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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에이에프. (부제:A Friend story.)
글쓴이: proston
작성일: 12-07-11 00:13 조회: 1,590 추천: 0 비추천: 0

누군가는 말했다. 정상과 비정상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이라고

"으윽"

밝은 아침 구름이 걷히며 쏟아지는 햇살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3월 2일. 파란만장한 봄방학 어드밴쳐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정상'적인 고교 생활을 시작하는 날!
파이팅하게 교복을 갖추어 입고는 현관문을 열어재꼇다.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기본적으로 잠꾸러기들이다. 그래서 매일 우리가족의 유일한 새벽형 인간인 나의 상큼한 목소리로 집안을 뒤흔들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들려오는 다양한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몽땅 무시한 채 즐겁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한 달리기를 시작했다. 뛰는 이유는 물론 늦어서가 아니다. 지금은 7시 30분이고 학교는 5분 거리니까 말이지. 그냥 약속이 있을 뿐이다.

"어이! 오랜만이야!"

소리가 들려온 방향에는 한진희, 즉 봄방학때 다시 만나게 된 나의 소꿉친구. 지금으로썬 수려한 용모, 품행 단정에 학업 우수 교우관계 최상급의 남, 여 모두의 우상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가슴이 큰...,반장이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며칠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오랜만이란 만난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시간이야."
"오... 왠지 두근거리는 이유는 뭐지?"
"시간이 되어가기 때문이겠지. 어서가자."

우리는 어렴풋이 들려오는 기숙사생들의 기상 종을 들으며 교실에 도착했다.
개학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긴 9시꺼자 등교일터이니 벌써 올 리가 없지.
나는 창틈으로 내리 쬐는 아침 해를 맞으며 피곤한 잠을 채우기로 결심했다.

"준수 자려구?"
"응. 너무 빨리 일어났어. 잠이 필요해. 난 빨리 일어나지만 또 피로가 오래가는 타입이란 말이지."

흐아암. 나는 길게 하품을 하면서 책상위로 꼬꾸라졌다. 방학동안 먼지가 쌓였겠지만 지금의 피로 도는 그 정도 더러움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맞아 자기 전에 물어봐야 할 게 있었지.

"그나저나 오늘 이렇게 빨리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야?"
"자는 거 아니었어?"
"궁금증을 풀고 자도록 해야지,"

진희는 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나의 반쯤 감겨있는 눈을 보면서 안심한 듯 한편으론 아쉬운 듯 말을 했다.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래……."

나는 기울어져가는 정신 줄을 바로 잡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잡을 수 없었다, 물론 그녀의 마지막 말 또한 들을 수 없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매우 아쉬워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침에 교실 데이트는 쉽게 할 수 없었을 테니 눈물까지 난달까?
그렇게 나의 아침은 끝이 났다. 그 다음에 눈을 떳을때 교실에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은 그녀의 복수였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누가 말했던가? 가장 빠른 것은 시간이라고. 잘은 모르겠지만, 아니 없을 가능성이 다분한 말이지만 -없을 꺼라 생각한다―자던 사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 어느새 붉은색의 노을이 하늘에 걸려있는 시간이 왔다. 그리고 이쯤이 되면 그녀가 깨어난다.

"잘 잤다. 어? 여긴 어디지? 집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폈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공책을 꺼내 그녀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적었다.

-지금은 학교, 3시간 뒤에나 집에 갈 거야.

고 3은 수험생이다. 수험생은 학교에 남아서 뼈 빠지게 공부를 하는 생물인 것이다. 물론 나도 학교에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몇 시간이라고!?!? 3시간 이씩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그럼 10시가 넘어서 집에 간다는 거냐! 그러면 드라마나 영화 같은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게 되지 않는가!"

당연한 소리를. 고 3이면 문화생활 따위를 누린다는 건 사치다 욕도 바가지로 듣겠지 일단은 인문계열 학생이니까. 또 앞날에 대한 걱정도 쌓일때 이기도 하고...

-다운받아줄꼐.

나는 적당히 구슬리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질질 끌 수는 없으니까.

"싫다. 너는 본방의 중요함을 모르는구나."

그러면 협상 결렬이네.
나는 내 머리위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는 설화를 무시하며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정도의 방해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치,'소음무시 스킬 마스터'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설화는 한동안 난동을 부리다 내게서 반응이 없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용해졌다.

-설화양 삐진 거야?
"그럴 리가 있겠냐?! 인간! 악마는 삐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는 조용해졌다. 제길 진짜 삐졌다. 나는 속사포처럼 귓가를 공략하는 작은 툴툴거리는 소리에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녀는 내 웃는 얼굴을 보더니 더 화가 났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마치 만화영화 같다.

-삐진 게 아니라면 왜 그리 꽁해져 있는 거야?

훗 이겼군.
나는 설화를 놀린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은 승리 했다고 생각할 때 즉! 기쁘거나 즐거울 때 가장 방심한다고 한다. 나 역시 지금 꽁해져있는 설화의 얼굴을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에서 다가온 불의의 습격을 모두 받아야했다.

"야! 김준수 뭘 하기에 그리 실실 웃는 거야? 수험생이라는 자각이 없지?"
"악. 깜짝 놀랐잖아. 간 떨어질 뻔 했네."

나는 놀라서 찢어 버린 종이를 손에 쥐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누가 보아도 좋을 거 하나도 없는 종이니까.

"뭘 했기에 그렇게 음흉하게 웃은 거야?"

음흉해 보였다니…….
난 재밌는걸. 발견한 거 같은 진희의 얼굴을 보고는 반격을 가했다.

"사람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하는 일이라고는 뭐 있겠어? 야한 낙서좀 했어 볼래?"
"성희롱으로 잡혀갈 레벨의 발언을 함부로 하다니 위험한 녀석……."

진희는 한심하다듯 혀를 찼다, 찌이라니……. 상처다. 상처 받았다,

"그런데 그 종이 뒤에 빽빽하게 차있는거, 그건 뭐야? 중요한가. 아니야? 마치 다음시간 제출해야할 영단어 빽빽이 저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n이!"

나는 초고속으로 종이를 다시 확인 하지 못했던 종이의 뒷장을 확인했다. 오,마이.갓

"내가…….이…….내가. 이런 실수를……."
"에구구. 그래도 다음 영어 시간은 월요일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60 시간하고도 약간 더 여유가 있으니까 말이야 수고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숙제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설화가 작은 목소리로 뭐라 불평을 해왔다, 은근히 혼자 있는걸. 싫어하는 녀석이다. 하긴, 그녀는 제대로 된 대화를 배운지 1달도 되자 않았으니까. 항상 신이나 악마로 대접받은 녀석이다. 가끔 수다스런 그녀를 바라보면 그때의. 조용히 기도하던 모습이 떠올라 날 감상에 빠지게 한다.
감상에 빠져드는 건 둘째 치고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학생의 본분을 수행했다.

"야 김춘수! 일어나라!"
"음?"

