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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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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메피스토!(Mephisto!)
글쓴이: 동동구리
작성일: 12-07-21 02:41 조회: 2,921 추천: 0 비추천: 0

 

메피스토!


메피스토펠레스: 여기 앉아계신 여러분께서 절 비웃으셔도 별수 없지요.

제가 고상한 척한다면 당신이 웃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당신이 웃는 법을 잊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태양, 세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제 두 눈에는 그저 인간들이 괴로워하는 꼴딱서니가 비출 뿐이지요.

-<파우스트>, 천상의 서곡, 275

제 0 막


소란스러운 법정. 판사들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검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 맞은편의 변호인 자리는 텅텅 비어 있다. 단상 아래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는데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방청객들이 저마다 수군거리는 탓에 천장이 웅웅 울렸다.

그때 법정 측면의 작은 문이 열렸다. 여자. 양손이 수갑에 묶인 여자. 몸에 걸친 옷은 누더기에 가깝게 해졌다. 앞뒤로 병졸이 그녀를 끌고나온다.

“마녀다!” 누군가 외쳤다. “저기 마녀가 나왔어!”

방청석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못된 년! 저 년이 내 아들을 죽였어!”

“제 남편도 마녀가 홀렸어요!”

“죽여라! 마녀를 불태워버려!”

썩은 사과, 날계란, 가래침이 여자를 향해 날아간다. 병졸들이 기겁해서 여자 곁에서 물러섰다. ‘불태워! 불태워! 불태워!’하는 함성소리가 법정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아줌마 한 명이 양동이를 들고 낑낑대며 사람들 무리를 뚫더니,

“더러운 년 같으니라구, 이거나 처먹어라!”

양동이에 담긴 물을 내던졌다. 여자는 그대로 물을 홀딱 뒤집어썼다. 똥물이었다. “으엑!” “말오줌이랑 돼지똥이잖아!” “더러워!” 지독히 역한 냄새가 법정에 퍼졌다. 판관들이 일제히 손으로 코를 막는다.

“그만! 정숙하시오! 정수우우우우욱!”

땅땅땅, 재판장이 나무망치를 한참 두들겨서야 소란이 가라앉았다. 여자는 아까 전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칼로 누리끼리한 오물이 흘러내렸다.

“심문관, 죄인의 죄목을 밝히시오.”

“예! 친애하는 재판장님.” 검사측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나서 양손에 든 종이를 읽는다. “피고 소피아 슐라이어마허는 소도시 예나 출신입니다. 그녀는 지난 5월 26일에서 6월 31일에 거쳐 여덟 명의 시민을 납치하여 살해했습니다. 그중 다섯 명은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아이였고, 세 명은 딸자식을 둔 남자였습니다.”

“저런 죽일 년!”

“내 아들, 아들을 돌려줘!”

순식간에 방청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나무망치 소리가 법정에 쩌렁쩌렁 울렸다.

“정숙, 정수우우욱! 심문관! 죄인의 죄목은 그게 전부요?”

“예. 재판관님, 이 사건은 무섭고 끔찍합니다. 겉으로는 한없이 선량해 보이는 스무 살의 처녀가 사실은 악마에게 사주를 받아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질러 온 것입니다. 소피아 슐라이어마허는 연속살인을 벌이면서 가증스럽게도 주일마다 신전에 참석했습니다. 우리의 신성한 제단이 마녀에게 더럽혀졌습니다. 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오직 죄인의 피만이 더럽혀진 제단을 정화할 수 있는 바,” 검사는 방청석을 쓱 둘러보고는 말했다. “마녀 소피아 슐라이어마허를 사형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우우우우우! 화형이다!”

“불태워라! 마녀를 불태워라!”

“산 채로 불태워버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재판장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정숙! 정숙하시오! 또 소란을 피우면 본 법정에서 당장 퇴출시킬 것이오! 위병, 저들을 감시하게.”

병졸 열댓 명이 방청석을 둘러싼다. 아우성은 금세 잠잠해졌다. 재판장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변호사측 자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변호사는 없나보군. 하긴 마녀를 변호해줄 사람 따윈 없을 것이오. 그럼 곧바로 판결을 내리겠소. 죄인 소피아 슐라이어마허는 들으라! 그대는 전능하신 신과 영예로운 신전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겨 감히 악마와 계약하여 도저히 입에 담기도 무서운 악행을 저질러왔다. 이에 나 재판장은 왕과 신전이 인정한 권리에 의거, 그대에게 화형을…….”

