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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드림워커.
글쓴이: 저녁달빛
작성일: 12-07-28 21:43 조회: 2,486 추천: 0 비추천: 0

드림워커.

-프롤-
그곳은 하늘과 땅. 주변의 세상 전부 순백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은 순백의 공간 한쪽에서 거친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순백의 갑옷으로 온몸을 감싼 백기사의 검이 크게 휘둘러지며, 순백의 공간에 검은 상처를 만든다. 검은 상처는 곧 아물어져 다시 순백으로 덮여버린다. 얼굴을 덥고 있는 순백의 페이스 가드. 왼쪽 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한 뼘 정도 길이의 철침이 박혀 있었다. 페이스 가드 너머로 흐르는 붉은 피는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백기사를 상대 하고 있는 것은 검은색 검을 들고 있는 교복을 입은 소년. 둘이 있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검은 갑옷의 기사가 쓰러져 있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잘린 채, 쓰러진 검은 기사는 죽어 버린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 쓸모없는 병신 같은 놈!”
소년은 거친 말을 내 뱉으며 백기사의 검을 상대 한다. 소년의 손에 들린 검은색 검이 백기사의 검에 부딪칠 때 마다 자잘한 금이 만들어진다. 백기사가 들고 있는 순백의 검은 소년의 흑검에 부딪 칠 때 마다 더울 날카로워 지고 있었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백기사의 갑옷이 울부짖는다. 순백의 대지에 서 있는 두 개의 발, 발목, 양 무릎과 허리, 어깨, 팔꿈치의 갑옷이 순서대로 뒤틀려진다. 백기사의 상체가 허리 뒤로 크게 젖힌다. 머리 뒤 까지 당겨진 백기사의 검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소년을 향해 강타한다. 유리조각이 부서지듯 소년의 손에 들린 검은 산산이 조각나 버린다. 소년은 부서진 검조각과 함께 멀리 튕겨 날아가 버린다.
몇 번이나 순백의 공간을 구르던 소년은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하고는 바닥에서 일어난다. 검 날이 부서져 버린 검의 손잡이를 내 던지고 바닥에 떨어진 조각난 칼날을 붙잡는다. 면장갑 한 장 없이 맨손으로 쥔 칼날이 소년의 손에 상처를 만든다. 상처에 흐르는 피가 팔을 타고 바닥에 떨어진다.
소년은 맨손에 칼날을 쥔 채 백기사를 향해 달려든다. 온몸을 순백의 갑옷으로 감싼 백기사의 검이 소년의 칼날을 후려친다. 소년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려 나간다. 들고 있던 칼날은 소년의 귀를 스치고 멀리 날아가 버린다. 잘려나간 엄지손가락이 소년의 뺨을 때리고 바닥에 떨어진다. 소년은 손가락이 잘려나간 오른 손을 감싸며 주저앉는다. 입에서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이를 악문다. 그런 소년을 내려다보는 순백의 투구 속에서 쇠를 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의 종을 데리고 이곳에서 사라져라. 나의 주인은 너를 잊었다. 나의 주인은 너를 원하지 않는다. 너는 그분에게 그 어떤 존재조차 되지 못했다.”
“거짓말 하지 마!”
소년은 피로 물든 오른 손을 휘저으며 일어난다. 손가락이 잘려나간 자리에서 흐르던 피가 백기사의 갑옷을 더럽힌다. 뒤로 물러나는 소년은 자신의 오른 손을 들어 보인다. 엄지손가락이 잘려나간 소년의 오른 손등에는 6장의 꽃잎을 가진 꽃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중 한 장은 순백색, 다섯 장은 검은 색을 띄고 있었다. 오른 손등에 그려진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순백의 꽃잎 문신이 밝은 빛을 내 뿜는다.
“마지막 약속된 권한을 사용한다. 내게 이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줘!”
소년의 외침에 응답 하듯 허공에서 검은 검이 만들어진다. 칼날은 고작 두 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짧은 검 날은 주변의 순백을 빨아들이는 듯이 짙은 검은색을 띄고 있었다. 소년의 손이 검의 손잡이를 감싸는 순간, 검과 소년의 오른 손은 소년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백의 허공 위에 춤을 춘다. 백기사의 검이 소년의 오른 팔목을 잘라 버렸다.
소년은 남은 왼손으로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 하지만, 백기사의 왼손이 소년의 목을 붙잡는다. 다섯 개의 손가락을 덥고 있는 순백의 건틀릿, 그 끝의 날카로운 갈고리가 소년의 목에 붉은 상처를 만든다. 찢어지는 상처에 흐르는 핏방울이 소년의 목과 가슴을 따라 흐른다. 백기사의 순백의 투구 너머 비틀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 나의 주인에게 너는 그 어떤 존재조차 되지 못했다.”
소년은 머리를 흔들며 저항 한다. 저항하면 저항 할수록 건틀릿 끝의 갈고리는 소년의 목에 깊은 상처를 만든다.
“거짓말. 약속했어!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로 약속했다고!”
“아니.”
백기사의 목소리는 어느새 익숙한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얼굴을 덥고 있던 순백의 페이스 가드가 떨어져 나간다. 지금까지 순백의 속에 있는 가려진 얼굴이 드러난다. 한 뼘 정도 된 철침이 왼쪽 눈에 박혀 있다. 왼쪽 눈에서 흐르는 피에 얼굴 반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얼굴의 모습은 소년의 것과 똑 같은 것이었다. 소년과 같은 얼굴을 가진 백기사가 소년을 향해 웃음 짓는다. 턱을 따라 흐르는 피가 순백의 갑주의 가슴을 더럽힌다.
