들이 솟아나오더니, 이내 거대한 레이더 같은 무언가가 구축되어 갔다. 이 녀석도 기계에 빠졌나보다. 분명히 예전에 교신 했을 때에는 거대한 축음기 같은 모양이었단 말이지. 모양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 같다. 이 녀석의 취향인것 같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자 가톡(Godtalk)알림음이 들려왔다. 참고로 가톡은 신성마법소녀단에서 공식으로 채택하고 있는 메세지 서비스로 지구의 한 국가에서 거대 통신사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 중소 회사의 제품을 참조했다고 한다.

...가톡.
창조주 : 이번에 지구 가는 마법소녀는 마법소녀가 될 것!
디트 : 무슨 개소리세요.
창조주 : 멍멍.
디트 : 설명 좀 해주세요.
창조주 : 말 그대로야. 왠지 신은 좀 낡은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단체 이름도 바꾼거야.
디트 : 신이 낡다니, 창조주님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네요.
창조주 : 내 이름도 바꿀꺼야. 마법소녀☆ 크리엣★으로
디트 : 기분 나쁜 이름이네요. 그나저나 여전하시군요. 뜬금없기가 말입니다.
크리엣★: 데헷☆ 갑자기 하고 싶어졌는 걸★
디트 : 기분 나쁘니까 평범하게 말해주세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창조주라는 분은 예전부터 이런 식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기획하고, 우리한테 다 떠넘긴다. 지구의 악덕 대기업같다. 하청 업체는 납기랑 참신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든 하기 위해서 토혈이 나올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크리엣★: 그럼 디트는 아프로☆가 되는 건가? 디트♡ 쪽이 더 귀여운 것 같기는 한데.
디트♡: 사양하겠습니, 아, 신의 권능 이딴 곳에 낭비 하지 마세요. 아이디 원래대로 돌려놔요.
크리엣★: 왜. 귀여우니까 괜찮아.
디트♡: .......

갑자기 헤라가 한없이 존경스러웠다. 시작했다. 아니, 그 젖소의 성격상 이런 거 다 무시하고 내려갔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창조주가 쓸데없는 규칙 만들어서 대화 하려고 하는 거고 말이다. '그래도 창조주는 창조주'라 생각하는 내 고지식한 성격 탓에, 이런 성격파탄난 창조주의 망발을 듣고도 참아내는 것이 슬프다.

크리엣★: 기본적인 미션진행방법은 똑같아. 1.인간에게 힘을 들키지 말 것 2. 힘은 바깥 신들에게만 쓰고, 부하인 인간들에게 대응할 때는 인간으로서의 힘과 지략만을 사용할 것. 마법소녀들도 그러더라.
디트♡: 정말 그것 뿐이에요?
크리엣★: 역시☆ 잘 알고 있구나? 하나 추가 할거야. 변신 할 것. 변신 장면은 30초 내외로, 심의를 준수하여 변신할 것. 필요한 신기나 힘이 있다면 길가메쉬한테 연락해둘게.
디트♡: 야이, 그랬다간 영락없이 들킬 게 뻔하잖아요. 바보에요? 당신 바보에요?
크리엣★: 아잉 디트찡 크리엣에게 화내면 미오미오 할꼬얌♬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던졌다. 신기를 휘두를 때와 엇비슷한 힘을 받은 핸드폰은 벽으로 날아가서 화려하게 산산조각났다. 먼지처럼. 분자단위로. 한치의 후회의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신비한 빛과 함께 그러자 분자단위로 분해된 핸드폰이
재조립되었다. 아, 여긴 창조주의 권능이 직접 미칠 수 있는 공간이었지. 라는 생각과 함께 분노를 삭히고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크리엣★: 아, 아아, 디트가 너무 과격해서 가버렷!
디트♡: 저 먼 세계로 제발 떠나주세요.
크리엣★: 일단 전달할 것은 이걸로 끝이야. 이번 바깥 신의 사자는 많이 똑똑한 것 같더라고. 좀 특이한 방식을 취했어.
디트♡: 뭐, 사이비 종교나 이단 종교, 같은 거 아니에요? 교주만 대충 때려 잡으면 어떻게든 되잖아요.
