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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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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아이들의 화원
글쓴이: shpiros
작성일: 12-07-10 18:19 조회: 2,327 추천: 0 비추천: 0

눈이 오는 밤. 소년은 문에 다가서기 시작.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열 번은 읽은 시각.
새벽 세시. 소리 없이 쌓이는 눈. 지금은 이미 모든 것들이 잠들었을 시간. 살아있는 것. 죽은 것들. 그리고 세계가 잠든 고요함.
고요함. 문 안의 세상은 적막감.
그것을 넘어서 황폐한 소년의 세상. 쓰레기 뒹구는 방안. 아주 좁은 방은 소년의 내면. 자체.
소년은 문 가까이 다가가 밖을 살피기 시작한다. 한 발짝. 한 발짝. 들을 수 있는 건 삐걱거리는 바닥의 소리밖에 없다.

문안의 어두운 소년의 세상. 그리고 다가선 문틈으로 보이는 좁은 순백색 세상. 소년이 칼을 잡은 작은 손에 힘을 준다. 손 근처에서 비춰지는 은색. 그 빛이 비춘 소년의 얼굴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년은 다른 것을 보았다.
선명한 염색이, 아름답게 눈밭에.
먼곳 아닌. 자신의 발치 앞에 놓여있는 강렬한 빛.

순백색의 세상. 그리고 암흑인 소년의 세상. 거기에 평소라면 없어야 하는 진홍색이 끼어들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것은, 오히려 소년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일어날 것만 같은 일이, 이미 일어남으로 인해서 이제 행동하기만 한다면 된다는. 그런 종류의 안심이 소년의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소년은 손을 뻗는다. 그리고. 자신의 세상

과 순백색의 세상을 나누는 문고리를 풀고 밖으로 나갔다.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기를 한참 후, 결국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무언가가 다녀갔다. 일이 벌어진 장소는 볼일이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가 신고하겠지 생각한 소년은 자신의 세상을 향해 뒤돌았다. 발치에 무언가 식어가는 것이 채였지만 신경쓰지않는다. 어자피 나의 일은 아니다.
생각한 작은 목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몸을 돌려 주위를 살피며, 동시에 잡은 날카로운 것에 힘을 준다. 애써서 긴장감을 숨기는 그 것. 의외로 능숙하지만 표정은 아직 미숙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소년은 일순간 손에 든 것의 힘을 뺄 수 밖에 없었다.

붉은 눈의 소녀. 이를테면, 서양 회화의 그것이다.
현대의 너무 마른 비너스와 달리, 건강미를 상징하는 그 안의 육체는 생명력이 넘쳐 흐른다.
160을 겨우 넘는 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봉긋 솟아오른 가슴처럼 팽팽하다.
하지만 그것 어디에도 군살은 없다. 늘어지지 않고 오히려 터질 것 같은 텐션을 자랑하듯이 보이는 그 몸매의 굵은 선.
그리고 입술은 피를 칠한 듯이 붉다.

이것이 소년이 소녀를 처음 만난 날이었다.

서장

1.

“소문, 들었어?”
“대충은요.”
소녀는 소년의 주인이다.
“벌써 이걸로 한달째........잠깐, 듣고 있어?”
“듣고 있어요.”
“......사람이 네명 죽었는데 그런 태도는 문제있는거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은 다섯시. 창밖에는 주홍빛 노을이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너는 강하다. 그리고 너의 발치를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너의 색으로 물들인다. 하지만, 너는 약하다.
너는 세상을 모두 물들일 수는 없다. 밤이 찾아오면, 너는 다시 너의 색으로 물들일 것들을 찾아서 서쪽으로 도망칠 뿐이다.
알수 없는 밤이 오는 두려움에, 소년은 거칠게 생각을 뱉었다.

이곳은 변하지 않았다. 흰색의 크림색 상자. 노을빛이 반사되고 있긴 하지만 어디인지 인공적. 수많은 감정들을. 아이들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저장하는 상자.
이곳은 그 안이다.
그 상자에 농축된 감정은 어느순간 터져 학교를 둘러싸고 사건을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지나쳤다 인정하며 소년은 소녀를 한번 훑어보았다. 짙은 흑색의 선린학원 교복. 교표만 없다면 정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안어울리는 호빵맨 핸드폰 고리가 주머니에서 삐져나와 어린애 같은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

교복의 소녀. 책상 위에 걸터 앉아 지루하다는 듯 눈을 감는다. 이를테면, 서양 회화의 그것이다. 현대의 너무 마른 비너스와 달리, 그 육체는 생명력이 넘쳐 풍만하다.
160을 겨우 넘는 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은 솟아오른 가슴처럼 팽팽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군살은 없다. 오히려 터질 것 같은 텐션을 자랑하는 몸의 굵은 선. 작은 발에서 올라온 곡선이 옆으로 벌어지는 허벅지는 상당히 굵지만 그 부분만 늘어나 색이 옅어진 스타킹이 묘한 색기를 느끼게 하였다.
허리까지 오는 긴 흑발. 어디를 층지게 자르거나 일자로 한 것도 아니다.
그런 무신경함과 안어울리는, 젓살이 빠지지 않은 얼굴. 터질 것 같은 몸의 선과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한다. 당연히 올라가다 마주치는 가슴은,
금방이라도 단추를 터트려 자신을 드러낼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번 희생자는 한두명이 아니야.”
정작 생명력 넘치는 곡선의 주인은 서리내린 겨울아침같이 초점이 없다. 자기 자신마저 관심 없는 눈빛.
순간 눈이 마주친 소녀가 먼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주의를 끌지 않으려는 검은 흑발이 허리까지 덮여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국적 외모는 주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었다.
“.......미안해. 사람이 죽는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해주길 바라는 건 좀 그렇지? 역시......."
라고 해도 너는 이런 이야기밖에 꺼낼 수 없다. 누군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그것뿐이냐.
어머니 보다는 엄마가 어울리는 사람. 꽃무늬 앞치마에 설거지를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빨래를 돌리고 난 뒤에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꽃을 바라보는 따스함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

사람.
애교있게 지은 눈가에 고생보다는 세월의 주름이 보이는 사람.
네게는 있지도 않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모를 리가 없겠지?

시끄러.
"알면 됬어요."
부드럽고 선이 가는 얼굴선이, 뿔테안경에 가려 멈춘다. 그것도 모자라 흐릿한 눈동자가 안경이 반사하는 빛에 때때로 가린다. 평을 내리자면, 조용한 인상을 가진 소년이다. 착해보이지만 과도해서 지루한 느낌도 든다. 꼭 여자와 남자가 바뀐 것만 같은 둘의 인상이다.

바뀐 위치가 묘하게 어울리는 둘의 눈이 교실안에서 마주친다.
"어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건 아는데, 일단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하는거야. 그리고,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으니까.......조심하라

고."
"선배야 말로 그렇게 다른 사람 뒤만 캐고 다니다가 뒤통수 맞는건 순식간이니까 그만 하는게 어때요?"
예쁜 미성이, 겨울같은 말만 하고 있다. 아이같은 호빵맨이 무색할 정도로.

