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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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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4주 후에 뵈었습니다.
글쓴이: 호밥
작성일: 12-07-03 20:33 조회: 3,615 추천: 0 비추천: 0

?




0.

“저, 저기…….”

가까이서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일어나기 귀찮으니 무시하자.

“저기……?”

“귀찮다고!” 라며 마음속에서 외쳐봤자 달라질 건 없으니 그냥 계속 무시하자. 알아서 돌아가겠지.

안 죽었으니까 소심하게 콕콕 찔러보지 마라. 무시하자. 무시하자.

……무시하자는 생각을 하는데 신경 너무 써서 무시하는 게 아닌 상황이 돼버렸다.

“깊게 자나 봐. 다음 시간에 오자.”

무시하-. 어, 어? 이 목소리는?!

“하, 하지만…….”

하은이다! 하은이가 나타났다!

“나 불렀어?”

말은 애써 태연하게 했다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신체의 반응까지는 제어하지 못했다. 초음속으로 책상에 들러붙어 있던 반 시체를 일으켜 세웠거든. 뭐, 하은이가 나를 만나러 왔는데 말이라도 침착하게 하려고 시도 했다는 것에 만족할까?

“포흐-.”

날 보며 실소를 터뜨린 눈앞의 소녀, 취소. 미녀? 캔슬. 여신님은 1반의 ‘이하은’. 지난 학기 때는 같은 반이었지만, 이번 학기에 안타깝게도 1반과 10반으로 나누어져 버렸지.

……내가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1반과 10반. 층수로 따지면 두 층 차이. 숫자로 따지면 9반 차이. 급식소로 뛰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따지면 무려 17초 차이.

즉, 이런 우리 반에 하은이가 나를, ‘나’를 보기 위해 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전에 같은 반이었다면서 생전 말 한 번도 못해본 녀석처럼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처음 말을 하는 게 맞으니까. 호시이와 하은이는.

“아, 미안.”

그런 예쁜 미소를 보여준 게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하은이 너라면 웬만한 잘못은 내가 살아오며 섭취한 밥공기의 수만큼 저질러도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이 말을 하은이에게 직접 할 용기가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으리?

“얼굴에…….”

얼굴? 아.

아, 젠장할. 지금 내 꼴이 어떠냐면 얼굴에 붙어있다. 뭐가? 공책이. 공책이 얼굴에 달라붙어서는 대롱거리고 있다.

……그러하다. 내가 이런 것도 눈치 못 챌 만큼 눈앞의 여신님을 좋아한다.

“하, 하하. 아,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하다. 나는 이런 짧은 말도 더듬으면서 할 만큼 긴장한 상태이다.

하은이의 말에 공책을 떼려는데 스스로 떨어져 손이 무안해진 것도 한몫했고.

“아니야 뭘. 저…….”

드디어 본론인가.

호, 혹시 말이야 그런 적 없었고, 그럴 리가 없고, 미래에도 없을 거라는 건 정말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잘 알긴 아는데. 그래도,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미연시에서 종종 등장하는 ‘전학생에게 고백하는 히로인.’ 같은 상황이 나한테도 생길지? 미연시도 일단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거니까.

후~. 일단은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크게 해두자. 이 정도의 준비도 안 하고 그런 걸 받아버렸다간 내 콩알만한 심장이 콩알탄 마냥 터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게다가 살을 왕창 빼서 지금은 콩알보다도 작을 수 있으니.

“얘가 할 말이 있다는데.”

……얘?

아하. 그렇구나. 하은이가 아무리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한정판 블루레이와도 같은 유니크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고백을 앞둔 한 명의 사춘기 여학생으로서 긴장을 했을 테니 얼떨결에 자신을 2인칭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구나. 당황하는 모습도 귀엽다!

“아, 안녕 시이야……?”

그렇다. 현실은 내가 짝사랑하던 그녀로부터의 갑작스러운 고백 같은 건 정말 없다.

제기랄 애니를 끊든가 해야지.

내가 좀 흥분을 했나 보다. 애니를 보는 것마저 그만두는 건 아니 되지. 암.

“……시이야?”

“아, 응.”