“나도 약속했다! 내 주인을 지켜 주기로 약속 했단 말이다!”
백기사의 검 끝이 소년의 왼쪽 가슴을 찌른다.

소년은 의자에서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작은 교실. 달조차 떠있지 않은 창밖으로는 붉은 오로라가 펼쳐져 있었다. 소년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쓰러진다. 오른 손으로 책상을 붙잡으려 하지만, 소년의 오른 손을 통채로 잘려나가 있었다. 소년의 몸은 책상위에 부딧치고 바닥을 구른다. 목에 생긴 다섯 개의 상처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소년은 잘린 팔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허둥지둥 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어두운 복도의 벽은 창밖의 붉은 오로라에 검붉게 빛이 나고 있었다. 복도의 바닥에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검게 굳은 핏자국이 잔득 있었다. 소년이 그 위를 지나며, 신선한 붉은 핏자국을 만든다.
“병신 같은 놈!”
소년은 복도의 벽에 기대어 비틀 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짧은 복도의 끝에는 작은방으로 만든 예배당이 있었다. 소년이 있는 곳은 교회를 개조해서 만든 작은 고아원이었다. 소년은 예배당의 문을 거칠게 걷어찬다.
“꺄악!”
안에서 옷을 벗고 상처를 치료 하던 소녀가 황급히 가슴을 가린다. 소녀의 한쪽 팔을 팔꿈치에서부터 잘려나가 있었고, 한쪽 다리는 무릎아래가 없었다. 손으로 가린 붕대를 감은 가슴의 한쪽도 왼쪽과 오른쪽이 부자연스러웠다. 소녀는 예배당에 들어온 것이 소년이라는 것을 알고는 부끄러운 듯이 눈을 돌린다.
“소랑이었구나. 아랑이 놀랐잖아.”
소년은 그런 소녀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소녀가 있는 예배당 중앙으로 다가 온다. 소녀는 붕대를 내려놓고 옆에 벗어 놓았던 교복 상의를 주섬주섬 입는다. 소녀를 지나서 소년은 예배당 중앙에 놓인 은색의 케이스를 연다. 그 안에는 서로 키스를 하는 작은 신랑과 신부의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둘 다 사기로 만들어져 있었고, 남자는 양복을, 신부는 결혼 드래스를 입고 있었다. 사기로 만든 조각상은 꽤 오래된 것인지 군데군데 금이가 있었고, 한쪽 끝 일부는 깨져 있었다. 소년은 조각상을 움켜쥐고 바닥에 집어 던진다. 사기로 만든 두 개의 조각상을 산산이 조각나 버린다, 곁에 있는 소녀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이 멍청아! 어디 있어? 어디에 숨겼어!”
“아랑이. 머리 나빠.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면, 못 알아들어. 그러니까. 상냥하게. 꺅!”
소년은 소녀가 앉아 있던 의자를 걷어 차 버린다. 두 계단 높이의 자그만한 단상 위에 올라 있던 소녀는 단상 아래로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소년이 집어 던져 부서진 조각상의 파편이 소녀의 작은 어깨와 등에 상처를 만든다. 소녀는 단상에서 뛰어 내려 쓰러진 소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든다.
“총! 어디 있냐고! 이 지랄 같은 조각상 말고! 총 말이야! 총!”
소녀는 가슴을 가리던 하나 밖에 없는 팔로 예배당의 한쪽 끝을 가리킨다. 붕대로 감은 가슴 한쪽은 무엇인가에 뜯겨졌는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소년은 소녀를 바닥에 내 던지고는 예배당 끝에 숨겨진 은색 리볼버 권총을 들고 돌아온다. 그리고 소녀의 옆에 있는 긴 의자에 쓰러지는 듯이 거칠게 앉는다.
“젠장! 젠장! 녀석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어. 잠식 하고 있다고!”
총을 들고 있는 소년의 어깨가 떨렸다. 소녀는 주저앉은 채 소년을 올려다본다. 고개를 돌린 소년과 소녀의 눈이 마주친다, 소녀를 바라본 소년은 토악질을 할 듯 얼굴을 찡그린다.
“병신 같은 놈!”
소녀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 옷을 끌어 당겨 가슴을 가린다.
“미안.”
“넌 일부러 졌어!”
“......”
“이길 수 있는데, 일부러 졌다고!”
소년은 소녀의 목을 붙잡아 들어 올린다. 소녀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입술을 뻐끔 거리며 뭐라 이야기 하려 하지만, 떨리는 입술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욱! 아욱! 거리는 알 수 없는 단어만 반복 할 뿐이다.
“알아듣게 말 좀 해봐! 이 멍청아!”
“아! 아냐! 아냐! 아랑이는! 아랑이는! 소랑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진짜야! 진짜야!”
오른손이 잘려나간 소년의 오른 팔뚝이 소녀의 얼굴을 후려친다. 잘려진 팔뚝의 피가 소녀의 볼에 묻는다. 소년은 잘린 팔뚝으로 소녀의 입을 막아 버린다. 강제로 입 속으로 들어가는 소년의 피와 살 조각에 소녀는 구역질을 한다. 하지만 멀쩡히 있는 한쪽 팔로 저항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이로 입안에 들어온 소년의 팔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한다.
“거짓말 하지 마! 이 구석에 와서 이렇게 붕대 감을 여유는 있으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그 말을 믿으란 말이야?”
