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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가출을 해버린것만 같다★
글쓴이: 로라리
작성일: 12-07-26 22:56 조회: 2,251 추천: 0 비추천: 0



여신은 눈뜨지 않습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녀는 잠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녀가 꾸는 꿈일지도 모르죠.


어떤 게임을 하다가 들었던것만 같은 말이, 갑작스래 생각이 났다.


Prologue



정처없이 길가를 걷고 있었다, 라기보다 헤매고 있었다고 해야 적절할까. 뺨의 얼얼한 감촉과 묘한 열기를 통해 여기가 현실이라는것을 깨달을수는 있었지만, 그게 딱히 생동감을 지니지는 않는다. 귓가에 들리는 잡음들을 무시하며 멍한 눈동자로 길가를 계속 걷고 있자니,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아팟!"

이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얼간이 같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무언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어떤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것만이 뇌리에 더 강하게 새겨질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 하실분들을 위해 친절히 설명을 하자면,

나는 집을 나왔다.

가출, 출가, 고독한 방랑, 한마리의 외로운 늑대를 향한 시발점, 독립등등, 칭하는 말은 하늘의 별처럼 많고, 미화하는 단어도 바다에사는 물고기의 숫자만큼이나 많겠지만, 내가 집을 나왔다는 사실 자체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집을 나왔을까? 이것이 의문형인 이유는 나도 아직 잘 모르기때문이다. 문제점이 있다면 하교했을때의 나의 기분이 안좋았다는것과 엄청난 우연으로 아버지의 기분또한 좋지않았던것이리라. 나는 성격이 그리 좋지않은 편이고,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근처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집에 돌아온 나에게 아버지는 왜 늦었냐면서 잔소리를 했고, 나는 그에 맞받아쳤다. 그에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고 나는 그에 밀리지않고 말싸움을하다가 따귀를 맞았다. 뺨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따가움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복받친 나는 비이성적이고도 충동적으로 집을 나와버렸다. 이게 끝이다.

이 상황정리를 듣는다면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아니, 실제로도 그렇다. 정말 별것아닌 것으로 싸우고, 정말 별것 아닌것으로 집을 나왔다. 이보다 한심한일은 없을 것이다. 국제 한심 대회에 나가면 은메달을 노릴수도 있겠지.

다시한번 주머니속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해봤다. 저녁 9시 25분이 표시되어 있었다. 혹시나 통화가 오지않았나 수신기록을 살펴보지만 전화가 걸려온 흔적은 없다. 하긴, 고집불통인 아버지께서 손수 아들에게 전화를 줄리가 없지. 나도 마찬가지니 피차일반이라고 할수있으려나.

딱히 불안하지는 않았다. 현실감도 딱히 없었고, 무엇보다 언젠가는 한번쯤 원했던것이다. 답답하던 일상으로 부터의 해방, 형제들과 비교되던 집으로부터의 탈출. 프리덤! 자유로운 영혼! …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되는것을 한번쯤 바랐던것은 사실이다.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반항이든, 뭐든.

사실, 그런것보다도 문제인것은….

꼬르륵――

"배가 더럽게 고프다는 말이지."

그렇다. 그 무엇보다도 배가 고팠다. 물론 집을 나온지는 하루도 채 되지않았지만 청소년기의 식욕을 나의 체력이 따라가지 못했는지 정말로 죽을듯이 배가 고팠던 것이다. 게다가 그 상태에서 계속 정처없이 걸었더니 맛없다고 욕하던 학교급식이라도 먹고싶은 심정이였다.

"먹을것 구할데라도 어디 없으려나?"

너무 성급하게 나온 나머지 돈조차 들고오지 않았다. 주머니속에서 동전 몇개가 짤랑거리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이것으로는 먹을거리는 커녕 생수한병도 사지 못할것이다. 노숙자를 위해 나눠주는 무료 급식도 지금은 하지 않을테고. 무엇보다 어딜봐도 학생으로 보이는 내게 무료 급식을 줄리도 없고. 정말 엎친 데 덮친 격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망할놈의 자유는 무슨 자유. 현실은 시궁창인데."

일단, 물배라도 채우기 위해서 근처의 공원이라도 향하기로 했다. 설치되있는 무료 식수대에서 물이라도 먹으면 그나마 나아지겠지. 적어도 지금보다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터덜터덜 걷는 사이에 어느새 공원에 도착해버린것 같다. 공원이라지만 딱히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있지는 않았다(밤이라서 당연하겠지만). 꽤나 낡아버린 시설에는 곳곳에 금이 가있었고 녹슨 흔적이 많이 보였지만 나의 목적은 수분보충, 딱히 시설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오히려 꼴보기 싫은 염장커플들이 없는건 마음에 들었지만.

