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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여고생 신선님께 맡겨줘!
글쓴이: 김영천
작성일: 12-07-10 16:01 조회: 1,837 추천: 0 비추천: 0

이곳은 지리산에 있는 폭포 중 한 곳. 최근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폭포 아래에는 물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아, 심심해.”

그런 폭포 한 가운데에 웬 하얀 소복을 입은 이상한 소녀가 물 위에 앉아 있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와도 소원도 안 비네. 옛날엔 이렇지 않았는데. 아~ 뭔가 재미난 일 없을까?”

소녀는 손으로 물을 잡아 올리더니 공 모양으로 만들어 바위 쪽을 향해 던지고 놀기 시작했다.

“옛날엔 가끔씩 와서 도끼 빠트리는 애들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애들도 없네. 어휴.”

공놀이도 질렸는지 이번에는 폭포 위로 올라가 미끄럼틀을 탔다.

“어이~ 김씨 있는가?”

그때 저 멀리서 백발에 긴 수염을 한 노인이 지팡이를 타고 날아왔다.

“박씨 아니야? 여긴 웬일이야?”

소녀는 노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웬일이긴. 내가 좋은 소식하나 알려주려고 왔지.”

“좋은 소식?”

“이번에 천년 만에 하산금지령이 풀렸다는구만. 그래서 지금 다들 하산 준비한다고 난리도 아니여.”

“그게 사실이야? 진짜야?”

“내가 자네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여.”

“오예!”

소녀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물위를 마구 뛰어다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노인 역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럼 박씨도 하산하겠네?”

“두 말하면 잔소리 아니여. 안 그래도 요즘 여자 아이돌 그룹 때문에 죽겄는디. 이번에 하산하면 원 없이 보러 댕길 생각이구먼.”

“아이돌? 걔네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들 난리야? 별로 예쁘지도 않던데.”

“아이고.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어. 김씨야 신선들 사이에서도 예쁘기로 유명하니까 그렇지. 바깥에선 아이돌정도면 여신이여 여신.”

여신이라는 말에 소녀는 인상을 팍 썼다.

“여신 같은 소리하네. 진짜 여신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니여. 어쨌거나 자네도 이번 기회에 하산이나 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내려가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거니께.”

“그래야겠네. 가뜩이나 심심해 죽을 것 같았는데. 나도 하산이나 해야겠어. 좋은 소식 알려줘서 고마워.”

“그려. 그럼 나는 먼저 가겠네. 내일 모래가 우리 완자걸스 콘서트라 빨리 가봐야 혀서. 나중에 밑에서 한 번 보자고~”

노인은 그 말을 끝으로 바람같이 사라졌다.

“그럼 나도 준비를 해볼까?”

천년 만에 처음 하는 하산이다. 한동안 다시 올라올 일은 없을 테니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가는 게 좋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챙길 게 없어!”

자그마치 천 년을 이곳에서만 지냈다. 신선이니 밥을 먹을 필요도 없고, 옷은 오직 하얀 소복만 입었다.

가지고 있는 거라곤 몸뚱이 하나뿐인 셈.

“어떻게 하지. 세상에 내려가면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을 텐데.”

소녀는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헤칠 것인지 고민했다.

“어디 돈이 될 만한 게 없나?”

소녀 역시 신선이 되기 이전에는 사람이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옷도 입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

신선이 되면서 욕심을 버렸다지만 어차피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는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머니머니 해도 머니(Money)!

“그냥 금덩이나 몇 개 가져갈까?”

옛날에 도끼를 빠뜨린 사람들에게 금도끼를 나눠주고 남은 금도끼가 몇 개 있었다. 최근엔 도끼를 빠뜨리는 사람이 없어서 한쪽 구석에 박아뒀었는데 그걸 가져가면 될 것 같았다.

소녀는 폭포 안으로 들어가 깊숙이 넣어둔 금도끼를 3개 꺼냈다.

