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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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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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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세계정복 아가씨
글쓴이: 페페
작성일: 12-07-28 22:08 조회: 1,919 추천: 0 비추천: 0


#000

주위는 칠흑.
언제였는지, 무슨 일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오래되어서일지도 모르고, 다른 기억에 덮어씌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혹은 꿈이었기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단지, 일말의 편린밖에 남지 않은 기억만이 뇌 내를 부유할 뿐이다.
“널 용서해주지 않을 거야. 무릎 꿇고 사과를 하던, 할복으로 용서를 빌던. 날 찾은 걸, 난 절대 용서 못해….”
무릎을 꿇고 있는 나를 그녀는 멱살을 잡아 끌어당긴다.
“네가 정말로 용서받고 싶다면, 나한테 산다는 희망을 줬으니까…!”
내 목 주위를 끌어 안 듯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금발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목소리로,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말하고 있었다.
“끝까지 날 찾아내. 그게 어디라도 몇 년이 지나더라도…, 난 기다릴 테니까.”
자신은 울지 않았다는 듯, 소매로 눈 주위를 문지른다.
아무리 울먹인다 해도, 아무리 눈물을 보인다 해도.
이것으로 이제 그녀는 울지 않은 것이다.
“이제 네게 저주를 걸 거야. 날 찾아내지 못하면 너도 죽어. 잘 봐… 한번 밖에 해주지 않을 테니까…!”
난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아니 그 외의 행위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 목 앞의 넥타이를 부여잡아 이끈다.
난 아무런 저항 없이 그 힘에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가볍게 입을 포갠다.
단지 마주할 뿐인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입을 떼고, 그녀는 부르짖었다.
“제발 날 구해줘…!!”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너무나도 애절하게.
…말했다.


#001

“어, 어라…?”
나도 모르게 속이 빈 소리가 새어나온다.
“역시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네.”
“…예?”
무심코 존댓말을 흘렸지만 앞에 있는 소녀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어린 소녀였다.
그리고 그 소녀는 나를 일방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이게 무슨…!”
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양 손목에서 귀를 울리는 금속끼리 맞붙는 파찰음을 느꼈으니까.
음,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말하더라?
경찰들이 들고 다니면서, 범죄자를 구속해두는…….
아아, 분명 ‘수갑’이라는 이름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엔 ‘이게 왜 이런 곳에?’하는 생각만이 들 다름이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이런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어야할 이유가…….
있다.
단 한 가지, 확실히 있다고.
놀라지 말라고, 나.
아마 내 추측이 맞다한다면.
…난 납치당했다.
“…….”
뭐야, 도대체 뭐냐고. 이 완전 B급 영화 같은 전개는…!
납치와 몸값 요구라는 시추에이션인가?
아니, 이런 건 분명 여자나, 어린아이가 납치당해야하는 법이 아니냐고!
아아, 그래.
이건 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하지 않은가.
여긴 꿈속의 세계고, 이건 상상일 뿐인 픽션이다.
내 정신세계가 이상하니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한다던가, 기껏해야 초등학생인 어린애를 생각하는 로리콘이라던가 그런 말을 들어도 좋다, 이거다.
고작 그런 건 여기서 나간 후에 잔뜩 해주겠다, 이거다.
우선 난 여기서 나가야한다.
“저, 저기요?”
“……?”
초등학생정도의 작은 소녀는 의문을 표했다.
그도 그렇겠지.
처음 보는 사람이 혼자서 잔뜩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고 있다. 아무리 이게 꿈이라고 해도,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렇게 이 세계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난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 좀 때려주시겠어요?”
“………………………….”
소녀는 비하를 넘어서, 가득담은 시선으로 내 마음을 후벼 파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객관적으로 본다면 처음 보는 소녀에게 때려달라고 부탁하는 소년이 여기 있었다.
…뭐, 나지만.
아프다.
내 마음….
게임으로 치자면 지금껏 애써 쌓아올린 호감도가 단번에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현실.
세이브한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 따윈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역시 호감도도 없을 테고, 난 지금 주먹을 맞고 꿈을 깨고 돌아가면 된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다.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혹시 마조?”
소녀는 반말로 내게 물었다.
아니 그런 사소한 문제는 아무래도 좋다.
애초에 처음도 반말을 했었으니까. 거기다 내 정신도 방금 들은 말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난 절대 마조가 아니야. 단지 꿈에서 깨고 싶을 뿐.”
그래서 단언했다.
하지만, 역시 꿈 안의 소녀가 꿈이란 건 알지 못하는 지 재차 익숙한 의문을 표했다.
“…뭐, 그래. 그 정도야 이 몸이 해주지.”
손으로 때리는 건 별로 안 아플 것 같으니까, 하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작게 중얼거리더니 근처에 있던 채찍을 들었다.
어째서 여기에 저런 기이한 모양의 고문에나 사용할 법한 채찍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건 꿈이니까 상관없겠지.
거기다, 맞으면 장난 아니게 아플 것 같다는 정도의 생각은 했지만 그런 것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걸로 깰 게 분명하니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초연히 있는 그대로 난, 무자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휘둘러진 채찍이 정면으로 직격했다.
