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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사의 마도구
글쓴이: 창가의하늘
작성일: 12-07-30 10:26 조회: 2,043 추천: 0 비추천: 0

그 날은 집에 돌아가는 길은 살짝 바꿔서 가보기로 했다.

작은 변덕조차 되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

친구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다.

거리를 거닐며 주위의 환경을 바라보거나, 잠시 공원의 벤치에 앉아 길거리의 짐승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생활이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사람이 죽음을 목격하는 것 또한, 일반적이다.

보통은 이럴 때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치거나, 살인마에 맞서 싸우겠지만, 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마지막 남는 선택지인 살인마에게 죽는다. 외에는 생각 할 수가 없다.

그렇게 고작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나는 다시금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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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한 어느 카페의 안에서 한 테이블을 두고 소녀와 소년이 앉아있다.

이 중 소년은 나 자신이고, 수수한 교복차림으로 고아하게 앉아있는 그녀는─나도 모르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친분도 없으면서 카페에서 오붓하게 앉아있는 것이냐,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게, 눈앞의 소녀와는 학교가 끝난 직후에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다른 반이면서 직접 교실까지 찾아와서는 “잠시 시간을 내주겠어?” 하고 불렸다.

그러니 딱 잘라 거절 못할 것도 없었다만, 성격 탓인지 주위의 시선 때문인지 받아들여야만 될 것 같았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이 적막감을 참지 못한 내 쪽이었다.

“저기──”

커피 잔을 어루만지며 따스함을 즐기던 소녀가 가볍게 시선을 올리며 마주한다. 이제야 이야기가 진행되는 걸까, 하고 기대해본다.

하지만 소녀는 이내 커피 잔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아니, 사람을 불렀으면 용건을 말하라고! 그렇게 외치고 싶은 것을 꾸욱 참고 이번에는 소녀가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려본다.

“있잖아, 나 알고 있어?”

느닷없이 말하는 대화상대에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참고로 대화주제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의미로 알고 있냐고 하면은 기억하고야 있겠지.

그녀는 얼마 전 학교에 유학생으로 전학이 결정된 미소녀니까. 좀체 보기 드문 귀중품인 셈이다. 그래도 나는 관심이 없던 연유로 인해서일까, 그녀의 이름조차 흘려들었다.

설마하니 인연도 없는 내가 그녀와 마주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에, 그러니까. 유학생으로 온……”

이름을 모르니 말을 흐렸다. 역시나 그녀는 그것이 거슬리는 눈치다. 생각해보면 먼저 말을 걸었다는 시점에서 상대는 자신을 알고 있다는 뜻인데, 나는 그 상대를 모르고 있으니 말이 되지 않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아무리 미소녀라고 해도 다른 반이면 관심도 가지지 않는 나인걸. 설령, 같은 반이라고 해도 이름만 알고 있으니 말 다했다고 본다.

“실망. 전학 온 날 꽤 떠들썩했는데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나보네.”

전교생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같은 말은, 조금 그녀에게 불쾌감을 심어주었다.

눈앞의 소녀는 외국인. 정확히는 일본이라고 들었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밤색의 긴 머리와 눈동자, 가녀린 것 같지만 나름 관능적인──특히나 신경 쓰이게 만드는 가슴. 전형적으로 한국 여성의 평균 크기에 적응되어있기 때문일까, 보는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그럴 미모가 된다는 것은 이해했다. 그래도 말이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고.

좀 겸손할 수는 없는 것인가. 여자답게.

겉으로만 내숭떠는 여자보다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소녀는 수상함을 느낀 것인지 “음?”하고 소녀가 소리를 내었다. 눈치 챈 걸까, 하고 순간 흠칫했다.

“힌트를 줄까?”

아마도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끙끙대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 정말 다행이다.

“성만 알려줄게. 하마노.”

“그것만으로 내가 어떻게──”

아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 짐작 가는 게 있긴 하다.

만약 상대가 마술사라면.

하마노가라면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몇 없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마술사 가문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면 꽤 유능한 가문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둘 중 어느 곳이 더 우세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어떻게 알아, 하고 대답해주겠다.