나는 내 얼굴에 얼굴을 맞대며 소리치는 설화를 바라보다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런 미인은 꿈에서라도 보게 되다니. 영원히 꿈에서 살아야지.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내 얼굴을 발로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그리고 불의의 습격에 정신 줄을 놓친 나는 그대로 코와 책상을 박치기 하고는 그 아픔에 부끄럽게도 주책없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아 아아악 아파 내 코가!"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 코를 부여잡고 난동을 부렸다너무나도 아파서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의 이런 모습을 설화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어떤가? 날 기다리게 한 벌이다."

아피아 아파! 그녀는 진심으로 아파하는 나를 짓밟고 서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이 승리의 포즈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장장 수백 년간 개발해온것으로 각도 시선처리 포즈 그리고 시간에 따른 빛의 흐름까지도 고려했다고 하였다. 내가 보기엔 어째보아도 그저 V일 뿐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녀가 나를 짓밟고 선 덕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누우면 하늘을 보기 마련이지 않는가. 위를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그녀의 하얀,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순백의 그것은 어쩔 수밖에 없는 거였다. 이런걸. 불가항력이라고 한다고 생각한다.

"히,안색"
그녀의 반응을 바란 발언이었지만 그녀는 나의 말을 무시하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

"시끄럽다 인간. 나이를 얼마나 먹었길레 그런 걸로 반응하는가. 그것보다도 정신을 어디에 빼 놓고 다니는 것이냐, 벌써 10시가 지나갔다고."

나는 10시 2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면서 난 이 넓은 교실에 나 혼자 방치될 때까지 아무도 깨우지 않은 교우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교실을 뛰어나갔다. 다행히도 학교의 문은 잠기지 않아있어서 창문을 열고 빠져나간다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학교를 설화와 함께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밤길을 걸었다. 아직은 3월, 물러가지 않은 겨울의 추위에 하얗게 언 손을 주머니에 꽉 찔러 넣고는 오들오들 떨면서 학교 앞 4거리를 지나가고 있을 무렵 이었다. 그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그녀! 즉 횡단보도의 저편에서 지나가고 있는 진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이어이!"

나는 최대한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나의 웃는 얼굴에 방심했는지. 아니면 자신이 노려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건지 무방비한 상태로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준수군 이런대서 보네."
"그래 너무 반갑다!"

앞으로 5미터 정도의 거리만 남았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샅샅이 살피며 완전한 방심을 기다렸다. 후후후 독안에 든 쥐여…….

"그런데 어떻게 날 알아본 거야? 어두컴컴한 저녁에 10m 밖의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고?"

하긴 확실히 이 저녁에 도로 반대편의 사람 얼굴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무슨 핑계를 댈까 고민하던 중

"그야 난 항상 진희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구체적으론 말이지. 듣고 싶어?"

그게……. 무심결에 나와 버렸다. 요즘 설화를 따라 드라마를 애청한 부작용인 듯싶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큰일인지.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는 평소와 다르게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 구체적으로는 눈을 크게 뜬다거나.

"우,우,웃으라고 하는 말이지? 하.하하 재미없다고 준수군. 거기다 더 깊게 들어가면 성희롱으로 잡혀갈 수도 있어."

말을 더듬고 과장된 표현을 한다.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할 꺼라 생각 했던 것일까? 그녀는 평소엔 보기 힘든 매우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진희를 세치 혀로 누르는 날이 올 줄은…….너무 기분이 좋다.

"그.그래?"
"으…….응. 그러니까 그런 장난은 하지 말라고."

새빨개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체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정말로, 진짜로 사랑스러웠다. 깨물어 줄만큼. 아니 진실 되게 말하자면 나의 이성이 사라질 정도로 사랑스러웠다고 하겠다.

"아아…….위험했다. 나의 자제력이 내 생각보다 강해서 다행이야. 조금만 더 약했더라면 이성을 잃어버렸을지도 몰라."

정말 치명적인 매력이다. 더 래드가 울고 가겠군 *개그투나잇

"저기……. 그런가. 치고는 눈이 풀려있어"

3월은 이론상으로는 봄에 가깝지만 체감 상으로는 겨울에 가까운지라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근처의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 그녀와의 옛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정말 옛날 생각이 나네. 자주 놀았었는데."

미끄럼틀에 모여서 이런저런 놀이를 했던가. 같다. 밤늦게 까지 들어가지 않아서 혼나던 그날이 생각난다.

"응 준수도 진수도 같이 놀았잖아."

진수라는 말에 한명의 크루세이더가 생각이 났다. 절친한 친구, 나를 제거하려 다가왔던 적. 마족의 사냥꾼이며 마지막에는 우리를 이해해주고 지켜준 고마운 녀석. 봄방학 이후로 다시 알게 된 내 친구.

"진수는 지금 뭐하고 지낼까?"
"그 자식은 뻔해. 10시면 불 끄고 코~ 자고 있을 녀석이니까. 이 시간까지 버티는 녀석이 아니었잖아."

10시만 되면 놀다가도 잠들어버린 진수의 얼굴이 생각난다. 나주 낙서도 했던 그 얼굴. 그 낙서 때문에 지금의 나의 그림실력이 발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리가,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구, 너 역시 옛날에는 하지 않았던 짓들을 많이 하잖아."
"무슨 일?"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치솟았다. 옛날에는 하지 않았던지…….하지 못했던 진.그렇다면 혹시.

"여기저기서 소문이 들려온단 말이야. 네가 길거리를 혼잣말 하면서 돌아다닌다더라고"

억울해. 진심으로 억울하다. 대체 도대체 누가…….누가! 날 모함한 거지? 나는 나를 모함할 만한 얼굴들을 떠올려 본다. 없다, 애당초 친구도 별로 없는 나다.
인 강 강도 때문에 친구가 없는걸 아니다. 그냥…….소심해서 도 아니겠지. 생각해보면 나 왕따인 건가.
친한 녀석은 많지만 베스트 프렌드라고 할 만한 녀석은 없는 불편한 진실에 집어 치우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어떤 놈이 이상한 소문을 낸거얏!"
눈치를 체신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선화는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나는 선화와 이야기 하는데 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꽁꽁 숨겼는데도 눈치를 채다니 어떤 녀석이지?

"대체 나를 발견한 녀석은 누구야?"
"뭐라 할까 준수군은 나름 유명하니까 말이지. 이 주변의 학생이라면 대부분 너를 알고 있을 거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 주변의 녀석들은 대부분 나를 알고 있다. 언뜻 본 듯한 인상이 아닌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뭐 혼자 이야기 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나쁜 거는 아니니까"
"그건 위로가 아니야!"

한밤중의 시골의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내가 사는 이 동네는 시골에 가까워 누군가 말했듯 검푸른 융단위의 보석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진희 역시 뭔가에 홀린 듯이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푸른 하늘 그리고 그것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 그 사이로 비행기 한대가 하얀 꼬리를 만들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보통 여자애들은 자신만의 별이 있다는데 그거 사실이야?”
"응, 너의 여자에 대한 망상은 사실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있었어.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데 저 북쪽에 가장 밝은 별이라고 일기장에 적혀있지."

부…….북극성입니까.