"그만하자. 어쨌든 넌 현장을 계속 주시하라는 그 사람의 말이야. 난 계속 조사를 해야 하니까 그만 가볼께. 전하라는 말은 분명히 전했다."
급하게 대화를 수습하고 돌아서는 머릿속에, 소녀의 모습이 사진처럼 박힌다. 무심하고 독선적인 태도가,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
삐져나온 호빵맨 열쇠고리가 흔들리게 그네 타고 있었다. 강해보이려 신은 목이 긴 부츠는, 거꾸로 진심을 보여 소녀를 깨질듯이 보이게 만든다.안타까움에 돌아선 소년이 다시 시선을 돌린다. 돌아선다. 하지만.
소년이 마음을 다잡아 교실 밖으로 몸을 돌린다.
"......조심해요."
".......어. 너도."
미워할 수는 없다.
한순간, 한마디에 심장이 터지는 일이 5년. 그것때문에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포기할 수 없다.
고집불통 소녀를 모시고, 치이는 삶. 이것이 소년. 이서현의 일상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살과 살이 부딪히는 것이 행복한 시간이다.

누군가는 소년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2.

학교는 상당히 들떠있어.
교실하고, 아이들하고 선생님이 바뀐 것 뿐인데. 들떠 있는 게 조금 신기하다고 할까.
솔직히 나도 그 들떠 있는 아이들 중에 하나니까. 그리고 이제 2학년.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 일단 성적 올린 건 좋지만, 내년에 수능도 있고.

하고 잠시. 창밖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지막 교시 정도에는 조금 머리 식혀도 되지 않을까 하고.
야자가 시작될 때까지 한시간 여유 있으니까, 급식 먹는 아이들은 거기로, 밖에서 먹는 아이들은 거기로. 쉬는 시간을 즐기러 갈 거야 아마.
"희수야. 가자.”
하지만 몸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 운동을 안하니 1킬로 쪄버려서, 밥 안먹고 음료수로 때운다고 오빠한테 말했어. 신경쓰이는지 오늘은 교문 근처 자판기에 나온 거야.
느낌이 싫지는 않아서, 사귀냐 들어도 그냥 나왔어. 그렇게 되었으면 하니까.
아무래도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래도 쓸 수 밖에.
짧은 치마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보여도 상관없는데, 너무 싸게 보이기 싫거든.
조심스럽게 블랙커피를 꺼내. 배고플 때 피곤해서 마시는 거지만 쓴 맛은 익숙해지지 않아. 서 있던 오빠는 마끼아또 캔을 꺼내.
"자라니까 뭘 먹는게 좋지 않을까?”
"할아버지처럼 말하네요. 오늘따라.”
아무래도 단 커피는 칼로리가 있어서 마실 수 밖에 없어. 큰 손이, 뒤통수를 살짝 쳐. 스킨쉽은 아직 이정도.
블랙커피처럼. 씁쓸한 향이야.

오빠가 멀어져가. 그리고 나는 평소대로 돌아가.

.......아이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조금 떨어져 있는 복도. 점심시간에 그러는 것처럼, 오늘도 그 장소에 우르르 몰려간다. 몇 번씩 본 풍경에 새로운게 있을까. 그 호기심을 모를바는 아니

다.
그 중에서 한 아이를 멈춰 세웠다.
“왜 그래?”
“할 얘기 있어.”
손을 잡아 끌고 빈 교실을 찾는다. 모두 이시간에 비니까. 적당한 곳에 들어가서 몰아넣고 문을 닫았다.
가지고 오길 잘했지. 가방에서 벽돌을 꺼냈다. 콘크리트를 뭉쳐 만든 100원짜리. 증거도 남지 않고 싸고. 작아서 휴대도 편하니까 무기로 딱.
물론 아이는 완벽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

한번, 두 번. 내리친다. 턱밑까지 차오른다. 처음과는 다르게 재미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힘이 부족해서, 아이는 계속 한마디만을 반복한다.
“왜.......그래?”
떨어트린 cd플레이어처럼.
목 떨어져가면서 짓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실릴 표정은, 이 아이가 아니다. 증거가 남지 않게 하기위해서 불태울 수 밖에 없다. 어자피 잔해는 남지 않는다. 애초에 정상인 물건이 아니니까.

그것보다

종아리에 난 상처가 성가시게 쓰라린다.

3.

그녀를 처음 본 날이 생각난다.

허초이. 당시 18세. 여성.
뾰족한 턱선에 남아있는 볼살. 치켜올라간 눈꼬리. 허리까지 오는 길고 검은 머리카락. 터질 것 같은 몸매를 조이는 보라색 코르셋 드레스. 겹쳐입은 검고 주름진 치마 순백의 레이스. 허벅지에 늘어난 스타킹의 옅은 색까지.
처음에는, 도저히 지금처럼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산 정상에 꽃처럼 매력적인 그녀에게 나는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랬던 탓에 나는 안될걸 알면서도 형식적으로 몇마디 해준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냥 던진 말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점점 내 감정을 숨길수 없게 되어 고백했지만 역시나 차가운 말 뿐. 단순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그녀 내면은 비틀려버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만큼 차가웠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함께 하게 되었다. 떠올릴 수 있지만 그때마다 심장이 아파서 죽을 것 같으니 생략. 여기까지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함께 있게 되는 대가로 이상한 나라에 빨려들게 된 건 나 자신이었다. 덧붙이자면 그 이상한 나라는 현실이고 삼월토끼 대신 인간이 아닌 것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라서 문제다.

기다리면서 거리의 담벼락.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그녀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조건으로 나는 고용되었다. 하는 일은, 유감스럽게 그녀같은 인간이 아닌 것들을 찾아내는 일. 그래서 오늘도 거리로 나섰다.
학교는 학기초부터 커다란 사건이 벌어졌다. 기다리다 복잡해진 머리에, 연기 쐬여 마취시키기로 한다.

"담배는 금지"
옆 모퉁이에서 나타난 흰 손이, 담배갑 잡은 나에게 포게진다. 검은 정장처럼 보이는 선린학원 교복. 양 갈래로 묶은 헤어스타일을 지금까지 고수해오고 있다.
치마에서 가늘고 긴 다리의 매끈하고 흰 살결. 풋풋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성장한 결과 미묘한 여성성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그녀는 나의 엘리스가 아니다.
"먹을 만큼 먹었잖아. 나도."
유감. 겹치게도 나는 그런 소리 듣기에 맞지 않다. 스물여섯. 친구들이 대학 졸업했을 나이에 작년에서야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누구도 말릴 나이는 아니다.

"그래도 여자앞에서는 좀 그렇지 않아요?"
"너가 무슨 여자냐."
천천히 쳐든 손을 라이터 든 손으로 막는다.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 장난이라는 의미 이상은 없다. 가늘고 부드럽고 희고 작고. 확실히 여자아이.
많이 세월이 지났다.

"너 많이 컸다?"
이름은 희수. 남자같은 이름이라고 놀렸었다. 고등학생때 공부를 가르키던 아이. 상투적인 표현처럼 흘러흘러 숙녀 향기를 물씬 풍기게 컸다고 해도 이상할건 없지.
롱코트를 더 길어보이게 하는 작은키. 내 앞에서 묶지만, 어깨 넘어 흘러가는 단정한 생머리. 웃을 때 살짝 내려가는 눈꼬리는 확실히 남자를 빠지게 할 만한 요소다.
"나온다고 외모 신경쓰는 거야? 왠일로 머리를 묶고 있냐? 컸다고 이젠 아주......."
"잡아당기지 마요!!"
이런 실랑이가 늘이다. 즐겁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는 말할 것이다. 첫 사랑에 이상형. 불안할게 뭐가 있냐고.
하지만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이상.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다. 어쩌면 첫사랑을 실패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내가 약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행복이 터질정도로 심장을 울려와도,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하면 너무 당겨버린 기타줄처럼 심장이 끊어질것 같다. 이정도가 적당하다고 해두자.
"어떻게 된거야? 야자는?"
"오빠도 왔고 그냥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서요. 경찰도 와서 있구요. 그러다 불려 온 거라구요?"
유감에 유감. 가르키는 손가락이 이쪽을 향한다. 공부하기 싫은 걸 내탓으로 돌린다. 뻔하지만 이런 데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다. 새하얀 허벅지 가르는 세로 긁힌 상처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숨기려 가장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기로 한다.