꿀꺽꿀꺽. 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니 그나마 나아지는것 같군.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며 갑자기 피로해진 다리도 쉬게할겸 근처의 벤치에 앉기로 했다. 하나가 해결되니 하나가 또 문제군.

"아고고…."

꽤나 할아버지같은 소리를 내며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꽤나 춥기는 했지만 육체의 피로가 풀리면서 기분이 꽤나 나아졌다. 진작 공원에 올걸 그랬군. 벤치에 앉아 휴식하던 도중 시선을 돌리다가 눈앞에서 꽤나 신기한 관경을 목격했다. 거리가 상당히 멀어 꽤나 흐릿하게 보였지만, 저것들은 분명….

"저거… 고양이 아니야?"

내가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공원의 분수대에서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가 있었다, 라는 명제만 본다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복수, 그것도 수십마리가 모여 있다는 것이다. 내 얼마되지 않는 인생경험으로 판단하자면 저런 경우는 분명 흔치 않다. 고양이가 저렇게 모여있을 이유가 뭘까. 라는 궁금증이 배고픔을 이겨내고 나를 분수대에 다가서게 했다.

기묘한 이끌림에 끌려서 다가서서 내가 본 분수대에는,

한명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여자아이가 있었다. 고양이들의 파도에 가려져 언뜻보면 잘 보이지않겠지만, 실제로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떻게 고양이에 가려진것을 보고 여자아이 인것을 알았냐면, 드물게 긴 머리칼과 스커트를 보고, 다. 게다가 틈의 사이에서 보이는 새하얀 살결만으로도 절대 남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으니까. 여자아이는 호수옆의 바닥에 엎드려 누워있는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고, 그 부드러울듯한 등판 위에 새끼 고양이들이 몰려 있던것이다. 고양이가 짐승으로서는 작은 편에 속한다고는 해도 저정도의 숫자가 되면 꽤나 무거울텐데, 라거나 하는 실없는 생각들을 하며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뭐어, 어찌됬거나 건장한 한 남자로서 어린 여자애가 혼자서 공원에서 노숙하는 꼴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간다. 이런 시간에 여자애 혼자 있기는 세상은 너무도 흉흉하지. 여기서는 정의의 대변(大便)자인 내가 나설 타이밍이야!

…같은 얼간이같은 생각만 하지않았어도, 나는 지금보다 괜찮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어쨋거나, 낯선사람의 등장때문에 놀랬는지 고양이들은 제각각 흩어져 버렸고, 나는 마음편히 그 소녀에게 다가갈수 있었다.

"우왓…."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왜냐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상상 이상으로 좋은 향기가 흘러 나왔거든. 이성에 그리 큰 관심을 지니지 않은 나도, 이 냄새만은 평생 맡고싶다고 생각해버릴 정도로. 다행히, 나는 오욕(五欲)을 이성으로 누를 수 있는 바람직한 현대의 지식인으로써 그 생각을 없애버렸다. 체취의 흐릿함이 아직 코끝에 남아있었지만 이정도는 딱히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러게 생각한다, 응응.

욕망을 어느정도 달랜 나는 다시 이 기묘한 소녀를 깨우는것에 집중했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작은 동물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등부분을 흔들었지만 딱히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왠지 중독될것 같은 감촉이군. 여자애들은 모두 이런 냄새와 감촉을 지니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사기야! 남성인권 연합회에 민원을 넣어버릴테야! 따위의 한심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여자아이는 일어난것 같다. 몸을 약하게 부들부들 떨더니, 그야말로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켠다. 내가 사람을 관찰하는지 새끼 고양이 네로를 관찰하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의 완벽한 포즈. 미소녀가 하니 이런것도 한폭의 그림이 되는군. 내가 한다면 새끼 오우거 카이저군의 사냥감을 찾기전의 아침운동, 정도로 묘사 되겠지만.

그 고상한 미소녀가 눈을 비비며 한 말의 첫번째는,

"뭐야, 이 못생긴 물체는."

였다.