수줍게 말을 건네는 이 소녀. 얜 말 그대로 그냥 소녀(小女)다.

150 정도 되 보이는 키. 아기처럼 뽀얀 피부 덕에 잘 어울리는 연청색 상의. 커다란 눈과 대조적인 올망졸망한 코. 그 키에 흔치 않은 B컵의 가슴. 하늘색 끈으로 묶은 트윈테일일지라도, 그냥 소녀(小女)다. 순우리말로는 꼬마라고 하지.

……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니까 애니에라도 나올법한 미소녀 정도로 해두자. 점수가 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꼬마의 옆에 강림해 계신 여신님, 하은이를 보다가 다른 여자애들을 보면 정말 여자‘애’일뿐이니까.

새하얗고 매끈하면서도 만지면 보들보들하기까지 한 백자 같은 피부. 그 백자에 양각으로 새겨진 늘씬한 코. 음각으로 새긴 후 유약으로 속을 채운 맑은 눈. 석류의 과즙을 찍어 가볍게 붓터치를 한 붉고 생기있는 입술. 그 붓에 먹물을 찍어 난을 친 듯한 길고 가는 머릿결!

거기에 젓가락처럼 보기 싫게 가는 다리는 아니면서도, 의자에 앉으면 아주 약간 퍼지는 적당히 가는 다리. 보기 싫게 가는 다리가 젓가락이라면 하은이의 다리는 그 젓가락을 꿀단지에 한번 담근 후 꺼낸 다리 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종적으로! 가슴은 A! 정말 완벽하지 아니한가?

……취향이다. 존중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까지만 말아라.

흠흠. 내가 면전에 사람을 두고도 이렇게 긴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모든 게 순간 번뜩인 생각이기 때문이 아니라,

“…….”

눈앞의 그 사람이 한참 동안 말을 안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조그마한 손으로 와이셔츠의 밑단을 쥐락펴락하고만 있기 때문이다. 간혹 뭔가 결심한 듯이 ‘흣’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봤다가 다시 고개를 숙인 게 몇 번인지는 세어보지를 않아서 모르겠다.

“흣-.”

또냐. 앞으로도 한참을 이럴 것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세볼까나. 자 일단 한번.

“사, 사귈래?!”

에효 이 말을 하은이가 해준다면 얼마나 좋으리…….

어? 잠깐만.

뭐라고?!

1.

1학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특히 겉모습이.

그리고 특히 달라진 겉모습 덕에 다른 많은 것들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주위의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물론이고, 주위의 아이들 자체도 바뀌었다.

내가 지금과 같은 학교생활을 누리기 위해 한 일은, 아니, 원래는 평범한 고교생활을 누리기 위해서였지. 내가 평범한 고교생활을 누리기 위해 한 일은 몇 개 없는 데 반해 바뀐 것은 사소한 것 하나부터 따지자면 멸치떼 만큼이나 많다는 게 행운이란 걸 알지만, 왠지 씁쓸하다.

내가 한 일은 체중감량과 반을 바꾼 것 정도. 물론 두 개 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 시키는 것보다도 긴 역경의 시간을 견뎌 이룬 것이다. 그런데도 돌아온 결과는 날, 4주 전에 그런 일을 겪었던 나를 허무하게 만들 정도로 크게 느껴진다.

벌써 개학을 한 지 일주일 하고도 며칠이 더 지났는데도 4주 전의 나로서는 상상만 하던 일들, 겪어 본 적 없는 상황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개학 날엔 미남 전학……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다만 지금의 나 ‘호시이’는 확실히 미남이다. 그것도 아주……. 살찐 사람은 긁지 않은 복권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난 당첨 복권이었다. 그것도 1등 당첨 복권.

개학 날엔 미남 전학생으로서 큰 주목과 함께 다수의 핸드폰 번호를 받았다. 아마 그때 쯤 1반 놈들은 ‘와~! 드디어 심영보가 전학을 갔다!!’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겠지. 심영보에게 별로 관심도 없었으니 그 떡밥은 금방 묻혔겠지만.

