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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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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천사님의 세계정복
글쓴이: 백하
작성일: 12-07-31 18:34 조회: 1,826 추천: 0 비추천: 0

싱그러운 일요일의 아침. 초여름인지라, 그리 덥지는 않지만 햇볕은 땅이 마르도록 쨍쨍하게 내리고 있었다. 매미들의 합창 연습도 조금씩이나마 들려오고, 새들의 지저귐이 그 합창에 피쳐링을 해주는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 닥쳤다.
"흐아아암~."
무의식적으로 학교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참, 오늘은 토요일이구나."
전자 달력을 확인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다시 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몇 시간이나 잤을까,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9시 반 조금 넘었다. 9시간이면 꽤나 많이 잔 시간이지.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이불을 걷어내고 찌푸둥한 몸을 일으켜 뻣뻣하게 굳은 몸을 풀어주었다. 일단 몸 상태는 양호.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라거나 그런 기운없이 쌩쌩함. 나는 문고리를 비틀어열었다. 그리고 아버지들이나 하는 습관적인 일들처럼 나는 티비를 켰고, 우유통에 온 우유와 신문을 꺼냈다. 올 때는 차가웠지만, 지금은 식어버려 단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나는 우유를 마시면서, 무심결에 집을 둘러보았다.
집은 넓지만 허전하다. 부모님들은 일 때문에 미국으로 출장을 가셨고, 동생은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우리 가족이 건너갔는지, 아니면 우리 가족이 미국인이고 내가 유학을 온 건지, 걷잡을 수 없는 황당함을 느꼈지만 어느 덧 반년이 흐르면서 점차 적응하고나니 뭐랄까, 편하다고 해야하나?
시끌벅적한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을 집에 혼자서 휴식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늦잠잤다고 잔소리도 없고, 이렇게 로마 전성 시대의 귀족처럼 누워서 티비를 보는 것도 온 세상이 나의 것이란 말씀.
"이렇게 화창한 날에는 환기라도 좀 해줘야지."
거실의 전면 유리로된 창에는 얇은 실크 커튼이 쳐져있었다. 언제 쳤는지 모르겠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쌩쌩한 바람이라도 맡아봐야지 정신이 맑아지지.
나는 커튼을 잡고 주욱 당겼다. 맞물리는 바퀴소리가 불규칙적이게 드륵거리면서 마침내 햇빛과 함께 바깥 풍경이 들어났다.
녹색 잔디 바닥에 구석에는 잘 크고있는 석류 나무가 있는 정원. 정원의 중간에 양쪽 지지대에 묶인 빨간색 빨랫줄에 걸쳐진 하얀 티셔츠들이 바람에 나부껴 춤을 추고 있었다. TV에서 세제 광고할 때나 쓸법한 이 풍경은 언제나봐도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지금 거울을 보면, 어이를 상실한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을 거다. 내 눈에는 황당무계한 것이 비춰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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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사님께서 세계를 정복하러오셨습니다?

뭐야 저건?
속으로 의문을 던져보았다. 떡 벌어진 입, 경련을 하는 눈썹 가운데에 위치한 내 눈은 빨랫줄에 걸린 한 물체에 시선이 고정되어있었다. 항상 하얀색 티셔츠를 입기에 빨랫줄에는 하얀 천조각들이 바람을 타고있었다. 순백의 색이 펄럭거리는 무희가 착시를 일으켜, 하마터면 눈치채지 못할뻔했다.
빨랫줄 가운데 널려진 그것은 결코 티셔츠라고 보기에는 무리인 무게와 두께를 가지고 있었다.
이불인가? 하고 생각해보자니, 내가 몽유병에 걸렸다거나 건망증이 심하지 않는한 절대 이불을 널러간적은 없다. 그전에 저런게 우리 집에 있었던가?
나는 샌들을 신고 조심스럽게 정원의 중앙까지 걸어갔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까말까한 핵폭탄처럼 조심스럽게.
"아…."