“이왕이면 작게 나누는 편이 좋겠지?”

금도끼에서 손잡이를 다 빼내고, 나머지를 손으로 주물럭거리자 마치 밀가루반죽처럼 흐물흐물해졌다. 그리곤 조금씩 떼어내서 마치 경단을 만드는 것처럼 동글동글 말았다.

그렇게 만든 금으로 된 경단이 9개!

“이거면 충분하겠지?”

소녀는 자신이 만든 경단을 흡족하게 쳐다보다 이내 보자기로 어깨에 멨다.

“좋아! 이제 어디로 가느냐가 문제인데. 역시 서울로 가야하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양이었지만 지금은 서울로 바뀐 곳. 다다익선이라고 이왕이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서울로 결정! 세상아 기다려라! 이 김소선이 간다!”



서울역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본래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지금 몰려드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광장 중앙을 쳐다보며 웅성대고 있었다.

“저거 뭐야?”

“영화나 CF촬영 같은 거 아니야?”

“하지만 카메라가 아무대도 없는데.”

“또 이상한 퍼포먼스나 광고 같은 거겠지.”

“그런데 진짜 예쁘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곳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한 소녀가 비둘기들과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바라보는 사람들 입장에서의 해석이고.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놈의 새들이 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저리가! 저리 가라고!”

원래 신선이란 동물들과의 친화력이 매우 높다. 과거엔 호랑이 등에 타고 이산 저산 산책을 다닐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어째서 구경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거야!”

보통 이런 경우엔 주변에서 달라붙어 도와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러나 소선의 모습이 춤추는 선녀와도 같으니 그냥 구경만 할뿐이다.

오히려 지금 누군가가 달려들어 소선의 춤(?)을 방해한다면 돌팔매를 맞을지도 모른다.

“에잇! 바람아!”

푸드득

결국 소선은 바람을 일으켜 비둘기들을 날려 보냈다. 더 이상 기다리고 있어봐야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짝짝짝!

“응?”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바람을 일으켜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모습이 마치 춤이 마무리하는 퍼포먼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곤란에 빠져있을 땐 구경만 하더니. 이제는 박수를 치네.”

뭔가 사람들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이상하게 화가 나는 소선이었다.

“아니지. 나는 신선이야. 이런 일로 화내면 안 돼. 그렇고말고.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간다.”

일단 서울로 오긴 왔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가 문제였다.

“맞다! 일단 금을 바꿔야지!”

소선은 먼저 금을 돈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하지만 이곳이 서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는 것은 없는 상태. 소선은 구경하던 사람들 중 자신과 눈이 마주친 한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금을 팔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예? 금이요?”

여성은 당황해하며 되물었다. 방금 전까지 비둘기와 춤추던 사람이 갑자기 웬 금 타령이란 말인가?

“네. 금이요.”

“금이라면 금은방을 가면 되죠.”

“금은방이요?”

“네, 저기도 있고 저쪽에도 있네요.”

여성이 가리킨 방향에는 각종 화려한 장신구들이 진열되어있는 보석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기로 가면 금을 팔 수 있다는 얘기죠?”

“네, 아마 그럴 거예요.”

“감사합니다.”

소선은 인사를 한 뒤 그대로 폴짝 뛰어서 사람들의 벽을 뛰어넘었다.

우와아

그 모습에 사람들은 또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요즘은 와이어가 눈에 보이지도 않네.”

“그러게. 뛰는 자세가 어색하지도 않고.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가봐, 유명한 사람인 듯.”

그렇게 소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이내 곧 흩어졌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 금을 살 수 없습니다.”

“아, 네.”

벌써 10번째 금은방이다. 근처에 있는 금은방은 다 돌았지만 금을 사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적은 양도 아니고 한 덩이에 1Kg이 넘는다. 총 9개가 있으니 9Kg. 현재 시세로 5억 원이 넘는 양이다. 이런 걸 보증서도 없고, 신분증명도 되지 않는 사람이 팔려고 하니 사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결국 10번째 금은방에서도 퇴짜를 맞은 소선은 거리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 어떻게 하지?”