“……으아.”
어째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이걸로….
어, 어라?
뭔가 이상하다.
왜 깨지 않은 거지? 충격이 약한가? 아니, 그럴 리가…!
그대로 난 눈치 챘다.
이게 꿈일 리가 없다는 걸…!
“정말로…, 납치?”
작게 중얼거린다.
“그래. 내가 널 데려왔어.”
마치 내 중얼거림에 대답이라도 하듯,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왜…?”
난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확실히 넌 별로 돈도 없고, 잘생기지도 않았어. 그래도 말이야…….”
잠깐, 말을 끊었다.
어째서 하필 그런 부분에서 말을 끊는 거야?
그건 마치.
……고백 같아 보이잖아?
이런 데에서.
이렇게 납치 구속되어 있는 곳에서…?
“내가 처음 보는 녀석을 왜 이런 숨은 곳까지 데리고 온 거라고 생각해?”
“…….”
어이어이, 잠깐 stop!
그런 말을 하면 위험하다고!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남자라는 동물은 원래 이성에 관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제발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오해할 소지가 있는 말 같은 건…….
“오해가 아니야. 그건 정말이니까.”
“…무, 무, 무슨 소리인 거야?”
이봐, 이봐, 이봐…!
왜 나한테 천천히 다가오는 거냐.
어째서 초등학생 정도인 주제에 그렇게 뇌쇄적인 표정을 짓고 한발자국씩 계속 다가오는 거냐고!
위험을 느꼈다.
너무나도 위험해보여서 육체적으로는 도망가지 못했지만, 분명 정신적으로는 몇 발자국 후퇴했을 게 분명하다.
“처음 널 봤을 때, 너인 줄 알았어. 난 바로 너라는 걸 알 수 있었지. 무슨 말인지 알아?”
“모른다. 모른다고. 난 그런 거 몰라…!”
“왜 날 피하려는 거야?”
“피, 피한 적 없어!”
의자에 구속되어 도망가지도 못한 채, 도리질만을 연신 해댔다.
“아니, 넌 피했어.”
그녀는 단언했다.
난 그 확답에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사이 가까이 온 그녀는 내 턱 가에 살포시 그 작은 손으로 밀었다.
뒤는 허공.
지지대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결국, 그대로 넘어지는 것 외의 행위는 내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만, 역시 stop!!
아니, 스펠링이 이게 맞나? 스탑이니, 그대로 stap일지도 모르지만 고작해야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조용히 해.”
그대로 내 말을 단번에 묵살했다.
의자채로 넘어가, 먼지가 가득 덮인 딱딱한 지면과 맞닿는다.
그녀는 그런 결심은 할 필요 없을 정도의 시간으로 재빨리 내 가슴팍에 앉아, 생각보다 훨씬 가벼운 그 몸을 내 안면 쪽으로 구부려 점차 상복부를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나와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나를 구류시키는 구속물 들은 이미 필요 없게 되어버린 지 오래다. 서로 직시하는 것만으로 더 이상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걸, 이미 내 몸은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관능적인 자세로 계속해서 내게 한발자국씩 발걸음을 옮긴다.

─그대로 그녀는 아직도 한손으로 내 가슴팍을 누른 채, 덮치려는 자세로…….


#002

…내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넌 내 집사다.”
“……………에?”
예상치도 못한 말에, 나도 모르게 처음보다 훨씬 바보 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니, 그도 그렇잖아? 귀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면 분명 집사, 어쩌고 했다고. 애초에 그런 말을 들었으면 평범하게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는 게 당연하잖아.
“어, 어…?”
“그래, 알아듣겠어? 그게 내게 반항한 대가야.”
난 어디까지나 정말로? 라는 식의 어투였지만, 그걸 그녀는 납득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아니, 그 외에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그런 식으로 반응했다. 대충 그 정도의 문제일 것이다.
“자, 잠깐만 내가 뭐…….”
앞에 내민 A4용지 크기의 종이에 막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거 알고 있겠지? 아니 모른다고 해도 좋아. 어차피 기억나게 하면 되니까.”
“아, 그건….”
평소에 즐겨하는 온라인 게임의 화면을 인쇄한 사진이었다.
“어제 말이야? 내가 정말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고. 이 몸을 초등학생이라고 부르던 똥개 자식이 있었단 말이다?”
분명 그랬던 것도 같은, 데……?
재차 번복하더니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들어올린다.
“그런데 어머나 이럴 수가, 우연히도 그 빌어먹을 똥개가 내 앞에 있는 게 아닌가?”
“이건 어떻게 봐도 우연이 아니잖아!”
난 무심코 태클을 걸고 말았다.
하지만, 고작해야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계속 말한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차곡차곡 끊어서 말한 그 말은 나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아니, 그보다 너 초등학생이 아니야…?”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정말 아무런 생각도 않고, 그만 무심코.
“하, 아하, …아하하하?”
작게 웃는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끔찍한 다른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역시 내 옆에 두고 평생 괴롭혀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네….”
“에? 잠깐 방금 뭐라고…….”