알수없는 재즈음악이 나오는 실내. 갈색 테이블에 마주보는 소파. 앞의 바닐라 라떼, 희수앞에 놓여있는 아메리카노.
"커피 중독자."
"시끄러."
"남자가 마끼아또 먹는건 진짜 못봐주겠다."
"쓴거 못먹는 데 보태준 거라도 있냐?"
"없지만요."
"그래. 이제 일좀 하자."

"......시체는 나오는데 희생자는 멀쩡하다. 이건 무슨 일이라고 생각해요?"

두잔이 싸늘하게 식어간다. 흥미있다는 표정으로 보인 미소. 너무나 순진한 얼굴이라 오히려 흉악해보인다.
못 본지 5년.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마지막 소식. 말괄량이가 슬슬 아가씨가 되는가 싶더니 전교 10등에서 나오지 않는 우등생이 되었다. 거기까지는 좋다.
5년 만에 처음 소식이 화재사건. 집이 전부 불타고 희수와 가족은 급히 이사를 갔다고 한다. 죽거나 다친사람은 없었다는 걸 수소문으로 알 수 있었다. 연락도 안하고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옛날처럼 대하는 것에 나도 마찬가지로 하면서도 어색한 감정이 남아있다. 너무 커버린 세월을 느끼면서.
"어제도 일어났었지. 글쎄. 말 그대로 시간이 반복되는 건가?"
"그건 말이 안되요. 그러면 어제 일어난 일도 처음처럼 사람들이 인식해야 맞는거지만 분명히 일어났다는 걸 기억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시간쪽이 꼬여있지는 않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곳만 그렇게 하는 건 아닐까?"
낡은 구 교사와 신 교사를 2층에서 이어주는 유리통로의 이름. 공중복도.
아이들은 그렇게 불렀다.
"거기만 반복시키는 건 크게 많은 힘이 필요하지는 않을거 같은데."
"아니에요. 그럼 완전히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죽은 사람의 위치나 신원은 전부 달라지고 있어요. 시간쪽과는 관계 없는 거 같어요."
"그러니까, 시간 축이 어디서 두개로 나누어진거 아닐까. 안그러면 죽은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다닐 수는 없는 거잖아."
"......시체 감식으로 신원이 파악됬는데 피해자 본인은 무사하다. 하지만 의심할 것도 없는 본인들이었다는 건, 이상해서 조사를 해봤죠."
"그래. 이상한 점이 있지 확실히. 그래서, 거기 있던 아이들은 진짜야?"
"네에. 의심할 필요없는 본인들이었어요. 경찰 조사에서도 진짜라고 나왔잖아요."
돌아온 희수가, 어째서 자세하게 아는 걸까.

"처음에 발견된건 분명 정상이었지?"
"네. 의심할 필요없는 나경호였어요."
처음에 발견된 시체는 정상. 감식결과 사망자 본인인 학교의 선생. 거기다 그 사람은 현실서도 사라졌다. 정상적 사건이다. 처음 발견된 시체는 수습했고 한번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았

다.

하지만 일주일 되는 날부터 시체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나교사의 경우와는 다르게 수습 해도 내일이 되면 불규칙적으로 학교에 나타났다. 거기다 일주일이 지나면 한구가 추가, 이렇게해서 처음 발생한 날 부터 한달이 사주정도 되니 네구의 시체가 매일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한달째인 오늘. 처음의 나교사를 빼고 사망한 시체는 있는데 희생자 본인은

멀쩡히 걸어서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다.

-저는 살인을 했어요. 하지만 그걸 그만 둘 수 없어요.
벌써 몇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걸 그만 둘 수 없어요.
부탁이니까 제발 쉬고 싶어요-

시대에 맞지 않아 보이는 손 편지. 의뢰자에게 온 내용을 되새긴다.
"첫번째와 연관되어 있겠죠. 아무래도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입증할 수가 없다고. 학교에서 막아서 더이상은 조사가 불가능해. 의뢰자한테도 정보를 요구했지만 그 이상은 말을 안하고. 일단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어."
"많이 나올 법안 상황이네요"
입시학원 강사를 교단에 앉혔다면, 생활방식은 학원이지 학교가 아니다.
마약.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 학원은 성적을 올리는 곳이지 성격을 고치는 곳이 아니다. 성적 나온다면 어떤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상관 없다. 마약중독자가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숨겼지만 뭔가 상태가 정상인과는 다르다는 것은 눈치 챌 수 있을 터다. 전같으면 안되겠지만 지금은 다른 집 아이보다 앞서간다면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는 부모들이 넘쳐난다. 학교의 입시학원화는 그것을 가속시킨다. 그런 가운데 자라왔지만 떠나온 지금, 객관적으로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나교사 수업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스쳐지나가며 본 흐릿한 눈빛은, 어두운 무언가를 던지고 있었다.
"그럼 마약과 아이들한테는 무슨연관성이 있을까?"
"아무래도 뻔하지 않겠어요?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는 애들이라면 잠만 자거나 불량한 애들이겠죠."
식지 않은 피처럼 아메리카노가 빨려들어간다. 아직 뜨거운지 혀로 핥는 희수의 작은 입술이 종아리의 긁힌 상처와 빛난다. 모범생이라는 건 나무랄거 없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혐오하는 것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그러니까. 무슨 정의의 사자 라도 떴다 라는 거야? 그리고 [아이]들이라는게 또 문제라고."
불순하긴 하지만 교사. 다음부터는 전부 학생들. 신분상으로 일관성이 없다.
"믿기지 않는데. 정말 그 아이들은 진짜였어?"
"네. 의심할 필요도 없다니까요. 분명히 그 자리에 있는 시체는 그 아이들이었고 그 아이들의 몸이었어요."
희수는 손에 넣으려던 지식을 얻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희생자 본인들은? 일단 이상한 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어. 그게 영혼도 있는 당사자라면 학교에 아이들은 없어야 되겠지.
하지만 그냥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
"아니요. 그쪽은 단순한 몸 뿐이였어요. 부숴보니까. 그 아이들의 성격을 그대로 재현하는. 컴퓨터 A.I.같은 거죠."
"인공지능이냐.......그렇다면 영혼 없는 인형같은 건가."
"좋네요! 앞으로 인형이라고 하죠!"
천진난만하게 손뼉을 치며 웃는다. 대화 주제와 행동이 정말 극과 극이라서 어느쪽에 반응해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꽤 정교하게 짜여진 것 같아요. 보통 인형에 탑재되는 지능이 만들어진 목적은 한정적인 경우가 많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역으로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거나. 이 경우는 한정된 시간만큼의 능력만 필요하지 괜히 그 이상 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완전히 본인의 성격까지 대입할 필요도 없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만 대응하도록 되어 있어요."
"어디까지 예측한 거냐. 이건 복제인간 수준이라고."
"그 말 그대로에요. 보통 인형은 몸만을 이야기 하는 거라서 움직이게 만드려면 미리 생각해둔 상황에 맞춰 지능을 만들어야 되요. 그런데 이게 생각해서 만들어둔 상황에서 벗어나면 그대로