크리엣★: 아니, 이번에는 꽤나 양지의 존재이면서, 인간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됐더라고.
디트♡: 그게 뭔데요.
크리엣★: 자세한 것은 나중에 전해줄게. 헤르마가 조사중이니까.
디트♡: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일단 끊겠습니다.

피곤하다. 이 망할 대화는 정말 피곤하다. 평소에 보내오는 문자도 스팸급으로 짜증나는데, 직접 대화하려니까 짜증의 물결이다. 그렇게 부들거리며 떨고 있는데, 안테나처럼 생긴 무언가는 급속도로 해체되기 시작했다. 분명히 500년 전 쯤에 창조주와 대화할 때에는 안테나고 뭐고 없이 눈만 감고 있었는데 말이지. 무언가 지구 문화에 제대로 빠져든 것 같다. 뭐. 남의 취미에 간섭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냥 놔 두기로 했다.
"후아아, 끝났어요?"
"네."
"아시다시피 이거 하는 동안에는 기억이 없어서요. 무슨 이야기 하시던 가요?"
"요새는 sns인지 시작하시더니 말투가 완전히 이상해지셨어요. 평소 보내오던 가톡보다 더 짜증나요."
"아, 헤르마가 말해주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완전 송수신기 취급이에요. 쉴 틈도 없어요. "
"왜요? 인터넷 정도라면 충분히 구축한 마력선으로 이용 가능 하지 않아요?"
"여기까지는 오게할 수 있는데, 그 다음에 창조주님 한테까지 보내는게 문제에요. 그것 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창조주님이 여기에 오시거나, 제가 보내야되요. 다만, 이곳에 현신하실 경우 자토스님의 머리가 터져버릴 수도 있다보니, 결국 제가 필요하지요. 여기에서는 창조주님하고 지연 시간 문자는 가능해요. 실시간은 아까처럼 제가 힘을 써야되고요."
"고생이 많네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한 마디로 거의 여기에만 붙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거겠지. 창조주가 이세계에 말을 전하는 것은 쉬워보이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만들 때 '여기 고쳐져라!' 라고 말 하면서 고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변환기를 거쳐서 전해져야 하는데, 그 역할을 바로 헤르메스가 하고 있다. 우리가 백신이라면, 얘는 프로그램 인코딩용 툴 이라고 해야 할 지, 번역 툴 이라고 해야 할 지.
"그래도 제 일이니까요.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저만의 일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는 헤르메스는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참 예뻤, 아 쟤 남자였지. 지구의 신화에 따라서는 이 친구와 내가 헤르마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백신, 마법소녀들은 혈연관계가 없다. 그저 만들어진 순서대로 세상에 나타났을 뿐이다.


...가톡
헤르마 : 이번 임무는 일방적인 숙청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습니다. 힘이나 종교, 마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우주를 노리던 바깥 신들이, 우리 우주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진 것 같아요. 이런 케이스는 처음입니다. 그들은 사이비 종교의 신이 된 것도 아니고, 저번처럼 뱀파이어 등 이질적인 존재를 구현화 한 것 도 아니에요.
디트♡: 그럼요? 아, 아이디 바꿔야지. 미안해요.
헤르마 : 괜찮습니다. 귀여우시네요.
디트 : ...
헤르마 : 음음. 좀 설명하자니 웃긴데, 연예인이라는 존재 아시죠?
디트 : 아. 물론이죠.
헤르마 : 네. 이번에 그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바로 '아이돌'이라고 합니다.
디트 : 그, 춤추고 노래하는?
헤르마 : 그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촌스러워 보이지만, 맞습니다.
디트 : 그게 왜 문제가 되죠?
헤르마 :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큰 존재들이에요. 갑자기 사라지거나 하면 주목을 받게 될 테고, 우리의 존재의 꼬리가 잡힐 수도 있지요.
디트 : 음. 머리 아프네요. 300년 전만 해도 전쟁광을 숙청하거나, 사이비 교주를 숙청하거나, 그런 일 위주였는데.