방금 들으면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아, 그래. 여긴 원래 그런 곳이니까, 잠깐 손 좀 봐줘야 할 필요가 있겠어. 응. 역시 그렇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거기다 손가락이 향한 방의 한쪽 편에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공재갈, 채찍, 안대, 목손, 족갑, 삼각대, 쇠사슬, 끈, 촛농………………………………….
그 외에도 수도 없이 많지만, 아무래도 내 지식수준으로는 거기까지밖에 말하지 못했다.
거기다 그녀가 한동안 중얼거리는 독백과 같은 시간이 끝나고, 아까 들었던 채찍을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깐만요, 아가씨.”
도대체 언제? 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 정도로 다 잡힌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가 내 의자 뒤에 서있었다.
…아니, 정정.
내 뒤에 있던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 모습은 누구하나 아니리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틀에 박힌 메이드였다.
“아가씨.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아, 아우…. 그러니까…….”
당연하다는 듯 아가씨라 불린 금발의 여성은 당황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 살았다.
그렇게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한 이 장화는 신고, 하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채찍은 말가죽으로 만든 것이 훨씬 신축력이 좋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일종의 메이드라면 주인이 이상한 길에 빠질 때는 막아주라고!”
오자마자 무슨 말을 해대는 거냐고.
그 메이드 쪽을 보자….
“뭘 동태 썩은 눈깔로, 꼬나보십니까.”
그런 말을 듣자마자, 다시 고개를 원위치 시켰다.
아니, 그야 그렇잖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는데 계속 보고만 있을 수가 없잖아?
“이제 보니까 당신 바다에 사는 갯강구를 닮았습니다.”
“뭐야, 그 일반인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비유는?!”
갯강구라는 게 그거 아니야?
바닷가 돌에서 기어 다니는 벌레 같은 거.
웬만한 사람은 기억나지도 않는 이름이라고.
그보다 살려줘. 누군가 도와달라고.
날 집으로 좀 보내줘…!
“저기,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보내주십시오.”
“흥. 웃기는 소리 하지마라. 네 부모는 전부 미국에 있지 않느냐.”
“그, 그걸 어떻게?!”
이미 집의 신상 정보까지는 다 까발려진 모양이다.
“저기 갑자기 배가 아픕니다. 아무래도 급성 맹장염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아픈 표정으로 그렇게 말해보았다.
“그건 이미 중학교 2학년 때 학교가기 싫다고 꾀병부리다가 잘라내지 않았더냐.”
“……헐.”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것도 그게 꾀병이었다는 것까지!
“여기에 널 데려온 게 누군지 생각해봐라. 네 뒷조사정도는 다 끝났다.”
“…아.”
“우리나라 신상 털기 정보단에게 물어봤지.”
“갑자기 확 떨어진 것 같은데?!”
“그것도 단돈 3만원.”
“싸잖아!”
그게 한사람의 신상을 전부 볼 수 있는 큰돈인가?
내가 꾀병이란 것까지 알 수 있는…?
“뭐, 아무튼…!”
아까까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고, 방긋 웃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그건 불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위험한 얼굴이었다.
“우왓! 도대체 무슨!”
“첫 번째, 언제나 내겐 존댓말을 할 것.”
“자, 잠깐만 갑자기 그게 뭐야?”
“내가 널 키워주는 조건이다.”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했다.
키워줘?
방금, 분명 키워준다고?
“어이, 잠깐만 너 말이 너무……. 끄아아악!”
처음과 같이 내려찍어대는 채찍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두 번째, 날 아가씨라고 부르며 존대할 것.”
“아, 아가씨…?”
초등학생 아가씨인가?
“아파아아아아아앗!!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기분 나쁜 생각을 한 것 같아.”
……생각보다 훨씬 더 감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새로운 조건이 붙었다.
“세 번째, 내게 복종할 것.”
후, 좋아. 이번엔 맞지 않았어.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채찍이 동아줄이 내려오듯 떨어져왔다.
“어째서! 이번엔 아무것도 안했는데!”
“네 번째, 언제나 넌 똥개라는 것.”
“뭐야, 갑자기 확 떨어졌어어어어어왁!!”
그거 진짜 장난 아니게 아프다고!
“음, 다섯 번째는…….”
갑자기 막힌 듯 작게 혀를 차더니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데?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한 건, 인터넷상에서 초등학생이라고 한 것밖에 없잖아!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녀석을 초등학생이라고 부른 게 도대체 무슨 잘못이냐!!”
그만 말해버렸다….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내비치고 말았다.
…지금 내 상황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다만, 그래도 내 말로 인해서 마지막 다섯 번째는 쉽게 정해진 듯 했다.
“아아, 그래. 마지막, 다섯 번째. ……역시 너 같은 똥개는 그냥 죽어버려어어엇!!”
우왓, 잠깐. 이게 도대체 무슨…!
으아아아아아아악!
누가 됐든, 날 좀 살려줘!


#003

“…여기 서울 맞나요?”
난 무심코 그렇게 물었다.
“그럼 어디겠느냐.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지 말아라.”