멈춰버려요. 혹시나 해서 여러 가지 그런 상황도 만들어 봤지만 원본인 본인하고 완벽히 똑같다는 결론만 얻었어요. 부수는 거 빼구요."
일부러 알려는 걸 자랑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복잡한 말을 늘어놓는다. 지금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고 있는 사람 말투도 그러니까 영향을 받은 건가. 거기다가 머리좋게 보이고 싶은 모범생의 욕구가 추가된 거 같아 크면 도대체 어떤 애가 될려나 해서 머리가 다 아프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인형은 육체와 인공지능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영혼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발생한다. 예측 못하는 상황에 멈추어 버린다.
"부서 보니 인형인 건 확실했어요. 그 증거는 태웠고."
"그렇다는 건 역시.......마법사가 만든 걸까?"
"아니요. 최후의 마법사는 40년도 전에 죽었어요."

인간이 믿는 모든 것은 현실이다. 결과로 모든 것은 존재한다.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이면 과학. 그렇지 않다면 마법이라는 차이뿐. 하지만 최후의 마법사는 죽었다. 하고 그 사람이 말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잔해]겠죠."
올려다 보이는, 이어폰 한쪽에 끼고 있는 초이다. 볼륨을 크게 해 놓은 것에 스피커를 틀어놓은 것처럼 드럼의 타격음이 들린다.

"아. 언니."
경멸 띈 시선이, 눈 깜빡이는 사이 웃음으로 바뀐다. 여자의 연기는 절대 믿지 말라. 불길한 소장의 충고가 생각난다. 경험해본 나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선배. 지금 잔해들이 돌아다닌다고."
희수의 견제에 여전히 한쪽 이어폰으로 응수하고 있다. 사람 앞에서 음악을 듣는 건 대화를 할 의사가 없다는 걸 드러내는 거다.
호빵맨 핸드폰 고리가 흔들리고 있다. 아까도 있었으니 전화가 왔나 확인하지 않았다다는 증거다. 어디서 만날지 예상되니까 찾다 들어온건가. 대책없는 무심함이다.
시간 흘러 입은 선린학원 교복이 무심함을 불식시킬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신은 부츠는 그 흔적이지만.
"확실히 그랬지. 마법이라는 건 이제 더이상 없어. 그때.......[대 도서관]이 부서졌다. 라고 했나? 나는 모르지만."
"그렇죠. 오빠. 지금 남은 건 잔해. 그거까지 깨끗하게 없애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초등학생 말 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아까부터 다 아는 이야기만 하는 둘 사이에 난처해, 상황을 흘리는 말을 꺼내기로 한다.
"잔해가 그정도면......."
"부서졌다고 했잖아."
소장이라 부르는 상사가 역시 불길하게 끼어든다. 그때의 충고처럼.
희수와 똑같은 롱코트를 입고있다. 강제로 입힌 그건 아무런 표식도 없어서 우리만이 아는 사인일 뿐이다. 덧붙여 이 자리에는 초이와 소장을 포함해 나까지 네개의 검은 코트가 있다. 그렇게 보니 확실히 제복같다고 인정하고 말았다.

"일찍 일어나는게 쉽지 않았다고......젠장. 일만 아니었으면."
이미지처럼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현대적인 사신같이 입은 그가 말한다. 남자치고 작은 키와 베일 것 같은 눈매. 넥타이와 색 맞춘 정장을 진실처럼 검은 코트 속에 숨긴, 악마의 대리인 같은 배역. 불행하게도 나의 상관이다.
"기술에는 모두 두가지 쓰이는 방법이 있지. 사람을 우주로 실어 보내는 것과 대륙을 넘어 핵미사일을 배달하는 것. 어자피 둘다 같은 기술이다."
든게 많은 사람은 그 자체를 자랑하고 싶나. 이사람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작위적이다.

"어쩌다 보니 줏은 잔해가 별로 부서지지 않은 부분일 뿐이었을 거야. 아마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같은 건 쓰는 사람 본인도 모를걸. 하지만 그걸 알 필요도 없어.
중요한 거는 작동한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원본]이 아니라 잔해라도 여전히 강력해. 물론 무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 그정도가 안 되어도 그 잔해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어. 여기서는 그걸로도 충분하단 말이야. 그 잔해만으로도."
"소장님, 오셨어요?"
자기 분위기에 취한 소장에게, 희수가 늦은 인사를 건넨다.
두사람의 관계는 더없이 두텁다. 착실히 호칭 불러 존대하는 희수에 비해 나와 초이는 딱히 소장이고 부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계약적인 관계라 선을 긋고 있으니.
그건 눈치챘는지 투덜대면서도 추궁을 하는 일은 없다.
"대 도서관이 파괴되어도 그 책의 한쪽한쪽에는 모두 위험한 살인무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쓰여져있지. 그게 사회를 붕괴시킨다는 건 더더욱 있어서는 안되."
나름의 개념인가. 안어울리게 착실한 대사를, 입에서 내뿜고 있다. 앞에 있지만 않다면 한껏 실소를 터트릴 수 있을 텐데.
"애초에 이 학교는 거대한 "소각용광로"였죠.......소장님. 대도서관의 잔해만을 모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그래 맞아."
또 아는 사실을 말하고 웃는다. 문제를 맞힌 어린아이같아서 더욱 철없다. 그럴정도로 가벼운 주제는 아닌데.
소장은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낸다. 자기딴에 경쾌하게 꺼내는 말이지만 주제가 그렇다보니, 악마가 말하는 것 같다.
"일이나 하러 가자. 이렇게 모이는 것도 쉽지가 않고 말이야."
댁이 늦게 일어나니까. 쏘아붙이고 싶은 걸 참는다.
"나는 사양이야."

다시 남은 한쪽 이어폰을 낀다. 그녀의 검은색 부츠가 마찬가지로 거부하는 발걸음을 옮긴다. 당황해서 아 하는 작은 소리만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도. 나가는 뒷모습을 함께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전히 호빵맨이 주머니깨에서 흔들거린다.
그걸 보고, 그녀를 위해 여기 동참 할 수 밖에 없다 라고 다잡는다. 언젠가는 알아줄 날이 올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서 말이다.
"여자를 몰라도 한참 몰라. 이서현. 따라가지도 않냐."
"에?.......하지만 여기 다 있는데 저도 나가기도 그렇고.......그나저나 어디를 간다는 거죠?"
나와 초이 탓. 원인이 나한테도 있어서, 어설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흘리는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다. 돌아올 악마같은 경쾌한 목소리를 알면서도.
"뻔하지 않나. 살인사건의 관람이지."

4.

열한시. 시간을 잃어버린 학교는 심해처럼 고요하다.