세대마다 물려주는 선대의 지식을 떠나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후세의 역량에 따라 변한다. 아무리 천재라도 바보를 우수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릴 적 하마노가에서 어릴 적부터 마술에 재능을 보이는 수재(殊才)가 나타났다고 어렴풋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분명, 그 이름이 하마노 아키(浜野秋)라고 했던가.

“하마노 아키……?”

원하는 대답이 나온 만족감에 그녀는 싱긋하고 미소 짓는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본인이었다. 순간 속으로 자신을 향해 욕을 퍼붓는다. 멍청하게도 마술사와 조우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 방심했다. 마술사라니 잘못 걸렸어.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니야.”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드러내자, 그녀는 조금 섬뜩해 보이는 미소를 띠우며 새하얀 손을 내비쳐 보이는 것이었다.

“가슴에 난 구멍은, 괜찮아?”

며칠 전의 일이다. 우연히 살인귀를 만나 죽임을 당한 것은.

그 날 만난 살인귀가 그녀였다니, 전혀 몰랐다. 죽음에 괘념치 않게 된 탓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미 그 날의 일을 어느 정도 잊고 있었기 때문에──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도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는 우리 학교의 교복도 아니었고, 학교에서도 만난 적이 없어서 그때가 첫 만남이었으니──몰라도 어쩔 수가 없다고.

어쩐지, 가슴을 뚫린 순간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방심했다.

“둔감.”

순간이지만 잠시 속내가 얼굴로 드러났기 때문일까. 그녀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챈듯했다. 화가 난 듯한 얼굴이다. 조금 위험할지도.

이제는 마술사와 접촉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믿음에 무신경해졌나 보다.

역시 좀 더 주의를 갖고 생활하는 편이 좋았다.

이게 다 편안한 생활에 찌든 탓이야.

고개를 숙여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는 오렌지 주스의 스트로크를 입에 물었다. 조심스럽게 시선만을 올려 소녀의 동태를 확인한다.

여전히 평온한 듯한, 여유로운 모습이다.

아마도 자신이 우위에 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반박할 수는 없지만, 나름 이때를 위한 대비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있으니 문제는 없겠지.

하아──

작게 한숨짓는 그녀의 모습이 지금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아니, 그런데 어째서 그쪽이 한숨을 내쉬는 거냐.

일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묻는다.

“그래서, 나에게 무슨 용무라도?”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지만, 꼭 그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니 묻도록 하지.

아키는 말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한동안 응시하고는 찻잔을 들어 카페모카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 정적에 감도는 긴장감에 내심 불안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 묻는 거야, 하고 말하는 듯한 기분에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다.

어쩌면, 대낮부터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버릴지도.

“문제를 일으켜서 말이야.”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로 운을 뗀 그녀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가깝고 조용한 한국에서 근신 중이거든. 그래서 말인데, 나는 한시라도 돌아가고 싶거든.”

예전에도 그랬듯, 한마디로 그녀는 내가 지니고 있는 물건을 원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 우연하게 얻은 그 마도구를.

“네가 어디서 그런 물건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네게는 과분한 물건이 아니야? 내가 보기엔 넌 마술사가 아닌 듯한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성이 다분한 말투다. 타인의 생각은 고려치도 않은 정론의 대화. 올바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수긍할 수도 없는 일반론의 이야기.

네가 일반론으로 들먹이면 나도 일반론으로 대응할 수밖에.

“그렇다면, 당신은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가나.”

처음부터 쉽게 내주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지, 아키는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렇긴 해도, 이렇게 되물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라, 잠시 고민한다.

“음, 그렇네.”

작게 흘러나오는 수긍의 대답. 이내 “그래도” 하고 말을 잇는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잖아. 마술사는 마도구의 관리와 보관의 의무도 겸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재보에 가까운 마도구라면 더더욱.”

그건 표면상의 얘기겠지. 그리 말하면서 이면에서는 힘을 비축하는 실세고, 그 중에 위험한 마도구를 엄금하기는커녕 평범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 사용하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그러니, 이것은 쉽게 넘겨줄 수는 없다.

“물론 나는 마술사도 아닌 평범한 인간이니, 갖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게 보이겠지만…… 마술사가 갖고 있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데.”

“어째서? 마도사라고 해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위험하지 않아?”

마술사와는 동류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볼 수 없는 존재─마도사.