소년은 소녀의 가슴을 가린 붕대 한쪽 끝을 붙잡고 흔든다. 소녀의 작은 몸에 감싸고 있던 붕대가 풀리고 소녀의 몸이 뒤의 계단으로 쓰러진다. 붕대에 가리고 있던 가슴이 들어난다. 햇볕을 거의 받지 않은 연한 살색의 도톰하게 솟아오른 오른쪽 가슴 그 한가운데 있는 작은 핑크색 유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반대편, 왼쪽에는, 가슴이 있어야할 그 곳에는 지름 한 뼘 정도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 뒤로 등에 감았던 피로 물든 붕대가 보인다. 소녀는 두 팔로 가슴을 가릴 생각을 하지 않은채, 고개를 돌린다. 소년의 시선을 피하는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계단을 적신다.
“미안해. 잘못했어. 하지만 아랑이는 최선을 다했어. 진짜야. 진짜야.”
“닥쳐! 네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짜증난다고!”
소년은 소녀의 잘려나간 다리 끝을 밟는다. 소년의 말에 소녀는 한손으로 계단을 붙잡고 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참는다. 소녀는 소년의 다리를 밀치지 않는다. 비명을 지르며 ‘그러지 말라고’ 사정 하지도 않았다. 소년의 화가 풀릴 때 까지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참는다.
잠시 후 소년은 무너지는 듯이 옆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았다. 천정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멍하니 힘이 풀려 있다. 소녀는 옆에 떨어진 옷을 주워 가슴을 가린다. 그리고 한 쪽 팔로 방금까지 밟힌 다리 끝을 꾹 누르며 통증을 참는다. 소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소랑이. 이제 화가 풀렸어?”
방금까지 멍하니 천정을 처다 보던 소년의 두 눈에 소녀에 대한 적개심이 들어난다. 소녀는 부릅뜨는 두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소랑이만 괜찮으면 내가 팔에 붕대 감아 주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
소녀의 말에 소년은 입술을 비틀고 빈정거리며 웃는다.
“네 놈이 내게 누나 행세를 하려는 거야? 감히 네 놈이?”
“미. 미안.”
소녀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소년은 한동안 고개 숙인 소녀는 노려보다가 시선의 자신의 손으로 내린다. 소년의 손에 들린 6연발 리볼버. 이제 남은 탄환은 단 하나 뿐이었다.
소년은 총구를 자신의 입속에 쑤셔 넣는다. 입안을 체우는 단단한 이물감에 눈을 지프린다. 소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튀어나온 순은의 탄환이 소년의 입천장을 뚫어 버린다. 순은의 탄환은 머릿속을 헤집으며 빠른 속도로 직진 한다. 마지막에는 흩어지는 뇌와 뼈 조각들과 함께 머리끝에서 튀어 나온다.
소년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소년의 눈에는 자신을 보며 눈물 흘리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소년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반드시. 내가 구해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1 CH -소녀. 소년을 만나다.-

2월 2일. 눈 약간.
꺄옥! 꺄옥!
연정이는 오늘 처음으로 학교에 구경 왔어.
역시 한국 최고의 명문고!
연정이 오늘 초 감동이야. ^.^
연정이가 들어가는 배정 받은 반은 제 3 반.
6개 반중 중간 위치.
앞으로 노력해서 제 1 반에 들어 갈수 있도록 할 거야.
처음 배치 시험 때, 좀 더 노력 했어야 했는데, ㅠ.ㅠ 연정이 바보. -.-a
기숙사 방은 2인실.
상위 30명으로 구성된 제 1반에게는 1인실이 주어진데~~~~~
1인실도 좋지만, 그럼 재미없지 않을까.
하위 60명으로 구성된 제 5,6 반은 4 인실이라는데, 반 배정 시험에서 등수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
4명이서 같은 방을 쓰면 감수성이 풍부한 연정이는 버틸 수 없을 거야.
신은 왜 연정이에게 똑똑한 머리와 풍부한 감수성을 준걸까?
신님 나빠요.~~~ ㅠ.ㅠ
아직 룸메는 만나보지 못했는데, 두근두근해~~~
보이쉬한 얘면 좋겠는데.
꺄악~~~ 너무 보이쉬하면 두근거려서 공부 못할텐데. 연정이는 그런데 약한데~~

3월 1일. 맑음.
오늘 룸메를 처음으로 만났어.
연정이는 벌써 1 주일 전에 들어와서 공부 준비 끝냈는데.
다행히 보이쉬 한 아이는 아니야. 근데 좀 음침해. 말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몰래 침대에 숨어 들어가서 덮쳐도 속으로 울며 아무소리도 못할 것 같은 아이야!
덮치고 싶어!
덮치고 싶어!
덮치고 싶어!
신님 미워요~ 연정이에게 이렇게 순수한 숙녀의 마음을 주시다니 너무 하세욥~~~!

이 학교는 매월 15일 마다 월 중간 평가가 있어. 이게 10%
매월 말에는 월 평가가 있어. 이게 20%
2개월 마다 중간고사와 기말 고사 대신 반 배정 시험이 있어.
이걸 70%로 해서 반을 2개월 마다 새로 배정해.
상위 30위에 들게 되면, 제 1 반에서 수업을 받고 기숙사도 1인실로 옮기고
하위 60위 아래로 들게 되면 제 5,6 반에서 수업을 받고 기숙사도 4인실로 옮기게 되.

하지만 괜찮아!
연정이는 똑똑하거든. 아...... 난 왜 이리 근자감이 쩔까. -.-a
룸메가 알려줬는데, 상위 10 위 안에 들게 되면, 가족 중 한명을 이 학교에 입학 시킬 수 있데, 어째 겨울 방학 내내. 연빈이가 엉덩이를 내 앞에서 흔들며 애교를 부린 것이 이유가 있었어!