“너는 너의 별이 있었나 보네,”
"응, 난 원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거든 매일 하늘을 쳐다보니까 가장 특이한 별을 찾아냈어."
"그래?"

우리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하늘만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별을 가리켰다.

"저 빠른 별을 나의 별이라고 생각했지. 무엇보다 특별했으니까."
"풋, 어린 너 역시 이상했구나."

나의 특별한 별이 비행기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다음날이었으니 나의 별의 운명이란 것도 참 짧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 너는 너의 별이 있어?"
"지금의 별이라,있지, 나 혼자만 보고 나 혼자만 소유하고 싶은 자리에 있는 별이"

진희는 수줍게 웃으면서 미끄럼틀에서 내려와 나의 눈을 쳐다보았다.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에 나의 별이 반사되어 더 두근거렸다.

"난 이만 가보도록 할께 부모님이 걱정하실 테니까. 준수 너도 빨리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자신이 할 말을 마치고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완벽한 반장이라 까 뛰어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야! 기다려."

나는 그녀를 바래다주기 위하여 같이 뛰기 시작했다. 몇 분을 뛰었을까 결국 나는 그녀를 따라잡게 되었다. 봄방학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체력. 새로이 이식받은 심장의 능력과 봄방학 때의 경험은 나를 괴물에 가깝게 만들었다. 체력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으니까.

"바래다준다니깐."
"헥헥헥. 너 체력 많이 좋아졌구나."
"그런가?"
"확실히. 봄방학때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사람이 괴물이 됐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
나는 봄방학. 2틀밖에 지나지 않은 봄방학 때를 떠올린다. 미친 듯이 도망치고 싸우고 또 도망치고. 살아남기 위해선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짐밖에 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짚덩이에서 벗어나지도 못했지만

"어쨌거나 바래다 줄 필요는 없어, 알다 집이 집은 바로 코앞이니까."
"오랜만에 아저씨네 얼굴좀 보고 싶은데."

진희는 나의 말에 '피식'코 웃음을 치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피식, 큭큭, 장난 말고 조심해서 돌아가. 봄방학 때 너의 무례를 생각하면 너무 무모하잖아. 큭큭"
"그래도 오해를 풀어야해."
"아빠가 또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그때는 진짜로 화내셨다고."

진희는 손가락으로 머리의 양쪽에 악마뿔을 그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웃고 있는 것이 그때의 웃긴 기억이 지워지지 않나보다.

"갑자기 우리 집에 들어와서는……."
"으아 아아아 그만해. 알았어. 이제 돌아갈게. 진짜로."
"알았어. 다음에 봐."
"그래, 마지막으로, 굿 나이트"
"헤헤헤헤, 굿 나이트"

"하! 에헤헤 굿 나이트?! 청춘인가? 웃겨 죽겠군!"
"어.어이 왜 그렇게 화내는 거야 ,설 화양 혹시 질투하는 거야?"

한껏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설화를 쳐다보았다.
이럴 때기를 죽여 둬야지 언재 이겨보겠어. 그리고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는 순간 후회했다. 그리고 쓸 대 없는 객기를 부리게 한 나의 멍청한 머리를 저주했다.

“킥”
“설화야. 지. 지금 표정이 장난이 아니야. 그런 표정이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어. 내. 내가 잘못했습니다. 너무 멍청했어요. 무서워!”
“킥. 킥킥 킥킥킥 웃겨. 말로서 끝날 문제라고 생각해?”

그녀는 감히 형용할 수 없는 표정 지우지 않은 채 그대로 나를 향해 한걸음 씩 다가왔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친다. 그와 동시에 그녀 주위에 푸른 도깨비불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이 있지. 그게 뭐라고 생각해?”

설화는 정좌한 체 용서를 구하는 나의 얼굴에 엄지, 검지, 중지를 들어 보였다.

"처. 첫 번째는 장사꾼의 남는 게 없어요, 두 번째는 정치가의 말, 세 번째는 부모님들의 세뱃돈 저금했다가 커서 돌려줄게 아닐까요?”
"음…….틀렸어”

퍼억!
주먹을 맞고 공중에 뜨는 느낌. 이렇게 내팽겨 쳐지는 느낌은 봄방학 이후로 처음이다.
생각해보니 얼마 되지도 않구나. 왠지 그리워 질 뻔했다.

“크아악”

아프지만 않았다면.

“오답이야 오답 틀리면 벌을 받아야 걷지.”
“지금 맞은 게 벌이 아닙니까? 아파 죽을 거 같은데요.”

설화는 아픔에 세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내 귀를 잡아 당겨 속삭이듯 말했다.

“정답은 한번만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 첫 번째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 두 번째 내가 공짜로 일을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내가 누굴 질투 한다는 거다.”
맞은 부분이 쓰라려와 대답을 알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으으으…….”
“대답이 없네, 뭐 어쩔 수 없지 뭐. 귀는 열려 있을 테니까 잘 들어야해.”

이 녀석 너무 위험하다. 생명의 비상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도. 망. 쳐”
“으아 아아아 아아”

필사적인 달리기, 설화를 만나고 나서 말하는 것과 싸우는 것에 비등할 정도로 많이 연습한 것이 바로 미친 듯 하다 달리기 이다.
내 두발에 내 생명이 수십 번은 구해졌었지. 사랑스러운 나의 발.

“내가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을 할 거냐!? 억울해!”
“큰 소리로 외치고 다닌다고 누가 깨어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기대하지 않을게 좋을 거야. 사방에 결계가 쳐져있으니까 말이야”
“히ㅡ이익!”

퍼엉! 퍼엉!
대위기다! 내 인생에 말 한마디 실수로 죽음의 위기에 처할 날이 올 줄이야.
이렇게 끝낼 순 없다. 난 최후의 방법을 떠올렸다.

“대 반격!”
비록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남자다.
기습적으로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후려쳤다! 는 상상으로만 가능했고 내 손은 허공을 360도 회전한 뒤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판타지가 되었던 봄방학 때의 기억이…….아직 몸에 남아있었구나. 이런 식으로 나의 뒤통수를 치다니.

“역시 너라는 인간은 뛰어나구나. 반격까지 시도하다니 말이다. 네가 흡혈귀왕의 권속이었을 때였다면 분명히 성공했을 것이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박수를 쳤다.
다…….다행인건가? 전사들처럼 나의 용기를 보아 용서해 주는 건가?

“하지만 용기 있는 행위라도 그것이 실패하면 객기일 뿐이다.”
희망 따위…….
그녀의 손에 푸른 구슬들이 생겨났다. 푸른색으로 불타오르는 구슬들, 도깨비불이라고 불리는 무서운 요술. 한발 한발이 직경 2m은 분쇄시키는 괴물. 그 괴물들이 수십 수백 개나 나타났다.

“살아남는다면 살려주도록 하지.”
“그게…….말이 됩니까?”
“알게 뭐냐. 그러면 굿 럭이다!”

