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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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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마왕? 마왕!
글쓴이: 로드
작성일: 12-07-30 02:05 조회: 2,016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하늘은 검고도 투명한 빛을 띠고 있었다. 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낮도 아니었다. 블레라티안의 하늘은 언제나 늘 이런 색이었다.

별도 구름도 이 하늘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비나 눈은 내리곤 했다. 그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밝혀낸 자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블레라티안에 경사스러운 날이 있으면 내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지금도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고로 나는 역대 마왕들 중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아멜루아 정복을! 동서의 나약하고 멍청한 두 마왕보다 앞서서 반드시 해내겠다고, 여기서, 지금, 그대들에게 선언한다!”

빗속을 뚫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높고 커다란 단상 위에 서 있는 작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소녀는 붉은 색을 띈 머리칼을 바닥에 끌릴 만큼 길게 기르고 있었다. 나이는 아무리 많게 쳐줘도 10살은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 보인다. 허나 목소리에 담긴 기백은 그 나이대의 소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호응하듯 수많은 목소리가 환호성을 지른다. 단상 앞으로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해 있는 자들이 내지른 함성이었다.

그들은 수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고 수만큼이나 그 모습도 다양했다. 인간의 형상을 한 자, 인간의 형상이면서도 등에 새의 날개를 단 자, 인간의 머리대신 짐승의 머리 혹은 파충류의 머리를 한 자, 꼬리가 달린 자, 다리나 팔, 머리가 여러 개 인 자 등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그 끝이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단 하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머리에 뿔이 솟아나있다는 점이다. 한 개에서 네 개까지의 뿔이.

그러나 그 뿔의 형태와 색에는 차이가 있다. 가장 앞쪽에 서있는 자들의 뿔은 크고 두꺼웠으며 어두운 색을 띄고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뿔은 조금씩 작고 빈약해졌고 색도 밝아졌다. 맨 뒤에 선 자들은 뿔이 있는 지 없는 지 찾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단상에 서 있는 소녀에게도 뿔이 존재했다. 도열해 있는 자들 중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새까맣고 커다란 두 개의 뿔로 관자놀이 부근에서 솟아나 아래로 둥글게 말리며 하늘로 우뚝 솟아있었다.

“문을 열겠다! 다들 준비하도록!”

소녀가 양손바닥을 가슴 앞에서 마주했다. 그런데 도열해 있던 자들 중 한명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마주했던 손을 내리며 소녀가 물었다.

“왜 그러느냐?”

“화장실 좀 가도 됩니까?”

순간 소녀의 얼굴이 종이 구겨지듯 구겨졌다. 아멜루아 침공을 눈앞에 둔 이 역사적인 순간에 화장실이라니. 만 번을 쳐 죽여도 모자란 놈이다. 하지만 소녀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낼 수 있었다.

“……다녀와라. 또 급한 자가 있으면 다녀오도록 해라.”

허락이 떨어지자 참고 있던 자들이 많았는지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소녀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녀는 이들을 세워놓고 무려 10시간이 넘는 어마어마한 연설을 펼쳤던 것이다.

“다시 문을 열겠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라!”

화장실에 갔던 자들이 모두 돌아오고 인원점검이 끝나자 소녀는 다시 손바닥을 마주했다.

뿔에서 검은 빛이 세차게 뿜어져 나와 손바닥 사이로 흘러들었다. 손바닥을 떼자 빛들이 뭉치더니 작은 구의 형태로 모습이 바뀐다. 소녀는 만들어진 구를 손바닥으로 살짝 밀어 앞으로 날렸다. 일정거리를 날아간 구가 허공에 멈추었다.

구가 검은 빛을 뿜어내며 단숨에 부풀어 오른다. 처음에는 위 아래로 길어지고 다음에는 좌우로 넓어졌다. 이윽고 구는 평면의 거대한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이것이 문. 마족들의 세상인 블레라티안에서 인간들의 세상인 아멜루아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들어가는 자가 아무도 없다. 지켜보던 소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거냐? 설마 겁을 먹은 것이냐?”

그러자 아까 손을 들었던 자가 다시 손을 드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가 험악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아멜루아 침공은 마왕님이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이 관례인 것으로 압니다.”

그 말에 소녀, 마왕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나, 나도 알고 있다! 너희들이 제대로 알고 있나 확인하기 위하여 일부러 연기를 한 것이다!”

“…….”