요놈! 아주~ 딱~! 걸렸어!
연정이가 10등에 들면 그동안 잘못한 것을 엉덩이로 반성문 쓰게 해야지!
연정이는 마음 착한 누나니까.


침대 옆에 놓인 자명종이 요란하게 울린다. 자명종이 울리는 것은 딱 한 번. 침대 위에 이불을 덥고 있던 손이 재빨리 튀어 나와 자명종을 꺼버린다. 이불을 치우고 고개를 든 소녀. 스스로 아랑이라고 부르던 소녀와 꼭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두 눈이 그보다 훨씬 매서웠다.
소녀는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재빨리 잠옷을 벗어 빨래함에 넣어버리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맨 가슴과 속옷이 들어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곳에는 소녀 혼자만 있으니까.
10평짜리 1인실. 학교 최우수 학생 30명에게 주어지는 작은 특권. 가구는 침대, 책상, 의자, 옷장. 하나씩 뿐. 10평의 공간에 넣기에는 제법 단촐 하다. 방 옆에 딸린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어 남은 잠을 깬다.
샤워를 끝내는데 10분. 평소보다 5분이 더 많았다. 일주일 전 아끼던 손목시계를 잃어버린 뒤로 계속 생긴 불쾌한 사건들 때문에 마음이 피곤해진 모양이다. 매일 밤 이상한 꿈을 꾸는 것 역시 일주일 전부터 생긴 일이었다. 마음을 바로 잡아야 된다고 거울을 보며 생각 하지만, 쉽게 본래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두 손으로 뺨을 때리며 잠을 깨운다. 얼얼한 양 볼이 살짝 복숭아 빛에 가까워 질 때 쯤, 뺨을 때리는 것을 멈춘다. 화장실에 비추어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히죽~ 입술 끝에 살며시 보조개가 생길 정도로 활짝 웃는다. 그렇게 웃는 것도 잠시, 소녀는 다시 매서운 표정으로 돌아간다. 마른 수건을 한 장 들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대충 알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와 몸을 말린다. 여기 까지 15분.
“늦어! 늦어! 늦어!”
다음부터는 잠옷을 입지 않고 자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잠옷을 입고 벗는데 걸리는 3분 정도를 아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찬바람을 배에 맞으면 안 좋아.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
한쪽 벽에 달린 달력의 날자는 10월 2일. 3분을 아끼려다 3일을 낭비 할 수도 있었다. 이 학교에서 3일을 낭비 한다는 것은 스스로 퇴출당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머리카락에 남은 물기를 꼼꼼히 말리고 교복을 입는다. 어느 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단촐 한 교복.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 외에는 개성 따위는 없다.
[최 현 정]
180명의 남녀. 한국 최정예 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이 학교 1 학년 톱. 교복의 넥타이를 매고 등교 준비를 마무리 한다.
여기 까지 30분.
“좋아! 가자.”
현정은 개인 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동시에 양 옆의 방에서도 문이 열린다.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익숙한 얼굴 두 명의 소녀. 서로 인사는 하지 않는다. 두 명에게 고개를 돌리고 묵묵히 계단으로 내려간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이야기 한다.
“며칠 전에 제 6 반에서 자살을 한 아이 이야기 들었어?”
“기억나. 수업이 1시간이나 멈췄잖아.”
“그 자리에 다른 학교의 아이가 매꿨다는데?”
“평균 수준이 낮아지겠어.”
“어차피 제 6 반의 아이가 제 1 반으로는 들어오지도 못하잖아.”
“풋하하하! 하긴 그렇지?”
이야기 하는 내용은 두 명의 여자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 같았지만, 그 목소리의 톤은 서로 똑 같았다. 마치 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였다. 현정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발걸음을 빨리 해서 계단을 내려간다. 어쩌면 시계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둘 중 한명이 시계를 훔친 것일지도 몰랐다. 이 학교에서는 상대방의 성적을 낮추기 위해 컨디션을 망가뜨리는 행동은 자주 있는 일 이었다.
학교는 공부하는 학교 건물을 가운데 두고 남녀의 기숙사가 왼쪽과 오른쪽에 따로 지어져 있었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사용 하는 시설은 교실, 독서실, 식당, 기숙사. 단 4 곳 뿐. 이외에는 어떤 종류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존재 하지 않는다.
현정은 자신의 반에 배정 받은 제 1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끝내고 학교로 들어간다. 입구에 있는 게시판을 다시 한 번 살펴보지만, 게시판 위에 붙어 있는 쪽지는 일주일 전 붙여 놓은 그대로였다.
[손목시계를 잃어 버렸습니다. 1 만 원 정도 물건, 손목 끈은 핑크색 비닐 가죽, 매일 3분 씩 늦음. 찾으시는 분에게는 사례하겠음. 제 1 반. 최 현정.]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중 금전적 사례가 필요한 아이는 한명도 없었다. 하루하루 바쁜 와중에 사례를 바라고 찾는 시계를 찾을 아이도 없고, 또 설령 찾는다 하더라도, 최상위 경쟁자인 현정에게 돌려 줄 일도 없었다. 현정에게 소중한 시계라는 것을 안다면, 오히려 부숴버린 다음에 돌려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현정은 게시판에 자신이 붙여 놓은 게시물을 뜯으려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바로 붙여 놓는다.
여기 까지 5분. 시간이 너무 낭비 되고 있었다. 현정은 서둘러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 1 교시 까지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지만, 제 1 반에서 그 시간을 낭비 하는 학생은 없다. 교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놓인 자신의 신발장을 여는 순간, 핑크색 편지 봉투가 떨어진다.