그때.

더없이 기막힌 타이밍에.

창문들을 두꺼운 커튼이 한순간에 둘러치고, 법정은 어둠에 휩싸였다.

방청객석에서 비명이 터진다.

“요술이다! 마녀가 요술을 부렸어!” “신이시여!” “정숙! 정수우우욱!” “악마가 나타난 거야!” “위병들은 뭐하는가! 얼른 커튼을” “어떤 개자식이 내 엉덩이 만졌어!” “마녀를” “정숙하시오!” “아무도 못나가게!”

끼익, 하고. 방청객석 뒤편의 육중한 정문이 열렸다.

모든 이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한다. 문틈을 통해서 옅은 햇빛이 법정을 비추고 있다. 어두운 바닥에 융단처럼 깔린 빛, 그 한가운데에 그림자가 뻗어 있다. 여자애. 역광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열린 문 앞에는 여자아이가 조용히 서 있다.

암전효과와 조명효과. 그 강렬한 대비에 사람들은 잠깐 말을 잊었다. 마치 공기가 멈춘 듯한 착각.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 1초, 2초 정도였겠지. 사람들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고, 재판관이 입술을 뗀 순간, 침묵이 깨지기 바로 직전에, 여자아이는 외쳤다.

“이의 있소!”

……주변이, 싸해졌다.

“아하하핫!” 여자애가 웃었다. “이 대사, 꼭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언제 이 말을 할 수 있을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쳤다구요. 이의 있소! 하핫! 이 아름다운 울림이란. 이의 있어요! 이의 있습니다? 이의 계십니까아? 예에, 이의 있음! 그것도 아주 잔뜨으으으으윽!”

그제야 사람들에게 정신이 되돌아온 모양이다. 검사가 삿대질을 한다.

“자넨 대체 누구―”

“퍽큐! 아직 말 안 끝났습니다, 구더기.”

“구, 구더기?!”

“구더기새끼 중에서도 상 구더기새끼죠. 예압. 당신이 구더기가 아니라고 해도 저는 당신을 구더기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하핫! 세상에 구더기가 많다지만 인간구더기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인간구더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구더기새끼를 언젠가 한번쯤은 만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진짜 만날 줄은 몰랐어요. 막상 구더기를 보면 구더기랑 상종하는 게 용납이 될 것도 같았는데 용납이 안 되네요. 무얼 숨기랴! 바로 당신 얘기입니다. 너요 너, 대머리인데도 가발이나 쓴 구더기 씨. 푸흐훕!”

“―――.”

검사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입은 벌리고 있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충격을 먹은 것 같다. 땅땅, 나무망치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판관들 쪽으로 쏠렸다. 재판관이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난장판이오! 자네! 어서 정체를 밝히게. 이유 없이 본 법정을 모독한 거라면 왕권과 신권을 대리하여 좌시하지 않을 것이야!”

“쯔쯧,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여자애가 검지를 좌우로 흔들더니 옷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두루마기였다. 두루마기는 차르륵 펼쳐졌다. ‘국제 마녀 인권 보호 조약문’ 두루마기에는 대문짝한 글씨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 엣헴, 하고 여자애는 일부러 헛기침을 한 다음 과장된 어투로 말했다.

“에에, 본 법정은 이 시간부로 각국이 합의한 바를 준수할 것을 엄수욱하게 맹세합니다. 또한 시민혁명의 이상을 최대한 존중할 것을 맹세합니다아. 혁명의 이상은 정당하고 논리적이며 정의롭고 아무튼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고요, 모두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요, 어쩌구저쩌구고요. 따라서 인권선언과 시민과 만국의 정부가 부여한 권리에 의거, 피고인에게 변호사를 선임할 자격이 있음을 선언합니다. 이하생략! 끝.” 여자애는 두루마기를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나 참. 항상 드는 생각인데 이 조약문, 너무 잔말이 많지 않습니까? 여러부운? 친애하는 재판관 각하님, 또 친애하지 마지않는 구더기 씨, 더불어 친애하는 구경꾼 여러분?”

방긋 웃음.

법정에는 다시금 침묵이 들어앉았다.