헤르마 : 그러게요. 헤라님이 오실 때만해도 쉬운 일이 많았는데 말이죠. 타이밍 문제인 것 같네요.
디트 : 뭐, 일은 일이니까요.빨리 지구에 가서 상황이나 봐야겠어요.
헤르마 : 그러세요. 옆에 헤르메스 있죠? 잠깐 통화 좀 할게요.

니들 분명히 텔레파시로 통화 가능할텐데, 왜 남의 전화로 통화를 하냐고 짜증을 낼까 하다가,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은 좀 특수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잠깐의 대화를 하더니 헤르메스는 전화기를 돌려주었다.
"내려가시면 헤르마가 준비 해 둔데요. 부디 조심히 다녀오세요."

헤르메스와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그 옆방으로 향했다. 여기는 내가 처음 존재하기 시작 할 때부터 디자인이 그대로다. 창조주가 만든 워프게이트. 거대한 눈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이것을 생긴 그대로 눈이라고 불렀다. 왜 눈 모양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디트님. 지구에 가시는 데에 주의하실 점이 있어요."
헤르마는 거대한 눈이 그려진 책을 펼치며 말 했다.
"네?"
"지구의 환경 있잖아요.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내심 살짝 기분이 나빴다. 이래 뵈도 지구에서 핸드폰을 대리점에서 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말이죠. 뽐뿌도 아는 나에게 지구의 지식을 설명하려 하다니.
"뭐, 인터넷 같은 걸로 많이 봤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호의로 이야기 해 준 사람한테 악의로 갚을 이유는 없었기에,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헤르마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심각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헤라님이 아마 다른 분들한테는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헤라님이 활동하시기에는 문제가 없는 환경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죠?"
"변한 것은 마력입니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전기와 전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마력의 형태가 많이 변했어요."
전기. 인간이 발견한 엄청난 혁신 중 하나이다. 나타난 것이 1700년인가 1800년 정도니까 확실히 내가 지구에 가지 못 하게 된 이후의 변화구나. 하지만 그런 기기들은 헤라나 헤르헤르가 가져온 물건들로 접해봤기에 걱정이 없는데. 안드로이드 다음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달리는 나에게 할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감춘 체 대답했다.
"그래요?"
"네. 쉽게 설명 드리자면 지금 지구에 분표 된 마력은 예전 같지 않아요. 기본적인 형태는 같지만 성질이 완전히 변해버렸어요. 헤라님은 마력을 응축해서 터뜨리거나 하는 타입이셔서 크게 문제가 안 되었지만, 디트님처럼 마력을 직접 이용해서 변형하고, 운용하시는 분에게는 큰 차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야 납득이 되었다. 마력이 변했다. 그러면 확실히 큰 문제다. 지금까지는 휘발유로 가던 자동차가, 등유나 혹은 참기름으로 가야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럼 좀 많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냥 헤라 가게 냅둘껄. "
"그래도, 저도 직접 가보고 싶던 걸요. 1행성 1파견의 원칙만 아니였으면 분명히 몇 번이고 오갔을꺼에요. 300년이나 지구를 독점한 헤라님이 대단한 거긴 하지만 말이에요."
"대단하긴 하죠."
지구의 시간 기준으로 따져서 30년 정도마다 한 번씩 일어난 대전이니까, 못해도 10번은 이겼다는 소리다. 엔트리에 들어간 마법소녀는 16명. 토너먼트로 진행한다. 결승까지는 16 8 4 2 4번이니까 한 마디로 40연승이 넘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마법소녀들의 능력은 모두 다르고, 창조주의 힘에 의해서 변경되기도 하는데, 그것까지도 모두 이겨냈다는 뜻이다. 지독하게 강하다는 의미다.
"뭐, 헤라도 잘 지냈다면 나도 어떻게 되겠죠. 혹시 선행 조사는 해 줄 수 없나요?"
"죄송해요. 인터넷으로는 마력의 분포의 자세한 조사까지는 힘드네요. 헤라씨의 몸에 이상한 마력이 있길래 조사를 해본 것 뿐이에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직접 부딪혀 볼께요."
"네. 그럼 다녀오세요!"
