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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새기는 사람들
글쓴이: unripe poet
작성일: 12-07-26 21:52 조회: 2,340 추천: 0 비추천: 0

서장. 창가에 빛 조각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빛은 떨어지는 순간 그곳의 모습을 사람에게 옮긴다, 이는 움직이는 것, 그렇게 사람에게 옮겨진 빛은 그 떨어진 곳의 모습.

사람의 움직임도 생각도 모습도 빛에 의해 옮겨지고, 계속해서 움직인다.

이는 자신을 그 자리에 두며 움직이는 것으로, 한번 떨어진 자리에는 빛이 새겨진다, 그곳에 머물고 또한 움직이는 것이라, 영원이라 할 수 있는 움직임이 그 자리에 있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다른 장소에 있다.

나에게서 나오는 빛 조각들이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의 전신에 새겨지듯 내 눈 또한 그들의 모습을 새기고, 그렇게 자신을 새긴 빛은 다른 장소로 향한다.

지금 여기 학생들이 경험하게 될 현상, 나는 그 현상을 빛이라 말하겠다.

1

긍지 높은 연무당의 자손으로서 악귀나찰의 박멸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나는.

성적이 좋지 않다.

전 세계의 국가들의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고자 세워진 국제 청소년 교류 연합교원(국교연)’은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3개국어 회화 가능이 입학 기본조건에 해당할 정도다. 고로 나는.

성적이 좋지 않다.

악귀의 출현이 많은 지역을 평정하는 것이 무당 된 자의 도리이고 지금 내가 평정할 지역은 국교연의 뒷산 과 그 주변 지역, 국교연의 부지도 포함된다. 하지만 나는.

성적이 좋지 않다.

그럼으로 별 생각 없이 휴학을 신청하고 집에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자 전화가 걸려왔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슬슬 뇌의 부팅이 끝나가고 아침햇살에 대한 내 저항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국교연의 기숙사,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국교연은 내 성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고등학교가 절대 아니다. 6년 전 배일에 가린 이사장이 외국의 여러 권위자들을 초빙해 이사회를 설립하여 만든 이 국교연은 세계단위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웬만한 학생들은 원서도 못 내는 곳이란 말이다.

그런대 나는 무려 스카우트,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기네들이 먼저 오라고 했으니.

어이가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며 욕실로 들어가려다 문득 어젯밤에 이야기를 나눈 룸메이트의 침대 쪽을 보자 빛을 피하려 벽 쪽에 바짝 붙어서 잠을 자는 꼬맹이가 보였다.

, 아침이다?”

………...”

내가 은근히 크게 말하자 앤은 베개를 이용해 귀를 막으며 괴롭다는 듯 신음 소리를 냈다.

완전 어린애 맞네.”

어제 잠시 이야기 한 것으로 상당히 말이 험하고 어린애 같은 아이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길게 기른 하얀 머리 하며 조그만 몸집이 말티즈를 연상시켜 정말 귀여웠다.

욕실에서 가볍게 씻은 나는 교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룸메이트인 앤을 바라보며 설마 이런 우등생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지각을 할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수였다.

시계를 보니 이미 씻고 준비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 일어나, 늦었어.”

…………”

꼬맹이가!

화락

이불이 걷어짐과 동시에 앤의 곱슬거리는 머리가 함께 솟아오르며 내 얼굴을 간질인다.

베개까지 빼앗자 이번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햇빛을 가리듯 얼굴을 덥고 웅크린다.

미안하지만 나는 나보다 어리거나 부족한 사람에게는 엄하다, 집안 내력상 선후배 관계에 철저한 환경에서 자란 탓이다, 내 룸메이트가 된 이상 늦잠이란 건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앤의 머리를 정리하는 것 포함 30분 이상이 소요되어 지각이 확실해졌다.

앤 재대로 가고 있는 거 맞니?”

비틀거리는 앤을 그냥 두고 갈수 없어 따라온 나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앤에게 불안해서 물어보자 앤은 나를 향해 돌아보며 작은 목소리로 멍하니 말했다.

“1학년……3……”

뭐야!! 귀여워!!!

눈을 비비며 다시 앞을 향하는 앤은 확실하게 귀여웠다. 동성의 애교는 역효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자신의 반에 도착했는지 멍하니 서버린 앤을 보고 나는 앤이 서있는 문을 확인했다.

맞네 3.”

아직 조례가 끝나지 않았는지 옆반에서 공지사항을 알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앤은 그 소리에 반응했는지 갑작스레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가더니 옆반의 문을 열어 젖혔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나는 그저 쏟아지는 학생들과 당황한 선생님의 시선을 받으며 앤의 손을 잡고 뒤로 당긴 뒤 사과를 하고 바로 문을 닫았다.

뭐 하는 거야!! 꼬맹이!!!”

조례……”

이런 비겁한!! 화낼 수 없어!!

내가 귀여운 물건에 약했던가 눈을 반쯤 감은 채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앤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에휴……”

3반의 문을 보며 한숨을 쉰 뒤 문을 두드리자 얼마 되지 않아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어라 연이 아니니?”

문을 열고 나온 선생님은 젊은 여선생님이었다. 선생님답게 싹싹한 커리어우먼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그보다 왜 내 이름?

? ......맞긴 하지만.”

내 말에 선생님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내 뒤에 가려있던 꼬맹이의 존재를 눈치챈 듯 말했다.

그런 거구나, 일단 둘 다 들어오렴.”

나까지?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배짱 좋구나.”

교탁까지 들어선 선생님은 나를 보며 말씀하셨고 뒤이어 앤을 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 왜 지각했는지는 알만 하다만 말이다.”