아니아니, 명백히 이상하잖아. 이 정도의 미소녀가 처음 본 생명의 은인(?)에게 험악한 말을 늘어놓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절대, naver, 가 아니던가 어쨌든! 부조리한 현실에 뇌활동이 따라가지 못하게된 나는 그 말을 나의 피로가 만들어낸 환청이라 생각하

"못들었니? 어디서 나의 눈 앞에 개미핥기보다 못한 더러운 외모를 지니고 서성거리냐고 묻고 있는데. 혹시 외모에 비례해서 건강도 나쁜가봐? 귀도 안좋은거야?"

지 못했다.

좋아, 여기서는 연장자(年長者)답게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야겠군.

"귀 좋거든? 아직 볼륨을 풀로해서 메탈리카의 마스터 오브 퍼핏을 들어도 좋을 정도로! 거기다가 못생겼다니! 내가 조…조금 극소수의 사람에게는 못…아니 취향에 안맞는 외모를 지니고 있을수도 있겠지만! 못생겼다니! 못생겼다니! 너야말로 외모만 믿고 남에게 그런 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꽤나 컴플렉스로 지니고 있던 외모를 지적받으니 무심코 감정적이 된것 같군.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니니까!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남성들중 외모를 비하받고 멀쩡히 있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나로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게 아니야! 젠장,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추남의 넉두리 같군.

"너…"

목소리가 왠지 미묘하게 떨린다. 나의 사나이다운(?) 연설에 감격 먹은건가?

"바보야?"

하긴, 그럴리가 없겠지.

무심코 콩, 하고 꿀밤을 때리고 말았다. 아니, 정말로 무심코니까 말이지. 일부로 라던지 정말 아니고.

눈앞의 미소녀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내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말았지만. 나도 그것에 왠지 반격해서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지만 말이야. 절대 여자상대로 진심으로 싸운건 아니지만 말이지. 그나저나 꽤나 아프구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들' 은 근처 벤치에서 사이좋게 앉게 되었다. 그리고 다정하게 얘기를 하고있는 중이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가볍게 예를 들자면,

"왜 고양이들이 그렇게 모인거야?"

"네가 모르는걸 왜 나한테 물어? 바보야?"

라던지

"이런 밤에 여자아이 혼자 노숙하면 위험하다고. 내가 도와준걸 쪼금, 쪼오오오끔은 생각해서 행동하면 안되냐?"

"싫~어."

라던지

"좋아, 그건 나의 아량으로 넘어간다 치고, 어째서 이런 곳에서 혼자 자고 있었던 건데? 집에 돌아가지는 않아? 혹시 가출이라도 한거야?"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담긴 애절한 말에는

"상관하지마! 추남주제에! 너야말로 혹시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한건 아니야? 서…설마 너 변태야??"

라거나 하는 대답이 돌아오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대화가 전혀 진전이 안되잖아!"

결국 화내고 말았다. 넵, 저는 연하의 소녀에게조차 무시받은것을 참지 못하고 화를 푸는 그런 놈입니다.

"하아…사람이 말하면 진지하게 들어 달라고."

"………."

"………."

이번에는 무시하기로 한거냐? 이렇다면 나에게도 방법은 있다고….

물컹.

"꺄아아악!?"

말랑말랑한 감촉과함께 감미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라고 말하니 변태같군. 가슴을 허락없이 만진 시점부터 변태인가?

"뭐뭐뭐뭐뭐뭐뭣 뭐하는거얏!!!!"

"아니, 무심코."

"무심코 가슴을 만지다니! 정말 최악이야!"

"아니, 그야 니가 말을 무시했으니까 그렇지. 남의 말을 무시하는건 인종차별만큼이나 나쁜거라고!"

"…그정도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쳇, 안속네.

"아니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남의 가슴을 만져놓고 그 태도가 뭐야! 당장 사과햇!"

꽥꽥 꽤나 시끄럽네. 그것보다 말투가 바뀐건가? 방금 전보다는 태도가 꽤나 부드러워진것 같다. 아니, 어쩌면 쌀쌀맞게 대한게 연기 일수도 있겠네. 혹시 츤데레 라던지일수도 있겠군, 나에게도 연애 플래그가?

…일리는 없나.

하여튼간에, 나는 저 시끄러운 여자애에게 대답하기로 했다. 미소녀에서 그냥 여자애가 되다니, 불쌍하군 소녀여. 훨훨 날아가렴, 미소녀의 환상이여. 아디오스.

"제송했읍니다. 그렇지만 가슴은 부드러웠읍니다. 근데 꽤나 작았읍니다?"

