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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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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언데드+스타!
글쓴이: 마기
작성일: 12-07-14 20:15 조회: 2,076 추천: 0 비추천: 0

2012년.

신화가 실화가 되며 전설이 길거리를 걸어 다니기 시작한 해. 또한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빠지고, 벗어난 해.

아무튼 마법이 등장과 함께 가져왔던 소동도 10년이나 지난 2022년 현재.

좀비가 하나 더 늘었다.

10년간 세상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에 익숙해졌다. 벌목중인 숲에 드러누워 시위하는 요정족 이라거나, 도시 상공에서 교통신호를 지켜가며 날아다니는 용은 이미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전히 어색하기 짝이 없는 소외층도 존재했다.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자면. 언데드.

물론 개중에서도 나름대로 인생 2회차에 적응한 이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삶의 프리퀄에서 저질러둔 일들에 쫒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은둔 언데드 대열에 합류한 이진혁은 이제 막 2년차에 들어서는 자연 발생 좀비였다.

좀비로 변하는 과정에서 인공적인 조작이 없었기에 약해빠진, 오히려 병약해졌다고 할 수 있는 그는 기억이 없다. 부활의 촉매가 되었을 사념이 기억으로 남아야 하건만 원체 삶에 대한 미련이 약했기에 대부분의 기억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부활 후 기억도 없는 상태로 정체불명의 조직에 쫓기던 중 인연이 닿아 8대 공인 이능세력중 하나인 용왕가에 투신. 본가에서 내려오는 지령을 수행하는 대신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오래 걸리시네요. 정말이지 당신 덕분에 일정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고요.”

본가에서 고용인들의 감시, 관리 용도로 편성한 서포터즈의 통신이었다. 화면에는 그의 담당 서포터인 유리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지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문제지. 그래 매번 내가 문제야.”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희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자꾸 그러면 나 진짜 운다?”

“그 정도로 울어서야 쓰나요. 하지만 전 착하니까 들어드릴게요. 우세요.”

어차피 죽은 이후로 울어지지도 않았기에 농담 투로 한 말이지만 반응이 좀 무서웠다. 그러니까 안 울면 강제로 울게 만들 것 같은 느낌?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이 정말 많습니다. 유리님도 바쁘실 테니 들어가세요.”

“알았으면 쓸데없는 걸로 부르지 마요.”

짧은 사담을 끝내고 통신이 끊어졌다.

혼자 남은 진혁은 동해안 한 가운데 작달만한 어선에 몸을 맡기고 계속해서 떠다니고 있었다. 해양 마수가 있다. 있을지도 모르겠다. 를 악의적으로 변형시킨 의뢰에 벌써 사흘째다. 솔직히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좀비라고는 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슬슬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선박을 납치한다던 해양 마수는 은퇴라도 했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심심했으면 악의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서포터에게 먼저 통신을 걸 생각을 했겠는가. 어떻게든 달래서 끊긴 했지만 잘못하면 휴가가 날아갈 뻔하였다.

배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원래 본가에서 효율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무하지 않나 싶었다. 고용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게임기하나 쥐어주는 센스는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무선통신이 가능한 모든 기기도 모두 압수당했다. 신원 보호 대신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언데드는 현대 인권문제의 폭풍의 핵이다. 국제법상 언데드 제작은 불법이다. 그렇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 자연생성 언데드. 음습한 곳에 묻혀서 개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시 살아나는 이들이다.

대충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모임은 항상 분란만 일다가 끝나기 다반사였다. 애초에 언데드 자체가 극소수다 보니 뭘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연적으로 부활한 이들은 십중팔구 원한이 있거나 미련이 있기 마련.

쉬운 예로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죽은 이가 부활하면 어떻겠는가.

아니면 기밀사항을 달달 외우고 목이 달아난 놈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게 나지만."

도주생활 중 한 하프드래곤 소녀와 엮이게 된 그는 그녀의 보디가드로 취직해서 추적자들의 손아귀 밖으로 도망쳤다. 참 기나긴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하자면 그렇다. 용족 가문의 사생아와 엮였다가 취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디가드 업무는 없었다. 좀비가 되며 생전의 마법 중 흑마법만 남고, 강체력도 모두 잃어 약해진 지금 가진 건 경험과 근성뿐이었다. 경호 대상인 하프 드래곤이 열배는 강하다.

그리하여 강대한 용족의 유일한 문제인 인력난에 손을 거들며 살아가길 1년.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다.

슬슬 시간만 날리는 기분이지만 본가에서는 계속해서 속행하라 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확정적으로 밀어붙이는 걸 보면 뭐가 있긴 할 텐데 감도 안 잡힌다. 애초에 군에서 해야 할 일 같은데 민간인이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라?"

어느 순간 주변의 파도가 잠잠해졌다. 마력의 흐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 밑에서 오는 건가. 제발 한 번만 버텨라."