[최 현정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핑크색 편지 봉투를 받은 사람이 평범한 여학생이라면 잠시 두근거렸을지도 모르지만, 이 학교 안에서 편지를 이용한 장난을 치는 학생들도 드물지는 않았다. 너무 고전적인 방법이라서 당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현정은 봉투를 위 아래로 한 번씩 살피고는 두 손으로 붙잡는다. 힘을 주어 찢으려 하다가 문든 방금 있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발걸음을 제 6 반으로 향한다.

학교 내 각각의 교실은 독립된 구획을 이루고 있었다. 최 상위 30명으로 이루어진 제 1반, 다음 90명으로 이루어진 제 2,3,4 반, 하위 60명으로 이루어진 제 5,6반. 3 계급으로 구분된 학생들의 교실과 활동 구역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만나기 위해서는 학교 건물을 빙글 돌아가야만 했다.
현정은 익숙하지 않은 복도를 걸어 제 6 반으로 들어간다. 최하위 30명을 모아 놓은 제 6 반이라고 해도 그중에는 정신 차리는 학생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절반 정도 학생들은 교실에서 분주히 책과 노트를 펼치고 있었다.
현정은 교실 문 앞에서 구두 끝으로 문을 크게 두들겼다. 갑작스런 소란에 아이들은 공부하던 것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교실 문을 바라본다.
“이 반 전학생 누구 입니까?”
“난....... 데?”
교실 한 구석에서 책상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던 소년이 손을 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의 소년. 현정은 핑크색 봉투를 손에 들고 소년에게 다가간다. 입가에 빈정거리는 웃음이 자못 거만 했다. 소년의 책상 앞에선 현정은 핑크색 봉투를 소년의 앞에서 흔들거리며 묻는다.
“이것 당신이 제 신발장에 넣었습니까?”
봉투의 끝은 소년이 풀을 붙인 그대로 개봉되어 있지 않았다. 시간으로 봐서 현정은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 현정의 빠른 행동에 소년은 꽤 당황했다. 똑바로 자신을 내려 보는 현정에게 눈을 피하며 대답 한다.
“그. 그런데?”
현정은 자신의 눈을 피하는 소년의 모습이 못 마땅했다.
“눈을 피할 거면, 이런 종이는 보내지 마세요!”
현정은 그 자리에서 편지를 둘로 찢어 버린다. 그리고 두 장으로 나뉜 종이를 다시 모아 찢어 넷으로 만든다. 그렇게 찢고 찢는 것을 반복해서. 두 손 가득히 종이 조각을 모은다. 소년은 현정의 행동을 멍하니 입을 벌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현정은 소년이 어떤 생각을 하고 편지를 썼는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편지 안에 어떤 내용이 들었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단지 이런 초라한 모습의 소년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낭비 했다는 것이 화가 날 뿐이었다.
두 손 가득히 모은 종이조각을 소년의 머리위에 올린다. 그리고 두 손을 뒤집어 버렸다. 손에 가득 담긴 종이 조각 소년의 머리 위에 쏟아진다. 소년은 머리위에 쌓인 종이 조각 하나를 집는다. 안에는 몇 가지 글자가 적혀 있었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찢어 버려서 그 내용을 이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것 읽어 봤어?”
“당신은 ‘남 앞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의견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당사자 앞에서 눈을 피할 정도면 처음부터 시간 낭비 하게 하지 마십시오.”
현정은 할 말을 다하고 등을 돌린다. 현정의 등 뒤로 소년이 빈정거리며 말한다.
“공주병.”
등을 돌리며 바로 교실을 나가려고 하던 현정이 발걸음을 멈춘다. 소년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에 붙은 종이를 하나하나 떼어내며 다시 현정의 등을 향해 말한다.
“핑크색 우편 봉투는 편지 붙인 사람이 갖고 있는 봉투가 그것뿐이었다고 생각 하지 않아? 신발장에 넣은 것은 이름만 알고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 하지 않아? 지금 찢은 편지가 러브레터라는 근거는 어디 있는 거야?”
현정은 거칠게 등을 돌린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위로 휘날린다. 말을 하라고 할 때는 대답 하지 않다가 등을 돌리면 그제야 언성을 높인다. 소년은 현정이 가장 혐오 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당신!”
등을 돌린 현정은 소년의 손 안에 들린 것을 보고 말을 멈췄다. 소년의 손에 들린 것은 핑크색 비닐 가죽 끈인 손목시계였다. 시계는 고장 났는지, 유리에 금이 가있고, 시계를 15시 20분에 멈춰 있었다.
“이것 게시판에 쓰인 그 시계 맞아?”
현정은 조심스럽게 침을 삼키며 대답한다.
“제 것이 맞습니다.”
“그럼 가져가.”
소년은 손 바닥 위에 시계를 올려 놓고 현정 앞에 손을 펼친다. 방금 받은 모욕은 잊어 버렸는지 태연한 모습이었다. 현정은 불안한 눈으로 소년을 살핀다. 성난 기세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다시 한 번 침을 삼킨다. 일주일 전에 잃어버리고 하루 동안 학교를 찾았던 그 시계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현정이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냉큼 소년의 손 위에 놓인 시계를 집으려 한다. 그 순간 소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밀던 손을 잡아당긴다. 현정의 손을 허공을 스치며 지나간다.
“장난 하지 마세요!”
다시 성난 목소리로 소리치는 현정. 교실의 아이들은 현정과 전학생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소년은 시계를 교복 상의 주머니에 넣는다. 화를 내는 현정과는 달리 소년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이었다.
“장난이 아니라.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지. 사례 있다고 했지? 뭔데?”