일찍이 많은 이성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싸워왔다. 이성이라 가면 쓴 수 많은 야만. 결과는 당연하게도 공멸.
하지만 무언가가 항상 살아남아, 그것의 잔해를 둘러싸고 다시 싸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모으는데 성공한 무언가는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일할때 소장이 연극대사처럼 말한 내용이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전화라도 할까?"
거부감을 드러냈다. 여러가지 의미로 사람이 죽는 곳에 먼저 가서 볼 정신력은 없다. 지나가며 본 복도의 낮 풍경을 떠올리다 밤 모습과 너무 다른 탓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공중복도. 낡은 구교사와 신교사를 잇는 2층의 연결복도. 자연채광으로 설계되서 조명은 만들지 않았다. 학교쪽에서도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사실이 찔린 모양이다.
하지만, 잘 자라는 관목 키에 가려 밤에는 귀신나올 것 같이 나무 그림자에 파묻히게 된 것이다.
살인마가 이런 곳을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 눈에 띄는 특이한 곳. 가고 싶지 않은 으슥한 곳. 낮에 가장 밝은 곳. 밤에 가장 어두운 곳. 대비되는 모순에 홍보효과는 독특히 본 것이다.
"장소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살인을 할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자연스럽게 고르기 마련이지. 잡히기 당연히 싫을 거 아니야?"
"맞아요. 하지만 소장님, 학교는 애초에 눈에 너무 띄는 곳인데요? 그냥 골목에서 밤에 해치운다던가 방법도 많을 텐데요?"
"반대로 애초에 사건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면 그 장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야. 자세한 대답은 본인한테 듣도록 하지."
"하지만, 여기에는 초이도 없다고요."
그녀는 진작 집에 가버렸다. 초이는 소장을 브루하(Bruja)라고 부른다.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가버리는 노골성을 띌 줄이야.
"상관없어. 녀석은 우리한테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다."
안믿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 알 수 있는건 이 사람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유일하게 대항 할 수 있는 초이는 이 자리에 없다.
"무슨 계획은 있으시겠죠?"
"뭔소리야. 우리한테 어떻게 하지 않는다니까. 난 예상밖에 못해. 계획은 너가 더 잘세우니까. 그래. 내 예상이 틀렸다면 넌 어떻게 할 꺼지?"
"저, 전혀 노플랜으로 왔는데요."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만 하고 걷고 있을 뿐이었다. 모퉁이를 돌자 복도 끝에 나타난다.

수업은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한 여자. 긴 머리가 앞으로 내려 눈 가린다. 제 정신이 아닌 것 정직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드레스. 아무 무늬도 없어 허전한 순백이 빛을 발하듯 하얕다. 그 피부도. 표정도 봄날에 소풍나온 가벼움을 띄고 있다.
"증거 1. 살인마가 저렇게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나타나지는 않지."
살인마. 증명하듯 희생자가 나타난다. 갑자기 끼운 영사필름 프레임처럼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희생자는 다가간다. 순백에 살인마에게로. 등 지고 있어서 표정 보이지 않는다.
살인마. 눈 보이지 않는다. 입 있어야 할 자리에 흰 빛 보인다. 웃고 있나. 생각하자 둘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똑같은 속도로. 연인처럼, 그리고 그 다정한 느낌대로 서로를 안는다. 그리고.

등을 뚫고 나온 은색의 빛이 빨간 가운데 번뜩인다. 배 궤뚫은 그것은, 멈추지 않고 왕복한다. 어설퍼서 난폭하다.
쓰러진다. 살인마는 계속 찌른다. 복도는 조용하다. 이내 잘게 부서져서 굴러다니는 찌꺼기가 된다. 물론 그 도중에도
웃고 있다.

복도는 어둡다. 제대로 보았다면 정신붕괴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지금도 반쯤 토할 기분이 든다. 이 사람하고 있어서 조금 세진 비위에 감사해야 하나.
"증거 2. 저 포옹은 왠지 의심스럽지."
정상이 아니라 긍정할 수 밖에 없다.
고개든 순간, 다른 희생자가 나타난다. 반복. 포옹을 해주고 찔러넣는 그것은, 너무 악의없는 느낌이다. 싫어하는 사람을 안지는 않겠지. 조금 나아졌나. 인간의 적응력이라는 걸 세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셋. 풍경은 슬슬 익숙해질 무렵에,

살인마 등 뒤에서 누군가.
긴 흑발을 기른 누군가. 그를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심장 고동. 그리고 고통.
도중에 흔들리는 시야에서, 아까와 다른 발소리로 천천히 다가가는 살인마와 누군가의 거리만 보인다.
"증거 3. 이게 반복된 이유야."
말을 뒤로 한채, 바닥에 뒹굴었다. 의식은 희미해지고 있다.

5.

있는 것을 세어보자.
하고 본 병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일수가 없다.
흰색의 무언가가, 방해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천의 조직같다. 멀리해보니 커튼. 천정에서 내려오는 그거다.
바닥도 벽도 하얀색. 분명 병실이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희박한건 때문일까. 하고 내려다본 바닥에 익숙한 얼굴이 잠들어있다.
희수. 낮은 간병인 침대에 누워있다. 양 갈래로 묶은, 5년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깨우는 대신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기로 하는 것이다.

흰색의 살인마가, 복도에서 나타난다. 희생자가 나타나 다정하게 포옹을 나눈다. 다음장면에서는,
살인마가 배에 칼을 깊숙히. 반복. 재생중에 떨어뜨려버린 CD플레이어. 뇌리에 잔인한 소리만이 반복되는 바람에, 인상써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상태는 좋다. 막 의식을 차린 거라고 볼 수 없을 정도. 움직이지 않은 탓에 나른해 기지개 편다. 약 때문일 수도 있겠지. 상관없이 커텐을 열어 젖히니, 빈 침대 하나에 걸터 앉은 살인마가보인다.

아니, 살인마가 아니겠지.

같은 모습과 드레스를 입고 있다. 병실에서 입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옷차림에 미소. 따스한 바람을 연상하는 안개꽃같은.
"그건 저였어요."
부정할 수 없는 목소리가 병실에 울린다.

사용하지 않아 쉰 것에, 나긋나긋한 소리가 섞여 있다.
"어떻게 제 생각을 아신 거죠?"
".......간단해요. 전 그쪽을 봤고 그쪽도 저를 봤죠. 그렇다면 제가 [수업]하는것도 보고 제 얼굴도 봤을 거 아니에요."
핏기 없는 피부가, 유령처럼 보인다. 여름 오면 녹아 사라질 것만 같은 그 사람은, 계속해 이야기 한다.
"분명 그 애들은 제가 복수하고 싶었던 애들이었어요. 하지만......이런 식은 아니에요. 저는 수업을 끝내면 쉴수 있을 지 알았어요. 하지만 항상 끝내지 못하고 있어요."
"잠시만요. 의뢰자......본인 맞으시죠?"

-저는 살인을 했어요. 하지만 그걸 그만 둘 수 없어요.
벌써 몇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걸 그만 둘 수 없어요.
부탁이니까 제발 쉬고 싶어요-


아는 게 없다 한 것은, 역시 거짓말인가.

