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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독스
글쓴이: 가이하냥
작성일: 12-07-12 00:29 조회: 1,935 추천: 0 비추천: 0


<프롤로그 - 켈 가룬다>

염동병기라는 것이 있다.

의지로 <무기>를 움직이는 초이능으로써 무협소설에나 등장하는 허공섭물. 이기어검술과 같은 기술이다.

이것을 병기로 개발하기 위해 우주도시 '헤븐' 에 위치한<바빌론>이라 불리는 실험실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했지만, 예산부족과 어른들의 사정, 무리한 인체실험으로 여러명의 사상자가 일어난 것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됬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이고 비공식적으로 염동병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닌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동물들이 이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고, 과격한 파괴본능과 이능을 지니게 된 동물들에게 <비스트>라는 이름이 부여되었다.

초반에는 '동기감음물체(정식 명칭 '사이폰')'라 불리는 병기를 허공에 띄어 적을 살상하는 방식이었지만, 여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고, 병기의 다양성을 위해 염동병기의 형태는 각 실험실마다 천차만별로 달랐다. 그러한 곳에서 나는 전자두뇌에 사고로 사망한 병사의 인격을 부여받은 개로 만들어졌다.

비스트-켈베로스 타입.

염동병기(사이폰)를 다루며 '주인'을 지키는 수호견. 물론 나와 같은 장소에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태어난 형제가 있었다.

비스트-헬하운드 타입.

염동병기(사이폰)로 적을 효율적으로 살상하는 전투견.

창과 방패의 경우처럼 우리들은 서로 싸우고, 같이 싸우며 우리들을 만든 과학자들에게 많은 실험 데이터를 제공해주었다. 나날이 늘어나는 상처와 인간의 인격이 씌어진 덕분에 생겨난 정체성의 혼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정신은 피폐해졌으며,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어도 금새 회복되는 육체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그대로 계속 실험에 참여했더라면 나는 그대로 미쳐버리거나 죽었을 것이다.

우리의 실험이 끝난 것은 어느날과 다름 없이 형제와 내가 서로의 기량을 보이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의 기술과 호흡, 행동방식을 알만큼 알고 있었고, 과학자들이 원하는 실험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살벌한 싸움을 하고 있던 차였다. 금새 회복되지만, 치명상에 가까운 출혈량.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도 서로의 목을 물고 놓지 않으면서, 고통속에서도 염동병기의 격돌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우우우우우우웅!!!!

비상벨이 울리며 레일건과 파워드 슈트로 무장된 수많은 병사들이 연구소에 들어왔다. 과학자들은 금새 제압되었으며, 우리와 같이 만들어진 비스트들은 제어링에 구속된채 처분을 기다리는 신새가 되었다.

실험의 무기한 정지. 반인륜적인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분. 등등 으로 실험이 폐기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염동병기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모였다고 생각한 정부에서 염동병기의 안전한 회수를 위해 벌인 '연극'이었다.

실험 데이터는 인류통합정부에서 회수해 갔고, 실험을 통해 검증된 비스트들은 곧바로 실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와 형제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지젤 바이올렛.

수호견 켈베로스와 전투견 헬하운드라는 살아있는 병기를 다루기 위해 다른 실험실에서 태어난 소녀. 아무리 사납고 흉포한 비스트(야수)라도 그들을 길들이는 테이머(조련사)가 있다면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에 의해서 우리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지게 된 소녀들. 그녀들은 테이머라 불렸다.

나에겐 '켈 가룬다'. 형제에게 '쿠론 다이스'라는 이름이 부여되고 우리들은 지젤이라는 테이머 소녀와 함께 전장으로 나섰다.

소녀와 동물.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방심을 불러 일으키기 쉬운 생물은 없으리라. 유전자 변형을 통해 나와 형제는 육체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우리들은 부잣집 소녀와 산보 나온 두마리의 작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활동했다.