아무래도 한 번 얻어맞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선수를 빼앗긴 건 좋은데, 만약 그 한 번에 배가 부서지면 돌아갈 방법이 요원하다.

곧이어 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빠르게 올라온 만큼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혁은 배와 함께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몸을 던졌다. 괴수는 그를 보지 못했는지 여전히 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건 또 뭐래?’

오징어다리의 가재가 날치 날개를 단 모습. 알아보고 할 것도 없이 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신생종이니 잡아봐야 최하급 마정석. 어차피 본가에 넘겨줘야 할 테지만 겨우 이런 놈 때문에 시간을 썼다는 점에서 분노가 솟아올랐다.

물속으로 빠지자 죽은 몸에 바닷물이 스며드는 감각이 짜릿했다. 이어서 간단한 마력탄을 만들어내 마수를 향해 쏘았다. 물의 저항을 무시하고 날아간 다섯 발이 마수의 몸에 박혀들었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저항력만 더럽게 높다.’

마력탄마다 각기 특성을 다르게 해 쏜 것인데도 아예 피해가 없다. 상성 문제를 떠나서 마법 자체가 막혔다. 내키진 않지만 육탄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그러는 동안 코앞까지 다가온 마수가 집게발을 휘둘렀지만 진혁은 거기에 매달렸다. 그리고 듬성듬성 튀어나온 돌기를 잡고 조금씩 전진했다. 마수는 몸부림치며 진혁을 떨어트리려 했으나 진혁은 그때마다 자신을 공격하는 다리나 촉수로 옮겨 타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에 도착했다.

더듬이를 잡고 자세를 바꾸던 진혁은 곧 그가 잡은 더듬이를 따라 마수의 이동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도 박살났겠다. 해안까지 가서 처리할까?’

그날 여름철 인구밀도로 고생하던 해운대 백사장은 마수를 질질 끌며 나타난 남자 덕에 한동안 한산해질 수 있었다.

강원도에는 세계 최대의 이능력 관련 학교가 있다.

왜 강원도냐고? 세상을 구한 영웅이자 설립자인 모 마도사분이 더 좋은 터를 찾기도 귀찮으니 적당히 땅값도 싼 이곳에 지어버렸으니까.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덕분에 산지가 개발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애초에 정말로 학교일뿐인 이곳이 세계 8대 이능세력이 된 것만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규모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더럽게 넓다.

지도와 표지판,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목적지에 도달한 진혁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려는 입을 막았다.

학교 외부의 거주지에서 경호대상의 호출을 받고 2시간. 주민등록도 안 된 언데드는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걸어서 이곳까지 도착했다.

제 1 여자기숙사.

몰리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당당하게 정문으로 입장했다. 없던 대인공포증이 생겨나는 기분이다.

공간 확장 마법의 효과로 건물의 외관과는 달리 대형 쇼핑몰에 필적하는 1층은 넓다 못해 광활해 보였다. 그 속에서 휴게소의 위치를 찾아낸 진혁은 태연하게 걸었다.

물론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대체로 고학년이나 성적 최상위권이 사는 제 1 기숙사에서 언데드라는 사실이 들통 났다간 대화보다 성불이 빠를 수도 있었다.

“아, 오빠! 여기야!”

굉장히 호화스러운 테이블에 앉아있던 소녀가 그를 불렀다. 머리칼이 연한 금발. 현재 감정상태가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그 모습에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르면 내가 죽어. 그것도 깨끗하게 별모양으로.”

이능에 관련된 세상의 시각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세상을 구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대체로 우월한 외모 때문인지 거의 연예인에 가깝다. 그런 고로 숨어사는 언데드에게 용족 여고생의 관심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괜찮아. 잘리면 내가 다 붙여줄 테니까.”

“내가 안 괜찮거든? 이미 네 품위 유지비가 거의 다 내 신체 유지비로 쓰이는 건 잊었냐.”

“까짓 거 더 달라고 하지.”

“그러면 본가에서는 아이고 노아 아가씨 그런 놈한테 잘 대해 주셔봐야 하면서 징징댈걸.”

진혁의 말에 노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차하면 내 피라도 줄 테니까.”

“하긴 본체의 크기를 생각하면 몇 리터쯤이야 괜찮나.”

그녀의 가문인 용왕가는 노아가 돈이 필요하다면 아예 자기들 발톱이라도 뽑아서 줄 용들이었다. 애초에 8대 세력 타이틀 달고 돈이 없을 리 없지만. 근 400년 이내에 태어난 유일한 용족인 노아의 말이라면 당장 비늘 뽑을 용들이 널렸다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왜 불렀는데?”

“그야 당연히 축제 때문이지.”

그러고 보니 이 학교가 세워진 지도 10년이다. 이번엔 졸업생들도 전부 초청해서 엄청 크게 벌일 거라고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연말 테스트도 없이 축제 때 하는 걸로 성적을 낸단 말이야.”

“그래서 뭘 할 생각인데?”

