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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폐점위기에 놓인 매장을 구하느니 차라리 수능을 다시 보는 게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쓴이: 세이카
작성일: 12-07-31 06:15 조회: 2,021 추천: 0 비추천: 0



1. 상성 최악 세나 씨.

.

섭씨 31. 불쾌지수 매우 높음. 기상캐스터 언니가 말하길 분명 오늘은 더워 죽어 버릴지도 몰라요라고 한 듯한 기억이 난다.

처음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을 쐬면서 그 말을 들었을 땐 아무런 실감이 나질 않았지만 이제는 백 프로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왜냐 하면 그녀의 직장에서는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 한정으로 말이지만.


최악이야. 어째서 주방에는 에어컨을 틀어 주지 않는 건가요!”

주방에서 볼 맨 소리가 들려왔다. 세는 쏟아지는 땀들을 거친 동작으로 한 움큼 쓸어 넘기고서 빠른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이런 곳에서는 더 이상 일 할 수 없어요!”

불만을 힘껏 토로해 보지만

주방에는 틀 필요 없잖아?”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눈길과 무미건조한 대답 뿐 이었다.


우윽. 그러니까 어째서.”

더우니까 틀어 달라는 거 아니야. 세나는 유리의 대답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유리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유리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세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다간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굳게 마음을 다지고서 제 2차 항의를 시도한다. 우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세나. 다음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가 있는데도 틀지 않는 게 이상한 거예요!”

어느 정도 멋지게 응수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말에 나름 만족감을 느끼며 에헴, 하고 직선미 있는 가슴을 앞으로 내민다. 그런 그녀를 한심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유리의 머리 위에 반짝 하고 전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거듭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납득하는 유리.

그러면 안 틀어도 되겠네. 넌 남자잖아? 그렇지?”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건데!?”

황당한 나머지 무심코 버럭 하고 역성을 내고 마는 세나.

아니면 네 가슴은 무소유를 추구하기라도 한단거야? 나에게 지방 따윈 필요 없다는 건가?”

그딴 게 어딨어어어어! 세상은 가슴이 전부가 아니야. 가슴 따위, 결국 중력의 패배자가 되고 말 거라고! 그러니까 난 승리자란 말이야! 잘 들어. 당신은 패배자고 난 승리자야. 알겠어? 이 뇌 속까지 지방덩어리인 여자야!”

그리고 빈유는 스테이터스라고 누군가가 말했어!’ 세나는 특히 이 부분을 강력 주장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유리는 세나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래. 물론 가상세계에서의 빈유는 스테이터스가 확실하지. 하지만 현실에서의 빈유는 그저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껌 딱지에 불과하다고?”

크아아악! 가슴 따위! 가슴 따위!”

유리의 조롱에 격분한 세나가 안절부절 못 하다가 그만 끝내 머리를 박아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유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말이야.”

뭐가!”

난 네가 지방이 어느 정도 있었다면 에어컨을 틀어 줬을지도 몰라. 몸에 지방이 있다면 남들보다 더울 게 분명할 테니까. 가령 예를 들어서 살이 쪘다던가, 아니라면 가슴이 있다던가.”

또 가슴이냐! 가슴이냐고!”

그럼 바스트.

그게 그거야아아아아아!”


세나의 절규 섞인 비명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끊겨 버리고 말았다.

다만 흐르는 침묵 속에서 살며시 바라본 유리의 입 꼬리 만이 괴이할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흡사 도시괴담에서 전해 내려져 오던 빨간 마스크의 입이 연상될 정도로.

그리고 얼마 후.

유리선배 미워, 우윽, , 흐아아앙!”

분함을 차마 누르지 못하고 세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울음소리라기보다 통곡에 가까울 정도의 소음이 매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고막을 파고드는 강렬한 데시벨에 유리는 본의 아니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시끄럽네. 아무튼 안 돼.”

바로 눈앞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 잘라 거절한다.

!”

그래? 그럼 집에서 편하게 에어컨 쐬게 해줄까?”

…….”

유리의 절대 영도 싸늘한 목소리에 세나는 차마 더 이상 할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본 매장의 최종보스라고 불리는 여성이 연갈색 생머리를 목덜미 뒤로 힘차게 쓸어 넘기면서 회심의 미소와 함께 멋지게 승리포즈를 장식한다.

그렇게 유리의 권력 철퇴로 오늘도 사건은 마무리를 짓는다. 이로써 057. 주방 안으로 힘없이 걸어가는 그녀의 등 뒤를 바라보며 직원 모두는 진심으로 동정했지만 본인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지는 미지수다.


2. 마이페이스 아르바이트 생 유시아 씨.

어느 날씨 좋고 한가한 날. 따뜻한 햇살을 수면제 삼아 전원 모두 테이블에 가지런히 고개 숙이고 수면을 취하는 중이다. 하지만 저혈압인 시아는 잠이 오지 않는지 홀로 카운터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려 온 삼백 페이지 남짓 될 단편 연애소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딸랑

그 때 20대 초반으로 추측되는 젊고 건장한 남성이 가게 문을 벌컥 열고서 빠른 보폭으로 카운터 방향을 향해 걸어왔다.

