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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하늘도시
글쓴이: BaGi
작성일: 12-07-31 20:40 조회: 2,077 추천: 0 비추천: 0

당첨입니다 당첨!
축하드립니다 손님!


하늘도시의 호화저택에서 보내는 날도 오늘로써 이틀째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편 뒤 테라스로 통하는 창문의 커튼흘 힘껏 젖혔다. 눈부신 햇살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난 몇 초간 창문 한 손으로 받치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정도 안정이 되자 창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다. 내 눈동자에 가장먼저 비치는 것은 구름 같은 안개가 펼쳐져 있는 거대한 화원이었다. 현관문에서 출입문까지 가는 자갈길을 중심선삼아 양 쪽으로 화사한 색의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꽃밭의 꽃들은 어제보다 더 반짝이며 활기를 띄고 있었다.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하늘도시 특유의 파란 하늘. 적당한 양의 새털구름이 신비스러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숨을 들이쉬자 지상도시에서는 절대로 맡을 수 없는 맑은 공기가 나의 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머리 위로 손을 올려 다시 기지개를 펴자 쏴한 느낌이 정신을 맑게 해줬다.
"하아."
천천히 숨을 내쉬고 머리를 긁었다. 잠시 멍하니 꽃밭을 구경하고 뒤로 돌아서자 침대 옆에 본 적 없던 선반이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는 접힌 쪽지와 검은색을 띄는 옷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놓여 있었다.
접힌 쪽지를 펴자 [ 7월 16일. 신룡 탄생일. 2:00PM ]이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 둥글둥글한 글씨체와 모퉁이에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것을 보면 옷과 쪽지를 준비해 준 것은 아마 세이라 씨일 것이다.
작게 미소를 짓고 쪽지를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색 반팔 셔츠에 블랙 진, 흰색 넥타이에는 검은색으로 트럼프의 클로버가 그려져 있었다. 선반 밑에는 작은 상자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검은 구두가 담겨져 있었다. 새것으로 보이는 구두는 얼굴이 비쳐보일 정도로 윤이났다.
모든 옷을 단정히 차려입었지만 넥타이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묶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대로 그냥 목에 걸어두었다.
가슴을 펴고 넓은 방의 문을 열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유리로 만들어진 나선형 계단에 신비스러움을 더했다. 마치 냇물에 반사된 빛이 눈 앞에서 찰랑거리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오늘이다. 나는 주먹으로 가슴 중앙을 두 번 치고 마음을 바로잡았다.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자 자갈길로 통하는 현관문이 보였고 그곳에는 마침 세이라 씨가 지나가고 있었다.
세이라 씨는 어린아이 같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연령대로 따지자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정도일까. 그 정도로 작은 몸이였다. 성장이 덜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가슴은 나이에 맞게 착실하게 커가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엉덩이까지 올 정도로 길었고 약간 회색을 띄고 있었다.
한 가지 신경쓰이는 거라면 평소의 정장이 아닌 매니악한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슴부분을 일부러 강조하는 것 같은 디자인으로 어깨부분이 그냥 드러나 있었다. 덕분에 종이같은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치마의 끝단에는 자수를 놓은 천이 덧대여 있었고 흰색의 오버니삭스가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발에는 검은색 구두가 신겨져 있었는데 발이 작았기 때문에 마치 인형을 보는 듯 했다.
"안녕하세요. 세이라 씨."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치마 끝 부분을 들어올리고 무릎을 가볍게 굽혔다. 행동 하나하나가 우아한 귀부인 같았다.
"일어나셨나요."
"옷하고 쪽지 고마워요."
셔츠를 가볍게 잡아당기며 강조했다.
"제가 할 일을 한 것 뿐인 걸요."
세이라 씨는 작게 웃어주었다.
"그런데 세이라 씨. 전에 입던 정장은 어디 있나요?"
내가 처음 세이라 씨를 봤을 때, 그러니까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어딘가의 첩보영화에 나올 것 처럼 세련되고 예쁜 정장을 항상 입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호기심일 뿐이었다.
세이라 씨는 어색하게 웃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뭔가 침울해하는 듯 했는데 그 때문에 그녀의 가슴골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무, 무슨 일이신가요."
