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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작가가 모였어요
글쓴이: 심심하다
작성일: 12-07-26 12:37 조회: 2,344 추천: 0 비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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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다시 고등학교를 가보란 이 소리입니까?”

뭐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지. 나현욱군.”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도 화려한 간판과 광고를 연신 뿌려 되는 회색계열의 건물. 그 건물의 중간층에 위치한 자그마한 편집실 안에서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와 마주보고 있는 편집장 박진영씨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흠 왜지?”

그 이유야 뻔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서죠.”

나의 이런 대답에 그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손에 든 부채를 내 얼굴을 향해 부치기 시작했다.

완결 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작품 구상이야.”

“.......지금 그 말을 하시는 장본인께서 하루 빨리 새 작품 들고 오라 했습니다만?”

아하? 그랬나? 그런데 내 기억에는 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걸로 되어있지~”

그리고는 하하하하하~ 라는 웃음소리와 함께 말을 얼버무리는 이 나무늘보 아저씨.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언제나 맛보는 참담한 심경에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이 작자. 제 정신이기는 한 걸까. 벌써 3년을 같이 일해 온 사이이지만 이런 의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대한민국 라이트노벨 업계 최고 기업인

()엔진 편집자라는 거대한 직함에 맞지 않는 저 태평함과 나른함.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까지 올라온 걸까. 듣기로는 한창 잘 나갈 때는 소문의 학술이라던가 끝이 난 세계라는 대작들의 편집자를 맡았다고 하던데. 어째서 나를 맡은 지금의 상태는 한량과 백수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노는 형님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 거냐 이 말이다!

어떻게 되었건 학교는 안 갑니다. 글쓰기도 바빠 죽겠는데 학교는 무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칼에 거절했다. 급한 일이라고 해서 한 걸음에 달려왔건만 들어 볼 가치도 없는 제안이나 건네고 말이지. 정말로 내 작가 인생에 도움이라고는 요 만큼도 안 주는 작자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쓸데없는 체험이나 하고 말았다.

흥분하지 말고 일단 좀 앉지 그래?.”

다시 박진영 편집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체 쿨하게 대답했다.

거절합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 이거 꽤 세게 나가는데 말이지. 나현욱군. 만약 거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여 이 방을 나서려고 한다면 나는 앞으로 자네가 들고 오는 원고는 절대로 드려다 보지 않을 꺼야.”

허나 얄밉게 들려온 이 말에 몇 발자국 움직이지 못한 내 발걸음이 허공에서 딱 멈추고 말았다.

편집자 권력 남용입니다.”

권력 남용은 무슨~ 자네가 원고를 들고 다른 편집자를 찾아가는 걸 막아버리는 것 정도 되야 권력 남용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나의 행동을 기다렸다는 듯이 박진영 편집자님의 축 처진 눈가가 얄밉게 올라간 입 꼬리와 함께 맞물렸다. 그 모습에 나는 이를 바득 갈며 중얼거렸다.

“......당신 정말로 짜증나는 거 알죠?”

하하하하~ 뭐라고? 잘 안 들리네~ 요즘 귀가 안 좋아서 말이지.”

이번에는 주먹의 뼈 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폭력을 싫어하는 나지만 저 얼굴 표정을 바라보니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한 대 쳐버리고 인생막장으로 한 번 치달려 볼까 라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았지만 이미 즐길 것 다 즐기고 사는 저 불쌍한 인생과 앞날이 창창한 내 장밋빛 인생을 맞바꾼다는 것은 아무래도 손해인 것 같아 나는 부글부글 끓는 화를 간신히 참으며 다시 자리에 착석하였다.

-

읽어봐.”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박진영 편집장님께서 두툼한 종이뭉치를 건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뭡니까.”

일단 읽어보고 이야기 하자고. 설명할 스케일이 워낙 커서 말이지.”

그 말에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평소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 그의 입 꼬리를 바라보며 나는 궁리하였다. 하지만 저 포커페이스를 무너트릴 만한 방법은 쉬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한숨을 내어 쉬며 그를 노려보기를 중단한 나는 일단 그가 건넨 종이 뭉치들을 읽어 내려가기로 하였다.

가볍게 건네준 것 치고는 빽빽하게 채워진 글자와 숫자. 거기에다가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필기가 되어 있는 것이 예사로운 내용이 아닌 것 같았다. 간간히 이해가가는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국제화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고 0이 몇 개나 붙은 예산의 수치 또 한 눈길을 끈다. 거기에다가 수출이라는 명목으로 표시된 나라이름 또 한 수십 개국이나 거론되고 있었다.

흐음....뭐지 이거?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 주제에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프린트를 보았지만 절반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였다. 결국 중간에 있는 내용들을 건너 띄고 맨 마지막장으로 넘기고 말았다. 그러자 무방비한 내 시야를 가득 매우는 한국어로 적혀진 큰 제목.

세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제작 총 계획서

“.........뭐라고!!!”

나는 눈에 들어오는 이 믿기지 않는 문자들의 나열에 있는 힘껏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하~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박진영 편집자님께서는 흥분하며 소리치는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으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말이 떨리는 지도 모르고 박진영 편집자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뭡니까! ....이 엄청난 계획서는!”

뭐긴 뭐야. 애니 제작에 관한 계획서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박진영 편집장님의 모습에 나는 탁자를 두 손으로 탁하고 내리쳤다.

아니! 이 문제가 뭐긴 뭐야 라면서 말할 문제입니까!"

애니 계획서라구요! 애니 계획서! 더군다나 일본에서 들어온 제의가 아닌 우리 한국국산의 기술로 만든다는 그런 엄청난 내용을 담은 계획서 아닙니까!

나도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 작자가 그렇게 태평한 표정을 짓는 겁니까!”

나는 그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화가나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이런 나를 바라보던 박진영 편집자는 갑작스럽게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자 알았어. 알았다고. 현욱군. 자네가 왜 흥분하는 지나도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일단 진정하고 앉아봐. 이제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줄 테니깐 말이야.”

그 말과 함께 흥분한 나를 억지로 자리에 앉힌 박진영 편집장님 커피포트를 향해 다가갔다.

커피? 녹차?”

지금 그런 걸 마실 때냐. 라고 소리쳐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또 다시 실랑이로 시간을 버릴 것 같기에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커피.”

. 17살 꼬맹이 주제에 녹차나 마시지. 그러니깐 키가 안 크는 거야.”

의학적으로 커피를 마신다고 키가 안 큰다 라는 사실이 밝혀진 적 없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말씀 하실 꺼면 왜 애초에 커피를 선택지에 넣었어요!”

이 말에 그는 나에게 향긋한 향이 피어오르는 커피 잔을 건네며 말하였다.

한 가지만 제안하는 건 심심하잖아?”

그리고 또 싱긋 전매특허 입 꼬리 미소를 내게 발사했다. 그 모습에 무어라 할 말을 잃은 나는 잠시 후 다시 발끈하며 흥분 하려다가 순간적으로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했다. 휴우.....진정하자 나현욱. 저 작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면 않되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며 나는 눈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급 들이켰다.

커피의 쓴 맛과 단맛이 흥분한 몸과 마음을 한결 진정시켜주었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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