금은 소선에게 있어서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 희망이 이제는 절망으로 변해버렸다.

물론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야 많다. 그래도 명색에 신선인데 그까짓 돈 몇 푼쯤이야 못 구하겠는가?

단지 신선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 뿐이다.

돈이 없어서 도술을 부려 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다른 신선들이나 위쪽에 알려지면,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한다.

“뭔가 딱 떠오르는 방법이 없네.”

딱히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소선은 일단 걷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멈춰서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

“와, 옷 예쁘다.”

그때 한 옷가게에 걸린 원피스가 소선의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에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귀여운 옷이었다.

덥썩

“아가씨. 잠깐 나 좀 볼까?”

옷에 정신이 팔린 그 순간 누군가 소선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을 걸었다.

“네?”

“보니까 아까부터 금은방을 돌아다니던데. 혹시 뭔가 팔려고 하다가 못 판 거 아니야?”

“맞아요. 금을 파려고 하는데 사가질 않네요.”

“그거 이 아저씨가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잠깐 따라오지 않을래?”

남자의 말에 소선이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양할게요.”

“왜? 아저씨가 다른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가씨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남자는 여차하면 억지로라도 데려갈 생각인지 소선의 양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러면 곤란한데. 인간에게 함부로 해를 가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것만.”

신선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괜찮겠어. 영혼의 뿌리부터 썩어 문드러진 걸 보면 보통 악인이 아닌 것 같으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

딱!

소선은 남자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아악!”

“네가 지은 죄만큼 고통을 받을 거야. 그러니 죗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렴.”

소선은 남자를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야, 가서 말 좀 걸어봐라.”

“그럴까? 근데 좀 이상한 애 같지 않냐?”

“몰라. 일단 작업 걸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버리면 되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의 남자애들이 놀이터 한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애를 꼬셔 같이 노는 것이다.

“야, 너 몇 살이냐?”

남자애 한 명이 다가가 말을 걸자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에휴. 이 세상이 어찌되려고 이 모양인지.”

앉아있던 여자애는 소선이었다.

“너희는 몇 살?”

“우리? 고2. 넌?”

“내 나이는 나도 몰라. 그나저나 고2라.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는데 이 모양이라니.”

소선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남자애는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인 줄 알고 씨익 웃으며 소선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좀 이상한 소리를 하긴 한데 상관없겠지. 너 술 마실 줄 아냐?”

그때 소선이 남자애의 배를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아악!”

그러자 남자애는 그대로 쓰러지며 발을 동동 구르며 뒹굴었다.

“쟤 뭐하냐?”

“몰라. 정줄 놓은 듯.”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두 명은 왠 미친 짓이냐며 비웃었다.

“웃을 거 없어. 너희도 똑같으니까.”

“엉?”

언제 다가온 것인지 소선은 다른 두 명의 등과 뒤통수를 한대씩 때렸다.

“아아악!”

“으악!”

그러자 먼저 맞은 남자애와 마찬가지로 바닥을 뒹굴었다.

“어린 애들이라 그런지 엄살이 심하네. 낮의 아저씨는 더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주저앉는 정도였는데. 쯧쯧.”

소선은 혀를 차며 열심히 온몸으로 놀이터를 휩쓸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아라.”

그리고 잠시 후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이들이 일어나 소선을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미칠듯한 속도로 놀이터에서 사라졌다.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러야겠네.”

금도 팔지 못하고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직접 보니 신기하고 즐거워서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저기...”

그때 누군가가 소선에게 또 말을 걸어왔다.

“응?”

이번에 말을 걸어온 아이 역시 아까 전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였다. 단지 차이점은 그 애들과는 다르게 지은 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무슨 볼일이라도?”

“제발 날 제자로 받아줘!”

“으잉?”