나는 애써 눈을 피하며 물었다. 그러자 세이라 씨는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말이죠 오늘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멀쩡히 있던 옷이 이런 옷으로 바껴져 있는 거 있죠. 혹시나 해서 옷장을 열어봤는데 여분의 옷도 없고. 이것 말고는 입을 게 목욕가운 정도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샤워하기 전에는 옷이 멀쩡히 있었나요?"
"네. 의미불명에 행방불명이에요."
세이라 씨가 조금 불쌍했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그럴까. 범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지만, 왠지모르게 알려주기가 싫은 느낌이었다. 서로 그런 구도라는 건 첫 만남부터 알고있었고 그걸 옆에서 바라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마음속으로 세이라 씨에게 죄송하다고 세번 복창하고 절을 했다.
"그거 큰일이네요."
"빨리 찾고싶어요. 지금 속옷도 없… 아차차."
세이라 씨는 조금 뒤로 물러나서 치마 앞 부분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내 눈치를 계속 보는데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깜짝 놀란듯 어깨를 움츠리고 그 즉시 눈을 피했다. 꼭 아기 고양이같았다. 어딘가에서 고양이 귀 머리띠를 가져와서 머리에 씌워주고 싶네. 잘 어울릴거야, 분명.
그보다 속옷이 없다는 건… 아무것도 안 입었다는 건가.
"저, 저기… 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 되요."
"…네."
제 모든 것을 걸고 비밀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저 혼자만 알고 있고 싶거든요.
"혹시라도 범인을 찾게 된다면 잡아 올게요."
"아, 정말요?"
세이라 씨는 환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 어느새 바로 내 앞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네…뭐. 그렇죠."
"꼭 찾아내죠! 아니, 찾아 내야만 해요! 지금 밑이 뻥 뚫린 것 같아서… 아차차."
다시 아까 전의 상황으로 리셋. 치마를 더 쎄게 내리고 내 눈치를 더 많이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구겨넣었다.
"그럼 전 이쪽부터 찾아볼게요."
"자, 잠깐만요!"
뒤돌아가려는 나를 세이라 씨가 붙잡았다. 소심하게 셔츠 끝 부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다시 그녀 쪽을 바라보니 그녀는 내 목에 걸려있는 넥타이로 손을 뻗었다.
"혹시 넥타이 못 묶으시나요."
"네. 부끄럽지만."
"그렇게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닌걸요."
세이라 씨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목에 넥타이를 걸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한 번 쓸어 내리고 전에 없던 넥타이 핀이 걸려 있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것이었는데 검은색 큐빅이 십자가 모양으로 박혀져 있었다.
"행운의 아이템이에요."
"네?"
세이라 씨는 날 한 번 보더니 당황하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얼굴은 조금 붉은 빛을 띄고 있었고 여전히 치마를 꼭 잡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행운이 뒤따라야 범인을 더 쉽게 찾을 거 아니에요!"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같이 파이팅 해요!"
세이라 씨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짓고 먼저 만세를 외쳤다. 나도 그걸 따라 만세를 크게 외치고 웃었다. 이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고 세이라 씨가 상상이상으로 귀엽기도 하고 말이지.
"그럼 좀 있다가 뵈요!"
"넥타이 고마워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메이드니까요."
세이라 씨는 처음에 봤을 때와 같은 격식인사를 한 뒤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나는 그걸 내 눈에서 사라질 때 까지 본 뒤 식당 쪽으로 향했다. 지금 시간이 12시. 아마 지금쯤이면 범인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어서와라 소년."
식당의 문을 열자 이미 식사를 마친 범인… 후리 씨가 이 쪽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제같으면 꽉 차있던 식당이 오늘은 어째서인지 텅 비어있엇다. 일찍히 식사를 한 흔적도 없고 이상한 일이었다.