'눈'이 크게 떠졌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 평소와 다름 없이 나는 눈 속에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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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팬의 마음은 섹시함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숨이 가쁘다. 정신없이 도망친 곳이 막다른 골목이라니, gps가 날 외면 했나보다. 분명히 어느 포탈사이트의 지도 어플에는 이곳에 골목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그런 건 없었다.신축 건물로 보이는 거대한 빌딩이 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막다른 골목 앞에서, 검은 물체들은 나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시커먼 것들에게 쫓기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의지가 될 하녀가 도착하기 까지는 3분은 걸리겠지. 내가 이 꼬마를 지키면서 3분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은.. 안 떠오르네요. 헤헤. 살려주세요 거기 검은 분들. 정체도 알려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아마, 내가 지금 지리지도 않고 정신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내 오른팔에 들려있는 작은 소녀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이 시커먼 어둠들에게 항복을 선언하면 그 녀석들이 받아줄까를 0.74초 정도 고민하는 사이, 품에 안겨있던 소녀는 눈을 떴다. 난 눈조차 제대로 못 뜨는 소녀에게 다짜고짜 캐물었다.
“이것들은 뭐,”
하지만 어둠들은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을 노리고 덮쳐 들어오는 검은 물체를 소녀를 안은 체로피한다. 소녀는 생각보다 무척 가벼웠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다만, 저것들은 아무리봐도 인간이 아니고, 힘은 인간의 힘을 초월해있었다. 내가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도 기적에 가깝다.
"으혴."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시커먼 존재가 다가온 지점에서 도약해서 피해냈다.종아리의 근육이 순간적으로 일어난 극단적인 수축과 이완에 비명을 지른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찢어진 근육은 성장하게 되겠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좀 자신 없었다. 시커먼 것들은 나를 서서히 포위하기 시작했다. 신축건물의 뒤에 일렬로 매달린 에어콘 외장기가 내 마지막 광경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막막해졌다.이거야 원, 정체도 모를 놈들에게 죽는 건가.
"긴급상황이니 이해를 부탁합니다. 실례할게요."
말소리가 들려오기에, 품에 안은 소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잠시 숙였다. 숙였. 숙. 숙?
?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입술에, 무언가 굉장히 부드러운 것이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방금까지 보이던 꼬맹이의 얼굴은 내 눈앞에 와 있었다.
“읍, 읍, 읍”
나는 뒤로 넘어졌다. 아까는 그렇게 가볍던 녀석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내 뒷통수를 움켜진 체로 입술을 정신없이 탐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생각할 겨를 따위 없었다.
부드러워. 그리고, 몽롱하다.
뒤쪽에 검은 덩어리들이 펼쳐지더니 나를 향해 덥쳐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차마 이 꼬맹이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것이 내 첫키스의 기억이자, 인생 마지막 기억이 될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기분 좋은 복상, 아니, 이 상황은 복하사인가.
영원과 같은 순간을 느끼고, 파란 하늘이 어둠으로 뒤덮이는 것이 느껴졌다. 뭐 어때. 마약을 하며 죽어가는 인간처럼, 내 의식은 기분좋게 내 인생을 포기하는 데 동의해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더 첫 키스의 부드러움 보다 더 짜릿한 감촉이 느껴졌다. 뇌에서 발전기라도 돌리는지 전기가 터져나오는 느낌이었다.
‘혀, 혀?“
촉촉한 감촉과 함께 무언가가 입술을 밀쳐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압도적인 기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니, 실제로 검은 녀석들 때문에 캄캄해 지기도 했지만. 진도 나가는 것이 학원 선생이 내신 진도 빼는 만큼 빨랐다.
‘모르겠다 젠장. 기분 좋아.'
시험기간, 소환사의 계곡에서 나오지 못 하는 것 처럼, 나는 무언가를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꼬맹이를 있는 힘껏 안았다.
검은 물체들은 나를 완전히 감쌌다.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빠져나가고 있다면 윤리라던가, 도덕관념이라던가,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있겠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라던가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 행복한 감정이 유지되기만 한다면. 제길, 근데 생각도 못 해봤다.내, 내가 로리콘이라니...이게 무슨 소리요.