"전 솔직하게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살인자라고......."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의뢰는 자신의 살인을 멈추어달라는 것. 즉, 우리를 죽일이유는 없다. 소장의 자신감이 이거였나.
덕분에 살인마와 나의 대화는 수월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거죠?"
"어제 밤에 보셨잖아요."
나는 마침내 기억해낸다. 포옹과 시체. 그후의 일. 잊어버릴 수 없는 누군가 보고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을.
"......방해받은 건가요."
"네. 계속......그리고 저는......죽을 수도 없어요."
"이야기 안한 건 왜죠?"
".......죄송해요.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보시는게 이야기가 빠를 것 같아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그 세계에 갇혀있어요."
"갇힌......거라구요?"
"네. 그세계는 제 꿈이에요. 처음에는 -원한-이 있는 애들만 가르쳐주고 갈려고 했는데 그걸 원한으로 ?설정-하니까 그걸 풀기 전 까지는 갈 수가 없어요.
다섯명의 아이들을 한명씩 가르치는 -수업계획-인데, 마지막 한 아이가 남았을 때 항상 그 사람이 와서 방해를......."
"그렇다면.......지금 몸은 정상이 아니겠군요."

그런 결론이 된다.
"맞아요. 그 수업을 끝낼 때 까지 제 몸은 살아있도록 설정되어 있어요. 약은 죽을만큼 몸안에 남아있는데 억지로 버티고 있지요. 이대로 살아가는 것도 정말 괴로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최대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이었다. 심장 터지는 통증. 여러번 겪어 왔었고 앞으로도 겪을지 모른다.
"저는 그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그것을 마지막으로 겪는 시간은, 내 이야기의 끝이겠지.

어지피 보통 사람인 나는 전부 알아들을 수 없다. 대충 그 공중복도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복수 하고 죽으려고 했지만 방해받아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죽을 수 없다. 이런건가.
그 방해는 나와 관련된 것. 의뢰자는 그것도 모르고 병주고 약주고 하는 우리한테 일을 맡겨버린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라면, 왜 맡았는지 충분히 납득가능하지. 안그래?"
같은 코트라도, 이사람이 걸치면 불길하다. 벽에 기대선 소장은 어느때보다도 불순한 의도로 경쾌하게 건넨다.
"너도 참 착실하군. 정신을 차리자 마자 병실에서 걸어나와 일하러 가는 모습이라니 말이야. 뭐, 몸도 멀쩡하고 그럴줄 알고 둘이 있는데에 던져놓고 기다린 거지만."
".......만약에, 저 안에 있던 사람이 복도에서랑 같은 살인마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요?"
"걱정은 필요없어. 항상 [흑기사]가 네 옆에 있잖아."
비꼬는 말투는, 이럴때 속이 뒤집힌다. 흑기사는 있다. 하지만 나를 지켜주는 것인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나타날때 느끼는 심장에 통증은 뭔가.

"그곳은 일종의 [밀실]이었어. 물론 그녀가 쳐 놓은 거겠지. 이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말이야.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한다면 애초에 현장이 눈에 띄던 말던 상관없게 되버리니까 숨어서 사람을

죽일 필요도 없다고. 중요한건 메세지다. 이런 뜻이야.
그리고 저 여자는 살인마라고 하기에 너무 순수해."
"순수하다니요?"
"증거1. 살인마가 눈에 띄는 복장을 입고 나타날 리는 없다. 기억하나?"
확실히 그렇다. 살인마라면 잡히기 싫을 테고 눈에 띄는 복장은 기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러니 하게도. 처음부터 살인을 할 의도는 없었다는 거야."
"그건 살인이 우발적이라는 건가요?"
"전혀. 살인 자체는 계획적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지. 살인이라는 것의 정의를 아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거 말고 다른 의미로 말이야."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게 사람을 죽이는 게 될까요?"
"그건 야생동물에 물려죽은 '사고'나 마찬가지 아냐. 틀렸어. 살인이라는 게 왜 금지된 걸까. 답은 간단하게 사회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으니까지. 사고로 사람이 죽은 것도 사회를 붕괴시킨

다고. 그렇게 치자면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 주가를 조작하는 것도 중범죄로 처벌되잖아?
즉 사회를 붕괴시키느냐가 그 기준이지."
사회를 붕괴시키는 것.
"하지만 저 여자가 아이들을 죽인 건 사실이야. 그렇다면 살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전에 말했지만 사회를 붕괴시키지 않는. 즉,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가능해. 그 밀실도 그 연장

선이었을 거고.
그러면 죄책감도 없을 테니 살인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해. 굳이 검은색 옷으로 눈에 안띄게 입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그건 말이 안되는데요."
살인마는. 저 여자는 드러나지 않기 위해 밀실을 이용했다. 말처럼 단순한 잔해. 현대사회는 그조차 부수지 못한다. 완벽한 범죄가 완성되는 순간. 하지만
우리한테 알리는 순간 드러나버린다.
"그 전에 시체가 나온 것부터 이상이 드러난 거 아닌가요?"
"증거 2. 저 포옹은 왠지 의심스럽지.라고 내가 했었나. 어쨌던 마지막으로 죽이기 전에 한번 안아주었다.
생전 모르는 사람을 안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아이들과 관계는 어떻게 될까?"
"안아줄 정도의 사람인데.......여러 아이들과 알고 있고 학교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선생님.

"재미있을 것 같아서 증거자료를 가져왔지. 한번 볼래?"

흔들리는 동영상.
살인마는,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아이가 살인마에게 다가가 말한다.
선생님이 저 여기 싸대기 쳤죠? 애들아 맞지? 선생님이 뭐라고 하는줄 아냐? 야 니가 여기 막아서 아파 죽겠어. 완전 어이 없어.

희희덕 거리며 웃는다. 두 사람 신경전이 재미있다는 듯. 단순히 지루한 수업시간 유희. 이상도 이하도.

살인마를 놀려대는 아이는 복도로 나가라는 말도 거부한다.
저 틀린 말 한적 없죠? 근데 뭘 잘못했길레 나가야되요?
싫어요. 설명 듣기도 싫고 선생님 말 듣기도 싫어요.
당연한듯이 대꾸한다.

선생님도 한심해요.

"이렇게 선생님은 살인마가 되어버린 거지."
"동영상에 나오는 애들이 복도에서 나오고 있는 거군요. 그렇다고 이게 살인을 할 이유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동기는 충분해. 지나가다가 부딛히는 사람도 죽이는 세상인데 새삼스럽게 더 큰 이유가 필요하나?"
그는 작은 손으로 재생을 멈춘다. 몇번 버튼을 누르니 목록중 도배되어 있는 이름을 이쪽으로 보인다. 잠깐 보인 배경화면에, 마약중독자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핸드폰은 누구꺼죠?"
"저 여자 꺼야."
"말이 안되는 데요. 연출동영상도 아닐테고."
"아니. 찍은 애한테서 받았어."
"네?"
내 반응도 귀찮다는 듯이 본론으로 끌어들인다.
"사건의 원흉이 여기에 있지. 이 이름이 보이나?"
"그 아이는.......확실히. 지금까지 죽은 아이들의 친구였죠."
"그래. 그렇다면 너의 입에서 추론을 듣고 싶군. 저 여자가 선생님이었고 살인의 의도는 있었지만 그것때문에 피해를 주기는 싫었다. 그런데 밀실은 우리가 그냥 들어갈 수도 있게 허술했어.