노아는 진혁의 얼굴을 잡고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환계 개방.”

“진짜? 아니, 가능해?”

“헤헤.”

노아는 멋쩍은 듯 해실거리며 상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요는 환계를 축제장에 연결시켜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차원의 모습을 일반인에게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단순히 차원계면을 약화시켜 저쪽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기술고문으로 오빠를 불렀지.”

“얼마나 넓게 할 건진 모르겠는데. 네 마력으로는 불가능한데?”

“후후후, 이번 주에 운석이 하나 떨어질 거라지?”

“그거 설마.”

“같이 운석 맞으러 가자.”

호러블한 데이트 신청 이후 노아는 수업이 있다며 먼저 일어났다. 진혁도 여자 기숙사에 앉아있을 용기는 없기에 바로 일어났다.

밖으로 나오니 다시 돌아갈 일이 막막했다. 결국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친화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초능력이든 마법이든 이능으로 분류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색이 있다. 힘의 속성과는 관계없이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한 색들은 보고 있자면 참 알록달록하다.

대부분이 형광색인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힘을 사용할수록 색이 몸에 베어들기 때문이다. 대체로 머리카락 등 체모에서 시작되어 동공 정도에서 끝난다. 물론 피부 전체가 변색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사용하기 전에 중독 현상으로 죽는 게 빠르다.

2022년의 한국은 참 밝다.

“뭐, 고생하셨어요.”

“내가 더 고생했는데 예의상 말해준다 라는 속마음이 다 들리는데.”

“어머나 언제부터 독심술까지.”

진혁은 마법 면허의 갱신을 위해 나선회랑에 접속해 있었다.

정신계 마법을 기초로 한 방대한 마법 네트워크인 나선회랑은 일종의 가상현실과도 같다. 위치추적 걱정할 필요 없는 새로운 세계나 마찬가지인 이곳은 범죄와 연관된 일들이 많다. 언데드 마법사가 면허를 갱신하기엔 딱 좋은 곳이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현실의 마도연맹에 직접 가서 처리하는 일이지만 이곳에선 신분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걸 이용해 위조 면허가 판을 치긴 하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세계를 구하신 그분의 작품이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겨우 1차 보안망의 원리만 읽어낸 정도다. 처음부터 지구 전역의 마력을 마음대로 써먹기 위해 만든 시스템인 만큼 강력한 것이다.

아무튼 특별한 케이스긴 하지만 한 사람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현대에는 그것을 막기 위한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 변호사들은 새로 공부할 항목이 늘어서 슬프고, 정부는 경찰과 군대 개편을 위해 엄청난 돈이 들어서 슬픈, 참으로 슬픈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개소리지만.

“어휴.”

“웬 한숨이신가요.”

“본가에서 내 매니저를 언제 바꿔주나 싶어서.”

“어머 저로는 만족 못하시나요?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대단하군요.”

만족 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서 오히려 없던 두통이 생긴다. 작업 처리량은 대단해서 가끔 마법 유지를 맡겨도 되지만 그런 이득보단 정신적인 피해가 조금 더 많았다.

면허의 갱신도 끝나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지만 좀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나가봐야 할 일이 없어 이왕 들어온 거 쇼핑이나 해 볼 요량이었다. 물론 실제 거주지 정보를 적을 순 없으니 본가로 보내야겠지만. 그래서 아무거나 막 살 수는 없지만.

“도대체 쓸 시간도 안 주면서 월급은 왜 주는지.”

“그럼 끊을까요?”

“왜 그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

주위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중해의 산토리니 섬과도 같은 하얀 건물들이 나선을 그리며 끝없이 지하로 이어져 있는 공간. 아무리 밑으로 내려가도 항상 하늘의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저거 사 줘요 저거.”

유리가 시야 한 구석에 화살표까지 띄워가며 무언가를 가리켰다. 최대한 내색 없이 슬쩍 바라보니 뭔 끔찍하게 흘러내리는 덩어리가 쌓여 있었다.

“저게 뭔데?”

“맛있는 거.”

순간 종족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두뇌가 대응 방안을 마구잡이로 생각해내기 시작했고 진혁은 알아서 기각하고 대화로 풀기를 시도했다.

“안 먹으면 안 될까.”

“그럼 볼 일도 끝났으니 접속 해제 할까요?”

“미안.”

사용자 정보 차단을 위해 나선회랑에 접속하는 데에 서포터즈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접속을 유지하는 것에는 필요가 없긴 하지만 접속 과정에서 본가로 주요 권한이 넘어간 덕에 진혁의 의사와 관계없이 접속 해제가 가능했다.

사실 본가의 시스템에 미약하게나마 부담이 가기 때문에 접속을 끊는 것이 맞긴 하다. 말 그대로 미미한 수준이라 사실상의 합의 하에 좀 더 남아서 놀고 있는 것이지만.

“얼마나 사야 만족할래?”