암살, 첩보, 추적, 시가전. 수많은 은하계의 행성과 우주도시를 누비며 우리들은 정부기관을 위해 일했고, 전생(전자두뇌에 씌어진 인간 병사의 기억)에서도 임무에 충실했었던 듯한 나는 그럭저럭 한정된 자유를 누리며 지젤과 쿠론. 내가 지켜줘야할 작은 소녀와 함께 태어난 형제와 함께 보내는 나날에 미래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대로 지젤, 쿠론과 함께 한집에 머물며 평온한 한때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우리는 만들어진 병기. 그러한 평화를 지내기엔 병기에 흐른 피와 원혼이 많았다. 이미 우리는 우주해적 및 정부와 적대관계의 외계정부와 패밀리(마피아)들이 노리고 있는 특급 위험지정대상이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임무의 난이도가 높아져 갔다. 우리의 목표물은 비스트와 염동병기에 대해 조금씩 정보를 얻어가고 있었고, 신정권이 들어선 정부에서도 우리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대로 지젤과 형제와 함께 은하계 변두리 미개척지 원시 행성으로 숨어버는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을때 비극은 일어났다.

내가 지켜줘야 할 소녀. 나와 형제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준 지젤이 임무중 사망했다.

테이머를 잃은 비스트. 나와 형제는 정신적 충격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쳐 날뛰었으며, 제1종 위험지정물로 은하협약에 의해 사용금지 된 <반물질 폭탄>을 건드리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우리가 있던 우주도시 <비체라스>는 질량의 소실점 속으로 사라졌고, 수천만명이 넘은 생명이 일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사라졌다.

내가 새롭게 눈을 떴을때 두개의 달이 떠있었다.

어째서 나는 살아있는가? 그런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박물관에서나 볼듯한 이형의 괴수와 싸우게 되었고, 새로운 이능에 각성했다.

이전까지의 나는 염동병기(사이폰)가 아니면 가벼운 물체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눈을 떴을 때 내 주변 반경 100M 이내로 염동력이 간섭할 수 있는 공간, 물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의지를 가진 생물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내 전투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육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무언가 기준점이 없지만, 내 몸도 괴수와 비슷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스스로의 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할 정도로 거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나는 이전보다 더 큰 폭으로 육체의 크기와 외형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변화되었다. 숲의 커다란 나무도 장난감처럼 보이니 이 기준점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숲의 괴수들을 상대하기에 커다란 육체가 편했기에 이전처럼 작은 강아지의 모습을 하지 않고 이 세계에 눈을 뜬 커다란 육체 그대로를 사용했다.

두개의 달이 떠오르는 숲에서 깨어난지 한달도 되지 않아 이곳에서 더이상 상대할 적이 없는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존재가 됬다. 나의 존재감(염동력)에 버틸 수 있는 생물이 이 숲에 없다고 확신했을 때 숲을 나왔다.

숲 밖에서도 형체는 다르지만 여러 이형의 괴수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곳에 인간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볍게 둘러본 것으로 나는 고민하게 되었다.

나무를 이어붙여 만들어진 투박한 방책. 조잡한 잡철로 만든 창과 나무를 깎아 만든 활. 단순히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 외에 패션감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무명천옷을 입고 생활하는 부족단위의 인간들.

미개척지.

스스로의 문명으로 우주로 자립하기 전까지 은하제국의 보호를 받아 외계의 간섭을 받지 않은 보호지정된 변두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행성이 분명했다.

이런 곳에서 우주로 나가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는건가? 아마도 내가 이 세계에 문명을 전파하고 간섭하게 된다해도(은하제국 법상 위법이 되어 처분당할게 뻔하지만) 내가 죽고서 수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우주로 나갈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문명에 간섭한다해도 문명리셋현상(대자연재해로 인한 문명 붕괴)이 일어나면 다시 원시시대부터 시작하거나 이 행성의 인류가 멸망한다해도 이상하지 않다.