보통 사람은 무리겠지만, 우리한테는 그 이상이 노출되버리지. 즉, 특정한 사람만 볼 수있게 한 이유는 뭘까.
우리가 알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저 여자는 살인마라고."
"그 전에 밀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부터 아무도 안믿을 걸요."
"그렇다면 이쪽 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게 있어서라는 말이 되. 내가 이야기했었지. 중요한건 메세지라고.
수업이라고 말은 쓰고 있지만 무의식중에 우리한테도 알리고 싶은 게 있겠지......처음부터 선생님인걸 숨긴 의도는?"
"살인이 사회를 붕괴시키지 않는다면 범죄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우리한테 선생님이라는 걸 알려주는 순간, 어떻게든 나쁜 소문이 도니 그런껄 까요?"
누군가의 학교는 누군가에게 사회이다. 학교에 소문이 돌게 된다면 선생님이 속한 '사회'는 붕괴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시체가 발견된다는 걸 빼면 학교는 모두 정상이야. 애초에 저건 잔해. 완벽하게 시체까지 발견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야간자율학습때도 경찰이 와서 지키고 있으니까 감

시당하는 거 같아서 애들은 더 통제가 잘 될걸. 그리고 보통사람은 그 복도에 가도 밀실떄문에 아무것도 못봐.
좀 전에 알았겠지만 이번 수업이 끝나면 죽으려 했어.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고 살아가려 했다면 우리가 볼 수 있게 어설프게 준비하지는 않았을 거야. 거기다 자기 목숨까지는 애초에 걸지도

않았을 거고. 또 질문.
마약 중독자 선생님씨와 아이들을 잘 못다루는 선생님. 뭔가 생각나는 거 없어?"
확실히. 마약중독이긴 해도 잘 가르쳤다. 그리고 살인마는 아니다. 나라면 가장 필요한 것은......
"거래성립. 이지."
이야기할 새도 없이 혼자 진도를 나가버린다.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을 전수받는 대가로 마약투입을 강요받는건. 그전에 저 여자도 말했잖아. 몸속에 남은 약. 이라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지만 살인으로 바뀌었다. 정리해보자. 우선 학생들에게 모욕받는다. 잘 가르키는 선생님을 본받고 싶다. 마약투입을 강요받는다. 투약받는다. 다음부터는

내가 잘 모르는 무언가.
-저는 그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해. 그 방법이 괴팍하게 꼬여버렸지만. 내가 순수하다고 한건 이번만큼은 비꼬는게 아니야. 진심으로 저 여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하고 있어.
그리고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착실한 인형이 되서 학교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 그렇다면 본인이 죽었어도 사회가 붕괴되지 않았으니 이 경우에는 살인이 성립되지 않아.

거기다가 자기 목숨까지 걸었다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대역까지 어딘가에 준비해두었겠지."
무슨 일이 사이에 있었던 걸까.
"하지만 아직 동기부족인데요."
말 되지 않는 게 많다. 저 여자 핸드폰에 처음 희생자인 나교사의 사진이, 그것도 배경으로 되 있는지.
"새삼스러울게 뭐 있어. 어깨만 스쳐도 살인인데 뭐."
두번씩이나 같은 말을, 속담을 그런식으로 변형시켰다. 작위적인 대사에 이의 제기하기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이상한 나라일 뿐.
"나도 어떤 수업계획을 저 여자가 가지고 있는지 완전히 몰라. 하지만 그 계획이 너도 잘 아는 흑기사에 방해받았다는 건 확실하고. 그래서 다름아니라 우리한테 의뢰를 요청한거 아냐. 세상

떠나면 돈은 쓸데없으니까. 이제 학생한테 질문할 준비는 되었겠지?"

6.

몇번째의 기절인지. 세는 게 무의미하다.

흑기사는 나를 쫓는다. 인간 아닌 무언가는 지치지 않고 계속 주위를 멤돌고 있다. 느껴지는 가슴의 통증. 정확히 왼쪽 아래쪽이니 심장에 관련된 것이다.
항상 추격당한다.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말 소리도. 하지만 죽이지 않는다. 이것이 그녀와 있어도 심장 끊어질 것 같은 원인이다. 물론,
정체를 알지 못하게 하는 통증을 혐오할 뿐.

하지만, 지키려 하는 그녀. 인간으로 되돌리려는 그녀에게 적의를 숨기지 않는다. 소장 말로는 불완전한 상태라 그녀에게 상대 되지 않는다 한다.
그럼에도 나와 초이 주위를 배회하는 위협이다. 소장도 그 이상은 모른다. 이상을 볼 수 있는 희수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번. 초이와 흑기사는 싸워왔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어딘가의 천장을 보며 정신을 차리고 초이가 그것을 찟어발겼다는 말이 전해져 올 뿐이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냥 짜증나는 정도.

하지만,
5년 동안, 그것은 죽지 않고 있다.

정체도 알 수 없다. 의사소통을 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죽지않는 무언가는 이미 상식을 벗어나 결정적으로 초이하나만을 죽이기 위해서 나타난다. 언젠가 성공한다면. 위태하게 지켜온 행복이 끝.

다행히도. 초이는 어제 그 자리에 없었다.
"근데 궁금한 게 두가지 있어요."
"넌 왜 희수처럼 안하냐? 직위로 소장님이라 부르라고 했을 텐데."
의뢰비는 받아서 어디 쓰는지 모른다. 그건 권한이니까 그렇다 치고.
누구라도 자신이 직원이라면 사람들 붐비는 데에서 살인사건 이야기 하는 게 꺼려질 것이다. 퇴근시간 전철안에서면 더.
이럴 때, 마음 한구석에서 외치고 싶다는 욕구를 못 이기고 한마디 나온다.
"첫째. 제발 고물 차라도 한대 사죠."
"너가 사라. 아는 사람이 9년식 BMW 싸게 판다는데 소개시켜 줄까?"
"아니요. 됬습니다. 그것보다 저한테 있어서.......절실한게 묻고 싶은데요. 둘째는 그거에요."
"계속해."
"어째서 저한테 하나씩 설명해 주시는 거죠?"
머릿속으로 순서를 하나씩 정리한다.

말 안듣는 아이들과 마약중독자 교사, 그리고 여선생이 있었다.
마약쪽에 대해서는 모른다. 소문이 들려온건 의뢰 들어오기도 전이었으니까 가장 처음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대든건 그 후일 가능성이 크다. 마약을 투약하는 대가로 가르치는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건 쉽게 감수하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나교사가 그 문제로 처분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없다. 증거가 필요하니까.
선생님이 살인마로. 무언가 동기가 필요하다. 동영상의 '모욕사건'이라 해도 아직까지는 그 동기에 공감할 수 없다.
"간단한거 아냐. 그 흑기사씨 때문이지."
"아."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솔직히 나는 자신을 착하다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쉽게 도와드리겠다고 나온 것은 그 탓이다. 흑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단순히 시체 다섯구가 나온 이야기거리로 아이들은 재미있어할 것이다. 학교가 위험하니 선생님 말을 더 잘 들을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말 잘 듣는 인형으로. 선생님은 말 잘 듣게 하는 인형으로 살아갈 것이다.
살인마와 희생자의 수업 결과.

완전히 사회를 붕괴시키지 않는 것은, 잔해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 그걸 감안한다면 최소한으로 줄인 피해다. 하지만 애초에 다섯명을 모두 죽여 지금쯤 없어졌어야 할 시체가, 흑기사에 방해받는다.
살인마는. 아니 의뢰자는 살인을 그만두기 원하고 있다. 잘 모르지만 수업에는 순서가 있는 것 같다. 남은 아이의 순간. 방해받는다. 결과적으로 내 책임이다.

