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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lem Mystical creature High school (문제 영물 고등학교)
글쓴이: 남실
작성일: 12-07-29 20:50 조회: 1,957 추천: 0 비추천: 0

0.

국어 시간에 배운 '설상가상'의 뜻을 생각해보자면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 라는, 불행한 일에 한 번 더 불행한 일이 겹친다는 그런 속뜻을 담고 있다. 뜬금없이 웬 사자성어 드립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번 겨울은 정말 춥게 느껴졌고 내 옆의 여자 때문에 불행이 앞으로 다가온걸 느꼈기 때문에 지금 내 상황이 정말 설상가상이다.


"그럼 슬슬 이동하겠습니다."


여자의 섬뜩한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잠시 동안 적막. 그리고 잠시 뒤. 진동하는 핸드폰이 적막을 깼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스피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아들! 잘 지내고 있어? 아빠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예전엔 1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아버지 목소리에도 별로 반갑지 않아 시큰둥했지만 이번엔 격하게 반가워 길 잃은 아이 목소리를 내버렸다.


"응! 그래! 아빠! 지금 어떤 이상한 여자가 날 다짜고짜 어디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날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하는 무표정의 '이상한' 여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말은 저에게 좀 실례가 아닐는지요."


지금 보니 정장차림의 반듯한 여성이다. 정말 실례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하는데 핸드폰 너머로 아버지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아들. 그 '이상한' 사람이 아빠친구란다? 뭐, 그건 됐고. 아들, 잘 들어. 아빠가 말이야 카드 그림을 맞추는 어른들의 진정한 비즈니스를 하다가 그만 세잎클로버를 네잎클로버로 봐버렸단다. 그러니까……]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미안. 너 팔렸다.]


천륜을 가볍게 져버리는 무책임한 말에 분노가 용솟음 쳤다.

"뭐야아아아아아아!? 지금 장난쳐!? 내가 팔렸다고? 당신 설마 또 도박하다가 털린 거야!?"


[헤헷♡ 들켰네.]


"자랑스럽냐!!"


흥분한 나를 진정시키려는지 아버지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 진정하고 들어. 아버지는 네가 아오지탄광에 끌려가든 새우잡이 배에 끌려가든 항상 기억할거란다. 그니까 힘내라. 아버지가 항상 지켜볼 테니까.]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 뭘 폼 잡고 있어!! 당신 잡히면 죽인다! 죽일 거야!"


[아들!? 처, 천륜을 져버릴 셈이냐!]


"당신이 그런 고귀한 단어 쓸 자격이나 있어!? 내가 지금 당장……"


뚝……!

옆에 있던 '이상한' 여자가 핸드폰을 멋대로 끊어버렸다.


"가시지요."


"자, 잠깐! 잠깐만요! 설마 아버지 때문에 제가 그쪽이랑 같이 어디론가 가야된다고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정확히는 정부 기관입니다. 일종의 소년원이라고 보시면 되죠."


"거절하면요? 아니! 전 절대로 안갈 거예요!"

아버지의 희생양이 되라고? 흥! 절대 안 간다! 철벽처럼 버티고 버텨서…….


여자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등을 돌리며 말했다.


"거절하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 이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장기적출을……."


"닥치고 가겠습니다!!!!!"



◇ ◇ ◇

1.

웃기고 있어…….


"뭐하십니까? 어서 타시지요."


"저, 정말 여기에?"


"왜 그렇게 차 처음 보는 사람처럼 놀라십니까?


차는 항상 지겹게 봐왔지만 그것도 차 나름이지. 차가 잘빠진 리무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어째서 귀족 대접? 나 지금 빚 때문에 어디론가 팔려가는 입장 아니야? 내가 극진한 대접에 망설이자 참다못한 '이상한' 여자가 손목을 끌어당겨 강제로 승차시켰다. 차 안을 둘러본다. 유리 상자에 배치되어 알록달록 맛있어 보이는 빛을 발하는 음료수, 아기자기한 모양의 과자들…… 역시…… V. I. P 대접이잖아?