푸른 불꽃이 꼬리를 보이며 날아오는 광경은 마치 유성우를 보는 듯하다 느낌이라고나 할까? 무슨 영화에서나 보았던 거 같은 별이 내 품안에 안기는 듯 하다 느낌을 직접적으로 느꼈다. 분명히 감동적인 장면이었겠지.
하지만…….내가 느낀 별을 안는 느낌이란 매우 무섭고, 두렵고, 무엇보다 아팠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 !
생의 감각. 매우 아프다……. 아프다면
내가 살, 아, 잇, 는, 건, 가?

크루세이더. 대 마족 인간병기. 신의 계시를 받는 광신도. 그리고 나의 친구.
그는 설화의 파란구슬을 모조리 부셔버리며 나타났다.

"악마. 인간에게는 손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쳇…….제길"

설화는 아쉬운 듯 혀를 찼다. 무섭다. 아직까지도 살이 떨린다.

"이곳에는 무슨 용무지? 신성기사군"
"아. 이곳에서 마족의 느낌이 나기에 말입니다. 보지 못하셨습니까?"
"봐도 말해줄 의무는 없어."

설화는 차갑게 말 한 뒤 뒤돌아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진수가 말했다.

"아 마을에는 특이한 마족들만 꼬인다. 는걸 아시는 분이 그걸 숨기면 어떠합니까?"
"무슨 의미야?"

마족…….봄방학 때부터 알게 된 무언가. 보통은 알지 못하는 것들. 나는 마족이란 말이 진수의 입에서 나오자 곧바로 반응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진수는 나의 진지한 표정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그래 너도 알아야겠지. 이 마을엔 보통의 마족들이 들어오지 못해. 이유는 너도 알고 있겠지."

모른다. 마족의 사정 따위는 설화에게 대충 들은 것이 전부. 그들의 상식이 내게 있을 이유도, 방법도 없다.

"이런, 구미호가 말해주지 않은가 같네. 숨긴 다기보단 그저 말할 필요를 못 느낀 건가? 뭐 어쨌든 말이지,"

잠깐 뜸을 들이며 이쪽의 주의를 끈다.
기사보다는 정치가가 더 어울려 이 녀석은.

"마족은 스스로의 힘을 무의식중에 발산한다, 이건 인간도 같지만 어쨌든 마족은 특유의 주파수가 있지."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게 무슨 상관이지?"
"잘 생각해 보라고. 힘의 파장이 있다는 건 그걸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지. 말 그대로 난 네가 어디 있던지 이 마을 안에만 있다면 찾아낼 수 있어, 예를 들어 오늘 너희들을 찾아온 것처럼 말이지."

오, 인간 내비게이션인가?
“하지만 이런 능력은 구미호도 가지고 있어, 아니 모든 마족이 가지고 있지.”

힘의 파장. 그 힘을 느낀다. 어디에 어느 정도의 존재가 위치하는지를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다. 내 머릿속에 하나 둘씩 단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면 이 힘의 파장을 느낄 수 있어. 상대가 나를 찍어 누를만한 괴물인지. 아니면 집어 삼킬만한, 혹은 만만해서 해볼 녀석인지. 하지만 중요한건 이 마을에는 악마중 완급은 녀석 하나와 크루세이더가 존재한다는 거야."
"대단한 존재가 2명이나 존재한다는 거?"

눈앞에 있는 친구를 대단한 존재라고 말하는 건 조금 껄끄러웠지만 진수 이 녀석은 확실히 강하다. 괴물의 바다를 가른 하얀색 비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는 파괴된 자리에서 벗어나 다시 놀이터에 도착했다. 그녀의 집에서도 내 집에서도 가장 가까이에 존재한 대화의 장소. 내겐 가장 편한 곳 중 한곳이 이곳이다.

"다시 정리해서 힘을 느낄 줄 아는 존재는 이곳에 오지 못해. 마족들이 아무리 전투적이고 호전적이며 도전적이라 해도 무모한싸움은 걸려고 하지 않겠지 오히려 설화에게 먹히지나 않을까 두려움에 떨다 사라질 거야. 그리고 크루세이더인 나또한 이 마을에 체류 중이지. 그런고로 정상적인 마족이라면 접근 할 수가 없어. 결국 이곳에 있는 마족들은 전부다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뭐지?"
"갓 태어나 사리분별 못하는 멍청한 녀석과 이쪽은 좀 두려운데, 정말로 강한 녀석. 마족들은 허세를 부리지 않으니까 말이지. 도전도 무서워하지. 그래서 딱 이 2부류다. 바보 혹은 강한지 그런데 그런 강한지는 자신의 영토를 가지고 있기에 충돌하는 일이 업…….지 않고 드물지."

강대국끼리 싸우지 않는다. 거대한 힘의 충돌은 공멸을 부른다는 건 진리이다. 그렇기에 두 세력의 충돌을 100년의 1번꼴로 드물게 일어난다. 진수는 봄방학 때의 싸움이 이상하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나. 흡혈귀왕 뉴스가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물론 그걸 아는 자는 소멸해 버린 뉴스뿐이다.

"그렇게 강한 녀석이 나타날 일 없다면 멍청한 신생아 같은 녀석이 나타난다는 건데. 뭐가 걱정인거야?"

진수는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꺾기 시작했다. 답답할떄 마다 나오는 습관, 이 녀석은 무슨 걱정을 하는 걸까?

"너, 마족이 자신이 마족이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떤 녀석이라고 생각하느냐?"
"마족이 자신이 마족인지 알지를 못한다고? 그게 말이되?"

말도 안 된다고 생각 했지만 설화와 진수 두 마족 전문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게 그런걸. 물어보는 이유는 뭐야? 난 봄방학 이후로 이 일에서 손을 때기로 너와 약속했잖아."
"그게 말이지, 이번 봄방학 때의 사건으로 교회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졌어. 인간을 마족으로 만든 것도 교회, 그런 상황을 만든 것도 교회, 결과적으로 적을 완전히 처치하지도 못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교회의 규칙을 새로 정비했다. 우리가 만든 마족을 위해서 말이야. 일부지만 마족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인정해 주었다는 것이지. 그때의 일도, 지금까지 역사로 교회를 판단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항상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곳, 그리고 정해진 법을 완전히 따르는 곳이 내가 속한 교회다."
"그래서?"
"마족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인정한 다는 것은 그들도 형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들을 이 구미호처럼 교화시킨다면 교회는 그들과 싸우지 않기로 합의했다. 교회의 기본 교리 사랑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지."

진수는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뭔지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마족을 인정한다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좋아 교화란 어떤 건데."
"가장 빠른 것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너와 저 구미호처럼 이 십자가를 목에다 거는 것이다. 이 십자가를 목에 거는 순간 교회의 간섭을 허가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평범한 각오가 아니고는 십자가의 고통을 이겨낼 수 없지."

교회의 십자가는 규율과 심판을 나타낸다.
금제와도 가깝달 까.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그들에게 장족의 발전과도 같다. 한때 마족과의 전쟁으로 마녀사냥도 일으켰던 그들이니까.
나는 내 목에 걸려있는 나무 십자가를 꺼내 보았다, 비록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 이 세상 모으다가 진심으로 신을 섬긴다면 세상은 반드시 행복과 사랑으로 넘칠 테니까.

