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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원터치 디재스터
글쓴이: noanswer
작성일: 12-07-31 18:06 조회: 2,010 추천: 0 비추천: 0


prologue.

"예컨데, 일반적으?로 중이나 신부에겐 거의 영향이 없어. 그들은,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방통행이니까. 위에서 아래로, 신에서 인간으로. 인간이 어떤 마음을 품고있느냐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아. 아무도 나오는 구멍으로 뭐가 들어온다는 생각은 안하잖아? 케케켁."

"기분나쁜 예시 들지 마요. 기분나쁘게 웃지 마요."

"예컨데, 아주 품행이 나쁘거나 아예 용서하지 못할 살인을 저질렀거나, 그런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없어. 정반대지만. 그들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고, 있다고 해도 드러낼 수 없으니까 말야. 의존할 순 있어도 사랑할 순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영향이 없다고 해야겠지. 자업자득이야. 얼른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케케케켁."

"현대의 형법 체재를 무시하지 마요. 기분나쁘게 웃지 마요."

"그 외, 효과가 없는 인간이 있다면 남의 호의에 아주아주 둔한 인간."

"그게 나예요?"

"그게 너지."

"한숨."

"한숨이라고 말할 땐 오히려 한숨을 쉴 순 없잖아?"

"한숨한숨."

"이 방이 꺼지만 틀림없이 네 한숨 때문일거야. 손해배상 청구할거야."

"들숨들숨."

"너무 재치있지만 이미 늦었어."

"그럼 다시 한숨."

"예컨데,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의 호의를 절대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런게 붙어있든 아니든 다를게 별로 없어. 인식하는 세계가 자신의 세계니까. 호의를 느끼지 못하면 호의에 대답하지 못하고, 호의에 대답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호의를 받지 않은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 케케켁."

"기분나쁘게 웃는 것만이라도 그만둬주면 좋겠는데."

"사실 너는 호의에 둔한게 아니라 애정에 둔한거지만. 애정은 호의의 발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충 들어맞겠지."

"그렇겠네요. 하지만, 이런게 붙어있기 때문에 전 남에게서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애정을 받은 적이 없다면 애정을 느낄 수도 없죠."

"부모의 애정은 있잖아?"

"그건 별개라면서요."

"그건 그래."

"그렇다면, 전 다시 타인의 애정을 눈치챌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컨데, 아무에게도 맞은 적 없이 애지중지 자란 부잣집 도련님의 집안이 몰락해서, 드디어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뒷탈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련님을 때리기 시작해 처음으로 고통을 느껴보는 것처럼. 케케케켁."

"기분 나쁜 예 들지 마요. 기분 나쁘게 웃지 말고."

"하지만 애정이란건 어차피 상처입히려고 갖는거잖아?"

"너무 비뚤어졌잖아요?"

"어른으로서의 충고야."

"너무 인기없는 어른이었을 것 같네요."

"케케케켁."

"성격에 앞서 웃음을 고치지 않으면 애인같은건 꿈도 못꿀거야."

"그래도 너보단 낫겠지."

"제길, 그렇겠죠. 난 남의 사랑을 느낄 수 없으니까."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둘째치고 말이지."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예요."

"그것도 오늘까지야. 오랜 저주에서 풀리는거지. 누가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와서는 사소한 문제예요."

"사소한 문제지. 어때, 가져왔지, 네가 쓰던 책?"

"가져왔어요. 물론. 요 일주일간 계속 책가방에 넣어다녔죠. 태워도 괜찮은 새 책이예요."

"공부 안해서 책이 텅 빈거 아냐?"

"......케케켁."

"남의 기분나쁜 웃음을 흉내내지 마. 자, 책 꺼내봐."

"여기요. 이것만 있으면, 우리가 근 한달간 겪어왔던 그 지옥같던 재료 수집도 빛을 볼 수 있는거예요?"

"물론이지. 당연하잖아? 소설이라면 공천절후, 애니라면 초월초강, 영화라면 박스오피스 12주 연속 1위 정도의 활약이었으니, 당연히 이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지! 케케케켁."

"정말,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이 저주를 해소할 수 있게 된 것과는 별개로, 그런 엄청난 모험이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달성감이 차오르는걸요."

"이게 또 재미있는 점이야. 이 수학책을 말이지, 이렇게, 이렇게 해서."

"우왓! 아니, 수학책으로 이런 거라니, 그래서 수학이었군요!"

"끝이 아니야. 이 부분을 이렇게 하면, 자, 봐, 이렇게 되지?"

"이럴수가!"

"드라마CD라면 우리의 이런 부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으니 듣는 사람도 답답할테지만, 그런 일이 있더라도 이 쪽이 더 아쉬울 정도의 응용법 아냐?"