고민은 짧고 나의 행동은 빨랐다.

지젤과 형제가 죽고, 나의 실수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진 우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이곳의 인간을 보호하며 평온한 인생, 아니 나의 경우에는 견생인가? 그러한 일생을 지내게 되리라.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이형의 괴수들로부터 인간을 지켜나갔다.

그대로 이 행성의 시간으로 500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무리 내가 유전자 변형으로 태어났다해도 흙으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 연구소에서 설정된 나의 육체 한도시간은 50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 열배가 넘는 시간 속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째서 내가 죽지 않는건지 이 행성에서 깨어나게 됬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괴수들과 싸우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인간들의 수호신으로 모셔지는 존재가 되었다. 이형의 괴수들의 숫자도 어느정도 줄어 인간의 생활영역이 늘어났다.

이형의 괴수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멸망 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 종족의 무차별 멸족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기에 인간을 습격하는 무리에 한해 적당히 쫒아낼뿐이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테이머가 생기게 되었다.

처음 괴수를 해치우고 인간의 수호신이 되었을 때 만나게 된 남자아이. '아란'이라는 이름을 지녔던 소년은 나와 접촉한 첫번째 인간이자 커다란 괴수로 보이는 나에게 바쳐지는 산재물이었다. 그러한 소년에게서 나는 익숙한 기운을 느끼게 되었고, 이런 행성에서 선천적으로 태어난 테이머를 만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

나와 테이머 계약을 맺은 아란은 어른이 되어 부족단위의 인간들을 모아 거대한 세력을 세웠다. 나는 단지 인간들을 보호할뿐 이 행성의 역사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지만, 인간의 수호신이라는 이름뿐인 감투를 쓰고 괴수들을 향해 거대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인간들만의 거대한 울타리가 생겨났다. 나의 염동력으로 세워진 바위성을 중심으로 인간이 모이자 조금씩이긴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게 되었다. 안전해진 생활이 지속되자 무언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생겨났고, 생활양식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나의 간접적인 개입에 의해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란의 죽고난 후에도 아란의 자손들은 대대로 테이머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24번째 후손인 나에라는 여자아이가 나의 테이머로 계약되어 있다.

나에는 이제 15세가 된 어린 여자아이다. 흑단과도 같은 검은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를 지닌 우주문명권에서도 제법 먹혀들만한 예쁘장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나의 테이머가 된 아이들은 모두 부모형제와 떨어져 지내게 된다. 아란의 혈족 중에서 테이머의 재능을 가진 아이는 대대로 단 한명 뿐이었고, 그렇게 테이머가 된 아이는 나와 함께 지내며 신성시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물론, 나의 테이머가 된 아이가 결혼하여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단지 내가 모셔지는 거대한 영역에 테이머만 들어올 수 있고 나와 같이 지내는 것뿐이다. 커다란 모습을 애용하게 된 나의 모습은 인간들에게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일뿐이다. 이들에게 개입하여 이들의 역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았다.

"켈님, 동쪽에서 온 상인이 하늘을 달리는 불덩어리를 보았다고 합니다."

나에의 말에 나는 가벼운 산보 삼아 그 불덩어리가 떨어졌다는 장소로 가보았다. 테이머를 태우기 위해 만든 목의 안장에 나에를 태우고 가볍게 뛰었다.

내 발걸음으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는 장소까지 반나절이 거렸다. 중간에 나에의 식사 및 볼일을 보기 위해 걸음을 두번 정도 멈춘거에 비해 먼거리였다. 염동력으로 나에를 보호하며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렸으니 얼마나 먼거리 인지는 대충 짐작할 것이다.

대충 상인이 불덩어리가 떨어졌다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 행성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우주문명의 잔재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행성의 인간들과 이형의 괴수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드릴 머신으로 광산을 채굴하고 있는 외계인들. 그들은 같은 인류인 이 행성의 토착민들에게 간섭하는 은하제국상의 행성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염동력을 사용해 그들을 간단하게 제합한 나는 오랜만에 보는 양자컴퓨터를 조작해 그들의 신상정보를 얻어냈다.