급식을 시작한 이틀째 되는 날은 밥을 ‘꼭’같이 밥을 먹자는 제의가, 그 다음 날엔 축구를 하자는 제의가, 그 다음 날엔 야자를 째고 PC방에 가서 축구 게임을 하자는 제의가, 또 그 다음 날엔…….

그리고 오늘. D+10일. 4주 전이라면 나 같은 거에 눈길 한번 안 주었을 미소녀가 내게 고백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낯이 익은 얼굴인 걸 보면 심영보일 때 몇 번 지나다니면서 본 적이 있는 애라는 거다. 그때는 내게 눈길 한번 안 주었던 이 미 소녀가 전학 온 지 1주일이 조금 넘은 호시이에게 고백을 하고 있다.

즉, 얘는 호시이를……. 그런데 얘는 이름이 뭐지? 명찰을 안 달았다. 대충 계속 꼬마라고 하자. 즉, 이 꼬마는 호시이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겠지. 4주 전에는 눈길도 안줬을 나를. 뭔가 전세를 역전시킨 것 같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모두 순식간에 지나간 생각들이다. 역시 사람은 곤경에, 음 어감이 좀 이상하네. 고백받은 게 곤경에 처한 건 아니니까.

곤난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곤난은 일본어구나. 애니를 좀 줄여야 하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생각이 빨라지는구나.

그건 그렇고 어서 반 전체에 흐르고 있는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걷어내고 싶은데……. 꼬마가 고백을 한순간부터 교실의 시간이 멈춰버렸거든. 모두 하던 일을 멈춰 버렸어.

“미안.”

그 긴 생각도 단숨에 해버린 나인데 거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쯤이야 찰나에도 가능하다.

내 생각에도 너무 단호한 대답이긴 하다. 하지만 이래야 뒤끝이 없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바로 옆에 있는데 어물쩡하게 대답했다가는 언젠가 좋지 않은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후에 러브러브한 사이가 되었을 때 ‘너 그때는 왜 그랬었어~?’라는 협박 아닌 질문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물론 마음 같아서는 그런 질문은 몇 번이고 받아도 괜찮으니까 일단 러브러브한 사이가 되면 좋겠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 응?”

꼬마야 기대를 많이 했었나 보구나. 혹은 준비를 많이 했었거나.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도 준비도 소용없게 되었어. 미안. 난 네 귀에 사탕처럼 달콤한 말을 들려주지는 못할 것 같구나. 사탕은 매점에서 자급자족하렴.

우리 반의 여자 ‘애’들아 그렇게 안도의 표정을 지을 필요도, 몰래 꼬마를 비웃을 필요도 없단다. 어차피 너희한테도 관심 없으니까.

그리고 꼬마야 되물었으니 다시 한번 말해줄게. 난 몸도 마음도 어른이니까 다시 말하는 게 힘들어도 감수해줄게.

“미안해.”

“흐으-!”

이번에는 ‘흣!’이 아니라 ‘흐으!’ 네. 그래 세어줄게. 한번.

“흐으, 흐으으…… 흐으으응…….”

꼬마 상태가 좀 이상한데? 혹시 울려는 거야?! 진짜 꼬마냐?! 울지마! 마음 약해진다고!

“소아야……?”

옆에서 지켜보던 하은이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 꼬마의 이름이 소아구나.

설마 한자풀이가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닐 거라 믿겠다. 그에 대한 증명으로 앞으로도 난 소아를 계속 꼬마라고 지칭할 것이다. 내 말에 모순이 있다고 느꼈다면 순전히 기분 탓이다.

“왜, 왜……?”

꼬마를 부른 건 하은이인데, 어째서인지 ‘왜?’라는 반응은 내게 왔다. 아마 왜 거절 했냐는 거겠지.

첫째, 미소녀지만 넌 내 타입이 아니다. 둘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네 옆에 있는 여신님 되신다. 좋아하는 여자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내가 네 고백을 받겠어. 셋째, 물론 옆에 있지 않았어도 안 받을 거다.

라고 말했다가는 꼬마가 정말 울 듯한 기세다. 적당히.

“좋아하는 애가 있어.”

라고 해두자.

“아…….”

다행히 꼬마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납득 시키는 데 성공한 듯하다.