일반인이, 마술사도 아닌 존재가, 마도구를 사용하여 마술을 발현하는 존재를 일컫는다.

그래, 나는 마술사는 아니지만 마도사이긴 하지. 그러니 일반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너희들의 눈에는 어린애가 위험한 물건을 만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

예나 지금이나 마술사와의 논쟁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

“그래,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야. 그렇다고 나는 이걸 그냥 넘겨줄 생각이 없어.”

“그럼, 힘으로라도 빼앗을 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반드시 죽거나……죽겠지.”

“산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음── 없을 거라 생각해.”

사람의 목숨을 대체 뭐로 보는 거냐. 저번에도 살인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단숨에 가슴을 꿰뚫어버리지를 않나.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냐?

천재란 작자들은 뇌구조가 비상하다던데, 역시 그런 것 같다.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상한 여자를 만나버렸네, 하고 중얼거리며 작게 한숨 쉰다.

하는 수 없지, 하고 찻잔을 들어 시원스레 들이키는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내건다.

“그럼, 나와 내기하지 않을래? 만약 네가 이긴다면 불만 없이 얌전히 넘겨주도록 할게.”

“들어보고 결정할게.”

의외라는 듯한, 아키는 조금 흥미가 동했는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것이 커피를 다 마신 후의 여운인지 살인을 하지 못해 유감스러운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역시 살인의 방법을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내가 갖고 있는 마도구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조건.”

나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난제를 그녀에게 제공한다. 그럼 결국엔 그녀도 어쩌지 못하고 포기하고야 말겠지. 간단한 얘기다.

뭐, 아키가 유능해서 진짜로 알아낸다면 그땐 상황을 봐서 도망가야 하려나.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은 꽤나 귀중한 것이야. 그러니 마도구의 연원이나 얽힌 사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마술사라면 한번쯤 들어도 보았던 것일 거야.”

아키는 여기까지 이해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기회는 오로지 한번. 마도구의 진명을 맞춘다면 네게 넘기도록 할게.”

ㄴ자로 팔을 만들어 고민한 아키는 이내 결심 한듯 “응”하고 소리 내었다.

“좋아. 이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어차피 마도구를 얻게 되면 여러 가지로 조사해봐야 할 것 같고.”

“그럼, 기한은── 그렇지. 이번 여름방학 때까지로 정할까. 그 정도면 괜찮겠어?”

“충분해. 아니, 일주일이라도 알아낼 자신이 있어.”

“지금부터 시작이야. 그러니, 열심히 해보라구.”

상대의 의욕을 자극하는 말이지만, 상관은 없겠지. 조금 골려주고 싶기도 했고.

“호오, 그렇게 나오기야?”

그리 싫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아키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무슨 의미인가 했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맞잡는다.

“앞으로 잘 부탁해.”

순간이지만 아키가 짓는 미소가 아름답기도 하면서, 조금 두렵기도 했다.

주로 중요한 협약은 문서화해 기록하는 것이 마술사의 일반적인 행동이건만, 이 소녀는 이것으로 충분하나 보다. 마술사에게 신뢰 같은 믿지 못할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되는데──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

여름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8월의 중순경, 적이 만들어낸 함정에 빠져 위험에 처한 나는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에서 몸을 숨기게 되었다.

아무리 마술에 재능이 있다고 하지만, 경험부족인 자신이 적의 꾐에 넘어가리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앞으로는 주의에 주의를 두자고 마음 깊이 다짐하였다.

그리 생각하자면 좋은 경험을 한 셈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몸을 숨기고 있는 현재에도 몇몇 마술사가 흔적을 맡고 따라붙는 실상이라 근래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는 도중, 우연히 마술을 목격한 일반인을 죽였다.

같은 학교의 교복으로 보이는 남학생을.

마술사라도 무분별한 살인은 극히 제한이 되어 있지만, 판단 하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그때, 그 상대를 평범한 사람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단번에 손을 휘둘러 가슴을 뚫어버렸다.

그동안의 실수는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점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오로지 감각에 집중하여 행동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상대가 일반인이 아닌, 특수한 감각에 이끌려 움직인 결과였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처음과 달리 마술사가 아니었다. 회피는 물론이고 도망조차 하지 못한 그는, 놀라워하는 눈과 가슴을 꿰뚫은 손에 대한 경외에 가까운 표정을 보였다.