나는 순간 선생님의 한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듣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음 선생님의 말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앤은 웬일로 일찍 나왔구나?”

이 꼬맹이 역시 상습범이었다. 일어나기 싫어 발버둥 치는 모습에 꽤나 프로다운 기질이 엿보이긴 했지만 설마 했는데 이런 학교에도 있을 건 다 있나 보다. 좋지 못한 것도 말이지.

연이는 오늘부터 이 반에 편입된 거란다.”

…… 그렇군요.”

우연히도 앤과 같은 교실에 배정된 듯 했다. 운이 좋다면 좋은 것이지만 지각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

둘 다 들어가서 앉으렴.”

? 의외로 별 꾸중이 없다. 처음이라 봐주시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고 교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뭔가 허전해서 교탁 쪽을 돌아보니 교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앤이 보였다.

대리고 들어가렴.”

책에서 눈을 때지 않고 말하는 선생님을 보니, 이 상황이 꽤나 익숙하신 듯 했다.

잊고 온 물건을 챙겨오는 듯한 기분으로 앤의 손목을 잡아 끌고 들어오며 빈자리를 찾아보니, 중간쯤에 위치한 복도 쪽 두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앤을 앉힌 후 옆자리에 앉으니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겠다 싶어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았다.

점심시간, 교내의 움직임은 평화로웠다. 평화롭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저 둘일 것이다.

옥상에 설치된 출입금지 지역에서 망원경의 흉내를 낼 생각인지 책을 말아 눈에 가져다 댄 신야는 옆에 키요시를 시켜 특정 학급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중이었다.

사실 키요시가 신야를 따라올 이유는 없었다. 한 벽면이 완전히 유리로 되어있는 디자인의 교실은, 신야가 있는 위치에서 보면 반 전채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라 키요시의 힘이 없어도 요주의 인물을 주시하기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 첫 등교부터 핏빛머리 앤양과 나란히 등교!! 이거 참 무시할 수 없는 신인 같은데?”

신야는 여우 같은 눈에 어울리지 않게 청색이 감도는 검은 머리를 하나도 남김없이 뒤로 넘겨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지만, 말투에서는 눈에 어울리게 경박함이 묻어 나왔다.

그것도 그렇지만 외관에서부터 기백이 남다른데요? 하얀 얼굴하며 완전히 검은 머리라니, 일전에 음양귀라 불리던 연무당의 자손답네요.”

신야와는 다르게 겉모습부터 단정한 소년인 키요시는 어색하게 웃으며 공손한 말투로 신인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머리색과 피부색으로 음양귀라는 이명을 얻은 것이라면 그거야말로 가관이겠군. 그나저나 머리를 짧게 자른건 아쉽구만.”

입 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신야는 망원경놀이가 지겨워졌는지 말았던 책을 옆으로 던지고 뒤를 돌아보았다.

누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금 전까진 기척도 없었던 그들의 뒤에는 어느새 한 여인이 서있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하며 비단으로 된 검은 한복은 움직이기 편해 보일 정도로 많은 계량을 했지만, 그 모습이 저승사자와 같다는 건 변함이 없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주쳤다면 분명 귀신이라도 본 듯 놀라거나, 당황해서 말을 흐릴 것이지만 신야는 태연히 자연스럽게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마치 이미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새로운 광역의 감시는 내가 한다.”

그녀의 이름은 사도바리, 신야의 누나이며 가문의 당주인 바리는 신야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한 학급의 창문을 주시한 채 말했다.

그녀의 미모는 이런 상황에선 역효과였다. 그저 주시하는 표적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이지만, 그 미모에 의해 사람들은 차가움을 느끼기도 했다. 웃음이 잘 어울리는 얼굴일수록 무표정일 때에 느끼는 위화감은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신야는 자신의 누나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뭡니까 누님~ 자기만 재미있는 일을 하겠다고 우리를 전장으로 내모는 것입니까? 치사한데요.”

언재나 올라가 있는 입 꼬리는 이상하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신야의 빈정거림은 언재나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향하지 않는다. 그렇게 들린다 해도 진심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신야가 있으면 두 사람 역할을 할 수 있으니 바리선배보다 신야가 참가하는 게 유리하긴 해.”

바리가 대답이 없자 키요시는 신야를 보며 말했다. 신야가 항상 키요시를 대리고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유일하게 하지 못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야는 많은 일을 한번에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얼마 남지 않았다,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라.”

바리가 말하자 신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번 웃어 보이더니 키요시와 함께 계단으로 내려갔다.

일이 꼬일 것이라는 느낌은 전학수속을 거치는 순간부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귀출괴황(鬼出怪?)

악귀는 출연과 동시에 괴이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 울음소리는 영적으로 울려,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본능으로 그것을 피하려 한다.

과연 가르침대로 지금 그 굉음을 듣고서도 반 아이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순식간에 점심시간이라 생각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렇게 빨리 경험하게 될 줄이야.

출현과 동시에 비명을 질러대는 악귀는 많지만 전신을 울리는 울음소리는 상당한 크기의 악귀라 할 수 있고 그런 악귀의 출현을 우리 가문에선 귀출괴황이라 부른다.

집을 나서 악귀퇴치를 다닌 경험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울음소리는 상당한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재앙의 전조라고 알려져 있고, 우리가문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들만 그 퇴치에 나섰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신내림을 행하는 것도 문재가 있다, 악귀의 출현 시 발생하는 울음소리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불안감을 생성시킨다. 그 무의식 속의 불안감은 모든 영적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에, 지금 신내림을 받는다면 아마 반 아이들 모두가 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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