"저기? 제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질문 좀 할게요? 이 상황은 대체 뭐죠?"


"무엇이 말입니까?"


"그…… 생각보다 저를 험하게 다루지 않아서 말이에요?"


내 어이없는 발언에 응답이라도 하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이상한' 여자가 투박해 보이는 개줄을 꺼냈다.


"혹시 M이십니까? 원하신다면 목에 개줄이라도 걸어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쳇."


아쉬워!?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당신은 영물에 대해 얼마나 들어보셨습니까?"


영물?


"고양이, 용?"


"비슷합니다. 어느 정도 영물에 대해 알고 있는듯하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당신이 가는 곳은 P. M. H입니다."


"……퍼펙트 맨 하렘?"


"아닙니다, 약자를 멋대로 풀지 마시죠. 변태 마조히스트씨."


뒤의 말이 신경 쓰여 반박하려했지만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터널이라도 들어왔나?


"Problem Mysical creature Highschool."


다시 시야가 밝아졌다. 창문을 본 순간 놀라움에 입이 떡 벌어졌다. 분명 방금까지 도심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거대한 숲이 펼쳐져있었다. 이것은 마치…… 그, 그래! 아마존 우림! 맙소사…… 서울 한복판에 저런 숲이 있었단 말이야?


"문제 영물 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


"이제 당신은 P. M. H의 학생으로서 이곳의 문제가 있는 영물들과 함께 지내게 될 겁니다."


"영물? 말도 안 돼! 것보다 어째서 내가 이 학교에 입학해야 되는데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정치가냐! 갑자기 차문이 열리고 누군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나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문을 닫으며 '이상한' 여자가 경례를 했다.


"그럼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 ◇ ◇


안녕하세요, 한성현입니다. 저는 험난한 빵셔틀 세계에서도 살아남았었고 도망이란 얄짤없는 야간 자율 학습시간에서도 살아남았었습니다. 저는 오늘 오지중의 오지로 뽑히는 P. M. H 뭐시기 학교의 정글에서 살아남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는 개뿔!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먹는 생존왕이든 지나가던 잉여 행인1이든 괜찮으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


마음껏 절규했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찢을 기세로 매섭게 불어왔고 극심한 배고픔이 다리에 힘을 뺐다. 더 이상 이동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됐기에 추위를 조금이라도 줄일 생각으로 근처 나무에 등을 기댔다.


바스락바스락……!

방금까지만 해도 생물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울정도로 고요했던 숲속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달에 비친 그림자를 봤을 때,


"!"


온몸이 전율했다. 거대한 곰의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느님 맙소사…… 어떻게 해야 되지?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죽도록 달려야하나? 아니면 죽은 척 해야 되나? 그, 그래! 역시 곰을 만났을 땐 죽은 척이 최고지! '시청자 여러분! 곰을 만났을 땐 절대 죽은척해선 안돼요. 왜냐면 죽거든요.'라는 생존왕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눈을 감고 숨까지 참았다.


콕콕……!

뭔가가 등을 찔렀다. 왔다! 왔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음의 공포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무기체의 경지에 올랐을 때쯤 곰이 말했다.


"일어나! 여기서 자면 큰일인데…… 감기 걸리면 아픈데."


아니, 사람인가보다. 눈을 떴다.


"오, 일어났다!"


아니, 사람이 아니다. 그럼 곰인가? 아니, 그것도 아니다. 뭐지? 음…… 차분히 다시 정리하는 거다. 음, 일단 내 앞의 여자애가 입고 있는 건 교복…… 이 학교의 학생이겠고. 바람직한 몸매…… 아름답게 찰랑이는 은빛 머리카락…… 손에 들고 있는 대나무를 제외하면 첫인상은 일단 좋다. 근데……


"왜 그렇게 날 뚫어져라봐?"


왜……


"우우…… 혹시 어디 아파?"