그것은, 보통의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죽음의 두려움 따위는 지니지 않은, 달관한 얼굴. 마치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것에 놀라며 황급히 손을 뽑아내자, 사람을 이루는 생명의 근원으로 물든 손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당황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선다.

먼젓번의 마술사와 일행이라면, 이리 쉽게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었던 것이다. 존재를 숨기고 확실히 노리는 것이 습격자의 수단. 그런데 모습을 드러내며 이미 각오한 듯한 얼굴은, 숨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였다.

그 후, 소년은 이쪽에 시선을 주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한동안의 정적. 목숨을 대가로 위험한 마술이라도 벌이려는가 싶었는데, 무척이나 김빠지는 모습이다.

작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놀랬잖아, 하고 일반인을 상대로 겁을 먹었다는 자책을 투덜거림으로 승화시킨다. 가볍게 시체를 한번 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 관계없는 일반인을 죽이고서 꽤나 무신경한 소리와 행동이었으나, 마술사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한마디로, 제각각 나름의 사정이란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를 찾은 후에야 “미안해.” 하고 명복이나 빌어준다. 분풀이마저 한 주제에.

일단 마술사의 시체는 불로 태워버리고, 소년의 시체도 없애버릴까 하다 그만두었다. 흔적을 지우는 것은 마술사의 본분이긴 하지만, 되도록 일반인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다. 괜스레 행방불명이라도 되었다간 이쪽까지 간격을 좁혀오는 번거로움을 맞이하게 되니까.

그렇다고 시체로 발견되면 이쪽에 영향이 없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그렇다.

마술의 흔적을 일반인이 본다고 한들 알아낼 수 있을 리 없고, 미확인 해결이라는 것은 이런 때를 위해 존재하니까.

나는 그대로 소년을 내버려둔 채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다시는 만나지 않게 될 소년의 마지막 얼굴을 보고서─.

다음날 나는 소년을 만났다.

가슴의 상처는 온데간데없는 멀쩡한 모습의 소년을.

당시 나는 무척이나 놀란 얼굴을 보였지만,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스쳐지나갔다. 분명 이쪽에 시선을 준 것을 보았는데도, 얼굴하나 바꾸지 않았다.

의문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이 무언가 실수를 한 것일까? 그때 마술은 제대로 발현되었던 걸까? 그럼 어떤 마술이었지?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뭐야? 모든 것이 알 수가 없다.

이제 나는 저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하지.

그 후로, 은밀한 행동이 시작되었다. 몰래 그의 뒤를 밟는가 하면, 교내에서 항상 주의를 기울여 행동─상당한 심력을 소모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한 주 정도 상황을 지켜본 결과, 그는 별다른 행동하나 없었다. 마치 자신과 나 사이에는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소년의 이름은 이신후로, 학생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따분하다고 평할 수 있겠다.

항상 혼자 있는 것으로 보아 친구는 없는 듯했으며, 주요 일과는 산책과 길거리 동물에 먹이를 주는 것이다.

공원에 앉아 먹이를 주고 나서 넋 놓고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은 잘 어울려서 조금 감탄이 나온다. 자세히 보면 꽤 준수한 얼굴이라 잘 빼입으면 지나가는 사람 몇 명은 시선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나 지금 스토킹 하는 거잖아.

갑자기 처량해지는 신세에 한탄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서 지켜본 노력의 성과라고 해야 할까. 나는 우연히 목격할 수 있었다. 신호를 위반한 과속차량이 그를 치고 지나간 것이다.

꺄아아아아악──!

면전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에 낮게 신음을 흘렸다. 사람이 죽는 거야 수두룩하게 경험했다지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놀랐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거리의 모든 이들이 놀라 걸음을 멈추었을 정도다. 어떤 심약한 사람은 아직까지도 비명을 지르고, 누구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두려고 하고 있다.

이 사태가 종결되려면 꽤 시간이 걸리리라.

“후우─”

조금 허탈한 듯한 한숨소리. 정도를 모르는 운전자로 인해 고민거리가 사라져서 기쁜 것은 당연한데, 지금껏 고생했던 게 보답 받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 끝맺음이다.