은하 10대 기업으로 알려진 <브란메데오스>.

내가 현역(500년전)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에도 존재했던 유서깊은 상인가문인 그들의 일부가 미개척 행성을 상대로 광산채굴과 행성 토착민들을 노예로 파는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을 제압했어도 다시 이런 범죄가 이 행성에 생겨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존재까지 알아낸다면 이 행성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증거인멸의 방식까지 사용하게 되겠지.

적이 나를 알기 전에 선제공격은 필수!

외계인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물건을 전부 수거한 나는 나에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왔다.

솔직히 나에를 데려올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비스트와 테이머는 일심동체. 나에를 보호하며 싸울 정도로 간단한 상대가 아니지만, 테이머인 이 작은 소녀가 없다면 나는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지 모른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으로 하늘위의 세계에 대해 동경해버린 꿈많은 소녀는 함께 가겠다는 말로 내 고민을 종식시켰고, 우리는 행성 보호와 우리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우주로 나왔다.

500년이 지났어도 기본적인 우주 문명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성간 이동을 위해 워프 게이트를 통과할 때에는 양자컴퓨터에 저장된 신분증명서를 조작해 나와 나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었고, 브란메데오스의 위법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그들의 불법 사업장에서 가벼운 행패를 부렸다. 그러던 와중에 그들의 위법행위를 감지하고 있던 은하경찰 '트리아이나'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아무리 은하경찰이라해도 은하제국, 은하인류연합, 성간행성연합을 아우르는 거대한 자본을 지닌 브란메데오스를 공략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에 나는 예전의 실력을 발휘해 브란메데오스의 본가에 침입해 그들의 세력 싸움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일을 해결했다.

소설책으로 쓴다면 두세권 분량이 될만큼 처절한 집안 싸움을 일으키게 되면서 나와 나에는 브란메데오스 가문의 후계자 후보가 될 소년과 만나게 된다. 첫눈에 나에에게 반한 소년은 우리들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 세력싸움에 참여하게 되고,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나에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나의 테이머를 빼앗아간 이 망할 꼬맹이에게 아버지의 마음으로 한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둘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 되었다.

모든 싸움이 종료되고 나에는 소년과 결혼하게 된다.

결혼식이 끝나고 미개척지 출신인 나에의 신분 보장과 은하인류연합의 비공식적인 출신인 나의 존재를 처리해준 은하경찰 트리아이나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이대로 다시 그 행성으로 돌아가 수호자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된 나는 '지원 특수 수사관'이라는 직함으로 트리아이나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테이머인 나에와 떨어지게 되었지만, 나의 염동력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 강자들이 포함된 트리아이나에서 내가 폭주하게 될 일은 없었다. 내가 500년을 살았던 행성이 무사한지 틈틈히 관찰하며 강아지로 변장. 잠입수사, 추적과 탐문수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나에와 브란메데오스의 꼬맹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 나의 테이머.

분명. 그 꼬맹이와 잘살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브란메데오스는 방대한 상인 가문의 집합체. 10년 전의 사건으로 주가가 오른 꼬맹이 녀석(어른이 됬어도 한번 꼬맹이는 영원한 꼬맹이!)에게 많은 적이 생겼고, 사고로 위장된 암살을 당하게 되었다는 증거를 얻게 되었다. 트리아이나의 모든 인맥과 나의 능력을 발휘해 나에와 꼬맹이의 사고에 관계된 모든 자들에게 초법적인 복수(합법으로는 붕가능한)를 하는데 성공했다.

복수의 허무함과 나에에 대한 그리움.