변명해보지만 마왕을 쳐다보는 자들은 누구 하나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그럼 이제 내가 먼저 문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그대들은 나의 뒤를 따르도록 해라!”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급해진 마왕은 재빨리 공중에 몸을 띄웠다. 그리고 아무런 주저도 없이 문으로 날아가 몸을 던졌다. 문 안에는 새하얀 색으로 이루어진 터널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왕은 더욱 빠른 속도로 그 속을 날았다.

이변이 일어난 건 다음 순간이었다.

“!!”

느닷없이 날아온 충격이 마왕을 한 차례 후려치며 밀어냈다. 마왕의 몸이 공중에서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두 번째, 세 번째 충격이 계속해 날아왔다. 하지만 모르고 있던 처음에만 당했지 이후의 충격들은 마왕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마왕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는 날아가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터널의 끝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그곳을 통과하자 눈부신 빛이 쏟아졌고 마왕은 잠시 눈을 뜨지 못했다.

이내 빛에 적응해 주변을 살핀다. 그러자 수많은 무리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단번에 그들이 인간이란 족속임을 이해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전부 인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많아 보이는 게 인간이기에 전부 인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왕은 그들이 하고 있는 복장이나 손에 들고 있는 도구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공중에서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이쪽으로 빛을 쏘아내고 있는 물체가 거슬렸다.

“이렇게나 많이 나와 나를 환영해주다니 참으로 송구스럽구나. 너희들 중에 한 명에게 내 손에 가장 처음으로 죽을 영광을 주겠다. 아무나 나오도록 해라.”

천천히 땅에 내려선 마왕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인간들에게 고했다.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걸어왔다. 짜증이 역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의 젊은 남자였다.

“오, 너냐? 좋다.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보내…….”

“꼬마야.”

남자가 마왕의 말을 잘랐다. 마왕은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다 곧 몸을 부르르 떨었다.

“……꼬마라고? 지금 마왕인 내게 꼬마라고 한…….”

“닥쳐, 꼬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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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말이 잘렸다. 그것도 인간에게. 분노로 입에 거품을 물려하는 마왕에게 남자가 말했다.

“말귀를 잘 알아먹는 걸 보니 언어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아마. 지금부터 요점만 말할 테니 귓구멍 후비고 잘 들어라. 현재 너는 차원이동마법을 통해 저쪽 블레라티안에서 이쪽 아멜루아로 넘어온 상태다. 하지만 차원이동마법 같은 고난이도의 마법을 너 같은 어린 꼬마가 혼자서 사용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혹시 저쪽에서 너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는 거냐?”

“하, 도움? 마왕인 내게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냐? 얕보지 마라! 이 정도 마법은 나 혼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마왕은 가슴을 내밀고 자신 있게 외쳤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 혼자 차원이동마법을 사용했다는 소리로군. 그것도 라이센스 없이 불법으로 말이야.”

“불법이라고? 웃기지 마라! 너희 인간들이 정한 규칙을 마족인 내가 왜 따라야 하지?”

“어겼으니까.”

기가 찬 마왕이 따지고 들자 남자는 간결하게 대답 후,

“분명 우리는 오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는데 너는 무시하고 건너왔잖아? 고로 우리는 네가 여기서 겪게 될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그렇게 불만 있는 표정 지어도 별 수 없어. 네가 하필 이곳으로 그것도 여기로 오지만 않았어도 나는 여기서 이렇게 일 개월이 넘는 야근 끝에 얻은 휴일에 집에 가서 잠도 못 자고 나와서 너의 상판을 볼 일이 없었을 테니까.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유치장에 처넣고 싶지만 꼬마라고 해도 여자니까 최대한 예의를 갖춰주는 거다. 일단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질문은?”

속사포 같은 기세로 단숨에 말을 쏟아냈다. 덕분에 마왕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말이 너무 빨랐던 탓에 반의 반도 알아듣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왕은 곧 깨달았다. 자신이 이 인간의 말대로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능히 그럴 수 있는 힘이 존재했다. 마왕이란 칭호는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블레라티안에 사는 마족들 가운데 가장 강한 세 명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마왕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말하느라 수고했다. 특별히 넌 내가 최대한 고통을 겪으며 죽게 해주마.”

마왕의 뿔에서 검은 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압도적인 마력에 놀란 인간들이 거리를 벌렸다. 마왕은 한쪽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사라져라!”

소리 없는 광대한 폭발이 소녀와 남자의 주위로 일어났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찌를 듯 피어오르고 잠시 뒤 걷혔을 때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왕이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그만 몰라보고 마왕님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모,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남자가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마왕이 한쪽 발을 내밀었다.