“12kg 결제할게요.”

그녀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아예 먼저 계산을 끝내버렸다. 이건 빨라서 좋은 건지 호구가 된 건지 궁금해져왔다.

“날 존중해줄 생각은 없는 거냐?”

“음 저것도 맛있어 보이네.”

이번에는 말로 형용하기도 힘들게 생긴 놈이었다.

“그보다 저건 살아있는 거 아니냐? 품목도 애완동물로 분류되어 있는데?”

사서 잡아먹으려는 놈이나 저걸 키우라고 파는 놈이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철창 안에서는 호러물에나 등장할만한 괴물이 지글지글 거리고 있었다.

“먹성이 좋다고 칭찬하진 못할망정 그렇게 초를 치고 싶어요?”

“건강을 생각해. 내 상식은 저걸 먹지 말라고 하고 있어.”

물론 도플갱어와 슬라임의 중간 쯤 되는 그녀가 먹지 못할 것은 없다. 굳이 있다면 본체 용적보다 크기가 커서 나눠 먹어야 한다거나. 폭탄같이 먹으면 죽는 거라거나. 그런 고로 잘만 먹을 테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해 말리기로 했다.

“덤으로 넌 먹은 데로 성장해서 식사 제한도 심하잖아. 12kg으로 이미 올해 간식은 끝난 것 같아.”

“미리 사 둬도 괜찮은데.”

“냉동고에 저걸 보관해야 할 요리사 분들을 생각해. 꼭 내가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건 아냐.”

뭔 괴물이 천 이백만원이나 하는지.

‘아니, 저렇게까지 생겼으면 연구용 같은 거로 가치가 생기려나?’

어느 쪽이든 정상적이진 않다.

그렇게 새벽부터 한참을 구경하던 진혁은 오후가 되어 배가 고프기 시작해서야 접속을 해제했다.

언제 봐도 친근감이 가는 누렇게 변색된 천장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진혁은 바깥의 인기척을 느끼고 방문을 열었다.

“일어났어?”

“아, 토요일이었나.”

흰색 원피스를 입은 노아가 부엌에서 말했다. 대충 봐도 비싼 옷인데 앞치마도 없이 뭐하냐고 말하려 했는데 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 거로 역장 쓰지 마.”

“아무리 찾아도 앞치마가 없는 걸.”

“저번 주에 노아라는 분이 태워먹었지 아마?

매주 대충 사는 모습 가슴이 아프다며 한 끼라도 챙겨주겠다 한 지도 어언 반년. 초기의 열정은 거의 자포자기로 사라지고 매주 신 요리 개발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 대상은 당연히 진혁 뿐.

“아무튼 오늘은 단순한 구이니까 실패 안 해.”

“뭘 굽는데?”

“일곱 눈 주머니쥐.”

아무리 좀비라지만 식욕이 팍 식는다. 애초에 언데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사가 아니라 마력 보충만 해주면 되는 것을 이래야 하나 싶다.

“혼자 먹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당연히 안 돼.”

썩은 표정으로 식탁으로 가 앉으니 노아가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통구이는 아닌 덕에 비주얼은 괜찮다. 그런데 이게 식용은 맞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아니 도대체 멀쩡한 마법적 기구들을 내버려 두고 왜 마수를 먹어야 하는 거지?’

그 질문의 해답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평가를 바라고 있기에 적당히 입에다 쑤셔 넣고 삼켰다. 무슨 맛인가 표현하자면 마치 들판을 뛰노는 어린 유니콘과 같은 발랄함이 입 안에서 느껴졌다.

그러니까 고기 속에서 뭐가 튀어나와 입 안에서 날뛰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차마 뱉어서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마구 씹은 뒤 삼켜버렸다. 이럴 때면 감각이 둔해진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 덕에 목 넘김은 무난했다.

“어때?”

슬쩍 보니 노아는 맛있게 자기 몫을 해치우고 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고 있는지라 좀 부러웠다. 닮고 싶진 않지만.

“입안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야.”

이젠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연습이 부족했던 것뿐이지. 이런 쉬운 건 한 번에 성공한다고.”

그 시도 자체를 부정하고 싶다. 진심으로.

“얼른 먹어. 빨리 나가야지.”

“응? 무슨 일 있나?”

“잊었어? 축제 준비.”

그 말을 들은 진혁이 생각해보니 준비할게 많기는 했다. 다만 자신은 그걸 돕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항변하자니 대답이 뻔했다.

“싫다면 본가에서 정식 요청으로 바뀌어서 다시 부탁할거야.”

협박이 나온 시점에서 부탁이 아니다. 하지만 부정해봐야 어쩔 수 없는 건 빨리 끝내는 편이 편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식사 후 둘은 밖으로 나왔다.