"소설이라면 묘사가 있으니 이 응용법을 십분지 일은 묘사할 수 있겠지만요."

"아니아니, 그도 알 수 없지. 묘사를 아예 안해버릴 수도 있잖아. 케케케켁."

"그럼 이미 소설이 아니라 극본 아닐까요?"

"그거야 어찌되었건, 잘 봐. 이렇게 한 다음에."

"엄청나! 말도 안되는 일인데, 이게 되는군요."

"이제 이 책은, 너의 대리가 된거야."

"그럼 이 방에는 제가 둘 있는거겠네요."

"그리고, 너에게 붙어있는 저주를 가져오도록 하자."

"그건 어떻, 아. 와. 이런 모습이었군요?"

"너 아는 사람이랑 닮았을 수도 있어. 저주는 술사를 닮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니 아는 사람 같기도 하지만, 역시 모르겠네요."

"케케켁. 그게 일반적이지."

"그럼 그 저주를?"

"그래. 수학책에 옮기는거야. 네 대리물에. ......자. 이제 화로를 가져와봐."

"아, 넵. ......끙. 이거 무겁네요."

"그냥 화로가 아니니까 말야. 좋아. 뭔가 이 책이 미워지기 시작하는거 보면 잘 옮겨진 것 같네. 생각해보니 난 수학따윈 너무 싫어."

"......그냥 보통으로 수학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요?"

"케케켁. 자. 딱 들어서...... 놓는다."

"으악! 뭐예요? 엄청 타네?"

"저주니까 말야. 죽지 않으려고 옮겨가려는건데, 네 몸이니까 옮겨가지 못하는거지. 원래는 이런 대리품을 세우면, 그 대리품의 주인에게로 옮겨지는건데 말야. 이건 너 외에는 주인이 없는 새 책이고, 정밀하게 너를 복제한거라 너에게 옮겨가야 하지만, 내가 너의 몸으로 들어가는 링크를 막고 혼란하게 했으니까 말야. 이 책에서 떠나서 흩어지거나, 같이 불타 죽거나 할거야. 저 강한 불은, 말하자면 발악이지."

"좀 설명이 조악해요."

"네가 이해 못하는거 아닐까? 케케켁."

"흥."

"자아. 남은 재로도 뒷처리할게 좀 있지만, 여튼 이건 이제 끝이라고 봐도 좋아. 뒤처리도 버리는 방법 뿐이고. 안해도 해도 상관 없지만 기분 상 하는 그런거."

"그럼 끝난건가요?"

"끝난거지."

"으흠. 그럼 제 저주는 풀린건가요?"

"아마 그렇겠지? 하루이틀로 네가 느낄 순 없겠지만, 내 프로페셔널한 눈으로 볼 때 너의 저주는 풀렸어."

"으흠. 그럼, 어때요. 저한테 두근두근 하나요?"

"꺄악. 수아씨! 너무 좋아! 사랑해요! 어서 절 가져주세요!"

"......어차피 저같은 타입은 취향이 아니겠죠."

"케케켁. 주제파악은 잘 하네. 좀 더 자라서 오라고."

"그 때면 빼도박도 못하고 아줌마일텐데, 지금 키우시죠?"

"내 미모에 반해 들이댔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

"어디의 버스 광고인데요. 어휴. 됐어요. 일단 갈게요."

"그래. 조심하고. 넌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네 세상은 변했어. 축하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네."

"잘가. 케케켁."

"기분 나쁘게 웃지 마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런 느낌으로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그 수많은 소동의 끝을 해피엔드로 끝내고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학교로 갔다. 나는 눈치채지 못했고, 한동안 눈치채지 못할 나의 - 아니, 나에 대한 타인의 결함을 수정하는 것은 무언가 맥빠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일을 끝낸 달성감이 날 기쁘게 했다. 극적으로 변하는 건 없겠지만, 이제 '남이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아마 '나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느낌만이지만 두근거리는 것 같다. 벌써부터.
그래서 1교시가 끝나고, 같은 반의 인기인이자 미녀, 성연이가 말을 걸었을 때는 '벌써부터 효과가 나타나나'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그런데,

그녀는 내 책상에 수학책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와, 수아씨! 미안해. 내 수학책이 네 수학책하고 바뀌었었어. 하하하. 너도 어지간히 공부 안하나보더라. 나랑 똑같이, 수학 교과서가 완전 새 책이던데?"

"......뭐?"

되묻는 내 목소리는 내 생각보다 낮았던 것 같다.

"그게, 내 책이 파본이었는데, 음, 이름은 말 못하겠지만 내 친구 중 하나가 '그럼 다른 사람 책이랑 바꿔치기 하자'이러는 바람에 말야. 하하. 걔한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벌을 줬으니까 말야, 용서해주지 않을래? 책도 이렇게 갖고 왔고."

