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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을 구해줘!(S(L)ave Sister Story)
글쓴이: 미소녀관능소설…
작성일: 12-07-24 19:34 조회: 2,801 추천: 0 비추천: 0

여동생을 구해줘! S(L)ave Sister Story






블랙 앤 화이트의 미소녀 관능 소설 작가 편




프롤로그
이제는 여동생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은 남의 가족사에 흥미를 느낄 정도로 한가한 녀석은 분명 이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그 이야기를 해야 될 책임이 있다.
분명 열등감으로 얼룩진 과거가 폭로되는, 꽁꽁 묶인 채로 여자친구(없지만)에게 하드디스크를 검사당하는 것 같은 부끄러운 결말에 도달하게 되겠지만.
그건 내가 감내해야만 되는 일이다.
여동생은 하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요즘 세상에는 정말로 드문 청순가련한 여자아이다.
청순가련(淸純可憐).
깨끗하고 순수한.
그리고 덧없으리만큼 애틋한.
내 여동생을 설명하는데 있어 그만큼 적절한 단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2학년으로, 나보다 3살 어린 14살.
부드럽게 웨이브 진 흑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비비크림 한번 바른 적 없는데도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아이는 초등학생도 브릿지 정도는 하고 다니는 요즘 세상에 천연기념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문화제 정도는 될 것이고.
내 가슴정도나 올까 싶은 작은 키와 가녀린 몸집은 아무리 극악무도한 악당에게라도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어릴 적 기르던 개가 사라진 것 정도로 3일 밤낮을 울며 지냈을 정도로 순수하기까지 하다.
쓸데없는 사족이지만. 그 개의 행방은 그때가 한창 덥기 시작한 초여름이었다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저녁에 먹었던 ‘소고기’가 유난히 부드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여동생에게는 비밀이다.
추가하자면.
여동생의 대단함은 겉모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인지 문제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나와는 달리 톱클래스의 모범생이다.
성적으로는 학년 톱을 놓친 적이 없고, 몇 번이나 글쓰기 대회 같은 것에 나가 대상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문학적 소양 또한 뛰어나다. 3년 전이긴 해도 유명한 수영대회에 나가 우승한 적도 있다.
그다지 공부와는 친하지 않은 내가 그나마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시험 전날에 예상 문제를 알려주는 여동생 덕분이니, 아마도 내 예상으로는 지금 당장 수능을 봐도 꽤나 높은 점수를 얻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작게 웃으며 ‘그저 조금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라니.
격이 다르다.
오빠의 위신 운운하기 이전에 애초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다.
양자 컴퓨터와 주판.
레일건과 슬릿.
천재 소녀와 삐딱한 문제아.
여동생과 오빠라는, 부모님이 같다는 점을 제외하면 하늘 위의 존재라는 느낌이다. 지금도 더 높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유일하게 내가 앞서가는 거라곤 매일 학교에 걸어서 통학한다는 것뿐이다.
어째서 그것이 앞서가는 거냐면.

여동생은 걷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원인이었고, 여동생이 최고의 피해자였던 ‘그’ 사건 때문이다.
사고가 아닌 사건. 어디까지나 그 원인은 인간.
신경이 어쩌고 다리의 근육이 어쩌고. 온통 어려운 전문용어 투성이었던지라 여동생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평생 걷지 못하고,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는 것만은 이해 할 수 있었다.
나는 눈가에 조금 상처가 난 것으로 끝났으므로 여동생과 나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 한 결말을 맞이한 셈이다.
그토록 바라던 전세역전이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오빠가 내 발이 되어 줄꺼지. 그러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는 여동생 앞에서 기뻐 할 수 있을까.
분명 그 책임은 평생이 가도 다하지 못하겠지.
쓸데없이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으므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거창하게 본론이라고 말했지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시간상으로는 3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만은 조금 봐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나라도 즐겁게 그 이야기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
그것은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하고.
그래, 정했다.
우선 청순가련한 천재 소녀인 내 여동생에게 조금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된 그때부터 시작해 볼까.


















