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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탐정 그녀와 불사 탐정 꼬마
글쓴이: 챠타
작성일: 12-07-08 15:44 조회: 1,586 추천: 0 비추천: 0

가짜 탐정 그녀와 불사 탐정 꼬마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나는 도시 전설이나 음모론 같은 건 전혀 믿지 않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달까, 일상이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비 일상을 믿는 머저리도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작년의 중학생이었으면 이런 생각조차 안 했겠지. 내가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평범했던 날에 평범했던 하굣길이었다.

첫 날부터 야자라니…… 인문계 생은 힘들구나.

고등학교 첫 수업 날, 정규 수업은 대부분 선생님 소개나 과목 부장을 뽑는 일로 사용되고, 때때로 출석 번호 순서대로 자기 소개를 하며 지나갔다. 중학교 때 친구가 많았던 것도 아니지만, 내가 온 고등학교는 뺑뺑이 제도에서 밀리고 밀려 온 인기 없는 학교인지라 같은 학교 출신의 학생도 교내에 몇 명 없어서, 아는 얼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똑 같은 자기소개를 몇 번이나 들으며 앉아 있었더니 어느덧 처음 경험해보는 야자 시간이 되어있던 것이다.

이제 자율화 된 거 아니었냐고……”

나는 한숨을 쉬며 반 내부를 둘러보았다. 대부분은 첫 고등학교 생활에 피곤했는지 잠들어 버렸고, 소수만이 정신을 붙들고 남아 학원 숙제나 독서 같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나만 잠도 안자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야자 같은 건 빼버리고 귀가 하려 했으나, 첫 일주일간은 시험 삼아서 해보라는 학교 방침 덕분에 이렇게 남아 있게 되었다. 일주일간 해보고 할만하면 해보라는 뜻이겠지만, 나 같이 애초에 할 생각이 없는 놈들에겐 무의미한 시도이다.

저기…… 우리 이거 몇 시에 끝나?

그 때, 앞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여자 아이가 지루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뚱한 표정에 극히 공감하며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쭉, _?xml_: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9 끝날 때까지.

새삼 한 시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니, 나도 살짝 기분이 다운되었다.

이제 더 이상 할게 없는데…… 지루해 죽겠네, 사실 반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몇몇 애들처럼 남몰래 떠들 수도 없거든. 너도 아직 친한 애 없지?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도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성격도 나름 밝아 보이고, 이렇게 초면에 말을 쉽게 거는 것을 보면 사교성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녀가 뒤를 돌아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 나서야, 나는 내 앞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가 꽤나 수준급 외모였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했다. 그런데도 반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꽤나 먼 곳에서 이곳으로 입학한 것 일거라고 나는 예상했다.

…… 그렇긴 하지. 나 같은 경우에는 너처럼 이렇게 초면에 자연스레 말 거는 것도 힘드니까, 한동안 이런 상태일지도.

내가 좀 실례되는 질문을 했나?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그 얼굴이 나의 경계심을 살짝 느슨하게 만들었다. 나쁜 녀석은 아닌 거 같았다.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대단하다 싶어서 그런 거지. 그나저나 내가 친구 없는 티를 그렇게 냈나? 나 말고도 조용히 앉아만 있는 녀석은 얼마든지 있는데.

너는 내 뒤에 앉아있으니 내 뒷모습만 보이겠지만 나는 언제든지 너의 표정을 볼 수 있거든

그녀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표정만 보고 알진 않았을 거란 생각에 나는 내가 무슨 눈에 띠는 행동을 했나 되짚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켕기는 게 없었다.

표정을 보면, 넌 남들보다 얼굴에 감정이 잘 나타나거든. 그런 표정을 지으며 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모두에게 들키고 말 걸?

너도 상당히 괴짜구나, 보통은 그런 거에 신경 안 쓸걸?

나는 상당히 찔려 하면서도, 이 민감한 아이에게 감탄했다. 주변 사람을 하나하나 이렇게 관찰했던 것일까?

그냥 추리 같은걸 좋아하거든, 얘는 이런 표정을 지으니까 지금 이런 기분일 것이다 라던지, 이런 행동을 했으니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같은 사소한 거지만. 예상이 적중하면 상당히 기분 좋거든.

그녀는 이번에도 적중!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만 나를 신경 쓴다면 누구던지 알 수 있었을 사실을 가지고 이렇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니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나왔다. 아니, 솔직히 이렇게 조금만 신경 쓰면 내가 외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현실에 살짝 낙담했지만.