어째서……


"머리의 귀는 장식입니까?"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머리위에 달려있는 귀를 살짝 어루만져보더니,


"응? 귀는 잘 들리는데?"


그게 잘 들리면 안 돼!! 어째서 사람 머리에 검은색 곰귀 같은 게 붙어있는 거지!? 뇌리에 이상한 여자와의 대화가 강력하게 스쳐지나갔다.


<문제 영물 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럼 설마 이게 그 여자가 말한…… .


"영물?"


여자애가 귀를 귀엽게 쫑긋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 신기하게 보는걸 보니 낮에 도착했어야 되는 전학생이구나?"


"어? 응. 아마도 오늘 낮에 도착했어야 되는 한성현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보미라고 해!"


학교로 가면서 보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지금 내가 있는 학교의 이름은 통칭 P. M. H 고교. 전 세계의 문제아들을…… 아니, 문제 있는 영물들을 모아놓은 학교. 인간이 학교에 입학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제길…… 그 여자, 무슨 속셈으로 날 여기에 입학시킨 거야. 것보다 아까 리무진 탔을 때 이것저것 많이 주워 먹을걸 그랬다. 왜냐면 지금 엄청나게 배고프거든.


"보미야, 미안한데 뭐 먹을 거 가진 거 없어?"


"아차! 낮부터 지금까지 계속 헤맸다고 했지? 미안! 음 주머니에……."


보미가 조심스럽게 치마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굉장히 해맑은 표정으로 뭔가를 건넸다.


"헤헤,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둔 건데 너에게 특별히 줄께!"


당황스럽다. 이 소녀, 나에게 잡초를 건네고 있다. 가끔 TV에서 건강식으로 풀을 닥치는 대로 뜯어먹는 사람을 보긴 봤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이 아니거니와 배가 엄청나게 고픈데…… 더욱이 이상하게 생긴 풀은 먹기 싫다. 다른 건 없나?


"저……."


내가 입을 떼자마자 보미가 치마 주머니를 감싸며 뒷걸음질 쳤다.


"읏! 안돼! 더 줄 수 는 없어! 이건 내 비상식량이란 말이야! 인간이면서 의외로 욕심이 많네!"


그딴 거 트럭으로 가져다줘도 안 먹어.


"내가 풀을 못 먹어서…… 다른 건 없을까?"


"왜 이 맛있는걸 못 먹지?"


안 먹는 건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보미가 풀을 오물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근데 저 풀 설마……


"그거 설마 조릿대야?"


조릿대, 팬더가 먹는 대나무풀.


"응."


아아, 그렇군. 보미의 눈매가 살짝 검해서 스모키 화장이라도 했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녀석 팬더다. 왠지 아까부터 자기 키보다 큰 대나무를 가지고 다닌다 했지. 여기 학생들은 다 보미 같은 모습일까? 아니지, 뭘 설레고 있는 거야! 넌 빚 때문에 끌려온 거라고! 풀어지면 안 돼! 긴장을 놓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을 때 보미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세며 질문했다.


"아우우…… 혹시 C다음이 뭔지 알아?"


C? 설마 알파벳 물어보는 건가?


"A, B, C 할 때 그 C 말하는 거야?"


"응! 난 그 다음이 뭔지 모르겠어. 아니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너무 어려운걸 물었구나."


장난치는 건가?


"장난이야? 당연히 D잖아?"


갑자기 보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 역시 장난이었나!? 대답하지 말고 그냥 웃으면서 넘어 갔어야 되는 건가!? 여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 '파헤쳐보자! 알 수 없는 여자의 속마음!'을 열 번이나 읽은 내가 간단한 농담조차 파악 못했다니!!


"D…… D라고……."


"미, 미안! 그런 농담일……."


파직……!

보미가 움켜진 대나무가 통쾌한 파열음을 내며 반으로 분쇄됐다. 으악!? 지저스 크라이스트!! 엄청나게 열 받았구나!! 보미가 눈을 번뜩이며 섬광을 뿜었다.


"D라고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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