후리 씨는 전형적인 현대여성의 상이었다. 하나의 행동은 미리 그렇게 예고라도 한 것 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말 할 때면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겨져 나왔다. 신장은 나보다 아주 조금 차이가 날 정도로 여성의 평균키와 비교해보면 큰 축에 속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세이라 씨 같은 긴 머리였다면 더 스타일이 살아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후리 씨는 목덜미 정도까지 내려오는 숏컷이였다. 머리카락은 불규칙적으로 퍼져 있어서 많이 지저분해보였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후리 씨가 의도해서 만든 머리라면 그것 나름대로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곱슬끼가 섞인 머리카락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후리 씨는 세이라 씨와 똑같은 디자인의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세이라 씨와 똑같이 어깨를 드러내고 가슴을 강조한 매니악한 디자인.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그렇게 어울린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그 뭐랄까 내가 생각하는 메이드복이란 세이라 씨처럼 가슴의 볼륨감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후리 씨의 경우에는 가슴이 상당히 작단 말이지. 그렇다고 볼륨감이 너무 없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평균선에서 조금 작은 정도인데 가슴을 강조하는 디자인이여서 그 차이가 더 극심해보였다.
세이라 씨가 높은 언덕이라고 한다면 후리 씨는 평지같은 언덕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 한 켠으로 후리 씨가 굉장히 불쌍해보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후리 씨."
직각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걸 보고있던 후리 씨는 명탐정처럼 턱을 괴었다.
"오늘의 소년은 이상하군."
"네?"
"네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할리가 없지 않는가?"
후리 씨는 개구장이 처럼 웃어보였다. 나는 뒷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저는 원래 예의바른 남자랍니다."
"아니, 그건 소년의 생각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소년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를 저지른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수가 없거든."
"그렇게 말하신다면 할 말이 없는 걸요."
정곡을 찔리니 식은 땀이 날 것 같았다.
"뭐 그건 그렇고. 소년은 식사를 하러 온 건가?"
"그런 이유도 있고요."
"그리고?"
"세이라 씨의 속옷을 돌려주세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후리 씨의 웃는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그 표정은 변화를 거듭해 뭔가 이상한 것을 보는 눈이 되었고 끝내는 벌레를 보는 것 처럼 바뀌어 버렸다. 저리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소년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지 처음 알았군."
"아니 저에겐 그런 취향은 없습니다만."
후리 씨는 콧잔등을 잡고 애써 손을 흔들어줬다.
"아니야. 취향은 존중해 줘야하는 건데, 내가 괜한 참견을 했군."
"그러니까 저에겐 그런 취향 없다니까요."
세이라 씨가 찾아달라고 해서 그런 거에요. 그렇게 덧붙이자 후리 씨는 조금 화난 표정이 되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세이라를 들먹이면 나로써는 조금 기분이 언짢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소년도 그 부분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세이라 씨가 자기 속옷을 찾고 있다고요. 딱히 제가 안 갔다 줘도 좋으니 좀 가져다 주시죠."
"음, 그런 이야기였나."
후리 씨는 팔짝을 끼고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내가 괜한 착각을 한 모양이야. 미안하네 소년."
"뭐 그럴 수도 있죠."
억지로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오해가 풀려 변태취급은 면했다.
"추가적으로 나도 소년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범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실은 나도 속옷을 도둑맞은 상태거든. 그래서 나름 궁리를 하고 있는데 전혀 감이 안 잡혀서 말이야."
"아…네."
"눈치를 보니 믿지 못하는 것 같군. 소년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텐가?"
후리 씨는 의자에서 일어나 치마 부분을 잡고 들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눈 앞에서 치마가 펄럭펄럭.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 즉시 눈을 밑으로 내리깔았다. 왠지모르게 후리 씨가 치마를 들추고 보여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잖아, 느낌상. 보고싶다고 말할 경우 이상한 취급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장난이네. 하지만 도둑맞은 건 사실이야."
후리 씨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저런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빨리 찾고싶어. 밑이 뻥 뚫린 느낌이여서 뭔가 기분이 좋지 않거든."
"도와드릴게요."
"음. 아무래도 하나보단 둘이 더 효율이 좋겠지."
고마워 소년. 후리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다가와 어깨를 쳤다.
"힘내라고 소년. 모처럼 얻은 행운의 기회야. 행운이라는 건 쉽게 찾아오고 쉽게 도망가는 법이라고. 지금이라고 실컷 즐겨둬야 후회가 없는 거야."
"네. 고마워요."