“이미 일부의 인간들은 마족들과 거래를 하기도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거에 맞추어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세상은 공존을 목표로 하니까.”

진수는 나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잘 부탁한다."
"수고해라 인간. 난 쉴 테니까 말이야. 끝나면 불러다오"
"설화 너도 도와줘."
"싫어, 난 원래 신경 쓰지 않을게 원칙이라고 모르는가?"
"마족을 찾아줘야 할까 아니야.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내 말을 귀찮은 듯 듣고 있던 설화는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협조를 약속했다.

"그렇게 만나고 싶은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뭐?"
"그대가 그렇게 원하니 알려 주도록 하지."

삐이익. 설화의 입고리가 천천히, 얄밉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악마다운 미소. 진수는 그 표정을 매우 불쾌해했지만 나는 그 미소를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설화는 나의 얼빠진 모습을 바라보며 선언했다.

"너의 친구 진희라는 녀석이 그 마족이야. 이것 참 안타까운 일이여."

"넌, 이 새벽에 여자아이를 불러내는 사람이었구나. 역시 사람은 오래 만나봐야 알게 된다더니."

진희는 학교에서와 변함없는 교복 차림으로 내가 불러낸 놀이터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가 가까운 늦은 시각. 그녀와 같은 우등생이 돌아다니기에는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

"빤히 쳐다만 보지 말고 불러냈으면 불러낸 이유를 말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늦은 시간이어서 말이야. 집에 들어갸야해."
"아. 그래. 알았어. 궁급한 게 있어서 말이야."
"굳이 새벽에 부를 만큼 중요한 일이야? 내일 들어도 될 만한 일이라면 혼내줄쭐 알아"

당연하다. 지금은 늦은 시간이니 다음날 따로 만나서 물어 보는 것이 정상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마족의 일은 정상의 반대. 종이 한 장 뒤의 비정상의 세계의 문제, 그래서 나는 이 새벽에 그녀를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해결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너 이 새벽에 돌아다니는 이유가 뭐야?"
"당연히 집에 가는 길이기 때문이지."
"학교가 끝날지 4시간이 넘어가고 있어."
"공부는 학교에서만 할수있는게 아니야.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다고. 예를 들면 도서관이라던가. 그런대 왜 이런걸. 물어 보는 거야?"
"그게……."

뭐라고 말할지 말을 잘 고르질 못하겠다. 미족을 직접 본 그녀가 스스로 마족과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나는 감히 예상을 할 수 없었다,

"그게…….좀 이상한 소리긴 한데,그. 이 마을에 마족이 생겼다고.해"
"…….뭐?"

봄방학 때 흡혈귀의 왕, 그리고 구미호와 대면했을 때에도 동요하지 않던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다. 그녀는 이미 알고있는걸까? 나는 그녀의 반응에 직선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너도 알고 있어. 아니 네가 더 잘 알고있는거 같은데. 도플갱어"

도플갱어. 두 명이 하나인 존재. 본체를 죽여 그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마족.
-본체를 빼앗지 못한 도플갱어는 마족이라 불리지 않고 그저 현상이라고 불리며 오래 지나지 않아 소멸하고 만다.
드디어 도플갱어. 진짜가 되고 싶은 가짜의 발악이 시작되었다.

#

이름 한진희.
고등학교 3학년의 전 학생회장,
대범하고 과격하며 포기할 줄 모르는 성격. 갑작스러운 상황에 매우 약하며 당황할 경우 매우 약해져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기에 이중인격자라고도 불린다. 매사에 성실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소문나 있지만 알고 보면 그냥 무대포적인 성격. 그나마 준비를 잘하기에 망정이지 위험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저번 봄방학떄도 무턱대고 흡혈귀에게 담판을 지으러 갔다가 죽을 뻔 하다 했지.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준비를 한다. 도플갱어 자신과 같은 가짜가 나타난 이야기. 그것을 알기까지의 이야기.

"기대는 하지 마. 별로 들을 건 없으니까."
"괜찮아."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천천히 자신의 기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게. 어느 날 그 존재가 내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어. 아쉽지만 언재인지는 기억하지 못해."

새까만 어둠. 그녀는 자신의 꿈에 나타난 존재를 그렇게 설명했다. 새카만 어둠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하나씩 하나씩 그녀를 완성해 나갔다, 빠르게 뛰는 심장, 펌프질 하는 핏줄기. 피의 길이 되어줄 모세혈관, 그리고 온몸의 기관과 그것을 보호하는 근육과 뼈대 그 위에 새 하얀 피부를 씌운 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시꺼먼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완전한 모습이 된 어둠, 아니 어둠이었던 존재는 진희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선 진희를 쳐다보았다.

"정말 무서운 눈빛이었어. 아마 나도 그 녀석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겠지."

그녀는 몸서리를 치며 회상을 그만두었다. 도플갱어. 누군가 같은 존재를 만나면 살의를 느낀다고 했던가? 그녀는 그것을 느꼈다고 했다. 빼앗긴다는 느낌, 그리고 빼앗겠다는 느낌을.

"그래서 어떻게 됐어?"
"끝인데,별로 쓸모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잖아."

들을 만한 이야기는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기대했던 건 어쩔 수 없다.

"일어나 보니 나와 같은 존재가 있던 건가?"
"아니. 내가 나를 만 난건 그 꿈을 끌지 한참 지나서의 일이야."
"언재이기에?"
"오늘 만났어. 그것도 아침에 말이지."
"엉?"

이건 또 놀랍다. 오늘이야 알았다니. 하긴 한 참전에 나타난 마족을 진수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 도플갱어가 발생한 것은 바로 오늘 아침인 것이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오는 길에 보았단 말이지."
"그렇구나. 그러면 상대방은 너를 보고 무슨 반응을 보였어?"
"그냥 놀라면서 도망치던데."

그녀는 심드렁하게 설명한다. 무언가 자신의 고민을 감추기 위해 일부로 무신경을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지금껏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나는 가짜를 집으로 바래다 준 것을 생각해 내고는 가짜와 이야기를 해볼 심산으로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진희야. 자,자냐?"

묵묵부답. 그녀는 푹 잠에 빠졌는지 대꾸를 하지 않았다. 걱정에 피로함이 두 배가 되었는지 툭툭 쳐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고개만 까딱 까딱 거리며 숙면을 취했다.

"찬스로다 인간! 멋지게 그대의 무릎베개를! 아니면 어깨를 내어준뒤 깨어날 때 키스를 요구하는 것이다!"

꿀꺽,아무런 생각이 없던 나에게 욕심을 불어넣다니…….
역시 악마다. 이건 악마가 시키는 것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를 내 무릎에 놉이고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이 이끄는 대로 그녀의 얼굴에 천천히…….천천히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발거란 볼까지 접근 5초전. 아. 어머니의 돼지 저금통에 처음 손을 댔던 느낌이 떠오른다. 닐 암스트롱의 기분도 이랬을까?