보통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시아는 눈 깜짝 하나 않고 침착한 목소리로 예를 갖춰 정중한 목소리로 고개 숙여 인사한다. 양 갈래로 정성껏 땋아 내린 윤기 있는 흑발이 찰랑하고 물결친다.


어서 오세요.”

시아의 인사에 남성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계속해서 묵묵히 메뉴판만을 응시하다 얼마 안 있어 결정했다는 듯 남성은 천천히 무거운 두 입을 열었다.

이걸로 주시겠어요.”

눈앞의 남성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더블 치킨 버거라는 가격에 비해 양 많은 실속 메뉴였다. 시아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정말이세요. 손님?”

시아의 뜬금없는 되물음에 남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종업원이 되려 주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아닌가.)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서 시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손님은 제법 살집이 있어 보이시는데 기름에 튀긴 걸 드셨다간 몸에 별로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가요?”

. 그러니까 다른 메뉴는 어떠세요?”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남성의 체형은 살집 있기는커녕 오히려 균형 있게 잘 잡혀진 몸매였다. 하지만 그는 시아의 말이 신경 쓰였는지 결국 권유에 넘어 가 버리고 말았다.


. 그렇다면 이걸로.”

머뭇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남성의 손가락은 메뉴판 끝 부분을 향하고 있었다. 거기에 눈길은 사진 아래에 표기된 칼로리 숫자를 향하고 있다.

불고기 버거 말인가요?”

, . 맞아요.”

이제야 말이 통했다는 듯 태양열을 받으면 머리를 끄덕이는 인형 (이름이 뭐더라? 데스크탑 프렌즈던가.) 과도 같이 남성은 열심히 머리를 끄덕였다.

시아는 남성의 요구에 따라 메뉴를 묵묵히 받아 적었다. 주방에 주문을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시아가 묻는다.


. 맞다. 여름이라서 소스가 상했을 수도 있으니까 배에 탈이 나셔도 책임 같은 건 책임 질 수 없어요. 그런데도 이용약관이 아니라 구매약관에 동의하십니까? 순순히 잘 생각 하시고 주문을 하시면 유혈사태는.(국어책 읽기)”

잘 생각해 보면 정신이 나간건지 의심하게 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내용 뿐 이지만 막상 그녀가 말하고 나니 신기할 정도로 설득력이 느껴져 왔다.

잠깐만요.”

시아의 장황한 설명이 계속되던 도중느닷 남성은 머리를 쥐어 싸고는 옅은 한 숨을 내 쉬었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듯 남성은 반 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추천 메뉴라도 있으신가요.”

그러자 입을 떼기도 무섭게 시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고함쳤다.


여기 있는 메뉴는 다 맛있어요!”

시아는 흥분한 나머지 무심코 테이블 위에 두 손바닥을 쾅 하고 세게 내리쳤다. 처음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시아는 검지 손가락으로 메뉴판 끝 부분을 가리켰다. 보자 간편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 뜸 들이는 척 하다가 이내 이 쪽도 맛있어요라면서 신속부분을 가리키는 것 역시 잊지 않는 시아였다.

알바생의 패기 넘치는 막장 서비스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린 남성은 결국 포기라도 한 건지.

지금 당신이 가리키고 있는 걸로 주세요.”

말하고서 다시 손가락을 바라보자 예상대로 그녀의 손가락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뭐 상관없어. 이젠 될 대로 되라지.


얼마 뒤, 익숙한 손놀림으로 포장지에 햄버거를 차곡차곡 넣으면서 시아는 여태껏 보여준 적 없는 최고로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리셨죠. ‘햄버거입니다

그래. 햄버거. 메뉴판에 천오백 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가 있는 피클에 케첩에 양상추, 마무리로 고기 패티를 올리기만 하면 되는 사진만 봐도 레시피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메뉴인 바로 그 것.

남성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이렇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윽고 해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왔다.

“(……분명 구매 자격은 나한테 있었을 텐데도 왠지 모르게 이상한 걸 사 버렸어!)”

불과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더블 치킨 버거가 햄버거로 바뀌어 버렸다. 남성은 뭔가에 홀려든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렇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얼굴에 대놓고 침 뱉을 수 있을까. (그 것도 여자아이에게.)

결국 남성은 이도 저도 못하고 주춤 거리기만 하다가 마침내 뭐라도 한 마디는 해야겠다고 뒤늦게나마 결심했다.

그래. 남자로 태어 난 이상 부조리함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남자니까!

아까 전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어째서 케첩이 이렇게 수북한 거죠.”

그러니까 케첩을 왜 이렇게 많이 줬는 지라도 따져야겠어! (케첩에 애꿎은 화풀이 or 이게 현실)


. 그건 말 이예요.”

생각지도 못한 남성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시아는 처음으로 말을 우물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반격이었다. 한줄기 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 내려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대로의 눈빛을 되찾은 시아가 남성을 똑바로 응시하고는.

손이 미끄러진 것일 뿐이에요.”

애써 태연한 척 하기 위해 표정을 다잡아 본다고 해도 변명 역시 마찬가지로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기에. 변명을 듣자 남자는 한동안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윽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실소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햄버거에 케첩 넣는 거 잊어 먹은 거지?”

.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대답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니까.


저기 말이.”

. 다음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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