한참 후에, 판사 한 명이 중얼거렸다.

악마 변호사…….”

그 말이 기점이었다.

“악마 변호사다! 악마 변호사!”

“우우우! 공화국의 하수꾼이야! 꺼져라!”

“마녀의 앞잡이!”

더러운 소피스트!

“정숙, 정숙, 정수우우우우욱! 정숙 하시오!”

간신히 소란을 잠재우고 재판관이 말했다.

“크흠! 본 법정은 조약문을 인정하네. 하지만 무례하기 짝이 없군. 법정에 지각했을 뿐만이 아니라 검사를 모욕하다니, 국제 변호사라고 해서 본 재판관이 너그럽게 봐줄 줄 아는가.”

“으흠?” 여자애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하핫, 착각도 유분수라! 저 변호사 아닌데요?”

“…뭐라고?”

“언제 제가 변호사라고 말했나요? 친애하는 재판관 님. ?저는 다만 서약문을 짜자잔 펼쳐서 읊어드렸을 뿐인데요. 저는 제가 변호사라고 한 기억이 없는데요. 혹시 여러분에서 제가 변호사라고 말한 기억이 있으신 분? 어라? 어라라? 아무도 없는데요? 푸흐훕.”

“지금 장난치는 겐가!”

재판관이 양주먹으로 탁자를 쾅 쳤다. 아프겠는걸.

“위병! 당장 저 난입자를 잡아 감옥에 처넣어라! 법정을 모독한 죗값을 톡톡히 치룰 것이다!”

병졸들이 여자애한테 달려간다. 여자애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양손을 허리춤에 대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런이런. 이래서 머리가 나쁜 인간은 글러먹었다니까요. 제가 변호사가 아니라고 했지 언제 여기에 변호사가 없다고 말이나 했습니까?”

“뭐?”

…….

………….

…………음.

이제 슬슬, 나설 차례인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존경하는 재판관 각하!”

“엉? 자네는 또 뭔가?”

나는 사람들을 헤치며 여자애에게 다가갔다. 방청객들 사이에 낑겨 있었지만 내가 움직이자 사람들이 길을 터주었다. 도중에 변장용으로 착용하고 있던 모자랑 콧수염, 코트를 벗어던지고, 나는 이윽고 여자애와 나란히 섰다. 법정의 정 가운데에 우리 둘이 있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이 아가씨는 제 비서입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그럼 자네가 변호사라 이 말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과연 영명하시기로 소문난 게오르크 폰 셸링 재판관 각하시군요. 단번에 제가 변호사라는 것을 알아차리시다니.”

“음? 아니 뭐. 내가 좀 유명하긴 하네만….”

“게다가 겸손하시기까지! 저 국제 변호사 파우스트, 진심으로 각하께 감탄하게 되는군요.”

옆에서 여자애가 “우엑” 하고 조그맣게 소리 질렀지만, 무시한다. 셸링 재판관은 칭찬과 아부에 무지 약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단 말이다. 확실한 정보통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재판관은 콧등을 만지작거리며 힐쭉힐쭉 웃고 있었고, 판사와 검사가 그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가관이라는 표정이군.

“존경하고 영명하신 재판관 각하! 각하의 법정은 실로 물 흘러가듯 아름답고 또 정당하게 진행되었습니다만, 딱 한 가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사료되옵니다. 마치 달에 반딧불이 대들듯 각하에 비하면 한참 어리석은 저입니다만, 감히 한 말씀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어? 어. 뭐, 한번 들어보겠소.”

“너그러운 윤허에 감사드립니다! 영명하실 뿐만 아니라 너그러우시기까지 하다니, 진실로 각하는 아리안 법조계의 홍복이자 영광이십니다!”

“흠. 하긴 내가 좀 잘났지.”

판사와 검사는 이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럼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영명하신 재판관 각하께선 당연히 아시겠습니다만, 본 법정은 피고인 소피아 슐라이어마허와 연루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그에 따라 죄과를 결정하는 자리인바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그 누가 사건의 진범인지 단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검사측은 처음부터 소피아 슐라이어마허를 가리켜 ‘피고’가 아니라 ‘죄인’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재판관 각하! 실로 신성제국 시절부터 지켜 내려온 무죄추정의 원칙을 단번에 무시한 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불어 검사측은 소피아 슐라이어마허가 사건의 진범이라는 데 그 어떤 증거물도 제시하지 않고 곧바로 재판관 각하께 형량을 요청했습니다.