1. 여동생의 이면 (Black & White)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나기는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양손을 모으며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결론이 도출된 건지 모르겠는데.”
“요즘 여동생이 이상한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기가 끼어들었다.
“이성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낄 정도면 그 사람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고. 관심이 있다는 것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그렇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거잖아요! 아우웅. 여동생과의 사랑이라니. 금단의 사랑 멋져어! 저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응원해 드릴게요! 결혼식은 언제―?”
“진행이 너무 빠르잖아?!”
“와아앗――♪ 이렇게나 가까이에 성별마저 초월한 금단의 사랑을 하고 있는 분이 있을 줄이야아……! 나기 감동했어요!”
“성별 따위, 초월하지 않았다고! 내 동생 여자애니까!”
태클이 묘하게 다른 과녁을 맞힌 것 같지만 나기는 이미 내 말 따위는 듣고 있지 않으므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옆자리에서 멋대로 망상세계로 폴인 해 버린 분은 소나기라고 한다.
우리 반의 반장으로 어른스러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나와는 같은 학년이다. 망상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엄청난 선인으로 1학년 때부터 줄곧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그러니까, 담당구역 청소나, 각종 유입물의 정리, 환경미화 등등을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서서 하고 있다.
선량하며 예의바르고 착실하다는 3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선생님들의 평가도 높아 자연스럽게 2년 연속 반장을 맡고 있다.
문제아 꼬리표를 달고 있는 내 고민 상담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나기가 얼마나 선인인지 잘 알 수 있으리라.
어쨌거나 얌전한 나기와 불량아인 내가 방과 후 교실에서 몰래 만나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조속히 화제를 원래대로 돌리기로 했다.
“갑작스럽겠지만, 여자애의 사정은 여자애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후웅……. 그러니까아. 연애상담?”
“아냐! 내가 왜 여동생이랑 연애를 해야 하는데!”
“유행이니까요.”
“그런 유행 싫다!”
그런 게 유행하고 있다니, 이 세상 괜찮은 걸까.
여동생에게 말했다가는 10분 정도는 웃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기가 내게 다가왔다.
작게 한걸음.
2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이야기 중이었으므로 이제는 1.5미터 정도겠지.
“읏차! 이제 마음의 준비 끝! 포치 씨. 방금 전까지 엄청 무서운 표정 하고 있었어요? 완전 흉견 주의라는 느낌이었다니까요. 조금 무서웠는걸요.”
그런가.
나기가 평소 보여주는 똑 부러진 모습과 다른 것은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거군.
다시금 내 입장을 깨달았다.
눈가에 난 흉터.
흥분하면 붉게 충혈 되는 눈동자.
덤으로 결코 단정 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외모.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학교에 오고 일찍 하교를 하는데다가 기껏 학교에 오더라도 그리 성실하게 수업을 듣지 않는데다가, 자주 땡땡이.
여기까지는 일단 변명할 여지없는 진실이긴 한데.
전국 제패가 멀지 않은 싸움꾼이라거나 벌써부터 수많은 조직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놈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웠는데 그 수가 수백을 넘는다거나.
그런 신빙성 제로의 소문 같은 것이 엄청나게 퍼져 있다.
그런데 그게 또 굉장히 그럴듯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제 2의 인격이 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못된 짓을 잔뜩 하고 다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등 정도다.
거기에 몇 가지 불운이 겹쳐 내게는 ‘흉견’이라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붙어있다.
요컨대 학교 공인 문제아라는 것이다.
그런 녀석과 단 둘이 있는 것이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언제라도 도망 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해해 줘야만 하겠지.
마음의 준비.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각오.
그것을 마친 나기는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다른 사람과 대화 할 때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잘 들릴 만 한 거리에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경청합시다.
초등학교 바른생활 시간에 배울 것 같은 에티켓을 성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착실한 녀석이구나 하고 납득해 버렸다.
“그런데 배려 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내 이름은 포치가 아니라니까. 용견이라고! 유! 용견!”
