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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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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사신 마눌님과 함께 하는 포교활동
글쓴이: 김영천
작성일: 12-07-20 23:20 조회: 2,022 추천: 0 비추천: 0

나 김세영의 수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길어야 몇 시간? 어쩌면 몇 분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유명한 의사들이 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다.

저들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믿지만, 내 몸이기에 내가 더 잘 안다.

난 절대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니 좀 편히 쉬게 해주면 좋을 텐데.’

지금 내 몸엔 생명유지 장치랍시고 붙여놓은 기기들로 가득하다. 덕분에 손가락과 눈동자를 제외하면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없다.

물론 저들의 입장도 이해해줄 수는 있다.

13살부터 시작해서 올해까지 총 4년. 내가 퍼뜨린 지식은 세계의 문명을 최소 20년 이상 앞당겼다.

과거 유명한 과학자나 천재들처럼 나 역시 이 세상에 혁명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뛰어난 것은 머리뿐이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머리로 모든 것이 집중되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내 몸은 그 어떠한 약이나 기술로도 치유할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처럼 서서히 죽어갔다. 이것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딱 내가 그 꼴인 셈이다.

‘만약 환생이 존재한다면 천재가 아니어도 좋으니 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아무리 머리가 좋다지만 사후세계나 신적인 것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했다. 이론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래 살게 해줄까?”

그때 내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여자?’

검은색 천을 두르고, 검은색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손에는 검은색으로 된 낫을 들고 있었다.

‘누구지?’

“나는 사신.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지.”

‘사신?’

그러고 보니 내가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대답을 하고 있다. 거기다 바닥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내 위에 떠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평범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녀가 신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무엇보다도 그녀가 들고 있는 낫은 사신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요즘 사신은 그런 낫을 들고 다니는 건가? 잡초 베러 온 것도 아니고.’

“시끄러워. 나도 이런 걸 들고 다니고 싶어서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그녀가 들고 있는 낫은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풀베기용 낫이었다. 단지 색깔만 검은색으로 깔 맞춤을 했을 뿐이다.

“그것보다 너 살고 싶지 않아?”

‘그거야 물론 살고 싶지.’

“그러면 날 따라오지 않을래?”

‘따라오라니. 어디로?’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 과학이 아닌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세계. 너희가 판타지 세계라 부르는 세계.”

‘그런 곳이 존재하는 건가?’

“존재하니까 널 데려가려고 하는 거지.”

‘그런가? 그렇다면 거절할래.’

“응? 어째서? 날 따라오면 죽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데?”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그야 수상하니까. 마치 어린아이에게 사탕 줄 테니까 아저씨 따라올래?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이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자신을 사신이라고 소개했어. 상식적으로 사신이 다가와서 오래 살게 해준다고 하는데 그걸 누가 믿을까?’

“아하.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네가 아니면 딱히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 없거든. 너 그냥 나 따라가자.”

‘싫다니까. 그냥 이대로 죽어서 환생을 기대해보겠어. 네가 정말 신이고,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면 환생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니까.’

내 말이 사실이었는지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따라올래, 죽을래?”

나는 침묵으로 답했다.

“나 따라올래, 벌레로 환생할래?”

벌레라니. 설마 환생하는 대상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상관없다. 오히려 그녀의 말 덕분에 환생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그녀가 정말로 사신일 때의 얘기겠지만.

“나 따라올래, 소멸할래? 나 안 따라오면 환생도 못하게 영혼을 소멸시켜버린다!”

그런데 저거 유명한 드라마 명대사를 따라한 것 같은데. 요즘 사신은 드라마도 보나?

어쨌거나 이번 건 좀 섬뜩했다. 영혼소멸이라니. 하긴. 환생이라는 것이 육체의 그릇을 바꾸는 것이니 영혼의 존재도 이해가 간다.

‘넌 영혼도 죽일 수 있다는 뜻?’

“당연하지. 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니까.”

‘그런가. 그렇다면 질문 하나만 하자. 날 그곳으로 데려가려 하는 이유가 뭐지?’

“넌 머리가 좋으니까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잘 하다니? 무엇을?’

“포교활동!”

이건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포교활동이라니. 다른 신도 아니고 사신이 포교활동이 필요하다?

‘이해가 안 되는데. 사신이 왜 포교활동을 필요로 하지? 사신에게 신도가 필요할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데.’