후에 밝혀진 것이지만 범인은 역시 후리 씨였다. 숨겨놓은 장소는 세이라 씨의 베게 밑이였는데 놀라운 건 자신의 속옷까지 거기에 놨다는 거였다.
명 연기는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야 가능한 거라나 뭐라나…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으로부터 나흘 전인 7월 12일. 나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손에 넣었다. 확률은 약 64억 분의 1. 즉 전세계인의 운을 누르고 내가 승리한 것이다. 이것은 지상도시의 주민이든 하늘도시의 주민이든 모두 똑같이 한 번씩만 응모를 할 수 있는 이벤트로 1등으로 걸린 상품이 신룡님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리였다. 각 나라의 정부라던가 신룡을 모시는 단체들이 이것에 대해서 심한 항의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만도 않았다.
신의 선택. 그게 이유였다.
생각을 해보자면 그 확률이 굉장히 낮은데 사람들은 그것을 신에게 선택받은 한 명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 때문에 내가 당첨이 되고나서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그 때부터 하늘도시에 오르기 전까지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 내 부모는 그것을 좋게 보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 일을 계기로 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었다. 한 여름밤의 꿈일지도 모르는 이 시간을 나는 최대한 만족하도록 사용하고 있다.
후리 씨가 말했던 것 처럼 지금이라도 실컷 즐겨둬야 했다.

오늘의 날짜는 7월 16일. 신룡의 탄생일이기도 하고 내 행운의 효력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까지가 하늘도시에서의 마지막 날. 정확히 말하자면 신룡님과 대면해 몇 마디 말을 나누고 그 행운은 명을 다한다는 뜻이었다.
행복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내 행운이 여기까지라는 것에 불편한 느낌이었다.


신룡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는 성당은 상상이상으로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교과서에서만 봤던 고딕풍의 성당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뾰족한 지붕은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올라갈 정도로 높게 솟아있었고 그 벽면은 상상할 수 없을 크기의 대리석을 장인의 손길로 세심하게 깎아서 만든 것 처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면으로 보이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대체적으로 성당의 형식, 예수나 아기를 안고 있는 마리아, 양치는 소년 등의 그림을 갖가지 색의 유리로 꾸미고 있었다.
성당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위엄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입구까지 가기 위해서는 너비가 넓은 계단을 또각거리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왔다.
안으로 통하는 문에는 스테인드글라스와 마찬가지로 십자가와 같은 기독교적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색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 예뻣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흰색뿐인 지금의 문도 나름의 위엄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몹시 흥분되고 있었다. 지금 내가 걷고있는지 아니면 날아가고 있는지도 불명확했고 주위의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있는지도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양 옆으로 세이라 씨와 후리 씨가 따라서 걷고 있었는데. 적당한 옷을 찾지 못해서 모두 메이드복 차림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그걸 주위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리라.
하지만 난 그런 사사로운 것에 대해서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가슴이 떨린다. 손이 떨린다.
정신이 떨린다. 말이 떨린다.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일이 내가 아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능인지 이성인지도 구별가지 않았다.
그 정도로 나는 지금의 상황을 여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전에 없던 빈혈이 일어나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옆에서 누군가가 날 부르며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정신 차려라 소년."
"흐…에에 네에에?"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떨리는데, 네가 안 떨릴리는 없지. 아마 부담이 상상이상으로 느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이야. 그런 정신으로 앞에 나갈 경우엔 너의 마지막 행운을 제대로 누릴 수 없어."
"그, 그러네요오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른쪽 볼이 아팠다. 아무래도 뺨을 맞은 모양이었다.
"정신 차리라니까요."
세이라 씨가 짜증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무서웠다.
"제대로 하세요. 아셨죠?"
"네."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세이라 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가슴을 쫙 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해 내쉬었다. 그런 식으로 심호흡을 하자 안정되었다.
좋았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성당의 제단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였다. 그것도 앞에서 떠들고 있는 남자의 숨이 닿을 것 처럼 아주 가까운 자리였다. 내 바로 앞에는 공석인 자리 하나가 있었는데 유리를 깎아서 만든 것 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제단의 뒤편으로 보이는 스테인드 글라스. 그곳에는 흰색의 용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 용을 뒤덮고 있는 것은 하늘도시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처럼 진한 파란색을 띄고 있었고 왼쪽 위에는 태양으로 보이는 것이 빛나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호화저택의 화원에서 봤던 갖가지 색의 꽃들이 꽃혀있었다.