유에 악센트. 실수하면 이상한 뜻이 되어 버려서 주의해야 한다.
“에헤헤헷……. 잠시 착각했나 봐요. 클래스 메이트 이름은 전부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기르는 강아지랑 비슷해서요.”
귀엽게 웃는다. 0.1g의 악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점이 가슴 아프다.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 포치……?”
“에헤헷. 정답이에요. 조그만 비글인데 귀엽답니다.”
“완전 다르잖아! 도대체 어떻게 내 이름하고 착각 할 수가 있는 거야! 비굴하잖아!”
“……설마 그거 웃어야 할 부분인가요?”
쓸데없이 배려심이 넘치는 여자였다.
그다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이야기지만, 내 이름은 용견(龍見)으로 개(犬)와는 조금도 관계없다.
계속 서서 이야기 하는 것도 이상했으므로 책상과 파이프 의자를 끌어와 자리를 만들었다.
나기는「그럼 실례 할게요―」라고 말하며 파이프 의자 위에 앉았다. 살짝 손을 뻗어 치마를 정리 하는 모습이 너무나 소녀다워서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것은 비밀이다.
170이 약간 넘은 듯 보이는 키에, 어깨에 살짝 닿아 있는 깔끔한 생머리. 약간 처진 왼쪽 눈 밑에는 조그마한 눈물점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교복 모델로 써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입은 교복치마 밑으로 눈처럼 흰 다리가 뻗어 있다.
그 위에 다소곳이 자리한 두 손은 눈이 부실 정도다.
지금 당장 정장을 입어도 그럴듯한 사장님 비서로 보일 것 같은 그런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여자아이와 단 둘이 있다는 것에 두근거리는 바보가 한 명.
흠. 흠. 흠.
“……그런데, 왜 여동생 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자칫하다간 내 태몽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갈 지도 모를 상황을 한 순간에 원래대로 돌려놓은 나기 님.
역시 반장이랄까.
그러고 보니 애초에 반장 때문에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샌 거였잖아.
“요새, 말이야.”
“네에.”
“여동생이 늦어.”
“생리가요?”
“아냐! 그게 늦으면 다른 의미로 위험하잖아?!”
“그, 그,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생리 불순은 사춘기에는 흔한 현상인걸요!”
“나란 분! 여동생의 생리 주기 같은 걸 파악 하고 다니는 녀석이었습니까!”
“아니어요?”
“당연히 ……아니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웃응.”
예의바르고 얌전하면서 성실한 반장님께서 유통기한이 미묘하게 지난 식빵을 보며 고민을 하고 있는 주부님 같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부담스럽다.
“내가 말하고 있는 건 귀가시간.”
“그런가요―”
나기는 무언가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검지를 세웠다.
“여동생 양에게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동아리 활동이 있다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어울린다거나.”
“내 여동생. 다리가 불편하거든. 그래서 딱히 동아리 활동 같은 거 안 해. 게다가 친구를 만난다면 그렇게 말해주면 되잖아.”
“아무 말 없이 늦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휠채어를 타고 혼자 학교에 다니기 힘들잖아. 그래서 아침마다 여동생을 데려다 주고. 저녁에는 데리러 가거든.”
“흐웅…….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래서요?”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어서 나까지 긴장되는 기분이다. 게다가 묘하게도 무언가를 간파 당한 느낌이 든다.
착각이겠지?
“이 주 정도 전인데. 여동생이 항상 기다리던 장소에 처음 보는 여자애가 서 있더라고. 양 갈래로 땋은 머리에 안경을 낀 얌전하게 생긴 여자애였거든.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가 싶어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서 있는데 말이야. 갑자기 내게 다가오는 거야.”
“묘하게 두근거리는 이야기네요."
묘하게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말이지――.

「세미. 하얀의. 말. 전합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니까. 기다리지. 말래요. 그럼. 이만.」

라더라고.”
세미는 그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스타카토 같은 묘한 말투의 여자애였다.
친구인걸까.
여동생과는 꽤나 자주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세미라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은 적은 없었다.