“응!”

방금 전까지 얼굴에 있던 먹구름은 언제 치운 거냐? 아~. 금세 밝아진 걸 보니 아까 그 먹구름은 소나기의 먹구름이었나 보다.

아, 소나기랑 소나기의 먹구름은 다른 거구나.

“그, 그럼!”

꼬마가 180도로 돌았다. 얼굴 표정은 이미 변했고 몸 말이다.

교실의 뒷문을 향해 가는 걸음걸이가 참 부자연스럽다. 몇 발자국을 그렇게 걷더니 꼬마는 멈춰 섰다. 두 뼘도 안 되는 작은 어깨가 한번 들썩인다.

“흐에-.”

흐에?

“흐에에에에엥-!”

꼬마는 전력질주로 교실에서 달아났다.

……어린애를 울렸으니 나 못된 놈 된 건가? 아, 동갑이지 참.

“아…….”

하은이는 멍-해져서 뒷문만 바라보고 있다.

꼬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와 중에도 하은이의 저 멍한 표정이 귀엽다.

“읏!”

정신이 들었는지 뒷문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긴 하은이가 갑자기 질색을 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한 걸까?

“여린 애를 울려놓고 지금 웃고 있는 거야 너?”

“어? 우, 웃다니?”

“지금도 웃고 있잖아!”

뭐라고요 여신님? 전 그런 쪽에 취미 없습니다!

“봐-!”

화가 난 듯 굳은 표정의 하은이가 치마 주머니에서 접혀있는 손바닥 거울을 꺼내 내 얼굴 앞에 들어 보였다.

“으윽-.”

하은이의 굳은 표정을 보고 그때가 떠올라 흠칫 놀란 것인지,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역시 웃고 있지 않았다. 이건 분명 웃음의 반대 표정이다.

“……그러고 싶어?”

“응?”

“후-.”

하은이는 짧은 한숨과 함께 잠깐 나를 노려보더니 돌아가 버렸다.

반 애들은 그제야 각자 하던 일을 재개한다.

……나 미운털 박힌 건가? 왜? 어째서?!

“와~ 호시이. 정말 존경스럽다 넌!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도 구한 거냐?”

깜짝이야!

너 자고 있는 거 아니었냐? 언제부터 깨어 있던 거야.

“뭐가.”

내 퉁명스러운 대꾸에도 녀석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1학년 남자 전체가 노리고 있는 전학생 미소녀 유소아의 고백을 단칼에 거절한 것은 물론이요.”

전학생이었냐? 그런데 난 어째서 낯이 익었던 거지. 음……설마, 애니에 나올법했기 때문인가……?

“전 학년의 남녀가 노리는 미녀 이하은을 그렇게 대하다니!”

미녀는 틀린 표현입니다. 여신님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내가 뭐.

잠깐, 너 방금 남녀라고 한 것 같다? 아닌가?

“이런 너를 어떻게 존경하지 않고 배기겠냐? 크흐-.”

이 녀석은 보다시피 또라이같은, 쏘리. 또라이다. 그것도 아주 진성 또라이. 유감스럽게도 짝이 돼버렸다.

“그래 마음껏 존경해라.”

“허얽-. 허얽- 시이님!”

봐라. 진성 또라이다. 어쩌다가 이딴 놈이랑 호시이가.

베프가 되었는지 참…….

“재원아 나 이 문제 좀 알려줄래?”

“응? 어떤 건데? 아~. 이거는 이렇게…….”

생각이 났다. 이 녀석도 ‘여자, 친하지 않은 사람’이 두 부류에 있어서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게다가 포커페이스 덕에 대 외적으로는 모범생이지.

‘친한 사이’라는 것은 서로가 모르게 어느새인가 형성되어 있는 있어야 하는 관계인데, 이 녀석은 짝이 된 지 5일째 되는 날 이렇게 물었었지. “나랑 친하게 지낼래?” 이미 꽤 친해졌다고 생각한 상태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착한 모범생인 줄로만 알았던 녀석의 저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인간이 거의 업지. 따라서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때의 내 대답은 예스였지.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후로 녀석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녀석의 포커페이스는 무형문화재급이다. 지금도 봐라. 여자애에게 수학문제를 가르쳐주면서 한눈으로는 상체를 숙여 자신의 얼굴 옆에 있는 가슴을 훔쳐보다가 여자애가 자신을 보는 듯싶으면 다시 문제에 집중하는 저 모습을!