".......이미 전화통화는 끝났어요."
부모는 없다. 파일에 학교 때문에 자취한다고 되어있었다.
영상에 나오던 아이. 안경에 얼룩조차 없는, 나오는 차분한 말은 죽음에 대한 정돈이다. 입은 옷에도 한점 얼룩 없는 것은 쓰레기가 나뒹구는 것에 비해 상당한 대조다.
소장이 내밀고 있는 통화목록. 켜둔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이 끼고 있는 안경에 눈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광기 끝에 평온을 되찾은 사람은 넋이 나간것 같다.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해봐."
원흉. 비꼬는 말투에도 안경사이 보이는 눈동자는 안개 낀 날 태양처럼 고요하다. 동영상에서 비난하던 아이는, 그것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버리게 되는 상황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저도 죽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결론부터 나온 말은 의외다.

"어쨰서? 너같은 녀석들은 살고 싶다고 오히려 울고 불고 하는게 어울리는데?"
".......그랬지요. 하지만 제 영혼도 그 [교실]에 갇혀있어요. 잠들면 그곳에 가죠. 수업에는 순서가 있어요. 물론 제가 가장 선생님이 가르치고 싶어하는 애라는 건 확실해요. 아마 그래서

마지막에 절 가르치고 싶어하시는 걸 꺼에요."
"그렇다면.......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건 니 대역이겠군."

학교입장에서는, 귀찮은 쓰레기가 생겨버린 것 뿐.
불안하다는 학부모들에, 경찰이 학교 곳곳을 순찰하는 것에 아이들이 공부할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단지, 네 구의 시체가 매일 나온다는 것 뿐.
원래라면 지금쯤 없어야 한다.

"저기요, 며칠이나 지났어요?"
"에?.......한달.......정확히 오늘로 31일째. 왜?"
저쪽에서도 역시나 부담스러운지, 질문이 날아온다.
".......그럼 31일. 그동안 잠만 자면 그 수업을 받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꿈인줄 알았죠. 제 앞에서 애들이 네명이 서 있었는데, 한명씩 그 선생님의 앞으로 다가가 포옹을 하고.......칼에

몸을 관통당해서......."
"알고 있어. 내가 묻고 싶은 건, 너는 어째서 살아있느냐야."
고마워해야 하나. 듣기 싫은 말을 끊어주었다.
"......삼주일이 지나고 [발표차례]가 되서 제가 나가면, 항상 선생님 뒤에서 누가 나타나요. 그리고 그 사람이 수업하시는 선생님을 계속 막아요. 그리고 아침이 되서 선생님이 사라지면 그

사람은 주위를 한번 보더니 저밖에 없다는 걸 알고 그냥 돌아서 가버려요. 그런 꿈을 30번넘게 계속 꿔왔어요.
어제 복도에 있던 건 그쪽이죠?"
".......어."
아이는, 이미 모든걸 정리하는 느낌.
"10분전에. 선생님하고 통화를 했어요. 저는 이제 뭘 가르치시려는지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착한 애가 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냥 선생님이 착해서 놀리고 싶었어요. 그때까지는 선생님하고 그럭저럭 농담따먹기도 하고 잘 지냈어요. 그러다가 나선생님이 마약을 했다는 걸 알게 됬죠."
"그걸 정확히 어디에서 보게 된 거지?"
"빈 교실에서요. 자기 혼자 주사 놓는건 이상해서 이야기한 게 소문이 났죠. 그리고 다음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그러다가 알았어요.
선생님하고. 둘이 결혼했다는 걸요."
"계속해.“
아는 것과 대조하는 소장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한다. 고해성사는 흐름을 타고 이어진다.

"선생님이 여기에 오시면 모두 알려드리라고 했어요. 저도 그러고 싶고요. 어쨌던,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마약중독자하고 결혼한 선생님이다. 소문을 반에 냈더니 아이들이 말을 안 듣기 시

작했어요. 저도 그때는.......정말 옳은 일을 하는 거다 생각해서 어떻게든 선생님한테 맞서 싸울려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지요."
"이유없는 결과는 없지.."
흑기사는 한가운데에 끼어있다. 목적은 나 자신. 때문에 시간을 들여서 나에게 전모를 듣게 하는 건가.
"무슨 말씀이세요?"
"학교 선생님 씩이나 되면 애초에 그런 약물을 하게 되는 거랑 거리가 없지. 그게 학원선생님이었어도 마찬가지야. 교사면 양심상 담배도 신경쓰이는데 그런걸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서 병을 참으려고 한 의도는 묻혀버리고 말았지."
"무슨 병이죠?"
"뭐긴 뭐야. 초이가 있던 거지."
그녀가 몸속에 지니고 있던 그것. 어째서 그렇게 뻔한 병에 걸린건가 생각하던 그 병은 많은 매체에서 병하면 제일 많은 심장병.

아무도 원인따위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궁금해하는 건 결과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

"나교사가 자진해서 수업을 계속 하겠다고 했어. 가르치는 아이들이 선생님이 비면 그 동안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고. 새로운 선생님이 정해질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했어. 그리고

병원갈 시간도 없었는지 고통을 참으려 혼자서 약을 빈 교실에서 몸에 넣고 있던 거지.
오히려 그게 더 멀쩡하게 제정신을 유지해줬어. 어디까지나 고통을 참으려는 의도였으니까 쾌락을 얻으려고 한 적이 있는지 조사해봐도 사고 친적도 없었고 말이야.
지금 들으면 생소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때 고통을 참으려 자주 하던 방식이야.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의사를 산넘고 물건너 만나겠어? 그리고 그 돈은?
지금도 의료용 대마초는 합법이야. 그런데 의도따위는 아무도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다 제 잘못이에요.......그러니까."

남자는 몸에 이상을 느낀다. 병때문에 학원서 나와 학교에 자리를 얻었다. 학교는 근무시간이 학원보다 적으니까.
그곳은 여자가 있던 학교였고 둘은 함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병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했다. 약을 주사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보았고 소문을 낸다. 가르치는데 지장 줄까 걱정에 변명도 못하고.
병이 핑계거리가 된다. 아이는 기고만장해져 정의의 사자로 자신을 착각하고 마녀사냥을 시작. 대충 그런 스토리다.
마약을 투약받는 거래. 처음부터 넘겨 짚은 것이었다.
"고해성사는 분명하게 들었다. 미안하지만 이건 사제도 죄를 사할 수 없겠는데."
".......그런데 분명 처음에 일어난 사건은 정상적이었어요. 그건 어떻게 된걸까요."
"제가 죽였어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날 야자 감독중에 이상하더니 빈 교실에 들어가셨어요. 그래서 그냥 제가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죠. 선생님은 그런거 아니라고만 하고.......주먹으로 머리를 한대 쳤을 뿐인데.

그대로......."
"충격에 의한 심장 박동 정지. 뻔한거 아니겠나? 원래 심장이 약했는데."
"잠깐. 그러면 왜 발견된 시체가 난자되어 있던거지?"
"가정실이었어요. 야자때 안쓰는 교실이잖아요. 숨을 안쉬셨어요. 그래서 있던 칼로.......칼에 찔러 죽은 것처럼 위장했어요. 그리고 묻은 피는 수도가에 가서 씼었구요. 본사람도 없었고

칼은 집에 가져왔어요. 한달전에 선생님이 가져가셨지만."
"......너는 죽어도 할말 없구나."
나의 입에서. 소장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죠. 그러니까 저는 수업을 끝까지 받고 싶어요.
제 친구들이 죽는걸 30번이나 봐왔어요. 잠이 들면 계속 그 꿈속으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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