물론 거기까지는 좋다. 여동생도 벌써 중2고. 자신만의 프라이버시라는게 있을 테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게 한번이 아니라는 거지.”
그때부터 매일같이 여동생 대신 세미라는 여자애가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다가가면 매번 똑같은 대사를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나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기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야.”
“흐――응.”
“아버지는 집 나간 지 오래고. 엄마는 일이 바쁘셔서 말이지, 그 뭐시냐. 여동생의 도시락을 내가 준비하고 있거든. 나름대로 신경 쓴다고는 썼는데. 요새 아예 손을 대지 않아.”
이번에는 생각 할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단숨에 답변이 돌아왔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다이어트, 라.”
내 여동생――유하얀의 몸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다이어트가 아니라, 오히려 조금 살이 찌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느다란 팔다리와 빈약한 가슴의 소유자였다.
나기처럼 조금 살집이 있는 편이 좋은데.
특히 가슴 쪽에.
나기의 가슴은 비록 단정히 입은 교복 속에 숨겨져 있었지만 초보자인 내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언제 한번 여동생에게 보여줘서 본받으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포치 씨. 꼭 발정기 때의 용견 같은 눈을 하고 있어요. 무슨 이상한 상상이라도 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어, 어떻게 알았지?! 그런데 선생님, 거기 이름 틀렸습니다만!”
“에헷. 또 실수했네요.”
“명백히 고의잖아!”
그래서야 내가 발정난 수캐 같다고!
억울하다! 나는 결백해!
………………………….
………………….
………….
잠시 의미 있는 정적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다이어트가 아니라면 도시락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이상한데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성실하고 예의바른 나기 님 께서 실례라는 말까지 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실례인 질문을 하려는 거지.
일단 승낙하기로 했다.
“뭐, 오케이.”
“뭐랄까……. 우리 학교는 급식이니까, 여동생의 도시락만을 위해 매일 요리를 하고 있는 용견 씨의 성의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자애에겐 그 뭐냐, 그런 게 있잖아요. 맛도 맛이지만 좀 그런…….”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몸을 배배 꼬고 있다. 단도직입 적으로 말하면 될 것을.
“그러니까, 내가 싸준 도시락이 창피해서 먹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네에.”
“그럴 것 같아서 샘플을 준비해 봤는데.”
가방에서 손수건에 쌓여있는 도시락을 꺼냈다. 혹시나 해서 오늘 아침에 추가로 만들어 둔 녀석이다.
나기는 그것을 무슨 예술가의 공예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받아 들더니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무슨 품평회라도 온 것처럼 미묘하게 긴장된다.
기왕 만드는 거 맛있고, 보기 좋게 만들어 보자며 책이며 요리프로 등을 보고 열심히 공부하긴 했지만 그것이 과연 현역 여고생에게 먹힐 것인가.
“와아아―――. 맛있어 보여요.”
도시락 안에는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1등급 한우를 직접 갈아 만든 햄버그에 레드 와인을 베이스로 한 소스. 발사믹 식초로 맛을 낸 그린 샐러드에 밤을 듬뿍 넣은 찰밥이 들어 있다.
“최대한 5대 영양소를 듬뿍 섭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봤는데. 아참, 후식은 다즐링 티와 시나몬 쿠키.”
“――조금, 먹어봐도 될까요?”
“뭐, 그러라고 가져온 거니.”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젓가락으로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입으로 가져가서는 귀엽게 한입 베어 문다.
“우, 우아.”
다음으로는 밤 찰밥을 작게 때어 입으로.
“후, 후음.”
햄버그와 그린 샐러드까지 시식을 완료한 후에 갑자기 와락 하고 내 손을 감싸 안는다.
“왓. 뭐, 뭡니까!”
“맛있어요오! 어떻게 이런 음식을 안 먹을 수가 있는 거죠! 여동생 양은 전생에 마리 앙뚜아네뜨!?”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래――. 맛있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냐고.”
반쯤 혼잣말이었던 내 한탄을 들은 나기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째서인지 학생지도 담당 선생님과 상담중인 불량학생이 된 느낌이 든다.