“아, 설명하긴 좀 애매한데 네가 생각하는 사신과는 좀 달라. 네가 생각하는 사신은 그냥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저승사자 같은 개념이지만, 나는 말 그대로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야. 굳이 비교하자면 염라대왕과도 같은 셈이지. 다시 말하면 나도 엄연한 하나의 신이라는 소리.”

확실히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좋아. 대충 이해했어. 그런데 왜 하필 나야? 그런 거라면 그쪽 세계에서 사람을 구해도 되고, 그게 아니더라도 나보다 포교활동을 더 잘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솔직히 말해도 돼?”

‘솔직히 말해주면 고맙지.’

“네가 제일 똑똑하거든. 그리고 제일 설득하기 쉬워보였어. 다 죽어가는 사람한테 살려주겠다고 하면 보통은 OK하잖아? 거기다 나이도 어리고 나름 내 취향이기도 하고.”

뭔가 미묘하게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일단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마지막 질문. 널 따라가면 정말로 오래 살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대략 얼마나?’

나는 이왕이면 적어도 60살까지는 살고 싶었다. 연애도하고, 결혼해서 자식도 낳고, 나중엔 귀여운 손자손녀들도 보고 싶었다.

“글쎄. 한 만 년쯤 살지 않을까?”

‘만년? 그건 도대체 어느 생명체의 수명이지?’

“굳이 말하자면 생명체가 아니야. 반신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나와 운명을 같이하는 신의 반려자가 되는 거니까.”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일까? 신의 반려자라니. 신도 결혼 같은 걸 하나?

“내가 방금 말했지? 너 내 취향이라고. 원래 첫 번째 신도와 운명을 함께하는 것이 관례거든. 즉, 부부가 되는 거지.”

이거 혹시 판타지 버전 보쌈 같은 건가? 그것도 신이 직접 하는 보쌈?

“그러니 어서 나랑 같이 가자. 오래 살고, 나처럼 미인도 얻고, 거기다 반신이 되면 딸려오는 부가능력이 상당히 많다고?”

드라마의 명대사, 판타지 버전 보쌈, 이제는 TV홈쇼핑의 끼워 팔기 같은 느낌도 난다.

하지만 마음에 든다. 사실 이 세상에서 접하지 못한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유혹이다. 나머지는 내게 있어서 크게 중요치 않다.

아, 결혼은 조금 고민된다. 자기 스스로를 미인이라고 하는 걸 보면 좀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도 미인은 미인이다. 하지만 내 나이는 이제 겨우 17살. 요즘은 30쯤 결혼하는 게 대세라던데.

뭐 상관없겠지.

‘좋아. 널 따라가겠어.’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낫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필요 없어!”

검은색의 낫은 그대로 내 심장에 박혔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끊어졌다.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별말씀을.”

나는 최대한 겸손하게 예를 갖추었다.

“성함과 직책이 어찌 되시는지?”

“세영입니다. 부끄럽지만 대사제를 맡고 있습니다.”

“오오!”

대사제라는 말에 앞에 있는 기사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처음에는 이런 반응에 우쭐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식상하다.

“대사제님께서 직접 오시다니!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서 안쪽으로 드시지요.”

역시 사람은 일단 타이틀이 좋아야 한다. 대사제라는 말에 바로 기사의 태도가 바뀐다. 하지만 이 태도도 오래가지 않겠지.

“포션을 가지고 오셨다고 하셨지요?”

“예, 맞습니다.”

“잠시 볼 수 있겠습니까?”

나는 기사에게 가지고 온 포션 하나를 꺼내 보내주었다.

“으음.”

기사는 포션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포션이군요. 어떤 효능이 있는지?”

“몸에 해로운 병균을 죽이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 말은 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회복 포션과 효능이 같군요.”

“아니요. 그것과는 다릅니다. 이 포션은 어디까지나 병균을 죽이는 효능만 있지 회복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뭐 더 이상 병이 커지는 것은 막아주겠지만요.”

“그런 포션도 있습니까? 처음 듣는 얘기로군요.”

처음 듣는 게 당연하다. 이것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그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 어느 신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

“죽음을 관장하는 신. 사신의 능력입니다.”

쿵!

사신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기사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죄송하지만 저희 진영에서 나가주시겠습니까?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뭐 그러지요.”

나는 포션을 다시 챙겨들곤 막사를 나왔다.