멀리서는 햇볕때문에 반사되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이 뚜렷하게 잡히면서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그것은 여자아이의 모습과 똑같다. 지금 내 눈이 사시가 아니라면, 하얀색 원피스를 입었고, 피부가 밀가루 포대라도 끼얹은 것처럼 하얗다. 가장 의문이었던 길쭉하게 늘어진 것은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카락마저 하얗구나. 그래서 제대로 안 보인건가?
"그나저나…."
도대체 왜 여자애가 여기에 걸린거지?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관찰을 모두 마치고나니 갑자기 머리 속이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납치했다고, 잡혀가는거 아냐? 뭐라고 하지? 가족한테는 뭐라고 변명하지? 진정해라 이윤성. 넌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잖아? 그냥 경찰서에 조용히 진술서만 쓰면 끝나니깐 간단하게 정리하자고….
"우음…."
빨랫줄에 걸린 소녀가 입을 쩝쩝거린다. 그리고 살짝 부르르 떨더니, 머리부분이 설렁설렁 움직인다.
"여기가 어디… 꺄아악!"
소녀가 바둥거리는 바람에 그 무게에 이기지 못하고 그만 지지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대로 빨랫감과 함께 와르르.
아아악!! 저게 떨어지면 다시 빨아야하잖아!! 저걸 다시 빨려면, 여간 귀찮은게 아니란 말이야!
가 중요한게 아니지…. 떨어진 그 소녀는 다시 잠잠해졌다. 얼굴을 바닥에 파묻은 채로. 죽은건가? 고작 이 높이에 죽겠나만은…. 소녀의 몸을 뒤집어 보았다.
"아으으…."
그러니깐 뭐라고 해야하나? 만화로 표현하면,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세상에 빨랫줄에 걸려져 일어나다가 다시 기절하다니. 아이러니하군.
일단 이 조그마한 여자애를 이렇게 방치해둘 순 없다. 후에 사정을 들으면 되니까, 지금은 집 안에 들여놓는게 현명하다고 생각이 든 나는 그녀를 업어들었다.
"웃차."
윤성은 다리를 단단히 잡고, 조심스럽게 정원에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 애도 여자애니까 내 방은 안 될 테고. 일단 여동생 방을 쓰기로 했다.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다, 똑같은 여자애가 쓰는 방이니깐 그나마 꺼리낌을 덜하지 않을까나.
우등생이었던 여동생의 학교는 기숙사 형식이였기 때문에, 간단한 짐만 챙겨가면 되는지라, 침대라던가 옷장따위들은 집에 모두 남아있었다. 여동생의 방은 오랜만에 들어오는군. 나는 하얀 소녀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바깥의 햇볕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일사병이라도 걸리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에 선풍기를 가져와 돌렸다.
"일단 내가 할 건 다 한 것같고 이젠…."
슬쩍 잠든 그녀를 흘겨다본다. 그리고 식은 땀이 삐질흘렀다.
'도대체 왜 저 여자가 빨랫줄에 걸려있는가?'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 집 정원의 경계선인 붉은 벽돌로 만든 벽 너머에는 2층 집이 있다. 옆집이라면 충분히 넘어올만큼 크지만… 만약 옆집에서 넘어왔다고 가정해도, 굳이 빨랫줄에 걸려있을 필요가 있을까?
어째 생각해보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살인마들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기위해, 독특한 살인방법을 저지른다는 것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범죄를 저지르고, 집 주인 몰래 넘어와서 빨랫줄에다 널어놓았을 수가있다. 그래! 그럴수도 있다고!
정신차려라, 이윤성. 대한민국에서 현실성없는 이야기는 하지말자고. 무엇보다 가장 반론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소녀의 어느 곳도 생채기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끄응, 결국에는 풀리지가 않는다. 의문을 풀어보면, 다시 의문이 생기는 무한한 순환의 고리.
그러는 사이, 그 해답을 들려줄 소녀의 눈꺼풀이 부르르 떨리면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우으음. 여인 어이야?"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목이 막혀 거의 웅얼거리는 수준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여긴 어디야?"라고 하는 것같은데. 소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다시 눈을 부비부비. 그리고 두리번 거리더니
"으엑!"