외출이 이렇게 잦아서야 서포터즈에서 원성이 일 법도 하건만 노아 때문인지 꽤나 조용했다. 본가에서 구해준 건물은 조약에 의거한 이능 사용금지 구역이지만 건물 외부로 한 걸음이라도 나오는 순간 자유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는지라 현관에서 저격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건만 오늘은 조용했다.

“마도공학 전공자의 실력을 보여주지. 조수, 이동하는 동안 모두 외워두도록.”

“넵. 그럽죠.”

노아가 건넨 종이에는 구입해야할 물건이라고 적힌 리스트가 빼곡했다. 뒷면을 보아하니 번호가 173번에서 끝난다. 오늘 끝내긴 글렀다.

둘은 학교 중앙에 위치한 백화점으로 들어섰다. 전 세계에서 가지각색의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수많은 물건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모두 실제 화폐가 아닌 학생 지급 포인트로 구매가 가능한 물건들이었다.

학생들의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생이 직접 퀘스트를 만들거나 해결해 포인트를 모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노아가 노리는 것은 공산품이 아닌 학생 수제품이었다. 대체로 저렴한 가격은 덤. 가장 큰 장점은 물건이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간단한 예로 하프드래곤이라는 특징을 타고난 노아는 가끔 떨어진 비늘이나 흘린 피를 모아 팔기도 한다.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바깥에서는 어딜 가서 용 비늘 등의 물품을 구하겠는가.

“좋아. 복창하도록. 1번!”

“1번. 테라리움 결정. 괄호 정제된 걸로 2kg. 이게 여기 나와?”

금속 종족이라면 희귀하긴 하지만 테라리움이 나올 만도 하다. 근데 귀찮게 정제해서 올릴 놈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세일 품목이네. 이거 지구상에서 정제 불가능한 거 아니었냐.”

“뉴스도 안 보고 살아? 교장 돌아왔잖아.”

교장은 10년 전 학교의 설립자와 함께 싸웠다는 8레벨의 염동력자였다. 맨몸으로 우주여행을 다니더니 그새 돌아온 모양이었다.

“축제 보자고 돌아온 건가.”

초능력과는 거리가 먼 진혁이었기에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 아마 초능력자들은 그가 돌아오는 시기에 뼛속까지 울리는 에너지파장을 느꼈을 것이다. 또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한 몇몇 능력자는 그 자극으로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런데 물량이 꽤 많은 건가봐? 여유롭네.”

“지구에선 효용이 거의 없는 광물이니까. 학교에서 사재기를 막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차원이 전이된다면 그곳은 지구가 아니다. 마법을 오래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이었다.

“수요는 적은데 가격은 개떡같이 비싸. 너 이 리스트 코스트 계산은 해보고 만든 거 맞지?”

“아마 150번대 까진?”

“그럼 그 뒤는?”

“가내수공업으로 어떻게 안 될까?”

학생 개인으로서 엄청난 점수를 보유하고 있던 노아이지만 근래에 들어 지출이 너무 컸다. 진혁이 골병들겠다며 징징대자 냅다 마갑을 하나 구해와선 같이 불타올라 이것저것 만들어보던 시점에서 포인트가 반쪽이 난 상태였다.

‘성능에 비해선 저렴한 수준이지만. 당장 퀘스트를 뛰어야 할 판인데.’

“설계도 내놔봐. 일단 필수품만 개량의 여지가 있을 거야. 아니 있어야 해!”

학생간의 능력 차이가 큰 만큼 퀘스트로 인한 포인트도 부익부 빈익빈의 시뮬레이션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정도 포인트는 맛 간 이무기라도 잡아야 할 정도의 양이다. 진혁은 무익한 도전을 포기했다.

그러나 필수 구입 목록부터 사들이는 동안 계속해서 개선안을 만들어내도 똑같이 코스트 오버로 약속된 노동의 미래만이 진혁을 반겼다. 노아를 뜯어내 팔아보려 해도 그녀는 엄연히 반룡.

비늘이든 이빨이든 발톱이든 용의 힘을 간직하려면 특정한 날에 뽑아야 한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그 날이 내년.

결국 둘은 광장의 퀘스트 보드 앞에 섰다.

“우리 지금 보상 포인트 순으로 배열한 거 맞지?”

“응. 난 그런 것 같아.”

수시로 사라지고 생겨나는 목록은

현재 퀘스트 중 가장 높은 보상이 4포인트. 내용은 소환수 밥 먹이기.

당연히 크게 어렵지도 않고 보상이 많은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게 현재 목록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것.

“아무래도 우리랑 비슷한 처지인 애들이 많은가 보네.”

축제로 인해 포인트의 수요가 급증하며 퀘스트의 씨가 말랐다! 안 그래도 앞길이 막막했는데 이젠 장애물까지 추가되었다.

“하루에 30포인트만 벌면 되니까 최대한 빠르게 도는 게 불가능한 건 아냐.”

“근데 우리 둘 중 학생은 나뿐이라 퀘스트는 나만 받을 수 있어. 결국 같이 다녀야 해.”