현정은 바로 대답 하지 못한다. 처음부터 사례는 깊게 고민 하지 않았다. 이 학교 학생들 중 돈에 아쉬움을 느끼는 학생은 없다. 학교 안, 기숙사, 독서실, 교실만을 오가는 폐쇄적인 생활공간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성적’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학교 톱 1 인 자신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주는 것 정도면 충분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다.
“이 학교 최우수 학생인 저와 1 대 1 스터디 그룹을 만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1 대 1 ?”
“그렇습니다. 기간은 당신이 제 1 반에 올수 있을 때까지로 하겠습니다. 이정도면 만족 하십니까?”
현정과 전학생을 보는 아이들 사이에 작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적어도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 현정의 제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하위 30 명으로 구성된 제 6 반에서 상위 30명으로 구성된 제 1 반 사이에는 무려 120명의 경쟁자가 존재 한다. 거기에 순수하게 현정과 전학생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그 사이에는 178명의 경쟁자가 존재 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 사례면 충분 하다고 생각해.”
소년의 대답에 현정은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상대방은 180등의 전학생. 혹시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까 걱정 했던 차였다. 하지만 현정의 제시에 동의한 이후에도 소년은 시계를 꺼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례는 충분한데.......”
그리고 무엇인가 더 있는지 말끝을 흐린다.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정을 떠 보고 있는 것이었다.
“또 무엇이 있습니까?”
“이것 말이야.”
소년은 책상위에 모아 놓은 종이 조각을 가리킨다. 방금 현정이 직접 찢어 버린 다음 소년의 머리위에 쏟아 버린 편지 조각들이었다. 현정이 찢은 것의 절반 정도 되는 양이었지만, 방금 현정의 만행을 설명하기에 충분 한 것이었다.
“사과 같은 것을 요구 하는 것은 아니고....... 간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해. 내 이름이 뭔지 알겠어?”
“그건....... 어?”
이름? 현정은 소년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학교의 모든 학생은 GPS 가 달린 명찰을 착용 하고 있었다. 현정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 그리고 소년의 교복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 현정의 시선이 전학생의 왼쪽 가슴에 가는 순간. 현정은 소년의 명찰에 아무런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다.
“내 이름을 알아 맞춰봐. 그럼 바로 시계를 건네줄게. 기간에는 제한이 없어.”

그렇게 현정은 제 6 반을 나왔다. 제법 많은 시간을 낭비 했지만, 잃어버린 시계를 찾게 된 것만으로 큰 이득을 본 기분이었다. 전학생의 이름을 찾아야하는 반쯤 장난으로 하는 조건이었지만, 이건 반으로 돌아가서 개인 단말기를 열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현정은 복도를 몇 번이나 돌아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현정이 나간 이후. 소년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서 교실을 관찰 한다. 현정은 빠른 속도로 이 교실과 멀리 떨어지고 있었다. 교실의 변화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교실 안에는 20명 조금 넘는 학생들이 있었다. 책상에 펼친 책과 노트를 보는 학생들,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 모든 학생들의 윤곽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하더니, 아지랑이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책상과 의자들이 천천히 순백색의 진흙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교실 앞의 교탁, 교실 뒤의 게시판, 벽, 창. 모든 것들이 순백색으로 바뀌며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소년은 자신이 기대고 있는 의자도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는 일어났다. 교실은 문과 창을 남겨 놓은 채 순백의 사각형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소년은 교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복도 역시 창의 형태만 남긴 채 매끈한 순백의 통로가 되어있었다. 소년은 복도를 지나 계단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현정이 속해있는 제 1 반은 적막했다. 교실 안에는 29명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숨소리, 책을 넘기는 소리, 노트에 필기 하는 소리. 평소에는 듣기 힘든 소리가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현정이 교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왔을 때, 29명의 시선이 잠시 한 곳에 모였다. 1, 2, 3 초. 다시 모두들 자신의 책상에 고개를 돌린다. 현정은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책상 한 구석, 책상 안쪽에 설치된 7인치 LCD 단말기. 현정이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자 불이 들어온다. 그 위에 바로 현정에 관한 정보가 뜨기 시작한다.
이 학교의 학생들이 왼쪽 가슴에 착용 하고 있는 명찰에는 GPS 가 장치되어 있었다. 이 GPS 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모두 기록 한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 패턴을 분석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루에 얼마의 시간을 교실, 독서실, 기숙사, 식당, 화장실에서 보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학생들의 행동 패턴과 대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원한다면 자신보다 상위권의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상위권의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 패턴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람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현정의 생활 패턴을 열람한 횟수는 그 아래 학생에 비해 8배가 많았다.
현정은 자신의 일주일간 생활 패턴에서 독서실의 이용 시간 순위가 120 위권 아래 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 하고 조용히 소리 내지 않고 손톱을 깨문다. 최근 일주일간 컨디션이 심각하게 망가진 것이 확실 했다.
현정은 단말기를 조작해, 학생들의 순위 명단을 펼친다. 사진과 함께 이름이 뜨며 한 화면에 10명씩 나뉘어 순위가 나타난다. 가장 맨 위에 놓인 학생은 최 현정 본인. 손으로 화면을 천천히 스크롤 한다. 180 등인 전학생의 얼굴이 보이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흘렀다.
전학생의 얼굴이 화면에 떴을 때, 현정은 큰 소리로 숨을 들이마셨다. 교실 내 29명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1, 2, 3 초. 시선들은 다시 책상을 향한다. 전학생의 사진 옆에는 이름이 없었다. 단말기를 조작해 전학생과 관련된 항목을 여러 가지 방향으로 살펴보지만, 여전히 전학생의 사진만 있을 뿐 이름이 나타나지 않는다. 행정절차 상 오류 일까?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현정은 수업 이후 직접 교무실로 찾아가봐야 겠다고 생각 했다.