그러한들 이미 죽은 것을 어쩌겠나. 설령 마술사라고 한들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들이받히면 그냥 끝인걸. 마술사라고 만능은 아니라고~?

그래, 마술사도 엄연한 인간. 선택받았다고 해도 인간에 지나지 않다.

그런데, 그는 어째서 그 날 죽지 않았던 것일까. 내 손은 분명 그의 가슴을 꿰뚫고, 그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어라, 갑자기 주변이 조용하다.

시간이 흐른 지도 몇 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동차도 모두 움직이고 있고, 사람들도 제갈 길을 가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지?

“으으, 아파, 아파 죽겠어.”

일주일간 뒤를 밟으며 몇 번 들은 목소리. 다시는 들려서는 안 될 음성이 세상에 나오고 있다. 놀란 눈으로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확인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실체를 밝혀주겠어.

“오늘도 화려하게 저질러주네…….”

무척이나 괴로운 듯한 말을 흘리며, 다시 인도로 몸을 이끈 그는 신기하게도 꽤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옷 군데군데는 해지거나 찢겨졌다.

“역시 이건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니까……. 대체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달리는 거람.”

몸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체크하듯 어깨를 잡은 채 팔을 움직이고는,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이 어이가 없다.

발동도 없이 어떤 조건에 맞춰 발현되는 규격외의 마술이라도 되는 걸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살아있는 자체가 신기하다.

몸의 점검을 마치고 옷의 먼지를 털어낸 그는 그제야 겁이 났는지 몸을 웅크려 부들부들 떨었다.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멀쩡하더라도 차에 치이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죽지 않을 것을 알고는 있지만,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의 뇌구조 같은 거랄까, 지금의 상황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내 그가 차도를 향해 한껏 소리치는 말에, 나는 그 생각이 바보 같았다고 느낀다.

“신호 정도는 지키란 말이야!”

사고 낸 차량은 이미 지나간 후라 소용없는─피살자 주제에 조금 덜떨어진 소리가 아닌가 싶긴 하다만, 속 시원한 분풀이는 되었는지 그대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긴다. 방금 치인 주제에 꽤 활발하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고작 그 정도로? 나라면 운전자를 잡아다 고문해도 시원찮을 정도인데 말이지.

그 뒤로도 나는 그의 뒤를 밟았다.

평소와 같이 길을 거니는 점은 똑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엉망진창인 모습에 반해 사람의 시선이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낮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초저녁에 피범벅의 소년이 거리를 거니는데도 관심조차 없었다.

인식을 전환시킴으로서 없는 것처럼 보이는 마술도 있긴 하였으나, 뭔가 언짢은 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생각지 못한, 무엇인가 숨겨져 있다고 느꼈다.

조심스럽게 계속 뒤를 밟아 그가 머무는 자그마한 원룸아파트까지 다다랐다. 그때까지도 상대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으나, 이제는 망설이지 않을 수 있다.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금지된 마술, 또 다른 하나는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재보(財寶).

이중 가장 유력한 것은 후자의 경우. 전자의 경우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금지된 마술답게 크나큰 후유증이 뒤따르므로, 개개인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맞서야 할 때다.

상대가 어떤 재보를 지니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숨죽여 있는 것은 성미에 맞지도 않는데다 직적 부딪혀 겪는 것이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죽음을 역전시킬 정도라면 상당히 귀한 것으로 생각되기에 조심해야 할 것 같지만, 그때의 승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값지리라.

???

기본적으로 마력을 사용하여 마술을 구현하는 자를 마술사라고 칭한다.

마도사 또한 마력을 사용하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꽤나 얘기가 다르다.

어떤 점에서 비교를 할 수 있느냐 하면, 마술사는 스스로가 마력의 자재식인 셈인 반면에ㅡ마도사는 직접적으로 자재식을 짤 수가 없다.

마도구를 사용하여 마술을 구현할 수밖에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만이라면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마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구현할 수 있는 마술은 극히 제한적이다.

예를 든다면, 공격과 방어의 마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마술사에 반해, 단 하나의 마술밖에 사용 못하는 반쪽짜리 마술사라고 한다면 알겠는가?

더군다나 그것이 꼭 공격이나 마법이라고 볼 수조차 없다. 단순히 빛을 발하는 정도의 기본 중의 기초밖에 구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마도구라는 것은 귀중한 것이 있으면 하잘 것 없는 분류로 극명히 갈리는 셈이다.