슬쩍 주변을 바라보니 주식이라도 하는 것 마냥 넋 놓고 목록에 좋은 건수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널려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신규 퀘스트를 낚아채기는 요원해 보이니 지금 남아있는 것들로 해결을 봐야 한다.

“수행자 능력 최대치로 검색해서 예상시간 짧은 것부터 돈다. 바로 시작하자.”

“그래. 오랜만에 같이 다니겠네.”

노아의 그 말에 진혁은 잊고 있었던 걸 깨달았다.

그는 학생이 아니다. 어차피 자기 성적도 아니라면 이렇게 열심히 도울 필요가 있는가? 그냥 다른 걸 해보자고 하면 될 것을.

하지만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장서보관소 청소의 경우.

“우와 책이 썩어가고 있어.”

“천장에 저거 뭐야? 책? 지들이 박쥐인 줄 아나.”

하늘을 가득 매운 수많은 책들의 향연은 장관이었다. 다만 그것을 감상할 새도 없이 깨어난 책들이 쏘아대는 마법포를 피해 다녀야 했지만.

덕분에 난장판이 된 곳을 치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마법초 채취의 경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르헨티나, 일용직 노동자.”

“진실을 말하지 마. 정신건강에 안 좋잖아. 명상하자 명상.”

“이거 아마 환각효과가 있지 싶은데.”

고랭지 배추밭? 보령 녹차밭? 그건 다들 장난일 뿐이지.

링 형태로 이루어진 재배지가 원통 모양으로 쌓이고 쌓여 엄청난 면적을 만들어 냈다. 층마다 빛이 드는 정도에 따라 다른 종들이 자라고 있고 또 그런 원통이 주변 하늘 여기저기에 떠다니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마력이 모이는 몇 없는 지역이라고 전부 이곳에 설치해두었다.

“자동화 재배는 되는데 왜 수확은 셀프 서비스일까?”

심해 자원 탐사의 경우.

“이건 기업체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아직 졸업생이 몇 없다보니 이러네. 슬슬 민간 기업에서도 초자연적인 것들을 받아들인단 뜻이니 좋잖아?”

“근데 나를 안 받아들이잖아.”

진혁의 경우 이번 일은 상당히 편했다. 지구에서 마력이 생성되기 시작한 이후 새로이 만들어진 물질을 찾아 인도양을 일주했다. 심해 마수나 에너지 이상 지역 등을 지날 때마다 역장 밖으로 나가 처리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우리 하루에 3개씩만 하자. 양심적으로 오늘 너무 많이 돌아다녔어.”

“안 돼. 아직 오늘 할당량도 못 채웠어.”

육체적 피로야 체감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해도 정신적 피로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뼛속부터 마인드가 드래곤인 노아야 아직 여유가 넘치고 있지만 온몸이 물에 불어버린 진혁은 죽을 맛이었다.

쓰레기 소각장의 경우.

“그마아아안! 크흑. 더 이상 브레스는 naver.......”

“왜? 연기도 안 나고 한방에. 좋기만 한데.”

“나한테 보호마법이라도 걸어주고 하던가.”

뼈와 살이 분리되는 환상 속에서 지난주를 돌이켜 본 진혁은 소름이 돋았다. 왠지 전장을 해치고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라도 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다시 체험하긴 싫지만.

“재료를 구하긴 힘들었지만 정작 만드는 건 쉽네. 혹시 생전에 마도공학 관련해서 유명한 사람이었다든가 한 거 아냐?”

“그럼 누군가 알아 봤겠지. 게다가 싸우는 게 익숙한 걸 보면 그런 쪽은 영 아닌 듯 해.”

지금에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고 있긴 하지만 언데드가 된 초기에는 기억의 부재에 엄청나게 집착했었다. 지금 나아진 것도 언데드로 살아온 기억이 생겨서 좋아진 것뿐이고.

“애초에 그런 사람이면 기록 하나 남김없이 깨끗하다는 게 말이 되냐. 태평양 물고기 수준의 존재감으로 살았다고 보기엔 내가 너무 다재다능해서.”

“사실인데 인정하기 싫도록 만드는 그런 화법은 어디서 배운 걸까.”

진혁은 한 번 음흉하게 웃어준 뒤 화재를 바꿔 말했다.

“그럼 오늘 저녁에 운석에서 이걸 충전하기만 하면 되나?”

“그래. 9시쯤에 부를 테니까 준비하고 있다 바로 튀어나와.”

노아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진혁은 그대로 바닥에 밀착했다. 이만큼 부려먹었으니 한동안은 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딱딱한 바닥이 푹신한 침대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푹신한 건 아니기에 바닥이 따뜻해졌을 때쯤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방으로 직행해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습한 여름, 멀쩡한 몸으로 기상하기 위해선 제습이 필수였다. 물먹는 작은 하마들 사이에서 잠들자니 등골이 서늘하지만 공기청정기만으론 부족했다. 이능 사용을 금지한 이곳 특성상 간단한 쾌적화 마법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옷을 벗어던지곤 변색된 부분에 약을 발랐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니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달아둔 거울로 그의 등 반절을 차지하고 있는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튀는 걸 몸에 떡하니 박아놓고도 알아보는 사람을 못 찾으니 어떡하라고.”