"이 충돌은 그녀에게 조그만 사건에 불과하겠지만, 나에겐 하나의 큰 역사가 될겄이다."
"거기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산적. 성추행에서 끝나지 않을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르려 하고 있거든요. 그 뭐 시기냐. ‘인류 모독죄’ 같은 거."

끄아아앗!
나는 놀라서 멈추어 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기 위해 호흡을…….호흡을 ,
숨이 막혀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죽으면 나의 사인은 깜놀사가 되는 건가? 내가 얼빠진 얼굴로 망상을 할 때쯤 날 죽이려한 범인이 정체를 드러냈다.

"하아…….호읍,후…….주,,죽을 뻔했잖아! 사랑하는 동생님! 인기척 없이 다가오는 건 실례라고요."
"아아.정말 아무 말 없이 귀가하지 않는 버릇은 누구를 닮은 걸까?"
"부모님처럼 말하지 마!! 그리고 내 말은 무시한 거냐?!?!"
"이런. 반성하지 않는 자세 또한 누구를 닮은 건지……."

능글맞은 표정-정말 기분 나쁘다. 개인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기분 나쁨이 응축되어있다.―을 지으며 나와 진희를 번갈아 쳐다보는 저 망할 여자는 바로 나의 여동생. 그래 인정하긴 싫지만 나의 여동생 김 예수라고 한다. 그녀의 프로필은 지금 말하자니 기분이 나빠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하겠다,

"전에는 더 늦게 귀가해도 찾지 않았잖아."
"요즘은 흉흉해서 유괴라던가 납치가 빈번해.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놀이터 같은 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감시하기에 아주 좋은 물건이지."

그 말인 즉신 여태껏 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건가? 그런 거야? 요태까지 날 감시한고야?

"어,어디서부터 본거지?"

나는 모래사장을 뒤져 간신히 내 주먹만 한 짱돌을 찾아냈다. 필요하다면……. 사랑하는 동생의 기억이라도 말소 시킨다!

"난 저 언니가 꾸벅꾸벅 거릴 때쯤에 뛰쳐나왔지, 어머니께서 이 모습을 보시면 매우 가슴 아파 하실 텐데……."
"이....어머니께서……."

실망하신 어머니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진다…….아니 잠깐만.

"어머니라면 이런 모습 좋아 하실 텐데 말이지"

드라마도 그런 거만 많이 보시는 분이니까 말이야. 날 지켜보면서 웃으면서 즐기실 분이라고, 여차하면 동영상 찍어서 협박하실 수도 있고.
나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즐거워하실 조 여사를 떠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힘이 풀리고 맥이 빠졌다.

"흥이 깨졌어. 춥다. 이제 들어가자."
"저 언니는?"

동생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목을 위해 간신히 몸을 틀어 돌아보니 그 곳에는 곤히 자고 있는 진희가 있었다. 내가 깜짝 놀라 일어났을 때의 충격으로 깨어났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지금껏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이구, 졸리마고 땅바닥에서 자면 쓰나."
"어떻게 할 거야?"

동생의 웃는 얼굴이 거슬린다. 무슨 여자애가 사대보다 더 능글맞게 구는지. 유전인걸까? 유전이라면 대체 누굴까? 뭐 동생은 교육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누구도 돕지 않아, 인간은 스스로 서는 존재고 또한 홀로 살아가는 존재니까"


쿨 하게 진희로 부터 등을 돌리는 나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악! 하는 소리가 절로 나며 얼굴 근육이 내 의지를 반항하며 마구 일그러진다. 완벽한 스트레이트 펀치! 백점 만점짜리 주먹이 나의 얼굴에 명중했다.

"캑! 가, 강해졌구나."
"태권도 교본 제 1장 첫 번째 기술. 정권지르기. 주먹을 회전 시켜 적을 가격한다."

하하하하
거창하게도 웃어재낀다. 기분 나빠. 폼도 허리에 손을 짚은 체 웃는단 말이다. 그래서 더 기분 나빠.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포즈를 따라하는 녀석이 있었다니. 바보나 멍청이만 하는 줄 알았는데.

"승자는 패배자에게 명령을 할 수 있지."
"원래 그런 조건은 없었잖아!"

누구를 닮아서 가족에게까지 사기를 치려고 할까! 정말 오빠로서 걱정이 된다.

"오빠가 말했잖아. 만일에 항상 준비를 해두라고. 지금쯤 오빠가 나가떨어지는 영상이 '녹화'가 되어있을꺼야."
"……."

할 말이 없다. 분명 내가 이용했던 방법 중 하나이니까…….주는 대로 받는 다더니.

"나, 의 패배다. 강해진데다가 악독해졌어,"
"칭찬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그리고 일단 집에 가기로 하죠, 집에 가서 시킬게 많습니다."

아, 갑자기 집이 무서워집니다,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까?

"마, 맞아 진희를 집까지 바래다 줘야지.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살아야해. 일단 이 아이를 집까지만 대려다 주자, 나 혼자 갈 테니 넌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쏜살같이 진희의 집으로 달려갔다. 물론 즐겁게 웃으면서 …….말이다.


끄응…….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옛말이 있었지.
나는 진희의 집의 위치를 알고 있고 그 집이 내가 사는 아파트의 바로 이웃 아파트, 그것도 마지막층 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리가…….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군! 이쯤에서 열반 하이킹은 그만 두는 것이 어떤가?"

나는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진지한 말투로 진지하게 동생에게 권유를 했다.
나, 오랜만에 진지해.

"포기? 그거 가을에 김장해 먹는 거 아니었어?"

역시 굴하게 나의 권유를 거절한다. 나는 오빠가 된 몸으로써 동생에게 그것도 여자아이에게 짐(?)을 ‘강제로’ 맞길 수는 없으니 적당히 재 권유를 해보기로 했다.
물론 오빠다운 다정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너의 우울한 사진첩을 세상에 공개하는 수밖에.”
후후후 나의 초강수를 어떤 식으로 받을 테냐?!
“뭣!”
녀석은 예상대로 놀라는 그리고 배신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는 오빠답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내 휴대폰에는 만일에 대비해서 써먹기 위한 너의 ‘엽사’ 들이 대량으로 저장되어있다!!!”

큭큭큭 어떠냐. 이 오라버니의 악랄함이 두렵지 않은가? 협박? 오해하지 말 것! 이것은 그저 거래이다.
내 공격에 분노한 예수의 얼굴은 어느새 붉어지고 더 빨개지고,커,진,다?

“오빠에게 이 기술을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머리가 커진 게 아니라 머리카락이 솟아올랐다. 고슴도치! 분노하면 털이 곤두선다고 하지? 살기를 띄며 날 바라보는 예수의 눈빛에 뜬금없이 식은땀이 내리며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시선만으로 주마등이! 마음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가능할까 같나 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난 스스로 휴대폰을 분리해 메모리 카드를 꺼냈다.

“이…….이걸 부수면 되겠지, 서브 따윈 없다고. 이걸로 해결하자.”

