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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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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답문 좀 해라, 이 망할 관리 놈들아!
글쓴이: 유테르
작성일: 12-07-28 18:42 조회: 2,179 추천: 0 비추천: 0


시작, 공중정원에서 소년, 소녀를.


바람이 한 번, 아니, 몇 년을 지독히 앓아온 환자의 그것처럼 재차 자신을 토해냈다.

소년은 하늘을 응시했다. 하늘은 그야말로 새카맣게 타들어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모양인 채로,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답은, 나오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폐하. 그 명, 거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어째서?”

우문현답, 아니 현답우문이 맞을지도 모른다. 소녀는 제 나름대로 고심해 내놓은 답이었는데, 소년에겐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답을 내주지 않는 하늘에서 시선을 거둔 소년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을 꺼내던 순간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소녀와의 거리는 대략 50걸음 정도. 그것 이상으로 서로의 간격은 무척이나 길다는 사실을 말이다.

별로 하고 싶지 않거든요.”

소년은 소녀=폐하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묶어두기 위해 그런 명령을 내렸음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괜찮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소년의 보랏빛 눈동자가 가늘어진 것도 아니었고, 미간이 찌푸려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런 내색을 비추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답이 긍정적일 리는 없었다.

좋은 제안이었잖아. 그대에겐.”

아뇨, 전혀 좋지 않아서 위가 쓰립니다만.”

위염이라도 있나 봐?”

없습니다. 20년도 채 살진 않았지만, 그런 병명 따위 들어본 적 없습니다.”

소년보다 조금 작은 소녀는 살포시 웃었다.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하는 소년이 건방지다는 것보다는 아마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더 컸을 터였다. 한 때는 그저 하명만 받던 놈이 이 정도나 응수를 하게 된 것은, 자신보다는 그녀때문이겠지만.

뭐 어쩌랴.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을.

소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곤룡포의 긴 소매에 눈길을 잠깐 주었다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보라색의 눈동자는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 역시 처음 봤던 색이었다. 그 색을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꽤 오래전 일. 머리카락을 묶은 모양은 그야말로 계집아이의 그것이었고, 옷 또한 남자가 입을 옷은 아니었지만, 용케도 여태까지 잘 숨기고 살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소년은 자랐고’, 무덤덤해 보이는 그 표정 속에 살기의 끝을 내비칠 줄 알게 되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단단하게 여물었음을 깨달았던 그 순간,

소녀의 입꼬리는 더 올라갈 곳이 없었다. 이제야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죽음을 허락받았다는 그 사실을, 소년 때문에 깨달을 수 있다는 점. 무척이나 괜찮은 대가였다.

다시 생각해보지그래.”

제의란 것을 던지긴 했지만, 어차피 소년의 의사는 확고할 것이 분명했다. 절대로 하지 않겠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든가 하는 속담이 있지만 그런 건 지금 이 순간 중요한 첨언이 아니다.

정식적인 요청을 하신다고 해도 받아들일 생각, 절대로 없습니다.”

하지만 원래 순서대로라면 그대가 맞아. 이 자리 말이야.”

소녀는 재촉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재촉을 한다고 해서 아하 그렇군요, 제가 앉아야 하는군요~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처음에 휴대전화 문자로 운을 띄워본 것 자체가 너무 성의가 없어서 그러는 건 결코 아니었다.

바람이 이번엔 거세게 불었다. 공중정원의 풀들이 나부끼고, 따뜻한 봄날의 햇살은 구름에 가려졌다. 그녀의 곤룡포도 바람을 이기지 못해 나풀나풀, 짧은 치마 안의 속바지가 훤히 보일 정도로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바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그 자세 그대로였다. 어머니가 만들어줬다던 비녀가 장신구에 짤랑 인다 해도, 신하로서의 증표로 허리춤에 달고 있는 노리개가 마치 떨어질 듯 위태위태하게 분다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가 오기 전까지 자리는 비워둘 생각이다.”