아무 기억도 없는 걸 보면 분명 생전에 그려놓은 문신이 분명했다. 다만 이 화려한 문신조차 아는 이가 없다. 다만 단순한 문신은 아닌지 그 부근은 변색이 되질 않아 편할 뿐이었다.

문신을 주시하며 주변의 변색된 부분에 약을 바른 진혁은 그대로 드러누워 잠들었다.

몇 시간 후 노아의 호출을 받은 진혁은 지옥에서 돌아온 망자처럼 집에서 기어 나왔다. 웬일로 먼저 찾아와서 기다리던 노아는 진혁을 껴안고선 날개를 펼쳤다.

“무단 비행은 불법이다 이것아.”

“우리에겐 불가능이란 게 없어.”

“아니 이건 가능 불가능 이야기가 아니잖아!”

말하는 동안 인간의 모습에서 튀어나온 날개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용들은 단순하게 물리적인 날갯짓으로만 날지 않는다.

“왠지 옷이 등이 파인 거더라!”

“복잡한건 본가에서 알아서 하겠지. 서포터즈는 그러라고 만든 단체라고.”

계속해서 높아지던 공명음이 멈추는 순간 둘은 소닉붐과 함께 솟아올랐다. 금새 구름까지 닿은 노아는 구름을 관통하며 날기 시작했다.

“습기 차면 안 된다니까! 돈 좀 아껴보겠다는 내 의사는 다 헛소리지?”

“괜찮아 너를 위해서라면 이빨도 비늘도 발톱도 모두 뽑을 수 있는 걸!”

나름대로 비행 중 맞바람을 막을 용도로 역장이 펼쳐져 있기에 그렇게 불편한 비행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신난다고 하기엔 날아가는 자세 자체부터 글러먹었다는 점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지만.

“진짜로 뽑으면 내가 죽어.”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라는 건 여러모로 무서운 것이다. 그 막내의 애정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더욱 더.

그리고 사건은 얼마가지 않아 터졌다.

“꺄악!”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한줄기 섬광. 음속으로 나는 대상을 정확히 노린 저격이었다. 에너지원도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광범위 워프로 발사 직후부터 공간을 넘어 날아온 것이다. 완벽하게 노린 한 발이다.

“망할! 학교 관할 구역에서 저격이라니!”

최대한 비스듬하게 지면까지 내려온 노아를 꽉 껴안고 그대로 착지했다. 속도가 줄어들었다곤 해도 상당했기에 꽤 오랫동안 슬라이딩했다.

이어서 코앞에서 나타나 날아오는 섬광에 몸을 틀어 피했다. 여파만으로 찢겨나간 허벅지에서 활성화액이 줄줄 샜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유리! 무장 허가!”

“좀 기다려요 이 인간아! 거기 아직 학교 관할 내부라서 좀 걸려요!”

“그럼 늦잖아!”

“그럼 7시 방향으로 400m 뛰시든가! 도대체 생전에 뭐하고 살아서 이렇게 노리는 놈들이 많아요!”

말하는 도중에도 한발 작렬했다. 명중률이 떨어지는지 방식을 바꿔서 곡선으로 날아왔다. 덕분에 왼팔이 위기다.

자신의 피를 보고선 굳어있는 혈액 공포증 용을 안아들고 냅다 달렸다. 왜곡역장 하나만 쳐줘도 훨씬 좋을 테지만 처음부터 애가 피를 보면 제정신이 아니기에 경호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무를 이용한 엄폐와 회피기동이 무색하게 완벽한 각도에서 칼같이 날아오는 빛줄기에 결국 왼팔이 날아갔다. 잘린 것이 아니라 아예 작살나버렸다.

‘이렇게 쉽게 날아갈 삼천만원에 그렇게 매달렸나.’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넘어져 또 한발을 피하는 순간 통신회선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방금 벗어났어요. 주변 구역 허가는 이미 받아놨으니 알아서 하세요. 전 신원 파악이나 해보도록 하지요.”

“무장 소환!”

명령어에 반응하여 온몸에 갑옷이 덧씌워졌다. 또한 서랍장에 가까운 굵기를 자랑하는 검 집도 나타났다. 무려 리빙아머를 잡아 뜯어고쳐 만든 수제갑옷에 수십 자루의 검이 수납된 탱크. 마도공학자로서의 자존심이 담긴 자작무장이었다.

빽빽하게 튀어나온 손잡이중 하나를 뽑아들었다. 검이 빠진 자리에는 새로운 손잡이가 생겨나 있었다. 진혁은 검을 들고 그대로 대기했다.