아니, 이건 분명히 첫키스여서 그런 걸 거다. 너무 여러 가지 경험을 한 번에 해버려서 정신이 어떻게 되버린 걸 거야. 분명히 나는 바이킹만 타기로 하고 놀이동산에 왔는데 자이로드랍과 자이로스윙 그리고 청룡열차까지 친구의 손에 이끌려 타게 된 걸꺼야.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며 눈을 감았다.
어둠이 침식해오는 다른 신체 부위의 감촉은 점점 사라져갔다. 차가운 느낌은 아니고, 뭐랄까, 히, 힘이 빠져나간다...같은 느낌이다. 마치 뭐가 박힌 것 처럼 말이다.
허나 입술의 달콤함은 가시지 않았다. 기분좋은 감정과 두근거리는 감정이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마치 맛있는 것을 입에 문 채로 여자친구와 함께 번지점프를 하며 ...미안, 묘사력이 부족하다. 그정도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 아, 영원했으면 좋겠다. 죽더라도 이 감정을 영원히 느끼며 지낼 수 있다면 죽음도 허락해주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원한 쾌감은 없었다.
어느 순간, 입술의 감촉이 사라짐과 동시에 온 몸이 차갑게 식었다. 아. 끝인가. 쾌감이 사라지자 이제와서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나를 흡수하려는 이 존재에 대해서. 대체 이 존재는 뭘까. 나는 이 녀석들에게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볼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주마등처럼 많은사고가 머릿속을 멤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죽게 되면 누가 가장 슬퍼할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지금 정신없이 달려와주고 있을 하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안해. 하녀. 네 말대로 이런 늦은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였어. 살인마나 김여사만이 세상의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어. 이런 세상의 이치따위 가볍게 무시한 존재가 있을줄이야.
응. 뭐 날 내버린 어머니와 가출해도 찾지 않는 아버지지만 좀 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학교 친구였던 영설이. 응. 뭐 그 정도 떠오르네. 아, 그래. 마지막으로 정말 좋은 추억을 안겨준 소녀의 얼굴도 떠올랐다. 비록 두 어번 본 얼굴이지만 이토록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보아서는 정말로 강렬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는 중,눈꺼풀 너머로 강렬하게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눈을 떴다.
그곳에는 빛이 있었다.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밝고 아름다운 빛이 보였다. 아름다운 빛은 내 몸의 한기마저 남김없이 녹여주었다.
"아..."
갑자기 눈 앞에 아이유가 나타나서 멍 때린 삼촌팬마냥, 턱이 주욱 벌어지고 인중이 늘어났다. 따스하고 편안했고, 입이 벌어지지도 않을 만큼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빛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자 그곳에는 선명했던 소녀의 얼굴대신,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사장님, 아무리 궁하시언들, 이것은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일이옵니다...”
하녀였다. 하녀는 내 품에 안긴 잠든, 언제 잠들었지!? 하여간 반라의 소녀와, 언제 벗겨졌어!? 아니, 그러니까. 그 반라의 소녀를 정신없이 꼬옥 안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질린듯한, 아니, 정확히는 겁에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저 그게 이건..”
뇌를, 돌려야한다. 시험시간에 떠오르지 않는 사회문제의 정답을 떠올리듯이, 처음보는 유형의 강아지같은 수학 문제의 풀이를 생각하듯이, 누군가 가져온 멘사퍼즐에 이유 없이 자존심 목숨 다 걸고 풀 때처럼 머리를 돌려서 변명을 해야 한다!
“나타난 것은 마수가 아니라, 마녀이었나 보군요.”
그렇게 말하더니 내 몸 위에서 잠들어버린 소녀를 들어올린다. 내 머리에서 1년은 청소 안 한 컴퓨터의 팬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돌려라 돌려라 머리를 굴려라 굴려라 머리를. 하지만 이 상황의 적절한 묘사로서 떠오르는 정답은 하나 뿐이었다.
파렴치한.
“전자팔찌.”
조금 더 고상(?)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적절하게 표현한 단어에 감히 반박조차 하지 못 했다.