"그러니까, 내가 어제 하교할 때, 내 책가방에 있던 수학책은 사실 내가 일주일간 갖고다니던 내 수학책이 아니라 네 수학책이었다는 얘기구나."

"으응, 그렇지. 근데 되게 이상한 방식으로 말을 하네?"

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교실 바닥이 꺼지면 그건 분명히 내 책임이라는 것처럼.

"근데 내 책은 어딨어? 그거 파본이니까 말야. 서점가서 바꿔야 해."

"불탔어."

"엑?!"

나는 놀라는 성연이를 보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황당한 사건으로 급습한 무기력감이 몸을 감싼다.
현주 누나. 잘나가고 실력있는 자유분방하고 자신만만한,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은 무당인 현주 누나. 누나도 이 사실은 몰랐겠죠.
난 옆에서 뭐라뭐라 떠드는 성연이를 보며 나른한 기분마저 들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더니, 어제까지는 성연이 옆을 떠돌았던 많은 남자애와 일부 여자애들이 다들 자기 자리에 앉아있거나 무관심하게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난 다시 한숨을 쉬었다.

1.

[흐응. 그래?]

현주 누나의 첫 마디는 생각보다 담담하고 무관심했다. 그 목소리,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 등으로 몇가지 가능성을 조합한 나는 이내 그걸 지적했다.

"PC방이죠?"

[케케켁.]

아니, 무당이면 수상쩍은 방에 틀어박혀서 화려한 무복 입고 부채나 부치고 있어야지, PC방이 뭐야, PC방이? 붙어있는 신님이 웃겠다. 정떨어져서 도망치는거 아냐?

[너무 그러지 마. 울 법미쨔응이 얼마나 귀여운데. 케케케켁.]

"그렇게 웃지 마요. 여튼 상황은 알겠어요?"

[응. 그러니까, 책이 다른 사람 책이었고 저주가 그 사람에게 옮겨간거같다는 말이지?]

"예. 어떻게 해야 하죠?"

내 물음에 현주 누나가 대답했다.

[놔둬.]

"......예?"

[놔두라고. 너랑 상관 없잖아. 애초에, 그냥 네 착각일 수도 있고. 네 책이 아니었다고 해도, 공간을 뛰어넘어서 저주가 옮겨갈까, 설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 사람은.

"한 번 봐주는 거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아닌거면 좋고."

[맞으면?]

내가 잠시 멈칫했다.

"예?"

[맞으면 어떻게 할거야. 저주가 옮겨갔으면. 그러면, 다시 그 많은 수고를 들여서 재료를 모아서, 저주를 죽일거야?]

그녀는 잠시 짬을 냈다가 말했다.

[귀찮잖아, 그런거. 일단 넌 확실히 저주 걸리지 않았고, 그거면 됐지. 네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네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데. 케케켁.]

난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잠시 심호흡 했다.
그 다음 그 말에 대답했다.

"싫어요. 하겠어요."

[쓸데없는 고집이네. 만일 그 여자애가 그런 저주에 걸렸다면, 말하자면 '네가 절대 사랑할 리 없는 여자애'를 위해 움직이는게 된다고. 비합리적이지 않아? 케케케케켁.]

난 손가락으로 딱, 하며 핸드폰의 배터리 부분을 쳤다.

"난 십수년을 사랑 없이 살았지만 남을 위해 움직였고, 부모님 빼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을 나를 위해 움직여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괜찮잖아요. 방과 후에 거기로 갈게요. 쳐박혀있으세요."

그리고 말을 맺었다.

"그리고 기분 나쁘게 웃지 마요. 즐겜."

난 한숨을 쉬며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내 옆에 서있는 성연이를 바라보았다.

"수아씨? 대체 지금 통화는 어떤 통화야?"

난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너, 학교 끝나고 나랑 어디 좀 가야겠다."

"내 수학책을 불태웠다고 주장하고, 황금같은 점심시간에 갑자기 사람을 이렇게 인적없는 옥상 계단으로 끌고오더니, 너 할 통화만 하고 이러기야?"

성연이는 볼을 부풀린 채 날 바라보았다. 음. 확실히 태도가 안좋긴 했다. 좀 자세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주성연양은 방과 후에 소수군과 함께 부평에 있는 점집에 방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네 이름은 역시 좀 이상하지 않냐?"

"시끄러."

"수학 잘 할 거 같은 이름이야."

"시-끄-럿-"

"사실 소수는 1을 빼고는 짝이 없는 수같은 느낌이지? 지금까지 한 번도 애인이 없었던 사람처럼."

"시---끄---럿---"

"그래서, 무슨 일인데?"