내 눈과 마주치자, 기겁하면서 소리를 쳤다.
"너너너넌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인간!!"
얼씨구? 기껏 구해줬더니, 바퀴벌레 보듯이 하네?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면서, 땀흘리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다.
"날 여기로 납치한거냐?! 인간 주제에 감히 허락도 없이 나를 만졌다는 거냐?!"
양손을 어깨에 감싸며, 몸을 웅크리는 소녀. 순결을 지키는 전형적인 자세이다. 생긴 걸로 치며는 아주 예쁘장한데 못하는 말이 없네. 이런 건 뭐라고 해야하지? 공주병? 아니면 그냥 정신병동 탈주자인가? 일단 잔 생각은 집어치우고 해명부터 해봐야겠다.
"멋대로 온 건 네 쪽이거든? 네가 빨랫줄에 걸려있었잖아."
"…빨랫줄?"
"2개의 막대기에 묶어놓은 붉은 줄말야."
소녀 내 말에 잠시 고개를 내리깔며, 입 안으로 빨랫줄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힉!"하는 놀란 소리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그리고 손을 마구 흔들면서,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나,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그곳에 걸려있었단 것도 모르고, 떨어졌다는 사실도 모른다! 그런 것이다!!"
"떨어졌다고 한 소리는 없었는데?"
"그, 그런 적 없다고!! 없다니까!"
아주 스스로 무덤을 파는 여자애군. 발발거리는 것이 마치 컹컹짓는 개처럼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지만, 나는 무심하게 휴대폰을 들었다.
"…뭐하는거냐?"
"범죄가 생기면 전화하는 곳."
112.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번호.
"경찰서?!"
바락바락거리면서 화내던 소녀의 모습은 한순간에 퍼렇게 질려버렸다.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것같더니만, 역시 공권력 앞에선 무력해지는구나. 나는 피식 웃으면서,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작은 손이 재빠르게 내 폰을 빼앗아버린다.
"어이! 무슨 짓이야?!"
"경찰서는 안 된다! 이 몸이 경찰서에 들키게 되면 큰일이 난단말이다!"
하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소녀. 혹시 무슨 범죄라도 저지르셨나?
"그러니깐 전화하지 말라!"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눈을 부릅뜨는 소녀. 아마 가정에서는 귀엽다 귀엽다하면서 아주 방생하듯이 키웠을 거다.
"도대체 왜 전화를 하면 안되는건데?"
이 조그만 소녀가 무슨 이유로? 그러자 그녀는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그리고 자랑스럽게 대답을 했다.

"후훗, 놀라지마라! 이 몸 천사님이시기 때문이다!"

…풉!
내 입 안에서 음료수가 들어있었으면, 전방에 화려한 분수쇼를 보여줬을 거다.
"비, 비웃는 것이냐?!"
"비웃는게 아니고,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
아마 헛소리 대회가 있었다면, 내가 우승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꾸게 만드는 소녀였다. 그녀는 사나운 개처럼 손톱을 세우며, 으르렁거린다. 지금 당장 쫓아내버릴까? 어차피 이 소녀와 나는 연관성이 없는 남남이다. 무엇하러 이런 여자애랑 계속 있어야하나? 그냥 쫓아보내고 나의 브레이크타임을 즐기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벌써 1시간하고 23분을 써버렸으니까!
"그럼 이제 일어났으니깐, 네 집으로 돌아가."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주었다. 그러자 자칭 천사께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후후거린다. 자칭 천사라는 컨셉치고는 너무나도 악마같이 웃어댄다. 얘가 뭘 잘못먹었나? 그녀는 떠돌이 유령을 본 퇴마사같이 품에서 자랑스럽게 종이 한 장을 펼쳐들었다. 문두에는 크게 "세입자 구함."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럴 순 없을것이다! 오늘부터 이 몸이 '세입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여기를 거점으로 삼을 것이니깐!"