잠시 트리아이나에 휴직 신청을 한 나는 나에와 꼬맹이가 사고를 당한 행성에 도착했다. 쓰레기 고철더미로 이루어진 버려진 행성. 이런 곳에서 대체 무얼 하려고 한걸까? 조금이라도 그 아이들의 흔적을 발견할까 생각한 사건 현장은 무참치 부셔진 우주선의 잔해만이 남겨져 있었다. 정말로 그아이들이 죽었다는게 뒤늦게 실감이 난다.

내가 떠난 지난 10년동안 너희들은 행복했느냐?

내가 은하경찰로 떠난다고 했을때 나에는 눈물을 보였고, 잔정이 든 꼬맹이 녀석은 툴툴거렸었다. 나의 존재로 인해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피해를 입을까 만나는 것도 자제했는데. 그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재회하게 될 줄 몰랐다.

딸랑,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울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작은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천 한조각으로 가려진 몸. 앙상하게 마른 팔과 다리. 꼬맹이를 닮은 밝은 금발과 나에의 보라색 눈동자를 빼어닿은 소녀.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진다.

이것은 계약. 나와 너의 피에 이어지는 것.

나는 비스트, 너는 테이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피에 맺혀진 계약은 우리를 영원히 함께 하게 되리라.

저 아이는 나에와 꼬맹이의 아이.

저 아이는 아란의 후손.

저 아이는 나의 새로운 테이머!

지금 나의 운명이 다시 움직이려한다.

<프롤로그 - 엘레노아>

아빠는 언제나 바쁘다.

일 때문에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바쁘게 생활하지만, 언제나 엄마와 나를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 오신다. 언제나 우주 곳곳에서 가져오는 신기한 물건을 선물해주시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빠의 품안은 왠지모를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꽉 달라 붙어서 서로의 애정행각을 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나는 언제나 선물에 열중하는 척을 하며 두분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착한 딸이니 이렇게 부모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빠가 일때문에 여행을 떠나계실 때, 엄마는 언제나 고향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지금은 갈 수 없는 아주 먼 곳.

그곳에서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거대한 수호신님의 이야기.

어둠을 닮은 새카만 털과 황금빛 눈동자를 지닌 커다란 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호신님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고, 무서운 괴물을 물리치며 엄마와 아빠가 함께 했다는 대모험 이야기는 어딘지 동화에 나오는 정의의 용사 같아서 좋았다.

엄마는 수호신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무언가 그리운 눈동자로 눈물을 보이실 때가 있다. 여자의 직감이지만 아마도 엄마는 아빠만큼이나 수호신님을 좋아한 것이 틀림 없다.

언젠가 나도 수호신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나의 아홉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아빠는 엄마와 나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떠났다.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 이야기로만 들어보았던 별들의 검은 바다에 나왔다. 아빠는 여러 행성을 이동하며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이해 못하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디만, 아빠와 엄마가 함게 있다는 사실에 즐거웠다.

...

우주선이 폭발했다. 아니, 우리가 타고 있던 우주선이 공격당했다. 아빠는 고철과 쓰레기로 버려진 행성을 가리키며, 저 행성에서도 살아가는 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고, 엄마는 나를 안아주며 같이 아빠의 말을 듣고 계셨다.

커다란 진동과 함께 붉은 알람음이 울려퍼졌고, 다른 우주선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아빠는 나를 비상용 보호캡슐에 숨겨두었다. 보호캡슐은 1인용. 내가 들어간 후 커다란 폭발에 휘말린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 있던 우주선은 중력에 이끌려 행성에 불시착했다.

부모님의 죽음.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나는 엉엉 울수밖에 없었다.

내가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은 우습게도 추위와 배고픔 때문이었다. 파괴된 우주선의 잔재 속에서 새카맣게 탄 통조림을 찾아 차갑게 식은 햄을 먹었다. 혼자라는 사실에 다 흘렸다고 생각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수분을 아끼기 위해 계속 참으려고 노력했다.