“죄송합니다. 나기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갑자기 방긋 하고 웃어 보인다. 조금 많이 두근거렸다.
“용견이 좋은 오빠라는 건 알 수 있었어요. 의외의 이면이 있다는 걸 발견한 느낌이에요. ……조금, 멋있는지도.”
“……미안하지만, 마지막에 뭐라고 말하는지 제대로 못 들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에헤헷.”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시간 낭비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여동생이 이상해진 것이 내 착각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기가 말을 걸었다.
“여동생이 이상해 진 원인을 찾고 계시면…….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Bllack & White


“이거 들키면 끝장이군.”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온 나는 어두컴컴한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다지 늦은 시간인 것도 아니건만, 창밖은 어두웠고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비라도 쏟아 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비 오기 직전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의 냄새가 났다.
평소라면 우산을 들고 여동생을 데리러 갔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1시간 가까이 빠르게 집에 돌아왔다.
단골인 슈퍼에 특별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봄맞이 대청소가 예정된 것도 아닌데 이런 시간에 집에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장을 보지 못했으므로 오늘 저녁은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간소하게’가 모토.
윤택한 저녁 식사마저 포기하고 이렇게 귀가를 서두른 이유는 약 1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하나뿐인 여동생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나는 학급의 반장이자 모범생인 소나기 씨에게 상담했다.
원래라면 친하게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하지 않은, 얼굴 정도만 아는 지인이었지만. 얼마 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조금 가까워져 이렇게 상담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을 말해보도록 하겠다.
천재 미소녀 중학생이자 내 여동생인 유하얀의 방을 목표로 한 침투 및 탐색 작전을 전개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범죄인 것 같지만 예의바르고 얌전하면서 성실하기까지 한 선인인 소나기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만 있으면 범죄가 아니에요~!」

무언가 위험한 사상인 것 같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일단은 그대로 실행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지금 이렇게 조심스럽게 여동생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아――아.”
이상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최근 여동생의 평균 귀가 시간은 오후 19시 12분. 아직 1시간 넘게 여유가 있다.
【유하얀】이라고 적혀 있는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손잡이를 천천히 돌리자 끼익 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뭐야. 이거 너무 쉬운데――?
아무래도 돌아오면, 주의를 좀 줘야겠는걸. 경계태세 단계를 높여서 적어도 열쇠 정도는 잠가두란 말이야――여동생의 방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주제에 부적절한 생각을 하고 있는 부적절한 오라버니가 그곳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였다.
어쨌거나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넓지만 썰렁한 방이었다.
가구라고는 싱글 사이즈의 침대와 책장 겸 책장 하나. 그리고 거울이 달린 붙박이 장 뿐.
휠체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지나치게 살풍경한 방이었다.
그럼에도 묘하게 좋은 향기가 나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거라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 정도다.
슬쩍 열어보니 절전 모드였던 건지 꺼져 있던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귀엽게 데포르메 되어 있는 호랑이님이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일단은 넘어가기로 하고 다음으로 책상 서랍을 열어 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서랍 안에서는 정해진 방법대로 열지 않으면 불이 붙어버리는 비밀 공간 같은 것은 아쉽지만 없었다.
러브레터나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죽는 노트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책장에 꼽혀 있는 책들도 평범한 것들뿐이었고――그럼 다음은…….
거기에서 생각이 정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손은 여동생의 옷장 문을 열고 있었다.
그,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여동생이 정말로 이상해 진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 니까! 절대로 절대로 이상한 짓을 하는 게 아니니까――!
……누구에게 변명을 하고 있는 건지.
문을 열자 여동생의 냄새가 났다.
화장품이니 향수 같은 것은 일절 사용하지 않은 순수하고 말랑말랑한…….
덤으로 현기증도 났다.
옷장 안에는 한창 나이의 여중생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가짓수가 부족한 옷이 들어 있었다. 대부분이 교복이었고 평상복이라고는 셔츠 몇 벌과 캐미숄, 그리고 원피스정도가 다였다.