“아~ 고마워. 다음에도 모르는 거 있으면 또 물어봐도 되지? 아…… 혹시 내가 귀찮게 한 건…….”

“하하. 귀찮기는~. 그런 생각 전혀 안 해. 가르쳐 주는 것만큼 공부가되는 것도 없으니까 언제나 환영이야!”

옆에서 듣고 있는 내 위는 좀 생각해줘라. 올라올 것 같다 임마.

“고마워 헤헷. 그럼 이만~. 푸흣-.”

나를 보고 웃으며 그 여자애는 자기 자리에 돌아갔다.

불쌍한 나의 짝 고재원이여……재주는 네가 부리고 저 애의 웃음은 내게 챙기는구나. 미안하다.

흠. 쉬는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네. 자기에는 애매하네.

“야야.”

“왜왜.”

“저기 저기.”

“어디 어디.”

“쟤쟤.”

한번 맞춰줬더니 끝을 모르는군.

“그냥 말해라.”

“쟤가 너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녀석의 손끝이 가리키는 교실 앞문 쪽을 보니 과연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희수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하네.

“맞지?”

“어……뭐 그러네.”

하고 재원이 놈을 잠깐 바라봤다가 다시 희수가 있던 곳으로 시선을 향하니 어느새 자기 자리에 앉아있다. 서 있던 곳이 바로 자리 옆이기에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같은 만화부였던 시절엔 서로 인사 정도는 나눴었는데……. 안타깝지만 작은 걸 잃고 큰 걸 얻었다고 생각하자.

그나저나 왜 보고 있던걸까?

“아~. 왜 봤는지 알겠다.”

“왜 본 거 같은 데?”

참고로 이 또라이가 어떤 근거를 들어서 얘기해 줘도 믿을 생각 따위 없다. 그냥 물어봤을 뿐.

“거울 볼 때 못 봤냐?”

역시 이 진성 또라이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동문서답이 아주 일취월장하다. 장원감이구나~ 얼쑤~!

“보긴 뭘 보냐.”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화장실이나 갔다 오자.”

장원으로는 모자라냐?

“에휴~. 그래.”

뭐, 마침 소변도 마렵고 했으니까.

“이거였냐?”

“응.”

화장실에 가는 길에 봤던 애들의 웃음이 흐뭇함의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건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빨리 좀 지워라~. 보는 내가 다 쪽팔린다.”

복도에서 가리라고 말을 해주던가! 라고 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귀찮다. 나는 세면대의 물로 얼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으응 시이야 거, 거긴! 앙, 앙대~.”

“으윽-.”

내 손이 닿아 있는 곳은 가슴. 여자의 살구색 가슴이다.

“그, 그렇게 강하게 문질러 버리면 난-!”

왜 하필 지금 화장실에 이 변태랑 나밖에 없는 것인가…….

“좀 닥쳐라.”

후우……. 공책에 그렸던 그림이 얼굴에 복사 돼버렸다. 공중에서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정도 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문제는 하필 미소녀 그림이라는 점.

학교에서 미소녀의 가슴이 드러난 그림을 그린 후 살색으로 채색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난 얼굴이 두껍지 않다. 미소녀는 옷을 잘 입고 있다. 문제는 그림이 복사된 내 얼굴이 살색이라는 거다.

옆에서 변태 자식이 짓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슴 부분은 어떻게든 다 지웠다.

……여, 여긴 차마…….

“아잉~ 벌써 거기까지 해버리는 거야? 오늘은 안전한 날이니까……허, 허락할게.”

죽여버릴 테다 이 자식.

“너 피망이 북한말로 뭔지 아냐?.”

“내가 이래 봐도 10반의 1등이야~. 사자고추잖아?”

“그래. 우리 10반의 1등 님~. 저는 사자고추를 잘 못 먹거든요?”