그래도 간과하지 못하고 여전히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는가 하면, 물건을 매개로 하는 것은 마술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마술조차 발현하지 못하던 시대로, 일반인이 우연히 재보를 얻어 전장의 영웅이 되거나 국가의 왕이 된 전례가 있다.

가끔 역사서에 나오기도 하니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마도사라는 것은 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자들이나 다름없지만─정확히는 구분 짓기 위한, 마술사의 파생으로 태어난 어원이다. 정말이지, 마술사란 단어에 대한 자긍심하나만은 높이살만 하다.

그런 자긍심 높은 분들이 어째서 일반인의 마술까지 빼앗으려드는가, 그것은 마도구가 기본적으로 마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도구라도 어떤 사람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활용성이 달라지는 법. 일류 요리사와 삼류 요리사가 쓰는 칼이 같다하여 그 결과물까지 동일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도사라는 명칭은 있으나 마나인 모양이다. 어째서 마술사에서 파생된 연유도 나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나는 마술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인으로 태어난 시점에서 이미 정해진 운명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술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마술을 배우려고 하지? 굳이 마술 따위 없다하여 생활에 문제되는 것 하나 없는데. 마술사의 뇌구조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내가 지니고 있는 마도구를 넘겨주어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갖고 싶어서 얻은 것도 아니거니와, 나에게 있다고 한들 빛이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하다. 무의식적으로나마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만약 이것이 악용된다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두려울 정도다──

아키와 내기를 걸고 헤어진 뒤의 나는, 공원에 갈 생각조차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원룸아파트에 도착해 그대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엎어진다. 오래간만에 긴장했더니 피곤해진 모양이다.

그대로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성미가 급하다. 느긋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간다.

“네, 나가요.”

시끄러운 소리를 먼저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문부터 열고 본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지만, 무방비해도 너무 무신경하다.

“늦어.”

갑작스러운 방문자는 현관 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 나를 맞이했다. 고작 단 한마디로 톡 쏘아 붙인 아키는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듯하다.

“여기는 어떻게?”

나른한 얼굴로 의문스러움을 표현하자, 대답도 않고서 근처에 놓인 빨간색의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를 막은 내 몸을 가볍게 미는데 정신이 없어서인지 쉽게 비켜주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문을 닫고─잠그지는 않는다─침실 겸 거실인 방으로 뒤따라 들어선다.

“흠, 사람이 사는 공간치곤 단조롭네.”

간단한 평가를 내린 아키는 캐리어를 적당한 곳에 놓고는 단 하나뿐인 침대에 드러눕는다. 뭐랄까, 굉장히 털털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다 큰 처자가 남자의 침대에 눕다니……조금 이쪽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집 주인이 얼떨떨해지는 상황에, 침대 옆 바닥에 자리 잡고 앉는다. 아키는 곧 이쪽에 얼굴을 비추더니, “앞으로 잘 부탁해.”하고 다시금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여기에 머무르겠다는 소리 같은데.

“어째서 이곳에 찾아온 거야.”

“내기했잖아.”

점점 알 수없는 소리. 그런 생각을 표정에서 읽었는지 아키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내기를 한 이상,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되지 않겠어? 그래야 어떤 물건인지 파악 할 수 있을 거 아냐. 하지만 걱정 마 나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아직 초면이나 마찬가지인데 참 대범하다. 덮쳐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작게 한숨을 쉬며 이제 될 대로 되라, 하고 생각한다.

???

불쾌한 감각보다는 좋은 느낌 같다. 어루만지는 감촉이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상냥한 느낌이다.

“악취미.”

시계로 들어온 광경에 무심결에 그런 소리를 흘렸다. 몸 위에 올라탄 소녀─하마노 아키는 어젯밤 자신만의 공간에 침입한 불청객으로, 침대를 불법점거까지 했다. 때문에 바닥에서 자고 있었는데───눈을 뜨니 이 모양 이 꼴이다.

“미안, 깨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나 원해? 남자의 몸을 뒤적여볼 정도로?”