"신룡님이 나오십니다."
방금 전까지 떠들고 있던 남자는 경건한 어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부터 약간의 소란스러웠던 성당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숨소리조차도 내면 안 될 것 같은 분 엄숙한 분위기.
얼마나 지났을까.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작은 여자애가 옆의 문을 통해 나왔다.
흰색의 원피스에는 파란색으로 신비스러운 자수가 박혀져 있었다. 그 뜻을 아는 것은 분명 아무도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맨발이었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로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세이라 씨 정도로 길었는데 그 색은 맑은 하늘색이었다. 피부는 희고 전체적으로 매끈한 느낌이었다.
저것이 신룡. 신이라 불리우는 신물.
너무나도 작고 여린 모습에 조금 놀랐다.
나도 모르게 일어서게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일어서야만 할 것 같았다.
주위는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졌고 신룡은 작은 미소를 띄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행운의 주인공이시군요."
"……"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
"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룡은 가느다란 손을 뻗어 내 손을 들어 올렸다. 차가웠다.
마음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었다.
"마, 만나서 영광……"

"인정할 수 없어!"

말을 꺼내려는 찰나 뒤쪽에서 어떤 남자가 소리쳤다.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니 남차는 총을 가지고 있었다. 총구는 어째서인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남자는 나에게 총을 겨눈 상태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닫혀있는 문을 열어 젖혔다. 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여럿이 줄줄히 안으로 들어왔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생각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과연 이것이 정말 신의 선택으로 보이십니까? 단순한 확률장난으로 우리를 가지고 놀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십니까?"
남자는 힘을 줘 말하고 물음을 던질 때마다 웅성거림은 더해져가기만 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기 신룡님의 손을 잡고있는 저 망할 남자가 확률에 장난을 걸어 저 자리에 있다고 말이죠."
줄줄히 들어온 남자들이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각자 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제일 처음 말을 꺼낸 남자가 천장에 대고 총을 발사했다. 주위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외쳤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피해를 주고싶지 않습니다!"
남자는 천장에 몇 발을 더 쐈다. 비명소리가 커지고 사람들은 일제히 의자 밑으로 몸을 숨겼다. 일어서 있는 것은 나 혼자뿐이었다. 세이라 씨와 후리 씨도 이미 몸을 숨긴 상태였다.
"도망쳐라 소년."
후리 씨는 내 바지를 잡아당기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총성과 바람소리가 함께 들리며 눈 앞의 창이, 흰색의 용이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가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도망쳐라 소년!!"
후리씨는 크게 외쳤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나는 신룡이 모습을 나타낸 문을 향해 뛰었다.
신룡을 안고서 말이다.
등 뒤에서는 수 십발의 총성이 한꺼번에 들려왔고 내가 지나온 곳은 총알에 의해서 잔상처럼 연기가 일었다.
통로를 통해 들어오자 긴 복도가 보였다. 갈림길이 나올 때 마다 느낌으로 때려맞추며 출구를 찾기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파란 하늘이 비쳐보이는 유리문이 보였다. 문은 잠겨져 있었지만 안쪽에서 열 수 있는 구조였다.
문을 열자 파란 하늘과 함께 드넓은 바다가 보였다. 발 밑은 낭떠러지로 까마득한 높이였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있으니 뒤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아찔한 고통을 느꼈다. 진원지는 오른쪽 어깨로 관통된 것인지 앞 쪽에서도 피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가 권총을 재장전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양 옆에서도 멀긴 했지만 검은옷을 입은 남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신룡은 나를 보고 있었다. 얇은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나쁜 것과 더 나쁜 것에서 나쁜 것을 선택했다.
심호흡을 할 시간은 없었다. 이제 나에겐 그런 여유는 이제 사치나 다름없었다.
나의 거대한 행운은 이미 끝난지 오래였다. 이제 거대한 불행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가자."

나는 하늘도시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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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늘위의 도시를 어릴적부터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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