우주선 안의 비축된 통조림은 아껴먹는다고해도 한달도 버틸 수 없는 양이다. 이것이 다 떨어지면 작고 약한 나는 굶어 죽는 수 밖에 없다. 부모님이라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울타리가 없기에 나는 강해져야 한다. 통조림을 다 먹고 잠시 잠들었을 때,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이것은 분명 우주선의 엔진 소리!

설마 부모님을 노린 적이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온건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가 숨어있던 보호캡슐에 몸을 숨기고 몸을 떨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주선이 멀리 떠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는 없었지만, 내가 밖에 나와있을 때 부모님의 시신이 없어져 있었다.

나는 완벽하게 이 세상에 혼자뿐인 외톨이가 되었다.

...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주선 잔해 속에서 찾아낸 레일건을 들고 밖을 나왔다. 어린아이라도 쉽게 사용 할 수 있는 최저출력의 레일건은 우주선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호신용. 그래도 이 행성의 동물들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피융!

"쿠에엑!"

처음에 빗나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수십번을 쏜 경험으로 이제는 어느정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통조림이 다 떨어져버리고 이틀을 굶은 상태가 되서야 첫 사냥이 성공했다. 작고 힘없는 나보다 큰 동물을 들고 갈 수 없지만, 아빠가 선물로 남겨준 만능 도구 상자로 동물을 잘게 썰고 요리하는데 문제 없었다.

나 이제는 조금은 강해진 걸까?

언젠가 부모님을 살해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나는 스스로 강해지는 훈련을 시작했다. 엄마가 가르쳐준 호신술을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움직였고, 태양열로 충전되는 레일건으로 사격연습을 했다.

이제 어느정도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무시무시한 괴물의 습격을 받았다.

레일건의 성능(원래 호신용으로 최저출력 밖에 사용하지 못함)으로도 괴물의 몸에 작은 생채기도 낼 수 없었고,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 괴물에게 먹히기 전이었다. 그러한 위기 상황에서 나를 구한건 아빠가 선물해준 만능 도구 상자. 사용자의 위급 상황시 단 한번이지만 최고급 방어결계와 치료를 할 수 있는 마법 기능! 번쩍이는 빛과 함께 괴물은 상처 입은채 도망쳤고, 만능 도구 상자는 그 기능을 다한채 망가져 버렸다.

나는 여전히 약하다. 조금이라도 강해졌다고 우쭐댄 하루 전까지의 내가 너무 가여웠다.

만능 도구 상자의 치료 마법으로 몸의 상처가 나았지만, 이제 다시는 사용 할 수 없고, 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 컸다.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도 전에 죽어버리는 걸까?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분함.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위축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나왔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차라리 이대로 죽는게 나을까? 이대로 죽으면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엄마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우주선 엔진 소리에 눈을 떴다.

엄마 아빠의 원수!

이대로 죽을 거라면 복수를 하고 죽자!

나는 레일건을 등뒤에 숨긴채 가까이 다가오는 우주선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았다. 날렵한 디자인의 우주선이 공중에서 멈추고 하얀 빛줄기를 타고 무언가가 내려왔다.

개?

어둠을 닮은 검은 털.

황금을 닮은 눈동자.

멀리 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엄마가 말해준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호신님.

레일건을 떨어뜨리고 수호신님을 향해 조금식 걸어갔다.

두근.

심장이 가볍게 뛰기 시작한다.

두근. 두근.

'이것은 계약. 나와 너의 피에 이어지는 것.'

뭐지? 이건?

'나는 비스트, 너는 테이머.'

머릿 속에서 단어가 나열되며 무언가가 만들어져 간다. 비스트. 테이머. 엄마에게 들었던 것. 이것은 수호신님과 나의 운명을 잇는 붉은 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피에 맺혀진 계약은 우리를 영원히 함께 하게 되리라.'

나의 운명의 붉은 실이 수호자님에게 이어졌다.

내 이름은 엘레노아. 나의 운명은 수호자님과 합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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