딱히 나쁜 감정이 있어 질책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엇이 아키를 이토록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원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마도구에서도 재보라 불리는 것은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으니까. 아니, 마술사에게 있어 그것만큼 귀중한 것도 없겠지.”

직설적이라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시원해서 좋았다.

“이……가슴의 상처는 어디서 얻은 거야?”

심장의 상흔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묻는다.

“내 손에 꿰뚫리고, 차에 치이고도 살아남은 주제에, 이곳만큼은 흔적이 남아있네. 무언가 날카로운 물건에 베인 듯한……”

단서라도 될까하여 묻는 것인지,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못 말할 것도 아니라서 대답한다.

“어릴 적의 상처일 뿐이야.”

“그건 재보를 얻기 전?”

“흠── 어떨까. 그건 스스로 알아보도록 해.”

힌트가 될 만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자, 아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정보를 제공하면 내기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이건 그런 내기란 말이야. 그러니 그런 표정 짓는다 해도 말해주지 않아.

그나저나 자고 있는 사이에 이렇게 남의 몸을 뒤지다니 명백히 협정 위반이다. 비록 힘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조금 골려주자는 생각으로 비아냥거리며 말한다.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내 위에 앉아 있을 셈이야. 무거운데.”

“바, 바보! 누가 무겁다고 하는 거야!”

역시나 아키는 미끼를 여지없이 물어, 예상대로의 결과를 보였다. 여자라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꽤 알기 쉽다.

그런데 말이지, 제발 몸 위에서 난동피우지마. 점점 숨쉬기 힘들어진다구.

“무, 무거운 건…… 그래. 이 가슴이란 말이야. 키는 안자라면서 여기에만 성장이 몰려서는──움직이기도 불편하지, 옷 입는데 거슬리지, 가끔 옷을 잘못사면 숨쉬기도 답답하단 말이야! 네가 그런 고통을 알아!?”

아키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반론을 펼쳤지만, 역시 임기응변으로 대답한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여자로서 크기가 조금 다르다고─아니, 정정하지 꽤 차이난다 해서 몸무게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어째서 내가 그런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애당초 그런 거에 신경 쓰이면 그 자랑인 마술로 어떻게 해보란 말이다. 그러니, 내 위에서 가슴을 쓰다듬는 파렴치한 짓은 그만둬!

이래봬도 나도 엄연히 남자야.

그러니, 그것을 조금 인식하고 여자답게 남자의 몸을 함부로 더듬거나, 위에 올라서거나 하는 짓은 삼가줘. 덧붙여, 다른 여성에게는 절대 그런 소리 하지 말아라. 하고 충고해주고 싶다.

어찌됐든, 나는 지금 다른 의미로 죽겠다.

하아, 내가 어째서 이런 여자와 내기를 한 걸까──

심히 한탄스럽고,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내기의 도중이라고는 해도, 학교는 제대로 나가는 것이 올바르다. 아키는 학업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나는 엄연히 일반인이기에 학교를 제대로 졸업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마술사와 관계를 끊고 싶은 나는 사회에 나가 평범히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마술사와 내기를 건 것은 크나큰 착오가 아닌가 싶지만, 이미 지난 일 어찌하리. 사실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깊은 한숨과 함께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아키는 아침부터 목욕 중이었는데, 밥을 차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식모도 아니건만, 그리 해줄 의리는 없는 것이다.

먼저 나가버릴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보조키는 전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기다린다. 그런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드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건 여태까지 아키의 행보 때문이겠지.

침대에 앉아 기다리던 나는,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욕실 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고 만다.

아니나 다를까, 아키는 속옷차림으로──나오지 않았다. 다행이긴 한데, 그런데, 조금 유감스럽기도 하다.

이것엔 이성보다는 본능이 작용했으므로, 그냥 간과하기로 하자.

그래도, 와이셔츠에 치마는─학교에 갈 것이니 교복을 입은 것 같은데, 얇은 차림이라서 보기 꺼려진다.

젖은 머리카락하며, 매끈한 다리에, 조금 거리가 있는데도 전해져오는 체향은 남성에게 있어서 너무 매혹적이었다.

“아, 개운해.”

정말 개운한 얼굴이라 나마저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워, 너무 더워.”

“나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만? 그리고 내 체감 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해.”