옥상위에 올라온 소년은 주변을 살펴본다. 4층 학교 건물의 옥상은 난간 하나 없는 순백색의 광장이었다. 머리 위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건물 주변에는 녹색의 숲이 가득했다. 특이 하게도 학교 주변의 숲은 한쪽만 녹음이 우거지고 다른 한쪽은 순백색의 산 형태만을 유지 하고 있었다. 소년은 녹음이 우거진 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주변의 건물들과 비교하고는 이 쪽 방향이 현정이 있는 제 1 반의 창가 쪽이라는 것을 확인 한다. 그 반대 편, 순백색의 산은 제 1 반 교실 안쪽에서는 볼 수 없는 사각의 지역이었다.
소년은 호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내 주변의 옥상의 끝을 걸으며 학교 주변의 사진을 찍기 시작 한다. 빙글 돌아서 학교 건물 주변의 사진을 모두 찍었을 때 쯤, 소년이 서 있는 옥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은색의 난간이 생기고, 주변의 순백색 산에는 흙이 덮이고,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고 그 위에 녹음이 물이 든다. 수업이 끝이 난 것이었다. 소년은 핸드폰을 조작해 사진을 전송 시키고 옥상의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눕는다. 머리 위로 파란 하늘과 그 속에 떠도는 구름이 보인다. 소년은 답장이 올 때 까지 한숨 잠이 들어 버린다.

쉬는 시간은 단 10분. 현정은 1 층 교무실로 급히 걸어간다. 3개의 학년, 6개의 반. 그리고 그 안의 3개의 계급. 각각의 학생들은 서로 만나기 힘들도록 만들어진 구조이기 때문에, 교무실을 찾는 것은 1년 가까이 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현정도 힘든 것이었다. 몇 번 복도를 돌아 교무실에 도착 한다.
셀 수 없는 시험으로 성적을 나누고, 학생들을 재배치하는 이 학교의 특성상, 학생이 교무실을 찾아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은 일 때문이었다. 때문에 교무실로 현정이 찾아 왔을 때, 교무실 안의 50여명에 가까운 교사들 중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지?”
안경을 쓴 여교사는 딱딱한 말투로 현정에게 묻는다. 지난 1년간 본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2학년이나 3학년을 담당하는 교사 같았다.
“단말기에 오류가 나서 확인을 하러 왔습니다.”
“오류? 그런 것이 날 리가 없는데.”
현정은 책상에서 꺼내온 단말기를 내 밀었다. 180등. 소년의 사진만 있고 이름이 없었다.
“났습니다. 이 소년의 이름이 등록 되지 않았습니다.”
“어? 정말이네. 이름이 없네.”
순간 교무실에 있는 교사의 시선이 한꺼번에 현정의 손에 몰린다. 분주한 교실은 물을 끼얻은듯 조용해진다. 그 갑작스런 변화에 현정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발자국 물러난다. 침묵을 하는 50여명의 시선이 현정에게 몰려 있었다. 유일하게 말을 하는 사람은 현정의 앞에 있는 안경을 쓴 여교사 뿐.
“어? 정말이네. 이름이 없네.”
마치 앵무새 같이 방금 한 말을 반복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현정의 단말기를 빤히 처다 본다. 현정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 때 쯤, 교실 한 구석에서 조금 경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거 제가 등록하는 것을 잊었어요.”
검은 선글라스를 쓴 남성이 현정에게 달려온다. 키는 현정보다 조금 크다. 얼굴의 절반 가까이 검은 선글라스에 가려서 나이는 알 수 없었지만, 젊은 사람이라고 하기보다는 어린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남자는 당연한 듯이 현정의 손에 있는 단말기를 빼앗아 몇 번 휙~ 휙~ 넘기기 시작한다. 갑자기 자신의 단말기를 빼앗겨 빈손이 되어버린 현정은 화가 났다.
“누구시죠? 기간제 교사인가요?”
“전 행정 공익입니다.”
“공익이라서 선글라스를 쓰고 계시는군요.”
“제 눈이 너무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현정의 노골적으로 빈정거리는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는지 남자는 빙긋 입술을 말아 올리며 대답한다. 현정이 어떻게 대꾸할 생각을 못하자, 한마디 덧붙이며 단말기를 돌려준다.
“한번 보면 잊지 못하는 마법이 걸린 눈이래요. 단말기 오류는 아니고요. 제가 중앙 서버에 자료를 넣어야 하는 것을 잊어서 단말기에 표시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현정은 등 뒤에서 말을 하는 사람이 싫어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의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증오했다. 당장 그 웃고 있는 얼굴에 토 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언제 까지 가능하죠?”
“오늘은 일이 좀 많아서 힘들고, 내일은 주말이고. 월요일쯤에 해드릴게요.”
한가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일도 못하면서 미안한 감정도 없나요?’ 라고 언성을 높이지 않은 것은 이곳이 교무실이기 때문이었다.
“공익은 정말 편하군요.”
“예. 군대 간 친구들과 이야기 해봐서 아는데, 진짜 편해요.”
지금까지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눈을 피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현정이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현정의 눈을 피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능글거리며 대답하는 남자에게 먼저 고개를 돌려 버린다. 더 이상 마주보고 있다가는 그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월요일 까지 해주세요. 공익 생활 잘 하시고요.”
현정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교무실을 나간다. 시간 낭비 이전에 조금이라도 이 남자와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성큼성큼 보폭을 길게 하여 복도를 걸으며 교실로 돌아간다.