그래. 보통은 그렇겠지만 말입니다.
“도대체 당신은 인구 밀집지역에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유럽식 대저택인가?
이게 도대체 몇 평이지?
처음 보면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크단 말입니다!
“시골 촌놈 같은 짓거리 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라. 덥단 말이다.”
“전 서울에만 살았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살았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서울 말고 다른 데에 사는 사람들이 무섭지 않습니까?!”
흥, 이라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담?
“그리고 더운 건 이 한여름에 당신 집의 대문에서부터 현관까지 걸어와서 그럽니다.”
그 정도로 넓다고요.
이상하게 생긴 분수대를 넘어서, 화사한 꽃밭을 가로질렀다. 무슨 영화의 귀족 영애가 사는 집처럼.
“조용히 안하느냐? 다시 삼각대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으냐?”
“…아뇨, 죄송합니다.”
힘이 없는 나는 사죄를 할 수밖에 없다.
“아가씨. 아까 찍은 사진이 있는데 보시렵니까?”
뒤에서 얌전히 따라오던 성격 나빠 보이는 메이드가 비싸 보이는 디지털 카메라를 내밀었다.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무조건 반사의 반응속도로 손을 뻗어 재빨리 회수.
“왜 그러십니까? 그렇게 간직하고 싶으신 거라면 커다란 액자로 보관해 드리렵니까?”
“…네가 그걸 정말 모르고 말했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 병원에 가보길 추천하마.”
몇 십 년 빨리 치매가 왔을 지도 모른다.
“설마 초상권 침해 같은 법률로 덤비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만약 이 사진이 법정에 간다면, 난 그날 당장에 저 창문으로 뛰어내릴 거다.”
그러면 전부 네 탓이다.
거기다 그건 이미 초상권 침해 같은 게 아니라, 납치 사건이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메모리 카드는 이미 복사가 끝났으니까요.”
“뭐? 벌써?”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안다. 성격 더러운 메이드.
“칭찬 고맙습니다.”
“잠깐만…, 난 생각만 했는데?”
“갯강구는 이 상황에선 그런 생각밖에 못하지요.”
갯강구의 생각까지 알 수 있다니, 도대체 무슨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걸까. 이 빌어먹을 메이드는.
“그건 그렇고 여기엔 몇 명이나 사는 거야?”
“저희 셋입니다.”
“…뭐?”
생각보다 너무 작은 숫자에, 그만 놀라고 말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지금까지 나처럼 잡혀온 사람은 없었어?”
“없습니다.”
“…왜?”
“왜, 라고 물으면 제가 뭐라고 대답해드려야 됩니까. 당신은 사람을 잡아오면 안 된다는 상식도 모릅니까?”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라.
“그럼 난 왜 잡혀온 거야?”
“그야 아가씨께 욕을 했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까진 아무도 잡혀온 사람이 없어?”
“꽤나 상식이 모자라시군요.”
…….
나보고 어쩌라고.
“그보다 어서 샤워나 하시지요. 갯강구의 때가 집에 옮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가 샤워를 해야 하는 거냐.”
나도 어느 정도 자존심은 있다고.
“아니면 당신의 밤꽃 냄새 풍기는 정“아아아아악!”를 집에 흩뿌려 저희를 전부 임“끄아아아악!!” 시킬 생각이십니까?“
위험했다.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면 정말로 위험했다고, 그거!
제발 자제해!
“듣기 싫은 비명은 그만하시고, 어서 안에서 목욕이나 하시지요.”
“그러니까 그건 전부 네 탓…… 꾸륵. 으아, 꾸르윽!”
“꽤나 배가 아프신 모양이시군요.”
“웃기지 마, 왜 내 머리에서부터 양동이채 물을 들이붓는 거냐고! 아니, 그보다 그 양동이는 어디서 가지고 온 거야!”
거기다 방금 나도 모르게 낸 소리는 어디까지나 물을 먹는 소리였다고.
“자, 어서 들어가시기나 하시지요.”
난 그때 여자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발로 차인다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뭐야, 한번 입혀보곤 싶었는데, 그렇게 입으니 어엿한 집사 같지 않은가.”
뻔뻔하게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아가씨는 그렇게 말했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목욕하는 동안 옷을 연미복으로 바꿔버리는 거냐고요!”
한번 입혀보고 싶었다니, 그건 그냥 변덕일 뿐이지 않은가.
“어서 주세요.”
“내가 뭘 주면 되느냐? 아, 돈인가? 한 십억 정도 주면 되느냐?”
“입에서 억 소리가 나오게 해드리렵니까?!”
철면피다.
면도기로 긁어도 면도기가 먼저 고장나버릴 지도 모른다.
…그럴 리는 없지만.
“그러니까 어서 제 옷이나 돌려주세요!”
“아, 그 걸레 쪼가리를 말하는 건가? 유감이지만 이미 소각로에 버렸는데?”
“…도저히 그 표정은 유감이라는 표정이 아니에요! 거기다, 실수로 소각로에 던져 넣는 다는 게 말이 됩니까!”
유감이라기보다, 헛김서린 조소로 입의 한쪽이 밀려올라가 있었다.