잠깐만. 저 종이 눈에 익었다. 저거 분명 부모님이 가기전에 붙여놓은거지? 꽤 오래된 것 아냐? 아니, 그 전에 온 동네를 누비면서 내가 다 회수한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저 소녀의 손에 들려있는거냐고?
변호사에게 확실한 증거를 내밀어내는 검사의 표정이 이럴까? 다른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침대 위에 서서 종이를 들고 있는 소녀는 그야말로 의기양양해보였다. 일단 잡아떼보자.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고갱님. 유효기간이 이미 지나…."
"부모님과 사전에 통화는 마쳐놓았다. 그리고 흔쾌히 수락한 것까지 들었고!"
실패했습니다. 젠장. 바보같은 녀석이 쓸데없는 곳에 왜 이렇게 꼼꼼한 거지? 아냐, 그저 허세일 수도 있다. 암 그럴거야! 나는 얼른 휴대폰을 켰다.

10분 후
"……."
"이히히."
거짓말이 아니었다. 한 자도! 천사 녀석이 언급한 흔쾌히란 단어도 무색할 정도로 쿨하게 허락하신 것이다. 추가로 "귀여운 여자애랑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니~"라고 덧붙이시면서 끊어버려 내 마음은 더욱 쓰려진다. 나는 시선을 옮겼다. 손으로 입을 가린채, 웃음을 애써 참는 자칭 천사씨.
이런 이상한 여자애와 한 지붕아래에 살게 된다고? 웃기는 소리. 나는 죽어도 이 허락 반댈세!
"우우, 왜 그렇게 자꾸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정을 짓고 있으니, 천사가 내게 물었다. 몰라서 묻는 건가?
"당연히 너같이 이상한 여자애랑 사는 것이 싫으니깐!"
본심을 직설적으로 말했다. 상관이야 없겠지. 배려심이 없다고 나중에 혼자 자책을 한다해도 지금은 이렇게 한 소리를 해야겠다. 천사도 만만치않은 기세로 벌떡 일어섰다.
"뭣이라! 내가 이상하다니! 어디가 이상하단 말이야?!"
"그거야 당연히 니가 자기를 천사라고 부른 시점부터가 아니냐?"
왜 이래 이 사람이, 모르는 사람처럼. 장난기라도 묻어있으면 그러려니 넘어갈 것이지만 이 여자는 너무 당당했다. 하늘 한 점 부끄럼없이 당당히 말했다고. 이걸 누구에게 말해도, 절대 믿어줄 사람은 없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 때였다.
"그렇다면 보여주마."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가 불신의 눈길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을 때, 그녀의 주위에는 순간 빛이 번쩍하고 터졌다. 너무 환해서 소녀의 형상은 완전히 묻혀버렸고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주위 일대는 모두 화이트 아웃당한 것처럼 하얗게 변했다.
뭐지? 의문을 품을 땐, 방 안을 채운 빛은 서서히 사그라들어갔다. 주위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들어내었다. 나는 가린 손을 내렸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하얀 소녀의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있었다. 적어도 길이만 작은 체구인 그녀의 신장보다 두 배정도 길다. 등 뒤에 퍼지는 태양빛을 후광삼으니, 실로 천사의 강림이었다.
"이제야 믿겠느냐? 후후후. 이 몸의 우수함을 느끼… 어라? 갑자기 왜 그러느냐? 어이?! 어이!!"
털썩-
꼴사납겠지만… 나는 그 모습이 가져다준 커다란 쇼크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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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드냐?"
"우으으… 머리야."
숙취 비스무리한 두통을 느끼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위치를 확인해보니, 여동생의 침대 위. 그리고 내가 앉아있었던 의자에는 자칭 천사께서 앉아계셨다. 기절하기 전에 분명히 등 뒤에 날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소녀가 앉아있었다. 소녀는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럴 것같아서, 일부러 보여주기 싫었는데 괜한 짓을 한 것같네."
이럴 것같아서라는 말은 기절을 말하는건가? 아우, 쪽팔려라. 얼굴이 저절로 붉어진다. 천사는 내 얼굴을 보고 히히 웃는다.