절대로 두려움에 포기한 것이 아니다. 동생을 협박하는 오빠는 나쁜 오빠잖아 그래서 양보한 것이다. 절대 겁먹은 것이 아니다. 강조한다. 난 겁먹지 않았다 정말로.

“아니. 오빠의 말을 들으니 서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모조리 삭제를”
물론 비밀 폴더 몇 개는 숨겨둔다.
“그냥 오빠가 리셋되는게 가장 빠를 거 같아.”

리…….리셋! 여동생은 ‘아프지 않게 한방에 보내 줄 테니까’ 라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여동생의 미쳐버린 듯하다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최후의 수단을 떠올렸다.

“잠깐! 기다려 내가 죽으면 2392명의 전 세계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나의 컴퓨터를 해킹해 너의 사진을 유포할 꺼다!”
어떠냐! 인터넷의 세계화를 이용한 협박이다!
“그러니까 죽이지는 않겠다는 말이지요.”

으드드득
몇 분간의 실랑이는 그 층 아파트 주민의 신경질 적인 ‘시끄러워!’ 란 말에 화해의 동작-악수하고 포옹-로 끝이 났다.
난 여전히 진희를 입고 17층까지의 등반을 시작했고 바뀐겄이 있다면 동생이 더 이상은 힘들다고 하산을 결정한 것이다.

“거참 무서운 여동생이구먼.
너도 무섭지만 말이야, 주변의 여자애들이 뭐 이리다 기가 쎈건지.
“그렇구먼. 누구를 닮았는지 악랄하고 잔혹하다니까.”
“그대를 보면 역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설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끔직한 소리를 했다.
내가……. 그 녀석과 비슷한 취급을 당하다니.

“부정하지 말거라. 존재하는 이상 닮아가는 건 필연적이니까 말이다.”
“그럼 너도 나를 닮아가는 걸까?”

하!
그녀는 홑 웃음을 쳤다. 내말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가소롭다는 듯이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가당치도 않다.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이 몸은 변치 않는다. 누군가 나를 닮는 것도 내가 다른 누군가를 닮아 가는 것도 불가능 하다.”
“어째서?”
“당연하지 않은가. 나 같은 뛰어난 존재와 닮가간다는건 인간에게나 마족에게나 불가능 하다. 그리고 그 뛰어난 내가 다른 누군가를 닮는 다는 것도 불가능 하다. 알겠는가!”

음하하하핫
그녀는 옆구리에 손을 짚고는 거하게 웃어재꼈다.
아…….저 포즈 저 웃음만 오늘로 2번이나 보는군.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드디어 17층 진희의 집에 도착했다.

“그런대 그대여 잠겨있는 문은 열수 있는가?”

“당연히 없다! 그런고로 설화! 부탁한다.”
“다져.”

설화는 당당히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철컥.

“역시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라는 쉬운 방법은 불가능하구먼.”

그녀는 안타까운 듯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문 옆에 달려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악마도 별거 없구먼…….실망했다.
진짜로 실망해서 소리쳤다.

“될 리가 있냐!”

진희네 집은 전자식 문이다. 일명 비밀번호씩, 비밀 번 호식 문은 닫으면 바로 잠긴단 말이다!

“함부로 능력을 써서는 안 되는 법이다.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갑자기 문을 열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놀랄 꺼다. 암 그렇고말고.”

당당하게 문고리를 잡아당긴 게 어디 사는 누군 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설화의 살기가 담긴 눈빛에 위압되어 감히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아픈 건 싫으니까. 싸워서 남는 것도 없고.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거라.”
“지금의 내가 무슨 표정 일까?”

최대한 지금의 기분을 담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행동으로 보여주도록 하지.”

설화는 작은 주먹을 야무지게 오므려 쥐고는 멍청히 바라보고 있는 나의 인중에 멋지게-객관적인 시점에서-작렬시켰다.

“으아아악!”
“이런 표정이었다. 아주 엉망진창이어서 봐줄 수가 없더군. 이제는 표정 관리가 되겠지.”
“무. 물론”

더러워서라도 고개를 끄덕인다.
설화는 만족한 듯 웃으며 아직 소리가 울려 퍼지는 인터폰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없는 것 같군.”
그건 나도 알아.
“인터폰 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기분이 꿍하니까 말도 공격적으로 나온다. 위험할지도.
“한번은 봐주도록 하지. 이 소리는 몇 분 동안이나 지속되지?”
역시 들키는군.
“이 주변의 아파트는 전부 1분 넘게 소리가 울리는 거 같습니다.”

비굴하다 욕하지 말 것!
실제로 우리가 꾀나 오랫동안 떠들었음에도 인터폰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집에 없는 걸까 아니면 자고 있는 걸까? 진희와 같은 피를 이었다면 이 소란에도 자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하는데”

흔들려도, 시끄러워도, 충격이 와도 일어나지 않는 진희를 바라보았다.
죽은 듯이 잔다.
자는 시간이 길지 않은 그녀의 몸이 선택한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어쩌지? 일단 설화 네가 문을 열어 주면 않되?”
“맨입으로?”

계산적!
이런 놈이 한때라지만 ‘신’으로 추앙되었다니……. 이 녀석을 악마로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으로 만났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앗겼을 테니까.

“역시 설화님뿐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막걸리를 어떻게든 바칠 테니.”
“오호. 좋아 그러면 거래 성립이다.”

그녀답지 않은 순진하게 해실 거리는 웃음이 너무 얄미워서 나도 모르게 이마에 꿀밤을 먹이고 말았다.
나는 그 순진한 웃음에 그녀의 정체를 일순간 잊은 것이다!

“끄아아”
“앗! 실수, 미안 아프니? 후 불어줄게”

큰! 일! 낫! 다!
나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엄청난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막 신경질을 내려고 할 때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가 끝이 났다.
하지만 문을 열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적당한 곳에서 인터폰이 끈겨주었다. 휴우 이제는 나의 주특기 주제 돌리기가 발동될 차례.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 돌리기는 나의 18번 기술이다.

“네놈! 화제를 돌리려 하지 마라!”
들켜버렸군. 하지만 명 MC는 화려한 언변으로 위기를 넘어가지

“알았어. 나중에 한과라도 사줄 테니 진희부터 깨워보자.”
동서고금 먹이로 회유되지 않는 동물은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설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아파트 계단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업고 있는 진희가, 아니 그녀의 쌍둥이가, 아니 진희를 자처하는 가짜가 있었다.

“넌!”
“안녕 또만 나네, 아 그 옆에 분도 안녕하세요.”
“역시 너였군.”

솔직히, 누가 진짜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설화는 확실히 알겠다는 눈치이지만 나는 구별을 해내지 못했다.
찜찜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빨리 조우할지는 몰랐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내가 나타난 게 신기한가봐? 왜 그런 얼굴이야?”
지금의 나는 놀란 표정이려나?

“으.응, 뭐, 놀랐다면 놀랐다고 할 수 있지.”

가짜여도 반장은 반장, 진희는 진희인 것이다. 나 같은 녀석의 생각은 표정과 반응을 보면 바로 알아맞힐 수 있겠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않되, 그러면 너희 가족이 알게 되잖아.”