그리고 밑에 있는 서랍장을 열어보니 가지런히 놓여있는 팬…….
“……티까지 다 젖어 버렸잖아.
흥분해서 제멋대로 뇌내망상이 입으로 튀어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것이 아닌 목소리.
내게 익숙한――.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언제였더라. 인간은 위기 상황에 놓이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횟수는 많아봐야 인생에서 세 번 정도로 화재 현장에서 절대로 들 수 없는 것을 든다는 등의 잠재능력 계부터 해서, 들릴 리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계시 계열. 이지를 넘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이능계열 등등, 다양한 예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 한번을 지금 이 순간 사용했다.
나는――제대로 묘사 할 수조차 없을 빠른 시간에 옷장 안에 들어가 아주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고 문을 닫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으……. 오늘 비가 내릴 확률은 없다고 했잖아 이 바보.”
굳게 닫인 옷장문의 틈새. 아주 미세한 그곳을 통해 바라본 방 안에는.
지금 여기에 있을 리 없는 내 여동생이 있었다.

B & H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는 장면 전환이 생길 정도로 제법 긴 딜레이가 필요했다.
우선 상황을 정리해 보자.
여동생이 부재중인 틈에 여동생의 방 안에 숨어든 오빠가 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귀가한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의 옷장 안에 숨어 있는 오빠가 있다.
……변명할 여지없는 변태였다.
게다가 분명.
여동생의 옷은 젖어 있었다.
정말로 팬……까지 젖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홀딱 젖어 있었다.
그럼 다음으로 할 일은 무엇일까.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이 튀어 나오겠지만 친절하게 설명해 보겠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옷장 문을――여니 그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녀석이 ‘여어’하며 인사를 건넨다.
네. 그럼 9시 뉴스에서 뵙겠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일본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잖아.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고민하고 있는 사이.
“으……응, 으음.”
묘한 신음과 스륵 스륵 하는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아……, 옷을 갈아입으면서 신음입니까. 그 이유를 6하원칙에 따라서 설명해 주실 분 없습니까.
그다지 두껍지 않은 나무문을 사이에 두고 여동생이 옷을 벗고 있습니다.
“…….”
뭘 흥분하는 거야, 이 바보자식! 여동생이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목욕 하던 사이잖아? 여기서는 매너 있게 두 눈을 질끈 감아 주는 젠틀함을!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서는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간실격입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 온 겁니까, 나란 분.
등을 덮고 있는 긴 흑발은 완전히 젖어 뚝뚝하고 물이 떨어지고 있다.
여동생은 벗어둔 옷을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그대로 옷장으로 다가오――.
지는 않고, 팬티 하나만 입은 알몸으로 의자에 걸터앉는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옷 정도는 입어 줬으면 좋겠는데.
남――. 아니, 오빠로서.
슬슬 한계입니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여동생의 행동을 관찰했다.
유난히 흰 팔로 익숙하게 노트북을 열고 신중하게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러자 묘하게 사이키델릭한 BGM이 울리며 화면이 켜졌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켜 둔 워드 프로그램의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글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일기라도 되는 걸까…….
노트북에 암호까지 걸어놓고 쓸 정도니 분명 대단히 비밀스런 무언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니터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러면 아, 안 돼!
돼!
그다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세미의 부드럽고 민감한……」
자,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봐도 일기 같은 게 아니잖아. 분명 소설, 그것도 매우 건전하지 못한――.
내가 상상한 그런 부류의 것인지 확신을 얻기 위해 제대로 보지 못한 앞부분으로 시선을 옮겼다.
「……용견은 ●니스를……」
하하, 뭐야 내가 오해한 거잖아. 아주 건전하게 테니스를 하는 내용이잖아.
그게 아니잖아아아아악!
마음속의 태클이 마음속의 절규로로 바뀔 정도로 놀랐다.
도대체 왜 내 여동생이 내 야설을 쓰고 있는 거야아아아앗!
뭐랄까. 이제 그냥 세상이 멸망해 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때, 시선의 아래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야설 따위가 아냐――.”