"그래서 이 몸이 천사라는 건 믿겠지?"
"그래, 믿어줄께."
믿기는 싫지만….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는 것은 밝혀졌지만, 그래도 뭔가 걸리는게 있었다. 그게 뭐였더라…. 잠시 기억을 되새겨보니, 질문이 뭔지 자각했다.
"빨랫줄에는 왜 걸려있었던 거냐?"
천사는 알지모를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처음 만난 곳은 정원 한 가운데에 놓인 빨랫줄이었으니깐. 덕분에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줬다.
"그건…."
본인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리며 손가락을 서로 맞대어 비벼댔다. 말은 입 안에 맴돌면서, 안절부절 못하더니 입 밖으로 내뱉었다.
"천상계와 인간계는 멀기 때문에, 내 날개로 충분히 날 수 없다. 그래서 이동 마법진을 타고 왔는데. 그게 너무 어지러워서… 그만 기절을 해서 그런 것이다."
"기절?"
마법을 타고왔다 기절했다. 그것참 희안하군. 듣고 있다, 헛웃음이 입에 걸렸다. 그러자 치맛자락을 잡고 부르르 떨던 천사는 목부터 붉게 달아오르더니, 머리까지 도달했다.
"우으으…. 용기를 내서 사실을 알려준건데! 잊어라! 방금한 말은 잊어라!"
"아, 예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위아래로 흔든다. 망각을 요구하니 그냥 그런 시늉이라도 하는 수밖에. 천사는 진정이 됐는지 헛기침을 두어번 해대고 내게 물었다.
"크흠, 그럼 더 이상 질문은 없는거지?"
"이제 없는 것…. 아."
말하려는 찰나, 나는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도대체 천사가 여기에는 왜 온거야?"
직설적으로 물었다. 잘 살고있던 천사가 무엇하러 내려온것일까? 분명 놀러온 것같지는 않다. 이런 질문을 원한 것인지 천사는 갑자기 일어나 건방스런 웃음을 지으면서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뒤로 휙 넘긴다.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전혀 우아하지는 않았다.

"이 몸이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복종시키기 위해서 내려온것이니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버퍼링에 걸린 동영상처럼 딱 굳었다. 아아….
"뭐냐? 그 표정은?"
상당히 맘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삐죽 내민다.
하느님. 정녕 저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나이까…. 난데없이 내려온 천사가 세계 정복이라니. 아이러니하기 짝이없다.
"자, 잠깐만."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천사가 뭣하러 세계정복을 한다는거야? 내 고정관념이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스님들이 반야심경으로 랩배틀을 벌이는게 더 말이 되지. 기본적인 천사라는 이미지라는게 있잖아. 순백의 날개에 머리에 도넛 반죽처럼 노란 링을 달고다니는 아주 선한 캐릭터로 이해하는데 말이야.
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기차게 대답해주었다.
"시험이다!"
"시험?"
요새 천사들은 시험을 세계 정복으로 하나봅니다.
"제일 막내인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한 시험이다."
"어이, 어이. 아무리 그래도 천사의 시험이 왜 세계 정복인거야?"
"엑? 그, 그건…."
뭔가에 찔린건지, 우물쭈물거리는 천사. 이윽고 버벅대면서 입을 열었다.
"어, 언니들도 모두 시험을 쳤다고 했다."
"모두 시험을 쳐?"
그러면 이 세상은 천사들로 판을 치고도 남을거잖아. 생각이라는게 있으면, 그정도는 스치듯이라도 지나가는게 당연한거 아냐? 그러자 천사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빽 소리를 지른다.
"아니다! 언니들은 분명 세계를 정복했어! 여기 정복한 것도 보여주었다! 여기 어딘가에 있다! 어디 보자…."