“난 여름이 제일 싫어. 비 많이 내리지, 덥지, 방에는 습기 차서 싫지, 땀나지. 무엇보다──벌레들이 많단 말이야.”

벌레를 싫어하는지, 아키는 마지막에 가서 몸서리치며 불쾌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적 앞에서 자신의 약점을 이리 쉽게 드러내다니, 꽤 허술한 데가 있었다.

이내, 아키는 검은 스타킹을 캐리어에서 꺼내고는 눈앞에서 신어보였다.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더우면서 그것까지 착의하는 의도가 뭐야?”

“음? 이래봬도, 나 여자라구? 피부라던가, 남들의 시선 정도는 신경 쓴단 말이야.”

그렇다면 행동부터 신경 써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엉뚱한 곳에서 조신하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네가 하지 마라.

“그래.”

“뭐야, 그 얼굴은. 불만이라도 있어?”

얼굴에 살짝 감정이 드러나자, 아키가 그걸 또 놓치지 않고 붙잡는다. 이럴 때는 귀신같이 매섭다.

“자, 여기. 일단은 너도 여기 머물게 됐으니까, 스페어 키.”

“어라, 날 믿는 거야? 그런 걸 나에게 맡겨도 돼?”

“뭐, 여긴 훔쳐갈 것도 없으니 상관없어.”

“흐응──”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의심스럽다는 듯 노려본다.

“왜 그러는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당혹스럽게 묻자,

“아니, 여기에는 없다는 걸 쉽게 알려주기에. 그건 집에 없다고 믿게 만들려는 계략?”

아키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면서 이쪽의 의도를 캐려는 듯 힐끗하고 바라보며 흘리듯 말해왔다. 그런 의문이라면 사실대로 못 말할 것도 없다.

“딱히, 숨길 것도 없어. 믿든 말든 그건 네 자유야.”

“그럼 집안을 뒤져봐도 된다는 소리?”

“이미 몸도 뒤져봤으면서 무슨 허락이 필요해?”

한 번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대답하자, 아키는 놀란 눈을 하더니 피식, 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그러네, 바보 같아.”

그 해맑은 웃음에 자신이 어려지는 것 같아서, 떨떨하게 볼을 긁적였다.

여자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아키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이 소녀에게 휘둘리고 다니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한국의 학교는 따분하다. 동아리 활동도 없고, 축제도 변변치 못하다. 마치 학생은 공부만을 위한 것처럼 학교에서는 학생이 즐길만한 거리가 전혀 없다.

그래서일까, 근래에 생긴 일은 조금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국에 온 이래로 가장 재미있었다고 할 수 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자신을 뒤쫓아 온 마술사의 일행으로 판단해 우연히 죽여버린 소년이, 사실은 재보라 불릴 만큼 대단한 마도구를 지녔으며, 상당히 흥미를 끄는 짓을 해준다는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 만났을 당시, 자신을 기억조차 못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그냥 죽여 버릴까, 하고 생각도 했으나──그의 대담함에 조금 감탄했다.

마도구가 아니면 하잘것없는 일반인 주제에 마술사인 내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내기를 제안하는 그의 모습은 맘에 들었다.

어쩌면 가슴 한편에서는 그가 믿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마지막까지 안 된다면 힘으로 빼앗을 수밖에.

솔직히, 차분하게 용태를 지켜보다가 마술을 행하려는 시점에 마도구를 빼앗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다. 그냥 힘으로 협박해서 불게 만드는 방법도 있고 말이지.

하지만 나는 분명 그를 죽였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조우했던 그 시점에서 망설임 없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가 지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떠한 마도구를 지녔다 한들 살아날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인간은 죽은 시점에서 그대로 끝이니까.

육신이라는 연결점이 있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타인에 의해 발현되는 마술이다. 결코, 회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 그러니 동시에 그것을 가능케 한 마도구는 위험할 것이다.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접촉하는 것은 용기보다는 무식함이 더 앞선다.

그러던 차에 소년이 내건 내기는 알맞았다.

무엇보다, 이상하게 뒤틀려있는 그의 존재가 호기심을 부르기도 했지만, 그건 부가적인 요소랄까.

때문에 천천히 곁에서 살펴보기로 정해, 다짜고짜 그의 집에 쳐들어가 동거를 결정지었다. 그가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내가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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