고개를 내린다.
그러자 활짝 열린 문 너머――섬뜩할 정도의 시선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는 여동생의 모습이 있었다.
“――관능소설이야 오빠.”
어째서인지 손에 쥐고 있던 여동생의 팬티를 떨어트려 버렸다.

B & H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여동생의 나신이 있었다. 그것도 초자가 붙어도 아깝지 않을 극상의. 결국 참지 못한 용견의 이성이 뚜뚝 하는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피가 이어진 여동생 이란 사실은 이미 저 하늘 너머로 풀스윙 해버린 뒤였다. 아니, 애초에 사실 이성 이라 불릴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 하읏……!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예민한 부위를 만지자 여동생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결국 그나마 남아 있던 한줌의 이성마저――“
“날아가지 않았어! 내 이성 그 정도로 날아갈 정도로 약하지 않다고! 그리고 상황을 외곡해서 소설로 쓰면서 낭독하는 건 그만둬!”
“무릎을 꿇는다고 해서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정도로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
여동생에게 세상의 이치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오빠~ 오빠~ 거리며 쫓아다니던 귀여운 모습은 사기였던 거냐!”
“지금도 충분히 울트라 귀여운데?”
“완전 새까매! 내 귀여운 여동생을 돌려줘!”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이렇게 보여도 지금 제법 당황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숭 떨고 있을 여유가 없단 말이야.”
“잠깐만, 크악! 내, 내숭이었습니까!”
괴로움에 신음이 튀어 나올 정도였다. 청순가련하고 귀여운 여동생이 사실은 관능소설 같은 걸 쓰는 독설가였을 줄이야.
인간 불신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놀랐어. 최근 나를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덮치러 올 정도의 행동력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봤어.”
여동생에게 칭찬 받았습니다.
헤헷 기쁘당☆
……죄송합니다. 현실도피였습니다.
“그, 그건 오해야!”
“그럼 그냥 불끈 불끈해 져서 반찬으로 쓸 속옷을 훔치러?”
“그럴 리가 있……!”
긴 하군.
“한 손에 팬티를 들고 그런 말을 해 봐야 설득력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냥 어쩌다 보니…….”
“에, 그럼 이것으로 피고 측의 증언은 끝난 거지? 처벌은 거●형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자르기 쉽게 잡아 줄래?”
무심코 모자이크 처리 해 버렸을 정도로 무서운 형벌이었다.
“판결이 너무 빠르잖아! 내 변호사는 어디 간 거야!”
“밤새 리니지 하느라 철야해서 졸고 있어.”
“그렇게 데스나이트가 찍고 싶었습니까! 변호사 양반!”
“레벨은 5.”
“밤새도록 뭘 한 거냐!”
허수아비만 때려도 10분이면 도달 할 수 있는 경지잖아!
“레벨5면 코인으로 레일건을 쏠 수 있는데?”
“알고 보니 대단해?!”
의자위에 양다리를 모으고 앉아있던 여동생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묘하게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여동생의 저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그럼 이만 잘 가. 마지막이니까 원한다면 벗어둔 스타킹 정도는 같이 묻어 줄게. 아참, 너무 낙심하지 마. 다음 생애에 귀여운 강아지로 태어나면 버터개로 써 줄 테니까.”
“처벌은 ●세형이 아니었냐! 왜 갑자기 최후의 만찬 분위기!?”
“그렇지만 거기가 잘리면 남자는 죽잖아.”
분명 남자로서는 죽는 거나 마찬가지긴 했다. 그렇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다고.
“잔인하다!”
“아하하. 농담이야. 설마 아무리 납치, 살인, 강간, 길 잃은 아이 부모님 찾아주기. 방화 같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할 것 같이 생겼다고는 해도 일단은 친남매인데 죽이기야 하겠어.”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잖아! 게다가 중간에 이상한 게 끼어 있다고! 내가 미아의 부모님을 찾아주면 범죄입니까!?”
“음. 미묘하게 범죄 성립.”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무심코 사죄하고야 말았다.