온 몸을 더듬거리더니 치마를 발랑까는게 아닌가?!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젠장, 남자들의 로망인 치마 속보기를 놓쳤다. 내 동생 뻘되는 애인데 미쳤냐? 안돼 안돼. …그냥 살짝 돌아볼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으음… 아, 여기있다!"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한창 다투고 있을때, 천사가 마침내 뭔가를 찾은 모양이다. 그녀가 꺼낸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들여다보니 여자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찍은 단체사진이다. 하얀색에 일관성있는 옷을 입은 그녀들을 보면 하나같이 미인인게 미스코리아가 모여서 찍은것 같지만, 그녀들에게는 등 뒤에 날개있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게 그 정복의 증거라는 건가? 하지만 도대체 어디가?
"여기 봐라! 이게 세계 정복의 증거다!"
천사가 사진의 한 가운데를 콕 집었다. 그러고보니 이 천사들 무슨 판자를 들고 있었구나. 나는 그 판자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야."
"왜 그러느냐?"
"판자 여기 가운데에 적힌 문구 지금 내가 잘못 읽는게 아닌가 싶어서, 묻는건데…. 이거 '부르마블'이라고 읽는거 맞지?"
"나도 글자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디 보자……. 음, 그렇네. 맞다만?"
고개를 비스듬히 올려,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주사위를 던져서, 각 나라를 사들이고해서 자기 이외에 모두 파산하면 끝나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 밖의 많은 룰이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결론은 지금 이 녀석 자매들한테 속고있다. 본인은 모르는 것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알려줘야하는걸까? 그 때, 천사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대기 시작했다.
"언니들은 대단하다. 이걸로 차례대로 세계 정복을 하고, 돈도 엄청벌었다! 다 언니들이 천사로서 착하고, 남을 잘 이해해서 그렇다! 그러니깐 나도 세계 정복을 하면, 언니들처럼 될 수 있단 말씀."
마지막으로 엣헴하는 기침과 가슴을 당당하게 편다.
세상에…. 이렇게 단순한 여자애가 있었다니. 요즘 애들은 영악하다고 옆집 아주머니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는데, 이걸 보여주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하시겠어.
"그러면 너도 부르마블이나 하지 왜 지구로 내려왔니?"
"으엣?! 그, 그게…."
아픈 부위라도 찔린 것처럼 표정을 찡그리는 천사.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을 조물조물. 우유부단한 그녀를 보니, 대충 내용은 알 것같다. 분명 자기 언니들한테 당하고, 당하니깐 어떻게하면 이기냐고 했더니 직접 내려가라고 한거겠지. 그것도 그냥 장난으로.
그녀는 계속되는 질문 공세에 싫증이 났는지, 발로 바닥을 탁탁치면서 화를 냈다.
"아, 아무튼! 나는 이곳을 정복하러 온 것이다! 그러니깐 협조해라!"
"내가 왜?"
나마저 바보가 되라는 소리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싫어. 정복할 거면 혼자해. 개미가 판 동굴도 못 정복할 것같은 녀석이…."
마지막 말은 혼자 들리도록 중얼거렸는데, 그걸 들었는지 역정을 냈다.
"이야앗! 무시하지마라! 1단계는 이미 성공했으니까!"
"성공했어?!"
진짜? 그게 뭔데?
"그건 바로… 바로…."
정작 말씀하신 본인도 까먹은 천사님.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떠오르지 않는지 결국 다시 치마를 발랑까서 뭔가를 꺼내었다. 유치원생의 일기장처럼 삐뚤삐뚤한 필체로 글자가 적혀있는 길다란 종이다. 그녀는 맨 윗부분을 읽고, 내게 말했다.
"자기가 지낼 거점을 정복는 것이다! 여기는 내가 정복했으니까 1단계는 완료했다는 것이다. 암, 그렇고말고."
세입을 정복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저기요? '세입'과 '정복'의 개념이 서로 헷갈리신 것같은데?"
"그렇지 않다! 비록 세입처럼 매달 돈은 꼬박꼬박 납부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정복이다!"
"세입이라니까!!"