주변은 조용해 벌레 우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지만 이대로 끝일 리가 없었다. 10년 전의 전쟁영웅들이 모여 있는 학교 관할 내에서 일을 벌일 놈이라면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곧 증명되었다.

숲을 헤치고 나타난 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얇고 가벼워 보이는 금속성의 기계였다.

“전투인형? 그러면 용의자가 확 좁혀지지.”

그들은 반씩 나뉘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근접전을 맡은 놈들이 시야를 가리며 압박하는 동안 나머지가 빈틈을 타 사격하는 방식이었다.

“곱게 뒤져.”

진혁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달려들어 후방에 한 놈을 일격에 반 토막 내었다. 이어서 달려드는 인형 중 선두에 선 놈을 검 끝으로 걸어 바닥에 메다꽂으며 내려찍었다.

바닥에 박힌 검을 포기하고 새로이 검을 뽑으며 뒤이어 오는 놈을 베었다.

팔이 한쪽뿐이라 힘이 덜 실렸는지 목을 반쯤 자르고 멈춰버린 검을 당겨 뽑으며 뒤로 굴렀다. 사격조가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리가 좀 멀어졌다 싶을 때마다 노아를 노리는 놈들 덕에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숫자가 열을 넘었다보니 혼자서 다 막고 있기도 힘들었다.

검이 마구 진동할 정도로 마력을 쑤셔 넣고는 냅다 집어 던졌다.

폭발의 반동을 이용해 튕기듯 튀어나와 노아를 끼고 그대로 달렸다. 싸우기엔 위치가 너무 안 좋았다. 약하다 해도 뒤를 막아줄 엄폐물이 필요했다.

그러한 생각으로 자리를 바꿨더니 이번엔 나무마저도 없는 휑한 잔디밭에서 포위당했다. 환경훼손의 형량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른다고 자위하며 노아를 눕혔다.

“빨리 끝내자.”

도망치는 도중 유리가 저격수의 위치를 보내주었다. 사실 더 많이 숨어있었다! 하진 않을 것 같고. 슬슬 사람들이 끼어들 시간이라 더 끌기도 불가능했다.

갑옷이 활성화되며 주변의 마력을 강제로 몸속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최하급 좀비라지만 나름 언데드라고 활력이 끓어올랐다.

진혁이 제자리에서 모든 공격을 막아내자 놈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걸 기다리고 있던 진혁은 바로 반응했다.

마력 집약으로 잔상을 남기며 일격에 하나씩 찢어버리듯이 베어갔다. 이가 다 빠져버린 검으로 마지막 놈을 가르곤 날아오는 섬광을 그대로 맞아주며 검 집을 열었다.

가장 안쪽에서 빛을 흡수하는 듯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는 도를 뽑았다. 언데드가 되어 다시 깨어났을 때 가슴에 박혀있었던, 자신을 죽인 검이었다.

수평으로 날을 눕히곤 천천히, 예술 작품의 한 획을 긋듯이 살짝 베었다.

목표로 한 산 중턱에 검은색 선이 그어졌다. 검에서 심장고동이 들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피를 보긴 한 모양이었다.

“우웩.”

긴장이 풀리며 장비가 해제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부작용으로 또 머리가 한 뭉텅이 빠졌다. 지금이야 어지러워 별 감흥도 없지만 내일 일어나면 꽤 슬프리라.

‘아, 에너지 충전하고 자야 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그럭저럭 눈에 익은 지형이었다. 방송에서 운석 충돌 예상지역을 계속 보여준지라 머리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눈에 익다는 건 이곳이 문제의 그곳이라는 것이다.

‘예상 시간이 몇 시더라?’

허겁지겁 일어난 진혁은 잠들어있는 노아를 업고 미친 듯이 달렸다. 힘들어 죽겠지만 운석 맞고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우아아아아아!”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운석이 눈에 보였다. 보이는 순간 괴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권에서 거의 다 녹는다며! 크잖아!”

대지가 뒤집히고.

몸은 하늘을 날고.

날다가 추락하고.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3인용 병실에 진혁과, 노아와, 이불 속에 파묻혀있는 애 하나.

‘일반 병원인가? 수갑 안 걸린 걸 보면 그건 아닌가.’

그렇다면 본가에서 마련한 병실일 것이다. 그런데 웬 생판 처음 보는 애 하나가 같이 끼어있는 걸까.

이름이라도 알아보려고 침대 주변을 뒤적거리고 있자니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졸린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진혁이야? 결혼해줘.”

“뭐 임마?”

그것이 우주에서 내려온 그녀의 첫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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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같은 기승결.

쓰다보니 이런 게 계속 생각나더군요.


"기억이 안 나요!"

"그럼 급한대로 내 검이라도."

"드디어 내 정체성을 찾았다. 그렇다 난 천사였던 것이다. 악마나 잡으러 가야지."

제목은 아마 네팔렘+아크엔젤!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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