“사정이 있겠죠. 일단은 갑시다."
그, 그렇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그래도 역시 하녀만큼은 나를 믿어줄거라 의심하지 않았어. 정말 고만운 일이지!
“그, 그래. 일단 사무소로 가자.”
“? 당연히 경찰서로 가야죠.”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진심을 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은 손에는 내 손목에 선명한 자욱을 남겨줄 정도의 힘이 있었다.
“자, 잠시만요. 선생님.”
“농이옵니다. 어서 가시지요.”
그렇게 말하고 하녀는 소녀를 공주님안기로 들어올렸다. 자신보다는 작다고는 해도 여자 애가 여자 애를 드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
"저기, 내가 옮길게...으으아아이이아악!"
손을 뻗으려는 동작을 하려 했을 뿐인데 소프라노까지 목소리가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성악가의 자질.. 따위는 아니고 몸이 아퍼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실 정도로 나체의 소녀가 탐나시나요?"
벌레, 아니 벌레 이하를 보는 눈이었다. 바퀴벌레를 보더라도 저런 혐오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는 않을 것이다. 남쪽 태평양 어느 섬에 있다던 식인종 문화를 TV로 처음 본 여중생같은 눈빛이었다.
“아, 아닙니..!”
욱신거림이 온 몸에 퍼졌다. 나는 말을 잇지도 못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어떻게 사무실에 왔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H대학교 앞. 수많은 술집과 클럽이 가득한 거리...를 조금 벗어난 곳. 동교동 삼거리. 연기 학원과 댄스학원 등이 집중되어 있는 주택가의 한 골목에 우리의 사무실, 아니 원룸은 자리잡고 있다. 일단, 간판은 없다. 대신에 명패에 A4용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기획사임을 알리고 있었다. 아, 저거 내가 쓴 거 아니다.
“그럼.”
하녀는 작은 방의 중앙에 정좌했다. 단아한 하녀복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나는 알아서 하녀 앞에 정좌했다. 허벅지랑 종아리에 격통이 달렸지만, 악으로 버텼다. 이윽고, 하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분위기로 알 수 있다.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내 앞으로의 생활이 위태할 수 있으며, 정신 장애 혹은 이상성애자 판정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거짓은.”
꿀꺽.
“고하지 마십시오.”
단 세 마디의 말에 쌀 두 포대를 짊어진 것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거스르면 무척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네.”
곰곰히 머리를 굴려볼까 하다가, 있는대로 이야기 하기로 했다. 이야기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다면 기왕이면 속이라도 후련한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는 동안 하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검은 생머리, 굳게 닫힌 작은 입술은 내가 이야기를 하는 내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의 눈을 또렷이 바라보는 검은 눈이 참 예쁜, 아니아니. 검은 눈이 나를 궤뚫어보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특히 내가 그녀와
“그러니까, 이 소녀가 사장님의 입술을.........훔쳤다는이야기군요?”
무거운 공기가 작은 원룸을 가득 메웠다. 아버지 앞에서 성적표를 꺼내기 직전의 내 방 같은 공기였다.
“그렇습니다.”
그러지 하녀는 처음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주저없이 식칼을, 아니 잠깐.
"잠깐만 기다려. 그 식칼을 어디다 쓸 셈이지?"
"그야 물론 제가 가지려던 걸 주저없이 취한 이 망칙한 여자를 찔러버리기 위함이죠."
"아니, 잠깐 기다려. 제발 기다려. 진정 좀 해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식칼을 높이 들어오린 하녀의 한 쪽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입술만 잘라내도 용서가 될 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흥분해버린 하녀 덕분에 이야기가 잠시 멈췄다. 하녀는 내 팔의 힘이 다 빠져나가기 직전까지 진심으로 식칼을 준 손에 힘을 줬다.
"왜, 왜 이러는거야!?"
"감히 내 물거, 아니, 우리 주인님에게 손을 대다니, 용서할 수 없사옵니다!"
조금 많이 이상한 단어가 들린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지.
"아니 근데 날 다치게 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남의 접시의 마지막 맛있는 반찬을 집어 먹힐 때의 기분을 아십니까?"