그 후로 우리는 말싸움을 벌였다. 한 명은 열심히 공세를 펼치지만, 한 명은 열심히 자기합리화와 궤변으로 대응하고 있어, 전세는 내 쪽이 불리했고…. 이후 여러 사건들도 있었지만, 별로 언급할 만큼 특별하지도 않아 생략한다.
그렇게 내 황금같던 토요일은 겸연쩍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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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계와 인간계가 있으면, 악인들이 가는 지옥도 존재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옥은 어떤가? 용암이 넘실거리고, 그보다 더 뜨거운 유황불이 춤을 추는 그 밑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건 정작 악인들을 위한 곳 일뿐, 악인이 아닌 그곳의 주민들은 인간과 별차이없는 생활을 즐기고 있는게 지옥이다.
지옥을 통하는 대문에는 두 명의 문지기가 지키고 있었다. 말이 지키는거지, 그냥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잡지를 읽으면서 낄낄대고 있을 뿐이었다. 무료한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쇠사슬을 질질끌고 오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문지기는 잡지를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 형상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들의 눈에 익숙한 중년 남성이 선두에 서있었다.
"오늘은 수확이 좋은가 보지?"
"요새 수확이 좋긴해도 다른 녀석이 데리고 온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하긴 요새는 꽤나 많이 죽어가니깐."
검은 낫을 들고있는 남성이 혀를 끌끌차면서, 손에 쥔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의 뒤에는 백인, 흑인, 황인에 아이, 어른, 노인할 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의 발에는 족쇄로 묶여있다는 것이다. 문지기는 한숨을 내쉬는 중년을 보며,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여튼 수고해라. 사신 지망생들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한숨은 돌릴 수 있을 날이 올거니깐."
"개뿔. 내 뒤는 이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중년은 열린 대문을 들어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한 줄로 선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고나자 문은 자동문처럼 닫혔다. 그리고 문지기들은 다시 잡지를 펼쳤다.
그 때였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탐지기에 나오는 소린데……."
추측을 하던 그들은 눈을 깜빡거리면서, 서로를 쳐다보다 탐지기가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뭐야? 천 년동안 한 번도 작동 안하던게 갑자기 작동한거지?"
"아무래도 천상계 녀석들이 포탈을 연 모양인데?"
"하지만 뭣하러? 오랫동안 인간계는 간섭안하기로 조약까지 맺었는데?"
"낸들아나?"
한 명이 손가락을 깨물면서, 열린 포탈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품에 둔 전화기를 꺼냈다.
"일단 상부에 보고하는게 좋을 것같아."
"워, 워 잠깐만."
열심히 화면을 쳐다보던 사람이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남자를 저지했다. 그의 표정은 웃음이 비집고 튀어나왔다.
"푸하하! 이것좀 봐."
"그게 뭔데?"
"천사의 힘을 측정하는 기구인데, 여기 측정 지수를 봐봐."
손가락으로 모니터 한가운데를 가리키자, 전화기를 들던 문지기도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측정 지수 막대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
"자기 힘이 외부에 안 보이도록 컨트롤할 수 있는 대천사일까?"
"그럴 확률은 제로지. 그랬다면 딸려오는 녀석들도 만만치 않게 많을걸? 키킥"
"그럼 애송이가 내려왔단 소리군."
전화기를 들고있던 문지기가 화면을 응시하면서 물었다.
"어쩔까?"
"그냥두는게 좋지 않을까? 괜히 민감하게 반응하면, 시간낭비 인력낭비 돈낭비에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몰라, 그냥 해보고 싶었어."
문지기 둘은 서로 어깨를 들썩였다.
"여튼 감시라도 하는게 좋을 것같으니깐. 한 명 올려보내는 걸로하자."
"누굴 올려보낼건데?"
"마침 내가 아는 사신 생도가 있어."
질문을 기다렸다는듯이 문지기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미소를 짓는 자와 다르게 다른 문지기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매번 이상한 애들만 알고다니는 녀석이…. 제발 이상한 애만 아니기만 빌어야지 원…."
열심히 수화기에 떠들어대는 문지기를 보면서 그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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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부분이 많은 작가입니다. 재밋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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