푸흡……초면에 이렇게 임팩트 강한 애도 처음 보네

일단 야자 시간이기도 해서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웃었다. 그리고 홀로 책상에 웅크리고 웃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통수를 살짝 때렸다.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감독 선생님이 찡그린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니 어느새 아까 읽던 책을, 새삼 보니 추리소설인 그 책을 아무 페이지나 피고 읽는 척을 하고 있었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실실 거리고 있냐?

첫 날이어서 그런가? 감독 선생님은 체격 있고 무서워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녀는 슬쩍 나를 보며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할 수 없지.

다들 이렇게 엎드려 자는 게 웃겨서 그만……”

정말 구차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었다. 왠지 반 애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들었다. 헌데, 이 말을 들은 선생님이 죄책감을 증폭시켜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야 이 녀석들아 일어나!

그렇게 말하더니 책상을 강하게 치며 자는 애들을 모두 깨우기 시작했다. 몇몇은 대충 상황을 눈치채고 나에게 원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역적이 되 버렸군……

얼마 안 남은 시간이라도 노력해봐라

라고 선언하고 선생님은 우리 반 교실을 나갔다. 나는 살짝 한숨을 쉬었고, 다른 애들은 다시 엎어져버렸다. 솔직히 이 장면은 정말 웃기긴 했다. 이미 내 뒷자리의 그녀는 육성으로 터진 입을 막고 웃고 있었다.

너 말 진짜 못하네

그녀가 아까의 나처럼 책상에 웅크리고 웃어댔다. 그리고 옆 반에서 아까와 같은 책상 치는 소리가 나자 반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 선생님은 1학년 전체를 깨우려는 속셈인가 보다.

너 때문에 1학년 전체가 피해보게 생겼네, 너 이름이…… 귀빈이었나?

맞긴 맞는데…… 전교에 소문이라도 내려고? 아니 그보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지?

……역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추리해봐

아 그렇네, 난 딱히 기억나는 이름은 없지만

자기 소개 시간에는 너무 지루한 나머지 잠만 잤던 거 같다. 그래서 야자 시간에 나 홀로 잠들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었겠지.

그럴 줄 알았어, 내 이름은 _?xml_:namespace prefix = st2 ns = "urn:schemas:contacts" />효진이야 같은 최씨던가? 하여튼, 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학생이야. 희망 전공은 범죄 심리학?

작으면서도 당당한 그 목소리는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내 마음을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못 말리는 추리 매니아네

우연히 효진이와 말을 주고받고 친해졌던 것은 도시 전설이나 괴담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 이였다. 오히려, 바람직한 고등학교 생활의 기점이 될만한 사건이었지. 하지만 얼마 전에 이사와 자취하는 효진이네 집이 우리 집과 같은 아파트 단지였고, 서로 같이 갈만한 상대도 없어서 같이 하굣길에 오른 것이 비 일상의 기점이 되고 말았다.

그나저나 너는 어쩌다가 이 학교에 온 거야?

딱히 마땅한 대화 주제를 찾지 못해서 나는 효진이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알게 된지 몇 시간 지난 아이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지만 그 몇 시간 지난 아이와 이렇게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며 집에 가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내신 사냥? 솔직히 이 지역 학교는 잘 모르지만……성적은 어느 정도 나오거든.

우리 동네는 꽤나 공부를 못하는 곳이라, 거의 모든 고등학교의 상위권은 다른 곳에서 온 학생들이 차지한다. 그건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제로 입학식 날 신입생 대표는 물론이고 면학실에 뽑힌 애들도 대부분 이 동네 출신이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 학교가 이 동네에서도 유별나게 성적이 낮다는 것일까.

나는 뺑뺑이에서 밀려서 왔거든. 사실 여기는 시설도 안 좋고, 성적도 낮아서 인기가 없어

뭐 어디던지 하기 나름이니까 힘내라구!

효진이가 내 등을 탁! 치며 말했다.

그렇게 평범한 인문계생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10분 정도 걸어가자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이렇게 집과 가까운 점이 아마도 우리 학교 최고의 장점이겠지. 그나마 멀리서 다니는 애들은 왜 그 학교에 간 거야? 같은 질문이라도 들으면 말문이 막힐 테니까

뭐 어차피 난 성적이 높은 편도 아니거든. 우리 집은 왼쪽인데, 너는?