소선은 이게 무슨 자다 봉창 두들기는 소린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보니까 싸움을 잘하는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싸움을 잘 하고 싶어!”

“하아?”

“날 싸움의 고수로 만들어줘! 부탁이야!”

신선에게 찾아와 싸움의 고수로 만들어 달라니. 어떻게 생각하면 소원을 비는 것이긴 하지만 이건 뭔가 좀 아닌 것 같았다.

“미안한데 난 싸움을 잘 하는 게 아니야.”

“그럼 방금 그건 뭐야? 한대씩 때렸을 뿐인데 걔네들이 막 뒹굴었잖아. 걔넨 이 주변에서 알아주는 일진이라고!”

“일진?”

“그래! 걔네가 얼마나 무서운 애들인데. 나 같은 건 수 십 명이 달려들어도 못 이길 거야.”

“일진이라.”

들은 적이 있었다. 가끔씩 부모들이 산에 올라와서 자식들이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신선은 아무도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 신선이 나서서 뭔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기껏해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정도?

“그런 애들이 많아?”

“물론이지. 우리 학교에만 적어도 20명은 넘을 걸? 근처에 있는 애들까지 다 합치면 100명은 될 거야.”

“그렇게나 많단 말이야?”

그 정도의 악업을 쌓은 아이들이 이 근처에만 100명이 넘는다는 말에 소선은 놀랐다. 과거엔 도적떼가 아니고서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신선으로서 그냥 지켜 볼 수만은 없는 일!

“좋아.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어.”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남자애는 무슨 헛소리냐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너. 이름이 뭐지?”

“나? 김승유라고 하는데.”

“좋아. 널 지금부터 신선을 보좌하는 도사로 임명한다. 앞으로 날 받들어 이 세상을 이롭게 하도록!”

“에? 신선? 도사?”

승유는 자존심을 버리고 여자애에게라도 싸움을 배워볼까 했었는데 제정신이 아닌 애라는 걸 알고 실망했다.

“됐어. 그냥 집에나 갈래. 그래도 네 덕분에 오늘은 돈을 안 뜯겼으니 고맙다는 말은 해줄게. 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승유는 놀이터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언제나 그렇듯이 승유는 한숨을 내쉬며 학교로 향했다.

“제발 무사히 넘어가야 할 텐데.”

어제 돈을 뜯기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오늘이다. 어쩌면 오늘 어제의 몫까지 추가해서 뜯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의 돈이 없다는 것. 사실 어제도 돈이 없어서 몰래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걔는 도대체 뭐하는 앨까?”

승유는 어제 만난 이상한 여자애를 떠올렸다. 하얀 소복의 긴 생머리. 얼굴은 마치 미의 여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뻤던 아이.

그렇지만 정신과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가출해서 신선타령을 하는 이상한 아이.

“뭔가 이상한 사이비 종교에서 나온 애였나? 뭐 앞으로 볼 일도 없을 테니 상관없겠지.”

도사로 임명하니 어쩌니 헛소리를 하긴 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도를 믿습니까? 하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하는 전형적인 헛소리니까.

교실에 도착하고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 사람이 다가왔다.

“야. 너 어제 왜 안 나왔냐?”

“아, 민철아. 그게 가니까 너희가 안보였는데...”

여자애에게 얻어맞고 있는 걸 구경했다고는 할 수 없어서 대충 둘러댔다.

“뭐 어젠 우리가 일이 좀 있었지. 어쨌든 어제 그냥 넘어갔으니 오늘 두 배로 줘야지?”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저기...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그래서? 못주겠다고?”

“아니, 나도 주고는 싶은데 진짜로 돈이 없어서. 나중에 주면 안 될까?”

쾅!

민철이라 불린 아이가 책상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이게 뒤질라고!”

그때 교실 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왔다.

“웬 소란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발이 걸려서요. 그렇지?”

“으, 응.”

“됐으니까 자리로 가서 앉아.”

“예예. 넌 조금 있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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