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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씨~ 좀비군? 좀비님!
글쓴이: 시우시에
작성일: 12-07-27 11:08 조회: 2,037 추천: 0 비추천: 0

제 1. 도망치는 소녀 1 (Zombi starts the story)

(201293일 월요일 1147, 청월 고등학교 옥상)

, 인간이 아니지.”

93. 지옥과도 같던 여름 방학이 끝을 맞이하는 날. 다른 말로 개학식.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등교를 하고 담임선생님의 애기를 들은 후, 집으로 돌아가던 나를 붙잡아 옥상으로 데려간 여학생, 민하나가 그렇게 말했다.

불과 한 달 전의 나였다면 그 여자애를 '미친 거 아니야?' 같은 눈으로 보며 무시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난 인간이 아니니까.

왜 대답이 없어?”

―――

너 같으면 대답할 수 있겠냐.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모색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놀라서 입이 얼어버린 거야?”

...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인간이 아니라니. 혹시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반응이 너무 느려. 말투도 너무 어색하고. 연기도 완전히 책읽기잖아. 지금 당황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여.”

당황같은하지않았어↓↑.”

……바보네.”

바보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데, 민하나가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접근했다. 나도 비슷한 속도로 뒷걸음질 쳤지만 얼마 가지 못해 벽에 막혀 퇴로를 잃고 말았다.

왜 도망가?”

, 그건……

딱히 네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하지는 않아. 순수하게 궁금할 뿐이고, 널 이용하기 위해 복선을 깔아두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용하겠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내 변화를 이렇게 빨리 알아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잘못하면 레이아에게 맞아 죽는 수가 생긴다! 아니, 죽지는 않겠네.

사실대로 말하는 게 편할 텐데.”

……

, 기껏 녹음기까지 준비했는데.”

가슴주머니에서 녹음기(로 추정되는 기계)를 꺼내며 나를 향해 보인다. 이 여자, 보통 내기가 아니야. 작정하고 나를 협박할 생각이야!

아아, 짜증나네. 빨리 네 정체를 밝히고 순순히 협박당하라고.”

협박이라고 당당히 말하지 말라고!”

어머, 실수. 순순히 권유를 당하라고.”

권유는 당하는 게 아니야!”

같은 반이 되고나서 한마디도 해본 적 없으면서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거는 건데……

어젯밤에 무슨 책을 읽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엄연한 인간이야.”

아까의 어색한 연기. 내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도망치듯 뒤로 물러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겠어?”

한 번도 얘기해본 적 없는 여자애가 갑자기 방과 후에 남아달라고 해서 엄청 두근두근 거리는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데,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 인간이 아니지.’같은 말을 들었는데 정상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겠냐?”

호오,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방법으로 도망쳤네. 하지만 말이지.”

그녀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

―――교복을 벗기 시작했다.

단추를 전부 풀더니 위에 있던 하복 상의를 벗어서 흰색 반팔 티만 남고, 머리끈을 풀더니 머리카락을 엉망진창으로 헝클어뜨렸다. 거기다 치마에 주름을 지게 하더니 그대로 푹 주저앉아서 나를 올려다본다.

이러면 어쩔 수 없겠지?”

날 유혹하다는 걸까? 하지만 방법을 잘못 선택했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돌아볼 미소녀가 벗고 있다고 해도 목숨보다는 소중하지 않으니까.

여기서 셔츠를 벗고 성폭행 범이라며 비명을 지르겠어.”

,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이대로는 목숨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사라진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마. 문 옆에 둔 가방에 비디오카메라를 넣어뒀으니까.”

비디오카메라?! 이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야! 평범한 고등학생 맞아?

계속 말 안 하시겠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양팔을 교차하며 셔츠 밑자락을 잡고 천천히 올리기 시작하는 민하나.

말할게! 말한다고!”

결국 나는 항복하고 말았다.

분홍색 브래지어가 살짝 보이는 순간 멈춘 민하나의 손그대로 내려와 새하얀 속살을 감추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녹음기(로 추정되는 기계)를 꺼내 나에게 내민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조용히 말하였다.

나는 좀비. 이미 죽은 인간이지.”

72912시쯤. 보충 수업 시작 전 날이라 친구들과 함께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 생전 처음으로 날짜가 지나서 집근처에 도착했는데 항상 지나다니던 길 가운데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중에 메워졌기 때문에 확인은 못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밤이어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근처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에 주인을 찾아 주변을 헤맸고, 정체불명의 힘을 이용해 싸우고 있는 여자와 어린 소녀를 보게 되었다. 집에서 유일하게 격투기와는 거리가 먼 나까지도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 살벌하게 싸우는 두 사람. 숨어서 지켜보던 나는 소녀 쪽이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발을 움직였다.

검을 던진 여자와 붉은색 액체를 쏜 소녀. 그 사이에 뛰어든 어리석은 소년. 결말은 당연하게도――― 죽음.

만약 그때 달려온 레이라가 나를 좀비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회상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좀비가 된 나는 레이라에게 휘둘리며 적응하기위해 노력하고, 흡혈귀 소녀 라라와 늑대인간 아저씨 제임스, 퇴마사 유리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생활을 하며 여름방학을 보냈다.

불과 이틀 전에 유리가 떠나고 드디어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온 줄 알았는데……

꿇어.”

민하나는 바닥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명령대로 옥상에 꿇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 자신이 한심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말했네.”

협박은 간단하지 않아!”

더 심한 방송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 예를 들어?”

미인계라던가.”

차라리 그쪽으로 하라고!”

하지만 바퀴벌레가 인간 여성의 외모에 매력을 느낄 리가 없잖아?”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을 바퀴벌레로 만들었다. 아니, 사람은 아니지만. 좀비지만. 그래도 바퀴벌레는 심하잖아.

그런데……

아까까지 나에게 당당하게 욕설을 내뱉던 그녀가 갑자기 말을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좀비라는 건, 죽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지. 이미 한 번 죽었으니까.”

그런데 인간이랑 거의 비슷하네.”

영화나 소설, 만화에 나오는 좀비랑 좀 달라. 딱히 종족을 나타낼 말이 없어서 가장 특징이 비슷한 좀비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뿐.”

이라고 레이라가 말해주었다.

흐응죽지 않아서 좋겠네, 라고 하면 상처 입어?”

아니.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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