현정이 교무실의 문을 닫고 떠난 뒤, 교무실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해지다가 아지랑이가 되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는 교실내의 책상과 의자, 벽걸이 시계, 커튼, 모든 물건들이 순백색 진흙이 되어 무너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순백색이 되어 사라지는 동안 선글라스를 쓴 남자만 멀쩡하게 서 있었다.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한손으로 눈을 비빈다. 눈에서 손을 떼자 뻥 뚫려 버린 왼쪽 눈이 들어난다. 눈이 뽑혀지고, 눈을 덥고 있던 눈 꺼플 조차 잘려나간 구멍에는 그 안쪽으로 희미하게 붉은 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남자는 현정이 나간 교무실 문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린다.
“괜찮습니다. 제가 당신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몸은 천천히 순백의 진흙으로 변해 무너져 버렸다.

옥상위에 누워 있던 소년이 잠을 깬 것은 점심 식사 종이 울릴 때쯤이었다. 가슴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진동한다. 한번 진동하는 것과 소리와 동시에 소년은 눈을 뜨고 핸드폰을 붙잡는다.
“D.W. 입니다.”
건너편에서 기계음으로 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마치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처럼 귀에 거슬리는 노이즈가 섞여 있었다.
“이쪽은 R. 데이터는 무사히 받았습니다. 영상 분석 팀에서는 제 1 루프의 자료와 비교해, 그녀의 자의식이 60% 이상 붕괴되어 있다고 의견을 내 놓았습니다. 자료를 바탕으로 전술 분석 팀에서는 ‘D.D’를 사용 할 것을 권유 하고.......”
“거절 합니다. 아니 거부 하겠습니다.”
소년의 단호한 목소리에 건너편의 목소리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노이즈가 심하기 때문에 소년의 목소리가 정확히 전해 졌는지 알 수 없었다.
“D.W ? 지금 몇 루프 째죠? 루프가 거듭 될수록, 자의식이 붕괴되고 무의식만 남기 때문에 구출이 더 힘들어 진다는 것을 기억 하고 있는 거죠?”
소년은 바로 대답 하지 못한다. 노이즈가 섞인 기계음은 계속 이어진다.
“상황 예측 팀의 일부는 당신이 우리에게 정보를 속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지금 제 3 루프 째입니다. 아직 기회는 이번 까지 4번이나 남아 있습니다. 만약 이번 루프 까지 실패 한다면, 그때는 ‘D.D’을 사용 하는 것을 제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사용 하는 것만은 막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지금 당신이 이야기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믿겠습니다. D.W. 간섭 횟수는 몇 번이 남아 있습니까?”
소년은 오른손의 손등을 본다. 손등에 그려진 여섯 장의 꽃잎을 갖고 있는 꽃 문신, 그중 3장은 이미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소년의 상황을 알고 있는 듯이 핸드폰의 기계음은 말을 잇는다.
“루프를 거듭 할수록 망가지는 것은 그녀의 자의식뿐만이 아닙니다. 당신 역시 마찬 가지입니다.”
핸드폰 너머의 기계음이 멈췄을 때 소년은 대답한다.
“6 회. 풀 컨디션 입니다.”
“6 회. 풀 컨디션 입니까?
소년의 말을 확인 하는 듯이 핸드폰 건너편의 목소리가 되묻는다. 소년은 또박또박 한 글자씩 띄어 분명이 말한다.
“예. 간섭 횟수는 6회. 풀 컨디션입니다.”
“그럼 이번 루프에 실패 하더라도 기회는 3회가 남아 있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때문에 아직 본체를 파괴 할 가능성이 있는 ‘그것’을 사용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계음은 거기서 멈췄다. 소년은 전화가 꺼진 것을 확인 하고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는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옛날 습관대로 손톱을 깨물려고 하다가 무엇인가를 보고 입에 가져가던 손을 멈춘다. 현정이 옥상으로 올라오는 입구에 서 있었다. 교복 치마 앞에 가지런하게 모은 두 손에는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있다. 주변의 공간은 순백의 진흙의 상태 그대로였다.
잠시 후 소년은 그녀가 현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러운 것을 본 것 마냥 으르렁거린다.
“내가 분명히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지.”
소녀는 소년의 눈을 피하며 서둘러 바구니 안에 있는 것을 꺼내 보인다.
“나. 그러니까. 아랑이는. 소랑이가 오늘 아침도 먹지 않았고, 그리고 지금 점심이고, 그래서, 배가 고플 것 같아서. 배고프면 힘도 안 나니까. 그.”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소년 앞에 아랑이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허둥지둥 거린다. 바구니 안에 든 것을 꺼내려다가 두어 번 놓치고서야 간신히 자그마한 양은 도시락 두 개를 꺼내 놓는다. 떨리는 손으로 뚜껑을 열어 소년의 앞에 내밀었다. 한 곳에는 따듯한 흰 쌀밥. 그 위에 하트 반쪽과 소랑 이라는 글자를 검은 깨로 글자를 만들었다. 다른 한쪽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반찬이 담겨져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으로 나누어 만든 계란말이와 네발 문어 비엔나 쏘세지, 얇게 썰어서 먹기 좋게 만든 배추 얼갈이. 모두 소년이 좋아 하던 반찬이었다.
“이 것. 모두. 소랑이가. 좋아 하는 거야. 아랑이 기억이지만. 아마 맞을 거야. 맞아.”
아랑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소년의 태도에 조심스럽게 다시 되 묻는다.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처음보다는 많이 또박또박 해진 말투였다.
“아랑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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