“퉷! 재수가 없으려니까.”

뒤에서 기사가 침을 내뱉으며 뭐라 하는 것 같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다.

“그나저나 곤란한 걸. 이래서는 오늘도 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데.”

포션을 팔지 못했다고 하면 그녀는 또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을 게 뻔하다. 안 그래도 최근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바람에 둘 다 몰골이 말이 아닌 상태였다.

“근처에 사냥감이 있을 리도 없고.”

이곳에 전쟁이 시작 된지 한 달이 넘었다고 들었다. 근처에 잡아먹을 수 있는 것들은 진즉에 다 잡아먹었을 것이다.

“결론은 오늘도 풀죽이네.”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뒤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세영~”

그녀가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다녀왔어. 미안한데 포션은...”

“이거 좀 봐봐!”

“응?”

그녀가 내게 내민 것은 고기였다. 그것도 소고기. 딱 보면 알 수 있다. 저 환상적인 마블링은 이곳 테이안 왕국의 1등급 소고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걸 어디서?”

“저 분이 주셨어.”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하얀 사제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불을 지피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치유의 신을 모시는 사제 디르먼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날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인사했다. 난 얼떨결에 손을 잡으며 자기소개를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죽음의 신을 모시는 세영이라고 합니다.”

“데시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일단 앉아서 고기라도 구우면서 같이 대화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네. 그러지요.”

그녀는 도대체 저 사제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기에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 걸까? 나는 슬쩍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의 시선은 불 위에 올라가는 소고기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부부가 같은 신을 모시면서 함께 여행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대단하시군요.”

“아닙니다. 다 신께서 보살펴주시니 그러한 것 아니겠습니까?”

“여행이 어디 신의 보살핌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요즘은 대 전쟁시대라 할 수 있으니까요.”

대 전쟁시대. 현재 대륙엔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은 불명. 그저 신성제국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서 각 나라들 간의 관계가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뭐 덕분에 여러 신들의 사제들에겐 최고의 호황기가 찾아온 셈이지만.

“그러는 디르먼 사제님도 대단하십니다. 사제 혼자서 여행을 다닌 다는 것도 위험할 텐데 말이지요. 치유의 신 사제라면 포션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 제 한 몸을 지킬 정도의 능력은 되다보니 이렇게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고기가 다 익은 것 같으니 드시지요.”

디르먼은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나와 데시에게 나눠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데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를 입에 넣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이 맛이야!”

“맛있어 해주시니 보는 제가 다 기쁘군요.”

디르먼은 고기를 더 잘라서 데시에게 주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고기를 그녀 혼자 다 먹어버릴 것 같아서 나도 일단 고기를 한 점 집어서 입에 넣었다.

‘응?’

분명 고기에는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기를 씹는 순간 뭔가 톡 쏘는 맛이 내 혀를 자극했다.

이러한 경우는 거의 하나 뿐이다. 바로 독.

“고기가 참 맛있네요.”

“그렇지요? 이곳 테이안 왕국의 명물 중 명물이니까요.”

“요즘 같은 때에 고기를 구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구하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이렇게 저희에게 나눠주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하하,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인데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사양치 마시고 많이 드십시오.”

“그렇군요. 그런데 디르먼 사제님께서는 어째서 하나도 드시질 않습니까?”

“아, 전 아까 먹은 게 소화가 다 되질 않아서.”

그 말에 난 씨익 웃으며 답했다.

“소화불량인 사람이 이렇게 신선한 고기를 가지고 다닌다? 그거 참 이상한 일이군요. 혹시 고기에 들어있는 독 때문에 먹지 못하는 건 아니십니까?”

내 말에 디르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알고 있었나?”

“톡 쏘는 맛이 좀 강하더군요.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제가 맛에 대해선 좀 민감한지라.”

난 말을 하면서 고기를 한 점 더 집어 먹었다. 독에 의한 톡 쏘는 맛도 나름 별미라고 하면 별미인 것 같다.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도 먹다니. 배짱이 좋은 건가? 아니면 어려서 경험이 없는 건가. 뭐 상관없지. 너희가 먹은 독은 크라베스의 독이다.”

크라베스는 북부 지역에 사는 독거미다. 이 독은 목숨엔 지장이 없지만 강력한 마비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치료사들이 마취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하지만 납치 같은 범죄에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시야. 어떻게 할래?”