“핥아라.”

“예, 예!”

개와도 같이 남자가 먼지로 더러운 구두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마왕은 그 모습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까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참으로 비굴했다. 남자가 한쪽을 다 핥자 마왕은 다른 쪽 구두도 핥게 했다. 그러는 사이 인간들의 군대가 나타났다. 하지만 마왕의 간단한 손짓에 모조리 쓸려나가며 죽음을 맞이했다.

“겨우 이것밖에 안되느냐! 더 덤비도록 해라! 나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인간들의 시체와 파괴된 무기가 한데 섞인 잔해 위를 날아가며 마왕이 외쳤다. 그러나 살아남은 인간들은 그 누구도 마왕에게 덤빌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마왕은 최강이며 무적이었다. 이렇게 되어야만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냐?!”

놀란 얼굴로 마왕이 외쳤다. 어찌된 영문인지 마법을 쓰기 위해 모은 마력들이 자기 멋대로 모두 흩어지고 있다. 아무리 해도 모이지가 않는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너의 마력패턴을 실시간으로 해석해 강제 분산하고 있다. 마법을 쓰려 해봤자 헛수고야.”

남자가 마왕의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마왕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인간 따위가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냐?”

“인간을 얕보지 마라, 꼬마. 우리들은 드래곤과 신족들마저 초월해 이 세계를 정복했다. 마족이라고 별 반 다른지 아냐?”

“마, 말도 안 돼!!”

마왕은 난생 처음으로 더없는 위기감을 느꼈다. 설마 인간들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수치스럽더라도 지금은 일단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두고 보자 인간들! 다음에는 이리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외쳐준 마왕은 바로 몸을 돌려 문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분명 있어야할 문이 어디 갔는지 없었다.

“무, 문이 없잖아?!”

“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었어. 네가 넘어왔을 때 이미 차원이동마법은 봉쇄되었으니까. 순순히 체포되도록.”

경악하는 마왕의 손목에 남자가 수갑을 채웠다. 마왕의 얼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1

마법관리부.

마법과 관련되는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부서이다. 이원익은 그곳에서 현장에서 마법에 의해 벌어진 사건을 처리하는 수많은 팀 중 하나의 팀장이었다. 종족은 인간이고 올해 나이는 52. 인간의 평균 수명이 200살에 달한 지금 세상에서 52살은 어린 축에 속한다. 옛날과 비교하자면 26살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부서의 한 팀에서 팀장을 하고 있다는 건 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새벽에 불법 차원이동마법으로 이 세계로 넘어온 한 마족 소녀를 체포해 취조실에서 한창 조사서를 작성 중이었다.

“이름은?”

“…….”

“이름이 뭐냐고?”

“인간 따위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

마왕이 당돌하게 외쳤다. 원익이 피식 웃었다.

“그럼 김꼬마라고 적어두지.”

“누, 누가 그런 이름을!”

“알려줄 이름은 없다며? 그래서 내 맘대로 적었다, 꼬마야.”

“꼬마꼬마거리지 마라! 나는 꼬마가 아니라 마왕이란 말이다!”

“마왕이 뭔데?”

“위대한 마족들의 왕이다!!”

“어이쿠, 그러셨어요? 왕이셨어요? 마족들은 왕을 어린 애로 뽑나봐? 그럼 김마왕.”

원익은 비아냥거리며 키보드를 두들겨 이름을 김마왕으로 고쳐 넣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마왕에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나이는?”

“인간 따위에게 알려줄 나이는 없다!”

“그럼 또 내 맘대로 써야겠군. 열 살. 성별은 여자. 맞지?”

“네 눈은 가죽이 모자라 뚫었느냐!”

“미안하군. 처음엔 여자로 확신했는데 가슴이 없다보니 남자로 의심이 갔다.”

“가슴 따위 거치적거리기만 하는 물건이다!”

“꼭 없는 것들이 그렇게 말하지.”

“큭!”

분한 표정으로 마왕이 입술을 깨물었다. 원익의 손가락은 계속해 키보드를 두들겼다.

“주소는 다른 세계에서 왔으니 없고…… 여기로 넘어온 이유는? 또 인간에게 알려줄 수 없다느니 딴 소리 하면 한 달 동안 한 번도 갈아입지 않은 이 양말을 그 작은 입에 쑤셔 넣어주겠다.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꼬마라고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원익이 자신의 양말을 벗어 손에 들었다. 떨어져 있는데도 참기 힘든 끔찍한 냄새가 마왕의 코를 찔러왔다.

