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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나쁜놈들
글쓴이: 잉여인간이야잉…
작성일: 12-07-06 13:45 조회: 1,808 추천: 0 비추천: 0
천 팔백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도시, 베이징 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한 한 의료연구기관소유의 빌딩 지하.
그곳에 위치한 바이오랩에서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심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분주하게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두개골이 열린상태로 시뻘건 피를 머금은 뇌가 드러난 상태의 남자는 신기하게도 연구원과 대화를 계속나눌정도로 의식을 유지하고있었는데,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그모습은 충분히 괴기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만한 것이었다. 뇌 곳곳에 전극이 꽂힌 핀이 박힌채 멀뚱멀뚱 수술대의자에 앉아있던 남자는 머릿속 '이미지'만으로 그와 연동된 프로그램을 제어했고, 눈앞에 있던 기계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손, 팔과 다리 등을 본 떠 만든 기계들이 남자의 앞에 늘어져있고, 남자는 한동안 그것을 움직이는데에 집중했다. 기계로 이루어진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하는 정밀한 동작까지 구현이 가능했다. 각 가동부위를 거의 다 움직여본다. 단지 '생각'만으로. 그 작업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남자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펄스가 약해진다 싶을땐 그에게 무리하게 약물을 투여했다. 그가 이미지를 떠올리고 머신바디를 움직이는 과정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데이터화되어 저장된다. 그렇게 실험이 계속 되던 와중 개골 1시간째에 접어든 시점에서 남자의 집중력은 서서히 한계를 드러냈다. 모니터링 장비 앞에 서 있던 수술복차림의 여자가 라이트를 꺼내 남자의 눈꺼풀에 비추며 중국어로 내부에 있던 다른 이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남자의 눈이 어느샌가 충혈되며 호흡이 거칠어졌지만 연구원들은 그의 불규칙한 바이탈 사인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무덤덤하게 실험을 계속 진행했다. 물론 피실험자가 의식을 잃기전엔 형식적으로나마 중지하겠지만 솔직히 그들에겐 피실험자가 죽느냐 사느냐는 별로 중요하지않았다. '실험체'는 널리고널렸으니까. 이 넓은 중국땅에서 사람 몸 하나 구하는 것 따위는 그들에게 있어서 일도 아니었다. 납치나 인신매매 중개를 이용할 필요조차 없다. 그저 돈이면 모든게 해결되니까. 자진 참여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피실험체의 몸값은 두당 약 3만달러. 목숨을 담보로 내 놓은 것 치고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이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는 신체적 결함이나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였지만 실상은 모 조직이 비밀리에 개발중인 인간형 2족보행 대전차 병기의 핵심기술인 자동관제시스템의 완성을 위한 것이었다. 인간의 뇌와, 전자장비, 정밀기계가 '동기화'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다면 시가전의 전투양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아~아, 이놈의 세상이 어찌될련지. 정말 또라이같네. 저 지랄을 3만 달러 받고 한단 말이지? "

"내가 만들어놓고도 참, 똥 위에 딜도를 얹어 놓은 것 마냥 쓸모없어 보이는군."
유리벽으로 밀폐된 공간안의 광경을 밖에서 지켜보던 실험복차림의 남자가 마스크너머로 목소릴 내자 그보다는 신장이 조금 작은, 아직은 앳된 목소리의 소년이 자신이 만든 자동관제시스템의 OS를 스스로 폄하했다.

"미친, 비유를 해도 그딴 식으로 하고 싶냐? 할로윈 선물로 딜도라도 사 줄까?"

"딜도로 머리통 맞아 봤냐? 딜도는 원래 투척 무기라던데."

"x발 정신 나간 놈. 사우스파크를 애새끼들에게 보여주면 이게 문제라니까."
맨처음 말을 꺼냈던 남자가 혀를 차며 손목을 들어 시계를 쳐다본다.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각이다.


수술실과 흡사한 구조로 되어있는 유리격벽 내부의 설비를 에워싸듯 설치된 수십여개의 데스크에서 그런 그들을 감시하듯 바라보던 연구원들 중 몇몇은 아메리칸 욕설이 난무하는 그들의 대화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실실거렸다.
한국계로 추정되는 남자가 그런 그들을 곁눈질로 살피던 와중 검정색 양복차림의 중년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복도측에서 걸어들어왔다.

"헤이, 뭘 그리 잡담들을 하고 계시나?"

"별거아냐. 그나저나 끝내주지? 어때? 이몸이 개발한 물건이. 이건 x발 혁명이야."

슬라브계의 소년은 어느샌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걸어온 중국인 남자에게 대꾸했다.

"x까고 있네."
옆에 있던 청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즉시 소년을 향해 중지를 꺼내들었다.

"끝내주긴 하는군. 솔직히 이렇게 뛰어날 줄은 몰랐어."
리 타오는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는다.

"그래, 그러니까 어서 물건을 내놔야겠지? 리 타오. 안그럼 네 엉덩일 걷어차준 다음 후장에 딜도를 박아 주도록 하지."
소년은 '끝내준다'(kick ass)라는 말로 라임을 자아내며 그에게 농담을 던졌지만 되돌아온 것은 제법 긴 정적이었다.