돌연 성연이가 진지해졌다. 꼭 입술을 다물고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과연 학교의 인기인 답다. 사실은 저런 모습, 집에서 연습하거나 하는 건 아닐까?
그녀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건 아니지만, 난 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네가 믿어줄 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난 오래전부터 저주가 걸려있었어. 생존에는 지장이 없지만 생활에는 지장이 있는 저주였는데, 최근 한달간, 그 저주를 풀 방법을 알아내고 풀 재료를 구하는 준비를 했지. 그리고 어제, 그 저주를 풀었어."

난 잠시 말을 끊었다.

"풀었다고 생각했어."

"......저주?"

역시 아무래도 이런 얘기는 잘 접수가 안되는 모양이다. 성연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나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지.

"저주. 오컬트의. 흠. 방과 후에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테지만, 어찌 보면 자연 현상이랄까. 번개가 치는 밤 피뢰침을 들고 건물 옥상에 있으면 번개를 맞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그러한 확률을 높이는'. 자세한 건 잘 몰라."

"......난 널 모르겠어. 수아씨.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녀는 겁먹은 듯 위축되어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똑부러지게 할 말을 했다. 말 한다고 해도 어차피 믿진 않을 것 같은 태도긴 하지만 말해둘까?

"일단 들어갈래."

내가 말하려던 찰나, 그녀가 다시 한걸음 물러섰다.

"아까, 저기, 내 손, 잡고 끌고 나왔잖아.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애들이 오해할지도 몰라."

성연이가 말했지만, 글쎄, 아무래도 변명처럼 들리는걸. 하긴, 그렇겠지. 넌 인기인이고. 나름대로 관리도 해야할테니. 나와는 다르게

아, 참.

"잠깐만 기다려봐. 내 생각이 맞다면 그렇게까진 곤란하지 않을거야."

난 물러나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꺅?!"

날 피하는 자세로 날 무서워하는 표정을 짓는 성연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

"뭐, 뭐야. 놔줘, 수아씨."

"......모르겠다. 딱 보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소리......야?"

난 그녀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잠깐, 이 손 놔!"

그녀가 손을 빼려고 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가면서 설명할게."

설명이 궁금했던 것인지 그냥 포기를 한건지 그녀는 입을 다물고 나와 같이 내려왔다. 1학년 교실까지는 아직 멀지. 말 할 시간은 충분하다.

"난 어떤 무당처럼 줄줄이 예를 들며 설명하는건 잘 못하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 A에게 걸린 '이 저주'는, 그 A를 향한 모든 애정을 숨겨.
마치, 아무도 A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A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 사랑은 없었던 것처럼 감춰지는거지.

너에게 옮겨갔을지도 모르는 저주가 이런 저주야."

성연이의 손이 내 손을 꽉 쥐는게 느껴졌다. 걸음이 느려졌다가, 걸음을 재촉한다.

"아닐 수도 있어.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낼 수 있다면 확실하겠지만, 나 역시 그 저주에 오래 걸려있었어. 널 계속 보고 있어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네가 저주에 걸려서인지 내가 오래 저주에 걸려와서 그런 마음을 잃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는거야."

내 뒤로 그녀의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럼 왜 이렇게 서둘러서 돌아가는거야?"

"반에 가봐야 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녀는 입을 꼭 다물었지만, 그건 모든 걸 납득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라도 그렇겠다. 이런 식의 행동으로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으려면 어지간히 멍청하지 않으면 안될테니까. 만약 우리 모습을 보고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도 하나도 이해가 안될거다.
하지만 알까보냐!

"너는 애초에 잘 모르고 나도 깜짝 놀라서 생각하지 못했지만"

왠지 성연이에게 말하는 내 태도가 차가운 것 같다는 기분이 스스로 들었다. 나는 원래 이랬던가?

"내게 있던 저주가 네게로 옮겨갔다는 건 두가지 사실을 말해."

"두가지?"

1층에 도착했다. 너무 빨리 왔다. 뒤를 돌아보니, 성연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은 내 허무맹랑한 얘기 때문이라고 해도, 숨을 헐떡이는건 무리하게 잡아 끌어서겠지.

"미안, 나도 모르게 맘이 급해졌나봐."

"괜찮아. 두가지가 뭔데?"

난 그녀의 괜찮다는 말에 '납득하고' 우리 반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1학년 3반은 우리가 내려온 가운데 계단 근처에 있다.

"한가지는, 내 저주가 풀려 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타인이 자신의 감정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난, 교실에 도착해 앞문을 세게 열었다. 큰 소리가 났고, 같은 반 아이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점심시간인데, 의외로 사람이 많다. 그거야 나에겐 더 좋지만.
난 성연이를 붙잡은 손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흘끗 성연이를 보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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