“마, 마왕에게 인간 따위의 협박이 통할 줄 알면 오산이다…….”

마왕은 애써 태연한 척 했으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원익이 양말을 든 손을 뻗으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놀라 외친다.

“세, 세계 정복이다! 아멜루아를 정복하러 왔다!”

“뭐? 세계정복? “그렇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드시 아멜루아의 모든 것을 내 발 아래 둘 것이다!”

“이런 미…….”

너무나도 당당한 마왕의 말에 원익은 저절로 튀어나오려는 욕을 집어삼켰다.

“세계 정복이 무슨 애들 장난인지 아나. 완전 정신이 나갔군.”

원익은 혀를 차며 조사서에 세계정복이라고 쓰고 뒤에 짤막하게 정신감정을 요한다고 해두었다. 그걸로 조사서는 끝을 맺게 되었다. 그는 메일로 조사서를 부장에게 보냈다.

“자 그럼 있다가 다시 보지.”

“어, 어딜 가느냐! 날 어서 블레라티안으로 돌려보내다오!”

나가려는 원익을 마왕이 붙잡았다.

“돌려보내달라고?”

“그래! 언제까지 이런 곳에 놔둘 셈이냐! 날 돌려보내준다면 네가 원하는 걸 해주마!”

“뭘 해줄 수 있는데?”

원익이 흥미 있는 태도를 보이자 마왕이 씩 웃었다.

“난 마왕이다! 내가 못하는 건 없다!”

“그럼 돈도 줄 수 있냐?”

“돈? 그게 뭐냐?”

마왕이 눈을 끔벅이며 반문한다. 돈이 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이었다. 원익은 가볍게 혀를 찼다.

“블레라티안에는 돈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냐? 돈도 모르다니 어이가 없군.”

“깔보지 마라! 돈이 뭔지 가르쳐만 주면 구해올 수 있다!”

“돈이 뭐냐면 재물 같은 거다. 설마 재물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 보석 같은 거구나? 그 정도는 별거 아니다!”

“별거 아니면 지금 줘봐.”

그러자 마왕이 우물쭈물 거렸다.

“지금은 좀 곤란하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너 그러면서 뭐든 다 주겠다고 나한테 떠벌린 거냐?”

“아니다! 돌아가면 줄 수 있다! 돈을 받고 싶으면 어서 날 돌려보내줘라!”

“거참… 뭘 믿고 널 돌려보내? 가서 안 오면 그만인데 내가 약먹었냐? 시간만 낭비했군.”

흥미를 잃은 원익은 바로 취조실을 나가버렸다. 마왕이 뭐라 할 새도 없었다.

“이 인간 놈 두고 보자!”

마왕의 피맺힌 절규가 취조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취조실을 나온 원익은 곧 바로 부장실로 향했다. 조사서를 보냈긴 하지만 사건현장에 있던 책임자로서 보고를 올려야 한다. 마법관리부 건물의 가장 최상층에 있는 부장실 앞에 도착한 그는 두 번 노크했다.

“원익만 들어오도록.”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원익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자신만 돌아오라니. 그럼 다른 사람은 전부 가란 소리인가? 그냥 가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 오기가 더 귀찮았기에 그는 문고리를 돌렸다.

“오, 원익 씨! 마침 부르려고 하는 참이었는데 잘 들어왔어.”

부장실로 들어가자 책상 위의 컴퓨터에서 시선을 돌린 금발 여성이 등에 달린 하얀 날개를 세차게 퍼덕이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가 날개를 퍼덕일 적마다 떨어져나간 깃털들이 방 안 전체에 휘날렸는데 옷과 머리에 달라붙는 것이 민폐가 따로 없었다.

허나 원익은 물론이고 누구도 그녀에게 뭐라고 하기 힘들었다. 척 보기에도 등의 날개가 인간이 아닌 이 여성이 바로 마법관리부 사건담당부서의 부장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500살이 넘는 천사족으로 지금껏 결혼 한번 하지 못한 노처녀이기도 했다. 젊고 유능한 원익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사건담당부서 내에 쫙 퍼져있었다.

그녀로 인해 곤란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원익으로서는 일만 아니라면 가급적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다.

“어머, 어머. 미안해 원익 씨. 내가 요즘 깃털갈이 중이거든.”

부장이 웃으며 말했지만 원익은 깃털이 입에 들어갈 것 같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부장이 손가락으로 부장실 한편의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바람이 불더니 휘날리던 깃털들이 모조리 쓰레기통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깃털이 사라지자 그제야 원익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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