“푸핫- 너 그 나이에 피망도 못 먹는 거야?”

이 녀석. 재능이 한두 개가 아니었군. 매를 버는 재능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사자고추 대신 네 것을 먹으려고요~.”

“크크크크, 큭……응?”

“불알 꽉 깨물어라.”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D+10.

오늘은 다른날 보다도 훨씬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바로 미소녀로부터의 고백이벤트!

물론 거절했다.

하은이가 아니면 사귈 이유가 없잖아?

아...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하은이에게 미운털이 밖힌 듯 하다는 거..

후... 알이즈웰 알이즈웰...

용기를 가지자!

아! 그리고 오늘은 변태하나를 갱생시켰다.

결과적으로 좋은일 두 개 나쁜일 하나니까 만족하자!


오늘의 일기 작성완료.

전화번호를 바꾸는 김에 폰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메모장에 내용을 저장하는 즉시 인터넷 서버와 동기화가 된다는 점 이 마음에 들어 개학 날부터 D+Number를 제목으로 일기를 쓴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시절의 순수한 감성으로 썼던 일기장들은 전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보면 추억을 잃어버린 셈. 하지만 인터넷 서버에 일기를 등록해 두면 서버가 붕괴 되지 않는 이상은 사라질 리가 없으니 추억을 잃을 일도 없겠지. 좋은 점이 한두 개가 아닌걸?

“어~이. 심영보! 학교 갔다 오냐~?”

누구지?!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회색 트레이닝 바지에 검은색 나시티를 입은 우락부락한 남자가 서 있다.

반가운 얼굴이다. 잠깐 담배 피러 나왔나?

“형! 호시이! 호시이라고 부르라니까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요~.”

말로는 이렇게 투덜거리는 나지만, 오랜만에 좋은 형을 만나니 반가움에 절로 형에게로 다리가 움직인다.

잘브락 거리는 헬스장 마당의 이 자갈 소리는 참 듣기 좋다. 처음 이 헬스장을 왔을 때는 소리가 더 컸었겠지?

“후우~ 어떻게 개학하고 나서는 코빼기도 안비추냐?”

형은 어느새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아 형! 담배 연기 이쪽으로 오잖- 케켁-. 으으…….”

“짜식이 할 말 없으니까. 순진한 척은.”

진짜다. 저번에 애들이랑 PC방 갔을 때도 망할 놈들이 금연석에 자리가 없다고 흡연석에 앉는 바람에 죽을 뻔했다고!

“앞에 서 있으니까 연기가 그리로 가지 짜샤! 그리고 너 거기 그렇게 서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돈 뺏는 줄 알고 신고한다? 여기 옆에 앉아.”

트레이너형이 말은 저렇게 해도 배려심이 있는 형이다.

“한 대 줄까?”

이런 배려심은 필요 없지 말입니다.

“저 안펴요.”

“씁- 그래?”

형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갑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던 담배 개비 하나를 도로 집어넣었다.

“후우~ 학교생활은 바라던 대로 돼가고 있냐?”

“네 뭐……그럭저럭 이요.”

“암 그래야지. 한창 좋을 때의 여름방학을 헬스장에서 다 보냈는데. 후~우.”

어차피 헬스장이 아니었으면 집구석에서 보냈을 거라 그 부분은 딱히 문제가…….

“너 처음 헬스장 등록하던 날. 내가 너한테 4주 만에 25kg 감량은 절대 무리니까 다른 데 알아보라고 했을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냐?”

뭐라고 했었지?

“얼빵한 표정 보니까 기억 안 나나 보네 크큭. 아……내 입으로 말하려니 도저히 낯간지러워서 못해 먹겠다~ 키키킥.”

“무, 무슨 말을 했는데요?”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후우~. 말한다?! 전, 전 꼭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사랑하는 하은이에게 고백할 겁니다!”

난 그때 좀 미쳤었지.

형과 내 몸은 감전이라도 된 마냥 부르르 떨고 있다.

“키키키킥 그래. 그 하은이랑은 잘 돼가고 있냐?”

“……그게 말이죠…….”