소년이 공중정원에 온 이후 처음으로,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그 기색에 맞춘 듯이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대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든, 어쩌든. 그 순서가 전쟁 때문에 초토화가 됐든 어쩌든. 무송제, 진명 남여련의 다음 대를 이을 황제 자리는, 어떻게든. 그대가 거부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거든. 순서란 건 이미 몇백 년 전부터 정해진 거니까.”

소녀는 한 번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사이 5가문이 멸족했어도, 변하지 않는 순서지.”

거칠었던 바람이 드디어 잦아들고, 햇살이 다시금 내비쳤다. 소녀의 하얀색에 가까운 하늘색 머리카락은 햇빛에 반사되어 백색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짝였다.

…….”

띠로링. 짧은 전자음이 이 둘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혀주듯 공중정원에 울려 퍼졌다.

소녀=남여련의 손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어쩐지 이 세계와 이질감이 드는 물건인 그것은 물색과 비슷한 색조를 띄는 휴대전화.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자, 그 뚜껑에서 형형색색 빛이 반짝였다.

자네 건가? 이런, 여도 왔네.”

이 문자, 폐하가 보내셨습니까?”

아니. 영의정이 보냈겠지. 귀찮군. 여한테까지 전체문자라니, 예의가 없어.”

두 사람 다 거의 동시에 자신의 휴대전화 뚜껑을 열었고, 소년 쪽은 비밀번호를 걸어놨던지라 조금 뒤에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전에 이미 소녀는 짧은 탄식을 내뱉는 중이었다.

[신환정新驩庭에서 유월 아흐레에 황제 폐하 주관의 연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고관 대신들은 물론, 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참석하는 연회이니 꼭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참 상투적인 말투의 문자라 영의정의 양 엄지손가락을 확 뒤로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두 사람 다 들었지만, 일단 영의정의 나이를 생각해 그만두기로 한쪽은 소년이었고, 어차피 죽을 날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범한테 그 무슨 짓인가 싶은 쪽은 소녀 쪽의 생각이었다.

이 제안,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겠네. 혹시 자동차 있나?”

그 말에 소년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소녀는 먼 거리에 있었지만, 그 낌새를 눈치채고 이렇게 생각했다. ‘남자들이란, 나이를 먹든 아니든 단순하군.’

아뇨. 저희 집이 명문가지만, 돈을 버는 가문은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빈가쪽에 문의를 해보시죠. 근데 요즘 자동차 중에 어디 괜찮은 차 있습니까?”

국내산 생산은 아직 무리수니 수입차로 만족하지. , 그나저나 녹봉은 어디다가 쓰는 건가?”

“4인 식구 기준으로 딱 녹봉 주시잖습니까.”

, 알 게 뭐야.”

젠장, 황제부터 틀려먹었는데 이게 무슨 나라 꼬락서닙니까?”


이 이야기는, 동양풍에 휴대전화 같은 걸 끼얹나? 의 발상으로 시작한 동양풍 판타지 소설.

주인공이 (아마도) 황제가 되는, 저 황제님이 (아마도) 히로인이 되는 그런 이야기.

그리고 일단은, 여기의 모든 휴대전화는 4GLTE고 다 안 터진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본격 시간 역행하는 소설.

어찌 됐든, 시작해 봅니다.

1장단(휘모리), 오늘도 궁궐에서 나뒹구는 두 자아니 남매.

[현재 고객님이 전화를 받으실 수 없는 상황이오니, 삐 소리 후 음성문자를 녹음해 주세요. 음성문자 녹음 시 통화료가 부과되며…….]

돌아버리겠네. 왜 받으라는 전화는 안 받는 거냐, 주령우.”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려던 소녀는 이내 동생의 잔소리를 상기하고, 휴대전화의 뚜껑을 닫는 걸로 화를 식히기로 했다. 반복적으로 손가락이 휴대전화 뚜껑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뚜껑 열었다 닫기를 수십 번 하다가,

나 퇴근할 거라고!! 퇴근!! 왜 전차 안 오는 건데! 내가, 여기서, 나갈, 건데!!”

결국엔 거하게 폭발, 혹은 산화해버렸다.