“뭐, 어차피 앞으로 매일 입게 될 옷인데 그렇게 싫어하지 마라.”
“…우왓? 갑자기 이상한 기본옵션이 추가된 것 같은데요!”
“기분 탓이다.”
“아, 기분 탓이군요.”
아무래도 기분 탓이었던 모양이다.
“다행이에요. 제가 아가씨의 집사가 아닌 꿈을 꾸어버렸어요.”
“무서운 꿈을 꾸었구나.”
아가씨는 매일 만지는 것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아아아아요오오오!!!”
너무나도 당연하단 행동에, 나도 모르게 무심코 납득할 뻔했다.
“오~오! 좋은 리액션.”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멀리서 달관하지 마세요! 이게 누구 때문인데!”
“나.”
“너무 당당하잖아!”
제멋대로다.
제멋대로인 아가씨님이다.
“아무튼 그럼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뭐죠?”
“음, 그래…….”
제자리에 앉아서 양손을 꼬아 교양 있게 고심하더니, 알았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넌, 내 수청을 들어라.”
“예…?”
“멍청한 얼굴 짓기 대회라도 하는 게냐? 어서 그 기분 나쁜 표정 치우고, 귀를 열고 잘 들어라.”
아무래도 그런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보다 멍청한 얼굴 짓기 대회라니, 요즘엔 그런 것도 있는 건가?
“내 수청을 들라고 하지 않았느냐.”
“………………에엑?!”
태클을 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정말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아니, 그도 그렇잖아?
수청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뭘 그리 놀라는 거냐. 그 정도는 집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더냐?”
아뇨, 안 그렇습니다.
솔직히 집사란 직업도 실종된 걸로만 알고 있었다고.
“어서 내 게임 수청을 들라고 하지 않았더냐?”
“…….”
게임 수청이라니, 여기에 신조어가 태어나는 순간이다.
“……잠깐만요. 그 말 혹시 누가 가르쳐준 건가요.”
“음, 분명 메이드 1호.”
“역시 그 자식이냐아아아아아!!”
도대체 자기 아가씨한테 무슨 정보를 주입시키는 거냐.
아무리 주입식 교육이라지만, 그건 아니잖아.
“왜 그러십니까. 벌써 갯강구가 성욕을 참지 못하고 근처의 암컷에게 꼬리치려는 겁니까?”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정확한 타이밍에 방문을 벌컥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니, 저런 말을 하면서 들어오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 죄송, 저도 착각을. 갯강구에게 꼬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는데.”
“그것보다 자기 주인에게 그런 이상한 거 가르쳐주지 좀 말지?”
“이상하다니요? 설마 수청이라는 단어 말씀이십니까?”
말투는 공손하지만, 어디까지나 평소 언어에 있어서 취사선택이 잘못되어있다.
“그래.”
“역시 바다에 사는 갯강구는 바다에서 소금물만 먹고 자라서 그런지 아는 지식도 상당히 짜군요."
거봐, 저런 독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니까?
“수청은 높은 벼슬아치 밑에서 심부름을 하는 걸 뜻합니다. 아, 혹시 발정기에 다다른 갯강구는 다른 이상한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건가요? 정말, 이건 새로운 발견입니다.”
“…….”
…뭐야, 진짜야?
공부를 하지를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런 거 아니야? 변사또가 춘향이에게 할 때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한 꺼풀 벗고 나서다, 라는 표현을 가지고 키득거리는 나이라고는 해도 여기서는 자중해주시길 바랍니다.”
“……예. 죄송합니다.”
아무튼 모르는 나는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지식만 요구하는 빌어먹을 세상 같으니라고.
“자, 아무튼 정리가 됐으면 어서 날 따라와라. 다음 게임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어느새 하던 게임을 내팽개치고, 작은 체구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을 향하고 있었다.
“아, 네.”
그렇게 주섬주섬 아가씨를 따라 간 곳은, 정말 다름 아닌 게임의 방이었다.
정말 질릴 정도로 쌓여있는 게임팩.
거기다 전부 남성향 미소녀 게임.
“…헐.”
부자들의 지출은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먼지 위에 게임팩이 쌓인 건지, 게임팩 위에 먼지가 쌓인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답답하게 쌓여 있는 공간.
청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고 해도, 무심코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그런 장소였다.
…신기하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아닌데도.
“이봐, 그것들 움직이지 마라. 난 어디에 있는지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자꾸 흐트러뜨리지 마!”
이게 내가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아가씨가 하신 첫 말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우왓! 당장 발 치우지 못해? 어디서 내가 어떻게 구한 초판 프린세스 메이드 님을 밟고 있는 게냐! 그쪽 발도 치워! 이번에 새로 나온 아가씨님이 보고 계셔, 작가 친필 싸인 레어 한정판이다!”
아니, 정정.
아무래도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데에 사용할 기억 따위 낭비일 뿐일 텐데 말이다.
…정말 바보 같은 아가씨다.
“잠깐, 바보 같다니 무슨 소리야. 오히려 멍청한 건 그쪽이잖아?”