나는 오늘 있던 일을 말해줬다. 물론 공책이 얼굴에 달라붙었고 그로 인해 있었던 소소한 일화는 빼고.

“어휴……. 넌 아무래도 그거 고질병인가 보다.”

“네? 뭐가요?

“하은이라는 애 보면 입꼬리가 저 혼자 올라가는 거 말이야.”

에?

“그게 무슨……?”

“몰랐냐? 너 하은이 이름이 나올 때마다 입꼬리 올라가는 거?”

헐? 레알입니까?!

“어휴. 이름만 들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놈이 눈앞에서 보고 있었으니…… 말도 필요 없었겠구만.”

“아…….”

나 정말 웃고 있었던 건가?!

부-웅

허벅지가 간지럽다. 문자인가?

「 발신자: 포커페이스변태새끼

야 ㅋㅋ 너 야자 짼거 걸ㅋ림ㅋ

받은 시간: 19:27」

아…… 내일 아침엔 허벅지가 심하게 간지럽다 못해 아파질 듯하다.

“몇 시냐?”

“일곱 시 28분이요.”

“읏차- 난 이만 다시 들어가 봐야겠다. 너랑은 다르게 1년째 10kg도 못 뺀 아줌마들이 이 형님을 기다리시거든-.”

형은 담배를 튕겨 능숙하게 자갈밭 속에 파묻었다.

“인기인이네요 형~?”

“밝아진 건 좋다만 까불면 동네방네 ‘호시이가 사실은 심영보입니다~!’하고 퍼뜨려 버린다?”

“사랑합니다 형님!”

“……지금 즉시 퍼뜨리마.”

형님-!! 시키시는 건 뭐든 하겠습니다!

당장 꿇어!

***

모쏠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했다간 아주 종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걷다 보니 어느새 내가 오늘 야자를 짼 원인을 제공한 곳 앞까지 다다랐다.

「봇물섬」. 간판만 보고는 도저히 뭐하는 곳인지 상상도 안가겠지만, 유리벽에는 만화책 일러스트와 신간 판타지 소설의 포스터가 붙어 있고, 그 너머 내부에는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가 대여점이라는 것을.

5년 전만 하더라도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대여점이 눈에 띄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독서인의 수에 반해 갈수록 활개를 치는 불법 스캔·텍본의 망할 하모니로 인하여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가뜩이나 인구밀도가 적은 우리 동네는 타지역 보다도 월등히 빨리 대여점들이 망해갔고 최후로 남은 곳이 눈앞에 있는 「봇물섬」. 언젠가 한번은 주인아저씨한테 “봇물섬이 대체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보물 같은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보물섬. 줄여서 봇물섬.”이라고 하셨었지. 당시 중1의 감성에는 그 말이 제법 멋지게 와 닿아서 나도 크면 이런 대여점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하하…….

그런데 그 아저씨는 고작 단골손님이 3일 연체했다고 연체료를 내라 하신다. 그러게 왜 연체를 하냐고? 11시에 야자가 끝나는데 그 전에 문을 닫거든. 나쁜 독점 마왕 아저씨 같으니. 경쟁 치열할 때는 12시까지 열었으면서!

……뭐 그렇게 되어서 야자를 째게 되었다. 내일까지 연체해버리면 연체료가 무려 4000원인데 허벅지가 아파지는 것쯤은 감수해야지.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섰다. 문에 달린 방울은 폼인지 망가져서 소리도 안 난다.

“아저씨-.”

아저씨는 4일 전에 봤던, 일주일 전에도 봤던가……? 아무튼 전과 같은 암녹색 남방을 입으신 체 사무용 책상 위에 다리를 얹어놓고 졸고 계시다. 방울이라도 고쳐 놓던가. 도둑이라도 들면 어쩌시려고 참.

“으악-!”

……동영상 녹화를 해야했다. 중년 아저씨가 의자에서 떨어져 나뒹구는 장면은 흔치 않으니까. 녹화했으면 퍼니스트 비디오 감이었는데 아쉽다.

“으으…….”

난 아저씨를 일으켜 드리기로 했다. 그래서 손을 내밀려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웅크린 채 양 무릎을 문지르고 계시는 아저씨의 앞에 섰다.