난 여기서 좀 더 올라가야 돼, 그럼 잘가~ 난 집에서 책이나 더 읽어야겠어

뭐 대충 이런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정상적으로 대화하며 여자 아이와 하교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두근거리는 전개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저 이 소소한 기쁨을 누릴 뿐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얼마 들어 보진 못했지만 틀림없이…… 효진이의 목소리였다.

?!

나는 우리가 헤어진 졌던 쪽으로 돌아 반사적으로 뛰어갔다. 헤어지고 난지 아직 1분조차 되지 않았을 텐데.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기이하게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밤이라지만 아파트 단지인데. 그리고 단 한번뿐이었던 짧고 강렬한 비명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분명 이 목소리는……!

나는 헤어졌던 곳에 효진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최대한 머리를 굴려 근처 차도로 달려갔다. 아직 전화번호를 교환한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전화를 걸 수도 없다. 그렇게 초조해 하고 있던 찰나ㅡ 검은색의 중형차가 내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 창문 속에 의식을 잃은 체 쓰러져 있는 효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효진……!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차량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메모장에 차량 번호를 적으려던 순간.

.

무엇인가 묵직한 것이 내 뒤통수를 가차없이 내려쳤다. 순간적인 충격에 나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서서히 의식과 시야가 희미해 짐을 느꼈다. 눈 앞에는 왠 남자들이 서성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 짧은 의문만을 남기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우리 동네에는 한가지 도시전설이 있다. 중고생 사이에서 거침없이 퍼져나간 이 소문은 바로 이 지역에 불사의 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시 전설답게, 그 탐정이 하는 일은커녕 성별 조차 알려진 바가 없었다. 나는 물론 믿지 않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실물이 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지.

이런……본의 아니게 세 명이나 데려오고 말았군.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왔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기억도 못하고 있는데, 머리에서 강한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어느새 허름한 건물 안의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분명 막 이사온 여자애라 혼자 하교할 거라더니, 이 녀석은 뭐야.

살짝 마른 체형에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이쪽을 보며 말했다.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혹시나 눈을 마주쳤을까 봐 눈을 감고 기절해있는 척을 하였다. 내 옆에서 효진이도 기절해 있었으나 얼핏 봐서 외상은 없는 거 같으니 수면제라도 먹인 거겠지. 나는 이 상황에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 저 녀석까지 잡아들였으니 괜찮겠죠

다시 한번 말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용기를 내 살짝 눈을 떠보았다. 아마 이정도 거리에서는 저쪽에서 눈치 채진 못할 것이다. 양복을 입은 남자 옆에는 흉악해 보이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덩치는 훨씬 컸고 평범한 티셔츠 차림이었는데, 노출된 팔 부위로 보이는 많은 문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강하게 어필했다.

아파트 단지 CCTV는 처리했나?

그쪽 아파트 사실…… 경비원들도 전부 저희 쪽 사람들 인지라……”

나는 순간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효진이는 아직 의식이 없고, 나는 출혈로 인해 현기증까지 나는 상태이다. 아니, 솔직히 지금 내가 제 정신인지도 모르겠고, 멀쩡했다고 쳐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상태로 운 좋게 빠져나간다고 쳐도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데다가 저들은 왠지 효진이에 대해서 아는듯하고 매일 아침 인사하던 경비 아저씨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이었고…… 미치겠네!

그럼 먼저 잡아온 녀석부터 처리해볼까?

양복 남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얼굴 가득 짓고는 머리 위로 두 손을 뻗으며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그가 향한 곳에 나와 효진이 이외의 누군가가 테이블 같은 것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나도 바닥에 엎어져 있는지라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 또래의 여자아이 같았다.

……그나저나 정말 혼자서 가능하신 겁니까? 은근 손 많이 간다고 그러던데……”

걱정 마라, 전문이니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복 남자의 표정이 광기에 사로잡히는 듯 하더니 품속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옆에 있던 남자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ㅡ

쑤컥ㅡ 하는 소리와 함께 양복 남자의 나이프가 여자아이의 몸을 꿰뚫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초현실적인, 아니 어쩌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문제인 그 장면을 보자마자 정신이 무너짐을 느끼며 강하게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 깨어난 거 같은데요?

으히히히히

양복 남자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칼질을 해대었고, 또 다른 남자는 한숨을 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정신을 잃기 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옛날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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