"뭐가 문제야? 설마 이제와서 거래를 파기하겠다는건가?"
긴 정적 끝에 소년은 턱을 매만지며 질문을 던졌다.

"흐으음~"

그러자 '리 타오'라 불린 남자는 심드렁한 한숨을 내쉬더니 별안간 뜬금없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 소년의 머리에 겨누었다. 장전은 이미 되어있었다.

그러자 소년은 비웃음을 머금고 목소리를 나지막히 내려깔았다.
"어이, 상황파악이 안되는 모양이군. 머저리."
약간의 조소를 머금은 소년의 앳된 얼굴에서 살기와 함께 압도적인 위엄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무슨 소리지? 상황 파악이 안되는건 네 녀석 일텐데?"

리 타오 역시 웃음을 머금었다. 이 건방진 꼬맹이는 곧 죽는다.

"아니, 상황파악이 안되는건 너다. 끔찍할정도로 멍청한 남창녀석."
어느샌가부터 리 타오의 옆통수에 권총한자루의 총구가 닿아있었다. 동양인 청년은 그렇게 욕설을 내뱉어대며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리 타오를 쳐다보고있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한손으로 실험복의 후드를 벗었다.

"제이미 한...."

리 타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는 분명 사망했을 터. 어찌 된 것일까? 게다가 더욱 문제인 것은 스미스카터와 동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녀석들을 절대로 살려 보내선 안된다.

총기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상황에서 연구원들은 재빨리 바닥에 엎드리고 일부는 중앙제어실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않는다. 누군가가 회선에 손을 댄 것이다.

"오호, 알아보는군. 그래. 지난 번엔 신세 많이 졌다. 개자식아. 이 쓰레기같은놈. 변태성욕자놈아. 언제까지 사람 내장이나 후벼파면서 살 거냐?"

청년은 마스크마저 벗으며 연신 리 타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래봤자 소용 없다는건 네놈들도 알 텐데? 네놈들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어."
리 타오는 그 와중에도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침착했다.

"미안하지만... 이 건물의 보안시스템은 이미 옛날에 내가 따먹었지. 그리고..."

마스크와 후드를 벗은 소년이 금발을 쓸어올린다. 조소와 더불어 살기를 듬뿍 머금은 푸른눈동자가 리 타오의 눈동자를 꿰뚫는다.

지하 6층의 연구원들은 방금 발생한 사태에 당황하며 긴급호출을 몇번이나 요청했지만 응답은 커녕 경보조차 울리지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 윗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향하던 이들이 실험복을 입은 다른이들에게 폭력으로 제압당하는 기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플로어6의 세큐리티요원들은 언제 당했는지 복도쪽에서 이미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리 타오는 한동안 멍청하게 서 있어야 했다.

"돈이란 게 말이지..... 참 재밌다니까? 돈을 통해 맺어진 신뢰관계는 더 큰 돈 앞에서 무너진다고. 네놈의 패배다."

소년의 말을 이어받은 청년은 비웃으며 그 말을 끝으로 방아쇠를 망설임없이 당겼다. 리 타오 역시 거의 간발의 차이로 소년에게 겨눈 USP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거의 동시에 울리는 과정, 금발의 소년은 즉시 오른손을 들어 USP의 총구를 자신의 좌측으로 쳐내며 오른쪽 측면으로 몸을 움직였다.

청년의 손에 쥐어진 글록 36의 총구에서 시원스럽게 튀어나간 45ACP탄은 순식간에 리 타오의 머리를 관통하고 유리격벽에 처박혀 균열을 발생시켰다. 간발의 차이로 동시에 발사되었던 USP의 파라블럼탄은 소년의 머리를 스치지도 못한채 좌측에 있던 모니터를 박살내버렸다.

유리격벽 안에서 그 과정을 보고있던 연구원 한명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피실험자는 여전히 궹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리 타오가 느릿느릿 유리벽 쪽으로 쓰러지려던 찰나, 글록을 쥐고 있던 청년이 그의 복부를 우악스럽게 발로 밀어차는... 마치 80년대 홍콩느와르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을 재연한다. 리 타오가 뒤로 밀려나 균열이 간 유리격벽에 처박히면서 유리가 모조리 박살나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거 봐라, 방탄유리가 권총에 박살 나잖아? 과연 메이드인 차이나로군."


"미친새끼. 영화찍냐?"
슬라브계 소년이 유리조각에 뒤덮여진 시체에게 다가가 USP를 챙기면서 그를 비웃어주곤 실험실로 들어가 겁에 잔뜩 질린 연구원한명을 상대로 임상실험 데이터의 백업과 피실험자의 신체원상복귀를 요구한다. 그러자 두말없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데이터백업을 시작했고, 넘어져있던 또다른 한명은 피실험자의 뇌에서 장비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중앙시스템과 연동된 관리소 cctv의 화상은 이런 패닉과는 별개로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실험을 하는... 평소와는 별 다를 게 없는 광경을 내보내고 있었다. cctv의 서버를 해킹한 뒤, 특정 영상데이터를 적절하게 짜집기한 것을 해당 버스로 전송시킨 결과다. 덕분에 지상에 있던 대부분의 세큐리티맨들은 이런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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