존경하고 현명하시고 너그러우신 재판관 각하! 이는 각하께서 주관하시는 신성한 법정의 차례와 규율을 무시한 처사이고, 더 나아가 신권과 왕권이 인정한 법률의 원리원칙을 깔아뭉갠 행동입니다! 따라서 저는 검사측에 부적절한 용어를 수정할 것을, 그리고 공정한 법률에 입각하여 재판에 참여할 것을 요구합니다.”

“음.”

재판관이 고개를 숙였다.

“옳은 말일세. 적어도 내 귀에는 괜찮게 들리는군.”

“이의 있습니다! 재판관님, 이건 교묘한 말장난입니다!”

검사가 버럭 외쳤다. 그에 질세라 나도 외쳤다.

“아니요, 전혀! 이것은 재판관 각하의 신성하신 법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흠! 검사측의 이의를 기각하네.”

땅 하고 망치가 울렸다. 검사는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나는 기세를 타서 한 마디 덧붙이기로 했다.

“각하! 그런데 법정에 조금 안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만, 각하께선 어떠신지요?”

“확실히 오물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네만.”

“세상에! 오물냄새라뇨!?”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존경하고 현명하시고 너그러우신 재판관 각하의 신성한 법정에 대체 오물이 어울리기나 합니까? 믿을 수가 없군요. 심장에 분노가 차오릅니다. 이건 재판관 각하를 모독하는 냄새입니다.”

“그 말도 내 귀엔 괜찮게 들리는군 그래.”

“옳다마다요. 재판관님!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태입니다. 각하의 신성하디 신성한 법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저희 변호인측은 휴정을 요청합니다. 당장 바닥을 깔끔히 닦고 오물에 맞은 피고인을 말끔히 씻겨야 합니다. 재판관 각하의 법정은 언제나 우아하고 향기로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히 제가 판단하기로, 하루쯤이면 각하께서 주도하시는 법정의 권위를 다시 바로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정말 옳은 말일세.” 재판관은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피고인 및 검사는 들으시오! 이 시간부로 본 법정은 휴정하겠소. 재판을 내일 정오로 연기하는 바이오. 위병! 법정과 피고인을 깨끗이 씻기게나.”

“하, 하지만 재판관님. 오늘 재판은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고, 신속하게 끝날 수 있는….”

나는 재빨리 검사의 말허리를 끊었다.

“아니, 검사님! 지금 감히 거룩하신 재판관 각하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요?!”

“음?”

재판관의 검사에게로 눈을 부라린다.

“억!? 저기……제, 제 말씀은 그게 아니오라 그저……굳이 연기할 필요까지야 있나, 하고…….”

“그게 재판관 각하의 판단에 감히 불만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고 뭡니까!”

“검사측의 이의를 기각하네!”

검사는 아예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불쌍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쪼금이지만.

“다시 한번 선언하겠소. 본 재판은 내일 오전까지 휴정하오. 이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에겐 본때를 보여줄 거요! 그리고 자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참 괜찮은 인재구먼. 내일 재판이 끝나면 저녁이나 함께하세.”

땅땅땅!

나무망치가 호쾌하게 울려 퍼졌다.

재판관은 훌쩍 의자에서 일어나 법정을 나가고 판사들이 헐레벌떡 그 뒤를 좇는다. 검사는 망부석마냥 꼼짝도 않고 있다. 방청객들은 ‘뭐여? 끝난 거여?’ ‘화형은 어찌된겨’ ‘내 엉덩이 만진 녀석은 결국 누구얏’ ‘똥냄새가 지독하긴 하구만’ ‘얼른 나가세’ ‘시간만 배렸네 젠장’이라고 수군거리더니 삼삼오오 정문을 통해 바깥에로 나간다.

옆에서 여자애가 빈정댔다.

“당신, 후흐흐. 역시 악마보다 더하다니까요.”

“고마워.”

나에게 그 말은 칭찬이지.

*

* *




마녀사냥.

도시와 마을에는 사람을 불태우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

국가, 교회, 민중, 모두가 마녀를 탄압하는 이 시대, 유일하게 마녀를 두둔하는 자들이 있었으니,


사람들은 그들을 '악마 변호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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