“예? 그야 그렇지만…. 자, 잠깐만요. 저 생각밖에 하지 않았는데…?”
“고작 그런 거야. 미연시 독서 위원장 편을 공략법 없이 통과하면 상대방 생각 따윈 알 수 있어!”
“그럴 리가 없잖아!!”
이번에도 타이밍 좋게 태클 걸었다.
존댓말을 안 쓴 건 무시.
“뭐야? 내 독서 위원장을 무시하는 거야? 매장시켜버린다?”
“무섭다고요! 거기다 애초에 제가 무시한 건, 독서 어쩌고가 아니라 당신의 말 자체에요!”
“독서 어쩌고가 아니라! 독서 위원장! 제대로 말 해. 원작자에게 실례야! 비오는 날 전봇대에 매달려서 죽음으로 그 죄를 갚아!”
아니, 안 되겠다.
이미 뼛속까지 곪아버린 골수 게임폐인 아가씨다.
그리고 무심코.
정말 무심코, 무언가를 밟고 말았다.
“…어, 라?”
무엇인가 파창, 하는 경쾌한 깨지는 소리.
바로 내 발을 보았다.
당연하지만, 게임팩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무심코가 아닌, 본능적으로 앞에 있는 아가씨를 보았다.
동물적인 감각의 위협, 정도로 표현해도 좋을 성 싶다.
“우, 우왓! 잠깐만요! 뭐, 뭡니까, 그 몽키 스패너는!”
“요즘 오랜만에 하니까, 재미있더라고? GuTA.”
입 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은 악독한 그 미소는 소악마를 연상케 했다.
“통칭 구타.”
“하나가 소문자인 데요! 거기다 분명 그렇게 읽는 게 아니었던 것 같은……. 으아아아악! 몽키 스패너 휘두르지 마세요오오오오옷!”
도망치다가 또 부러뜨려버리면 낭패라 최대한 조심해서 도망가고야 있지만, 상대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몽키 스패너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고, 이거!
“잠깐잠깐잠깐, 잠깐만요! 바닥에 다른 게임팩 다 깨진다고요!”
“어차피 그런 것들 몇 개든 다시 살 수 있어! 프리미엄 때문에 조금 비쌀 뿐이야!”
“다시 산다는 건 변함없잖아요! 그리고 그럴 거면 제가 깬 것도 용서해 주세요!”
“내가 깬 게 아니니까, 절대 용서 못해!”
그러니까 그게 기준이 이상하다고요오오!!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역시 그렇지?
“시끄러워! 지나가는 시민 녀석! 얌전히 맞아 죽어서 차를 넘겨어어어어어어엇!!”
“무섭잖아아아아아아악!!!”


#004

날씨는 언제나 변덕스럽다.
아까까지의 화창하던 날씨는 어느덧 쏟아진다, 라는 표현이 정말로 어울리는 날씨로 뒤바뀌었다.
오히려 퍼붓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한밤중의 커다란 방.
익숙하지 않을 정도로 큰 방은, 빗소리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정적도 잠시.
고급스러워 보이는 문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살며시 열리고, 거기엔 작은 체구의 소녀가 나이 대에 알맞은 곰 인형을 안고 서 있었다.
…랄까, 아가씨였다.
아까까지 날뛰었던, 분명 몽키…….
내게 남아있는 기억은 거기까지다.
그보다 뭐지, 몽키라니…?
원숭이인가? 오늘 손오공이라도 만나고 온 건가? 이내 생각할수록 머릿속의 한편이 지끈지끈 아파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
마치, 머리를 딱딱한 물체에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그럴 리가 없는데도.
“아가씨. 거기에 있으신 겁니까?”
중얼거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어디에서 비오는 날엔 소리가 멀리까지 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아가씨는 분명 내 말을 들었을 것이다.
“…….”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뭐지? 설마 관찰일기라도 쓰는 건가…?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초파리 관찰일기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에 재빨리 그 가능성은 지워버렸다.
아니, 가능성은 확실히 다분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니야.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번개가 지면의 어두움을 갈랐다.
수십 초 뒤에 이어진 거대한 소음.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와 함께 들리는 더욱 큰 새된 소리.
쿠당탕, 하고 성대하게 내 방안으로 미끄러지는 아가씨를 보고 말았다.
“아, 알고 있었느냐?”
“…네?”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거야, 당연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는 쪽이 신상에 이로울 듯 했다.
“아뇨. 전혀 눈치도 못 채서, 지금 깜짝 놀라던 참입니다.”
“그런 것치고는 별로 놀란 것처럼 보이지가 않는데?”
정곡이었다.
그렇다고 다시 봤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너, 너무 놀라서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거든요.”
“그, 그런 것이냐?”
오늘따라 변명이 잘 나오는 날인가보다.
아니, 상대가 저 아가씨기 때문에 순진하게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그런 건 제쳐두고.
“저기 그보다 아가씨가 이 심야에 이곳에는….”
“아, 아니. 그… 똥개가 잠을 자고 있는지도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일단은 난 널 기르는 주인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말은 하지만, 아무래도 실상은 달라보였다.
