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가짜 구세주와 광신도
글쓴이: 마패남
작성일: 12-07-31 16:00 조회: 2,551 추천: 0 비추천: 0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사이비라는 단어를 지금껏 아무렇지도 않게 써 왔건만, 조금 전에야 알았다. 사이비가 영어 단어가 아니라 한자였음을. 그것도 무려 맹자 선생께서 처음 쓰신 말이란다.

似而非.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본질은 다른 것.’

당연히 ‘Cybie’ 정도의 스펠링을 가진 외래어인 줄로만 알았다. 설마 나만 이렇게 생각하던 건 아니겠지?

아무튼, 似而非면 어떻고 Cybie면 어쩌랴.

내가 사이비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해 본 이유는 따로 있다. 사이비에 관한 정보. 좀 더 정확히는 사이비 종교에 관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대충 훑어보기만 했는데도, 사이비 종교의 종류와 여러 사건 사고들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존스타운옴진리교백백교

종교의 이름은 제각각 다르지만, 이야기의 맥락은 대개가 비슷했다. 거짓 종교에 심취하는 사람들. 거짓말일 것이 뻔한 예언과 교리, 구원의 약속에 돈과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

그들은 대체 무엇을 보았을까.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믿기에 사이비의 마수를 떨쳐내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어째서인지 화가 나서, 인터넷 창을 모두 닫아버렸다.

그리고 마음속 한편으로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서하랑. 내가 너를 꼭 구제해 주겠다!”

1.

매미들도 쪄죽었는지 자동차 경적 소리만 요란하던 지긋지긋한 여름날 아침. 아침부터 기온이 30도가 넘을 거라던 기상캐스터의 말대로, 아침 공기의 상쾌함은커녕 끈적거리는 더위만이 아스팔트 위를 휘젓고 있었다.

나는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 짧은 기다림에도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속은 울렁거렸다. 틀림없이 불쾌지수가 80을 가볍게 넘었으렷다.

한마디로 최악의 날. 이런 날에도 어김없이 교육의 의무를 다하러 학교를 향해 가는 나 자신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여름방학은나흘 남았나.

하아.”

족히 일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여전히 빨간 빛을 내고 있는 신호등에 분통이 터져서, 나도 모르게 더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바닥으로 향한 시선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발밑에 떨어져 있는 광고지 한 장.

무슨 바람이 들렸는지, 나는 허리를 굽히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그것을 주워들었다. 줍고 보니 그것은 광고지가 아니었다.

불타는 지옥이 배경으로 그려진, 다가올 종말을 경고하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사이비 종교의 선전물이었다.

“2012, 종말을 대비하라허허.”

나는 짜증스러운 헛웃음을 쳤다.

매번 빗나가기만 하는 주제에 올해도 끈질기게 다시 부활했구나. 힘내라 종말론! 어쩌면 올해의 종말은 정말일지도 모르지. 마야의 예언이니 중국의 팔괘점이니 꽤 그럴듯하니까 말이야. 그래도 나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빗나가도 괜찮단다. 아니, 부탁이니까 제발 빗나가 주라.

나는 그것을 주워들 때와 마찬가지로 별생각 없이 다시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바람에 쓸려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마침내 신호등의 신호가 변하고, 횡단보도를 두 걸음쯤 건넜을 무렵 내 머릿속은 다시 더위에 대한 불쾌함으로만 가득 찼다. 사이비 종교의 종말론 따위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로부터 열 시간 후. 같은 장소.

동쪽 하늘에 걸려있던 해는 서쪽으로 움직였다. 하늘엔 까마귀인지 까치인지 검정 새들만 요란히 날았다. 기온은 낮아졌다. 아주 조금.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하교하는 학생을 괴롭히기에는 여전히 충분한 더위였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더위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 때문에 나는 굉장한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내 표정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분명 똥 밟은 표정이겠지. 틀림없다.

왜냐하면, 비참하게도 정말로 똥을 밟았으니까.

요즘 견공 팔자가 상팔자라지만, 그래도 자기가 싼 변은 스스로 치우란 말이야.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개와 개 주인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한편 따가운 햇볕은 계속해서 목덜미를 찔러댔고, 마침내 나는 당장에라도 분수대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저기 광장의 분수에 어린아이처럼 뛰어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발도 씻을 겸 말이야. 그래도 참자. 신문 보니까 분수대에 대장균이 무지 많다던데.

나는 개똥과 더위, 그 이중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침착해지려 무진 애썼다. 그래서 일단 신발에 들러붙어 있을 변을 닦아낼 만한 소재를 찾아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현대 도시인으로서, 보도블록에 닦아버리는 야만적인 행동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쿨가이를 표방하며 신발 밑의 변 따위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다. 뒷사람이 분명 당황할 테니까. “저 녀석. 일리단처럼 발걸음마다 흔적이 남잖아?” 하면서.

그렇게 고민 중에, 마침내 적격인 물건을 발견했다. 골목 구석에 떨어져 있는 종이 한 장.

쓱쓱.

그리하여 급한 대로 그 종이에 대고 신발을 문질렀다. 종이에 길게 묻어나는 갈색 오물을 보며 깊은 한숨.

조금만 참거라 신발아. 집에 가서 솔로 빡빡 문질러주마. , 솔에 문질러도 되는 건가? 아무튼, 뭐로든지 간에 빡빡 문질러서 깨끗한 상태로 돌려놓아야지. 아끼는 신발이란 말이야. 새로 산 지 한 달하고도 조금밖에 안 됐다고.

쓱쓱.

이 정도면 응급처치는 되었을까나? 싶어서 나는 신발 밑창을 들어보았다. 여전히 끔찍했지만, 첨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 문득, 신발 아래서 처참한 봉변을 당한 종이가 신경 쓰였다. 어쩐지 익숙한 놈이었다.

익숙한 배경에 익숙한 문구.

이거 아침에 본 사이비 찌라시잖아.”

아침의 그 선전물이었다. 내가 주워들었던 바로 그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문장 하나가 이것에도 쓰여 있었다.

<2012, 종말을 대비하라>

이런 인연이 있나. 다시 만나서 반갑구나. 그런데 네 꼴이 말이 아니네.

종말 선전물의 종말을 내려다보며 나는 조금의 가책을 느끼고 말았다. 미안하다 종이야.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꼭 환생하렴. 다음 생에서는 아마존 나무가 아니라 꼭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면죄기도 끝. 이제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신발을 빡빡

아아앗!”

뒤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외침. 외침인지 비명인지 그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서둘러 집에 돌아가던 나는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