“그냥 놔줘도 되지 않을까? 덕분에 고기도 먹었고.”

“그럴까?”

우리는 계속해서 고기를 먹으며 디르먼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러자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우릴 쳐다봤다.

“어째서 아직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거지? 크라베스의 독은 즉효에 가까운 독인데.”

“죽였어.”

“죽이다니?”

“독을 죽였다고. 말했잖아. 죽음의 신을 모신다고. 이까짓 독쯤이야 죽이면 돼.”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그는 믿을 수 없다며 소리쳤다. 사실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독만 죽인다는 것. 그런 건 일반적인 사제라면 절대 불가능하다. 설령 저자가 진짜로 치유의 사제라고 한다면 포션을 사용해 독을 치료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데시에겐 이 정도는 아주 쉽다. 데시야 죽음의 신 그 자체니 당연한 얘기고, 나 역시도 반신이다. 이 정도도 못하면 신의 반려자라 할 자격도 없다.

“믿고 안 믿고는 자유. 중요한 건 이제 너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데. 어떻게 할래? 데시는 그냥 놔주자고 했지만 솔직히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다른 독이 아닌 크라베스의 독을 사용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다.

바로 인신매매.

아마 저자는 데시의 외모를 보고 납치해서 팔아넘길 생각이었을 것이다. 만약 데시 혼자였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덮쳤겠지만, 일행이 곧 올 거라는 말에 같이 독을 먹이고 나 역시 노예로 팔아넘기거나 아니면 죽일 생각이었을 것이다.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하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놔두고 사라진다. 나머지 하나는 이 자리에서 목숨까지 놔두고 영혼만 사라진다. 어떤 걸로 할래?”

“흥. 어떻게 해독약을 먹은 모양인데 소용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네놈은 죽이고 여자만 데리고 가는 수밖에.”

그는 옷 안에 숨겨두었던 칼을 꺼내 들며 말했다. 확실히 사제복은 이런 면에선 편하다. 옷이 워낙 크다보니 안에 뭘 숨겨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일단 다리부터 시작하자.”

“무슨 헛소릴.”

털썩

“어?”

“뇌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을 죽였어. 이제 두 번 다시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거야.”

“믿을 수 없다! 어디서 사술을 부리려고!”

디르먼은 주저앉은 상태에서 오른손에 들고 있는 칼을 집어 던지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른팔의 신경도 죽였다.

“이번엔 오른팔이야. 어때? 계속할래? 원한다면 왼팔까지 죽여줄 수도 있는데.”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일까? 디르먼은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를 쳐다봤다.

“참고로 죽은 신경은 치유의 신이 오더라도 회복할 수 없어. 아무리 치유의 신이더라도 죽은 걸 되살릴 수는 없거든.”

“어떻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이냐! 어떤 사술을 부렸기에!”

“사술이라니. 아까부터 말했잖아. 죽음의 신을 모신다고.”

“그딴 신은 들어본 적도 없다!”

이런 큰일이다. 그딴 신이라니. 본인이 바로 앞에 있는데 저런 말을 하면 자비의 신이 아니고서야 그 누구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찰싹

“건방진 것!”

찰싹 찰싹

데시는 디르먼의 뺨을 계속해서 때렸다.

“감시 신을 능멸하다니! 너 같은 건 죽어도 싸!”

찰싹 찰싹 찰싹

“데시야 그만하자.”

“왜! 너도 들었잖아. 얘가 날 모욕했다고!”

“그래. 나도 알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고기로 뺨을 때리는 모습은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어.”

그렇다. 그녀는 먹다 남은 소고기를 들고 뺨을 때리고 있었던 것이다.

때릴 때마다 육즙이 튀는 그 모습을 더 지켜보다간 나의 정신상태가 혼미해질 것 같았다.

“아, 내 아까운 소고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찰싹

마지막으로 한 대 더 때린 그녀는 들고 있던 소고기를 불에 던져 넣었다.

“뭐, 대충 벌을 받을 만큼 받은 것 같으니 이 정도로만 해둘게. 아마 운이 좋다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거야.”

나는 말을 하면서 그의 옷을 뒤졌다.

운이 좋게도 그는 상당히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이 돈이라면 한동안은 먹고 자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만 가자. 돈도 생겼으니까 마을에 들러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야.”

“정말?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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