“아저-.”

“히이익-! 사, 살려 주십쇼! 저는 집에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습니다!”

“…….”

아저씨 자식들 어른이잖아요.

“아저씨 저에요 저. 시이.”

“살려주……어?”

이제야 고개를 든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드는 생각인데 방금 그거라도 녹화해 둘 걸 그랬다.

“얌마! 진작 말을 해야지!”

아저씨 표정이 똥 씹은 표정이거든.

“아저씨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으면서…….”

“크흠. 흠흠.”

아저씨는 무안하신지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의자에 앉으셨다.

“칫. 벌써 가져 왔냐?”

그 반응은 뭡니까. 오늘 까지 안 가져왔으면 내일은 4천 원인데 아쉽다는 듯한 그 반응은.

“여기요.”

나는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가방에서 만화책 두 권을, 지갑에서 천 원권 세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뭐야? 오늘은 뭐 안 빌리냐?”

아저씨가 바코드 스캐너로 반납한 책을 찍으며 말했다.

“네. 오늘 빌려봤자 내일까진 못 갖다 드려요. 오늘도 야자 째고 온거거든요.”

“……그럼 이제 얼굴 보기 힘들겠구나.”

“네?”

이 좀팽이 아저씨 같으니. 어쩌다 한번 대여 안 해간다고 7년 단골에게 삐치셔서는 얼굴도 안 본다고 하는 건 너무 하잖아요!

“점포 정리한다.”

“네?!”

아니 이게 무슨!

“그럼 책 헐값에 내놓는 거죠? 맞죠?!”

반가운 소리란 말인가!

“……안 팔아 임마.”

아저씨 진짜 삐치지 마세요.

“자, 장난이에요 하하…….”

반쯤은요.

“그런데 갑자기 왜 정리하시는 거에요?”

자세한 매출은 모르지만 제법 손님이 많은 곳이다.

“……내 나이쯤 되면 말이다. 동창회에 나오는 친구들이 대부분 번듯한 직함이 있다. 과장이라든지 부장이라든지 하는 직함 말이다.”

“아저씨는 사장이잖아요.”

“……나 하태균은 말이다.”

아저씨 이름이 하태균이시구나. 처음 알았네. 어차피 내일 되면 까먹겠지만.

“스물네 살 젊은 나이에 요리 황제 비룡을 보고 반해서 직장 때려치우고 대여점을 차리게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리석은 짓이었다고는 생각한다.”

아……. 연설이 길어질 것 같다. 게다가 요리 황제 비룡을 보고 이 대여점을 차린 건 정말 질리도록 들었다.

“동창회에 가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라고 물어보면 친구들이 ‘아~ 얼마 전에 과장 진급…….’이라는 식으로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다가 나한테 되묻는다. ‘넌 요즘 어떻게 지내냐?’라고.”

아저씨의 얼굴에 씁쓸함이 역력하다.

“그때마다 난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어깨가 움츠러든다. ‘어떻긴 임마! 난 우리 회사대빵이잖냐? 대여점 사장! 크크큭.’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직업이 자랑스러운 듯이 말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친구들의 애써 감춰도 감춰지지 않는 그 ‘안타깝다’는 눈빛이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아…….

“난…… 대여점 사장이라는 직업이 부끄러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지만?

“폼이 안 난다 폼이! 나도 양복 입고 일하고 싶단 말이다!”

아저씨는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셨다.

아저씨 부탁인데 부디 평상복이라도 잘 입으세요.

“그래서 카페를 차리기로 했다!”

카……페요? 너무 뜬금없어서 어떻게 놀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에~?!”

“뭐냐 그 어색한 반응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이래서 생겼구나.

“고작 그런 이유인가요?!”

“무슨 소리냐! 고작? 고작이라니!”

아저씨는 내 왼쪽 가슴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호. 시. 이……. 영보야. 네가 살을 뺀 이유는 뭐냐.”

“그, 그건…….”

“응?”

말하기 싫다. 아저씨가 카페를 차리는 이유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에.

“응?”

후…….

“비슷한 이유긴 하지만 그래도 전-.”

“그래! 카페!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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