눈빛이 대략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그럼 저는 반찬입니까? 라는 말을 꾹 참았다. 일단은 진정시키고 봐야할 것 같다.
"그야 물론 그건 기분 나쁘겠지만, 그, 그래도 얘가 구해준 것도 같고."
그렇게 말하자 하녀의 ↘?↙ 이 상태였던 눈이 조금은 수그러졌다.
"확실히, 기이한 힘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렇지? 얘가 갑자기 날 덮치더니, 좀 그, 뭐랄까. 입맞춤 같은 걸 하더니 빛이 나더라고."
딥키스였다는 사실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입맞춤하니 빛이 났다는 설명은 무슨 과학마당 전시장의 전시품같은 취급이었다. 하지만 그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기에 나는 이 이상의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주인님 스스로 손을 대지는 않으신 것이겠지요? 이제 죽을거니까 아무나 상관없으니 키스 한 번 해보자는 심리.”
“나 그런 사람 아니에잖아요. 좀. 왜 그러세요.”
“그럼 마지막에 아이를 꽉 둘러 안고 있었던 이유는?”
“그, 그건”
"역시 로리콘이었군요."
“뭐, 어른의 계단을 오르시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검지로 안경 끝을 올렸다.
이유 없이 오한이 느껴지고 소름이 돋았다.
“아니 그런 거 아니래도!”
“...하지만 사장님의 취향은 존중해드릴 수 없습니다. 범죄자의 길을 노니 시려함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저기 진짜로 일방적으로 당했어.”
“이런 꽃 하나 못 꺾을 여린 팔을 가지신 아이한테 당했다고 하는 자신이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아니, 그때는 정말 힘도 엄청나게 셌는데 말이지.
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기쁘기 그지 없기도 합니다. 이제야 제 또 하나의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후후후..”
“?”
뭔가 중얼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여긴, 어딘가요?”
방금 전까지 식칼의 위협을 받고 잇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가녀린 소녀가 눈을 떴다. 와, 진짜 반갑다. 타이밍 한 번 죽이네. 소녀의 목소리는 분명히 가녀렸지만, 어딘지 모르게 깊이가 있는 울림이 느껴졌다.
"아, 일어나셨군요. 여기 저희 기획사에요."
"기획사?"
"아, 그 뭐냐 연예인 양성하는 곳이에요."
"아이돌?"
"아, 네. 아이돌도 양성하거나 하죠."
"제가 그 아이돌이옵니다."
하녀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하녀의 외모는 뛰어나서 아이돌이라 해도 어색함이 없었지만, 입고 잇는 옷이 하녀복이다 보니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생겼다.
"그, 그런가요."
소녀는 굉장히 복잡한 표정이었다. 역시, 이런 원룸이 기획사라는 건 좀 이상하긴 할 거다. 하녀복을 입은 아이돌도 이상할 거고. 어디 이상한 괴인 집단에 걸린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일단 물어볼 것은 물어봐야겠다. 나는 우선 제일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넌 누구야? 그 까만 덩어리는 뭐고?"
내 물음에 소녀는 고민하는 눈치다.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인가?
"당신은 누구시지요? 키스는 즐거우셨사옵니까?"
하녀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민감한 문제를 던졌다. 그것도 아무런 연관성없는 연속 질문으로.
"네? 네. 저는 디트라고 해요. 모처럼이라 그런지 맛있더라고요. 네? 아뇨 이게 아니라."
"모처럼? 맛있어?"
하녀의 무표정함에 금이 갔다. 흐응~ 하고 감탄하듯 조소하는 표정으로 소녀를 내려다봤다.
"나이 어린 소녀가 여간 잔망스럽지 아니하군요?"
하녀는 소녀의 턱선을 매만졌다.
"히이익! 왜 만지고 그러세요!"
턱선을 노닐던 손가락은 그대로 소녀의 입술 근처로 올라가더니 분홍빛의 얇은 입술을 건들였다. 나는 하녀의 타겟이 나에게서 넘어간 사실만으로도 감사했기에, 소녀의 도와달라는 눈빛을 외면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보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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