연관되지 않은 사람은 되도록 연관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이 이쪽 세계의 기본 룰 인 것이다.

“아니.”

반장은 나를 밀어내고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 ‘02161632’ 쓸데없이 좋은 동체시력은 그녀가 누르는 번호를 힐끗 보면서 비밀번호를 알아내 버렸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지금 여기에 가족이 없으니까.”
“진희는 고아가 아니야.”

분명하다. 봄방학 때에 그녀의 부모님을 보았으니까. 그 후덕한 인상의 좋으신 분들을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준수, 넌 네 앞의 존재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설화는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며 말을 했다.
마족, 내 앞에서 진희의 얼굴을 하고 있는 가짜는 그녀의 가족에게도 손을 쓴 것이다! 그것에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고 말았다.

쨔악

뺨을 때리는 찰진 소리와 함께 그녀가 쓰러지고 말았다.
흥분했다지만 여자를 때리다니…….최악이다.

“너, 뭔가 크게 착각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도 진희라고, 아……. 요즘 아이들은 게임, 만화에 중독되어서 큰일이야. 너 지금 내가 내 가족에게 손을 썼다고 생각 한 거야? 그게 가능 하다고 생각해?”

가짜는 부어오른 뺨을 부어 잡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의연한 태도조차 똑같다. 더 이상 그녀를 가짜라고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그녀는 진짜와 닮아있었다.

“미…….미안하다.”
“뭐가 미안한 걸까? 여자를 때린 죄는 미안하다는 말로는 속죄되지 않아. 게다가 넌 내가 나의 가족을 죽였다고 의심을 했어.”

그녀는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고이 자고 있는 진희의 표정을 보았다 그 둘의 다른 접이란 찾기 힘들다.
나는 주머니 안에 십자가를 손에 쥐었다. 둘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를 서로 다른 하나의 존재로 바꾸면 된다, 그런 능력이 이 십자가에, 혹은 교회에 있을 것이다.

“아서라. 그 십자가는 마족에게만 통용이 된다. 너의 눈앞에 있는 저 녀석은 마족도, 인간도 아닌 그저 현상일 뿐인 존재다.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도플갱어란 종족 자체가 그러한 것이다, 본체를 잡아먹어야 현상이 아닌 하나의 존재가 될 수 있어.”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녀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기체를.
이래서 존재가 아닌 그저 현상이라고 하는 건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녀는 너무 불안정해.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마족이었던 것이다. 집안의 가족을 이동 시킨 건 그녀의 실력이지 마족의 능력이 아니야.”

나는 설화의 설명을 들으며 가짜의 얼굴에 내가 낸 상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소멸을 한다는 말에도 혼란하지 않고 묵묵히 반창고를 꺼내 볼의 상처에 붙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 아직 이 죄를 어떻게 씻을 건지 듣지 못했는데.”
이 소리는 방안에서 들려왔다.

“역시 미안하다는 말로는 끝나지 않는 구나.”

이래서 여자는 피곤하다니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는 끝나지 않을까라고 생각 하기는 했지만 말이지. 보상으로 가방 하나를 사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녀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요구를, 아니 명령을 해왔다.

“토요일 하루를 나에게 주었으면 해.”
“뭐?”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내일 하루를 어쩌라고? 넘겨?

“그러니까. 내일 하루 종일 나의 노예가 되어달라는 거지.”
“그런 험난한 말을.”

진심으로 놀랐다. 역시 마족은 악랄하다. 나의 약점을 잡아 빼도 박도 못하게 하니까 말이다.
따져보면 그녀는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저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는걸 보면 말이지. 확신이 들기도 한다.

“넌 하루 종일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거를 당하는 거야.”
“기…….기대될지도.”

실수다!
진심으로 기대해 버렸다. 여자아이에게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거를 당한다는 거에 기대를 해버리다니……. 나에게도 M 이라는 성격이 있었을 줄이야.

“자신이 M 이라고 걱정하지 마, 모든 사람은 그런 성질을 약간씩이라도 가지고 있으니까.”

아…….주인님의 말씀……. 악! 그녀의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를 할수록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역시 오늘 학교 앞에서 보았던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내 망상이었구나.

“연예인, 배우가 되는 것도 좋을지도, 영화제 수상감이야.”
“아냐, 나 이래봬도 당황하면 연기를 하지 못해. 저때 학교 앞에서 처럼말이야.”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인자한 미소,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부끄럽지만 과거 첫 번째 군것질이 떠올랐다. 신선함, 새로움! 문화 충격! 그녀는 모든 표정을 짓는 것이 가능한 걸까? 미지에 다가간 듯 하다 느낌이 들었다.

“네, 토요일 저의 몸과 마을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도 늦었겠다. 벌써 새벽이다. 동생은 지금쯤 침대에서 단잠을 자고 있겠지, 나는 먼저 돌아간 괘씸한-문자가 왔다, -동생의 볼에 뽀뽀를 해줄 각오를 하고는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안되는데 노예.”
“뭐가? 노예? 설마!”

두렵다. 저 미소가.,, 인자함에서 음흉함으로 뒤바뀐 미소가 말이다. 호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잊고 있었겠지만 모두가 자주 깜빡하지. 모두는 아니려나? 모집단을 전체라고 두는 사회문제는 대부분 오답이지만.”

그녀는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키며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난 나의 상황을 눈치 채 버리고 말았다.
토요일, 그리고 어재는 금요일. 난 지금이 새벽이라는 사실을, 12시가지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걸 잊었다는 것을!
그녀는 큰 타격을 받아 쓰러져 버린 내 머리맡에 앉아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손가락 하나를 치켜 새웠다.

“첫 번째?”
“눈치가 빠르네, 노예군 그래 첫 번째 명령이야. 잠 잘 곳을 구해주세요.”

나도 건전한 고등학생 이라고 할까.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다, 도망간다는 생각을 수십 번 해봤지만 부끄럽게도 도망치지도 못했다. 망할 놈의 목줄. 그녀는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목줄을 걸어둔 것이다.

“이거 언재쯤 풀어줄꺼야? 목이 죄여서 아파.”
“열쇠가 있어야 풀어주지.”
“뭐? 못들은 걸로 할 테니까 어서 풀어줘,”
“열쇠 따위 아까 너를 묶을 때 먹어버렸지 말입니다.”

꾸울꺽. 저 녀석 목젖이 울리는 소리를 일부로 크게 낸다. 얼마나 나를 괴롭힐 생각이냐!
나의 상태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묶여서 방치되어있다. 아니 범인과 대화중이니 방치라고는 할 수 없겠지. 어쨌든 범인은 침대위에 누워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범인. 범인은 비열하고 악랄하게도 자고 있는 내 손발을 묶고 목에 목줄을 걸어 침대 밑에 떨어트려 놓은 것이다. 그리고는 저 악랄한 미소라니…….치가 떨려온다.

“괜찮아 하루는 길어,”
“짧았으면 좋겠어!”

나는 절규한다. 공포 때문에 심장이 터질 거 같다. 그래 공포 때문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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