"말투에 진심이 안담겨 있잖아! 게다가 '읍니다' 라니, 넌 초등교육도 못나온 못배운 아저씨냐!"

게다가 작았다니, 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건 기분 탓이려나~.

"난 진심을 말했을 뿐이라고. 부드러운걸 부드럽지 않다고 말할수는 없잖아? 아니면 '너의 가슴은 아만다티움 처럼 단단하구나. 너와 결혼할 남편도 참 불행하겠어.' 라고 말해주리?"

"읏…그건 아니지만…."

"게다가."

짐짓 분위기를 잡으려고 목소리를 진지하게 변환 시켰다, 라고는 해도 그리 멋있지는 않지만 말이지. 하여튼간에, 달라진 분위기에 눈앞의 소녀는 집중하는것 같았다.

"크기도 작고."

내 말에 순간 '무엇이 작고 무엇이 크기인가' 라는 명제에 대해 생각하던 소녀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차렸는지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것을 보니 왠지 보통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캬앗!!!!!!!!!!!!!!!!"

깨물렸다.

두번째의 처절한 혈투(연하의 여자상대로인)끝에 나는 깨물린 부위를 문지르고 있었다. 문질문질, 하고 문지르니 아픈것이 싹 사라지는 느낌…은 개뿔 더 아파 지는군.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나올것만 같았다, 가 아니라 이미 나오고 있었다.

"우왓! 피 나온다! 피!"

갑작스래 나온 피 때문에 냉전(?) 중인것도 있고 정말로 놀라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리얼, 정말로. 난 피같은건 무서워 하니까 말이지.

소리를 지른 탓인지 2m쯤 떨어져서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가 힐끗 뒤돌아 봤지만, 내가 다시 쳐다보자 모른체하고 고개를 다시 돌려 버렸다.

'이런 행동도 귀엽긴 하지만 말이야.'

다시보니 정말로 미소녀다. '미소녀' 라는 의미를 사전에 등록시킨다면 사진 자료로 저 소녀를 써야 하지않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여자를 보는 눈, 아니 사람을 보는 눈 같은건 거의 없지만 말이야. 저 길고 곧게 뻗은 눈썹 이라거나, 최고급 옷감의 실 보다도 더욱 결이 좋아 보이는 쇄골까지 내려오는 머리칼 이라거나, '검다' 라는 것의 색감(色感)의 정점을 나타내는듯한 깨끗하면서도 무엇보다 맑아 보이는 눈동자를 본다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미소녀' 라는 것에 이의를 재기하지 않겠지. 곧고 길게 뻗어있는 매끈매끈 해보이는 다리, 라거나 부드럽게 내려오는 몸의 선도 그것에 더할 수 있겠고 말이야. 그야말로 빠질곳은 빠지고 나온곳은 나온 완벽한 프로포션이다.

"뭐어…성격만 빼면 완벽할텐데 말이지."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다시 힐끗, 하고 나를 뒤돌아 보는게 느껴진다. 좀 더 솔직해 지라니깐.

"거기. 계속 삐져있을 생각이야? 대화를 나누자고. 대화 없이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아. 러브 앤 피스. 얼마나 좋아? 응?"

계속 대답하지 않을 생각인가. 이런건 한번이면 족한데 말이지."

"대답하지 않으면, 또 만질거야?"

"히…히익!"

아니,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는데. 죄책감이 느껴진다.

"음, 그러니까 대화를 나눠보자고. 우선 내가 질문해도 될까?"

"흥, 마음대로 해."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던것을 물어본다.

"너, 처음 만났을때랑 성격이 꽤나 달라지지 않았어? 생각해보니 성격뿐 아니라 말투도 꽤나――."

"그건 귀찮은 날벌레를 쫓아버리기 위한 위대하신 이 몸의 책략이야. 보통 사납게 굴면 남자들은 알아서 꺼져주니까."

한번쯤은 튕길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준다. 뭐, 한가지 의문은 대강 풀렸군.

"그러면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보겠는데, 도대체 여기서 왜 노숙하고 있었던거야? 아니, 나도 남의 프라이버시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런 밤에 여자 혼자 공원에서 자고 있다니 꽤나 신기해서."

"………."

아까 전보다 긴 침묵이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뭐, 말하기 싫다면 꼭 말할 필요는 없어. 나도 거기까지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

니까.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상대 쪽에서 먼저 말을 끊어왔다.

"……때문이야."