그보다, 난 언제 다시 똥개로 지위가 내려간 거지?
분명 집사, 라는 위치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런 건 하늘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무심한 천둥이 귀를 난도질하는 커다란 소리를 일구어냈다.
“……아아아아악!”
아가씨의 말이었다. 앞부분은 입으로 가려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말이 아닌 비명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분명 여기에 들어올 때도…….
그래서, 난 물어보았다.
“아가씨 혹시 번개를….”
무서워하십니까? 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아가씨는 즉답했다.
“무, 무, 무섭긴 누가 무서워한다는 거냐! 그런 썬더 블라스트 공격 따윈 내 스톤 콜드 공격이면 낙승이다!”
“…스톤 콜드는 레슬링 선수입니다! 스톤이 들어간다고 해서 돌 마법이 아니라고요!”
“흐극…….”
아무래도 진짜였던 모양이다.
…그보다 요즘 세상에 그런 레슬링 선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됐다! 테디만 있으면 난 혼자서도 잘 수 있다!”
흥, 하고 고개를 휙 꺾어 밖으로 나가려는 자세를 잡았다.
“저, 정말로 나갈 것이다! 나중에 무섭다고 울면서 매달려도 안 와줄 테니까!”
그러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문 쪽으로 옮겼다.
왠지 잡아달라는 인상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아, 잠깐만요. 아가씨.”
“왜, 왜 그러는 건가. 역시 혼자서는 무서운 것이냐?”
일순, 안면에 화색을 띄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서 말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장난기가 돋았다.
“아뇨. 가실 때 문을 닫고 가셔 달라고요.”
하하, 하고 작게 웃었다.
“…….”
아가씨는 에? 하고 잘 모르겠다는 양, 머릿속에서 한번 필터링을 거쳤다.
“그딴 것 네놈이 알아서 해라! 이 바보 똥개 자식이!!”
짜증난다는 얼굴로, 그대로 쾅하고 닫고 나가버렸다.
결국 닫지 않습니까….
어렴풋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내, 나도 움찔해버릴 정도로 큰 천둥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런가, 왠지 너무 장난을 친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 천둥 탓인지, 문 밖에서 놀란 작은 동물처럼 움직인 것 같았다.
아, 그래. 그런가….
난 일부러 옆방까지 들릴 정도로 목청을 높여 크게 말한다.
“아아, 무서워라. 오늘은 천둥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혼자서는 잠을 못잘 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교과서를 고전 시가를 읽는 듯한 딱딱한 말투였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적당히 한 사람만 속아주면 되니까.
난 뚜벅뚜벅 걸어서 방문을 열었다.
“그러니까 오늘만 이 미천한 똥개와 같이 주무셔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가씨?”
문을 연 직후 보인 건 테디를 꼭 껴안고 추위를 피하는 작은 동물처럼 몸을 웅크린 채 있는 아가씨의 모습이었다.
“…에. 어, 어떻게? 아니, 잠깐 이건…!”
당황한 표정은 한번쯤은 더 놀리고 싶을 법한 미소였지만, 안타깝게도 다시 그렇게 한다면 위험할지도 모르기에 관두기로 한다.
“예, 알고 있습니다. 주인의 말씀도 안 듣는 빌어먹을 똥개가 외롭게 죽어가는 걸 보지 못한다는 아가씨의 아름다운 마음씨를요.”
“아, 아니. 그게….”
“그게 아닌가요?”
“아, 응…. 그, 그래.”
작게 중얼거리며 끄덕였다.
온몸이 닭이라도 되려는 듯 이상한 살이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걸 애써 억누르고, 그런 연기를 해보였다.
거참, 나도 많이 변했구나….
“그러니까 오늘은 개 한 마리 살린다는 느낌으로 이 안에서 주무시고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난 작은 방 안을 가리켰다.
“어, 어쩔 수 없네. 이 바보 똥개는. 조, 좋아. 오늘은 내가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겠어.”
그렇게 거만한 말을 하지만, 표정만큼은 정말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를 내비치고 있었다.
방금 전 잠깐 화색이 돈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행복하게 웃어보였다.
정말이지, 나도 참 좋은 주인을 두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뻔했다.
“이불의 감촉이 별로 안 좋구나. 거기다, 자리가 너무 좁아.”
…물론, 이런 말만 안했다면.
뭡니까? 남자의 망상 깨뜨리기 게임이라도 하고 계신 겁니까? 아무리 게임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전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아, 안 되느니라!”
농담이었지만, 어울리지 않게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그것을 느낀 듯, 양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아니. 그,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바닥에서 자게 되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그런 건 주인으로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물론, 이런 순진한 점은 당연하지만 플러스 점수다.
“아, 아무튼! 조금 더 가까이 오너라.”
오늘따라 추우니까, 하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지만, 내겐 변명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예, 예.”
“…왠지 기분 나쁘구나. 생각으로 날 무시하기라도 했느냐?”
역시 이상한 부분에서만 감이 좋다.
설마, 그 이상한 설정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건가? 그 무슨 게임을 하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정도는 알 수 있다는…….
아니.
아니겠지.
…아마.