지금 소녀가 있는 곳은 황제가 기거하는 궁궐,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거대한 한옥 가운데에서도 동쪽 끝에 있는 봄회랑이라는 곳. 뭔가 있어 보이는 건물 이름이지만 그래 봤자 관리 굴리는 건물 중 하나라는 현실은 변할 리 없어서, 보시다시피 주인공마저도 정각퇴근이란 꿈의 퇴근을 실현했는데 집에 못 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南宮이라는 이명과 달리 봄회랑의 위치는 궁궐의 제일 안쪽. 궁궐 바깥으로 나가려면 여기서 40분 이상은 각오해야만 하는 거리에 있는 소녀의 위치였다. 그러니 소녀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평소처럼 바지라면 가보기라도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 아니, 그의 의상은 지금 여장용 의상이어서, 두말할 것도 없이 걷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다.

신발도 그의 동생이 어제 갓 사다 준 여장용 꼬까신이라 발에 익지 않아서 오늘 근무 내내 그야말로 고생길의 연속. 이쯤 되면 여동생이 오기를 기다린 다음, 한 대 쥐어박는 것이 제일 좋은 전개겠지만, 세상사 그의 마음대로 돌아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 간편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소년도 알고 있지만, 그게 오늘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걸어갈까? 어쩌지? 아우, 간만에 일찍 퇴근했는데-”

규랑국의 그 거대한 국토가 연상될 정도로 궁궐이 워낙 넓다 보니 내부를 순환하는 전차가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나온 시간은 전차가 막 봄회랑을 거쳐 지나간 시간이었다. 앞으로 다음 전차가 오기까지는 어림잡아 20. 물론 전차가 궁 내를 순환하니까 여기서 순환해 나가면 10분이 추가되겠지만, 그는 더 봄회랑에서 기다릴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어휴, 모르겠다. 그냥 기다리고 말지.”

양갓집 아가씨가 결국은 돌계단에 풀썩 주저앉아 기다리는 것을 택한 무례한 행동을 말릴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그도 마음 속으로 누가 보든 말든 배 째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으니, 누가 부른다고 해서 일어날-

전차를 놓친 게로구나.”

봄회랑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렸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그리고 양갓집 규수가 찬 땅바닥에 앉아있는 것에 대해 질책을 할까 봐 그는 냅다 돌계단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톡톡 털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뒤를 돌아보면, 예상한 대로의 사람이, 그것도 땅거미 때문에 생긴 그 큰 키보다 더욱 큰 그림자를 그쪽으로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소녀는 그 배 짼다는 생각은 확 접어야만 했다.

, 안녕하세요! 저저저,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젠장, 지금 보고 싶지 않은 인간하고 만나버렸다!’

키는 대략 주인공의 키에서 상체 하나 더 얹으면 될 정도로 장신. 의례적이긴 해도 평상복은 반 갑주 상태. 왼쪽 허리춤에는 두 자루의 검이 달려있고, 그 가벼운 갑주마저 정교하게 짜인 미늘 갑주에, 긴 머리칼은 높게 묶어 땋기까지 했다. 적당히 건강하게 탄 피부에 미남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잘생긴 외모였지만, 금발의 머리칼로도 눈에 쉽게 띄는 그의 째진 눈은 기이하게도 한쪽은 붉은빛을, 한쪽은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 령현의 눈앞에 있는 사내는 척 보기에도 쉽게 볼 수 없는 사내였지만, 혹자는 말했다. 이 사내를 금빛 갈기를 가진, 황궁을 지키는 거대한 호랑이라고.

또 다른 혹자는 말했다. 황제의 약혼자이며 또한 황궁의 현 실세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여기, 령현이 그 수많은 호평에 하나 추가하자면 지금, 아니 평생 정말 안 보고 싶은 놈으로 간단하게 종결되었다.

언제 소개한 적 있지 않았나?”

그랬, 그랬나요? 아하하하, 제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을 못 해서, 하하하하하.”

실은 그가 기억을 못 하는 건 거짓말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는 쪽으로 정정해야 정확했다.

관리로 일하면서 사람 얼굴 기억 못 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특히 봄회랑에서 일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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