"뭐라고?"

"…때문이라고!"

"잘 안들리거든? 미안하니까 조금 더 크게…."

"집나간 아빠를 찾기 위해서라고!"

"어…. 그러니까 아빠라면 그 아빠? 영어로는 빠덜, 한자로는 부(父) 라고 하는 그것?"

"그래! 우리 철없는 아빠를 찾으려고 내가 쪽팔림을 감수하고 공원에서 혼자 쓸쓸히, 외롭게 바닥에서 자고 있었던 거라고! 이제 됬어?!"

왠지 울먹울먹 거리기 시작했기에, 나는 일단 위로를 하기로 했다. 왠지 약한 부분을 건드린것 같아 죄책감도 느껴졌고 말이지. 하긴, 창창한 10대 중반의 나이에 공원에서 가족을 찾기위해 노숙을 한다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런 사실을 남에게 말하는것은 상당히 부끄럽겠지. 적어도 나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무엇보다, 아빠가 가출하다니 어떤 막되먹은 가정이냐고. 묻고 싶은것은 산더미 같았지만 그걸 묻는것도 실례일것 같기에 일단 위로부터 하기로 했다.

"아니, 저기, 그러니까, 어쨋든 미안. 나는 아픈 부분을 건들 생각은 없었고, 정말 미안해."

"흐…흐윽. 아니, 됐어. 나도 한번쯤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으니까. 나야말로 어리광 부려서 미안하게 됬어."

가, 갑자기 얘가 왜 이러는 거야. 모 유명 만화의 착함착함 열매라도 먹은건가. 앗! 악마의 열매의 능력자가 나타났어! 여러분들! 제가 능력자를 눈앞에서 봤다구요!

"풋…큭큭…."

울더니 이번에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여자라는건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울다 웃으면 거기에 털 난다는데~."

나는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몸을 바쳐(?) 개그로 승화 시키려고 마음에도 없는 저질 개그를 꺼내었다. 이제 다시 약속된 승리의 싸대기(Excallbar)가 날아오….

…지 않잖아.

오히려 그녀는 보는 사람도 속 시원하게 한번 더 크게 웃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가는거야?"

"아하하, 너를 보니 왠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야. 고마워, 덕분에 내 자신을 조금 찾은것 같아. 침울해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였네, 정말."

"으…응. 그래! 사람은 긍정적인 것이 좋지!"

작년까지만 해도 중2병에 걸려 시니컬니즘을 어설프게 흉내냈었던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왠지 입장이 역전된것 같은 느낌인데.

"역시 나는 집에 돌아갈래. 여기서 기다린다 해도, 철없는 아빠가 돌아올리는 없고 말이야. 여기 있는건 단순히 집에서 해방되기 위한 변명일 뿐일지도 모르겠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가출일지도."

가출이라는 말에 뜨끔.

"그러면 잘 있어. 음… 또 다시 만나면 좋겠네."

정말 떠날 느낌이다. 저 소녀가 떠나면 나는 혼자 외로이 밤의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어야 겠지. 무슨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냐고. 하지만… 애당초 용기따위 없는 나에게 그녀가 떠나는 것을 말리는건 무리겠지. 나는 그럴 용기 하나 없는 수많은 겁쟁이들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그러면, 다음에 봐. 그럴 기회가 있다면 말이지만."

"어…잘 가. 배웅은 안할테니까."

"핏. 그러면 정말 안녕이야."

"응…."

처음 볼때와 달리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부르자면 몇번이나 기회가 있겠지, 부르면 그녀는 뒤돌아 봐줄 것이고, 어쩌면 두어시간정도 더 이야기 할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더할나위 없이 내가 바라는 일이다. 나는 쓸쓸함에 약하니까.

하지만 그 이상으로 겁쟁이인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린 아이였을때의 시절처럼, 초등학교 때처럼, 중학교 때처럼, 그리고…

지금처럼.

그렇기에, 너무나도 겁쟁이인 나는 그녀가 희미하게 남긴 말을 단순히 환청이라고 치부하기로 했다. 그것은 나같은 얼간이 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말이였으니까.

"어쩌면, 좋아하게 됬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홀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기로 했다.


누구보다 쓸쓸한척 하면서. 누구보다 외로운척 하면서.


누구보다 겁쟁이인척 하면서. 누구보다 불행한척 하면서.


누구보다 슬픈척을 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서.



♠ Prologue End


?열심히 썼슴다 로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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