우리는 같은 침대 위에서 마주보고 누웠다.
거기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아가씨 때문에 서로의 몸이 가뜩이나 밀착된 상태다.
……그런데 어째서 내겐 아무런 이상한 생각도 들지 않는 걸까.
아마, 내 앞에 있는 소녀를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이겠지.
분명 겉모습은 그 정도의 나이대고.
성격 또한 그렇다.
그대로 우린, 잠에 들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무심코.
정말로 무심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왜 하필, 저인가요?”
고작 내가, 이런 곳에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하고.
“뭐라고 했느냐?”
“저 같은 게 여기에 있는 게 맞는 걸까요.”
아무리 집사라고 듣긴 하지만.
아무리 똥개라고 듣긴 하지만.
난 지금껏 그런 취급은 받은 적이 없다.
어느 정도 말만 조금 다를 뿐, 하나의 손님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 정도는 나도 눈치 챘다.
하지만.
하지만, 도대체 왜?
그것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너이기 때문에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가씨는 고작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말했다.
“알고 있느냐? 내가 널 이곳에 데리고 온 건, 고작 게임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래.
분명 그렇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까지 수도 없는 사람이 나와 같은 꼴을 당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가씨는.
그 메이드는, 이곳에 이런 식으로 온 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넌 너를 돌봐주는 부모가, 이곳에 없기 때문이지.”
“……예?”
난 무심코 속이 빈 소리를 냈다.
“그 아픔을 다른 사람이 별로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난 널 거두어 들였다.”
그렇다는 것은…….
“혹시 아가씨의 가족 분은…….”
“그래, 내가 말 안했던가? 나도 너처럼 부모가 해외에 나가있느니라.”
천장을 쳐다보는 모습 그대로, 아가씨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보다는 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가라앉은 목소리에, 무심코 이상한 것을 물었다는 걸 깨달았다.
“죄, 죄송…….”
“사과하지 말거라.”
내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사죄의 말을 당연하다는 듯 그대로 묵살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날카로워서 다른 생각의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엔 알 수 없는 감정이 숨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인가.
너무나도 안타까운.
그것은……….
“사과 받으면 다시 난 내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난 이제 괜찮다. 분명, 그거면 되는 거야.”
…다름 아닌, 슬픔.
자신의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억누르고 있다.
자신의 과거를 더 이상 치부하지 않으려하고 있다.
정말.
그렇지만…!
그건 자기를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자신을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단지, 그뿐인 것이다.
그런데, 분명 이건 단지, 그뿐인 이야기인데도.
어째서 이토록 안타까운 거냐.
가슴의 한쪽이 그만 미어져버릴 정도로.
“이제 더 이상 다른 이가 상처받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되지 않느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했다.
더 이상 다른 이가 상처받지 않는다.
그러니까 모두 괜찮다.
…그래.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곤 해도…!
다른 이들은 그럴지 몰라도…!
그건 한사람만큼은 아니지 않은가.
그녀 자신만큼은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를 믿어야할 자신조차,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게, 도대체 무슨 바보 같은 말이냐….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아가씨는.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겁니까.”
“내가, 나 같은 걸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녀는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아가씨는 자신 따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에 관한 걸 분명 나일 터인 내가,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건 이미 내가 아니야.”
도저히 언제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 대해 관심을 꺼버린 적이 있었다. 근처엔 물욕에 찌든 어른들만이 넘쳤기에, 자신은 스스로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니까, 난 더 이상 부모 같은 건… 믿지 않을 거야.”
…부모에게 버림당했다고 느꼈기에, 자신은 스스로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꼬여버린 것일까.
이 꼬일 대로 꼬인 빌어먹을 실타래의 발상지는 도대체 어디인가!
내 바로 눈앞에 있는 그녀는, 이곳에 있는데도.
바람에 짓이겨진, 초의 불꽃처럼 그토록 간단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최소한 한명정도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도 되지 않은 건가요…!”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너무나도 얽혀버린 실타래를 처음부터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발상지도 알지 못하는 해일을 막는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이런 나라도.
해일을 막아낼 수 없는 이런 나라도…!
그 해양위에서 그만 물에 빠져버린 사람을 도와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별로 도움이 되진 못하겠지만, 그녀 자신에게 다시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살게 발악하게 하는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해보는 것이 낫지 않은가.
가만히 방관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를 완전히 구해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단지, 그녀 자신에게 다시 희망을 주려는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바보 같은 저라도, …당신을 믿는 건 안 되는 건가요?”
“기껏해야, 집사주제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구나.”
그래.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얹혀살 뿐인 내가, 그런 것을 바라는 게 주제 넘는 짓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집사도 괜찮군.”
“…네?”
“좋다. 난 너를 믿겠다. 그 대신 너도, 날 믿어라. 알겠나?”
굳건하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지금의 난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말 간단하게 말하자.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단어만으로도 충분하다.
아까와 같지만.
또 다른 의미로.
“네!”
난 말한다.
난 대답한다.
조금은 돌아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디서부턴가 처음의 시작을 잘못하고 말았지만……!
앞으로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언제나, 서로를 믿는다.

분명,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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