“그건 그렇고――”
음담패설과 폭언으로 능수능란하게 패닉상태로 몰아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화제를 바꾸는 잔인한 소녀가 있었다.
내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은 의자에 앉은 채로 빙글 하고 가볍게 몸을 돌렸다. 그러자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가 부드럽게 휘날렸다.
가느다란 손으로 양쪽 무릎을 모으고는 그것에 얼굴을 기대며 작게 웃는다.
여동생의 얼굴에 떠오르리라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 없을 정도로 너무나 음흉해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이번 일, 없었던 일로 해 줄 수도 있는데?”
“……부탁, 이라고.”
“물론 거절하면 17개의 몰래 카메라가 찍은 내 팬티에 킁킁거리는 장면을 공개해 버릴 거야. 변호사에게 보여주면 좋아하겠네.”
“어떻게 찍은 거야!”
나는 그런 짓 한 기억이 없다고! 설마 내게 숨겨진 제 2의 인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다른 세계선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라도 가지고 있는 겁니까.
“분위기 전환을 위한 가벼운 진담이었어.”
“전혀 가볍지 않아…….”
게다가 진담이라.
어디가 진담인걸까.
“맨입으로 해 달라는 건 아니야. 잘만 해주면 상으로 세미의 가슴을 만지게 해 줄게. 아직 미성숙한 소녀의 맨가슴이야. 상으로서는 최고지?”
자랑스럽게, 그리 자랑스러워 보이지 않는 가슴을 내민다.
“멋대로 친구를 팔아넘기고 있어! 얼마나 악질인겁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확실하게 만지게 해 줄 테니까. 우후, 우후후후. 세미. 내 말이라면 뭐든지 듣는걸.”
방금 조교 완(完)을 알리는 대사가……!
“무섭다! 설마, 세미 양에게 마저 그 검은 손길을!”
“노 코멘트.”
도대체 나 몰래 얼마나 엄청난 짓을 하고 다닌 걸까.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라지만 너무하잖아.
“………………………….”
도저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것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머뭇거리며 말했다.
“……설마 그거로는 부족한 거야? 아무리 나라도 그 이상은 좀. 일단은 심의문제도 있고.”
음. 확실히 문제긴 하지.
“그런 게 아니라니깐! 그리고 부탁 할 게 있으면 제대로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하라고. 자꾸 이상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치잇. 아, 알았어.”
여동생은 자세를 고쳐 의자 위에 다소곳하니 앉은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새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일 정도였던 여동생의 피부가 미묘하게 붉어진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여동생은 잔뜩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할게. 관능소설 작가가 되어줘.”






2. 여동생의 부탁 (DrakeDog?)
결론부터 말해 보도록 하겠다.
나는 여동생의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며 제법 진지하면서도 꽤나 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약 1년 전.
여동생은 심심풀이로 쓴 관능소설을 재미삼아 웹사이트에 연재했는데 그게 어째서인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어째서 관능소설인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얼마나 섬뜩한 대답이 돌아올지 무서웠으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당연하겠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상이었으므로 내숭을 부릴 필요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음담패설이며 폭언 같은걸 내뱉었는데, 그게 또 묘한 카리스마로 여겨진 것인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청순가련한 여중생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었으므로 공개된 정보는 팬네임 하나뿐.
요컨대 정체불명의 ‘천재’ 관능 소설가라는 모양이다.
‘천재’라는 단어에 태클을 걸고 싶었으나, 쓸데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 글자 한 글자씩 끊어서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그래. 슬슬 천재니 숙명이니 전생이니 하는 단어에 열광할 나이가 된 거겠지.
하여간 관능소설가로 제법 인기를 얻게 된 여동생에게 출판사니 팬이니 하는 사람들에게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제법 많이 왔다고 한다.
절대로 정체를 밝힐 수 없었으므로 전부 거절해 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나다.
영광으로 생각해――라고 말할 때의 여동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거 분명 트라우마가 될 거다.
요컨대 나를 대역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관능소설가로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하아…….”
한숨을 내뿜으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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